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가 아니어도 점점 기억력이 깜박깜박할 때가 많아 실수 하지 말아야한다.
가족이 여러 명 살 경우 서로 서로 챙기지만 필자의 경우에도 두 아이가 모두
결혼하여 출가한 상태이니 모든 생활에서 신혼 때와 마찬가지로 단출하지만
나이가 들어서 둘만 혹은 혼자만 사시는 어르신들은 마음은 청년이라고 해도
실제 생활에서는 난감한 부분들이 많으니 모든 생활 속에 유비무환정신을
적용해야 할 일이 많다. 조심해야할 부분, 기억해야할 부분이 많다.
필자가 처음 아파트 분양받아 이사했을 때 불이 났을 때처럼 온 아파트에
경계의 사이렌이 울리는 경우가 있었다.
연세 드신 분이 외출하시면서 가스불위에 뭔가를 올려놓고 나가셔서
자욱한 연기와 냄새로 주변이웃에서 119에 신고하고 사이렌을 관리실에서
울리고 온 동네 사람들이 다 지켜보는 가운데 소방관이 문을 따고 들어가서
가스차단하고 난감한 불나기 직전의 상황 종료시킬 때 할머니께서
어딘가에서 아무생각없이 귀가하다 당신의 댁에서 문제가 생긴 것을
알고 고개도 못들고 댁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적이 있다.
바라보던 여러 명의 이웃들의 혀를 차는 장면 지금도 기억난다.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매월 해야 할 일/매일 해야할 일을 적어서 부착해 눈에 띄는 곳에 해놓는다.
매월별 작성할 일
생일이나 미리 연락받은 결혼식에 깜빡 잊고 못가거나
꼭 해야 할 일을 잊지 않도록 적어놓는다.
매달 나가야할 비용은 자동으로 이체하여 가산금을 물지 않도록 한다.
매일 해야 할일
가전제품 특히 타이머가 부착 안된 가전제품이나 가스사용제품을
점검한다.
외출할 경우 공교롭게 배터리가 방전되기 전에 꼭 충전을 충분히 해놓는다.
외출후 귀가할 때는 모든 주머니내용물을 일정한 곳에 꺼내놓아 꼭 챙긴다.
일기예보 확인하여 날씨에 맞추어 우산 등을 챙기도록 한다.
당뇨환자의 경우 외출 시는 물론 가정에서도 주스나 캔디등을 준비해둔다.
대중교통이동시 차량의 손잡이 잡고 하차하고 계단도 언제나 가장자리 손잡이를
잡을 수 있는 위치에서 오르내려 자신의 몸을 스스로 보호한다.
(계단몇개 건너뛰어 무릎이나 발목 다치면 아주 기동력 떨어진다.)
기타 해야 할이나 기억할일
도장 잘 잃어버리는 사람의 경우 인감 아무나 못 떼도록
본인외 발급중지를 해놔야한다.
주방 옆에는 부착형 소화기를 부착해놓는다.
(만일에 사태를 대비하여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시니어 분들 단출하게
자동문의 경우 배터리를 준비해둔다.
휴대전화를 긴급통화버튼을 급히 연락해도 될 곳으로 우선적으로 저장해둔다.
와인따개등 어쩌다 사용하지만 꼭 필요한 제품의 경우 따로 서랍 속에 챙긴다.
집안 인테리어를 안전한 스타일로 하도록 한다.
(젊은 취향으로 아일랜드식탁의 의자를 들여놓았다가 허리를 다친 분을 봤다.)
밤은 물론 낮에도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날 때 조심해서 이동한다.
(갑자기 서두르다가 다친 분들 자녀들도 게속 입원하니 짜증내는 것도 목격했다.)
글 배국남 대중문화 평론가 knbae24@hanmail.net
‘열풍(熱風)’이라는 단어로는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대한민국 강원도 속초까지 전 세계를 강타하는 지구촌 광풍(狂風)이다. 세계 각국의 수많은 이용자가 함께하는 문화현상이자 사회적 신드롬이다. 닌텐도 주가가 1주일 사이 93%나 폭등하는 등 천문학적 이윤과 부가가치를 창출한 경제적 사건이다.
구글의 스타트업 기업으로 시작해 독립한 나이앤틱이 일본 게임업체 닌텐도와 손잡고 7월 6일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에서 선보인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Pokemon Go)다. 포켓몬 고는 서비스 국가를 속속 확대하며 지구촌 열기를 고조하는 동시에 증강현실의 실체와 잠재력을 수많은 사람 앞에 펼쳐 보이고 있다.
포켓몬 고는 출시되자마자 하루만에 앱 스토어 매출 1위를 차지했고 포켓몬이 출현하는 장소나 거리, 지역은 사람들이 몰려 교통이 마비됐다. 포켓몬 고가 서비스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도 포켓몬이 출현하는 강원 속초 일대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속초시 등 일부 지자체는 관광객 유치 홍보전에 포켓몬 고를 활용하는가 하면 여행사들은 관련 상품을 내놓는 발 빠른 마케팅을 전개했다.
포켓몬 고는 이용자의 현실 공간 위치에 따라 모바일 기기상에 출현하는 가상의 포켓몬을 포획하고 대결하고 거래도 할 수 있는 게임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포켓몬 고 앱에 로그인한 후 성별, 피부색, 머리 모양 등을 선택해 자신의 아바타를 만든다. 아바타가 생성되면 이용자가 위치한 주변 지역의 지도가 나타나고 포켓몬 체육관 등이 지도에 표시된다. 이용자가 공간과 지역을 이동할 때 아바타 역시 게임의 지도를 따라 움직인다. 이용자는 세계 각 지역에 서식하는 다양한 포켓몬을 찾아 포획한다.
이용자가 포켓몬을 발견할 경우, 증강현실(AR) 모드에서 실재(實在)처럼 보이는 배경과 함께 포켓몬을 보게 된다. 이용자는 포켓볼을 던져 포켓몬을 포획한다. 이 게임의 궁극적 목적은 포켓몬을 포획하고 진화시켜 포켓몬 도감을 완성하는 것이다.
포켓몬 고는 증강현실과 위치기반정보(GPS), 그리고 지도를 활용한 게임이다. 게임 이용자의 위치를 파악해 주변에 몬스터를 뿌리기도 하는데, 능력이 많은 몬스터는 특정 위치에 서식하므로 그걸 잡기 위해 이용자가 이동한다.
한국에는 포켓몬 고가 공식적으로 서비스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강원 속초와 양양 일부 지역에서 포켓몬 고가 구동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많은 사람이 몰려 포켓몬 잡기에 나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포켓몬 고는 구글 지도를 이용하는데, 한국 지도가 구글에 의해 사용되는 것이 한국 법으로 금지돼 있으므로 포켓몬 고의 한국 서비스는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포켓몬 고는 한국에 출시되지 않고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지만, 게임 개발사가 구분해놓은 독특한 영역 구분 때문에 강원 속초 일대에서 게임이 가능하다. 하지만 몬스터만 잡을 수 있고 이용자를 상징하는 아바타 주변의 실재 공간이 나타나지 않는다.
