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의 잘나가는 시니어 호스트로 소문난 최형식(崔亨植·64), 박만옥(朴萬玉·56) 부부의 집으로 찾아가는 과정은 물음표의 연속이었다. 관광지와 거리가 먼 서울 강북의 전형적인 아파트 밀집지역. 휑한 지하주차장에 내려서도 그 물음은 계속됐다. 인터폰을 통해 잠긴 철문들을 통과하며 외국 관광객들은 여행 기분을 느낄 수 있었을까? 최씨는 “그게 바로 우리가 넘어야 할 불리한 조건이었다”고 설명한다.
“에어비앤비도 일반적인 숙박업과 다를 바 없어요. 지리적 위치가 중요하죠. 우리 집 주변은 관광지도 없고, 경치가 뛰어나지도 않아요. 그래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나름의 노력이 필요했죠.”
이들 부부는 자신들이 가진 경쟁력 중 하나는 ‘아침밥’이라고 했다. 아내 박만옥씨는 다양한 경험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 건설현장을 돌며 현장 소장으로 근무했던 남편 덕분에 다양한 식문화 경험도 했고, 부하 직원들을 초대해 식사대접하는 일도 잦았거든요. 그래서 외국인 입맛도 어렵지 않게 맞출 수 있게 됐죠. 워낙 요리에 관심이 많아 한국에 돌아와서 일식, 양식, 한식 공부도 했어요.”
단지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 집의 원칙은 아침식사를 오전 7시 시작, 최씨 부부도 함께 식사한다.
“음식을 따뜻하게 차려주고, 함께 식사해요. 함께 밥을 먹으면서 여행에 대한 정보도 나누고 소소한 일상에 대해 이야기해요. 마치 가족을 얻은 기분을 느끼죠.”
출가한 자녀의 빈방을 활용하는 대부분의 시니어들과 달리 최씨 부부의 두 아들은 아직 부부와 함께 살고 있다. 방이 모자랄 땐 두 아들이 한 방을 쓰기도 한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사정할 땐 두 아들 모두 친구 집으로 보내 방을 확보한 적도 있다. 물론 가족의 평범한 생활 모습은 ‘객’들에게 그대로 노출된다.
“미국에서 온 노부부는 가족끼리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무척 좋아했어요. 아이들을 자기 자식처럼 대해주기도 하고요. 다른 나라 가족의 생활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은 그들에겐 매우 흥미로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도 불편해하지 않아요. 집으로 찾아온 외국인들과 스스럼없이 친해지기도 하고 함께 놀러 나가기도 해요.”
최씨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선물은 끊임없이 외국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눌 누군가가 찾아와준다는 것이다. 1997년 이란 테헤란 현장에서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노후가 우울해질 수도 있었지만, 많은 외국인 친구들과의 만남을 통해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심리치료 효과까지 얻었다.
“일부에선 에어비앤비 호스트를 시작하면 당장 떼돈을 벌 수 있을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돈이 목적이라면 후회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노후에 보람 있는 일을 찾는다면, 에어비앤비도 좋은 후보 중 하나가 될 겁니다.”
마쓰오 바쇼(松尾芭蕉, 1644~1694)는 ‘하이쿠(俳句)의 시성’으로 유명한 일본의 시인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 17자(5·7·5)로 세상과 인간을 노래하는 하이쿠를 바쇼는 언어유희에서 예술 차원으로 끌어올려 완성했습니다.
그는 삶의 자세에 대해 “자신의 길에서 죽는 것은 사는 것이고, 타인의 길에서 사는 것은 죽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시를 쓰는 일에 대해서는 “하이쿠라는 시는 사계절의 변화를 벗으로 삼는 것이다. 보이는 것 모두 꽃 아닌 것이 없으며 생각하는 것 모두 달 아닌 것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소나무에 대해 배우려면 소나무에게 가고, 대나무에 대해 배우려면 대나무에게 가라는 말도 했습니다.
그가 사는 방법은 ‘한곳에 머물지 않는다’[一所不在]는 방랑이었고, 그리 길지 않았던 삶은 스스로 선택한 개별자 단독자의 고독으로 점철돼 있었습니다. 그가 극단적으로 보여주었듯 인간은 모두 단독자이면서 개별자입니다. 신 앞에서 단독자이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유일하고 독립적인 개별자입니다. 개별자는 구체적이고 실체적인 독립체로, 보편자와는 정반대인 개념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혼자 태어나 죽음 이후를 모르는 채 혼자 죽어갑니다. 그렇기에 인간은 외로움과 두려움을 덜기 위해 남들과 어울리고 공동체를 만들고 부부의 인연을 맺어 함께 살아가는 게 아닐까요? 그 부부로부터 집안이 만들어지고 가족과 자녀가 형성돼 인간세상이 인멸되지 않고 전승돼온 게 아니겠습니까?
남들과의 관계 속에서 일정한 틀과 얼개를 지키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평균적이고 대체적인 모습입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단독자 개별자의 삶을 추구하고, 어떤 사람들은 남들과 맺어온 관계를 스스로 또는 어쩔 수 없이 단절한 채 혼자만의 삶을 이어가고, 어떤 사람들은 상하고 묵은 관계의 지층 위에 새로운 관계를 쌓으면서 살아갑니다.
우리말의 ‘홀’과 ‘홑’은 비슷해 보이면서도 아주 다른 말입니다. 홀의 반대는 짝이고, 홑의 반대는 겹입니다. 홀은 홀가분하다, 홀로서기처럼 여유롭고 당당한 뜻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홀아비 홀어미, 홀알(무정란), 홀앗이(모든 살림살이를 혼자서 맡아 처리하는 처지)처럼 외롭고 쓸쓸한 개념이 먼저입니다. 홀아비 홀어미는 홑힘(남의 도움이 없는 자기 혼자의 힘)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홀아비 홀어미의 반대말은 핫아비 핫어미랍니다. 핫바지 핫저고리처럼 솜을 두어 만든 것이라는 뜻과 함께 배우자를 갖추고 있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결혼에 실패하거나 사별해서 홀아비 홀어미가 된 채 살아가는 사람들, 이른바 싱글이나 돌싱족이 점차 늘어나고 1인가구가 이미 500만 가구를 넘었습니다. 혼자 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관심, 혼자 사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혼자 사는 자유로움과 홀가분함을 누리는 사람들보다는 고통과 고독 속에서 외롭게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혼자 사는 데는 남녀간의 차이가 큽니다. “홀아비는 이가 서 말이고 홀어미는 은이 서 말이다”라는 우리 속담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늙어서 아내 잃은 남편은 어찌 살아가야 할지를 모릅니다. 친구도 없고 새로운 사람을 잘 사귀지도 못합니다. 이와 달리 여자들은 남편이 없어도, 아니 남편이 없으면 더욱더 편하게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늙어서 아내가 없는 홀아비, 늙어서 남편이 없는 과부, 부모가 없는 고아, 늙어서 자식이 없는 사람, 이른바 환과고독(鰥寡孤獨)에 대해서는 일찍이 맹자가 말한 대로 나라와 정치지도자가 특별히 관심과 배려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래서 ‘안으로는 원망하는 여자가 없고 밖으로는 짝 없는 남자가 없는’ 이른바 내무원녀 외무광부(內無怨女 外無曠夫)의 세상을 만드는 것이 제왕과 통치자의 할 일이었습니다. 요즘 말로 하면 인보복지 증대, 사회안전망 구축의 정치이겠지요.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나라가 할 수는 없습니다. 스스로 혼자 사는 삶을 잘 꾸려가도록 각 개인이 노력하고, 지역이나 사회공동체가 서로 돌봐야 합니다. 그 대상은 앞에서 이야기한 환과고독이 제일 먼저일 것입니다.
