-
- 하필이면 왜 정자나무 아래에서?
- 한때는 섬진강 상류의 가장 외진 오지마을로 통했다. 그러나 비포장 오솔길이 찻길과 자전거길, 트레킹길로 바뀌면서 한층 개방적인 강촌으로 변했다. 수려한 강물과 다채로운 강변바위들, 오래된 마을들, 깨끗한 산야를 만날 수 있다. 내비게이션에 ‘김용택 시인 생가’를 치고 진뫼마을 안통에 닿아 탐승을 시작한다. 멀리 있는 친구에게서 날아온 뜬금없는 기별처럼, 문득 가을이 다가와 창밖에 서성거린다. 차가워진 공기에 핼쑥해진 꽃 하나 창가에서 눈짓하는 기분이다. 이럴 때면 길을 나서고 싶다. 하루 여행에의 충동. 이 돌연한 유혹. 이건 꽤
- 박원식 객원기자 기자 2020-09-25
-
- 넷플릭스로 감상하는 메릴 스트립의 연기
-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사상 최다 노미네이트, 두 번의 여우주연상과 한 번의 여우조연상 수상. 이 놀라운 기록을 보유한 자는 누구일까? 바로 할리우드 배우 메릴 스트립이다. 1977년 영화 ‘줄리아’로 데뷔한 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60여 작품에 출연한 메릴 스트립은 성별과 연령의 한계를 뛰어넘고 오직 연기력만으로 전쟁터 같은 할리우드에서 최고의 자리를 지킨, 그야말로 ‘철의 여인’ 같은 배우다. 우아하면서도 압도적인 그녀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어쩐지 스크린 속 캐릭터가 실존 인물이 아닐까 하는 착각까지 든다. 이번 주 브라보
- 이유현 기자 2020-09-25
-
- [카드뉴스] 소장 욕구 ‘뿜뿜’ 서울 레코드숍 3선
- #팝시페텔 주소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4길 44-7 한솔빌딩 102호 영업시간 매일 12:00~21:00 레코드숍이지만 CD와 LP를 비롯해 블루레이, DVD, 도서 등 다양한 분야의 제품을 골고루 판매한다. 영업시간이 끝나면 한국 대중음악사, 음악 속의 문학 등 음악 관련 강좌를 진행한다. #도프레코드 주소 서울 마포구 독막로 211 4층 영업시간 평일 및 주말 13:00~21:00 화요일 휴무 록 마니아들의 성지로 하드록, 메탈 등 록 장르의 음반을 주로 제공한다. 록 베이스인 만큼 퀸·오아시스 등 해외 유명 밴드 가수들의 ‘
- 유영현 기자 2020-09-25
-
- 이재명 지사와 ‘그릇 싸움’
- 임철순 언론인ㆍ전 이투데이 주필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왜 그렇게 늘 싸우면서 살까? 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는데, 정말 그렇게 크려고 그러는 걸까? 이 사람 저 사람과 치고받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1952년에 발표된 노래 ‘통일행진곡’(김광섭 작사, 나운영 작곡)이 떠올랐다. “압박과 설움에서 해방된 민족/싸우고 싸워서 세운 이 나라/공산 오랑캐의 침략을 받아/공산 오랑캐의 침략을 받아/자유의 인민들 피를 흘린다/동포여 일어나라 나라를 위해/손잡고 백두산에 태극기 날리자.” 1950년대에 초등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잘 아는 노래다.
