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와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해 ‘웰다잉’(Well-Dying)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웰다잉은 품위 있고 존엄하게 생을 마감하는 것을 뜻한다. 넓게는 죽음에 대해 성찰하고 준비하는 동시에 현재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과정 전반을 말한다. 이번 ‘시니어 잡’에서는 고인의 마지막을 배웅하고 슬픈 유족을 가장 가까이에서 도와주는 직업, 장례지도사를 추천한다.
장례지도사는 장례 의식, 즉 죽은 자를 보다 아름답고 깨끗하고 편안하게 보내드리기 위한 의식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총괄한다. 장례 상담, 시신 관리, 의례 지도, 빈소 설치, 각종 장례 행정 업무 등 장례 관련 업무를 절차에 따라 수행한다.
시신이 장례식장으로 운반되면, 장례지도사는 고인의 사망진단서를 확인한 후 절차에 따라 시신의 옷을 벗기고 알코올이나 소독약품을 사용해 몸을 깨끗이 닦는다. 그 다음 준비된 수의를 입히고 시신의 몸과 다리 등을 묶어 관에 모신다. 상주의 종교에 따라 제사 의식을 거행하며, 제사 의식이 끝나면 관을 장지나 화장터까지 운반하고 관을 묻거나 화장을 한다.
현재 고령화 사회인 만큼 매년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장례지도사의 역할과 수요 역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례지도사는 과거에는 중장년층이 주로 하는 전문직으로 취급됐지만, 현재는 20·30대 젊은 장례지도사도 많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20대 여성 장례지도사가 급증하고 있는데, 직업 인식이 좋아진 동시에 여성의 시신은 가급적 여성이 맡아주기를 바라는 유족의 요구가 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장례지도사 자격증 취득 방법
장례지도사 자격증은 2012년부터 국가자격제도로 시행되고 있다. 이는 장례지도사가 전문 직업인이라는 자긍심을 심어줬고,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긍정적인 이미지로 바뀌는 계기가 됐다. 자격증 취득은 무시험 과정 이수형으로 진행된다.
자격증을 취득하는 방법은 세 가지가 대표적이다. ①대학교 장례지도학과 졸업, ②평생교육원 졸업, ③직업훈련소 교육과정 수료다. 가장 좋은 방법은 대학교에 진학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장례지도학과가 있는 대학교는 을지대학교, 부산과학기술대학교, 서라벌대학교, 창원문성대학교, 대전보건대학교까지 총 5군데다.
장례지도사 교육기관에서는 300시간의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그중 250시간은 교육기관에서 이론과 실기 교육을 진행하고, 나머지 50시간은 장례식장에 파견되어 실습한다. 장례 상담, 장사 시설 관리, 위생 관리, 염습 및 장법 실습, 공중보건, 장례학 개론, 장사 법규, 장사 행정 등에 대해 배운다.
자격증을 취득하면 대부분 병원 장례식장이나 상조회사에 취업한다. 장례 관련 공무원이 될 수도 있다. 서울시설공단 등 공기업에서 장례지도사를 별도로 채용하는 경우가 있고, 서울·대전 현충원 등 국가 봉안 시설에서 채용이 진행되기도 한다. 자신이 직접 장의업체를 운영할 수도 있다.
중장년 취업의 허와 실
자격증을 취득한 후 경력을 쌓으면 연봉을 높일 수 있다. 장례지도사 연봉의 하위 25%는 약 3000만 원이고, 중위는 3200만 원, 상위 25%는 3500만 원이다. 월급은 보통 250만~300만 원으로 일반 직장에 다니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월급이 안정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하는 일에 비해서는 높은 편이 아니다. 장례지도사는 근무시간이 길고 불규칙하다. 또한 누군가의 장례를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만큼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가 큰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아무나 할 수 없는 직업’이라는 말이 나오는 장례지도사. 실제로 요구되는 조건이 많다. 먼저 장례지도사는 장례 절차, 장례 및 묘지에 대한 각종 행정 절차, 수시·염습을 비롯한 시신 위생처리 등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죽은 사람의 몸을 다루는 일을 하므로 담력과 침착함이 요구된다. 매일 누군가의 시체와 죽음을 마주해야 하기 때문에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또한 불행한 일을 당한 유족에 대한 서비스 정신과,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장의 업무를 수행해낼 수 있는 강인한 체력과 인내력도 요구된다.
현재 장례지도사의 고용 시장은 포화 상태다. 앞서 말한 대로 20·30대 젊은 장례지도사가 늘어나고 있는데,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전망이 뚜렷한 직업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년이 없는 평생 직업이라 40~60대 중장년층 사이에서도 선호도가 높다.
이처럼 전 연령이 장례지도사가 되기를 희망하기 때문에, 중장년층은 상대적으로 장례지도사로 취업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한다. 중장년층은 자격증 취득 후 대부분 장례지도사가 아닌 상조회사 영업직으로 취업이 이루어진다. 상조회사나 대형병원에서는 장례지도사로 젊은 층을 선호하다 보니 중장년층은 현실적인 방법을 택하는 것이다.
서울 서초장례지도사교육원의 김종호 원장은 “20·30대가 워낙 많아져서 중장년층이 일을 시작하는 게 쉽지 않다. 수도권은 워낙 경쟁이 치열하니 어르신들은 지방에서 근무를 시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경력을 쌓은 후 수도권으로 옮겨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기도 여주에 사셨던 분이 50대에 자격증을 취득하셨다. 6개월만 일하라고 태백으로 근무를 보내드렸다. 그런데 아예 태백으로 이사하셔서 5년째 잘 지내고 계신다. 공기도 좋고, 낚시도 하고, 자전거도 타면서 시간을 보내신다더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김종호 원장은 또한 중장년층은 ‘반려동물 장례지도사’가 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추천했다.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는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는 반려인을 대신해 장례 절차, 상담, 납골, 펫로스 상담 등 장례 전반에 대해 설계하고 도와주는 전문가를 말한다. 연령과 경력에 제한이 없고, 반려동물 키우는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전망이 밝은 직업이다.
흔히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 한다. 인생이 그렇듯이 사랑에도 정답이 없다. 인생이 각양각색이듯이 사랑도 천차만별이다. 인생이 어렵듯이 사랑도 참 어렵다. 그럼에도 달콤 쌉싸름한 그 유혹을 포기할 수 없으니….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고, 한 번도 사랑하지 않은 것처럼 헤어질 수 있다면 당신은 사랑에 준비된 사람이다. ‘브라보 마이 러브’는 미숙했던 지난날을 위로하고 남은 날의 성숙한 촉매제가 될 당신의 중년 사랑을 보듬는다.
언제나 그렇듯 추모공원 입구에 차를 세웠다. 1년마다 어김없이 해온 일이다. 특별히 나들이 철도 아니고 성묘객이 몰리는 명절도 아닌데 길이 막히는 것이 짜증스러웠지만 옆자리에 앉아 있는 아내에게 내색조차 못 했다. 평소에는 앞차가 시야를 가리고 브레이크를 자주 밟게 되면 구시렁거리며 불평을 내뱉곤 하지만 아내의 성묫길에는 교통체증에도 입을 꾹 다문다. 옹졸한 내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다. 하지만 늘 통 큰 남편인 척하는 것도 솔직히 지겹다. 아내는 내가 통 큰 척하고 있는 것에도 관심이 없다. 내가 통이 크든 작든 아내에게는 아무 상관도 영향도 미치지 않는 것이다. 도대체 이 짓을 언제까지 해야 하나. 내가 왜 이래야 하나. 벌써 20년째다. 이제는 그만둬도 되지 않나. 그런데 왜 나는 아내에게 이제 그만둘 수 없냐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는 걸까.
“조심해서 다녀와. 같이 갈까?”
“아니에요. 혼자 갈게요. 운전해줘서 고마워요. 쉬고 계세요.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무거울 텐데… 제수(祭需)만 들어다주고 난 내려올게.”
“그러실 필요 없어요. 늘 하던 일인데요, 뭐.”
그래, 늘 하던 일이지. 20년을 한결같이. 추모공원 앞에서 나누는 우리의 대화도 늘 똑같고. 그런데 왜 오늘따라 짜증 나고 답답하고 억울한가 말이다. 아니 억울할 것까진 없지만.
전남편 제사 지내는 아내
아내와 나는 20년 전에 재혼했다. 아내와 나 둘 다 30대 중반에 배우자와 사별했다. 혼자 지낸 지 3년쯤 지나 지인의 소개로 만났을 때 동병상련이 서로의 마음을 움직였다. 당시만 해도 이혼보다 사별이 재혼에는 유리하게 작용했다. 사별은 불가항력이니까. 그러나 이혼은 선택이니 사정이야 어쨌든 자기주장이 강하고 드센 사람이란 인상을 준다. 특히 여자에게는. 이렇게 생각하는 나를 보수적이라고 비난해도 하는 수 없다. 어쨌든 나는 그랬다.
혹자는 이혼은 자기 의지로 관계를 끊었기 때문에 전 배우자에 대한 미련이 더 이상 없지만, 사별은 생전에 사이가 나빴던 부부조차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이유로 애틋한 환상에 빠져 없던 사랑도 만들어내서 내내 잊지 못한다고 했다. 돌이켜 보면 아내의 경우가 그랬던 것이다. 죽은 남편을 잊지 못하는 것도 모자라 매해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으니. 그럼 나는?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같은 때 죽은 아내가 생각나기도 했지만, 그리고 이따금 꿈에 나타나기도 했지만 그냥 그뿐이었다. 아이들 엄마로서 아이들을 볼 때 떠오를 수밖에 없는 존재이지 내 삶에서는 이미 떠나간 사람이었다.
