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화국으로 불리는 대한민국. 2022년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52.4%인 1227만 가구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이렇게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늘어나는 반면, 정작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층간 소음으로 범죄까지 일어나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아파트 ‘위스테이 별내’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국내 첫 ‘아파트형 마을공동체’로서, 입주민 약 1500명은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의 이웃이다. 뿐만 아니라 입주민이 직접 아파트 시설을 설계·운영한다는데, 그 모든 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알아보고자 위스테이 별내를 찾아가 봤다.
입주민이 직접 만든 커뮤니티 시설
2020년부터 사람들이 거주하는 위스테이 별내는 지하 2층부터 지상 22층의 7개 동, 총 491세대(60㎡, 74㎡, 84㎡ 3가지 주택형) 규모다. 약 1500명의 입주민은 모두 ‘위스테이 별내 사회적협동조합’의 조합원이다.
아파트는 크게 전유부(거주하는 집), 공유부, 부대·복리 시설(커뮤니티 시설)로 나뉜다. 이 가운데 위스테이는 부대·복리 시설을 입주민이 직접 설계했다. 위스테이에서는 이를 ‘커뮤니티 디자인’이라고 명칭 했으며, 입주 전부터 거의 1년간 논의의 시간을 거쳤다. 그 결과로 법정 기준의 2.5배에 달하는 2777㎡ 규모의 커뮤니티 시설이 내실을 갖춰 조성됐다.
위스테이 단지 중앙에는 잔디 광장이 있고, 그 주변으로 커뮤니티 시설이 존재한다. 교류의 장인 동네카페를 비롯해 동네책방, 동네체육관이 있다. 작게는 빨래방, 공유주방도 형성됐다. 취미를 공유하는 공간인 동네창작소와 통네텃밭도 만날 수 있다. 아파트 외곽에는 협동상회도 존재한다.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 모두 입주민이다. 공동체 시설에 잘 어울리는 ‘동네’라는 이름 또한 투표로 결정됐다.
위스테이 별내 입주민들은 월세 10만 원을 내는데, 그중 5만 원은 커뮤니티 시설 이용료다. 입주 초기에는 ‘나는 잘 이용하지 않을 것인데 왜 5만원이나 내야 하냐’면서 볼 멘 소리를 내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입주민의 3분의 1 이상이 동아리 활동을 하고, 각자의 사연으로 커뮤니티 시설을 이용하기 때문에 다들 만족을 표한다. 위스테이에서 커뮤니티 시설은 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아주 중요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위스테이에 사는 사람들
위스테이 별내는 남양주 일대에서 ‘아이를 키우기 좋은 아파트’로 소문이 났다. 전 세대가 어우러져 살아가며 교류할 수 있고, 관련 시설도 마련돼 있어서다. 단지 내에는 산새꽃어린이집을 비롯해 미취학 아동 및 방과 후 학생을 위한 돌봄 센터가 있다. 외출 시 이웃에게 자녀를 맡기거나, 학부모끼리 고민과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현재, 어르신을 위한 공간은 없을까. 위스테이의 60세 이상 어르신은 30·40대 입주민의 부모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지 내에 있는 ‘60+센터’가 그들을 위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경로당이라고 하는 곳이다. 단순히 소통과 취미·여가를 위한 공간일 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도 힘쓴다.
“이웃은 나의 친구…여행보다 집이 좋아”
수요일 정오 무렵 ‘60+센터’에서는 맛있게 밥 익어가는 냄새가 났다. 오후 요가 수업을 앞두고 어르신들이 함께 밥 먹는 날이라고 했다. 가족을 표현하는 ‘식구’란 ‘끼니를 같이 먹는 사람’을 뜻하는데, 가족 같은 끈끈함이 느껴진다.
‘60+센터’ 어르신 가운데 김연진(76), 김석순(70) 씨와 얘기를 나눠봤다. 김연진 씨는 ‘비공식 요가 강사’이다. 시니어들의 요가 수업은 온라인 영상을 보고 따라 하는 것으로 진행되는데, 40년 넘게 요가 운동을 해온 그는 선배이자 지도자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김석순 씨는 시니어 동아리 부회장을 맡고 있다.
두 사람은 이전에는 공동체 활동을 해본 적이 없었던 터로 걱정이 많았지만, 현재는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김연진 씨는 “최근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그런데 힘들기만 하고, 집에 가고 싶었다. 우리 아파트가, 사람들이 많이 그리웠다”면서 “집이 제일 좋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할 정도다.