포켓몬 고는 증강현실을 이용해 실제 눈앞에서 보는 것과 같은 현장감과 실재감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실재 공간을 찾아다니며 게임을 하므로 이용자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기업과 사람들이 포켓몬 고 광풍을 지켜보면서 그것을 가능하게 한 증강현실(AR)에 눈을 돌린다. 증강현실은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과 함께 가장 각광받는 새로운 정보기술로 세계 각국과 기업들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적지 않은 사람이 증강현실과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을 혼동한다. 증강현실은 실재와 허구의 세계를 자연스럽게 혼합하는 반면 가상현실은 100% 허구 세계를 구축하는 점이 차이다. 가상현실은 이용자와 배경·환경 모두 현실이 아닌 가상의 이미지를 사용하는 데 반해, 증강현실은 현실의 이미지나 배경에 가상 이미지를 겹쳐서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 주기에 ‘혼합현실(Mixed Reality, MR)’이라고도 한다. 증강현실은 실재세계와 가상세계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경험을 제공한다.
LG경제연구원 서기만 수석연구위원은 “증강현실은 기본적으로 현실 정보에 약간의 가상 정보를 덧입힌 형태를 말한다. 주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보조 정보를 현실 정보 위에 추가로 표시하기 위해 이용된다”고 설명한다.
게임의 경우, 게임의 주체가 가상이냐 실체냐에 따라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이 구분된다. 가상현실 게임은 이용자를 대신하는 가상 캐릭터가 가상공간에서 가상의 적과 대결을 펼치지만, 증강현실 게임은 ‘포켓몬 고’처럼 현실 속의 내가 미국 뉴욕이나 강원 속초라는 현실 공간에서 가상의 적(포켓몬)과 대결을 벌인다.
증강현실은 가상현실보다 현실감과 실재감이 높다. 또한, 공간 증강현실(SAR· Spatial AR)의 경우에는 이용자가 특별한 장치를 손에 들거나 착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어린이나 나이가 든 사람들도 증강현실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증강현실은 일상생활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활용한 지도와 위치 검색은 물론이고 내비게이션, 청소기 등 가전제품부터 게임, 스포츠 중계, 일기예보를 비롯한 방송, 영화 등 문화콘텐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디지캐피탈’이 최근 발표한 ‘AR· VR 리포트’에서 2020년 가상현실 시장 규모는 300억달러(약 34조원), 증강현실 시장 규모는 1200억달러(약 137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까지는 가상현실 시장 규모가 증강현실 시장보다 크지만, 2017년 이후부터는 증강현실이 성장을 주도하며 역전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증강현실이 현실 공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 간단하게 제작할 수 있고,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활용할 수 있으므로 시장성과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분석한다.
이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퀄컴, 알리바바, 워너브라더스 등 세계적인 기업과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이 앞다퉈 증강현실 기술과 콘텐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전자는 청소기에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제품을 내놓았는가 하면 SK텔레콤은 증강현실 솔루션 ‘T-AR’를 출시했다. 한빛소프트는 증강현실 모바일 게임 ‘오디션’을 개발했다.
새로운 기술은 사회를 새롭게 구성하고 특정한 문화적 제도를 구축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사고와 정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증강현실은 새로운 사회와 문화를 창출하면서 사람들의 인식과 정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증강현실을 비롯한 새로운 기술이 초래한 문화와 현상에 대한 이해 없이는 시대와 사회의 변화를 제대로 읽어 내지 못한다. 또한, 젊은 세대의 문화와 정서에 대한 이해의 폭도 좁아진다.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대한민국에서조차 거세게 일고 있는 포켓몬 고 광풍이 이를 단적으로 증명해주고 있다.
지구촌에 거세게 일고 있는 포켓몬 고 신드롬은 단순한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차원을 넘어선다. 포켓몬 고 신드롬에선 증강현실이라는 신기술이 초래한 새로운 사회와 문화의 일면을 읽을 수 있다.
새로운 기술에 관해 관심이 없고 이용법을 모른다는 이유로 포켓몬 고를 외면하는 대신 눈길 한번 주자. 그 눈길은 바로 증강현실을 비롯한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몰고 오고 있는 새로운 문화와 사회를 이해하는 첫걸음이다. 그리고 그것은 젊은 세대의 문화와 정서에 대한 이해를 확대하는 단초이기도 하다.
쇼핑하는 아내를 따라다니는 것은 자살 충동을 느낄 정도의 스트레스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실제로 중국 어느 백화점에서 쇼핑광 애인을 따라다니던 청년이 극도의 스트레스로 자살한 일이 있었다. 양손에 쇼핑백을 잔뜩 든 채로 몇 시간 동안 따라다니다가 난간에서 몸을 날린 사건이었다.
필자는 결혼 초부터 아내와 쇼핑을 나갔다가 온전한 정신으로 집에 들어온 기억이 거의 없다. 쇼핑이 다 끝나기도 전에 성질이 대폭발해서 심지어 따로 집으로 돌아온 적도 있다.
뭔가 사려고 마음먹고 백화점이나 할인점에 가면 그 제품이 있는 곳으로 가서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사서 오면 된다. 그런데 아내는 곧바로 필요한 제품이 있는 곳으로 가지 않고 엉뚱한 것을 보고 다닌다. 심지어 필자 와이셔츠를 사러 가자고 해 놓고 여자 옷 코너를 다 돌고 가전제품, 가구, 화장품 코너를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나서 마지막에 와이셔츠매장으로 간다. 와이셔츠도 행사상품 매대에서 한참 동안 고른다.
그나마 저렴한 제품은 이 정도의 과정으로 구입하나 조금 가격이 나가는 제품을 아내가 사는 과정을 보면 기가 막힐 지경이다. 일단 이 경우도 목적한 제품이 있는 층으로 곧바로 가지 않는다. 여기저기 상관없어 보이는 제품을 둘러 본 후에 해당 제품을 보러 간다. 그리고는 꼼꼼하게 살핀 후 그냥 집으로 온다. 집에 와서 여러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가서 동일 제품의 가격을 비교한다. 그러고 나서 백화점보다 조금이라도 저렴한 사이트에서 제품을 구입한다.
아내의 이런 쇼핑 행태는 필자를 극도의 스트레스로 몰아간다. 특히 이해 가지 않는 것은 백화점이나 할인점을 돌아다닌 시간과 교통비 등을 계산에 넣지 않는다는 것이다. 곧바로 인터넷 쇼핑몰에서 사면 시간도 줄이고 교통비도 절약하는 효과가 있을 텐데 시간, 돈 낭비하면서 굳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이유를 모르겠다. 아내는 이상하게도 쇼핑갈 때마다 필자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과 마지막에는 서로 얼굴을 붉힌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매번 쇼핑을 같이 가자고 한다. 그럴 때마다 따라나서는 필자가 더 이상한 인간임이 틀림없다.
몇 년 전 그날도 아내가 옷 하나를 살 게 있다면서 쇼핑을 가자고 했다. 할인점 하나를 통째로 다 돌고 나서 마음에 드는 옷이 없다면서 다른 할인점을 가자고 할 때부터 필자는 이미 자제력을 잃고 있었다. 다른 할인점도 여기저기 다 구경하고 나서 옷 코너로 가더니 통로에 놓인 매대에서 옷을 고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멀찍이 서서 바라보면서 감정을 자제하고 있던 필자는 그날 드디어 득도[得道]하게 되었다. 할인점에서 옷 하나 고르는 데도 저렇게 신중하고 따지고 하는 여자. 그러고 보니 그동안 쇼핑 나와서 다툰 것이 모두 아내의 그런 신중함과 꼼꼼함 때문이었다는데 생각이 미치자 심장에서 ‘징’하는 울림이 느껴졌다.
그렇다면 평생 반려자로 필자를 택하려고 했을 때는 얼마나 신중에, 신중을 기했을까. 그날 이후 아내와 쇼핑하러 다니는 것이 더는 필자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오지 않았다.