아무튼 재혼 상대로 나온 여자가 전남편과 사별했다는 것이 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결혼 전 아내가 들고 나온 약간 이상한 조건도 상대에 대한 나의 호감을 더했으면 더했지 감하지는 않았다. 그 조건이란 재혼을 하더라도 전남편의 기일을 지키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집에서 제사를 지내겠다는 건 아니고 성묘를 가고 싶다고 했다.
죽은 사람 못 이기는 산 사람
아내가 좋았기 때문에 무슨 부탁을 해도 들어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뜻밖의 제안을 할 줄이야! 그토록 지고지순한 사람일 줄이야! 세상 떠난 남편에게 그 정도의 순정이라면 살아 있는 내게는 얼마나 정성스러우랴. 죽은 남편을 못 잊어 하는 것은 남이 들어도 그 자체로 칭찬받을 갸륵한 마음씨 아닌가. 그런 여자를 흔쾌히 받아들인 나는 더 넓은 마음씨의 소유자고. 이 모든 것이 나의 상상 속 이야기이자 착각이었다 해도 나는 통 큰 남자가 되기로 하고 그렇게 해온 지 20년째다. 그랬던 내가 뒤늦은 심술이 동한 것일까. 설마 죽은 사람에게 질투를 느끼는 것일까. 왜 내 심사가 이리 꼬이냔 말이다. ‘죽은 남편을 죽도록 사랑했나 보지. 그렇다 해도 세월 앞에 장사 있나. 몇 년 그러다 말겠지.’ 처음부터 이런 마음을 먹었던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랬다면야 예상이 빗나간 게 약올라서 심통을 부릴 수도 있겠지만.
아내는 왜 전남편을 잊지 못하는 것일까. 전남편과 산 기간보다 나와 함께 산 기간이 두 배나 긴데도. 세월조차 지우지 못하는 둘의 추억은 무엇일까. 물론 나는 물어보지 않았다. 그런 걸 물어볼 정도로 얼간이는 아니다. 자존심이 있지. 그렇다고 아내와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니다. 우리 둘은 잘 지낸다. 둘 사이에 자녀는 없지만 재혼할 때 각자 데리고 온 남매들끼리도 무난하게 잘 지낸다. 이젠 모두 성인이 되어 자주 만날 일이 없지만 나도 아내도 내 자식, 네 자식 나눠서 서운한 마음이나 갈등을 겪은 일이 없다. 오히려 상대의 자녀들을 서로 잘 챙긴다.
우리는 건강한 편이며 돈도 아주 없지 않고 주변의 관계도 원만하다. 이만하면 노후를 대비해 부족함 없는 복 받은 중년 부부다.
문제는 아내의 전남편이다. 전남편이 우리 사이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아니, 나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허,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나. 죽은 사람이 산 사람 일에 끼어든다고? 하긴 산 사람은 결코 죽은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지. 아내는 죽기 전까진 ‘저 짓’을 그만둘 의향이 없는 듯하다. 저러다 내가 먼저 죽으면 아내는 내 제사는 안 지내고 저 인간만 챙기는 거 아냐?
아내가 전남편을 못 잊는 이유
아내의 전남편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늦은 밤 집 앞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에 치었다고 했다. 빨간색 보행자 신호등에서 건너간 남편 쪽 과실이었다고. 딴생각을 하다가 순간적으로 착각했던 것 같다. 아니면 자투리 초록 신호등에서 무리하게 뛰어 건너다 변을 당한 것일지도. 남편은 즉사했다고 한다. 나는 그렇게만 알고 있었는데 재혼 후 5년쯤 되었을 때 아내의 친구에게서 사고 당일 밤 부부가 크게 다투었다고 들었다. 화가 난 남편은 술이라도 마실 생각으로 집을 뛰쳐나간 것 같은데 진정되지 않은 마음에 보행자 신호등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던 것 같다고.
그러면서 아내의 친구는 그 순간은 일부러라도 차에 뛰어들어 죽고 싶지 않았겠냐는 야릇한 여운을 남겼다. 아내의 전남편이 죽고 싶을 정도로 격렬했던 싸움의 원인은 뭐였을까. 내 얼굴에 어쩔 수 없는 궁금증이 피어오르는 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아내의 친구는 당시 아내가 잠깐 한눈을 판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니까 아내의 외도 사실이 남편 귀에 들어가 부부가 대판 싸움을 했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구태여 내게 말하는 이유를 따져 묻고 싶었지만 그만두고 말았다. 그 사실 자체로 불쾌했고, 무슨 속내인지는 몰라도 친구의 치부를 폭로하는 그 여자에게도 불쾌했다. 안달이 난 쪽은 아내의 친구, 그 여자였다. 하지만 나는 그 입을 더 이상 열게 하지 않았다. 불쾌를 넘어 불안했다. 아내에 대해 내가 모르는 무슨 말이 더 나올까 싶어서.
그냥 아내에 대한 시기 질투로 이해하기로 하고 마음을 정리했다. 그 친구는 아내가 사별한 비슷한 시기에 이혼하고 혼자 살고 있었기 때문에 안정된 재혼 생활을 하는 아내가 부러울 수도 있었을 테니까. 그렇다면 더구나 캐묻고 싶지 않았다. 물론 아내는 내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걸 모른다. 자존심을 지켜주고 오히려 아내를 이해하는 쪽으로 작용한 나머지 전남편의 기일 성묘를 이제 그만둘 수 없냐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내의 영혼은 누구에게?
그랬다. 지난번 결혼에서 아내는 남편이 자기 때문에 죽었다는 죄의식으로 20년간 남편의 기일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나하고는 아무 상관 없는 일에, 그것도 아름답지 않은 일에, 따라서 보람도 없는 일에 나까지 발을 담그고 있다는 사실에 자괴감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다. 남들이 이 일을 알면 나를 바보라고 할 테지. 무엇보다 저 여자는 너무 뻔뻔하지 않나. 아무리 내가 허락했고 약속했다고 해도 20년을 한결같이 그의 기일을 챙기고 있으니. 나를 무시하고 깔보는 마음이 없고서야 미안해서라도 스스로 알아서 그만뒀어야 하지 않나.
더구나 아내는 한 번도 나를 성묘에 참여시키지 않고 있다. 나를 위한 배려라고 하지만 현 남편인 나를 전남편에게 한 번쯤 인사를 시켜줄 법도 하건만. 이쯤 되면 전남편과 오붓한 시간을 갖겠다는 심사가 아니고 뭔가. 아내는 죽은 남편의 묘 앞에서 매해 무슨 말을 할까.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고 또 사과하며 용서를 비는 걸까. 만약 그날 그 사고가 없었다면 저 사람이 아닌 당신과 해로할 수 있었을 텐데 하고 눈물을 찍어내는 걸까. 그나저나 조신한 아내가 어쩌다 그런 실수를 저질렀을까.
자동차 사이드미러 저 멀리서 성묘를 마치고 내려오는 아내가 보인다. 가까워올수록 평온하고 만족스러운 표정이 드러난다. 아까 올라갈 때의 스산한 표정이 아니다. 상념에서 깨어나, 시동을 걸어놓고 아내의 손에 들린 제사 음식 보따리를 받아들기 위해 차에서 내린다. 이제 아내는 다시 내게로 돌아오고 있다. 하지만 내가 차지하고 산 건 아내의 몸뚱이뿐이고 아내의 영혼은 늘 저곳, 저 남자에게 있었던 게 아닐까. 아니 몸조차 거기에 있고 지금 내게 오고 있는 여자는 아내의 모습을 한 허깨비가 아닐까. 내 아내는 여전히 묘 앞에서 전남편과 도란도란 사랑을 속삭이고 있는 건 아닐까.
✽브라보 마이 러브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장례를 준비하는 유족이라면 의례나 절차 등에 관한 궁금증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장례 비용이 얼마나 들지에 대해 제일 궁금해합니다. 대략의 비용이라도 알고 있어야 비용 마련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호부터 세 번에 걸쳐 장례 비용의 구성과 대략적인 비용이 어느 정도 되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2015년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우리나라 평균 장례 비용은 1380만 원입니다. 3일이면 끝나는 장례 절차에서 과연 어디에 이 많은 비용이 드는 걸까요?
장례를 치르면서 비용이 발생하는 부분을 구분해보면 크게 세 영역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장례식장과 상조회사, 그리고 장지 부분인데요. 이번 호에서는 첫 번째로 장례식장의 비용 구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세 영역 중에서 가장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 곳이 장례식장인데요. 임대 비용과 음식 비용, 기타 비용으로 나뉩니다. 기타 비용은 청소료, 관리비 등으로 큰 비용이 아니기 때문에 아래에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임대 비용은 고인을 모시는 안치료, 분향실과 접객실 사용료, 입관실 사용료 등인데, 이는 장례식장에 따라 상당한 금액 차이가 있습니다. 지방에서는 분향실과 접객실 사용료를 받지 않는 장례식장이 상당수 있는 반면, 수도권 대학병원 중에는 하루 사용요금이 500만 원이 넘는 장례식장도 있습니다. 안치료는 1일 사용료가 10만 원 이내이고, 입관실 사용료는 염습 시 1회 사용하는 비용으로 20만~40만 원입니다.
