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편집 프로그램인 ‘포토샵’에 사진의 이미지를 흐리게 하는 ‘필터 기능’이 있다. 처음 이 기능을 접했을 때 ‘어떻게 이런 천재적인 생각을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터 기능은 사실을 진실로, 경험을 희망으로 보게 하는 비상구로 보였다.
사실과 사실인식(진실) 간 틈을 비집고 들어간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회화 세계 ‘포토 페인팅’이 ‘필터 기능’의 시작이라는 것을 2020년 2월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작가 미상’으로 알게 되었다.
영화는 통일 전 동독 사회의 모습을 자주 소재로 삼는 독일인 감독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의 작품이다. 그는 이미 영화 ’타인의 삶‘에서 통제된 사회에 살며 개인의 자유, 창의성을 위해 고뇌하고 행동하는 예술인의 모습을 보여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 영화에서도 나치 정권과 동독에서 성장기를 보낸 후 서독으로 탈출해 ’포토 페인팅‘ 기법으로 화가로 데뷔한 리히터를 모델로 하여 전반부에는 나치와 사회주의 치하에서 국가가 예술을 통제해 발생하는 한계를, 후반부에는 현대미술의 자유로운 창작활동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톰 쉴링, 폴라 비어, 세바스티안 코치 등 독일을 대표하는 명배우들이 흐릿한 시대를 예술로 담은 현대미술의 한 거장에 대한 서사를 풀어간다.
1937년 나치는 ‘국민의 교양을 함양하는 바람직한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독일 미술전’과 ‘국민정신을 호도하는 퇴폐적인 미술작품’을 선보이는 ‘퇴폐 미술전’을 열었다. 나치의 문화 예술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과 검열이 최고조에 이르던 시기였다. ‘퇴폐 미술전’에는 콜비츠, 칸딘스키, 클레, 샤갈, 뭉크, 피카소 등 미술사의 혁신을 이룬 20세기 대표 작가들의 작품 1만7000여 점이 출품되었다. 20세기의 아방가르드 예술이 거기에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작품은 몰수되었고 지목된 작가들은 작품 제작이 금지되었다.
영화는 이 전시회 ‘칸딘스키, 몬드리안의 그림 앞에서 국가중심주의 시각으로 빈정대는 도슨트의 설명으로 시작한다. 어린 쿠르트는 피카소와 칸딘스키의 그림에 시선을 빼앗긴다. 이모인 엘리자베스는 도슨트의 설명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도 이 그림이 좋아”라고 어린 조카에게 속삭인다.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면 좋아해도 된다고 하면서 이모는 말한다. “진실한 것은 모두 아름다우며 아름다운 건 기꺼이 봐도 되니 절대 눈을 돌리지 말라”고.
자유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적 감성이 뛰어났던 이모 엘리자베스는, 그녀의 행동을 일탈로 보는 사회 분위기와 정권에 의해 정신병원에 감금되면서 시대의 희생자가 된다. 유럽 사회는 이미 19세기 후반부터 특정 인종의 우월성을 강조하면서 우생학 등을 이용했다. 더군다나 나치 정권은 좋은 혈통 유지를 위해 그녀에게 강제 불임 수술을 하고 가스실에서 죽인다. 이모 엘리자베스의 이런 아픔은 나치 신봉주의자인 의사 칼 시반트에 의해 행해진다.
쿠르트는 전쟁이 끝난 후 미술대학에 진학한다. 그곳에서 이모와 이름이 같은 패션과 학생 엘리자베스를 만나 결혼한다. 그는 화가로서 명성을 얻지만, 사회주의 체제의 미술에 대한 통제와 제한된 역할에 염증을 느낀다. 결국 장벽이 세워지기 전 서독으로 탈출한다. 뒤셀도르프대학교로 간 쿠르트는 그곳에서 만난 안토니우스 교수에게 “이 그림들엔 네 것이 없어.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너만의 것을 해”라는 말을 듣고 강력한 깨달음을 얻는다.
예술가는 내면의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길 원한다. 그리고 그 생각과 감정의 원천은 경험에서 나온다. 의식과 무의식 속에 쌓아온 경험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항해하던 쿠르트는 신문기사에서 영감을 받아 전환점을 만든다. 현대 회화에 새로운 전기가 된 쿠르트의 페인팅은 엘리자베스 이모가 추구했던 자유와 아름다움의 발현이었다. 헤드라이트를 켠 여러 대의 버스 앞에 서서 쿠르트가 클랙슨 소리를 듣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쿠르트와 엘리자베스 이모가 함께 예술을 찾아가는 여정을 상징한 것이다.
르네상스 이후 발전해온 회화의 목표는 눈에 보이는 세상을 완벽하게 캔버스 위에 구현하는 것이었다. 가시적인 세계, 눈에 보이는 세계가 중요했다. 미술의 전통적 장르가 그랬다. 영화에서도 “이제 회화는 끝났다”고 현대미술의 속성에 대해 단정한다. 하지만 쿠르트는 그 거대한 파도를 관통해 ‘포토 페인팅’을 창시한다. 지금 여기에서 보는 것을 뛰어넘어 체험이나 학습, 경험 등 과거의 기억을 종합해 사물을 바라본다. 그는 바라보는 매체로 사진을 활용했는데, 사진의 여러 이미지를 회화로 재해석해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했다. 특히, 사진의 특징인 선명성을 배제하고 흐릿하게 화면을 뭉개거나 흘리는 스타일을 창안했다. 전에 없던 새로운 회화 양식의 창조였다. 영화 후반부는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한 편의 명강의가 펼쳐진다.
3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이지만 영화가 끝날 때까지 집중 몰입하게 만드는, 구성과 연출이 뛰어난 수작이다. 독일의 드레스덴, 뒤셀도르프 등 도시 풍경이 나오는 영상도 아름답지만, 또 다른 리히터인 ‘막스 리히터’의 음악이 영화의 아름다움을 배가한다. 옷을 벗은 채 바흐의 ‘사냥 칸타타’ 중 ’양들은 편안히 풀을 뜯고‘를 피아노로 연주하는 엘리자베스의 모습은 광기에 빠진 세상에 대해 저항하는 힘없는 아가씨의 모습을 보여준다.
나치 신봉주의자에서 우연한 기회에 누군가에게 도움을 줘 전쟁 후에도 의사로 살고, 다시 서독으로 망명해 편하게 사는 칼 시반트의 기회주의적인 삶의 모습에서는 어떤 기시감이 들었다.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예술은 희망의 가장 고귀한 형태다, 정확하게 초점이 맞은 이미지보다 흐릿한 캔버스를 통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는 말에는 예술가에게 중요한 것은 휴머니즘적 태도라는 정의가 담겨 있다. 그의 말에 이런 의미가 있다는 것을 영화를 본 후 깨달았다.
강진은 여행기의 베스트셀러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속 남도의 첫 번째 답사지다. 유배의 땅 강진으로 표현되는 곳, 오롯한 멋과 함께 풍미의 고장 남도답게 먹거리가 풍성하다. 맛과 멋을 찾아 떠나는 남도 여행, 전남의 끝자락인 강진의 자연에 흠뻑 빠져본다.
도심을 떠난 느낌을 단번에 느끼고 싶다면 강진의 백운동별서정원이 만족감을 높일 것이다. 서원의 시초라는 백운동서원이 아니라 백운동정원이다. 담양의 소쇄원, 완도의 부용동과 함께 호남의 3대 정원으로 불린다. 별서정원은 벼슬을 떠나 시골이나 산속에 집을 짓고 자연과 벗하며 살고자 만들어 놓은 정원을 말한다. 그 이름답게 산중에 감추어진 별천지다. 호남 전통 별서정원의 원형이 잘 보전된 곳으로 아름드리 동백나무와 작은 계곡이 안온한 느낌을 자아낸다. 왕대 숲에 불어오는 바람과 월출산의 정기가 마음을 청순하게 한다.