공동체 삶의 장점을 묻자 김연진 씨는 “여기에서 요가도 하고, 라인댄스도 배우면서 사람들하고 정답게 살다 보니 건강이 좋아졌다”고 답했다. 이웃들과 산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플러깅 활동을 한다는 김석순 씨 역시 건강이 좋아졌다고 맞장구를 쳤다. 또한 그는 “꽁날(공동체의 날)에 우리 시니어들이 공유주방에서 반찬을 만들어서 팔았다. 다들 너무 맛있다고 계속 먹고 싶다고 해서 뿌듯했다. 또 요즘은 어떤 활동을 할 때 앞장서고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두 사람은 외롭지 않은 노년을 보내게 된 점을 최고의 장점으로 꼽았다. 위스테이에는 홀로 사는 80대 할머니가 있다. 김연진 씨는 언니인 그분이 마음에 쓰여 일부러 종종 찾아가 말도 걸고 같이 산책도 하고 그랬다고 한다. 이제는 언니가 동생을 먼저 찾는가 하면, ‘60+센터’에도 자주 나오면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단다.
‘60+센터’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시니어는 30명 정도다. 이제 그들은 돈독한 친구 같은 사이가 됐다. 김연진 씨와 김석순 씨는 “친구가 많을 필요는 없지만, 같이 늙어가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인 것 같다”고 입을 모아 말하며 웃음 지었다. “이제 우리는 서로가 없으면 안 돼. 오죽하면 나중에 우리끼리 같이 살까라는 말도 했다니깐.”
부동산 문제 해결하는 주거 모델
대규모 아파트형 마을공동체 위스테이는 주거 안정을 꾀하는 대안적 주거 모델로 꼽힌다. 1호 별내는 경기도 남양주시에, 2호 지축은 경기도 고양시에 각각 있다. 위스테이 사업을 주관하는 사회혁신기업 더함의 김종빈 부대표는 “위스테이 사업을 시작한 지 7년째 되어간다. 초반에 정부부터 주변 사람들까지 ‘과연 가능할까’라면서 의구심을 표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그동안의 시간을 돌아보니 입주민의 만족도도 높고, 관리도 잘 되고 있어 ‘제법 괜찮았다’고 생각 된다”라고 말했다.
흥미롭게도 더함의 창립 멤버들은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었다. 김종빈 부대표는 아름다운가게․한솔교육희망재단 등 비영리 단체 출신이다. 양동수 대표는 공익 활동에 치중해 온 변호사였다. 그럼에도 그들이 뭉친 이유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였고, 자연스럽게 주요 대상층은 30․40세대가 됐다.
“소득을 기준으로 국민을 10분위로 나눠봤을 때, 우리는 중위 계층에 해당하는 사람들에 집중했습니다. 그중 8, 9, 10분위는 집이 있고, 1, 2분위는 공공이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이죠. 저희는 3분위부터 7분위 정도가 저희들의 타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들이 결국 30․40세대인 거죠. ‘전세 난민’, ‘하우스 푸어’, ‘영끌족’ 등 모두 30․40세대에서 시작되거든요. 그래서 입주민을 모집할 때 ‘서울 수도권에 거주하는 30·40세대 중에서 공동체 생활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자’로 아예 표적을 설정했어요.”
더함은 2016년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의 시범사업인 ‘협동조합형 뉴스테이’의 사업자로 선정됐다. 기업형 민간임대주택 ‘뉴스테이’ 사업은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한 정책으로 2015년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애초 취지와 달리 모든 이익을 건설사가 가져가는 구조가 되어버렸다. 이에 국토부는 공공성을 보완하고자 협동조합형 뉴스테이 공모 사업을 진행했고, 더함이 선정되면서 위스테이라는 모델이 만들어진 것이다.
기존의 뉴스테이 사업은 건설사가 자금을 대지만, 위스테이는 입주민이 ‘사회적협동조합’을 꾸려 출자하는 방식을 취했다. 건설사는 단순 도급 형태로만 참여했다. 이를 통해 임대료를 주변 시세 대비 20% 저렴하게 제공하게 됐다. 별내는 보증금이 2억 5000만 원, 지축은 2억 9000만 원이다. 그중 4000만 원은 협동조합원으로 내는 출자금(임대차 계약 해지 시 환급)이다.
“위스테이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의무 임대 기간을 8년으로 정했고, 2년마다 재계약을 진행합니다. 별내는 이미 한 차례 재계약을 했는데, 보증금은 동결이었으며 임대료는 단 1% 상승했어요. 법의 기준은 1년에 5%씩 상승 가능해서 최대 10%까지 올릴 수 있죠. 그러니까 위스테이는 비용적인 측면만 봐도 좋은 부동산 주택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8년 이후에는 어떻게 할지는 아직 정해진 게 없어요. 우리 사업 구조가 조합원들에게 이익이 되는 구조이긴 하지만, 법 개정 요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답을 찾아가야죠.”