장례식장 표준약관에 의하면 임대료의 산정 기준은 입실을 기준으로 12시간 이내는 시간당 비용으로, 12시간이 넘어갈 경우는 24시간 비용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보통 3일장을 진행할 경우 48시간 비용만 지불하면 되는 겁니다. 대부분 표준약관에 의해 비용을 받지만 간혹 3일장이니 3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장례식장이 있을 수 있으므로 계약 시 꼼꼼하게 조항을 따져봐야 합니다.
음식 비용에는 유족과 조문객들에게 대접하는 식사와 제사음식 등이 있습니다. 평균 식사 비용은 대부분의 장례식장에서 큰 차이는 없습니다. 다만 지역에 따라 홍어회나 문어숙회 등을 사용하는 장례식장에서 음식 비용이 더 많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장례식장에 음식 비용이 대략 얼마 정도인지 문의하면 대부분 조문객 1명당 2만 원에서 2만 5000원 정도 생각하면 된다고 답변해줍니다. 장례식장에서 식사한 경험이 있는 분들은 이 금액이 얼마나 비싼 금액인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제사상을 차리는 경우 제사음식 비용이 발생하는데, 처음 빈소를 차릴 때 기본 제물, 입관 후 성복제, 상식과 발인제로 여러 번 제물을 바꿔 올립니다. 제물을 다 갖춰서 주문할 경우 총 비용이 100만 원을 넘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 상에 간단한 상식 제물을 추가해 성복제나 발인제를 올리는 경우에는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장례식장은 임대사업자인데 수도권의 일부 대형 장례식장을 제외하고는 임대보다 음식으로 수익을 보존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조문객도 많이 줄고 음식을 소비하는 비율도 줄다 보니 장례식장들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장례식장에서 발생하는 비용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호에는 상조회사 영역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설거지를 사랑하는 남자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부자 두 사람.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와 마이크로소프트를 탄생시킨 빌 게이츠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이 두 부호(富豪)가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하는 습관이 바로 설거지라고 합니다. 가족과 함께 저녁 식사를 마치면 설거지를 거르지 않습니다. 일과 삶,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균형 있게 운영하는 것을 ‘워라밸’(Work-Life Balance)이라고 한다면 두 사람은 나아가 직장과 가정의 조화, ‘워라하’(Work-Life Harmony)를 추구합니다. 가정에서 에너지와 사랑을 충전해 다음 날 일터로 나가는 두 남자.
해외에 두 남자가 있다면 국내에도 못지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남편이라면 ‘공공의 적’ 역대 1위 자리를 한 번도 놓치지 않은 최수종 씨를 떠올립니다. 옆집 정 여사가 집안일에 과부하가 걸린 어느 날 숨도 못 쉬게 몰아치며 설거지까지 겨우 마친 순간, 하필이면 텔레비전에서 이런 소리가 들립니다.
“아니 어떻게 앉아서 밥을 차려달라 할 수가 있어? 난 단 한 번도 아내가 밥할 때 앉아 있어 본 적이 없어. 옆에 꼭 붙어서 뭐가 필요한지 챙기고 심부름하고 무거운 것도 들고 그래야지.”
그 순간 소파에 편안히 기대 휴대전화로 유튜브에 몰입해 있는 남편이 눈에 띕니다. 울컥 눈물이 속에서 차오릅니다. 분노를 넘어 슬픔입니다. 이거 정 여사만 느끼는 심정일까요?
엄마가 뿔났다!
마음 미장공 세 번째로 나눌 주제는 ‘살림’입니다. 살림 하면 누가 가장 먼저 떠오를까요. 엄마, 아내, 주부. 그렇습니다. 집안일을 도맡은 사람. 밥, 빨래, 청소, 육아, 공과금 납부, 저축, 분리수거, 제사, 경조사 챙기기 등 눈에 보이는 일과 보이지 않는 일이 산더미입니다. 해도 해도 티가 안 나지만, 안 하면 금방 티가 나는 그 일이 살림입니다.
2008년 방영되어 4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엄마가 뿔났다’(KBS-2TV).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주인공을 맡은 김혜자 씨는 그해 방송사와 백상 연기대상을 수상합니다. 엄마이자 며느리이자 아내인 주인공은 62세 되던 날, 당당히 1년 휴가를 선언하고 원룸을 얻어 집안 탈출에 성공합니다. 남편부터 세 자식, 며느리까지 모두가 반대하던 휴가를 단 한 사람 시아버지의 동의를 얻어 감행합니다. ‘엄마 파업’으로 획득한 자유와 나만의 시간을 누리기도 잠깐, 임신한 며느리는 하혈하고 남편은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어쩔 수 없이 복귀합니다. 66부작 드라마 마지막 장면에서 엄마는 이렇게 독백합니다.
“하지만 다음 생에는 나도 내 이름 석 자로 불리면서 한번 살아보고 싶다.”
금쪽같은 내 새끼와 82년생 김지영
그 뒤 10여 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강산이 적어도 한 차례는 바뀌었고, 세상은 빛의 속도로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우리 가정은요? 책과 영화로 엄청난 공감과 논쟁을 불러일으킨 ‘82년생 김지영’은 오히려 동서양 할 것 없이 나라 밖에서 더 주목을 받았습니다. 요즘 ‘금쪽같은 내 새끼’(채널A)에는 집안일에 질식해 숨구멍 하나 찾지 못한 채 사회와 단절되어 정신적·육체적·정서적 고통을 안고 사는 엄마들이 쉴 새 없이 등장합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201호도 그렇고 504호도 마찬가지입니다.
살림의 힘
살림의 가치를 살려야 합니다. 살림하다 아프고, 마음 상하고, 병드는 게 말이 되지 않습니다. 왜? 살림은 살리는 일이니까요.
살림은 OO이다!
빈 곳에 알맞은 답은 무엇일까요?
예, 맞습니다. 침대가 가구가 아닌 과학이란 광고 문구처럼, 살림은 과학입니다. ‘밥은 하늘이다’, ‘밥심으로 산다’고 말합니다. 밥을 지을 때 모든 과학이 다 동원됩니다. 물, 불, 가스, 전기 같은 에너지의 원리도 알아야 하며, 칼, 솥, 팬 등 각종 재질의 도구와 전자제품에 대한 이해와 능숙함도 필요합니다. 제철 식재료를 알아야 신선하고 영양 있는 것들로 값싸게 구입해 맛있게 조리할 수 있습니다. 김장김치만 해도 발효 기간과 온도가 맛과 선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요. 된장이나 간장 만들기는 어떻고요. 과학의 정수가 모여 있는 게 김치와 장맛입니다.
1단계를 통과하셨다면 이번엔 다섯 글자에 도전해볼까요?
살림은 OOOOO이다.
제가 준비한 답은 ‘정성 끝판왕’입니다. 정성이란 귀찮은 게 귀찮지 않은 것입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아이 똥 기저귀를 가는 일, 산지에서 갓 올라온 생선과 채소를 사러 전통시장에 가는 일, 퀴퀴한 고린내 나는 양말을 빠는 일이 힘은 들어도 귀찮지 않습니다. 내 식구,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일이기 때문에 귀한 일입니다. ‘귀찮다’는 ‘귀(貴)하지 아니하다’는 말입니다. 귀찮지 않다는 그래서 매우 소중하고 귀하다는 뜻입니다. 요즘 같은 코로나 시국에 온 식구가 재택근무에 비대면 수업으로 삼시세끼 집밥 시대가 열렸습니다. 돌아서면 밥하는 ‘돌밥돌밥돌밥’으로 살림하는 일이 새삼스레 의미가 생긴 세상이니 참 알다가도 모를 요지경 속입니다.
살림은 OOOO테스트다.
3단계는 좀 더 어렵습니다. 맞히셨다면 대박! 진정한 살림꾼, 프로 ‘살림 장인’으로 인정합니다. 최근 들어 세대 가릴 것 없이 유행하는 성격 유형 검사 MBTI라고 답하셨다면 정답에 거의 근접한 셈입니다. ‘성질머리’가 제가 원하는 답입니다. 살림을 해보면 자기 본성, 성품이 성질머리로 뾰족 튀어나오는 순간이 정말 많습니다. 배운 적이 있든 없든 계급장 떼고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새로 배워야 하는 것이 살림입니다. 예전에 살던 본가에서 해오던 습성을 새 식구, 새 풍습과 문화에 맞춰가는 과정에서 지지고 볶다가 툭툭 성질 하나가 머리를 들이밀기 마련입니다. 모난 마음, 욱하는 성질을 누르고 둥글리는 것이 살림입니다. 못된 생각, 원망하는 마음으로 칼질을 하면 꼭 손을 베거나 다칩니다. 피를 보고서야 아차 합니다. 식구들 먹일 음식, 살리려는 음식을 만들면서 독한 마음, 살기(殺氣)를 넣을 수는 없습니다. 그럴 때 먹은 밥은 희한하게 체합니다. 귀신같이 어찌 알았을까요.
엄마라는 경력 왜 스펙 안될까?