정원이 세간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다산 정약용에 의해서다. 유배 중에 제자들과 함께 월출산을 등산하고 난 뒤 백운동 정원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다산의 제자 가운데 이담로의 6대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곳에서 하루를 지낸 다산은 정원에 흠뻑 빠져들었다. ‘백운동 12경’을 뽑아 그의 제자 가운데 한 명인 초의선사를 불러 그림을 그리게 한 후 그의 시와 함께 ‘백운첩’으로 남겼다. 정원을 둘러보다 보면 곳곳에 다산의 경(景)을 칭하는 안내판과 시를 볼 수 있다.
백운동정원은 정원 자체의 정취뿐만 아니라 차의 산지이기도 하다. 백운동 옥판봉에서 나는 차라는 뜻의 백운옥판차가 바로 이곳 백운동 정원 왕대밭에서 자라는 차나무에서 생산되었다. 다산이 굳이 다도에 조예가 깊은 초의선사를 불러 백운동 정원을 그리게 한 것은 이곳에서 나는 차의 풍미를 함께 나누고 싶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리라.
좋은 차가 나오는 차의 산지임을 증명하듯 가까이 월출산 자락에 대규모 녹차 밭이 있다. 정원에서 나와 작은 오솔길을 지나 차밭으로 향한다. 바위산의 웅장함을 그대로 드러낸 월출산과 그 아래 펼쳐진 차밭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비경이다.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크고 안개가 많은 곳에서 재배하는 차가 떫은맛이 적고 강한 향이 난다. 백운옥판차의 명성을 잇듯 좋은 차가 월출산 자락의 정기를 흠뻑 머금고 자란다.
자연 여행을 꿈꾸는 강진의 두 번째 여행지는 강진만 생태공원이다. 갈대숲 우거진 데크길을 2.8km 걷는다. 햇살이 뜨거울 법도 한데 갈대숲이 불어다 준 바람 몇 점에 땀이 식는다.
갯벌 흙이 드러난 곳에서 칠게와 짱뚱어를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름에 짱뚱어는 가장 활발하게 움직인다. 갯벌 학습장이 따로 없다. 덩치가 비등해 보이는 짱뚱어 두 마리가 등지느러미를 곧추세운 체 으르렁거리며 싸우질 않나 제법 덩치가 큰 짱뚱어 한 마리가 풀쩍 뛰어오른다. 점프는 수컷의 암컷에 대한 구애 행동이다. 갯벌 흙 사이에 짱뚱어 집들이 볼록볼록 솟아있다. 슬금슬금 칠게도 드나들고 짱뚱어도 드나드는 저 집은 과연 누구의 집일까 궁금해진다. 칠게가 원래 집주인, 짱뚱어가 뺏는 경우가 대부분이란다. 게의 날카로운 집게발도 짱뚱어에겐 소용이 없다. 갯벌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있다니, 더운 여름날인데도 호기심에 오래도록 갯벌을 바라본다.
◇강진 추천 맛집
청자골종가집
강진의 대표 맛집으로 꼽힌다. 방석만 있는 덩그러니 놓인 방에 착석하면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잘 차려진 상이 상째로 들어온다. ‘이 정도는 돼야 남도의 한정식이지’ 하는 생각을 하며 식탐 삼매경에 돌입. 홍어삼합이 첫 타자, 톡 쏘는 맛이 그리 강하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다. 육회를 한 점 집어먹고 새우 버터구이를 하나 집어 든다. 각종 나물과 찬에 멈추지 않는 손, 따뜻하게 내온 불고기와 녹차 물에 밥을 말아 보리굴비(부세) 살 한 점을 얹는다. 밥도둑이 따로 없다. 강진군 군동면 종합운동장길 106-11
다온식당
가볍게 아침을 먹기 적당한 가정식 백반이다. 조갯국에 계란말이, 부담이 없다. 엄마가 차려주는 집밥이 떠오른다. 강진군 대구면 수동길 17-7
박종서(74) 관장은 우리나라 자동차 디자인 1세대로 이 분야의 선구자이자 산증인이다. 예술 관련 잡지와 도록들이 꽂혀 있는 책장, 박 관장이 직접 만든 모자이크 작품과 다양한 소품들, 도자기들이 정갈하게 진열된 공간에서 잔잔한 피아노 선율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옆자리에는 세 살짜리 고양이 금이도 자리를 잡고 앉았다.
먼저 2019 디자인코리아 ‘디자이너 명예의 전당’ 헌정 대상자에 선정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대상자로 선정됐을 때 쑥스러웠다. 후배들이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추천을 못하게 했는데 일방적으로 받게 됐다. 나는 명예의 전당에 올라갈 정도로 인품이 있지도 않다. 옛날에 많은 가르침을 주신 은사님이 계신데, 그분의 영광을 위해 승낙했다.
코로나19로 미술관이 휴관 중인데 어떻게 지내시나요?
생활은 식칼과 똑같다. 한쪽에는 날카로운 면이 있고 한쪽에는 무딘 면도 있다. 삶은 내가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나는 혼자 있을 때 제일 행복하다. 어려서 구석진 곳에 있으면 너무 편안했다. 그래서 책상 밑, 어머니의 재봉틀 발판 속, 장롱과 벽 사이로 들어가 있곤 했다. 어른이 되어 등산할 때도 바위틈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기분이 좋았다. 지금도 그렇다. 이 미술관을 지을 때 건축가에게 “유리로 만들어서 한눈에 다 보이면 안 된다. 내가 숨을 공간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말했고 그런 공간을 확보했다. 저녁 식사 후에는 혼자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그날 일을 기록한다. 어제는 잎이 삐죽삐죽한 씀바귀를 스케치한 다음 마시던 커피를 이용해 잎사귀를 채색했다. 이런 시간들이 가장 행복하다.
관장님에게 디자인은 어떤 의미인가요?
음악은 심금을 울리고 감동을 준다. 사람을 기쁘게도 하고 슬프게도 한다. 그런데 디자인은 절대 사람을 울게 하지는 못한다. 감정적으로 음악만 못하다. 다만, 소유한 사람이 오래 소장하고 싶어 하는 욕망을 채워줘야 한다. 디자인은 항상 보편적인 개념을 존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비행기는 비행기다워야 하고, 자동차는 자동차다워야 한다. 자동차 디자이너는 자동차가 갖는 보편적 개념과 질서를 존중해야 한다. 무조건 새로운 게 디자인은 아니라는 뜻이다.
디자이너에게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가요?
안목이다. 공부를 잘한다고 훌륭한 디자이너가 될 수는 없다. 스킬은 배울 수 있지만, 창의력은 배울 수 없기 때문이다. 안목을 키우려면 흙, 나무, 종이 등 기본 물질에 대해 알아야 하는데 이것은 학습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대학에서 디자인 공부를 한다는 것은 10년 후나 20년 후에는 못 쓰는 지식을 배우고 있다는 뜻이다. 이를 지식의 반감기라고 하는데, 디자인은 90%가 없어진다. 지식이 반감되지 않으려면 내 손으로 만든 기억이 있어야 한다. 나는 무언가를 만들 때 어린 시절 진흙을 가지고 놀던 기억을 떠올린다. 진흙이 얼마나 미끄러운지, 어떻게 해야 갈라지지 않는지, 머리가 아니라 손이 기억하는 것들을 디자인에 적용한다.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이 남다르신데요. 자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자연은 인간보다 먼저 존재했고, 먼저 진화했다. 우리가 오늘날 겪는 시행착오는 이미 생태계가 오래전에 겪은 시행착오에 불과하다. 인간은 자연을 못 따라간다. 황금분할 1:1.61803은 암기할 수 있다. 하지만 어린 시절 자연에서 뛰어놀았던 아이들 머릿속에 이미 다 들어가 있다. 유명 자동차 디자이너들이 그렇다. 그냥 척척 했는데, 재보면 황금분할이다. 특별한 툴이나 연장이 필요 없다. 무엇을 만들고자 할 때는 주변에 있는 것들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도구를 구하러 다니는 동안, 초기의 생각이 변질되고 왜곡되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하면 거짓일기처럼 된다.