김종빈 부대표는 위스테이는 ‘어포더블 하우징’(Affordable Housing)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중·저 소득자를 위한 저렴 주택’으로 번역되는 경우가 많은데, ‘합리적 주택’이 맞는 표현으로 보인다. 그는 “어포더블 하우징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첫 번째, 장기간 거주가 가능해야 한다. 두 번째, 합리적 주택 비용을 지불하는 정도 수준이어야 한다. 세 번째, 그 안에 좋은 커뮤니티가 존재해야 한다. 위스테이는 그 세 가지의 기본 개념을 충족했다”고 강조했다.
공동체 생활 주거 늘어나야
위스테이는 아파트에 거주하면서도 공동체가 살아있는 마을을 만들고, 나아가 지역사회에도 기여하는 모델을 그렸다. 무엇보다 공동체가 잘 유지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성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따라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평생학습 모델인 ‘100개 마을 학교’와 ‘100개 마을 일자리’를 목표로 세웠다.
“100개 마을 학교는 이미 다 채웠어요. 악기 연주, 스포츠, 목공 등의 만들기 등, 현재 동아리를 보면 마을 학교에서 이어진 경우가 많죠. 그러나 일자리 제공은 50여 개밖에 되지 않았어요. 세입이 창출돼야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에, 마을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마을 일자리는 양질의 일자리는 아니에요. 바리스타, 경비, 청소 등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는데, 가정주부나 시니어가 하기 적합한 파트 타임 일자리가 많은 편이죠. 좀 더 양질의 일자리로 목표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함의 직원 10여 명은 실제로 위스테이에 거주하는 입주민인데, 김종빈 부대표는 지축에 산다. 적극적으로 공동체 활동 참여도 하고 있다. 목공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는가 하면, 한 달에 한 번은 아들과 영화를 보고 감상평을 나누는 모임에 참석한다. 직접 거주하며 느낀 공동체 생활의장점을 묻자 그는 객관적인 시선을 위해 아내의 얘기를 전했다.
“사실 제 아내가 좀 내향적인 성격이어서 위스테이로 이사 올 때 썩 내켜 하지 않았어요. 남편이 위스테이 사업을 하는 사람이니까 동네에서 좀 알려지게 될 것 같고, 민원도 받을 것 같고 조금 부담스러웠나 봐요. 그런데 이 공간이 주는 힘이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해서 지금은 굉장히 만족하면서 살고 있어요. 둘째 딸이 초등학교 2학년인데 학부모들끼리 엄청 친해졌더라고요. 여행도 다녀올 정도로요. 또 단지 내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사람들하고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공동체로 산다는 것은 분명 좋은 점이 많다. 그러나 가족끼리도 싸우는데 ‘갈등’이 존재하지 않을 수 없을 터. 더함은 이를 예상했고, 조합원들이 입주 전 갈등 조정 교육을 60 시간 이상 이수하도록 했다. 또한 위스테이는 갈등 조정 위원회도 두고 갈등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 공동 주택인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3대 분쟁은 주차·층간 소음·반려동물 문제를 들 수 있다. 특히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펫팸(Pet+Family)족’이 늘고 있는데, 위스테이에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별내에서는 입주 초기에 반려동물 훈련을 전문적으로 하는 분과 함께 ‘별나개(별내에 나쁜 개는 없다)’ 워크숍을 했었어요.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족을 상대로는 에티켓에 대해 얘기했고,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가족에게는 예상되는 불편함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죠. 그리고 세 번째로 같이 모여서 약속했어요. ‘목줄 잘 채워줘’, ‘배변 잘 치워줘’ 등의 약속이 오갔죠. 별내에서는 2년 전 조사 결과지만, 30~40% 정도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어요. 1인 가구 거주율이 높은 지축은 50% 가까운 사람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축에서는 목공 동아리에서 반려동물의 배변을 치울 수 있는 간이 부스를 만들었고, 운영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동아리가 하고 있기도 합니다.”