그만큼 귀하고 소중한 살림을 우리는 오랫동안 어떻게 치부해왔을까요. ‘부엌데기’, ‘솥뚜껑 운전수’, ‘아줌마가 밥이나 하지’ 이런 말로 비하하고 업신여기지 않았나요? 남자들뿐만 아니라 살림의 주된 당사자인 여자들조차도 하찮거나 허드렛일로 여기고, 잡일로 대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세상에 하찮은 일은 없습니다. 그 일을 잡일이니 막일이니 허드렛일이라고 대하는 그 마음이 하찮고 사소할 뿐이고, 그 태도가 값쌀 뿐입니다. 모두가 소중하고 꼭 필요한 일입니다. 특히 살림은 신성하고 고귀할 뿐만 아니라 사람과 물건과 주변을 살리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허드렛일로 대하는 순간 자기 자신을 위축시키고 보잘것없는 존재로 만들고 맙니다. 텔레비전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주부, 살림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이렇습니다.
“집에서 놀면서….”
‘놀면서’라고도 안 하죠. ‘처놀면서’라고 하죠.
“집에서 처놀면서, 잠이나 처자면서 도대체 하는 일이 뭐야?”
안 그래도 무보수 노동, 사적 영역에만 묶여 있는 삶에서 느끼는 소외와 단절로 살림하는 사람은 충분히 불안하고 혼란스럽습니다. 이런 식으로 비하와 경멸과 조롱이 섞인 표현을 스스럼없이 한다면 댁의 아내는, 엄마는, 며느리는 위축되고 분노할 것입니다. 오죽하면 몇 년 전 장안에 화제가 되었던 제약회사 자양강장제 광고도 있었잖아요.
(태어나서 가장 많이 참고 일하고 배우며 해내고 있는데)
“왜 엄마라는 경력은 스펙 한 줄 안 될까?”
이렇게 자조적으로 한탄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게 바로 당시 사람들의 마음을 화나게도 하고 울렸던 부분입니다. 주부의 일, 살림살이의 가치를 경제적으로 환산한 것도 한때 유행으로 그치고, 2022년 현재까지도 이력서, 자기소개서 한 줄도 경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남에게 맡길 때는 이 모든 살림살이 단계마다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도 말입니다. 출산, 육아, 가사 노동, 가정 경영과 관리, 부모님이나 아픈 가족을 부양하고 돌보는 일이 아예 경력이 아니라고 합니다. 이외의 영역에서 경력을 개발하라고 밖으로 내몰기만 하는 게 어불성설(語不成說)이고, 선후(先後)가 바뀐 이야기입니다.
먹을 때
밥 먹을 때
우리는 겸손해집니다.
제아무리
난 척하려 해도
뻐기려 해도
고개를 숙이지 않고는
먹을 수 없기에
내 앞에서
정수리 보여주는 당신을
나는 사랑합니다.
-, 19쪽
오늘 아침 봄동으로 된장국을 끓였습니다. 멸치다시 육수와 쌀뜨물에 친정어머니가 만들어주신 된장과 생애 처음 담근 보리고추장으로 국물을 내서 상에 올렸는데 다들 참 맛있게 먹었습니다. 국그릇에 고개를 박고 맛나게 먹는 남편과 두 아들의 정수리를 보고 저도 정수리를 보여줍니다. 누구나 밥 먹을 때 어떤 자리에서든 정수리를 보여주잖아요. 특히 한국 음식은 국물이 많기 때문에. 같은 동양 문화권이라도 중국이나 일본 음식처럼 그릇을 손에 들고 먹는 게 아니라 고개를 숙여서 먹습니다. 그런 것처럼 먹는 일, 살리는 일이 신성하고 고귀한 한편 스스로를 낮추고 겸손하게 만드는 일이라 여겨집니다. 바로 살림의 힘이 그런 모습이지 않을까요. 맛난 음식 드시고, 서로 정수리 보여주면서 낮추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지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게 멈춘 듯하지만 바람결에 흐르는 숲의 소리가 들려왔다. 세상과 뚝 떨어진 듯한 고요함은 적적하기까지 하다. 서귀포 치유의 숲에 깃든 한낮의 햇살은 방문객에게 여유로움까지 준다. 적당히 거리두기를 하며 숲속에서 위로를 얻을 수 있는 곳, 온전히 자연에 맡기는 시간으로 이보다 편안한 곳이 있을지. 치유 인자가 가득한 편백 숲길과 삼나무 숲속을 내어주던 서귀포 치유의 숲이다.
올레길이나 둘레길이 끊임없이 생겨나고 그 길을 걷기 위해 사람들은 나선다. 그렇다고 보통 5시간 이상 마냥 걷는 일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럴 때 서귀포 치유의 숲은 무리하지 않고 꼬닥꼬닥(천천히를 뜻하는 제주어) 걸으며 숲을 누릴 수 있는 곳이다. 두 시간 남짓이면 편백과 삼나무의 피톤치드를 받으며 숲의 기운을 온몸 가득 담을 수 있다.
숲길은 총 11km 길이로 10개의 테마 길로 이루어져 있다. 입구에서 시작되는 약 1.9km의 ‘가멍오멍숲길’에서 나머지 9개의 길이 뻗어나간다. 그 길에 쉼터인 쉼팡이 군데군데 있어서 편백 의자에서 쉴 수도 있다. 피톤치드와 테르핀, 음이온 등이 발산되는 환경에 쉬면서 치유의 힘을 얻게 된다.
또한 산림치유지도사의 치유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예약만 하면 풍부한 숲 이야기와 명상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자연에 대한 이해와 감동을 받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예약은 입장료만 내고 자유롭게 숲길을 걸으며 산책하는 느영나영 힐링숲 탐방 예약과, 해설사와 동행하는 세 시간 정도의 궤영숯굴보멍 코스 예약으로 구분되어 있다.
“지금 바람이 불고 있어서 숲길로 가면 바람 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숲속에 야자매트가 쭉 깔려 있어서 걷기 편할 겁니다. 천천히 15분쯤 걸으면 쉼팡이 나옵니다. 편백나무 숲인데 그쯤에서 쉬어가는 게 좋아요.” 산림치유지도사의 말이다.
큰길 옆의 숲으로 들어가면 한 사람이 지나갈 만한 좁은 오솔길이 이어지는데 가멍숲길이다. 중간쯤 가면 가베또롱숲길, 가멍오멍숲길이 나타난다. 요즘 길이 난 곳이라면 걷기 시합이라도 하는 양 그저 열심히 걷는 이들을 볼 수 있다. 이럴 때 걷다가 가만히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간간이 쉬어가는 게 좋다고 일러준다. 60년 된 편백나무 숲 쉼팡의 긴 편백나무 의자에 몸을 맡기고 비로소 하늘을 볼 수 있는 시간이다.
계속 오르다 보면 가뿐하다는 뜻의 가베또롱숲길을 지난다. 걸으면서 드러나는 숲의 풍광에 감탄사를 멈출 수 없다. 숲속에선 맑은 새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잠깐 멈추어 두리번거리다 다시 걷다 보면 조선시대 국영목장의 울타리 담인 잣성길을 옆에 끼고 지나는 숲길이 나타난다. 벤조롱 치유숲길은 편백나무의 피톤치드가 상쾌하고 산뜻하다는 뜻의 길이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각기 다른 숲을 걷는 듯한 느낌은 치유의 숲이 주는 매력이다. 각 숲길은 0.6~2km 내외의 길이로 조성되어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숲길은 대체로 완만해서 오르는 동안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노약자는 물론이고 어린이와 함께하는 가족들의 나들이로도 문제없다. 잠수하던 해녀가 내뱉는 숨소리라 하는 숨비소리 치유숲길을 지나 오고생이길엔 돌이 많아서 더러 불편할 수도 있다. 오고생이는 있는 그대로라는 의미의 제주어로 돌길을 밟는 발걸음마다 버스럭거리는 소리가 나 역시 제주답다는 생각이 든다. 돌길이 주는 자연스러움과 고즈넉함이 보존된 오고생이 치유숲길을 나서면 눈앞에 푸른 하늘이 펼쳐진다. 원시림의 숲과 하늘과 바람과 햇살만으로 가득 찬 풍경, 청명하다. 숨통이 트이는 게 느껴진다.
이어서 가멍오멍숲길을 다 만나고 엄부랑숲길(‘엄청난, 큰’이라는 뜻)을 지나 힐링센터까지 가면서 100년 된 거대한 편백과 삼나무 군락지를 만나게 된다. 잘생긴 삼나무 숲의 위용이 압도한다. 생명의 기운이 가득 찬 숲이다. 피톤치드를 내뿜는 길을 걸으며 오감을 열고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심신이 편안하다. 이쯤에서 비로소 숲의 신비로움에 스며든 자신을 보게 된다. 순수한 자연 속에서 그 숲의 신령스러움에 감싸이는 듯한 기분이다. 피톤치드를 만끽하며 자연이 주는 위안으로 뭉클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숲 쪽으로는 군데군데 작은 오솔길이 있어서 숲속으로 들어가 파묻혀봐도 좋을 듯하다. 옆으로는 2km 정도의 하천이 흐르고 있다.
다 오른 곳에 산도록(‘시원한’이란 의미의 제주어) 치유숲길이 있다. 숲속 야외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가 있고, 참여자들의 맨발 족욕이나 산림교육도 이루어지는 곳이다. 명상과 복식호흡을 하며 차분한 시간에 잠겨보는 것도 좋다. 산책로에는 치유의 샘이 흐르고, 숲길 쪽으로 한참 걸으며 시오름 정상에 올라 한라산을 볼 수도 있다. 상쾌함의 최고조다. 경관 좋은 하늘바라기 숲길을 걸어보는 여유도 가져볼 만하다. 그러고는 아무 데나 멍하니 걸터앉아 숲이 일렁이며 내는 바람 소리에 고단했던 세상의 먼지들이 씻겨나가는 듯한 경험을 할 것이다.