자동차 디자인의 장인정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디자이너는 월급이 아니라 명예와 사명감으로 살아간다. 윗사람이나 상대 부서 등 타인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모델이 있어야 하고, 논리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공부하지 않으면 논리는 빈약해진다.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도둑맞은 내 생각을 찾아오기 위해서다. 독서를 하다 보면 내가 생각한 것들이 이미 글과 디자인으로 표현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는 바로 움직여야 한다.
아들 박찬휘 씨도 현재 아우디 디자인 파트에서 일하고 있지요?
아들은 페라리, 벤츠를 거쳐 현재 아우디에서 일하고 있다. 2022년에 나올 자동차 프로젝트명이 아들 이름을 딴 ‘CHAN22’라고 한다. “회사에서 인정받으며 명예롭게 근무한다. 이곳을 마지막 직장으로 생각하고 싶다”고 말한다. 아들을 키울 때 자연을 많이 접하게 했다. 내가 커다란 종이에 그림을 그릴 때 같이 그렸다. 그런데 아들은 자기가 그린 그림들을 모두 버렸다. 내가 그것을 모아 유학 준비를 하는 아들에게 “이게 네 진짜 그림”이라며 건네줬다. 덕분에 학교에 합격할 수 있었다. 아들은 이제 진실한 그림이 무엇인지 알고, 내게 많이 감사해한다. 자동차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많이 부딪친다. 언젠가 내가 티뷰론을 실험적으로 다시 만들어보고 싶다고 하니, “은퇴 후 졸작들을 만들더라, 아빠도 그 꼴이 되고 싶으시냐, 하지 말라”고 했다.(웃음)
자동차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요?
자동차는 비행기가 될 수 없다. 비행기처럼 날아가는 자동차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자동차는 그럴 수 없다. 미래에는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것이 나와야 한다. 쓸데없는 것,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 떼어내는 디자인을 해야 한다. 독일의 바우하우스(BAUHAUS)는 디자인 명제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말을 강조한다. 경제가 어려울 때 장식이 많아지고 허세가 넘친다. 지금 우리나라 차들이 그렇다. 대기업은 이제 소비자에게 판매만 할 것이 아니라 잘못된 인식에 대한 계몽적 마케팅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전기자동차부터 수소자동차, 자율주행자동차까지 자동차의 미래 트렌드가 많이 바뀔 것으로 예측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차의 형태가 지금과 같은 이유는 앞쪽에 엔진과 미션이 들어가고 뒤쪽에 트렁크가 있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라면 앞쪽이 텅 비어도 되니, 현재의 자동차 모습일 필요가 없다. 앞으로 고밀도 사회(high density society)가 도래하면 크기도 지금처럼 클 필요가 없다. 현재 패키지 레이아웃(package layout)은 가솔린 자동차 위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미래에는 모양과 디자인이 모두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테슬라도 그대로 하고 있다. 이게 급선무인데 관념에 묶여 제 할 일을 하지 않고 있다. 그게 제일 안타깝다. 소재도 철판으로만 한정하고 있는데 달라져야 한다. 카본 파이버는 철판보다 30배나 더 가볍다. 현재 쏘나타의 무게는 1톤에 가깝다. 카본 파이버로 바꾸면 200㎏ 정도밖에 안 된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나는 평생 메모를 습관화했다. 신입사원 시절 일본 출장을 갔다. 비행기 옆자리에 한 할아버지가 앉았다. 나는 멍하니 앉아서 가는데 그분은 뭔가를 계속 쓰고 있었다. “기록할 게 많은 일을 하시나보다” 했다. 나에 관해 물어봐서 신입사원이라고 했더니 “평소에 메모를 많이 해라. 윗사람이 지시하면 그것을 적어라. 상사가 묻기 전에 보고해라. 윗사람이 물어보는데 내가 ‘아차’ 한다면 이미 회사생활은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알고 보니 그 어르신은 일본 스미토모상사 그룹의 회장이었다. 그때부터 메모를 생활화했고 그 내용을 모아 책도 출간했다. 요즘 세대는 휴대전화나 컴퓨터에 기록한다지만, 우리 세대는 바로바로 손으로 쓰면서 생각도 정리하니까 더 좋은 것 같다.
좌우명이 있으신가요?
취미로 1990년대 초부터 스케이트를 탔다. 빙상 500m 쇼트트랙 전국대회에서 우승도 했다. 취미이지만 하나를 하더라도 기초만큼은 제일 탄탄한 사람이 돼야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정확한 자세와 아름다운 폼은 기본이 튼튼해야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코치에게 지도를 받았다. 스케이트를 타다 넘어지는 건 자세가 흔들렸거나 승부욕이 넘쳤다는 의미다. 뭐든지 기본을 먼저 갖춰야 한다. 기본 원리를 모르는 상태에서 테크닉부터 터득하려고 하니까 무너지는 거다.
아직도 열정적으로 일하고 계신데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뭔가 일을 벌이면 사람들은 “당신 나이가 몇 살인데 그래?” 한다. 대부분 그 말을 들으면 포기한다. 만약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생각날 때 바로 시작해야 한다. ‘포니정’으로 불렸던 정세영 회장은 “결론은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나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한다. 단점일 수도 있지만, 생각을 오래하면 하지 않을 구실을 찾게 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이다.
노년을 준비하는 노하우가 있다면요?
나이를 생각하지 않고 즐거움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산에 가면 작은 꽃, 작은 버섯, 이름 없는 가랑잎을 보면서 재미를 느낀다. 벌레 먹어 썩은 나무가 있으면 가져와서 그 흔적을 입체적으로 만들곤 하는데, 벌레가 그린 그림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남들이 보면 정신 나갔다고 할 수도 있다. 자연은 그 나름대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지만 누구에게나 다 보이는 건 아니다. 보고자 하는 사람, 뜻이 있는 사람에게만 보여주고 길을 열어준다. 즐거운 일, 사랑할 일이 구석구석에 많다.
우리 연배 사람들은 우리나라 경제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을 하는 화물차처럼 중요한 존재다. 그런데 노인들을 홀대한다. 이런 풍토는 바뀌면 좋겠다. 나이 들면 하찮고 소소한 것에서 즐거움을 찾길 바란다. 남을 배려할 줄도 알아야 한다.
버킷리스트가 있으신가요?
첫 번째로 이탈리아 스승을 기념하는 작품을 만들려고 한다. 페라리 자동차를 만든 명인 스칼리에티는 나의 스승이다. 14세 때 기름 1ℓ를 넣은 오토바이를 타고 모데나에서 베로나까지 100㎞ 구간을 갔다고 한다. 집에 돌아올 때는 적정 속도와 연료 소모량을 계산해, 오토바이를 개조한 다음 소량의 연료만으로 오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1950년대 벨로솔렉스 오토바이를 주문했다. 미술관 아래 밭 근처에 있던 밤나무가 죽었다. 지름이 1m 정도 되는 큰 나무였다. 그 나무와 오토바이를 결합한 작품으로 스승에게 보답하는 오마주 작업을 준비 중이다.
두번째는 책을 출간하려고 한다. 10년 전 ‘꼴, 좋다! 자연에서 배우는 디자인’이라는 책을 펴냈다. 강의 교재로 썼던 내용을 쉽게 풀어쓴 것으로, 모든 형태는 자연을 따른다는 생각을 담고 있다. 지금 두 가지 책을 구상 중이다. ‘꼴, 좋다’와 같은 내용의 글을 새로 써서 큰 사이즈로 낼 계획이다. 다른 하나는, 이탈리아 스승에게 들은 자동차와 카로체리아(carrozzeria)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소개할 생각이다. 카로체리아는 디자인 능력을 갖춘 소량 주문제작 방식의 자동차 회사를 말한다.