김종빈 부대표는 물론 입주민은 위스테이와 같은 좋은 주거 모델이 지속해서 나오지 못하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꼭 위스테이 3호가 아니더라도 ‘공동체 생활이 가능한 합리적인 가격의 주거 모델’이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박근혜, 문재인, 현재의 윤석열 정부까지. 대통령이 세 번이나 바뀌는 기간이었는데, 정부의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공모는 딱 한 번 이뤄졌어요. 위스테이와 같은 주거 유형은 대한민국의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적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는 2100만 가구가 사는데, 딱 1000세대만 독특한 모델인 위스테이에 살고 있는 거죠. 앞으로 정부의 노력도 이뤄져서 그 숫자가 늘어나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창으로 들어오는 풍경이 보기 좋다. 비경이 펼쳐져서가 아니다. 새파란 하늘과 금빛으로 일렁거리는 가을 논, 그리고 저 멀리 있는 초록 산….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관이지만 안락감을 불러일으키며 눈에 살갑게 다가온다. 여긴 충북 괴산군 소수면에 위치한 카페의 창가다. 오가는 이도, 차량도 드물어 종일 고즈넉한 시골에, 조막만 한 동네에 모던한 카페라니. 대체 무슨 묘한 역발상에 이끌려 차린 찻집일까? 다들 눈을 끔벅거리며 의아해하기 십상이다. 카페 주인은 2020년에 이 지역으로 귀촌한 이지영(66, ‘카페 산이다’ 대표)이다. 지난 5월 개업했다. 그러니까 아직 반년도 지나지 않았다. 장사는 잘되나? 잘된다. 이지영 본인조차 예상하지 못한 호조다.
이지영에게 시골은 낯설지 않다. 그는 서울에서 주로 살았지만 한때 남편과 함께 전북 무주군으로 내려가 시골살이를 했다. 부부가 합심해 산골에 대안학교를 설립하고서였다. 남편 김경남 목사는 교장직을 맡았고, 이지영은 조역처럼 뒤에서 거들었으며 때로는 농부처럼 논밭에서 일했다. 그러다 불운이 닥쳤다. 2019년 김경남 목사가 심혈관 질환으로 타계한 것. 이지영의 고통이 자심해 더 이상 무주에 머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대안학교 교사들의 심적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럼 어디로 가야 하나. 미국에 사는 자식들은 어머니를 불러들여 함께 살고 싶어 했다. 그러나 이지영은 오랫동안 해온 일을 지속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일본을 드나드는 걸로 전환점을 삼았다. 일본은 그에게 익숙한 나라다. 오랫동안 해온 일이란 사회운동이다. 그는 일찍이 민주화운동의 전위에 섰던 김경남 목사와 가치관을 공유하며 노동, 인권, 복지 분야 활동가로 활약했다. 일본 여성 활동가들과 연대해 위안부 문제나 일본 역사 교과서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공동 행동을 하기도 했다. 이런 연유로 남편과 사별한 뒤에도 일본을 빈번히 드나들었던 거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에 가로막혀 일본행이 어려워졌고, 그는 숙고 끝에 이곳 괴산 땅을 정처로 삼아 무주에 이은 두 번째 귀촌을 했다.
숱하게 생긴 좋은 인연들
“괴산 소수면엔 귀촌을 원하는 지인들의 공동체 단지가 이미 마련돼 있어 이주가 쉬웠다. 집터에다 집을 짓기만 하면 됐으니까. 공동체 구성원들은 모두 김경남 목사가 만든 ‘들꽃마을 협동조합’ 멤버들이다. 대부분 서울에서 사회운동을 했던 사람들로, 귀촌을 통해 자연과 함께 살고 싶다는 동일한 의도를 가지고 하나둘 이곳에 내려왔다. 현재 11가구가 거주한다. 앞으로 더 늘어나 30가구가 모여 살게 될 것이다. 난 3번 타자로 입주했다.”
공동체라면 입주자마다 지켜야 할 기본 룰이 있겠지?
“하나가 있다. 집에 대문과 담장을 설치하지 말자는 거. 나머지는 다 자유롭다.”
귀촌 직후엔 어떤 일을 했나? 살아온 이력으로 보면 산골에 홀로 산다 해도 아무 일 없이 지낼 것 같지는 않은데.
“처음부터 바쁘게 살았다. 그게 성향에 맞는다.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는 일을 어떻게 포기할 수 있을까. 공동체에 먼저 들어온 아낙들이 있어 지루하거나 외롭지 않았다. 그들이 말하더라. ‘혼자라고 생각하지 마라. 넌 이제 우리가 지켜줄 테니까!’(웃음) 그들과 함께 텃밭에서 웃고 떠들다 보면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가고는 했다.”
사별의 아픔은 깊은 곳에 새겨져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짝을 잃은 상심은 대부분 오래간다.