숲길 끄트머리에 위치한 오소록 숲 주변에 자리 잡은 힐링센터는 주로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이다. 건강측정을 하거나 다담(茶啖)을 나누며 마무리하는 공간이다. 코로나 시국이라 때때로 개장이 불확실하므로 미리 확인해보는 게 좋다.
제주 서귀포시 호근동에 자리한 치유의 숲은 해발 320~760m에 위치한다. 사람이 가장 쾌적하다고 느끼는 높이라고 한다. 조선시대 말을 키우던 국영목장이었던 이곳에 100년 전쯤 화전민들이 들어와 살았다고 한다. 현재 엄부랑 숲에는 사람이 살았던 집터가 있다. 그들마저 떠난 후 척박했던 삶의 흔적이 사라지고 덤불과 숲으로 뒤덮인 것이다. 그런 숲의 생태계를 그대로 보전해 지금은 편백과 삼나무 군락으로 치유의 숲이 되었다. 한라산의 다양한 식생과 조류, 야생동물들과 나무들이 고루 분포되어 있어 산림의 환경 요소를 활용할 수 있는 복합 휴양형 치유 공간인 셈이다. 하루 적정한 탐방객 수를 제한하고 있으며, 무장애 데크 시설 덕분에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2019년과 2020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하는 ‘열린 관광지’로도 지정되었다.
차롱 바구니에 담긴 제주의 로컬푸드
숲을 내려오면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차롱밥상이 기다린다. 차롱은 제주에서 음식을 담기 위해 대나무로 만들어 사용하던 제주의 전통 바구니다. 주로 밭에 나갈 때나 제사음식 담을 때 통풍이 잘 되어 신선하게 음식을 보관하던 용도였다.
차롱 도시락은 호근마을 주민들이 숲과 마을의 상생을 꿈꾸며 프로그램에 접목했다. 제주에서 나는 식재료를 이용해 당일 만든 도시락으로 사전예약을 해야 한다. 각자 배정된 힐링하우스의 편백 테이블에 차롱치유밥상이 차려져 있다. 즉석에서 담아주는 따끈한 국과 김치, 그리고 동고량이라는 밥 차롱 바구니에는 한라산 표고버섯전, 빙떡, 브로콜리, 채소와 과일꽂이, 톳 주먹밥, 곰치 쌈밥, 고구마 등 푸짐하면서도 정성 가득 담긴 건강한 음식이 가득 차 있다. 제주의 음식문화와 향토의 맛을 체험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서귀포 치유의 숲
•주소: 제주도 서귀포시 호근동 산 4
•문의처: 064-760-3067
•운영시간: 평일 매일 08:00~17:00 (하절기) 4~10월 18시, 매일 09:00~16:00 (동절기) 11~3월 17시
•입장료: 어른 1000원. 청소년 600원
•산림치유 프로그램: 성인 2000원, 어린이·청소년 1000원
•차롱치유밥상: 3일 전 예약해야 가능. 1인용 차롱치유밥상 이용금액은 1만 7000원. 계절이나 식재료 또는 행사에 따라 가격 변동이 있다. 064-760-3067〜8
다가오는 추석에 설레기도 하지만 명절 증후군을 걱정하는 이들도 많다. 명절증후군은 명절 때문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을 때 생기는 증상이다. 핵가족화한 현대 가정의 구성원들이 명절 때만 갑자기 전통적인 공동가족으로 합쳐지면서 심한 스트레스를 겪는다. 이를 잘 극복하지 못하면 몸과 마음에 병이 난다.
명절증후군은 긴 귀향 과정, 가사노동처럼 신체적인 피로에 성차별적 대우, 시댁과 친정의 차별 등으로 인한 정신적 피로가 겹쳐지면서 발생한다. 신체적으로는 두통과 어지러움, 소화불량, 위장장애, 대상포진까지 앓기도 한다. 피로와 우울, 호흡곤란 같은 정신적 증상도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명절증후군에 대해 전 세계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질병이라며 명절이 화합의 장이 되기 위해선 가족구성원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명절 스트레스의 주원인은 차례다. 차례는 조상을 기리고 조상의 음덕에 감사하는 전통이라는 통념이 지금까지 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에 맞서 차례상을 차리는 게 경제적‧시간적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더군다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친족이 모이기 어렵게 되면서, 차례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뉴스포스트 설문조사 결과 명절 차례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여성의 응답 비율은 91.4%에 달했다. 이는 주로 차례를 준비하는 여성들만의 의견이 아니다. 설문에 응답한 성인남녀 중 67.7%가 차례 준비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차례를 간소화해야 한다고 답한 이유로는 ‘시대상의 변화’가 56.3%로 1위를 차지했다. 19.7%를 차지한 ‘금전적 부담’, 17%를 차지한 ‘시간적 부담’이 그 뒤를 이었다.
기타 응답으로 “차례는 돌아가신 분을 기억하고 가족이 함께 모여 친목을 도모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준비 과정에서 여성이 할 일이 많은 게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또 이런 이유로 형식적인 차례상을 조금은 더 단출하게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 다른 기타 의견으로 ”차례와 제사는 특정 인물의 집중적인 봉사로 간소화가 필요하다“면서 ”어머님이나 며느리들도 쉬는 명절이 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제례 문화를 연구해온 김미영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위원은 ”추석 차례상에 밥과 국을 송편으로 대신해도 되고, 조기나 탕, 포 등 번거로운 음식을 생략하더라도 예의에 어긋나지 않으며, 과일도 제철에 나는 몇 가지만 준비하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시대가 변해 핵가족과 1인 가정이 늘었다. 명절은 떨어진 가족들이 모이는 소중한 시간이다. 애초에 화목한 분위기 속에서 휴식을 즐기고, 가족 구성원들끼리 대화를 많이 나누는 것이 조상 대대로 내려온 명절의 취지라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의례에 얽매여서 가족끼리 다투기보다는 조상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가족이 함께 차례를 준비하고, 화목을 도모하는 것이 좋은 명절의 모습이다. 이번 추석부터 차례를 준비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대신 가족들끼리 서로 대화를 따뜻하게 더 나누면 좋지 않을까.
나이가 들수록 눈은 침침해지고 기억력도 자꾸 흐려진다. 복잡한 것도 딱 질색이다. 아들딸이 써보라고 거금을 들여 사준 스마트폰은 6070 시니어에게 ‘애물단지’가 돼버렸다. 스마트폰의 여러 가지 기능을 활용하면 삶의 질이 높아진다던데, 먼 나라의 이야기 같기도 하다. 정작 전화 통화나 카카오톡 메신저 정도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100만 원이 넘는 스마트폰을 100%, 아니 200% 활용하는 방법이 있을까?
스마트폰을 똑똑하게 활용하려면 무엇보다 ‘애플리케이션(앱)’을 잘 써야 한다.
스마트폰에 기본적으로 설치돼 있는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아이폰 ‘앱스토어’ 검색창에서 원하는 앱 이름을 입력해 검색한 뒤, 해당 앱 '설치' 버튼을 누른 뒤 일정 시간이 지나 홈 화면으로 돌아가면 설치된 앱을 이용할 수 있다.
조금 복잡한 설치 과정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자녀를 포함한 가족이나 친구, 지인에게 부탁하는 것도 좋다. 수 많은 앱 중에서도 시니어들의 삶에 쏠쏠한 활력을 불어넣어 줄 뿐 아니라 친구들 사이에 '인싸'가 될 수 있는 앱 7 가지를 소개한다.
인싸는 '인사이더'라는 뜻으로 각종 행사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거나 주도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① 집안 경조사, ‘음력 달력’으로 관리하자
젊은 세대에게는 거의 잊혀 가는 풍습이 돼버렸지만, 시니어들은 집안 제사나 명절, 생일처럼 각종 행사를 챙길 일이 많다. 요즘은 종이 달력에도 음력이 표시되지 않는 게 많아 포털사이트에 필요할 때마다 음력을 검색해 찾아봐야 한다. 이 앱은 그런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음력에 관련된 달력 정보는 물론 24절기, 손 없는 날, 세시풍속 등을 볼 수 있어 활용 폭이 넓다. 또 날짜 위 또는 일정 칸에 그림을 그리거나 날짜 색을 변경할 수 있어 손쉽게 일정을 관리할 수 있다.
플레이스토어를 눌러 들어간 후, 검색창에 '음력 달력'을 검색하고 상단에 뜨는 달력 앱 중 마음에 드는 것을 설치하면 된다. 뒤로 가기 버튼을 눌러 플레이스토어를 나간 뒤 방금 다운 받은 앱을 눌러 사용해보자.
② 침침함은 가라! 더 크게, 더 편하게, ‘돋보기’
노안이 슬슬 오기 시작하는 시니어들은 작은 글씨가 불편하다. 눈이 침침하니 자꾸 눈을 비비게 되고, 눈 건강이 더 나빠지는 기분이 들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돋보기를 따로 마련하기 부담스럽다면 이 앱을 추천한다. 확대는 물론 고정 촬영 기능, 손전등 기능, 책을 더욱 편하게 읽을 수 있는 흑백 반전 기능도 탑재했다. 돋보기 앱은 시니어 일상 생활의 질을 높여줄 수 있다.