사람은 왜 함께 살아야 하는 것일까? 성경의 예전 번역을 그대로 옮기면 창세기 2장 18절은 “여호와 하나님이 가라사대 사람의 독처하는 것이 좋지 못하니 내가 그를 위하여 돕는 배필을 지으리라 하시니라”라고 돼 있습니다. 그래서 아담의 짝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독처(獨處)는 독거와 같은 말입니다. 그런데 왜 독처하면 좋지 않은 것일까? 짝 없이 혼자 사는 게 생리적 신체적 생활적으로 힘들기 때문이겠지요. 무슨 일이든 합심협력을 할 사람이 있어 함께 삶을 꾸려가는 것과, 북한 말로 혼자씨름(자기 혼자 마음속으로 이리저리 따지고 재어 보는 일)을 하는 것의 차이는 매우 큽니다.
형영상조(形影相弔) 형영상련(形影相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몸과 그림자가 서로 불쌍히 여긴다는 뜻입니다. 척영(隻影)도 짝이 없는 오직 혼자인 사람을 일컫습니다. 의지할 데 없어 혼자 매우 외로운 사람은 그림자도 외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헨릭 입센은 희곡 에서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인간이란 고독 속에서 홀로 선 인간이다”라고 말했지만. 이런 그럴듯한 문학적 수사와 철학적 사유와 달리 현실은 냉엄하고 각박합니다. “외로움이란/내가 그대에게/그대가 나에게/서로 등을 기대고 울고 있는 것이다.” 시인 이형기(1933~2005)의 ‘그대’라는 시의 마지막 대목입니다.
마쓰오 바쇼로 이야기를 시작했으니 마쓰오 바쇼로 글을 맺겠습니다. 병으로 쓰러진 그가 마지막으로 일어나 앉아서 쓴 하이쿠는 최고의 명편으로 꼽히는 작품입니다. “가을 깊은데 이웃은 무얼 하는 사람일까.”[秋深き隣は何をする人ぞ] 이걸 일본 발음으로 읽어봅니다. 아키후카키 토나리와 나니오스루 히토조. 쓸쓸한 가을의 정서가 입을 거쳐 몸 안으로 들어오는 듯합니다.
가을은 겨울로 가는 계절입니다. 가을이 깊어지는 것은 침잠과 저장 동면의 시기를 준비하라는 뜻입니다. 온기가 그립고 이웃의 관심과 정이 절실해지는 계절이지요. 바쇼는 생이 이우는 마지막 가을에 이렇게 이웃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면서 시인으로서의 자신을 완성하고 떠났습니다.
이웃이라는 말은 어떻게 해서 만들어진 것일까? 아무도 그렇게 주장한 바 없지만 이웃의 ‘이’에는 이승이라는 말처럼 지금 여기, 이곳이라는 뜻이 있는 것이라고 우겨보고 싶습니다. 그러면 그 반대인 저웃도 있나? 그런 말은 있지 않습니다. 이웃이라는 글자 ‘隣(린)’은 가엾게 여긴다는 ‘憐(련)’과 사촌간입니다. 혼자 사는 삶과 이웃을 생각하게 하는 계절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길이 많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의 해묵은 손때’를 떠나보내려 합니다.
>> 임철순(任喆淳) 이투데이 이사 겸 주필
고려대 독문과,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졸. 한국일보 편집국장 주필, 이사대우 논설고문 역임. 현재 자유칼럼그룹 공동대표, 한국언론문화포럼 회장, 시니어희망공동체 이사장.
부동산은 시니어들에게 늘 골칫거리다. 자녀들이 출가하고 나면 둘만 덩그러니 살기에는 너무 큰 집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평생을 피땀 흘려 마련한 재산인데 주택연금으로 은행에 넘겨주자니 아이들에게 죄 짓는 기분이 억누른다. 방을 세놔도 되지만, 낯선 사람과 한집에서 산다는 것이 영 부담스럽다. 이런 고민을 갖는 시니어들에게 최근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빈방을 활용해 바로 관광객들에게 방을 빌려주는 숙박공유서비스다.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숙박공유는 최근 각광받고 있는 공유경제 중 가장 대표적인 서비스로 꼽힌다. 말 그대로 집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돈을 받는 숙박업의 일종이지만, 내 집을 내어준다는 점에서 일반 숙박업과는 조금 다르다. 최근의 숙박공유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기반이 됐다. 집주인과 고객이 스마트폰을 통해 정보나 의견을 나누고 결재까지 그 안에서 이뤄진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손님이 돌아간 뒤에는 후기나 안부를 주고받기도 한다.
국내법 테두리 안에서는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법으로 분류된다. 집을 빌려주는 대상이 외국인이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이다. 물론 농어촌 지역의 민박사업이나 펜션 등과 같이 숙박업으로 지정된 숙소들은 내국인 고객 유치에 문제가 없으며 숙박공유 참여가 가능하다. 정부는 규제프리존 특별법으로 올 하반기부터 부산·강원·제주를 시작으로 도시민박업의 내국인 대상의 영업허가를 추진했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런 숙박공유에 참여할 수 있는 기관이나 기업은 많지만, 에어비앤비(Airbnb)라는 기업을 빼놓고 숙박공유를 말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게 됐다. 에어비앤비는 2007년 설립된 미국 기업으로, 급성장을 거듭해 190개 이상의 국가에서 150만개의 숙소를 운영하고 있는 거대 숙박공유 플랫폼이다. 국내에서도 이제는 업계 표준으로 인정받아 각종 교육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시니어 대상 숙박공유 설명회 늘어
숙박공유서비스가 시니어들의 ‘제2직업’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하다. 시니어들의 요구와 딱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활동하는 50세 이상의 시니어 호스트 숫자는 1500명에 육박한다. 에어비앤비코리아의 전현준 팀장은 이러한 현상은 한국만의 모습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해외도 마찬가지입니다. 에어비앤비의 호스트 중에 시니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부동산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이기 때문이죠. 남는 방을 활용하면서 고정 수입을 얻을 수 있으니 시니어들에겐 딱 맞는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국내도 비슷한 모습을 보이지만 해외 시니어 호스트들 역시 경제적 여유가 있는 중산층들이 많이 참여합니다. 이들은 집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얻는 인적 교류에 관심이 많아요.”
최근 국내에서는 시니어들 대상의 숙박공유 설명회가 속속 열리고 있다. 서울시 송파구는 지난 6월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 창업설명회를 개최했다. 해운대 여성인력개발센터도 지난해부터 도시민박 일자리 창출 사업을 진행 중인데, 참여자들의 상당수가 시니어들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도 시니어를 위한 숙박공유 교육에 뛰어들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지난 5월 에어비앤비코리아와 업무 협약을 맺고, 지난 8월 첫 번째 ‘시니어 호스팅’ 교육을 진행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이광렬 대리는 참석자들의 반응이 좋아 전국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호스트 중에 60세 이상이 세계적으로 10%나 된다고 알려졌습니다. 숙박공유에서 시니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는 의미죠. 지난 8월 시범사업으로 교육을 실시했는데, 만족도가 높아 내년에는 전국적으로 교육을 확대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다만 시니어들이 이메일 정도는 주고받을 수 있는 기본적인 IT 상식은 있어야 하고, 도시민박업, 사업자등록 등 행정적 절차가 뒤따른다는 점이 넘어야 할 숙제입니다.”