“가슴 한쪽이 텅 빈 것 같고, 원망도 생기고, 심란한 게 있긴 했다. 반면 뭔가 새로운 기분에 들썩이기도 했다. 왜 사람에게는 이런 거 있지 않나? 혼자 좀 자유롭게 살아보고 싶은 마음 말이다. 여행가방 하나 들고 떠돌이처럼 살까? 그런 생각도 잠깐 했었다.”
떠돌이 대신 텃밭을 택했다? 처음엔 텃밭 농사를 즐길 만하지만 시간이 가면 귀찮아질 수 있다. 늘 풀을 뽑아야 하니까.(웃음)
“내겐 여전히 즐겁다.(웃음) 지난봄엔 강낭콩 씨앗 3000원어치를 사다 심었다. 그런데 엄청나게 많은 수확이 나와 놀랐다. 많은 사람에게 나누어주고도 남더라. 야, 이거야말로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이구나! 속으로 찬탄했다. 그런데 텃밭 농사는 일상의 일부일 뿐 내겐 더 분주한 스케줄이 있었다
어떤 일을 했기에?
“평생학습매니저 자격증을 딴 뒤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학습과 상담 활동을 했다.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를 통한 공부 역시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졌다. 초등학생부터 노인대학 어르신들까지, 2년여 동안 참 많은 이들에게 강의를 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오히려 그들에게 많은 걸 배웠다. 괴산 전역을 샅샅이 알게 되었고. 더 즐거웠던 건 좋은 인연이 숱하게 생겼다는 데 있다.”
노력으로도 쉬 얻을 수 없는 게 좋은 인연이다. 그러나 이지영에겐 인연이 자주 맺어진다. 순해 보이는 인상의 후원을 받은 덕분일까? 아니면 타고난 사교성으로 상대를 일거에 무장 해제시키나? 그의 얘긴 이렇다. “내겐 왠지 사람이 잘 꼬인다.” 괴산뿐만이 아니라 좋은 지인들이 멀고 가까운 곳에 원래 많단다. 그는 24평짜리 집에 산다. 집 앞으로 냇물이 흘러 졸졸졸 명랑하게 노래한다. 기분이 밝아지는 집이다. 하지만 그는 좀 후회스럽다. 왜 더 작은 집을 짓지 않았나,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가급적 단순하게, 가급적 소박하게, 가급적 실용적으로 살자 했건만 다소 오버해서 집을 지었다고 보는 것 같다. 그런데 집엔 작은 방이 여럿이다. 화장실도 두 개다. 이건 지인들의 방문을 고려한 구성이다. 좋은 인간관계를 위한 좋은 배려가 좋은 삶의 비결이라고 여기는 이지영의 신념이 반영된 집인 셈이다.
그는 귀촌의 날들을 웃음과 함께 느긋하게 누리고 있다. 이건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타자를 따뜻하게 받아들이는 선의로 자연스럽게 거둔 결실일지도 모른다. 그가 카페를 차려 단기간에 일군 안정적인 상황도 평소의 좋은 인간관계가 데리고 온 행운의 산물일 테다. 지인이 측근이 되고, 조력자가 되는 법이며, 그들은 어떤 일에든 관심과 지지를 보내 힘을 실어주지 않던가. 그런데 카페를 차린 연유가 궁금하다.
“이곳 소수면 소재지엔 지난날 다방이 네댓 개나 있었다지만 주민 수가 급감하면서 다 사라졌다. 그렇다면 뭔가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할 만한 공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카페 운영을 구상했다. 나에게도 좋고 주민들에게도 좋은 일일 수 있다고 판단해서. 마침 한 식품회사 건물에 적당한 공간이 있어 오래 망설이지 않고 뛰어들었다.”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을 중심에 둔 건 아니었나?
“수입원으로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과연 장사가 될지 미지수였기 때문에 기대를 걸진 않았다. 뭐든 머리 싸매고 궁리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좋은 쪽으로만 생각을 모았다. 그런데 예상대로 잘 돌아가지 않더라. 손님이 별로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건 처음 두어 달에 그친 부진이었을 뿐이다. 뜻밖에도 손님이 늘면서 석 달째부터 수익이 늘기 시작했다. 빠르게 자리 잡은 셈이다. 오픈한 지 반년이 지난 현재는 직원 두 사람과 함께 일하고 있다.”
소수면 인구는 겨우 2000여 명에 불과하다. 괴산군청 소재지는 멀리 있고, 인근에 사람들이 몰리는 관광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주로 어떤 이들이 카페에 오나?