이창식 번역가( 저자)
나이를 먹긴 먹었는지, 요즘 들어 내 인생을 자주 되돌아보게 됩니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살았다 할 수 있을까? 만년에 이르러서야 내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너무 소박해서 성공적인 삶이라 주장하긴 낯간지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1) 나보다 나은 삶을 사는 자식을 지켜보는 것
2)손주들과 즐겁게 노는 것
3) 조강지처가 곁을 지켜주는 것.
이 세 가지를 위해 오늘도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나의 일상을 한 번 살펴보면 쉽게 수긍할 수 있을 거예요.
아침 6시 정각에 내 휴대폰 알람은 울립니다.
“오 해피데이~”
노래 가사와는 달리 내 허리와 다리는 묵직합니다. 그래도 일어나야 해요. 꾸물대다간 딸과 사위의 출근에 지장이 있습니다. 우리 부부가 딸네 집으로 먼저 출근해야 그들도 출근할 수 있거든요. 여섯 살 외손자와 세 살배기 외손녀를 인수인계해야 하니까.
늙은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갑니다. 냉장고에서 계란 두 개를 꺼내 냄비에 담고 물을 부어 가스레인지 위에 올립니다. 10분쯤 끓여야 익죠.
베란다 광에서 고구마를 꺼내 깨끗이 씻은 뒤 그릇에 담아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립니다. 6분쯤 돌리면 익습니다.
계란과 고구마가 익는 동안 파프리카, 비트, 사과, 토마토를 꺼내어 깨끗이 씻은 뒤 칼로 잘라 커다란 접시에 담아냅니다. 한 입에 쏙쏙 들어갈 크기로 말이죠. 아침마다 하는 일이라 손길이 제비처럼 날렵합니다.
커다란 컵 두 개에 우유를 반쯤 따르고 미숫가루를 탑니다. 아내가 특별 제조한 종합 영양식이죠. 현미, 검정콩, 수수, 귀리, 보리, 율무, 약콩 등으로 만들었습니다. 티스푼으로 다섯 술씩 넣고 잘 저은 뒤 식탁에 올려놓고 익은 계란과 고구마를 접시에 담아내면 아침식사 준비 끝입니다.
샤워하고 화장을 끝낸 아내가 때 맞춰 부엌으로 나옵니다. 여자는 젊으나 늙으나 준비하는 시간이 오래 걸려요. 남자는 젊으나 늙으나 그런 여자를 기다리고 달래야 할 운명을 타고난 것 같습니다. 아침 식사 준비는 자연히 내 차지가 될 수밖에요.
즐거워야 할 아침 식사지만 새벽같이 일어나 무슨 입맛이 나겠어요? 그래도 먹어야 또 하루를 버틸 수 있다는 생각에 아내와 나는 그냥 욱여넣다시피 합니다. 식사하면서 행복한 표정을 지었던 적이 언제였던가 싶습니다.
느긋하게 커피 한 잔 마실 겨를도 없이 집을 나섭니다. 평생 운전할 일이 없을 줄 알았던 나는 요즘 마누라 잔소리를 보슬비처럼 맞으며 운전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잔소리가 심할 땐 더러 저항도 해보지만, 대개는 지당한 말씀인지라 내 목소리엔 힘이 실리지 않습니다.
분당 딸 집에 도착하면 7시 반. 손자 손녀는 이미 깨어나 뛰놀고 있습니다. 재영이는 유치원 2년생, 희영이는 어린이집 1년생이에요.
8시쯤 딸과 사위가 출근하고 나면 아이들은 우리 책임입니다. 나는 부엌에서 거실로, 안방으로 도망다니는 손자 녀석 쫓아다니며 아침밥을 먹이고, 아내도 똑같이 손녀를 따라다니며 먹입니다. 식사 끝나면 손자 세수시키고 유치원복 입혀 셔틀버스에 태우는 일은 내 책임이고, 손녀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는 일은 아내 몫이죠.
아내는 오후 4시에 어린이집에서 손녀를 데려오고, 나는 오후 5시쯤 유치원에서 손자를 데려옵니다. 그때까지가 우리들의 자유시간인 셈이죠. 나는 CGV에서 영화를 감상하거나 거실 소파에 앉아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를 보며 휴식을 취합니다. 아내는 근처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며 쉽니다.
유치원에서 외손자 녀석을 데리고 돌아오는 시간은 항상 즐겁습니다. 아파트 단지 안으로 이어진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녀석은 쉴새없이 지껄입니다. ‘하찌’는 무슨 얘기든 잘 들어준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는 동요를 합창하기도 하고, 보도블록을 따라 깡총깡총 뛰며 가위 바위 보 놀이도 합니다. 미리 챙겨 간 과자와 우유를 녀석에게 먹이는 것도 잊어선 안 되죠.
녀석이 지껄이는 얘기는 대체로 두서가 없습니다. 줄거리도 없고 내용도 없을 때가 더 많죠. 그래도 나는 열심히 들어주며 맞장구를 치고 가끔 추임새를 넣기도 합니다. 어쩌다 기막힌 얘기를 할 때도 있거든요. 같은 반에 있는 시아란 여자아이와 사랑에 빠진 얘기 같은 것 말이죠.
언젠가부터 녀석은 “재영이는 시아를 사랑해!”를 입에 달고 살았어요. 유치원에서 시아랑 결혼까지 했다는 겁니다. 아마 ‘웨딩게임’ 같은 걸 했나봐요. 시아와 결혼한 아이가 저 말고도 둘이나 더 있었다니까요. 또래 중에는 여자보다 남자가 월등 더 많거든요.
“결혼하려면 프로포즈를 해야 하는데?”라고 내가 말했더니,
“프로포즈가 뭐야?” 하고 되묻습니다.
내가 보도블록에 한 쪽 무릎을 탁 꿇고 두 손을 앞으로 내밀며,
“나와 결혼해 주세요라며 여자한테 꽃다발을 바치는 거야”라고 했더니 녀석은 대뜸,
“그렇게 했어”라고 대답했습니다.
“정말 그랬단 말이야?”
하도 어이가 없어 다시 물었더니 녀석은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말했어요.
“응, 그렇게 하고 결혼했어.”
껄껄 웃을 수밖에 없었죠.
“엄마하고 시아하고, 누굴 더 사랑해?” 하고 물었더니, 녀석의 표정이 갑자기 심각해졌습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엄마.” 라고 조그맣게 대답했어요. 아직 어린애거든요. 그런데 그 다음 말이 기가 막혔습니다.
“근데 시아한텐 그 말 하면 안 돼, 알았지?” 하는 겁니다.
“알았어.”
나는 고개까지 끄덕이며 대답할 수밖에 없었어요. 녀석을 안심시켜야 했으니까요.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아내는 이미 어린이집에서 손녀를 데려와 목욕시키고 있습니다. 손자 녀석 샤워는 내 책임이죠. 바로 이 임무를 수행하다가 내 허릿병이 도졌는데, 녀석 몸무게가 어느새 부쩍 는 걸 간과하고 덥석 안았던 탓이었죠. 허리에서 우지끈 소리가 나는 것 같았습니다. 벌써 열흘째 한방치료를 받고 있는데도 아직 허리가 묵직하고 왼쪽 다리가 저리답니다.