- 임철순 언론인 2020-09-23
-
- 청산도의 일몰
-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로 인해 느리게 살고 있는데 웬 청산도까지 가냐는 친구를 설득해, ‘서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곳’ 해남으로 달렸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는 우리나라의 남쪽 기점을 해남현으로 잡고 있다. 그리고 육당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에서는 해남 땅 끝에서 서울까지 천 리, 서울에서 함경북도 온성까지를 이천 리로 잡아 우리나라를 삼천리금수강산이라고 했다. 천 리를 달려왔으니 시장기가 만만치 않았다. 입이 짧아 늘 음식 선택에 불만을 표시하는 친구의 입을 닫게 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뒤에서 갈구어대야 자신의 존
- 정원일 시니어기자 2020-09-23
-
- LP 한 장 들고 떠나는 감성여행
-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음악에서만큼은 ‘백견이 불여일문’이다. LP 음반 속 옛 노래를 두 귀로 직접 들어볼 수 있는 음악 감상실을 소개한다. 명동 ‘세시봉’, 충무로 ‘카네기’, 종로2가 화신백화점 3층의 ‘메트로’. 이름만 들어도 그때 그 시절이 떠오르는 이곳은 과거 청년문화의 상징이었던 음악감상실이다. 음악을 향유할 방법이 많지 않았던 당시 청년들에게 음악감상실은 흥과 한을 표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었다. 어느덧 클릭 한 번만 하면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대가 왔지만, 0과 1로 가득한
- 이유현 기자 2020-09-23
-
- 김환기의 영원한 동행 김향안 “남편은 키만 껑충하고 촌스러운 남자였다”
- 김환기의 영원한 동행 김향안 김향안(1916~2004)은 재주도 많고 배움도 많았던 신여성. 그에게 김환기는 두 번째 남자였다. 이상한 천재 시인 이상(李箱, 1910~1937)이 첫 번째 남편이었으니까. “우리 함께 죽을까? 아니면 먼 데로 달아나 같이 살까?” 이상의 이처럼 돌연하고도 뜨거운 구애에 이끌려 맺은 부부 인연은 그러나 넉 달 만에 끝났다. 이상이 폐결핵으로 타계했던 것. 김향안은 이 요절한 천재의 죽음을 훗날 이렇게 회고했다. “이상은 가장 천재적인 황홀한 인생을 마쳤다. 그가 살다간 27년은 천재가 완성되고 소멸되
- 박원식 객원기자 기자 2020-09-21
-
- 거장 김환기의 거의 모든 걸 만날 수 있는 미술관
- 지난 2018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은 국내 미술평론가 37인에게 한국근현대미술의 대표 작가를 물었다. 1위는 한국추상미술의 개척자인 김환기(1913~1974)가 차지했다. 2위는 백남준, 3위는 박수근이었다. 대중의 갈채를 받는 화가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미친 듯한 집중력과 놀라운 다산성을 특징으로 지닌다. 김환기, 그는 창작 에너지를 이미 과도하게 소비하고도 허기로 괴로워 여분의 에너지까지 또 소모하기 위해 광분한(?) 화가이지 않았을까. 김환기와 매우 가까운 사이였다는 수필가이자 미술평론가인 김용준(1904∼1967)은 이렇
- 박원식 객원기자 기자 2020-09-21
-
- “타인의 고통은 연민이 아닌 연대의 대상이다”
- 시대를 앞서간 명사들의 삶과 명작 속에는 주저하지 않고 멈추지 않았던 사유와 실천이 있다. 우리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자유와 사랑과 우정 이야기가 있다. 그 속에서 인생의 방향을 생각해본다. 이번 호에는 ‘타인의 고통’의 작가 수전 손택을 소개한다. “고통받는 육체가 찍힌 사진을 보려는 욕망은 나체가 찍힌 사진을 보려는 욕망만큼이나 격렬하다.” “폭력이나 잔혹함을 보여주는 이미지들로 뒤덮인 현대사회에서는 사람들이 타인의 고통을 일종의 스펙터클로 소비해버린다.” 이미지 과잉 시대의 뒷모습을 이토록 적나라하게 드러낸 표현이 또 있을까
- 전경심 기자 2020-09-21
-
- 인생 오선지 위, 음표처럼 찍힌 그때 그 노래
- 마치 타임머신이라도 탄 듯, 추억 속 음악은 아련했던 그 시절로 우리를 주유하게 한다. 지난날 삶의 변곡점을 만든 노래가 있는가 하면, 중년에 접어들어 새롭게 전환점이 된 노래도 있다. 오선지에 찍힌 음표처럼, 희로애락의 하모니를 이루며 우리네 인생 변주곡을 채운 그때 그 노래들을 다시 소환해본다. 도움말 김동률 서강대학교 교수 참고 도서 ‘인생, 한 곡’ 70년대의 좌절 속 청춘의 마음을 불태웠던 노래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 잡으러” by ‘고래사냥’(송창식) 퇴폐와 자학이 넘치던 1970년대. ‘고래사냥