행정적 절차 걸림돌 되기도
에어비앤비에서 숙박공유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은 간단하다. PC나 모바일 기기를 통해 호스트 등록을 하고 손님을 받으면 된다. 자신과 집, 동네에 대한 소개와 사진을 게재하고 본인 인증을 받으면 호스트 등록이 된다. 이때 숙박비와 입금 방법 등을 설정해야 한다. 물론 영업 대상이 외국인이기 때문에 집 소개와 관광객과의 대화는 영어 등 외국어로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에어비앤비코리아의 전현준 팀장은 “처음에 몇 번 손님을 상대하다 보면 연세가 있는 호스트들도 어렵지 않게 적응합니다. 외국인과 대화가 어려우신 분들은 자녀들의 힘을 빌리면 어렵지 않게 해결하실 수 있습니다. 자녀들과 이런 일종의 동업을 하다 보니 유대관계가 더 좋아졌다고 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아요”라고 설명했다.
숙박공유서비스에 뛰어드는 호스트들에게 가장 큰 난관 중 하나는 도시민박업이다. 아직 대중적으로 활성화되지 않은 사업 분야이다 보니 각 지자체마다 조례나 운영 방식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만 하더라도 송파구같이 지자체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강남구나 서초구의 경우에는 허가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일부 지자체에선 아파트에서 도시민박업을 할 경우 동 전체 주민에게 동의서를 요구하는 등의 무리한 조건을 내걸기도 한다. 주변 주민과 경쟁 관계인 숙박업소 등의 민원이 골치 아픈 게 그 이유다. 서울 지역의 한 호스트는 “숙박공유서비스를 활용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일부 관광객들의 무례한 모습이 주민들과 마찰을 빚어 민원이 증가했고, 이런 민원 증가는 지자체가 도시민박업 허가를 까다롭게 하는 데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수익만 좇다간 스트레스만
그렇다면 수입은 얼마나 될까? 당연히 집에 따라, 위치에 따라, 내부 장식이나 부가서비스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가격은 호스트가 정하는 것이니까 정하기 나름이지만, 주변 경쟁 호스트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싸면 손님이 찾을 리 만무하다. 만약 시세(?)가 궁금하다면 에어비앤비 웹사이트에서 비슷한 지역과 형태의 숙소를 바탕으로 한 예상 금액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울시 양천구 목동에서 개인실 하나로 고객 한 명을 대상으로 영업한다면 예상 주간 수입은 12만9029원이라고 에어비앤비는 설명한다.
현직 호스트들은 수익만을 목적으로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가는 제풀에 지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숙박공유가 수익이 나는 사업인 것은 분명하지만, 경제적 소득 이외의 보람을 찾아야 즐겁게 운영을 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내 집을 고스란히 남에게 보여주고, 내어주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일이 아니라 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열린 마음으로 고객들을 맞을 수 있는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천재화가 이중섭의 삶을 조명한 연극 지난 9월 10일부터 25일까지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공연됐다. 이번 공연은 이중섭 탄생 100주년과 연희단거리패 30주년 기념, 올봄 세상을 떠난 의 극작가 김의경을 추모하는 무대였다. 김갑수(1991년), 지현준(2014년)에 이어 연희단거리패의 새로운 간판 남자배우로 자리 잡은 윤정섭이 이중섭 역을 맡았다. 윤정섭은 말 그대로 ‘무대 위에 이중섭을 올려놓았다’는 평을 들으며 매 공연을 흥분과 슬픔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의 동년기자단은 공연 첫날 공연을 관람하고 관극 소감을 나눴다. 비전문가 시니어의 입장에서 공연에 관해 순수하게 나눈 대화 내용임을 밝힌다. 편집자 주
동년기자단 김종억, 백외섭, 최원국, 전용욱, 장영희
이중섭의 생애와 화가로서의 활동에 드리운 한국 현대사의 비극, 가난, 이데올로기 문제가 교직된다. 고향 원산에서 조선의 황소를 민족 혼으로 여기며 소나 한국의 자연을 그리던 중섭은 스승의 권유로 동경 유학을 떠난다. 그는 일본 미술계에서 두각을 나타내지만 조국에 대한 그리움으로 고향으로 돌아온다. 연인 마사코가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찾아와 결혼식을 올린다. 6·25전쟁이 발발하고 형이 공산당에 끌려가 처형당하자 어머니와 헤어져 가족들을 데리고 월남한다. 궁핍한 생활에도 불구하고 예술정신을 고집하는 중섭 때문에 가족은 극심한 생활고를 겪게 되고, 마사코는 애들을 데리고 일본으로 돌아간다. 중섭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억누르며 그림에 몰두하지만 가난에 시달리고,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다가 죽음을 맞는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
장영희 연극 시작할 때 화가 이중섭이 언제 태어났고, 어떤 일이 있을 겪고 살아왔다는 것을 극 초반에 보여주는 장면이 멋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중섭 일대기를 표현하게 위해 사용된 소품과 음악 등이 감동이었습니다. 이윤택 연출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연극 곳곳에서 느꼈어요. 아주 작은 것들도 이렇게 세심하게 볼 수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김종억 맨 처음에 연극 제목인 과 연극 내용이 서로 맞지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연출이 관객과의 대화에서 말했을 때 이중섭 화가의 그림을 보고 제목을 정했다고 해서 고민해 봤는데 저는 그 제목의 의미를 마지막 장면에서 찾았습니다. ‘길을 떠나는 것’은 이중섭의 죽은 영혼이 먼저 간 첫째 아들의 손을 잡고 먼 길을 떠난다. 그래서 길 떠나는 가족이구나라고 이해했습니다.
전용욱 저는 이 연극을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이중섭의 가족이 다 나타났다가 일제강점기 유학생활로 한국을 떠나는가 싶더니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태어나 살아왔던 원산을 어머니를 제외한 가족 구성원이 모두 떠나가잖아요? 이중섭 삶 자체를 가족이 흩어지고 모이는 상황을 하이라이트로 묶은 것 같습니다. 가족이 헤어지는 과정에 포커스를 맞추고 아이를 만나서 이승을 떠나 가족들한테 떠나는 과정 아닐까요?
김종억 그렇게만 설명을 하신다면 일반 평범한 사람이 다 그렇게 사는 것이지요. 특별히 이중섭이라는 화가의 삶에 집중을 하고 조명을 했다는 것은 그렇게 현실적으로 길을 떠나는 것에만 조명한 것만이 아닙니다. 그 작가의 일대기를 통해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수많은 고뇌를 하고 또 그 속에서 화가로서 살아온 이중섭을 표현했다고 봅니다. 그냥 길만 떠나는 건만 생각했다면 일반이랑 똑같은 거잖아요.