“대부분 면내 주민들이다. 동네 중년과 노년들이 찾아와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데, 분위기가 매우 화기애애하다. 요즘은 읍내나 먼 곳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이들도 늘고 있다. 입소문이 나는 것 같다. 얼마 전엔 시골에서 좀체 볼 수 없는 차림새를 한 청년이 혼자 들어와 노트북을 펼치고 커피를 마시더라. 그건 내게 그림처럼 아름다운 모습이었다.(웃음) 머잖아 청년들을 자주 볼 수 있으리라는 예감도 들었다.”
불편을 불편하지 않게 받아들여
이지영은 카페의 매력과 개성을 돋워 문화공간으로 가꿔나갈 참이다. 시골 사람들도 문화 향유 욕구가 강하다는 걸 확인하기도 했다. 이미 두 차례 작은 음악회를 열었다. 영화 상영을 위한 스크린도 설치했다. 미술 전시회나 북 콘서트도 준비하고 있다. 지역민이 생산한 농산물이나 공예품 등을 판매하기 위한 마케팅 채널로 카페를 개방하기도 했다. 이래저래 판이 커질 조짐이 완연하다.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함께 이루고 함께 걸어가는 일의 기쁨을 추구하는 이지영은 카페의 활력에 힘입어 물 만난 고기처럼 생동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귀촌 생활에 만족을 느낀다. 만족은커녕 귀촌을 통해 우울증에 걸려 고생하는 경우까지 있지만 그는 차원이 다르다.
시골에 적응하지 못해 원점으로 돌아가는 귀촌인들도 있다. 원주민과 불화하는 최악의 사태를 맞아 고통을 겪기도 한다. 어떤 조언을 하고 싶나?
“자세를 좀 낮추면 된다. 내가 먼저 낮추면 상대방도 낮추게 마련이다. 이건 도시에서도 마찬가지이지 않던가? 내 경험으로 보면 시골의 인심엔 여전히 순박성이 깔려 있다. 좋은 인간관계를 맺어 단순하고 재미있게 살 수 있는 게 시골이다.”
독신 여성의 귀촌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위험요소가 적지 않은데.
“상황을 헤쳐나갈 강한 의지가 있다면 무슨 문제가 있을까. 그러나 심사숙고하는 게 좋다. 가능하다면 지인이 있는 곳으로, 또는 친구나 선후배와 동반 귀촌을 하는 게 한결 안전하다.”
물신을 주님으로 섬기는 세상이다. 이건 시골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흔히 소박한 시골살이를 권장하지만, 믿을 만한 자금력이 없을 경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적은 소유로도 좋은 시골 생활이 지속 가능하다고 보나?
“가능하지 않을 이유가 뭘까. 자연에서 느끼는 행복감이라든가, 돈으로는 얻을 수 없는 정서적 만족감을 누릴 수 있는 곳이 시골이다. 난 물질이든 욕망이든 덜 가지고자 했다. 그게 정직하게 사는 방법이라 믿는다. 내겐 오랫동안 통장과 휴대폰이 없었다. 이런 나를 두고 아이들은 ‘대책 없이 사는 엄마’라며 걱정한다. 아닌 게 아니라 가끔은 아하, 내가 너무 허당으로 살았나? 이건 좀 그렇네!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있다.(웃음) 하지만 이미 몸에 붙은 생활방식이다. 적게 가진 불편을 불편하지 않게 받아들이는 능력도 생긴 것 같고.”
이미 가졌으면서도 더 가지기 위해 진땀 빼다가 무너지는 게 인생이다. ‘모름지기 소박한 길을 따라 느긋하게 걷는 게 어떤가?’ 이지영의 얘기를 난 그런 제안으로 들었다.
이지영이 주는 귀농•귀촌 Tip
•낭만적인 전원생활에 관한 동경은 버려라. 시골 역시 냉정한 삶의 현장이다.
•귀농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풍부한 자금력과 강인한 도전정신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귀농보다 귀촌을 하는 게 현명하다.
•귀농•귀촌지를 성급하게 결정하지 말자. 후보지에서 미리 살아보고 정해야 리스크를 예방할 수 있다. 지자체들이 운영하는 ‘한 달 살아보기’ 같은 프로그램을 활용해 시골살이의 물정부터 익히는 게 필요하다.
•귀농•귀촌에 따른 사전준비는 철저할수록 정착이 쉬워진다. 특히 귀농의 경우엔 농산물 유통에 관한 공부를 미리 해두는 게 중요하다.
•시골 생활은 당당한 주체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보는 사람’에서 ‘하는 사람’으로 바뀔 수 있다.