사위와 딸이 귀가하는 8시까지는 하루 중 가장 힘들고 길게 느껴지는 시간입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손자 손녀 따라다니며 저녁밥 챙겨 먹이고, 우리도 대충 한술 떠야 합니다. 집에 가면 밤 9시가 넘어 따로 차려 먹을 시간이 없거든요. 엄마 아빠 기다리는 아이들도 지쳐 짜증을 부리거나 칭얼대기 일쑤죠. 녀석들을 달래야 하는 우리 노부부도 진이 빠질 대로 빠지고요. 그래도 살살 달래며 같이 놀아줄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손녀가 울음을 터트리면 늙고 지친 아내가 둘러업어야 하고, 그러면 힘이 몇 배로 더 드니까요.
아이들과 즐겁게 노는 일은 그래서 매우 중요합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날마다 즐겁게 놀아야 한다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죠. 고도의 내공이 필요합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나 자신이 바로 ‘아주 재미있는 아이’가 되어야 합니다. 손자 손녀의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죠. 아이들의 머리에 ‘하찌=재미있는 친구’로 새겨져야만 합니다. 눈높이뿐만 아니라, 마음 폭도 같아져야만 해요.
그러려면 실력을 쌓아야 하겠죠? 웬만한 동요는 다 부를 줄 알아야 하고, 무용도 곁들일 수 있으면 금상첨화입니다. 동요와 무용에는 우는 아이도 금방 달랠 수 있는 힘이 있거든요. 심하게 울던 아이도 하찌가 신나게 동요를 부르며 무용을 하면 뚝 그치고 빠져들 때가 많아요.
상황 연출력도 필요합니다. 울거나 투정부리는 녀석을 한순간에 다른 세계로 끌고 들어가는 기술 말이죠. 말로 설명하기 어려우니 한두 가지 사례를 들어보죠.
세 살배기 희영이가 악을 쓰며 웁니다. 아직 말을 할 줄 모르니 이유를 알 수 없어요. 할매가 아무리 달래도 소용없습니다. 또 둘러업어야 할 판이에요. 이럴 때 분위기를 바꾸어 버리는 게 상황 연출입니다. 옆에 앉은 재영이한테 대뜸 이러는 거죠.
“재영아, 코끼리 어디 갔지? 방금 여기 있었는데. 소파 밑으로 들어갔나? 돼지는 어디 있지?”
그리곤 소파 아래를 들여다보며 계속 떠들어댑니다. 코끼리나 돼지나 염소 등은 희영이가 갖고 놀던 장난감이거든요. 이쯤 되면 희영이도 울음을 그치고 함께 소파 밑을 들여다보기 시작합니다. 나는 한참 찾는 척하다가 장난감들을 슬쩍 꺼내며 다음 상황을 연출하기 시작하죠. 동요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오리는 꽥꽥, 오리는 꽥꽥, 염소는 음메에, 염소는 음메에, 돼지는 꿀꿀, 돼지는 꿀꿀, 소는 음무, 소는 음무.”
상황 연출은 자기가 울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이가 완전히 잊어버릴 때까지 충분히 오래 끌어야 합니다. 다른 세계로 완전히 밀어 넣어야 하니까요.
여섯 살배기 손자 녀석이 울 때는 그보다 정교하고 급박한 연출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소도구도 달라야 합니다. 녀석이 즐겨 갖고 노는 장남감들을 총동원하는 거죠.
“재영아, 덤프트럭이 버스와 충돌했어! 트럭이 넘어지고, 버스도 뒤집히고, 굴삭기와 경운기도 쓰러졌네! 어쩜 좋아? 사람들이 많이 다쳤을 거야! 그러니까 운전할 땐 조심해야 한다고 그랬잖아. 하찌가 그랬어, 안 그랬어? 빨리 구급차를 불러. 삐뽀! 삐뽀! 경찰차도 불러야지. 애앵! 애앵!”
상황은 새로운 내용을 보태며 계속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최대한 진지하고 박진감 넘치게 끌고 나가야죠. 아이가 울고 있던 사실마저 까맣게 잊고 “알았어. 지금 전화할게” 하고 끼어들 때까지. 그래서 마침내 하찌와 함께 즐거운 게임을 벌일 때까지.
귀가한 사위와 딸에게 아이들을 인계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9시 뉴스가 방영되고 있습니다. TV를 보며 대걸레로 방바닥 먼지만 대충 훔치고 곧바로 잠자리에 들죠. 6시에 울릴 휴대폰을 머리맡에 놓아두고요. 후유,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주말 휴식이 월요일부터 기다려집니다. 그래도 잠자리에 누우면 재영이와 희영이의 웃는 얼굴이 맨먼저 떠오릅니다. “고것들 참!”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옵니다. 녀석들 아니면 도대체 웃을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할매·하찌 기운을 쏙 빼놓지만 동시에 수많은 웃음을 선사하니 참으로 신비한 존재들입니다. 내년이면 희영이도 네 살이 되니 좀 수월해지겠지, 생각하며 안 오는 잠을 억지로 청합니다.
당신의 삶은 어떠했나요? 지금은 어떤가요? 그만하면 성공한 인생이라 생각하나요? 사람마다 판단 기준이 다르겠죠.
신입사원 시절 저는 가전회사 판촉부에서 근무했습니다. 10년을 채우고 사직한 뒤엔 영미 추리소설을 번역하며 먹고살았죠. 칠순을 코앞에 둔 지금 되돌아보니, 냉장고 세탁기 팔려고 뛰던 그 시절이나 남들이 쓴 책 번역하느라 골머리 앓던 그 시절이 다 부질없게 느껴집니다. 내게 남은 건 뭔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절로 이런 결론에 도달하게 되더군요.
1. 나보다 나은 삶을 사는 자식을 지켜보고 있다.
2. 손주들과 날마다 즐겁게 놀고 있다.
3. 조강지처가 내 곁을 지켜주고 있다.
자, 이래도 내가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십니까?
공가는 함께 공(共)과 집 가(家)로 ‘비어있던 집에서 함께하는 집으로’ 라는 슬로건을 걸고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공유주택을 말한다.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어린 시절 동무들과 놀이터에서 모래밭에 한 손을 묻고 다른 손으로 토닥이다가 살짝 손을 빼면 작은 동굴 같은 공간이 만들어지는 놀이를 했다. 그 놀이를 하면서 우리는 두꺼비에게 헌 집 줄 테니 새집을 달라고 노래를 하며 놀았다. 무슨 연유인지 몰라도 어쨌든 두꺼비는 집과 관련 있는가 보다.
요즘 주거는 아파트가 대세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층수가 올라가는 아파트는 그 동네의 랜드마크로 많은 사람이 살고 싶고 갖고 싶어 하는 재산이 되었다. 어릴 적 아파트가 개발되기 전 우리나라는 단독주택에 작으나마 마당 딸린 집이 대세였다. 거기에 이 층이나 삼층집이면 부잣집이라고 했다.
요즘은 모두들 편리한 아파트를 선호해 이사를 하거나 결혼한 자녀가 집을 떠나 단독주택에는 노부부만 남기에 그들도 살기 편한 아파트로 주거를 옮기는 가구가 많아졌다고 한다. 그래서 생활하기에 힘든 불편한 변두리 작은 주택은 그만 비어서 방치되는 집이 많이 생겨났다.