장영희 저는 정말 기가 막히게 잘 맞는 제목이라고 생각했어요. 이중섭이 원산에서 어머니를 떠나오고, 부인인 남덕이 일본으로 가버리면서 상당한 외로움을 느끼죠. 그러면서 자기의 성기에 소금도 바르고 안타까운 장면들이 나왔잖아요. 마지막에 하늘로 가는 장면에서는 아들과 함께 가요. 어머니, 남덕이, 아들들과의 이별로 인해 굉장한 상처를 받았구나. 그 의미에서 길 떠나는 가족이라고 생각했어요. 너무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그리고 연극을 보기 위해 기다리는데 정말 가슴이 설렜어요. 이중섭이라는 영혼을 만나는 시간을 기다리는 거였잖아요. 그래서 아주 기분이 묘했습니다. 두 시간 기다리는 동안 지루하지도 않고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연극을 기다렸습니다.
전용욱 이중섭 보다 더 많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도 있어요. 그 사람이 시대의 아픔을 간직해왔기 때문에 인지도도 높고 그 사람을 택했기 때문에 극화해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던 거라고 봅니다. 사실 나이 들어보니까 젊은 시절을 살아봐서 그런 건지 저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장영희 첫째는 이중섭이 화가로 살면서 돈이 없었죠. 일본에 갔더니 장모는 자기 딸만 지키겠다고 해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잖아요. 이중섭 평전을 읽은 뒤 연극으로 봐서 그런지 실제 이중섭에게 있었던 일들을 이해하면서 볼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에서 이윤택 연출가가 큰 아들을 목각인형으로 만들어서 표현한 마지막 장면이 최고의 명장면이었다고 생각해요. 연극이라는 특유의 매체를 통해서 우리한테 들려주고자 했던 것을 확실히 보여준 것 같아요.
김종억 누구나 결국에는 가야하는 곳이잖아요. 이중섭이 자기 부인을 사랑해서 일본으로 가고 싶어 했지만 결국은 “나는 여기 고향, 흙이 땅이 있어야 자기 작품을 할 수 있다”고 하면서 막상 못가는 모습을 보여줬잖아요. 고향, 땅, 어머니 이런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정서를 예술가는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지 않을까. 나도 수필을 쓰는데 결국은 글의 밑바탕에는 어린 시절 고향이 깔릴 수밖에 없더라고요. 어린 시절 시골집이 지금의 인천 공항이 있는 곳이에요. 지금 내 마음 속에서만 자리하고 있어요. 언젠가 제가 미술을 배우면 상상 속에 있는 내 어릴 적에 집을 좀 그려보고 싶어요.
전용욱 유년기 땅, 우리 동네에 대한 기억이 얼마나 소중하고 오래가는지 알 수 있는 거죠. 이중섭의 땅도 그렇게 밖에 나올 수밖에 없었던 거 같아요.
최원국 저는 연극이 예술가로서 이중섭에 대한 이야기를 조명하는지 알았는데 예술가라면 어떻게 하면 예술가로서 성공했다 이런 것을 보여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인간 이중섭만을 다뤘더라고요. 예술가로서 성장하는 모습이 잘 나타나지 않을 거 같다고 느꼈습니다. 일본에서 딴 화가의 그림을 모방했다고 했을 때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았을텐데 생각했습니다.
백외섭 연출가 설명 중에 미술은 연극에서 표현을 할 수 없으니까 7분 동안 그린 것이고 무대를 하나의 그림처럼 표현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솔직히 연극을 많이 접해보지 않아서 그런지 사실 적응을 잘 못하겠더라고요. 이중섭에 대해서는 알고 있고 좀 재미있는 장면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연극에 익숙하지 않은 저 같은 사람을 위해 눈이 번쩍 뜨이는 무대가 좀 더 있었으면 했습니다. 연극을 좀 더 많이 보면 이해할까요?
장영희 저는 이 작품에서 핵심만 얘기했다고 생각해요. 연극에서 잘 표현했고 전달했어요. 그 사람의 고뇌, 사상, 왜 제목을 길 떠나는 가족이라고 지었어야 했는지 많이 공감했습니다. 이중섭의 생애에 대한 정보를 조금 알고 본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봅니다.
김종억 인간적인 고뇌가 결국 어떻게 녹아서 좋은 그림을 그리게 됐다라고 이해하는 것이 같습니다. 예를 들어서 천상병 시인도 말입니다. 그 분 또한 남겨진 작품으로 유명하지만 삶을 조명해보면 술을 한시도 입에서 떼지 않으시고 사시다 생을 마감했잖아요. 하지만 예술가로서 족적 남길만한 시를 남겼잖아요. 그런 삶의 과정 속에서 글을 남길 수 있다. 예술가의 현재성이 말할 수 있죠. 맥락에서 보면 이중섭도 정말 평탄한 집안에서 잘 만나서 공부를 시작했지만 가세가 기울고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는 등 힘든 과정을 겪으면서 좋은 작품으로 승화됐다고 유추 해석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용욱 순탄한 삶을 살아서 좋은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예술가가 드물잖아요. 이중섭도 기복이 크고 힘든 삶을 살았던 거죠. 그랬기 때문에 시대에 남는 강렬한 작품이 나오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말 온라인 서점 예스24는 2015년 독자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 온라인 서점을 이용해 책을 구매한 50대 이상은 전체 독자 중 8.4%에 불과했다. 60대 이상은 1.1%였다. 그나마 60대 이상은 2014년과 같은 비율이었지만, 50대는 2014년에 비해 되레 0.3% 포인트 줄었다. 수입이 없다고 볼 수 있는 10대가 3%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부끄러울 정도다. 이렇게 시니어와 친숙하지 않지만, 온라인 서점은 분명한 장점이 있다. 잘만 꿰어 보면 보배가 될 만한 구슬이 가득하다.
글·사진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제프 베조스가 1994년 시애틀에 설립한 세계 최초의 온라인 서점 아마존(Amazon.com)이 처음 세상에 선을 보였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웃었다. 한두 페이지 정도 손으로 들춰보지 않고 누가 책을 살까 하는 의문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신간을 접하는 방법은 직접 서점에 가 목차부터 읽어 보는 것이었으니까. 지금은 어떨까? 아마존의 2015년 매출은 약119조원이었다. 얼마 전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추가경정예산이 11조원이었으니 이 회사의 규모가 짐작이 된다. 이렇게 아마존이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온라인 서점이 장점을 갖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 준다.
우리나라의 온라인 서점은 크게 3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교보문고나 영풍문고와 같은 기존의 오프라인 서점을 기반으로 한 형태와 예스24, 알라딘, 리디북스와 같은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서점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인터파크나 11번가 등 온라인 쇼핑몰도 도서 유통에 뛰어들었다.
시중 대형서점 규모 점점 줄고 온라인화
최근 서점가 경향을 살펴보면 교보문고,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의 변신이 눈에 띈다. 최근 오프라인 서점들은 온라인 서점과의 결합을 통해 ‘다이어트’에 열중하고 있다. 교보문고의 ‘바로드림센터’가 대표적. 매장을 기존 서점의 절반 수준인 1653㎡(500평)대 이하의 규모로 줄이는 대신, 전국에 매장을 늘려 접근성을 높인다는 것이 이들의 전략이다. 온라인 서점에서 주문한 책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하고, 도서관이나 카페 같은 분위기로 마음껏 책을 볼 수 있게 한 것도 특징이다.
오프라인 서점들이 이런 변신을 꾀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고정비용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
가격 할인, 당일 배송, 포인트 등 쏠쏠
온라인 서점의 가장 큰 장점은 절판되지 않은 이상 찾지 못하는 책이 없다는 데 있다. 만약 절판된 책이라 하더라도, 일부 온라인 서점에서는 중고 서점까지 운영하고 있어 대안을 제시해 준다.