플레이스토어에 들어가 검색창에 ‘돋보기’라고 검색하고, 설치 버튼을 누르면 다운이 완료된다. 뒤로 가기 버튼을 눌러 돌아간 뒤 다운 받았던 앱을 클릭해 사용하면 된다.
③ 걷는데 돈이 쌓인다고? 만보기 앱 ‘캐시워크’
걸을수록 돈이 쌓이는 만보기 앱 ‘캐시워크’는 100걸음을 걸을 때 마다 1캐시씩 보석상자를 준다. 보석상자를 눌러 캐시를 적립하는 형태로, 하루 최대 100캐시까지 적립이 가능하다. 하루에 만 보를 걸으면 100캐시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플레이스토어에서 ‘캐시워크’라고 검색한 후 설치를 완료하고 뒤로 가기 버튼을 눌러 돌아간다. 그 다음 방금 받았던 캐시워크를 클릭하면, 기본으로 잠금화면이 보인다. 그 상태에서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거나 손에 들고 걸음을 옮기면 걸음 수, 걸은 시간, 소비한 칼로리, 거리를 보여준다. 걷기로 건강도 챙기고 조금씩 돈이 쌓여가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모은 돈은 나중에 다양한 제휴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④ 키오스크, 더 이상 겁나지 않아! ‘서초톡톡’
60대 이상 시니어에게 키오스크는 부담스러운 존재다. 키오스크란, 공공장소에 설치된 무인 정보 단말기. 주로 정부 기관이나 은행, 백화점, 전시장 등에 설치되어 있으며 대체로 터치스크린 방식을 사용한다. 키오스크가 도입된 지 꽤 됐지만, 아직도 가게 앞에 떡하니 놓여있는 기계를 보면 종업원을 먼저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호기롭게 사용해보려 도전했다 낭패를 본 경험이 있는 시니어도 다수다. 이런 시니어를 위해 서초구에서 키오스크 연습용 앱을 개발했다.
가게마다 메뉴 구분의 차이는 조금씩 있겠지만,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성을 들으며 키오스크의 시스템을 찬찬히 살펴보고 기계에 익숙해지기엔 충분하다. 단순히 음식점에 설치돼 있는 키오스크 사용뿐 아니라 시니어가 어려워하는 무인민원발급기, 고속버스 예매 기기, 은행 ATM, 병원 등 다양하게 연습해볼 수 있다.
플레이스토어에서 '서초톡톡' 또는 '키오스크'를 검색한 후 핑크색 앱을 설치한다. 뒤로 가기 버튼을 눌러 플레이스토어를 나간 뒤 방금 받았던 앱을 실행해 키오스크와 친해져보자.
⑤ 이 꽃은 이름이 뭐야 뭐야? ‘모야모’
코로나19로 인해 시니어들은 산과 들 등 자연을 더 많이 찾는다. 이때마다 주변에 피어있는 꽃, 산에 있는 풀들을 보면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모야모’에서는 이런 시니어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준다.
스마트폰으로 식물 사진을 찍거나 갤러리에서 이미지를 선택해 올리면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신속하게 이름을 알려준다. 이름뿐만 아니라 식물의 별명, 꽃말, 전설, 약효, 공기정화 능력, 키우기 요령 등 유용한 정보가 담긴 식물도감도 볼 수 있다. 전문 원예업 종사자도 필요할 경우 사용하면 편리하다.
플레이스토어에서 ‘모야모’라고 검색한 후 설치를 완료하고 열기를 클릭하면, 각종 식물들의 정보를 알 수 있다.
⑥ 영탁이 노래, 공짜로 들을 수 있다는 게 찐이야? ‘노래모음’
시니어에게 트로트란 인생의 활력소다. 최근까지도 시니어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출연진들의 노래를 모아 들을 수 있는 앱이 있다. 유튜브에 일일이 검색하거나 유료 음악 사이트에서 정기 결제를 할 필요도 없다. 원하는 가수의 이름이 적힌 앱을 설치한 후, 앱을 실행하면 해당 가수의 인적사항을 볼 수 있고 관련 SNS 채널, 팬 카페로 연결도 가능하다.
배경화면 다운은 물론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최신 소식도 얻을 수 있어 편리한 ‘덕질(본인이 좋아하는 작품이나 캐릭터, 실제 인물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관련된 2차연성 작품을 찾아보는 행위)’의 세계가 열릴 것이다.
만약 가수 '영탁'의 팬이라면, 플레이스토어에서 '영탁 노래', '영탁 노래모음' 등으로 검색해 설치 버튼을 눌러 앱을 다운 받을 수 있다. '임영웅'의 노래가 듣고 싶다면 '영웅 노래모음'을 검색하면 된다. 유사한 모양의 앱이 많아 다소 헷갈릴 수 있으나 추천한 앱이 아니더라도 마음에 드는 앱을 선택해 설치하면 된다.
⑦ 서로 예쁜 글, 인삿말 나눠요 '좋은글 꽃편지'
시니어는 서로 좋은 글귀가 있으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해놓기도 하고,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함께 공유하며 안부를 묻기도 한다. 친구가 보내온 사진을 보면 이런 사진은 어디서 구하는지 궁금해질 때도 있을 것이다. 시니어의 감성을 저격한 유형의 글이나 사진만을 모아놓은 앱이 있다.
'좋은글 꽃편지'는 글뿐 아니라 건강, 생활 상식도 같이 볼 수 있어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또 댓글을 달며 인터넷 속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 코로나19로 조심스러운 지금, 이 앱으로 적적한 마음을 달래보자.
플레이스토어에서 '좋은글 꽃편지'라고 검색하면 해당 모양의 앱이 나온다. 설치 버튼을 눌러 다운 받고, 홈 화면으로 돌아가 메뉴에서 앱을 실행한 후 찬찬히 구경해보며 다양한 콘텐츠들을 즐길 수 있다.
최근 빠르게 늘고 있는 1인가구에서 50대 이상 어르신들이 61%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들은 돌봄과 가사 지원을 가장 필요로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1인가구는 최근 5년 동안 1인가구가 절반 가깝게 늘었으며, 1인가구 72%가 계속 혼자 살 계획이라고 밝혀 앞으로 1인가구가 계속 늘 것으로 전망된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28일 전국 1만997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가족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같은 내용을 담아 소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1인가구는 2015년 21.3%에서 2020년 30.4%로 9.1% 포인트 크게 증가했다. 반면 부부와 미혼자녀로 이뤄진 가구는 2015년 44.2%에서 2020년 31.7%로 12.5% 포인트 감소했다.
가족구성원수로 보면 2020년 기준 2인가구가 31.1%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1인가구 30.4%, 3인가구 17.9%, 4인가구 15.7%, 5인이상가구 4.4%로 나타났다. 2015년에는 4인가구가 26.4%로 가장 높았다. 평균 가구원수도 2015년 2.8명에서 2020년 2.3명으로 크게 줄었다.
1인가구 남녀 비율과 연령대별 비율
1인가구를 연령별로 보면 70세 이상이 26.7%로 가장 높았고, 60대 19.0%, 50대 15.4%로 50대 이상 어르신들이 전체 1인가구에서 61.1%을 차지했다. 성별로는 여성 53%로 남성 47%보다 많았으며, 혼인상태는 미혼 40.2%, 사별 30.1%, 이혼 또는 별거 22.3%, 유배우자 7.4%로 나타났다.
가족에 대한 인식과 태도에서도 70세 이상은 다른 연령대와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20대와 가장 많은 차이를 보였다.
가족에 대한 인식과 태도-20대와 70세 이상 비교
구체적으로 2020년 20대와 70세 이상을 비교하면 비혼독신(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사는 것에 동의한다)에서는 53.0% vs 12.1%, 비혼동거(결혼하지 않고 남녀가 함께 사는 것에 동의한다) 46.6% vs 10.0%, 무자녀(결혼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 것에 동의한다) 52.5% vs 7.5%, 비혼출산(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것에 동의한다) 23.0% vs 8.8%로 10%포인트에서 40%포인트까지 차이를 보였다.
특히 20대는 2015년과 2020년 각 항목별로 14.4%포인트에서 23.4%포인트까지 동의율이 크게 오른 반면, 70세 이상은 5년 동안 오히려 비율이 더 내려갔다. 비혼독신은 3.3%포인트, 비혼동거는 2.8%포인트, 무자녀는 2.2%포인트가 내렸고, 비혼출산만 0.1% 올랐다. 이 같은 70세 이상의 동의율 하락 경향은 60대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전통문화에 대한 인식과 태도-20대와 70세 이상 비교
명절문화와 제사, 가부장적 가족 호칭 등에 대해서도 20대와 70세 이상이 큰 차이를 보였다. 그런데 70세 이상에서도 당사자 중심으로 결혼식을 치르는 것에 동의하는 비율이 43.8%, 장례식을 가족 중심으로 치르는 것에 동의한다가 48.8%로 절반에 가까운 분들이 동의할 정도로가족 의례가 당사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부부가 각자의 가족과 명절을 보내는 것에 동의한다는 20대 48.4%, 70세 이상 13.0%는 무려 세 배가 넘게 차이가 났으며, 제사를 지내지 않는 것에 동의한다는 20대 63.5%, 70세 이상 27.8%, 가부장적 가조호칭(도련님, 처남 등) 개선에 동의한다는 20대 56.5%, 70세 이상 27.1%로 둘도 두 배 이상 차이가 날 정도로 인식에 큰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
성인 자녀간 상호지원 비율(부모 관점)
보통 50세 이상인 성인 자녀가 있는 시니어들의 63.2%는 자녀와의 관계에 만족하고 있었으며, 부모·자녀 간 지원은 ‘정서적 지원’이 2020년 기준 50%를 넘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부모가 자녀에게 ‘경제적 도움’을 받는 비율은 32.5%로 2015년에 비해 4.7%포인트 내린 반면 ‘정서적 지원’을 받는 비율은 56.7%로 6.4%포인트 올랐다.