관리가 안 되는 집이 늘면서 범죄위험도 늘고 지역공동체에 위협이 되기도 하니 이런 집을 수리해 집이 없는 청년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빌려주는 ‘두꺼비하우징’ 이라는 사회적 기업이 생겼다. ‘두꺼비하우징’은 LG전자와 LG화학의 지원을 받아 도심 곳곳의 비어서 방치된 주택을 찾아 집주인과 계약을 하고 수리해서 살 곳이 없어 힘든 젊은이들에게 빌려주는 셰어하우스를 만들기로 했다. 도시의 역사를 그대로 담았지만, 지금은 낡아서 아무도 살지 않는 집들에 생기를 불어넣어 춥고 불편했던 집을 아늑하고 따뜻한 공간으로 고쳐 사람이 살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집주인과는 6년간 한 달에 월세로 120만 원을 주기로 계약하고 입주청년들에게서는 시세보다 저렴한 20~30만 원의 임대료를 받아 서로 윈윈하는 방식이다. 필자는 사회적기업을 방문해 그들의 하는 일을 체험해 볼 기회를 가졌다. 은평구의 마당이 딸린 이층집이 막 수리를 끝내고 있었다.
오래 비었던 집이라 손 볼 곳이 많았다는데 지금은 깔끔하고 아늑한 이층 양옥으로 변신했다. 작지만 마당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있어 정다웠고 새집 냄새가 나는 현관을 통해 들어가니 깨끗한 거실과 주방, 그리고 일인실, 이인실로 꾸며진 방이 있었다.
이 집은 일 층과 이 층에 모두 9명이 거주하도록 지었다고 한다. 주방과 욕실은 공용이고 전기요금, 가스요금, 수도요금 등 관리비는 공통으로 나누어 낸다. 누군가 에어컨 같은 가전제품은 설치하지 않는지 질문을 던졌다.
두꺼비하우징 대표님은 그 문제는 입주민의 상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는 답을 했는데 찬 바람을 싫어하는 사람과의 형평성 때문이라고 했다. 그때 동행하신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LG 직원께서 만약 에어컨을 설치하게 되면 꼭 자사제품을 써달라고 애교스럽게 말을 해서 모두 한바탕 웃었고 회사를 사랑하는 마음이 전해진다며 칭찬도 했다. 이곳의 계약 기간은 기본 6개월 이상이며 담당자와 협의를 통해 계약 기간을 정한다고 한다.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자동 연장되고 이사하고 싶으면 계약종료 1개월 전에 퇴실 의사를 말하면 된다.
필자가 본 은평구의 아담한 이층주택은 모든 시설이 설치되어 있었다. 침대, 책상, 주방시설, 세탁기 등 필요한 건 이미 다 있으므로 이불만 준비해서 입주하면 된다니 형편이 어려운 청년에게 매우 편리하고 좋은 조건이라는 생각이다.
‘두꺼비하우징’은 함께 사는 것의 힘을 알고 마을 만들기를 통해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것을 도우며 주거를 통해 사회를 고민하고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어가는 도시재생 전문 사회적 기업이다. 이런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대기업이 더 많이 늘어날수록 우리나라가 안정되고 발전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사회적 기업의 도움을 받아 저렴한 월세로 모여 살게 될 젊은이들을 생각하니 흐뭇하다. 각자의 일을 마치고 들어와 하루의 수고를 위로하며 맥주 한잔으로 우정을 다지는 모습을 상상하니 기분이 좋아지고 그들의 앞날이 환히 빛나기를 응원해 주고 싶다.
(‘두꺼비하우징’의 홈페이지는 www.toadhousing.com이다.)
트러스톤연금교육포럼의 강창희 대표는 자산운용회사의 경영을 맡으면서 고민에 빠진 적이 있다. ‘어떻게 하면 투자자들이 우리 펀드에 장기 투자를 하도록 설득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였다. 그런 고민에 대한 해답을 모색하던 강 대표는 일본의 ‘워런 버핏’ 사와카미 아쓰토(澤上篤人) 회장이 운영하는 사와카미투자신탁을 찾는다. 그때가 2000년 초. 약 16년 전의 일이다. 그때 강 대표는 사와카미 회장에게 들었던 말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우리가 운용하는 펀드에 투자한다는 것은 우리와 함께 ‘장기 운용’이라는 항해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눈앞의 실적에 연연하는 고객은 배의 진행을 방해하고, 다른 승객에게도 피해를 주기 때문에 승선하지 말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15년이 지난 2015년 12월, 이 둘이 만났다. 한국의 미래라고 하는 과거와 현재의 일본. 일본의 현재를 살고, 더 나은 미래를 모색하는 사와카미 회장에게, 강 대표가 묻는다. 저금리, 저성장 시대에 합리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는 방법에 대해.
[강창희] 지금 한국의 전체 가계자산 중 70% 정도가 부동산이고 금융자산은 30%에도 이르지 못합니다. 또 금융자산의 절반 정도는 금리 1%대의 예금에 들어가 있는 상태입니다. 1990년대 초 일본의 가계자산 구성과 비슷한 상황이지요. 똑같은 방식이 한국에도 적용되어야겠군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와카미] 버블시대 이전의 일본도 ‘부동산이 최고’라는 현재 한국의 인식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은행에 예금을 하는 것만으로도 재산을 늘릴 수 있었고, 축적된 재산을 바탕으로 소비활동도 활발해지니 기업도 성장할 수밖에 없었죠. 기업이 사니 건설 경제도 당연히 좋아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업은 생산 시설을 키우기 위해 주택과 공장을 우후죽순처럼 늘렸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때부터 일어났습니다. TV와 세탁기 등의 가전제품을 구매하던 국민들은 이제 가전제품을 ‘장만’의 개념이 아닌 ‘교체’의 개념으로 인식하게 된 것입니다. 소비가 줄어들게 된 것이죠. 이와 함께 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늘렸던 공장은 파리만 날리는 신세로 전락하게 됐습니다. 빈 공장과 빈 주택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빈집이 860만 채가 될 정도였으니까요. 그때부터 일본의 땅값은 계속 추락하기 시작했습니다. 버블이 꺼진 것이죠.
저성장기에 자산을 늘리고 지켜가는 데는 어떤 세상이 오더라도 우리 생활을 지켜주는 좋은 기업,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기업의 주식에 장기 투자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제가 열심히 장기 투자 계몽활동을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강창희] 과거 20년 동안 주식이나 펀드 투자로 재미를 보지 못한 투자자나 주식 투자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불신이 늘고 있는데, 정기예금 금리 1%대의 저금리 시대에 금융자산 운용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와카미] 고성장 시대에는 사람들이 많이 노력하지 않아도 누구나 재산을 늘릴 수 있었어요. 고금리가 따라오니까요. 하지만 그 고성장 시대가 지나고 성숙경제의 시대가 오면 이야기는 달라지죠. 금리는 떨어지고 예금으로는 재미를 못 볼 테니까요. 이때는 투자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야 합니다. 부동산의 가치와 예금도 매력이 없습니다. 일본은 아직 디플레이션 사회라 화폐 가치가 떨어지지 않았지만, 인플레이션이 일어나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 예금 금리도 당연히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늘 주장하고 있는 것이 주식 장기 투자를 하라는 것입니다. 이제 새로운 자산 형성층은 10~15년 정도를 한 기업에 투자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이제는 자신의 판단으로 장기 투자를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의 재산 차이가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창희] 아무래도 일반 투자자가 장기적으로 성장할 기업을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를 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성공적인 장기 투자를 하려면, 어떤 것을 고려해 기업을 선택해야 할까요?
[사와카미] 국민들이 생활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기업을 선택해야 합니다. 사실 주식 투자를 할 때 기업의 이익률을 가장 먼저 따지는 투자자들이 있는데 그것은 장기 투자에 결코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그 나라의 경제 확대 발전에 공헌을 하고 있는 회사는 장기적으로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즉, 회사의 부가가치를 보고 투자해야 합니다. 기업의 인건비, 연구개발비, 세금 지불 내역, 지불 이자 등을 따져보고 이런 부가가치를 키운 기업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부가가치의 확대는 기업의 장기적인 이익을 위한 것이니까요.