마지막으로, 집 뒤에 있는 500평(1652㎡) 규모의 정원을 영국의 채리티 가든(Charity Garden)처럼 만들고 싶다. 자선 정원으로 운영해 입장료를 불우한 어린이들을 위해 사용하고 싶다. 이 사업은 아내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미술관을 통해 이미 사회에 기여하고 계신데요. 사재를 들여 지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미술관을 통해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싶었다. 꼭 자동차와 관련된 꿈이 아니어도 좋다. 과학자가 될 수도 있고 미술가가 될 수도 있다. 그 꿈을 이곳에서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현재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교수로 있는 김상배 박사의 경우가 그렇다. 그가 연세대 공대를 졸업하고 뭘 할지 몰라 고민할 때 내가 “천장에서도 떨어지지 않는 도마뱀을 가지고 연구해봐라” 했다. 이후 스탠퍼드대학에 들어가더니 졸업작품으로 유리벽을 타고 오르는 로봇을 만들어 미국에서 올해의 과학자에 선정되었다. 많은 분이 여기를 자유롭게 방문하시길 바란다. 예약하면 전문가가 해주는 설명도 들을 수 있다. 다이아몬드는 장식품에 불과하지만 동일한 탄소 성분으로 이루어진 흑연 연필은 꿈을 그릴 수 있다. 연필로 꿈을 그리듯 이곳이 모두의 꿈을 그릴 수 있는 장소가 되길 바란다. 연필의 사각거리는 소리와 함께 자신의 소망도 커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로마법 수업
“성장할 것이다. 변화할 것이다.”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 나오는 마지막 문장이다. 톨스토이는 인간은 매일 더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한 성찰과 학습을 통해 자기완성에 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없는 노력과 소중한 하루하루가 모여 ‘나다움’을 ‘내 나이’를 만드는 것이 인생이다. 이렇게 인생이 성공이 아닌 성장의 이야기여야 하는 이유는 ‘자유’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어떻게 나이를 먹어야 행복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한다. 주저 없이 독서를 권한다. 독서는 노화의 지름길인 영혼의 경직성을 막아줄 뿐만 아니라, 내면을 성장시켜 ‘자유’를 얻게 해준다.
나이 들면서 타인과의 관계가 위축, 단절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수록 타인과 더 부단히 만나고, 더 소통하고, 더 변화해야 한다. 노년이 아름다운 순간 중 하나는 ‘자신도 모르게 젊은이에게 지혜를 전해주는 메신저’의 모습을 보일 때다. 사람들의 재능과 진실이 세상에 잘 스며들도록 도와주는 것이야말로 어른이 해야 할 역할이다. 주변을 마음의 여유와 탐미적 시선으로 보면 ‘아름답게 나이 드는 삶’으로 가꾸어갈 수 있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 나는 ‘독서 토론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9명의 회원이 각자 공통의 책을 읽은 후 모여서 이야기를 나눈다. 이 시간이 좋은 이유는 나와 다른 시선을 가진 이들과 소통하면서 내 세상이 더 넓어지는 걸 느낄 수 있어서다. 40대에서 60대에 속하는 회원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제각각이다. 그 시선을 독자들과도 공유하고 싶었다. 고민 끝에 서평이 아닌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를 쓰기로 한다.
기사는 책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와 독서 후의 짧은 소감, 논제로 구성했다. 논제는 회원들이 발제해 모임에서 함께 토론한 주제들이다. 독자들도 소개한 책을 읽고 제시된 논제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2020년 6월의 책 1
- 도서명: 로마법 수업
- 지은이: 한동일
- 출판사: 문학동네
책을 선택할 때 저자의 이름만 보고 선택하는 경우가 꽤 있다. 본 도서가 그렇다. 한국인 최초, 동아시아 최초의 바티칸 대법원 변호사이자 신부인 저자의 베스트셀러 ‘라틴어 수업’에 이어서 나온 책이다.
로마법은 오늘날 민법으로 발전된, 개인 간의 문제를 다룬 로마 사법을 말한다. 저자는 로마 문명의 특징인 절충과 조율에 로마인의 실용적 기질이 더해져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만들어진 로마법이야말로 인류가 시대를 초월해 추구해왔던 보편적 가치와 이상을 담은 법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우리의 현실과 고대 로마 사회(로마법)를 비교하면서 어떻게 바람직한 인간 공동체를 만들 것인가를 독자들에게 묻는다. 대표적인 예로 저자는 평등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질문한다. “로마 사회는 명목이나 실제에 있어서 불평등한 계급사회였고, 로마의 형법은 불평등한 법이다. 우리 사회는 명목상 평등한 사회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이 존재하는 실제로는 불평등한 사회다. 어느 사회가 더 나은 사회라고 할 수 있는가?” 독자들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들고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제 우리 사회를 실제로 평등한 사회로 실현해 나가자”고 부드럽게 제안한다.
이 책은 법률 서적이라기보다는 인문학에 더 가까운 도서다. 각 장은 진정한 자유인으로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변화, 특권과 책임, 계급과 돈, 인간과 노예, 여성문제, 신분과 권한, 결혼과 이혼, 간통, 사회 범죄와 형벌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정리해 오늘날의 우리 사회를 성찰하게 한다. 우리 사회의 문제와 과제에 대해 생각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이 이 책의 가치다. 저자가 책에서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이 있다. 다음은 그것을 함축한 한 문장이다.
“우리가 인간이라는 것을 기억합시다.”
◇ 책 읽은 소감: 저자가 말하는 정의에 대체로 공감한다. 우리의 공동체에 대해 성찰해보도록 하는 게 이 책이 지닌 강점이다. 아울러 로마 사회의 실체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게 됐다. 하지만 원론적 담론에 그친 한계와 새로운 제안의 부재가 아쉬웠다.
◇ 평점: 3.75(5점 만점)
◇ 논제
- 저자는 "‘신분상의 불평등 원칙에 기초하여 차별한 사회’와 ‘명목상 평등 원칙에 기초를 두고도 차별하는 사회’ 가운데 어느 것이 더 낫거나 진보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합니다. 이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p.55, 221)
-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제도 가운데 시공을 초월해 영영 변치 않을 절대 원칙이란 사실상 없는지도 모른다고 말하며 법이란 시대의 반영인 동시에 시대가 요청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자신이 입법자라고 가정하고 지금 우리 현실에서 1) 반드시 폐지하고 싶은 법과 2) 꼭 제정하고 싶은 법이 있다면? (p.137)
- 로마 사회는 간통죄에 대해 여성에겐 엄격했고 남성에게는 관대했습니다. 그래도 로마법은 남녀가 동등하게 신의를 지킬 것을 권장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간통죄가 폐지된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저자는 법이 관여하지 않는 영역에서도 우리가 인간성을 잃지 않으려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묻습니다. 간통한 자들은 사랑이라 말하고 법에선 죄가 아니라고 합니다. 그런데 누군가는 고통을 당하고 자살까지 하는 현실입니다. 간통죄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p.154)
-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이 최소한의 삶을 위해 필요한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와 사회를 위해, 인적자원 공급을 위해 출산을 장려한다면 고대 로마 사회의 노예가 자녀를 낳아 주인의 부를 충족시켜주기를 바라는 마음과 무엇이 다르냐고 저자는 문제를 제기합니다. 우리 사회의 비혼과 출산 기피 현상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p.68)
- 로마는 남성 중심적인 세계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성들은 인류법의 기원이라는 로마법에서조차 남성에게 귀속되는 존재였습니다. 그리고 여성의 권리가 완전 회복되기까지 2000여 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도 느리지만 끊임없는 투쟁으로 근래에 폭풍 같은 발전을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부분이 부족합니다. 성 평등, 가정에서부터 얼마나 실천하고 있나요? (p.90)
- 저자는 자유인으로서의 삶과 노예적인 삶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할 것을 제안합니다. 많은 사람이 바라는 자유에 대해 저자는 ‘묶여 있음으로 해서 자유로워진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나마 자유를 찾을 길은 사회의 일원으로 묶여 있다 할지라도 지위와 계층을 구분하지 않고 사람과 사람으로서 사랑과 우정을 나누는 것뿐이라고 말합니다. 저자의 관점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여러분이 바라는 자유는? (pp.57~58)
중년에 취미활동이나 외국어 학습, 악기 연주, 유산소 운동 등을 하면 치매를 예방하는 데 좋은 효과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건강검진을 받으러 갈 때마다 의사가 적당한 운동이나 취미활동을 권유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중년이 되면 유산소 운동에 도전하고 취미활동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 악기 연주나 외국어 학습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온라인에서 혼자 배울 수 있는 다양한 외국어 학습 프로그램이 많다. 굳이 학원을 가지 않아도 집에서 편하게 외국어 공부를 할 수 있다. 나이 들어 외국어 배워서 어디에 써먹을 거냐고 물어본다면 할 말은 없다.