저렴한 가격도 장점 중 하나다. 2014년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서 모든 책의 할인율은 10%로 제한되어 있지만, 거의 모든 책을 10%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는 것은 오프라인 서점에 비해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빠른 배송은 며칠이나 기다려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여준다. 일부 온라인 서점의 경우 오전에 주문하면, 산간벽지가 아닌 이상 오후에 받을 수 있는 당일 배송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직접 수령이 어려워 누군가가 대신 받아 주길 원하는 고객을 위해 편의점 배송서비스를 운영하는 곳도 있다.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GS25나 CU와 같은 편의점에서 책을 받아 볼 수 있다. 과거에 비해 배송료 부담도 줄었다. 몇몇 온라인 서점은 1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 대해 무료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핀테크 기술 확대로 이용 더 편리
사실 시니어들의 온라인 서점 이용에 가장 큰 진입 장벽으로 지목되는 것은 바로 책값을 지불하는 방법이다. 시니어들은 PC사용이나 전자결제 자체를 어려워하기 때문에 온라인 서점을 활용하고 싶어도 구경만 했지, 직접 구매까지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핀테크(‘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이 결합한 서비스) 기술의 급속한 도입이 이뤄지면서 이런 장벽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삼성페이나 네이버페이, 페이코, SSG페이와 같은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이런 서비스들은 신용카드를 한 번만 등록해 놓으면 간단하게 결제가 이뤄지기 때문에 복잡한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다. PC보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모바일 기반은 훨씬 간단하다. 지문인식 스마트폰을 사용 중이고, 삼성페이로 결제하는 것을 예로 든다면, 온라인 서점 사이트에서 책 한 권을 구매하는 데 드는 품은 지문인식 2번, 터치 2번 정도다. 일일이 결제정보를 입력할 필요가 없다.
이런 핀테크 기술들은 처음 등록은 어렵지만, 한 번 등록해 놓으면 이용이 쉽고, 보안수준도 꽤 높다. 주변의 자녀나 손주들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한번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서점이 훨씬 가까워질 것이다.
1930년대에 명문장가로 이름 높던 이태준(李泰俊·1904~?)의 산문 중에 ‘책과 冊’이 있습니다. “冊만은 ‘책’보다 ‘冊’으로 쓰고 싶다”로 시작되는 글입니다. 책보다 冊이 더 아름답고 冊답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 글에서 읽고 보고 어루만지는 사물이며 존재인 冊은 인공으로 된 모든 문화물 가운데 꽃이요 천사요 제왕이라고 말했습니다.
고대에는 대나무를 잘라 다듬어 글씨를 썼습니다. 불로 쪼여 수분을 빼고 푸른색을 없앤 대나무에 글씨를 쓴 다음 끈으로 꿰어 차례를 맞춘 것이 冊입니다. 하나씩 알맞게 묶음을 만드는 작업을 編(편), 그 묶음의 구분을 篇(편), 이를 말아서[捲] 보관하는 것을 卷(권)이라 했습니다. 책보다 冊이 좋다는 말은 책을 만드는 과정의 정성과, 책의 소중함을 잊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일 것입니다.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인간과 책의 관계. 책의 효용성과 가치를 일깨워주는 명언입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고도 하지만, ‘이’가 ‘은’보다 말의 취지를 더 잘 반영하는 것 같습니다.
“책 속에 길이 있다”거나 “책을 펼치면 이롭다”[開卷有益] “남자는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男兒須讀五車書] 등 독서를 권장하고 책을 소중히 여기라는 금언 격언은 수없이 많습니다. 독서를 통한 보상과 출세에 관한 말도 참 많습니다.
그렇게 소중한 책에 대해 중국인들은 ‘세 가지 바보’[三痴]라는 말을 만들어냈습니다. “책을 빌려달라는 것도 바보, 빌려주는 것도 바보, 빌린 책을 되돌려주는 것도 바보”라는 거지요. 고대 중국에서는 책을 빌리거나 되돌려줄 때 ‘쌍치’라는 가죽자루에 술을 담아 선물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빌릴 때 한 번, 돌려줄 때 한 번, 그래서 ‘쌍’입니다. ‘세 바보’라는 말을 생각하면 책을 돌려받은 사람이 오히려 고맙다고 술을 주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유대인들의 격언에는 “돈은 빌려주지 않아도 되지만 책은 빌려준다”는 말이 있습니다. 책을 빌려주면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몰라서 하는 말은 아닐 것입니다. 개인간의 문제보다는 지식의 공유, 사회 전체 공공의 이익을 더 중시해서 그런 거겠지요.
그러나 이렇게 소중한 책을 언제까지나 소유 보유할 수 없는 게 고민입니다. 개인이든 기관이든 더 이상 책을 둘 공간이 없는데 ‘이 책 다 어찌하나’ 하는 것이지요. 토머스 제퍼슨은 “책 없이는 살 수 없다”고 했습니다. “방에 책이 없는 것은 몸에 영혼이 없는 것”이라고 했던 키케로는 “가진 걸 다 버려야 살 수 있다면 차라리 책더미 속에서 죽겠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제퍼슨이나 키케로인들 책을 전혀 버리지 않고 살 수 있었겠습니까?
버린다는 말은 아예 재활용되지 않게 쓰레기로 만든다는 뜻도 있지만 남에게 주는 것도 버리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목적을 위해 기꺼이 돈이나 물건을 내놓는다는 희사(喜捨)라는 말에 버린다는 ‘捨’가 들어 있습니다. 捨는 舍라는 글자와 통용되고 서로 넘나드는데, 舍는 집이라는 뜻이 가장 먼저이므로 무엇을 버리는 것은 집에서 내보낸다는 의미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사람은 일생을 사는 동안에 많은 책을 읽게 됩니다. 삶의 단계마다 읽어야 할 책이 있고, 해야 할 공부가 있습니다. 그 말은 단계별로 정리하고 익힌 다음 버려야 할 책이 있고, 졸업해야 할 공부가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초등학교 교과서나 그때 읽은 동화 만화는 추억의 자료이긴 하지만 책으로서의 역할은 끝났습니다. 버려야 합니다. 그런 걸 용케 잘 보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일반적인 경우는 아닙니다. 학교교육이나 학령에 관계된 책은 그렇다 치고 다른 책들은 어떻게 해야 되나? 10대 시절에 만난 책이지만 지금 읽어도 새롭고 그때의 그 책이 새로운 말을 들려주는데, 손때가 묻은 소중한 재산인데, 갈수록 새 책은 늘어나고 헌 책은 둘 곳이 없고... 그래서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고민이 커지게 됩니다.