[강창희] 아무래도 장기 투자를 할 때 가장 많이 애먹는 상황은 ‘리먼 쇼크’처럼 전반적으로 경제에 타격이 있을 때라고 생각하는데요. 장기 투자를 잘하려면 어떤 것을 고려해야 할까요?
[사와카미] 사실 일본도 저희 회사 빼고는 장기 운용 회사가 많지 않습니다. 개인이 장기 투자를 하는 경우도 1000명 중 1명꼴이죠. 이때의 문제점은 장기 투자를 결심해 놓고, 조마조마해한다는 것이죠. 그런 조바심은 결국 주식을 팔아버리게 만듭니다, 그것은 투자를 무용지물로 만듭니다. 사실 ‘리먼 쇼크’ 같은 상황에도 끝까지 버텨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는 않죠.
그래서 장기 투자에 대한 금융교육이 필요한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개인 투자자 중에는 내 갈 길만 가겠다는 ‘My Way’형의 투자자들이 있는데 이런 사람들이 돈을 잡습니다. 주식이 폭락할 때 사들였다가 오르면 파는 방식으로 말이죠.
[강창희] 2000년대 초반에 일본에서 회장님과 같은 방식의 경영이랄까, 투자교육 활동을 하시는 분은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어떤 계기로 장기 투자 계몽활동을 하시게 되었나요?
[사와카미] 저희 회사에서는 1999년부터 장기 투자를 위한 펀드를 발매하기 시작했는데요. 그 필요성을 느낀 것은 사실 1980년대 후반부터입니다. 그때 유럽의 자산관리회사에서 공부하고 일하면서 구조적으로 저성장 성숙경제로 들어선 유럽과 미국 사람들이 어떻게 자산을 형성해 나가는지, 또 자산가가 됐을 때 어떻게 그 자산을 품격 있게 쓰는지 두 눈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 방식을 일본 투자자들에게 전파하고 싶었습니다. 저 자신이 그런 성공 사례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한 겁니다. 장기 투자를 해서 자산을 모으면 그것을 품고 있을 것이 아니라, 사회를 위해 멋있고 폼 나게 쓸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또 다른 사람들이 그 혜택을 볼 수 있으니까요.
△사와카미 아쓰토(澤上篤人) 회장
1947년 아이치(愛知)현 나고야(名古屋) 출생(만 69세). 젊은 시절을 스위스캐피털인터내셔널의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로 일하며 성숙 경제로 들어가는 미국과 유럽을 배웠다.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현명한 대처 방안이 장기 투자라는 것을 깨닫고, 일본에 그것을 전파·계몽하기 위해 사와카미투자신탁을 설립해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현재는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어느 사회에서나 생활수준이 향상되어 기본적인 의식주의 고민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웰빙(Well-being)과 안전(Safety)의 고민이 새로 시작된다.
음식이나 가구, 가전제품, 운송수단도 그렇지만, 건강을 위해 먹는 약도 마찬가지이다.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하여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약의 기본적인 역할 외에 별도의 기대가 우리 사회에 생겨나고 있다.
이렇게 삶의 질(Quality of Life)을 높이기 위해서 개발된 약들을 통칭해서 ‘라이프스타일 드럭(Life Style Drug, 이하 LSD)’이라고 한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약이라는 의미를 적절히 담아낸 명칭이다. 웰빙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약이라는 것인데, 이 LSD에 어떤 약들이 있는가 보면, 식욕을 억제하거나 지방의 흡수를 저해하는 ‘비만치료제’, 남성호르몬의 분비 저하로 인해 동반되 발기부전이나 조루증을 개선해 줄 수 있는 ‘성기능 개선제’, 노령인구가 아니더라도 현대사회로 접어들면서 점점 많은 사람에게서 증상이 나타나는 탈모증을 치료하기 위한 ‘탈모방지제’, 여성뿐만이 아니라 젊은 남성들에게도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주름제거제’, 면역력을 높여줄 것에 대한 기대로 복용하게 되는 ‘태반제제’ 등을 꼽을 수 있다.
제약회사 잇속에 성장한 건강식품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수요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으면서도 대부분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질병의 치료와 예방에 직접적인 효과를 발휘한다기보다 삶의 만족도를 높여주기 위한 약이므로 철저히 개인 부담으로 구매해야 하는 약이지만, 기본적인 생활 유지를 위한 비용 외에도 추가적인 지출 여력이 있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불러들일 수 있는 구매 유인력 또한 충분하다.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라면 일정 기간마다 약값에 대해서 적정성 여부를 재평가 받고 의료보험 등재 대상에서의 탈락 여부를 심사받아야 하지만, 이들은 전혀 그럴 필요가 없고 무리하게 높은 가격만 책정하지 않는다면 특별한 견제 없이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향후 성장동력으로 제약회사들의 관심이 많고 투자도 많이 되는 영역이다.
따라서 이들이 결국 향후 국내외 제약산업의 성장 모멘텀(Momentum)이 될 것이라고 경제 전문 기관에서 공통적으로 예측하고 있다. 국내의 한 대형 제약회사가 발기부전 치료제 한 가지를 개발하는 데 200억 원이나 쏟아 부었다는 것은 결국 그만큼 가치를 인정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웰빙의 트렌드는 2002년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오랫동안 범람해왔던 건강식품의 과대광고와 불량제조 현상을 타파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시작되었다.
불법적인 영업활동에 속지 말아야
법 통과 이후부터 건강식품은 ‘일반 건강식품’과 ‘건강기능성 식품’으로 나누어졌다. 특정한 효능을 입증하지 못한 식품은 무조건 일반 건강식품으로 분류되어 포장이나 광고에서 전혀 효능, 효과를 표시할 수 없도록 엄격하게 규정했고, 건강기능성 식품도 두 가지로 분류했다.
알로에, 콜라겐, 키토산, 홍삼, 비타민 등 원료에 대하여 이미 규격이 공포되어 있는 제품은 ‘고시형 건강기능성 식품’이라고 하고, 독창적인 활성물질을 개발하여 동물실험과 인체적용시험(신약을 개발하는 임상시험이 아니며, 특정한 효과가 나타나는지, 부작용이 나타나는지만 확인하는 간이 임상시험이라고 볼 수 있다)을 통과해서 효능을 입증 받은 것은 ‘개별 인정형 건강기능성 식품’이라고 하여 효능을 표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단속하고 있음에도 건강식품을 둘러싼 불법 제조와 판매의 위협은 계속 발생하고 있다. ‘떴다방’은 현재 주로 아파트 분양권 전매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이동 중개업자들을 의미하는 말로 쓰이고 있지만, 본래의 의미는 사은품을 주겠다고 선전하여 손님을 끌어 모은 뒤, 마지막에 출처가 불분명한 건강식품을 높은 가격으로 강매하는 업자들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특히 이들의 영업수법을 보면, 주택가나 건물 지하실 등에 홍보관을 차려놓고, 각종 공연과 사은품을 제공하며 일정기간 회원들을 모집하는 데 주력한다. 전업주부나 외로운 노인들을 대상으로 주로 영업하여 환심을 사는 데 주력한 다음, 어느 정도 신뢰관계가 형성되었다고 판단되면 고가의 건강식품을 꺼내어 강매하기 시작한다. 이들에게 건강기능식품법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다. 중풍을 예방하고 당뇨병 등을 치료하는 만병통치약이니, 관절염을 치료하는 신발 깔창이니 하면서 전혀 이치에 닿지 않는 제품을 팔거나, 저가의 화장품을 화상과 튼살 치료에 효과가 있는 약품으로 속이는 등 정도가 지나친 광고를 통해 정보에 취약한 노인들에게 많은 피해를 입히고 있다.