앞으로 코로나가 일상이 될 것 같아 해외여행지에서 써먹기도 힘들 것 같고 원어로 영화나 드라마를 보거나 소설을 읽어보려 외국어 공부를 한다는 게 시간 낭비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런데 하루에 몇 시간씩 외국어를 배우면 뇌 건강은 좋아질 것 같다. 언어도 익히고 치매에 대한 두려움도 떨칠 수 있다면 일석이조 아닌가? 학창 시절에 이루지 못했던 꿈도 이루고 뇌 건강도 챙기고, 그리고 자기계발에도 열심인 나, 상상만 해도 자랑스럽다. 그래서 과거에 이루지 못했던 꿈, 현재의 만족, 미래에 대한 준비까지. 퍼펙트하게 삼위일체를 이루는 외국어 학습을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다양한 온라인 학습 사이트를 찾아봤다.
우리가 365일 매일 24시간 손에서 떼어내지 못하고 애지중지하는 스마트폰은 외국어를 배울 때 매우 유용한 도구다. 특히 전 세계의 빅 브라더라 할 만한 구글의 언어 학습 플랫폼은 놀라운 속도로 업데이트가 이루어진다. 최근 구글 번역기는 103개국 언어로 텍스트 번역이 확대됐다. 게다가 여행 전 미리 다운로드해서 쓸 수 있는 언어가 59개국 언어라 하니 구글 번역기 하나만 있으면 해외에서도 겁날 게 없어진 세상이 됐다. 구글 번역기를 열고 마이크에 대고 언어를 말하면 지정된 언어로 음성이 흘러나오는 동시통역 기능까지 추가돼 해외 언어에 대한 불편함을 덜어주고 있다. 또 스마트폰 카메라를 표지판이나 메뉴판에 대면 38개의 언어로 텍스트를 즉시 번역해주는 기능도 있어 해외여행자들에게 활용도가 높다고 한다.
네이버가 출시한 파파고도 막강한 번역 서비스를 하고 있다. 번역 실력도 생각보다 우수하다. 특히 영어와 한국어 번역은 깜짝 놀랄 정도다. AI가 이 정도까지 발전했다는 걸 생활 속에서 발견한다. 다음은 알아두면 유용한 언어 학습 앱들이다.
▶Duolingo 듀오링고는 모든 연령대의 사용자들이 무료로 외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게임을 하듯 단계별 학습을 끝내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간다. 한국어를 비롯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네덜란드어, 스페인어, 포루투갈어, 이탈리아어, 그리스어, 체코어, 헝가리어, 루마니아어, 폴란드어, 터키어, 러시아어, 우크라이나어, 힌디어, 일본어, 중국어, 러시아어, 인도네시아, 베트남어, 태국어 등 23개 언어 학습을 돕고 있다. 2011년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현재까지 앱 다운로드 수 3억 건을 돌파했다. 2019년도에는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올해의 앱으로 선정됐다. 2019년 12월에는 구글의 투자를 받아, 벤처 기업의 상징인 유니콘 기업에 올랐다.
▶Rosetta Stone 1992년도에 처음 출시된 로제타 스톤은 외국어 학습시장에서 가장 오래된 플랫폼 중 하나다. 1992년 시디롬으로 10개국의 언어 교습법이 출시된 후, 현재 버전 4까지 업데이트를 계속해 34개의 언어 팩을 지원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시디롬으로만 판매했지만 현재는 온라인에서도 교습이 가능하다. 외국어 학습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이 앱은 사라져가는 미국 소수민족에 대한 언어 지원 프로그램 등 사회적 역할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2003년 전 세계의 글로벌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로제타 스톤도 큰 성장을 맞이했다. 2011년에는 로제타 스톤 코리아가 설립돼 기업체 어학 프로그램 지원 및 어학원 등 오프라인 사업도 하고 있다.
▶Drops 2015년에 론칭된 스타트업 언어학습 앱이다. 헝가리의 스타트업 회사로 현재 한글 학습도 가능한 상태. 한글 ‘ㄱ’ 자도 모르는 외국인에게 ‘가나다’부터 가르쳐주는 앱이다. 2018년에 론칭한 하와이어는 사용 인구가 300명에 불과하지만 사라져가는 언어에 대한 문화인류학적인 어젠다를 발표하는 등 기업의 소명을 중시해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31개국 언어가 서비스된다. 2018년 말 기준으로 앱 다운로드 500만 건을 달성했다. 한국보다 해외에서는 주목받는 스타트업 중 하나다.
▶Babbel 2006년 독일 베를린에서 창업했다. 시디롬과 책으로 배우는 외국어 학습 분야에서 온라인 강좌가 곧 대세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음악 믹싱 프로그램을 개발하던 젊은이들이 만들어낸 앱이다. 단순히 언어만 반복 교육하지 않고 문화마다 다른 손 모양 표시와 비언어 소통법 등도 가르쳐준다. 특히 사업을 하기 위해 언어를 배우는 사람,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 등을 위한 맞춤형 강좌를 개설해 많은 고객을 확보했다. 2015년 펀드레이징에서 2200만 달러를 모았고, 애플 워치에 바벨의 다국어 학습 앱이 탑재되면서 글로벌 무대에 올라섰다. 현재 바벨은 100만 명의 유료 회원을 자랑하며, 1일 다운로드 횟수도 10만여 건에 이르는 등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외국어 학습 앱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어 인터페이스는 지원이 안 된다. 영어를 디렉션 언어로 선택해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
▶Busuu 부슈는 듀오링고와 경쟁하는 언어 학습 앱이다. 언어 능력을 고급으로 올리고 싶은 대상자들에게 적합하다. 주제와 형식별로 과정이 세분화돼 있어 언어 능력 향상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앱이다. 기초 문법과 퀴즈, 언어 학습 기능 모두 유료다. 초보자가 이용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럽다.
▶TripLingo 해외여행을 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언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식사와 쇼핑, 간단한 대화 등 주제별 문장을 쉽게 연습할 수 있다. 또 문화 관련 안내 및 환전·환율 계산기, 국제 통화요금을 절약할 수 있는 와이파이 전화, 현지 상황을 고려한 팁 계산기, 음성 번역기, 이미지 번역 도구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배움을 그만둔 사람은 20세든 80세든 늙은 것이다. 계속 배우는 사람은 언제나 젊다.” 자동차 왕으로 불리는 ‘포드’의 창립자 헨리 포드가 남긴 말이다. 또 나이와 무관하게 배움을 즐기는 시니어들은 말한다. “지금 공부가 진정한 인생 공부”라고. 그러니, 백발이 성성해도 배움이 마르지 않는다면, 진정한 젊음은 언제나 ‘현재’에 머무를 것이다.
도움말 박미경 서울자유시민대학 운영팀장 자료 제공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학업이나 취업을 위해 지식을 쌓던 젊은 시절의 공부와는 다르게, 중년 이후의 공부는 주로 지혜를 얻고 삶을 성찰하는 시간으로 채워진다. 고대 철학자 루키우스 세네카는 “지혜를 위해 시간을 할애하는 자만이 진정한 여가를 즐길 수 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 살아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중장년 시기의 배움은 그 과정에서 얻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일상의 활력과 생기를 부여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길어진 수명으로 ‘평생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며 지역마다, 기관마다 성인 학습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늘어났다. 대학 평생교육원, 지자체 문화원 및 동사무소, 백화점 문화센터 등 곳곳에 포진한 교육장을 들여다보면 그중 핵심이 되는 연령층은 50대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울러 서울시50플러스캠퍼스 및 센터, 모두의학교(평생교육기관) 등 시니어 대상 학습 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영하는 기관들도 주목받고 있다.