최근 모두를 위한 디자인으로 알려지며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말로 하면 ‘보편적 설계’라고 하는데, 이 개념은 교육 분야에도 도입됐다. 바로 ‘보편적 학습 설계’(Universal Design for Learning)다. 장애가 있든 없든, 나이가 많든 적든,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전 생애에 걸친 평생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평생을 특수교육에 몸담아온 이한우(56) 국립특수교육원 원장이 생각하는 모두를 위한 평생교육과도 같다.
보건복지부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의 연령별 장애 분포에서 65세 이상 비율은 49.9%로 절반에 달했다. 2008년(36.1%) 이래 수치가 꾸준히 증가하며, 75세 이상 초고령 장애인의 비중도 늘어나는 추세다. 아울러 40세 이상은 88.1%로, 장애인 10명 중 9명은 중장년임을 알 수 있다. 고령화에 따라 중장년 장애 인구가 늘어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고령자는 시력·청력·인지력 등의 감퇴를 겪기에 장애 등록 여부를 떠나 불편을 호소하며, 돌봄과 안전에 대한 필요성이 증가한다. 역으로 장애 학생 중에서도 이와 유사한 요구를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단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장애 학생과 노인을 위한 지원책에는 일치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장애 학생에게 유용한 서비스는 노년층뿐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됩니다. TV 리모컨만 해도, 몸이 불편한 장애인에게 꼭 필요하지만 이젠 다들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도구잖아요. 거동에 문제가 없더라도 직접 TV 모니터의 전원을 누르러 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또 휠체어 이동을 위해 계단 대신 경사면을 설치한다고 불편해지는 게 있나요? 그렇게 유니버설 디자인이나 관련 서비스는 모두에게 편리한 환경을 제공하죠. 혹여 사고로 또는 나이가 들어 장애를 겪게 된다면 나를 위한 것이 될 수 있고요. 통계를 보면 선천적 장애와 후천적 장애 중 후자가 90% 이상입니다. 건강하다고 해서 등한시할 수 없는 거죠. 그런데도 여전히 이러한 지원을 장애인을 위한 혜택처럼 여겨 반대하거나 불필요하게 느끼는 이들이 있습니다.”
장애 학생 위한 콘텐츠, 고령자에도 효과적
올해 2월 교육부는 디지털 기반 교육 혁신 방안으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모두를 위한 맞춤형 교육을 실현’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립특수교육원도 이에 발맞춰 디지털 기반 장애 학생 맞춤형 교육 지원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그 일환으로 팬데믹 시기에 구축했던 클라우드 기반 장애 학생 원격교육 플랫폼 기능을 개선하는 작업도 이뤄졌다. 시각장애 학생을 위한 화면 확대·대체 텍스트, 청각장애 학생을 위한 실시간 자막, 지체장애 학생을 위한 쉬운 화면 조작, 지적장애 학생을 위한 이용자 인터페이스(UI) 단순화 등을 제공하기 위함이었다. 이한우 원장은 이러한 기술이 노년층을 위한 서비스에도 활용 가능하리라 예상했다.
“최근 북유럽에서는 사회 서비스 패러다임이 ICT 기반으로 급변하면서 복지 기술(Welfare Technology) 개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자립자조, 사회적 네트워크, 건강관리 서비스 접근성 등을 아우르는 복지 기술은 장애 학생과 고령층 모두에게 편리하게 활용 가능하죠. 이러한 차원에서 우리 원에서 개발한 플랫폼 설계 원리가 노년층을 위한 웹사이트 구축에도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봐요.”
국립특수교육원에서는 이외에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교육 콘텐츠 개발 및 보급에 힘쓰고 있다. 무인정보단말기 교육용 콘텐츠도 그중 하나인데, 이 원장은 장애 학생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도움을 받은 자료라고 덧붙였다.
“하루는 햄버거를 사러 갔는데, 주문을 받지 않는 거예요. 봤더니 키오스크(무인 주문 기계)가 있더군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결국 빈손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나서 우리 원에서 비대면 무인서비스 확대에 따라 선제적으로 개발했던 장애학생 무인정보단말기 교육용 콘텐츠가 생각났습니다. 나도 한번 같은 콘텐츠로 학습해보기로 했죠. 시니어인 제가 보기에도 어렵지 않게 잘 설명돼 있었어요. 올해는 SK텔레콤에서 협력 사업으로 서울, 경기 특수교육기관에 강사와 무인정보단말기를 제공해 준 덕분에 학생들이 직접 우리 원이 개발한 콘텐츠를 실습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교실에서 PC나 모바일로 콘텐츠를 이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애 학생의 경우에는 실제와 유사한 무인정보단말기로 해 보는 연습이 필요하니까요. 그런 과정이 우리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고 봐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이제는 키오스크로 주문하기 자신 있습니다.(웃음)”
일찍이 이 원장은 해당 콘텐츠가 노인층에도 보급할 만한 유용성을 갖췄다고 판단했다. 지난해에는 시니어 정보화 교육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강사들을 대상으로 그 효과성을 검증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단다.