떴다방 영업자들은 홍보관 운영, 모집책, 운반책, 안내책, 채권추심 등 조직적으로 역할을 분담하여 철저히 각자의 실적에 따라 이익을 분배하는 형식을 견지한다. 심지어 억지로 물건을 노인들에게 떠넘긴 후에, 채권추심을 하여 추심대금의 10%를 담당자에게 지급하는 등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일도 많다. 검경에서도 지속적으로 이들을 단속하고 있지만, 생계수단으로 이런 일을 벌이는 사람들을 막는 데는 한계가 많다.
결국 이들의 유혹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방법만이 최선인 것이다. 노인교실이나 경로당 시설에서의 의약품 오·남용 예방 교육 등의 지속적 실시를 통해 불법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있는 힘을 갖도록 계몽해나가는 일이 사회안전망의 구축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고령사회로 급속히 다가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노령인구의 생활기반을 흔드는 일에 대해서 사회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웰빙뿐만 아니라 의약품이나 건강식품을 안전하게 먹는 고민을 줄여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 최혁재(崔爀在) 약사 경희의료원 약제본부 예제팀장
경희대 약학대학 객원교수, 한국병원약사회 법제이사, 서울시 약사회 병원약사이사,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 총무이사.
제주는 분명 대한민국이지만 "같은 나라 맞아?" 할 만큼 뭔가 다른 특별한 문화가 많이 있다. 아무래도 오랜 기간 독자적인 나라(탐라국)로 지내왔고 중앙정부 손길이 잘 닿지 못한 지역인데다가 섬 문화가 만들어낸 생태문화가 결합된 데 따른 것이다.
집을 수리하고 이사하는 구간 ‘신구간’
“언니, 신구간이 아니라서 집이 없다는 게 무슨 말이야?”
제주 이주를 준비하는 후배가 나에게 전화해서 물어본 말이다. ‘신구간’ 뿐 아니라 ‘연세’라는 개념도 처음 듣는 사람에게는 어리둥절한 말이다. 나 또한 탤런트 ‘신구’는 들어봤어도 ‘신구간’은 처음 들어본 말이었다. 또 ‘전세대란’이란 말은 제주에는 없다. 전세 자체가 거의 없으니까. 신구간은 대한(大寒) 후 5일에서 입춘(立春) 전 3일 사이에만 집을 수리하고 이사하는 구간이다. 약 7일 정도다. 땅에 내려와 있던 신들이 잠시 하늘나라에 올라가 있는 교체기간을 뜻하는 신구간. 이 기간에는 지상에 신이 없기 때문에 신이 두려워서 못했던 일들을 해도 아무런 탈이 없다고 믿었다.
천상천하를 관장하는 신들이 일 년에 한 번씩 모이기로 할 때 소별왕이 대한 후 닷새부터 입춘 전 사흘까지 약 일곱 날 동안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한다. 이 시기는 농한기이고 1년이 시작되는 중요한 시기다. 제주 신화에는 이렇게 '신구간'의 유래가 소개되고 있다.
신구간이 되면 이사 관련 업계 뿐 아니라 인테리어, 가구, 가전 업계에서도 덩달아 매출이 오른다. 아마도 신구간 기간 세일을 하는 건 제주도에서만 벌어지는 일일 것 같다.
신구간에 이사를 한꺼번에 하다 보니까 제주도는 이 기간에 쓰레기와의 전쟁을 치르게 된다. 2014년 제주시의 경우 신구간 기간에 하루 쓰레기 발생량이 평소 526t보다 40t정도 더 증가했고 청소차 운행횟수를 하루 1.5회에서 3회로 늘렸다.
지금 세상이 어느 세상인데, 광대역 LTE급 세상에 이 무슨 근거 없는 풍속인가 싶지만, 제주의 기후와 문화를 이해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신구간은 제주에서 일 년 중 일평균기온이 5도 밑으로 내려가는 거의 유일한 기간이다. 고온다습한 기후로 늘 세균 감염에 시달려야 했던 제주사람들에게 신구간은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유일한 기간이었다.
민간신앙-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에 영이 깃들어 있다
제주에는 1만8000여 신이 있고 400여개 신당이 남아 있어서 '신화의 섬'으로 불린다는 걸 들어 봤을 것이다. 어느 책에서 읽었는데 제주 사람들은 자신이 태어난 지역을 연고가 있는 '고향'이라 부르지 않고 내 탯줄이 있는 땅이란 뜻의 '본향'이라 부른다더라. 태어날 때부터 탯줄을 태우면서 기도를 했던 그 땅. 본향이다. 그래서 마을마다 본향당이 있다.
와흘 본향당에는 수령이 400년 넘은 폭낭(팽나무)이 있는데 입구에서부터 소름이 끼칠 정도로 강한 기운이 느껴진다. 나무 줄기마다 걸려있는 소지와 염색 천들. 나약한 인간들은 이렇게라도 신령스러운 나무에 기대어 위로받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내가 차 접촉 사고가 났을 때다. 직장 동료분 말씀이 ‘넋들이’러 가야 한다는 거였다. 제주에는 아직도 일상 생활에서 사고가 났을 때 넋들이는 풍습이 강하게 남아 있었다. 한 마디로 놀란 넋(혼)을 달래주는 것이다. 이렇게 초월적 존재를 믿고 의지하려는 마음은 제주의 풍습 중 하나로 깊이 자리하고 있다.
방사탑은 도로 중간에도 있고 마을과 마을 경계선에도 있다. 탑을 쌓아 올릴 때는 밥주걱이나 무쇠솥을 넣기도 했는데 밥주걱은 밥을 긁듯이 외부의 재물을 모아 달라는 의미고 솥은 불에도 끄덕없이 이겨내니 솥처럼 마을의 재난을 막아 달라는 의미이다.
칠성신은 곡물을 수호하고 풍요를 가져다 주는 뱀신이다. 제주에서는 특히 뱀을 신으로 섬기는 모습이 강하게 나타나는데, 이는 제주에 워낙 뱀이 많기도 하거니와 식량이 부족한 섬에서 뱀은 쥐를 잡아주는 아주 유용한 동물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철저한 분가제도-안거리 밖거리
제주는 육지와 달리 예로부터 자식이 결혼하면 분가를 원칙으로 했다. 부모와 자식은 취사를 따로 할 뿐만 아니라 경지를 분할하여 독자적으로 생산했다. 말 그대로 한 집안에 살지만 독립된 생활을 했다.
제주도 주택은 ㄷ자 구조나 ㅁ자 구조로, 주 생활 공간을 안거리 밖거리 2채를 짓는다. 한 집이지만 2세대가 살 수 있도록 각 채에 부엌이 마련되어 있다.
재미있는 것은 2세대가 한 집에서 살 때 부모님이 작은 집(밖거리)을 쓰고 자식들 가족이 큰 집(안거리)을 사용한다. 식구들이 많은 집이 큰 집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육지의 시선으로 보면, 한 집에 살면서도 안거리 밖거리에서 각각 따로 밥을 해먹는 것이 야박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밭일과 물질로 바빴던 제주의 여성들은 같이 모여서 밥을 먹고 하는 것이 오히려 비능률적이었다. 각자 챙겨서 얼른 밥을 먹고 일하러 가는 것이 서로를 위해 좋은 일이었다. 80이 넘은 노모도 혼자 밥 지어서 혼자 밥 먹는 게 일상화되어 있다. 우리 동네 이장님댁 어멍(어머니)은 항상 이렇게 말씀하신다.