평생 책을 읽으며 책 속에서 살아온 교수들은 정년 무렵이 되면 책 때문에 큰 고민을 하게 됩니다. 아무나 가져가라고 연구실 밖에 내놓아도 글자가 작고 세로짜기로 된 책은 인기가 없습니다. 낡은 책을 탐내는 학생들은 없습니다. 자식에게 물려주면 환영받지 못합니다. 공공기관에 기증하려고 전화를 하면 귀찮아하거나 차로 실어다 달라고 해 그것도 어렵습니다. 마지못해 받아준 곳도 나중에 가보니 책을 어떻게 처분했는지, 근으로 달아 폐지로 팔았는지 알 수 없더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의 작가 박경리의 유고시집 제목은 입니다. 그러나 버리는 일은 그리 홀가분하고 즐거운 일이 아닙니다. 사람마다 나름대로 원칙을 세워 정리하는 일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내용을 간략하게 디지털 공간에 저장하고 책을 버린다는 사람도 있고, 표지만 사진으로 찍어 보관한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안 하느니만 못하지 않겠지만 앞서 말한 이태준 식 사고로는 책이라는 사물을 그렇게 보존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은 책을 버리는 걸 ‘다시 채우기 위한 버리기’라고 말합니다. 낡은 책을 버리고 새 책을 들이기 위해 공간을 마련하는 작업이라는 거지요. 하지만 그것은 젊은 독서인들의 이야기이지 이제는 쌓고 더하기보다 덜어내고 헐어내야 하는 시니어들의 책 정리와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아래와 같은 네 가지 기준으로 책을 정리한다고 합니다. 공감이 가는 내용입니다. 1)내용이 좋은가 2)시대를 뛰어넘는가 3)다시 읽을 것인가 4)표지만 보고 있어도 좋은가, 이런 것입니다. 이 중 시대를 뛰어넘느냐의 문제는 그때도 옳았고 지금도 옳은 내용인가, 앞으로는 어떨까를 따져본다는 뜻입니다.
그는 이 네 가지를 세상살이와 결부시키고 있습니다. 나는 남에게 1)좋은 사람인가 2)시기와 상황에 따라 가치가 달라질 사람인가 아닌가 3)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인가 4)직접 대화하지 않고 카톡이나 전화번호부의 이름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인가를 생각하며 산다는 것이지요. 나는 바로 책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선택 대상이라는 점을 책 버리는 일을 계기로 생각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제일 골치 아픈 게 역시 책입니다. 진정한 장서가들과 비교하면 턱도 없이 적지만, 그래도 이사할 때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책의 분량과 무게입니다. 그래서 앞에 인용한 사람처럼 책마다 네 가지 기준을 들이대며 한창 일부러 꼬나보고 있는 중입니다.
책을 버리는 사람도 책을 빌려주거나 돌려주는 사람처럼 바보일까요? 버릴 책을 고르는 일은 삶과 숨을 가다듬는 ‘생각 고르기’와 마찬가지라고 믿고 싶습니다. 책 속에도 길이 있지만 책 밖에도 길이 많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의 해묵은 손때’를 떠나보내려 합니다.
>> 임철순(任喆淳) 이투데이 이사 겸 주필
고려대 독문과,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졸. 한국일보 편집국장 주필, 이사대우 논설고문 역임. 현재 자유칼럼그룹 공동대표, 한국언론문화포럼 회장, 시니어희망공동체 이사장.
사진은 대중화하였다.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시니어도 예외가 아니다. 사진은 예술적 작품보다 영상언어로 활용된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을 원하는 모습으로 손쉽게 조정, 편집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손가락 하나로 찍은 사진을 다양하게 편집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있다. 그 사용방법이 어렵지 않아 쉽게 따라 할 수 있다.
원하는 크기로 자르고 밝기나 대비, 채도 등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 사진에 들어 있는 잡티도 손가락 끝으로 만지면 없어진다. 색감도 쉽사리 변경할 수 있다. 선명도도 손가락을 화면에 터치하여 좌우로 움직이면 바뀐다. 주요 피사체를 중심에 두고 주변을 흐리게 할 수 있다. 사진 전문용어로 아웃포커싱이다. 또한, 사진 가장자리 부분을 어둡게 하거나 밝게도 가능하다. 손가락 하나로 화면을 터치함으로써 말이다. 컴퓨터에서 포토샵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긴 시간을 들여 할 수 있는 포토샵을 순식간에 마칠 수 있다. 참 편한 세상이다. 사진과 관련한 애플리케이션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는 사진작가다. “RAW”라는 화질로 사진을 찍는다. 이 화질로 찍은 사진은 반드시 별도의 포토샵 프로그램에서 다시 작업하여야 한다. 그렇기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러한 작업을 손가락 하나로 손쉽게 그리고 순식간에 마칠 수 있으니 얼마나 편한 세상인가?
“스냅시드(Snapseed)”라는 애플리케이션이다.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플레이스토어에서 검색하여 내려받을 수 있다. 용량도 크지 않다. 사진 작업방법은 정말 간단하다. 이 애플리케이션을 열어 불러온 사진 위에 하고자 하는 편집 기능을 선택하여 화면 위에 손가락을 대고 좌우 또는 위아래로 움직이면 실시간으로 사진의 모습이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 작업 정도를 화면을 보면서 할 수 있다. 작업 편리를 위하여 띄워 놓은 사진을 크게 벌릴 수도 있다. 세밀한 작업을 위해서는 엄지와 검지를 화면에 대고 안에서 바깥쪽으로 움직여주면 사진이 커진다.
주요 기능을 살펴보면 정말 다양하다. 기본보정, 선명도, 자르기, 회전, 왜곡, 화이트밸런스, 브러시, 부분 보정, 잡티제거, 비네트, 텍스트, 아웃포커스, 화사한 그로우, 색조대비, HDR스케이프, 드라마, 그런지, 거친 필름, 빈티지, 흑백, 프레임, 얼굴 등이다. 물론 사진을 보정하는 많은 애플리케이션이 있다. 이들 중에서 스냅시드는 정말 그 기능이 놀랍다. 더 놀라운 것은 사진 작업을 마치고 저장하면 원본은 별도 지시가 없어도 그대로 보전되고 “스냅시드”라는 별도의 폴더가 생성되어 변경한 사진이 보관된다. 일반 포토샵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사용하고 있는 사진작가의 눈으로 보았을 때 사진을 수없이 찍고 소셜 미디어를 통하여 영상언어로 사용하는 우리에게 활용도가 높은 애플리케이션 중에 하나로 여겨진다. 잘못 이해하면 어느 특정 애플리케이션을 홍보하는 것으로 여길 수도 있겠으나 전혀 관계가 없음을 밝혀둔다. 오로지 사용하다 보니 너무 편리하고 그 기능이 좋아서이다. 다시 말해 필자 혼자 알고 있기에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좋은 정보는 공유함이 바람직하다. 다양한 미디어를 이용하여 수많은 정보들이 오고 간다. 같은 정보를 생각 없이 퍼다 나르는 귀찮은 공유시도도 많지만, 꼭 필요한 정보의 공유는 서로를 유익하게 하지 싶다. 예의 애플리케이션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많이 찍고 활용하는 시니어에게 도움이 되지 싶다.
서울 50+재단이 초청장을 보내주어 지난 금요일 주한미국 용산별관에서 개최되는 [앙코르 50+ 포럼]에 참가하여 주거공유에 관한 유익한 정보를 공유하고 많은 얘기도 들을수 있었다.
포럼의 발표자는 New York Foundation for Senior Citizen(뉴욕시니어재단) CEO 린다 호프만이었고 1968년 설립된 이 재단은 뉴욕시 5자치구의 시니어들이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고
생산적이고 품위있는 삶을 지원할수 있는 35개 이상의 사회서비스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그중 오늘은 시니어와 비시니어의 특별한 공유주택 시스템에 대해서 논의를 하였다.