배움으로 달래는 노년의 사춘기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서울자유시민대학’(서울시 평생학습 플랫폼)의 경우 인문학, 사회경제학, 미래학 등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는데, 수강생 중 70%가량이 50대 이상 중장년층이다. 또 그중 38%는 퇴직자다. 이들은 중장년기의 질풍노도를 주로 인문학, 철학 등 심도 있는 자기 공부를 통해 성찰하며 다독인다. 아울러 젊은 세대와 함께 교류하고 학습하며 긍정적인 동기부여도 얻고 있다. 박미경 서울자유시민대학 운영팀장은 “모든 수업은 시니어뿐만 아니라 20~30대도 함께한다. 세대 간 갈등 없이 ‘배움’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서로 기분 좋은 자극을 얻으며 귀한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면서 “수업과 연관해 ‘시민연구회’도 조직하는데, 구성원은 20대부터 70대까지 아우른다. 이들은 하나의 공유 콘텐츠를 중심으로 세대를 초월한 배움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 시니어의 스마트 스터디
박 팀장은 “인문학, 역사학 강좌는 시니어들에게 인기가 높다”면서 “최근에는 미래학이나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분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중장년이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은 서울자유시민대학뿐만 아니라, 타 교육기관에서도 마찬가지. 커리큘럼만 살펴보더라도 문해 교육이나 신체놀이활동 등에 머물렀던 과거에 비해 최근에는 드론이나 3D프린터 입문, 유튜브 크리에이터 과정 등 젊은 세대의 트렌드와도 괴리가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는 액티브 시니어의 인터넷, 스마트폰 활용 능력이 증대하고, 관련 학습에 대한 욕구도 자연스레 높아진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2019 서울시민 평생학습 참여 실태조사’에 따르면, 55~64세 중장년층의 경우 인쇄매체나 도서관 등을 이용하기보다, 컴퓨터나 인터넷을 활용해 새로운 정보와 기술을 습득한다는 이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시니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젊은 세대들만 즐길 것 같은 모임에도 나가고, 온라인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사회 구성원의 중심 축으로서 은퇴 후 삶을 즐기며, 소소한 꿈에 다가서는 시니어들의 후반전이 시작됐다.
은퇴 후 어떤 모임에 나갈까. 예전엔 주로 동창회나 계모임 같은 친목 모임을 통해 구성원과의 관계를 쌓아왔다. 범위를 더 확장하더라도 정적인 모임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었다. 그랬던 시니어들이 바뀌었다. 새롭게 합류한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젊은 세대만 즐길 법한 동호회에 참여하고,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온라인에서도 활약한다. 시니어들이 세대의 벽을 넘나들며 활기찬 노후를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도 한다” 젊음을 공유하다
이른 아침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공원에 남성들이 모이더니 승용차 트렁크에서 묵직한 ‘드론’(Drone)을 꺼냈다. 평균 연령 60대의 시니어들이 뭉친 ‘실버드론’ 동호회원이다. “자~ 놀아볼까.” 회장의 한마디를 시작으로 6명의 구성원은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오전 내내 드론 조종에 푹 빠졌다.
젊은 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취미를 즐기는 시니어가 늘고 있다. 12㎏이 넘는 드론은 첨단기술이 집약된 장비라 젊은 사람들만 즐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시니어의 비중도 높다. TV 시청과 라디오 청취, 음악 감상, 산책, 사우나, 낮잠…. 취미라고 보기 애매한, 그리 특별하지 않은 옛 시니어들의 여가 활용법이 젊어지고 있다.
구성원의 평균 연령이 70대인 밴드도 있다. 서울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탄생한 6인조 밴드 ‘딴따라 실버스타 상상밴드’의 가장 어린 멤버는 67세, 최고령자는 87세다. 대부분 미8군 트리플 에이(AAA) 출신의 전문 프로 연주가다. 평균 연주 경력 50년이 넘는 이들은 지금도 전국 무대를 누비며 노익장을 뽐내고 있다.
은퇴한 시니어들은 이제 보고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몸을 던진다. 혼자 즐기는 것이 아니라,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점이 무엇보다 눈길을 끈다. 황규만 한국액티브시니어협회 사무총장은 “고령층이 가진 고정관념을 버리고 젊은 감각으로 활동하는 시니어도 늘고 있다”며 “이들은 시니어와 젊은 층의 세대 차를 넘는 소통으로 더욱 활기찬 모임 문화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물어진 벽, 세대 차를 극복하다
일요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에 자리한 미니카 경기장이 아이들과 어른들로 북적인다. 트랙 위에는 미니카(MINI 4WD)가 경쾌한 소리를 내며 재빠르게 달린다. “이야~ 신기록이다!”, “나 따라 오려면 아직 멀었다.” 30대 청년과 60대 시니어의 대화다. 미니카 동호회 ‘번개’ 회원인 두 사람은 나이 차가 30세를 넘지만, 이 순간만큼은 또래 같다.
이곳에는 6세 꼬마 아이부터 60대 시니어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찾아온다. 나이 차로 인한 거리감은 한 치도 없다. 이들은 오로지 미니카에 집중한다. 경기장을 찾은 한 미니카 동호회원은 “트랙 위에선 누구나 동등한 경쟁자라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미니카는 누군가에겐 장난감이지만 이들에게는 인생을 즐기는 평생 놀이였다.
조립 완구나 피규어 등의 장난감을 즐기는 어른이 늘면서 ‘키덜트’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커머스업체 티몬에 따르면, 올 초 조립식 프라모델과 피규어 등 키덜트 완구 매출은 지난해 대비 192% 올랐다. 또 60대 이상 연령대의 매출도 매년 성장세를 보인다는 게 티몬 측 설명이다. 실제로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나이가 들어 인스턴트 음식을 먹지 못하는데, 피규어를 받기 위해 어린이 세트 햄버거를 주문했다”는 글은 꽤 의미심장하다.
레고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시니어도 있다.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이 동호회는 정기적으로 열리는 모임에서 자신이 조립한 레고를 소개하고 노하우를 공유한다. 또 소장가치가 낮은 여러 제품을 구매한 뒤 분해해 제비뽑기로 부품을 나눠 갖는 이벤트도 진행하는데, 시니어를 우대하는 경우는 절대 없다. 시니어들도 회원들과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는 모임이 오히려 편하다고 얘기한다.
◇취미 즐기려고… 인터넷도 ‘척척’
레고 조립을 즐기는 시니어들은 대부분 온라인 거래에 익숙하다. 인터넷에 익숙한 베이비붐 세대는 물론, 이들보다 연령층이 높은 회원들도 해외 이베이 사이트에서 부품을 척척 구매한다. 자신이 조립한 레고 사진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네이버밴드, 카카오스토리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며 다양한 연령층과 쌍방향 소통도 한다.
여행과 사진 동호회도 시니어의 활동이 활발하다. 은퇴 후 늘어난 여가시간에 가족과 여행을 떠나거나, 사진으로 추억을 남기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여행·사진 동호회 역시 인터넷에 능숙한 시니어가 많다. G-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여사회’(여행&사진 동호회) 회원들은 인터넷 카페와 SNS에 자신이 찍은 사진을 올리며 기종과 촬영 노하우를 공유한다.
이외에도 시니어들은 나이와 소득, 학벌을 떠나 다양한 놀이터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이들은 은퇴 후 유튜브스쿨, 팝송클래스, 줌바·라인댄스, 수채화모임, 서예모임, 요리서클, 캠핑클럽 등의 동호회를 통해 온·오프라인을 들락거리며 젊은이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경험을 나눈다.