“어떵 안 햄져”(혼자 먹어도 괜찮다는 뜻이다)
“지금은 덜하지만 2010년까지 신구간 기간에 이사를 하려면 평소 요금의 2배에서 4배를 요구하기도 했죠. 그러다 보니 연세라는 임대 방식은 강화될 수밖에 없었죠. 어차피 다른 달에는 이사를 하려 해도 집을 구할 수가 없으니까요”(고진석 상무이사, 제주희망협동조합)
인간을 둘러싼 모든 것에 신이 깃들어 있다는 제주 사람들의 믿음은 여러 책자에서 확인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생태 중심적 사고이지 어리석은 생각이 아니다. 제주에 이주해 살면서 여러 번 느꼈는데, 여기 분들은 웬만하면 뱀도 죽이지 않고 거미도 죽이지 않으려 한다. 그냥 자연에 있는 것들은 자연 속에서 사람과 함께 살아가길 바란다. 해산물도 필요한 만큼만 채취했다고 한다. 절대 욕심내지 않고 자연과 함께 사는 삶. 그것이 제주인의 삶이다.
이런 분가제도는 부모자식 간에 독립적인 삶이 강조되어서 결혼한 자식들은 철저하게 자립을 해야 했고 부모 역시 완전히 몸져눕지 않는 이상 자식에게 의지하지 않았다. 또 분가제도로 인해 부부 간에도 어느 정도 독립된 경제활동이 이루어졌다. 그래서 여자들끼리 계가 따로 있고, 경조사에서도 부모와 자식, 남편과 아내가 각각 따로 겹부조를 하는 특이한 상조문화도 생겨났다. 예를 들어 상갓집에 갔을 때, 그 집 큰 아들과 큰 며느리를 알고 있으면 큰 아들과 큰 며느리에게 각각 부조를 해야 한다. 육지에서 온 사람들의 경우, 제주도 경조사 풍습이 낯설게 느껴지기 마련인데, 그 뿌리에는 제주의 분가제도가 있음을 알면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된다. 알고 보면 배울 점이 많은 합리적인 문화가 많다. 육지엔 없고 제주에만 있는, 독특한 것들이 아주 많다.
김선혜 객원기자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 국어교사
-'랑이야 제주에서 학교가자'(대숲바람) 저자
-http://blog.naver.com/nana8897 운영중
국내 에너지빈곤층의 절반 이상이 월 소득 60만원 이하의 70대 이상 독거노인이며,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등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시민연대는 3일 ‘2014년 여름철 에너지빈곤층 주거환경 실태조사(2차년도)’를 통해 에너지빈곤층의 83.1%가 에너지복지정책인 단전유예 및 전류제한 장치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86.9%는 이 정책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에너지 빈곤층 조사는 지난해 1차년도의 경우 폭염이 지속되는 여름철 피해가 가장 심각한 빈곤층의 주거환경을 조사하고 폭염 발생 시 대비책이 마련됐는지를 점검하기 위해 실시됐다. 에너지시민연대 전국 네트워크 중 8개 단체가 참가한 조사는 서울·대전·마산·분당·안산·천안·포항 지역 총 160가구(노인가구)를 직접 방문해 설문조사 및 현장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령별 노인가구 및 독거여부를 확인한 결과 조사대상 총 160가구 중 독거노인 가구는 총 112가구로 70%였고 70대 이상 독거노인 가구는 94가구로 58.8%를 차지했다. 소득분포를 살펴본 결과 총 138가구인 83.1%가 월 소득이 60만원 이하에 불과했다. 주택유형으로는 절반 이상인 53.1%가 단독주택에 거주하고 있었고, 36.3%가구가 실내온도 30℃ 이상의 찜통더위를 견뎌야 했다. 외부보다 집안 온도가 높은 경우도 36.9%에 달했다.
조사대상 노인 중 65%가 폭염으로 인한 대표적인 온열질환인 어지럼증을 호소했고 40%가 두통을 앓았다. 또 15%의 노인이 폭염으로 호흡곤란을 앓는 등 위험수위에 이르렀던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원 질병보유 현황조사에서 조사대상 노인의 36.9%가 폭염에 취약한 고혈압을 앓고 있었으며, 21.3%가 당뇨를 앓는 등 만성질환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 외과증상으로는 관절 36.3%, 디스크 23.1%, 신경통 21.3%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가구 다수가 에너지복지정책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의 대표적 에너지복지정책인 단전유예정책의 경우 86.9%의 가구가 정책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단전유예정책은 전기요금을 내지 못하는 가구의 전기를 완전히 끊지 않고 최소량을 공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또 전기요금할인 정책을 모르는 가구는 41.3%, 폭염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시행 중인 무더위 쉼터 운영을 모른다고 대답한 가구는 76.3%에 달했다. 반면 무더위 쉼터 운영의 수혜여부 질문에 수혜를 받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단 2명인 1.3%에 불과했다.
에너지빈곤층이 바라는 에너지복지정책 우선순위로는 쿠폰, 바우처, 현물 지원이 33.8%, 에너지가격 할인 또는 감면을 원하는 가구는 24.4%로 실질적인 현물 및 현금 지원을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복지 수혜대상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15%였으며, 가전제품 교체, 조명기기 교체, 도시가스 인입 등은 5% 이내에 불과했다.
에너지시민연대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가 6월 1일부터 7월 8일까지 운영한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감시체계’ 발표결과 총 135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지만,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고령의 독거노인들이 폭염에 무방비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수의 에너지빈곤층 노인들이 관절·신경통·디스크 등으로 거동이 불편하고, 컴퓨터 및 휴대전화 이용이 불편한 만큼 찾아가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등의 적극적인 기후에너지복지정책이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구촌의 축제가 월드컵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그 축제의 장은 우리나라 지구 반대편의 브라질이다.
브라질하면 떠오르는 것 중 대표적인 것이 축구 일 것이다. 그래서 세계의 어느 나라보다 축구 광팬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브라질의 축구 광팬들 사이에서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열정을 가진 이가 있다. 상파울루주 깜삐나에에 사는 변호사 넬손 파비오티(57)다.
20년 동안 그가 입고 지낸 옷의 색깔은 오로지 3가지 였다. 브라질 축구국가대표님 유니폼의 노랑, 초록, 파랑색이다. 출근복도 정해져 있다. 재킷은 노랑, 셔츠는 초록, 바지도 노랑, 그리고 모자는 파랑색이다.
의생활뿐만 아니다. 사무실의 가전제품, 가구의 색깔도 이와 비슷하다. 벽은 노랑색, 캐비넷은 파랑색과 흰색, 책상은 파랑색이다. 그는 시계, 의자, 전화기, 스테레오 모두 색깔을 대표팀 유니폼 색깔로 맞춘 못 말리는 축구광이다.
그가 자동차를 타고 길거리를 나서면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자동차도 브라질 축구대표팀 색상으로 도색했기 때문이다. 출근길에 듣는 음악도 브라질의 국가다.
그가 이렇게 살고 있는 이유가 있다. 바로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 넬손은 1994년 미국 월드컵 당시 친구들 앞에서 약속을 했다. 친구들에게 “브라질이 월드컵에서 우승하면 남은 평생 브라질 대표팀 색상의 옷만 입겠다”고 약속했다. 그 대회 월드컵은 브라질의 차지가 됐고, 그 이후 그는 약속을 계속 이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