주요 업무내용은 자체 매칭 솔루션인 Quick-Match를 통해 가격과 니즈. 조건을 만족시키는
호스트와 게스트를 연결 시키고 주요사항은 사회복지사까지 관여한다고 한다. 공공기관의 펀딩문제, 재정적 상호이익을 위한 디자인, 홍보문제등이 폭넓게 논의 되었다.
우리나라에도 주택을 공유하는 시대가 왔다.
문자대로 많은 것이 합리적으로 공유되어야만 가성비높은 주택의 역할로 이어질 것 같다.
이 조건을 위해서는 세대간 니즈에 대한 보다 통계적이고 과학적인 라이프디자인에 대한 연구를 위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보았다.
10여년전 실내 디자인 대학원에 다닐 때 지도교수가 필자에게 제안했던 실버주거에 대한 연구가 필자의 머릿속에서는 지금에서야 활성화되는 모습을 보면 역시 대학교수의 미래 안목은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필자 집 작은방은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나의 아지트이다.
필자는 결혼 후 시댁에서 살다가 아이가 4세 되던 해 분가했다. 서울 장충동 시댁이 저택 같은 큰 집이었지만 독립해서 남편과 아들과 셋이서만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서울 변두리 방 2개짜리 작은 아파트에 망설임 없이 너무나 행복한 마음으로 이사했었다.
시어른 참견 없이 필자가 주체가 되어 가정을 꾸린다는 것에 매우 설레고 기대감에 찼으며 비로소 자기 살림을 하는 어른이 된 것 같아 대견한 마음이 들었던 기억이 생생하게 난다.
실은 친정 가까이 오느라 이 아파트를 선택했지만 이사해 보니 주위에 우리 아들 또래의 좋은 친구도 여럿이고 무엇보다도 북한산 국립공원 밑이라 공기 좋고 환경이 좋아 대만족이었다.
아이가 크면 넓은 집으로 옮길 생각을 하고 살았는데 뜻하지 않게 남편이 보증을 서서 재산을 몽땅 잃는 사건이 있었으므로 그래서 넓은 곳으로 이사하려는 계획은 사라져버렸다. 없어진 재산이 아깝긴 했지만 지금 사는 집에 불만이 없어서 그런대로 지냈다.
방 2개의 작은 아파트긴 해도 거실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푸른 자연은 집이 작다는 생각을 잊게 해 주기에 충분했으니 아마도 필자는 욕심이 없는 사람임에 분명한 것 같다.
◇내 방이 생겼다-
큰방은 부부가 썼고 작은 방은 아들 방으로 꾸몄다. 그 작은 방에서 무난하게 잘 자란 아들이 5년 전 결혼해 나가서 방이 비었다. 미술을 전공했던 아들은 책과 미술도구 이젤과 아그리파까지 다 두고 떠났다. 물론 쓰던 컴퓨터도 그대로 남았다.
그때부터 필자의 시니어 글쓰기 생활이 시작되었다. 아들 바라기였던 엄마가 걱정되었든지 아들은 심심할 때 하라며 컴퓨터 사용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컴맹이었지만 임자 없는 컴퓨터를 자꾸만 만지다 보니 어느 정도 손에 익숙해지기 시작한 인터넷 세상은 참으로 무궁무진하고 즐거운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었다.
그저 살림하고 아이 키우기만 하던 필자에게 인터넷 메일로 정보가 쏟아져 들어왔다. 시니어라는 단어도 그때 알게 되었고 어느 시니어 포털 사이트에서 초대한 대로 찾아가서 필자는 글 쓰는 사람이 되었다. 글을 써서 송고한 후 채택되면 원고료를 받으니 돈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쓴 글의 대가를 받는다는 게 너무나 신기하고 자랑스러웠다.
글쓰기는 그리 어렵진 않았다. 누구라도 중고등학교 시절에 문학소년 문학소녀의 꿈을 가져보지 않은 사람 없을 것이다. 고교 시절 백일장에서 입상해서 제법 상을 탔으므로 필자도 문학의 꿈을 가졌었는데 대학생이 되면서 재미있는 다른 일이 많았기에 문학소녀의 꿈은 멀리멀리 사라져 버렸으니 우습다.
아들이 떠난 작은 방에서 글쓰기를 열심히 하고 자서전도 한 권 출간하게 되어 남편과 아들, 며느리가 무척 좋아했다. 글 쓰는 엄마가 자랑스럽다고 말해주니 기분 좋고 힘이 났다.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쓸 때면 남편도 방해하지 않았고 그래서 아들이 쓰던 이 작은 방은 누구도 넘보지 않는 나만의 공간이 되었다.
작은 창문이 있는 이 방에서 아들의 옷을 넣었던 작은 옷장과 아들이 쓰던 침대, 아들의 책장을 그대로 필자가 사용했고 자연히 안방과는 이별하게 되었는데 이 나이가 되어선지 남편도 혼자 안방 차지하게 되어서 만족하는 눈치였다. 이 작은 방에서 아들이 남긴 책이나 미술 도구를 보며 귀엽던 어린 시절을 추억해 보기도 하고 살아온 내 인생도 돌아본다. 그리고 많은 생각과 글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필자에게 필수품이 된 컴퓨터와 침대, 작은 옷장과 책장이 덩그런 이 작은 방은 기막힌 나만의 아지트라 하기에 충분하다.
잠은 누구에게도 예외없는 일상이다. 그러나 수면을 연구하는 수면의학은 쉽게 접하기 어렵다. 대학병원을 제외하고 개인 병의원에서 수면의학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은 전국에 열 군데가 안 된다. 부산을 제외하곤 모두 서울에 몰려 있다. 전문성을 보수적으로 평가하면 수면질환을 종합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개인 병의원은 한 손으로 꼽을 수 있다는 평가도 있을 정도다.
대중화되지 않은 이유는 돈이 되지 않아서다. 환자가 잘 알지 못하니 수익이 늘기 어렵고, 이 분야에 몰리는 의사도 별로 없다. 그런데도 수면의학 분야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중 한 명이 이번에 만난 신홍범 원장이다.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사진 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신홍범 원장은 현재 국내 수면의학을 이끄는 이른바 황금세대 중 한 명이다. 개원가에서 활발하게 활약하고 있는 수면의학 분야의 전문가 중 대부분이 신홍범 원장 또래다. 수면의학에 대해 매력을 느낀 것에 대해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아마 다른 친구들도 비슷할 거예요. 제가 서울대 입학하고 얼마 안 된 1993년이었어요. 아직 예과생이라 좀 여유가 있을 때이기도 해서 책을 볼 시간이 있었는데, 당시에 잠과 관련된 일본 책들이 번역되어 국내에 들어오기 시작했죠. 아무래도 당시만 해도 일본이 수면의학에선 많이 앞서 있었으니까요. 그때 수면분야 책들을 많이 접하면서 흥미를 갖게 됐어요.”
재미있는 것은 국내에서 수면의학을 대표하는 대한수면의학회 역시 1993년에 창립됐다는 점이다. 수면에 대한 관심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한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된 셈이다.
그러다 한국사회의 수면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2000년대 중반 무렵이다. 당시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잘 먹고 잘 살자는 ‘웰빙(Well Being)’ 바람이 불었는데, 이 중 수면은 핵심분야 중 하나였다.