- 이지혜 기자 2020-09-18
-
- 독서의 계절, 도서 원작 넷플릭스 영화로 교양 쌓기
- 바스락 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와 사락사락 손가락으로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비슷하게 들려서일까. 아니면 쌀쌀한 날씨,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하는 독서가 그 자체로 운치 있어서일까. 평소에는 바쁜 일상에 독서를 멀리하다가도 가을이 되니 괜히 먼지 쌓인 책장이 눈에 띈다. 한동안 책장 근처를 얼쩡대다 큰 맘 먹고 한 권을 집어 든다. 하지만 지적 욕구로 충만한 마음과는 달리 첫 장을 피는 순간 졸음이 쏟아지고, 하품이 난다. 평소 책을 가까이 하지 않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겪어봤을 상황이다. 빼곡한 글자 앞에서도 잠들지 않기 위해서
- 이유현 기자 2020-09-18
-
- 배우 안성기가 건네는 위로와 희망
- 배우 안성기가 출연한 영화 ‘종이꽃’은 제53회 휴스턴국제영화제에서 2관왕에 등극했다. 작품은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에 해당하는 ‘백금상’을 수상했다. 안성기는 한국 최초로 휴스턴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휴스턴국제영화제는 샌프란시스코 영화제, 뉴욕 영화제에 이어 미국에서 세 번째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휴스턴국제영화제 측은 “상실과 아픔, 그리고 죽음 중간에 있는 영혼의 가슴 아픈 공명을 담아냈다”면서 “배우 안성기는 섬세하지만 선명하게, 공감되는 품격 있는 연기로 깊은 감성을 표현해냈다”고 평가했다. 국민배우 안성기부
- 금민수 기자 2020-09-16
-
- 흐뭇한 이야기 몇 가지
- 임철순 언론인ㆍ전 이투데이 주필 세상이 험하고 정의롭지 못할수록 잘못을 질타하며 옳은 걸 부르짖는 글보다 읽어서 기분 좋고 들어서 흐뭇한 이야기가 더 호응을 얻습니다. 한평생 글을 쓰다(50년이 다 돼가니 한평생이지 뭐!) 나이 들고 보니 그런 걸 더 자주 느낍니다. 즐겁고 흐뭇한 이야기를 모아보겠습니다. 먼저 내 이야기부터. 7월 30일 말목회(매달 마지막 목요일에 만나는 모임) 점심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왜 말목회, 이화회, 삼수회, 초월회 그런 거 많잖아요? 장소는 서울 중부경찰서 인근의 한식집이었는데, 찾기가 나빠 택시를
- 임철순 언론인 2020-09-16
-
- 그 돌문은 여전히 그 자리에, 인천 홍예문
- 가을은 하늘에서 먼저 온다더니 며칠 전부터 부쩍 높고 푸르다. 바람도 제법 서늘하고 창밖 숲에 내리는 볕도 달라졌다. 어디든 내달리고 싶은 날씨다. 오후에 잠깐 인천에 다녀왔다. 오래전 살았던 곳이다. 인천을 갈 때는 늘 아는 이들이 살고 있는 이웃 마을 마실가는 듯한 기분이다. 내게 인천은 추억의 장소가 아니라 늘 내 주변에 있었던 것 같은 편안한 이웃 동네다. 이곳에 살았을 때만 해도 나는 한창 젊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질 못하고 '빨빨거리며' 쏘다니던 때였다. 그렇게 인천 구석구석 내 발자국을 남겼다. 그러다 보니 유치원과 초
- 이현숙 시니어기자 2020-09-14
-
- 가을 감성 물씬 풍기는 넷플릭스 멜로영화
- 아침에 눈을 뜨면 덥고 습한 공기 대신 서늘하고 건조한 바람이 잠을 깨우는 계절. 얇고 까슬까슬한 리넨 소재 셔츠가 아닌 포근하고 부드러운 카디건에 손이 가는 계절. 가을이 왔다. 계절의 변화에 맞춰 옷도 한층 두툼하게 챙겨 입었지만, 특유의 스산한 기운에 이유 모를 쓸쓸함과 공허함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인지 가을만 되면 적적한 마음을 달래줄 진한 멜로 영화 한 편이 생각난다.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가을 타는 브라보 독자를 위해 감성 가득한 한국 멜로영화 세 편을 준비했다. 소개하는 작품들은 모두 넷플릭스에
- 이유현 기자 2020-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