황규만 사무총장은 “‘이 나이에 무슨’이라며 움츠러들었던 시니어들이 학습을 통해 젊은 세대 못지않게 디지털 기기를 다루고, 크로스 컬처를 활용한다”면서 “지혜와 그동안 배운 지식, 살아오면서 쌓은 경험 등을 토대로 세대 차를 극복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는 12월 2일부터 13일까지 2020년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공익활동, 시장형사업단) 참여자를 모집한다고 밝혔다.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대상은 만 60 ~ 65세 이상으로 세부 사업유형에 따라 자격조건, 활동내용이 다르다.
공공형 공익활동은 기초연금수급자 대상 사업으로 노노(老老)케어, 공공의료 복지시설 봉사, 학교급식 도우미 등에 월평균 30시간(주 3회, 1일 3시간) 활동하면 약 27만 원을 받을 수 있다. 또, 재능나눔 사업은 만 60세 이상자를 대상으로 개인의 재능(자격, 경력)을 활용해 상담 안내, 학습지도 등을 월 10시간 활동하면 10만 원을 지급한다.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는 노인의 경력과 역량을 활용하여 사회적으로 필요한 영역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자리로 만 65세 이상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지역아동센터, 보육시설 돌봄지원, 장기요양서비스 업무지원 등에 월 평균 60시간(주 5회, 1일 3시간) 활동하면 급여 65만 원을 준다.
민간형 일자리사업은 만 60세 이상이면 신청할 수 있다. 시장형사업단(공동작업장, 카페운영, 어르신 택배 등)사업은 월 평균 30시간 활동에 월 31만 원을 지급한다. 취업알선형 사업은 경비, 청소, 가사, 간병인 등을 필요로 하는 곳으로 연계해 주는 사업으로 월 134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시니어인턴십은 기업의 계속 고용을 유도하기 위해 3개월간 인건비를 월 170만 원 지원한다. 고령자 친화 기업사업은 노인 다수 고용기업과 우수고용기업에게 인건비로 월 95만 원을 지원한다.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를 희망하면 12월 2일부터 가까운 시니어클럽, 노인복지관, 행정복지센터(읍면동 주민센터) 등에서 방문 신청하면 된다.
참여자 선정은 소득 수준 및 세대구성, 활동역량, 경력 등 사전에 공지된 선발기준에 따라 고득점자 순으로 이루어진다.
최종 선발 여부는 접수한 기관을 통해 12월 말부터 내년 1월 초 사이에 개별 통보한다.
내 인생의 전환점은 아주 사소한 일에서 시작되었다. 2007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내 나이 50세 되던 해의 일이다. 그때까지 사내 회의 자료나 외부 강의용 PPT 자료는 직원들이 다 만들어줬다. 문서를 만들거나 심지어 이메일을 주고받는 것도 직원들이 대신 해줬다. 프리핸드로 건축 기본 스케치를 해서 넘겨주면 직원들이 캐드로 말끔하게 도면을 그려냈다. 사실 건축 기본 콘셉트를 구상하고 디자인을 발전시키는 초기 단계에서 삼각자를 이용하거나 컴퓨터로 도면을 그리면 아이디어의 자유로운 전개에 방해가 된다. 그런 습관 때문에 나는 컴퓨터와 오래도록 친하지 못했다.
그날도 외부 강의를 준비하면서 여느 때처럼 디자인 부서 여직원에게 강의 교안을 부탁했다. ‘아름다움의 지속 가능성’을 주제로 한 강의 슬라이드에 오드리 헵번 사진을 넣고 싶었다. 머리에 보자기를 멋지게 둘러쓴 오드리 헵번의 사진을 인터넷에서 찾아 강의 자료에 넣어 달라고 했더니 “사진을 캡처해서 이메일로 보내주시면 간단할 텐데요!”라며 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것이 아닌가. 이메일도 주고받지 못하는데 캡처는 또 뭔 말인지. 여직원이 자기 자리로 돌아간 후 나는 머리를 한 방 얻어맞은 듯 한참 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제야 내 책상에서 늘 자리를 지키고 있던 시커먼 컴퓨터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홀로 서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컴맹 탈출이었다. 내 아이들을 가르쳤던 컴퓨터 선생님을 집으로 초대해 기초부터 배우기로 했다. 컴퓨터를 이용해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먼저 말했다. 한글 문서를 만들고 싶고, 이메일을 주고받고 싶고, 블로그를 운영하고 싶고, 강의용 PPT 자료를 만들고 싶고, 원하는 사진을 자유롭게 캡처해서 편집하고 싶고, 포토샵과 엑셀도 어느 정도 하고 싶다며 꽤 많은 걸 요구했다. 그리고 몇 개월 개인지도를 받았고 놀랍게도 이 모든 걸 할 수 있게 되었다. 내친김에 실행 가능한 목표를 매년 한 가지씩 정하고 퇴직 목표 나이 60세까지 10년 동안 10가지를 이뤄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우선 전문강사자격 과정을 수료했다. 머지않아 베이비부머들의 은퇴 러시와 함께 평생학습에 대한 수요가 많을 것이니 그때 필요할 전문 강사의 기본 소양 등을 공부하는 시간이었다. 강사자격 과정에 참여하기 전에 컴퓨터의 기본을 배워둔 것이 주효해 이 과정을 수석으로 마쳤다.
원고를 쓰고 사진을 편집하면서 컴퓨터 사용 능력도 한층 향상되었다. ‘무지개 공감’은 각자의 전공 분야에서 살아온 인생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 책에서 나는 ‘나의 건축인생 이야기’를 썼다. ‘시니어 비즈니스 스쿨’은 실버산업 분야의 교수, 요양원 등의 시설 운영자, 실버용품개발 디자이너가 함께 저술한 책이다. 이 책에서는 ‘어디서 살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시니어의 주거 문제를 다뤘다. 책을 같이 내니 출판비용 부담도 줄었고 멤버들을 더 깊이 알게 되는 계기도 되었다.
블로그에 틈틈이 글을 올리면서 신문이나 문예지에서 공모전을 하면 응모했다. 금융위기와 관련한 수기를 모은 책 ‘희망편지’와 김수환 추기경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글을 모아 펴낸 책 ‘내가 만난 추기경’은 그때 채택된 작품들이다. 블로그를 운영한 지 10년이 지난 2017년, 저장해놓은 포스트를 보니 1700개가 넘었다. 10년 동안 이틀에 한 편꼴로 포스팅을 한 셈이다. 그렇게 모아둔 글 몇 편을 다듬어 계간 ‘문학의 강’ 수필 부문에 응모를 해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수필가 등단도 이뤄냈다.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상담사 활동을 하고 싶어서 심리학 공부도 시작했다. 시동을 건 김에 심리상담사, 미술심리상담사, 노인상담사, 자살예방지도사, 결혼상담사, 이혼상담사 자격증까지 땄다. 상담사 공부는 내 문제와 직면하게 해줬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의 반대로 미대에 가지 못했다. 그 한이 수십 년 동안 맺혀 있었다.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어 문화센터에 등록했다. 그곳에서 석고 데생부터 시작해 기초를 배웠다. 늘 도전해보고 싶었던 목조각도 배웠다. 기타 치는 시니어를 꿈꾸며 중고등학생들이 다니는 기타 학원도 다녔다. 그렇게 10년간의 준비를 마치고 59세가 되던 해인 2017년 프리랜서를 선언했다.
30대 초반에 건축사를 취득해 건축사사무소를 개설했다. 도제생활까지 합하면 35년 가까이 한 분야에서 쉼 없이 달려왔다. 당시에는 건설 경기가 호황이어서 30대를 화려하게 보냈다. 그러나 날벼락 같았던 IMF로 40대가 저당잡혔고 그 뒤 10년은 빚 청산하는 데 바쳤다. 그래도 2007년 잠시 숨을 고를 수 있었던 것은 디자인 부서 여직원에게서 받은 충격 때문이었다. 현역을 더 연장할 수도 있었지만 미련 없이 자유인이 되었다.