성인 자녀에게 부모님 생활비 마련 방법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부모님 스스로 해결한다’는 응답이 61.4%로 2015년 41.6%보다 19.8%포인트 올라, 부모와 자녀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경제적 지원보다 정서적 친밀성과 유대가 더 중요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자 전체 가구의 4.8%가 ‘신체적・정신적 이유로 장기간 돌봄을 필요로 하는 가족원이 있다’라고 답했다. 이들의 가장 어려운 점은 경제적 어려움이 29.7%, 신체적 고단함 26.6%, 정신적 스트레스 26.2% 순으로 응답해 실질적 돌봄 지원뿐만 아니라 돌보고 있는 사람에 대한 정서적 지원도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사회 가족지원서비스 수요(1순위)
가장 필요한 가족 지원 서비스로 노인돌봄지원이 23.3%로 가장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으로는 가족여가․문화프로그램 지원 14.3%, 임신․출산과 자녀양육방법 교육․상담지원 9.9% 순이었다. 50세 이상일수록 노인 돌봄 지원 수요가 높았다.
쟁쟁한 수천 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오디션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시니어 모델이 있다. 바로 시니어 모델 ‘윤영주’다. 우승한 것도 대단한데, 그녀의 나이는 올해 73세. 최연장자임에도 다른 시니어 모델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고 당당하게 우승을 거머쥐었다. 더욱이 놀라운 건 종갓집 며느리라는 사실. 종갓집과 모델, 한식과 양식만큼이나 거리가 있어 보이는 조합인데 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직접 만나서 그간의 여정을 들으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녀의 매력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MBN 시니어 모델 오디션 예능 ‘오래 살고 볼일’은 방영 후 화제가 됐다. 오디션에 등장한 시니어 모델들이 인터넷에서 주목을 받았다. 탄탄한 몸매, 동안을 자랑하는 외모, 젊은이에 뒤지지 않는 패션 감각, 모두를 놀라게 할 만큼 대단했다.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시니어 멋쟁이들이 총집합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쟁쟁한 선남선녀들을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한 시니어 모델 윤영주는 어떤 사람일까? 일단 그녀가 이 오디션에 참가한 계기를 물어봤다.
“사실 접수를 안 하려고 했어요. 이 프로그램 전에 시니어 모델로 활동하면서 회의감이 많이 생겼죠. 생각했던 것과 달랐어요. 불러주는 곳도 많지 않았고, 어느 때는 불합리한 대우를 받기도 했어요. 모델 하면서 자존심이 많이 상하기도 해서 그만두려고 했어요. 마침 그때 이 오디션 공고가 올라왔는데, 접수하지 않으니까 주위에서 많이 권했어요. 다들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고 해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까짓것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접수했어요. 그때 안 했으면 정말 후회했을 것 같아요.(웃음)”
상금은 가난한 예술가를 위해
그녀는 오디션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아서 심사위원으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동안 외모와 남다른 패션 감각은 확실히 돋보였다. 특히 긴장하는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표정이 한결 부드럽고 여유 있어 보였다. 실제 현장에서는 어땠을까?
“연장자라서 그런지 편했어요. 다들 열 살 이상 차이 나다 보니 동생들 같았어요. 대기 시간이 길어 얘기할 시간도 많았고요. 그래서 경쟁을 한 것이 아니라 동생들과 수다 떨면서 재밌게 노는 기분으로 임했죠. 예전에 방송국에서 리포터 활동을 해서 카메라 앞에서의 촬영이 익숙했어요. 그 경험 덕분에 확실히 조금 여유가 있었던 것 같아요.”
우여곡절도 있었다. 늘 상위권을 유지했지만, 와이어 액션을 소화하는 화보 미션에서 탈락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위기 없는 결말이 없는 것처럼 마지막 런웨이 미션을 멋지게 소화하면서 짜릿한 역전승을 이뤄냈다.
“우승자를 호명할 때 순간 머리가 하얘졌는데, 기분은 정말 좋았어요. 한편으로는 박윤섭 씨한테 뭔가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눈을 못 마주쳤어요. 속으로 그분이 1등이라고 늘 생각했거든요. 전에도 현장에 몇 번 만난 적이 있는데, 모델로서 자질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분이에요. 그러고 보면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나이가 많지만 어떻게든 쫓아가려고 했던 걸 많은 분이 좋게 봐주신 것 같기도 하고요.”
어렵게 차지한 우승으로 받은 상금은 어디에 쓸 거냐고 묻자 “상금은 나를 위해서 쓰지 않고 다른 일에 쓰고 싶다”고 말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일단 오디션 동안 제일 고생한 며느리랑 상금을 나누고, 나머지 내 몫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열심히 곡을 만들고 있는 음악 제작자 친구들을 지원하는 일에 쓰고 싶어요. 아들이 음악을 해서 그런지, 그 친구들이 자꾸 마음에 걸려요. 가난한 예술가의 아픔을 곁에서 오랫동안 지켜봐서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장점은 자연스러움
화려한 시니어 모델 삶의 이면에는 종갓집 며느리의 삶도 있었다. 그녀는 시니어 모델이 되기 전 종갓집 며느리로서 성실히 살았다. 일 년에 명절을 포함한 13번의 제사를 군말 없이 준비해야만 했다. 다른 요리는 못 해도 제사 음식은 눈 감고도 할 정도란다. 특히 생선 손질은 달인의 경지에 올랐다고. 그렇다면 종갓집 며느리가 어떻게 모델로 변신할 수 있었을까?
“제사 규모가 줄어들면서 조금 여유가 생겼어요. 특히 50대에 접어들면서 남들이 은퇴를 준비하듯이 노후를 생각해봤어요. 그러다 문득 미학 공부가 너무 하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한 15년 동안 미학 공부를 하고 박사 논문까지 썼어요. 음악이나 미술, 철학과 관련된 칼럼도 틈틈이 썼고요. 그런데 어느 날 눈이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시력 보호 차원에서 책을 보지 말라는 거예요. 청천벽력이었죠. 좋아하던 책을 못 보니 참 무료했어요. 무엇보다 할머니가 아니라 여자 ‘윤영주’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시니어 모델을 알게 됐어요. 마침 며느리가 모델 출신이었고요.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한번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며느리에게 모델 하고 싶다고 넌지시 말했어요. 그때 시작한 일이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웃음)”
하지만 일회성으로 끝날 일이었다면 지금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를 이 자리까지 이끌게 한 모델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미학이나 철학이 깊은 희열을 맛보게 한다면 모델은 짜릿한 희열이에요. 쇼를 한 번 하는 데 정말 많은 과정을 거쳐요. 메이크업하고 머리 만지는 데 최소한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씩 걸리고, 리허설도 몇 번씩 하고, 전날 와서 옷도 미리 입어보죠. 근데 쇼는 15~30초면 딱 끝나요. 그 순간만큼은 무대가 다 내 것이에요. 그 찰나의 희열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좋아요.”
무대에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기 위해서는 모델로서 각자 내세울 수 있는 매력이나 장점도 필요하다. 그녀는 어떠한 장점이 있고, 좋은 모델이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궁금했다.
“제 입으로 말하기 쑥스럽지만, 주위에서 말하기를 자연스러움이 제 장점이라고 해요. 설명하기 어려운데 남들이 보기에 인위적이지 않은 나만의 멋이 있다고 해요. 예전에 방송국 리포터 할 때도 PD들이 연신 애 엄마 맞냐고 물어봤어요. 쇼나 무대 같은 생방송에 최적화된 체질인 것 같아요. 덧붙여서 좋은 모델이 되기 위해 어디서나 영감을 받으려고 노력해요. 미술, 영화, 음악, 전시 등 가리지 않고 좋은 걸 자주 보고 듣는 것이 모델로서 표현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가족은 바탕
티 없이 밝아 보이는 그녀에게도 아픈 사연이 있었다.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것이다. 그녀가 기억하는 남편은 선한 사람이었다.
“남편은 친오빠랑 친한 친구였어요. 워낙 가족 같은 사이라서 남편이 좋다고 했을 때 친오빠가 사귀자고 하는 것처럼 너무 어색하고 이상해서 피해 다녔어요. 근데 못된 우리 오빠와는 다르게 참 좋은 사람이었어요. 결혼해서도 날 한 번도 실망시키지 않았던 참 좋은 사람이에요. 돌이켜보면 많이 싸우기도 했지만 참 고마운 사람이에요. 만약 지금 같이 있었다면 제일 좋아했을 거예요.”