신 원장의 특이한 이력 중 하나인 미국수면전문의 자격 획득도 이 시기였다. 미국수면의학회가 일시적으로 타국의 의사들에게 문호를 개방해 응시 기회를 준 적이 있었다. 당시 국내에서 7명이 지원해 4명이 합격했는데, 그중 한 명이 신 원장이다. 2006년의 일이다. 현재는 미국수면의학회가 자격 수준을 세부전문의로 높이면서 외국인의 지원을 막아 놓고 있는 상태다.
그의 수면의학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자연스레 학회로 옮겨갔다. 지금 그가 학회에서 맡은 역할은 보험이사다.
“스승이신 정도언, 문화식, 김진 교수님들이 계신 곳이니까 당연하죠. 국내 수면의학은 이분들의 피와 땀이 바탕이 됐다고 봐야 합니다. 이 학회가 정립하고 체계화한 내용들이 수면분야가 익숙하지 않은 타 분야 의사들을 교육하는 데 쓰이고 있으니까요. 단순히 수면제만 처방받다 환자가 몇 년 동안 차도 없이 고생하는 일은 이제 없어야겠죠.”
보험이사? 일반인들에겐 익숙하지 않은 직함이다. 이 보험이사의 역할은 수면의학의 대중화와 연관되어 있는데, 바로 국민건강보험과 관련이 있다.
“국내에서 수면질환을 본격적으로 치료하는 데 걸림돌은 비싼 검사비와 치료비예요. 특히 수면질환은 일단 환자가 잘 때 나타내는 뇌파나 호흡을 측정하는 수면다원검사가 필수인데, 이 검사가 보통 60만~70만원 내외로 무척 고가예요. 검사 자체가 비싸니 환자 스스로도 자신이 무슨 질환이 있는지 알 수 없게 되는 셈이죠. 다행히도 학회와 복지부 측의 협의가 잘 진행되고 있어서, 연말쯤에는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수면다원검사의 급여화(건강보험 혜택 적용)가 이뤄지면 다음 목표는 수면무호흡 치료에 필수적인 양압기(陽壓器)의 급여화입니다. 이 양압기도 250만원이나 되는 고가여서 환자들이 질환을 알고도 치료 못 하는 경우가 있어요.”
신 원장은 국내에서 수면관련 서적을 가장 많이 출간한 저자 중 한 명이다. 이렇게 책이 많아진 것에 대해 그는 수면의학의 다양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처음엔 수면의학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소개하는 책을 내놓았어요. 그랬더니 예상 외의 반응이었어요. 예를 들어 기면증 환자는 불면증에 관심 없고, 불면증 환자는 수면 무호흡증에 관심이 없는데, 이 내용을 한데 묶어 놓았으니 관심이 없을 수밖에요. 게다가 국내에 수면의학이 대중화가 안 된 상태여서, 질환 때문에 고생했던 환자들은 웬만한 의사 이상의 지식을 갖게 되신 분들도 많아요. 심지어 외국 논문까지 찾아 읽으시는 분도 봤어요. 이렇다 보니 더욱 전문성을 갖춘 내용을 전달할 필요가 있겠다라고 느꼈고, 그래서 한 가지씩 내놓다 보니 6권이나 됐죠.”
그 과정에서 그가 가장 보람을 느꼈다고 꼽는 책은 다. 교대근무로 인해 수면장애를 겪고 있는 환자들을 위한 치료법과 조언이 담겨 있는 책이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쪽에 개원하고 있을 때였어요. 유난히 근처에 있는 한국전력이나 한국수력원자력에 근무하시는 분들이 많이 오시는 거예요. 공통점은 교대 근무자들이라는 것이었어요. 그때부터 교대 근무자들의 수면장애에 관심을 두고 해외 쪽 자료도 자세히 살펴보게 됐죠. 실제로 미국에서 사용되는 수면의학 교과서는 개정돼서 ‘직업수면의학’이라는 분야가 새로 생겨날 정도니까요. 외국은 직업 안전 관련 부처에서 교대근무자들을 위한 가이드북을 만들고 상세한 지침을 전달하고 있지만, 국내 자료는 간단한 2페이지짜리 팸플릿 수준이에요. 그래도 최근에는 수면장애가 산재로 인정받은 사례도 나타나고, 인식이 점차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소방관이나 경찰, 군인, 의료인과 같이 교대근무를 멈출 수 없는 직군들도 있잖아요. 그들을 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교대근무를 중단하고 은퇴하거나, 평범한 일상생활로 돌아가도 불면 증상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제암연구소가 2007년 교대 근무를 2급 발암원인(물질)으로 규정했을 정도다.
“실제로 교대근무를 하다 은퇴한 50~60대 시니어들이 여전히 불면증을 호소하는 경우를 많이 봐요. 수면 리듬이 망가져서 그래요. 낮과 밤이 바뀌는 생활을 하다 수면 중추가 리듬을 잃어버려, ‘잠에 들라’는 신호가 떨어지지 않는 거예요. 이렇게 교대근무로 인한 불면에 대한 서적을 출간하면, 노동자들이 불면 대책을 사용자에게 요구하는 근거로 사용될 수 있다 생각했죠. 또 한편으로는 기업체에서 교육용으로 대량 구매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약간 있었고, 이 기대로 출판사 측을 설득하기도 했는데 결국 팔리진 않았어요.(웃음)”
이렇게 많은 책을 내게 된 배경에는 글쓰기가 어색하지 않은 그의 성향 탓도 있다. 한미약품에선 매년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미수필문학상을 시상하는데, 그는 장려상을 세 번이나 수상했다.
“처음엔 뛸 듯이 기뻤죠. 자랑스럽기도 하고. 그런데 장려상만 세 번 반복되니까 되레 내 밑천을 드러내는 것 같아서 부끄러워지더라고요. 친한 동료는 한 번에 대상도 받던데. 나중엔 부끄러워서 가족에게도 숨겼어요.(웃음)”
그가 수면의학분야에서 꾸준히 일을 해 나가는 이유는 수면의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잠을 줄여가며 공부를 하는 수험생의 생활패턴이 사실은 공부의 능률을 떨어뜨리고 수험생들의 건강을 해친다는 내용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야간자율학습이 제도적으로 단축된다든가, 현대자동차가 밤샘근무를 폐지하고 주간연속 2교대제를 도입한 것도 수면의학이 영향을 미친 분야라고 생각해요. 또 얼마 전 봉평터널 버스추돌사고를 일으킨 기사가 기면증이라고 주장하면서 기면증 환자들이 생활에 불이익을 받을까 불안해했잖아요. 제대로 치료만 받는다면 사고 날 확률은 거의 없어요. 이런 분들을 돕는 것도 수면의학자들이 해야 할 일이겠죠. 이렇게 수면의학은 생각보다 많은 분야에서 사회에 도움 을 줄 수 있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불면에 시달리는 시니어들에 이렇게 당부했다.
“요새 액티브 시니어라는 말 많이 쓰잖아요. 이렇게 적극적이고 활달한 삶을 사시는 분들이 제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은 많지 않아요. 낮에 활동이 많은 분은, 자연스럽게 피로도 늘고, 낮잠 잘 시간도 부족하니 밤이 되면 쉽게 잠에 들 수 있는 것이죠. 이에 반해 낮에 활동이 적으면 풀어야 할 피로도 없고, 시간이 남으니 졸거나 낮잠을 자게 되고, 결국 밤에 잠이 안 와 수면제에 의존하게 되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거예요. 그러니 건강을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삶을 사셨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