자유의 몸이 되고 나서 1년 동안은 상당히 불안했다. IMF 때 겪었던 공황장애 비슷한 증세가 나타나기도 했다. 10년을 준비했는데도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했다. 고민 끝에 선택한 방법은 사람들과의 교류였다. 그 판단은 옳았다. 만남은 새로운 만남으로 이어지면서 관계를 확장시켜줬다. 놀라운 사실은 사람을 만나면서 그동안 풀지 못했던 문제들이 실타래 풀려나가듯 하나씩 해결되었다.
지금은 현역에 있을 때보다 더 바쁘게 살고 있다. 준비해둔 대로 여러 기관에서 시니어 대상으로 주거 관련 강의를 한다. 우리의 주거 문제를 다양한 시각에서 풀이한 글을 모아 ‘모두의 집’도 출간했다. 몇 군데 언론사와 기관에 글도 기고하고 있다. 답답한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주는 ‘듣기 봉사’도 한다.
프리랜서를 선언한 지 이제 만 2년이 지났다. 나를 찾는 곳이 있으면 어디든 다녀야 하니 현역일 때보다 더 바쁘다. 언제까지 왕성하게 활동할지 알 수 없다. 초고령 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살아가야 할 미래가 가끔은 두렵다. 그러나 지나온 날들처럼 미래에도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안전망이 되어줄 것임을 확신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사람을 만난다.
수년째 폭염이 이어지고 있으니 일단 더위는 피하고 보는 게 상책이다. 그런데 말이다. 집 안에서 에어컨 바람 쐬는 것도 좋지만 전국 각 지역의 더위를 잊게 해주는 축제에서 가는 세월을 즐겨보면 어떨까? 더위!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 핫(?)한 여름을 책임질 전국 방방곡곡의 축제를 찾아봤다.
연재순서 ① 축제? 먹고 즐기자! ② 개운하게 한잔 촤악! 마시자 ③ 시원하게 솨악! 물놀이
사진 제공 각 지자체
축제? 먹고 즐기자!
잘 먹어야 더위도 이겨낼 수 있다. 축제에서 빠트리면 안 되는 것은 단연 먹거리 아닐까. 그 지역만의 문화와 먹거리 특산품을 전면에 내세운 놀이마당이 우리나라 축제의 특성. 지역의 정취를 느끼고 특산품을 현지에서 직접 맛도 보고 비교적 싼값에 구매할 수 있어 시니어 관광객들의 관심이 끊이지 않는다. 7월에는 여름 과일을 대표하는 수박축제가 열리며, 여름 야채인 토마토 는 5월부터 9월까지 부산, 화천 등지에서 수확 시기에 맞춰 축제가 열린다. 마침 7월과 8월 사이에는 올해 처음으로 열리는 논산 토마토 페스티벌이 있다. 시골 냇가에서 고기 잡아 먹던 추억에 젖게 해주는 은어축제와 섬진강 맑은 물길 따라 몸도 마음도 시원하게 해주는 재첩축제도 먹거리 축제 중 하나다. 향기 그윽한 연꽃을 주제로 연꽃차 등을 시음할 수 있는 축제도 있다.
봉화은어축제
올해로 21회째를 맞이하는 ‘봉화은어축제’는 조용한 산골마을을 들썩이게 한다.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에서 잃어버렸던 옛 시골 정취도 느끼고 냇가에서 놀던 추억을 소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낙동강 상류인 봉화 지역에서 회유하는 은어는 수라상에만 오르던 귀한 민물고기였다. 봉화의 역사와 함께해온 은어이기에 더 의미 있는 축제다. 은어반두잡이와 은어낚시, 맨손잡이 체험이 기다리고 있고, 은어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도 맛볼 수 있다. 이 외에도 다슬기잡이와 물싸움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기간 7월 27~8월 4일 장소 경북 봉화군 내성천 체육공원 일원
진안고원 수박축제
올해로 11회째인 진안고원 수박축제는 청정 고랭지 지역인 전북 진안 동향에서 열린다. 동향수박은 20℃ 이상의 일교차가 큰 고랭지 기후의 영향으로 아삭한 식감과 12브릭스 이상의 당도를 자랑한다. 이번 축제에도 할인된 가격으로 동향수박을 무한 구입할 수 있다. ‘진안고원 수박축제’는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각종 체험, 전시, 판매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풍부하다. 수박 공예를 비롯해 수박부채만들기, 수박터널걷기 등은 휴가철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좋아하는 체험 행사다. 체련공원 특설무대에서는 깜짝 수박경매, 수박퀴즈 등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진다.
기간 7월 27~28일 장소 전북 진안군 동향면 체련공원 일대
부여 서동연꽃축제
백제 무왕 35년(634년)에 만들어진, 현존하는 대한민국 최고령 인공연못인 궁남지에서 펼쳐진다. 서동과 선화공주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축제 이름도 부여서동연꽃축제다. 매년 7월에 열리는 이 축제장에서는 백련, 홍련, 수련, 가시연 등 330여 m² 규모의 연못에서 자라는 50여 종의 다양한 연꽃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다. 용을 품었다는 포룡정은 더없이 아름답고 연꽃 단지 곳곳에 추억 어린 원두막이 놓여 있어 나들이 장소로도 좋다. 또한 야생화와 수생식물이 많아 아이들의 자연생태학습장으로 인기가 높다. 무왕의 탄생과 서동과 선화공주 이야기를 담은 공연도 준비하고 있다. 연꽃쿠키 만들기, 연잎차 다도시연 및 시음, 연꽃디퓨저 만들기 등 연꽃을 소재로 한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기간 7월 5~14일 장소 충남 부여군 서동공원 일원
무안 연꽃축제
동양 최대 백련 서식지인 회산 백련지에서 펼쳐지는 무안 연꽃축제는 뜨거운 여름의 정점에서 열린다. 1997년부터 매년 열리는 이 축제에서는 백련을 비롯해 홍련, 수련, 어리연, 가시연 등 각종 연꽃과 함께 수생식물들을 만날 수 있다. ‘사랑, 소망 그리고 인연’이라는 주제로 소망등을 달고 백련가래떡 나눔잔치에 참여할 수 있다. 연차를 무료로 마실 수 있는 카페를 운영하며 연차시음 및 행다시연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이밖에 연꽃얼음물길, 연꽃우산거리, 안개분수거리, 바람개비동산 등 연꽃의 향기에 흠뻑 취할 수 있는 특별 산책로도 걸어볼 수 있다.
기간 7월 25~28일 장소 전남 무안군 회산백련지 일원
알프스하동 섬진강문화재첩축제
경상남도 하동군의 대표 축제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알프스하동 섬진강문화재첩축제’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월 말을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축제로 손꼽힌다. 2015년부터 시작한 ‘섬진강문화재첩축제’는 먹거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남녀노소가 참여하고 소통하는 축제로 인기다. 재첩홍보판매관 및 재첩시식관을 운영하고, 특산품 전시와 판매도 겸한다. 축제의 주요 행사로 ‘하동청년회의소와 함께하는 치맥페스티벌’, ‘정두수 전국가요제’, ‘황금(은) 재첩을 찾아라’, ‘섬진강을 날아라!(무동력 행글라이더대회)’가 열린다.
기간 7월 26~29일 장소 경남 하동군 송림공원 및 섬진강 일원
논산 토마토 페스티벌
토마토를 주제로 한 축제가 논산에서도 열린다. 세계 3대 축제 중 하나인 스페인토마토축제를 벤치마킹한 논산 토마토 페스티벌은 무더운 시기에 열리는 만큼 물총축제도 겸한다. 퍼레이드를 시작으로 토마토 던지기, 토마토를 주제로 한 요리와 샴페인 만들기에 참여할 수 있는 복합문화체험 축제다.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여름 페스티벌로 자리 잡을 계획이라고. 매일 밤마다 버스킹 공연이 이어지고 주말 저녁에는 K팝을 좋아하는 외국 여행객들을 위한 콘서트도 열릴 예정이다.
기간 7월 19일~8월 18일 장소 충남 논산시 성동면 원남리 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