그녀의 남편은 꽉 막힌 구석도 있는 남자였지만, 아내를 위해서 때로는 화려하고 예쁜 옷을 사줄 줄도 아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늘 예쁘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덕분에 아내밖에 모르는 바보로 주위 사람들에게 정평이 나 있었다고. 요즘 말로 하면 사랑꾼이라고 할까?
그의 빈자리가 그립지만, 지금 그녀에게는 소중하고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 메이크업부터 의상, 촬영 스케줄 등을 관리하는 매니저이자 모델 스승인 며느리부터, 화양연화 미션 때 감정을 잡을 수 있도록 슬픈 노래를 정리해서 보내준 아들까지. 화려한 그녀가 더 돋보일 수 있도록 안 보이는 곳에서 묵묵히 지원해주는 가족이 있었다. 그녀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일까?
“가족은 바탕이죠. 누구나 그렇지만 내가 서 있을 수 있는 바탕과 같아요. 바탕이 없으면 나도 없어요. 특히 며느리와는 절친이에요. 저런 며느리가 없어요. 좋은 며느리를 얻은 건 내게 큰 행운이에요. 며느리와는 별의별 얘기를 다 해요. 가끔 아들 흉도 같이 봐요.(웃음)”
책임감 있는 모델
그녀를 지탱하고 있는 날개 중 하나가 가족이라면, 다른 날개는 바로 새로움에 대한 도전이다. 그녀는 늘 어제의 나와 다르게 살기를 원했다.
“돌이켜보면 지금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건 나로 살지 않기를 원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항상 새로운 나로 살려고 부단히 노력했어요. 책을 읽고, 아름다운 미술 작품을 보고, 좋은 클래식 음악을 듣고자 했던 마음은 지적인 욕심도 있었지만, 하루하루가 다른 새로운 나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아요. 모델도 마찬가지고요. 매번 무대에 설 때마다 감회가 달라요.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노력해요.”
인상적이었던 댓글을 들려주며 앞으로 시니어 모델로서의 포부나 계획을 밝혔다.
“내가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한 댓글이 하나 있어요. ‘나이 든다는 게 두렵지 않다는 걸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댓글을 읽으면서 책임감을 많이 느꼈어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70대도 이렇게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주어질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하고 싶어요.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통해서 많은 분에게 선한 영향을 주고 싶어요.”
방송국 리포터부터 시작해 늦은 나이에 공부를 다시 하고, 정말 남들이 늦었다고 생각할 때 외려 과감하게 모델에 도전해서 지금 이 자리까지 왔다. 인생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순간으로 첫사랑과의 추억을 꼽을 때는 영락없는 소녀였고, 할머니가 아니라 한 여성으로서 인정받는 모델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말할 때는 당당한 여인이었다.
첫사랑의 어머니가 딸처럼 귀하게 여기고, 며느리가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대하고, 남편이 그녀를 아껴주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는 당사자가 아니므로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인터뷰를 하면서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화려함에 숨겨진 내면의 미를 잠시 엿볼 수 있었다. 자신의 몫을 기꺼이 남에게 양보할 줄 알고, 욕심 부리지 않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스스로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묵묵히 정진했다. 일일신 우일신(日日新 又日新)의 자세를 몸소 실천하고, 모델로서 가진 아름다움과 더불어 인간적인 책임감을 느끼며 이 일에 임하고 있었다.
흔히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때를 화양연화(花樣年華)라고 일컫는다. 그녀는 첫사랑과의 추억을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로 꼽았지만, 사실 그녀의 진정한 화양연화는 지금부터일지도 모른다. 할머니가 아닌 여자 윤영주로서 앞으로도 아름답고 당당하게 꽃길을 걷기를 바라며 마친다.
상속도 교육처럼 백년대계(百年大計)의 자세가 필요하다. 가까운 미래에는 100세가 장수의 표준이 아니라 평균 수명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주어진 시간이 길어진 만큼, 인생의 마지막을 잘 마무리하기 위한 대비가 필요하다. 다음의 사례와 질문을 통해서 상속에 관해 알아보자.
도움 및 참고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상속을 잘 해야 집안이 산다’, '생활법률 상식사전'
최근 시니어들은 상속에 관심이 많다. 하나금융그룹의 ‘100년 행복연구센터’가 50대 퇴직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자녀들을 위한 ‘상속, 증여는 생전에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58.3%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최근 국세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피상속인 수는 9555명으로, 10년 사이 150% 이상 증가했다. 실제로도 법적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다음은 그 사례 중 하나다.
“평생 복지 사업 분야에서 일했던 김기부(70) 씨는 자신의 모교인 A대학교에 모든 재산을 기부한다는 내용의 유언장을 작성해 평소 거래하던 은행 금고에 보관했다. 유언장은 전부 자필로 작성했는데, 도장은 따로 찍지 않았다. 얼마 후 그는 100억 원대의 재산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때마침 이 사실을 알게 된 A대학교는 고인의 뜻대로 전 재산을 기부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유족은 이에 반대했고, 결국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법원은 유족의 주장을 수용했다. 김 씨의 유언은 민법상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에 해당한다. 김 씨가 직접 모든 내용을 작성했기에 아무런 하자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도장을 빠뜨린 건 큰 실수였다. 자필증서는 유언의 내용과 작성일, 주소와 성명을 직접 쓰고 도장까지 찍어야 완전한 유언이 된다. 위 경우에서 법원은 고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형식을 준수하지 못한 유언장을 효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는 ‘유언의 요식성’ 때문이다. 법은 유언에 엄격한 형식을 요구한다. 유언의 방식은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와 구수증서에 의한 것 등 다섯 가지가 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자필증서와 공증사무실에서 공증을 받는 공정증서다. 이것마저도 법에서 정한 구체적인 방식을 따라야만 한다.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는 “유언은 사후에 당사자에게 내용을 확인할 수 없기에 유언의 요건을 법에서 엄격하게 정한다”고 말했다.
만약 김 씨가 도장을 찍은 유언장을 작성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유언의 내용대로 학교 측이 전 재산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유류분을 통해서 재산을 받을 수 있다. 상속인들이 김 씨의 재산 형성에 일정 부분 도움을 주었거나, 김 씨의 재산을 상속받지 못해서 가족 모두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린다면 유족의 입장이 곤란해질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상속 재산의 일정한 부분은 법률로 상속을 보장하는데, 이를 유류분이라고 한다. 유류분의 비율은 법에서 정하고 있다. 배우자나 직계비속(자·손)은 법정 상속분의 2분의 1, 직계존속(부모·조부모)과 형제자매는 3분의 1이다.
최근 법원은 유류분 조항에 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이에 대해 양 변호사는 “예전에는 부양 의무에 대한 보상으로 유류분을 인정했지만, 최근에는 재산 형성에 기여하지 않거나 부양 의무를 소홀히 한 이들이 많아지면서 이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밝혔다. 상속과 관련해 자주 하는 질문을 통해 실질적인 사항을 점검해보자.
Q&A로 보는 상속
Q. 아버지에게 혼외자가 있다면 상속 재산은 어떻게 해야 하나?
상속 재산 파악과 상속인 확인이 우선이다. 정부가 마련한 ‘안심 상속 원스톱 서비스’를 통해 사망한 분의 재산 내역을 한꺼번에 확인하면 된다. 이 서비스는 구청이나 동 주민센터에서 사망신고 시 함께 신청할 수 있다. 상속인이 연락 두절된 경우라면 법원에 재산 관리인 선임 청구를 하거나 법원을 통해서 연락이 끊긴 형제자매를 찾아볼 수 있다.
Q. 생명보험금 수령도 단순승인으로 간주하나?
생명보험의 수익자가 ‘법정 상속인’으로 기재됐고, 법정 상속인이 생명보험금을 수령했다면 이는 상속인의 고유한 재산이기에 상속 재산이라고 볼 수 없다. 민법 제1026조의 법정 단순승인으로 볼 수 없다. 반면 상해보험은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이 지급되므로 이는 상속 재산이 된다.
Q. 스마트폰에 남긴 유언은 효력이 있나?
스마트폰 메모장에 남긴 메모는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으로서는 효력이 없다. 다만 유언 내용을 스마트폰으로 녹음했다면 ‘녹음에 의한 유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녹음에 의한 유언이 효력이 있으려면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 성명과 연월일을 구술하고 증인이 이에 참여해 유언자의 이름과 함께 유언이 정확하다는 취지를 구술해서 녹음해야 한다.
Q. 반려견을 돌봐줄 사람에게 재산을 줄 수 있나?
현행 민법상 ‘부담부 유증’을 통해서 충분히 가능하다. 유언을 통해 재산을 증여하고, 증여받는 자에게 그 가액 범위 내에서 제사를 지내달라거나 반려견을 보살펴달라고 할 수 있다. 공익단체 기부 역시 부담부 유증이나 별도의 유언 집행자를 정하는 방법으로 유언을 한다면 가능하다.
알아두면 좋은 상속 용어
① 유증 유언자가 유언을 통해 자기 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주는 행위다.
② 사인증여 증여자가 생전에 특정인과 맺는 증여 계약으로 효력은 사망할 때 발생한다.
③ 단순승인 상속인들이 채권과 채무를 포함한 고인의 재산을 전부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④ 한정승인 재산을 상속받되, 상속 재산의 한도 내에서 채무를 책임지겠다는 의사표시다.
⑤ 상속포기 상속 재산 받기를 전면 포기하는 것을 말한다. 빚이 재산보다 많을 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