“강사분들 반응이 뜨거웠어요. 우리가 개발한 콘텐츠를 꽤 긍정적으로 평가해주셨죠. 막연히 도움이 되리라 여겼지만, 현실적으로도 활용도 높은 콘텐츠라는 걸 체감했습니다. 더 많은 분들이 보시게끔 국립특수교육원에서 운영하는 장애학생 교수학습 지원 사이트 에듀에이블에 공개해 두었습니다. 누구나 무료로 다운로드 가능하니 시니어 대상 디지털 교육 등에 널리 쓰였으면 합니다.”
장애 자녀도 언젠가는 자립해야
최근 장애 자녀를 둔 어머니가 아이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보도되며 큰 충격을 안겼다. 이에 같은 처지인 장애 자녀 부모들은 안쓰러움을 표하며 녹록지 않은 현실을 토로했다. 보통 자녀가 성인이 되면 양육 의무에서 벗어나지만, 이들 부모의 사정은 좀 다르다. 때문에 자신의 노후에 대한 막막함과 더불어 성인기 자녀에 대한 미래도 막연해하곤 한다. 이러한 현실을 잘 아는 이 원장 역시 보탬이 될 만한 지원책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아무리 사랑하지만 장애 자녀를 오랜 기간 보살피는 과정에는 어려움이 따릅니다. 최근 성인기 장애 자녀를 둔 중장년 부모를 대상으로 필요한 지원에 대해 조사한 연구 결과, 각 연령대에 필요한 실제적인 정보 제공과 평생교육 프로그램 및 기관 확대 등을 원하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장애가 심한 학생은 학교를 졸업하면 마땅히 갈 곳이 없어 학령기에 습득한 기능조차 유지 못하고 퇴행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의 마음은 오죽할까요. 그런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고 이정표를 드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우리 원에서는 ‘온맘’(장애 자녀 부모지원 종합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온맘 사이트에는 영유아기부터 노년기까지 장애 자녀의 전 생애에 걸친 다양한 정보와 콘텐츠가 제공되고 있다. 그밖에 2018년에는 ‘국가장애인평생교육진흥센터’를 개원해, 장애인 평생교육 사업도 본격 추진 중이다.
아울러 올해부터는 국립특수교육원과 교육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 만 19세 이상 장애인 학습자 2550명에게 1인당 35만 원의 ‘장애인 평생교육이용권(바우처)’을 지원하는 사업도 시행한다. 이 원장은 일련의 사업 진행을 통해 지속 가능한 장애 학생의 평생학습을 꿈꾸며, 이를 실현하는 데 디지털 기술이 매개체가 되리라 내다봤다.
“통계를 보면 장애인의 평생학습 참여율은 0.9%로, 비장애인의 참여율(40%)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는 게 현실입니다. 장애인에게 평생교육은 학습의 의미를 넘어 장애인의 자립과 사회통합에 기여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게 하는 유일한 기회이기도 하죠. 그런 가운데 장애인 평생학습 분야에서 ICT 기술이 도움을 줄 부분은 무궁무진합니다. 기존 교육에서의 물리적 제약을 없애주는 것만이 아니라 교수자와 학습자 간 신체적 장애를 극복하는 데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시각장애나 청각장애 학습자를 위한 챗봇, 지체장애 학습자를 위한 메타버스 아바타 등 ICT 기술은 장애인의 사고와 경험을 확장해줍니다.”
AI 보조교사 등장, 그럼에도 필요한 건
코로나로 인해 디지털 대전환을 맞으며 교육 분야에도 ICT 기술이 빠르게 침투했다. 최근 디지털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이 원장은 1990년대 특수교사 시절부터 디지털을 접목한 교육에 관심이 많았단다. 덕분에 2020년 코로나 위기상황에서도 적극적으로 현장을 지원하는 대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요즘에 코로나 학번이라는 말이 있더군요. 저는 코로나 원장입니다.(웃음) 취임했을 당시 코로나 상황이었던지라 대응과 후속 조치 준비에 온 힘을 다했죠. 코로나 시기 특수학교와 특수학급 학생들은 비장애 학생과 달리 ‘우선 등교’ 대상이었다는 것 아시나요? 방역 업무와 더불어 장애 학생의 배움을 위해 많은 선생님들이 고군분투하셨습니다. 가정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죠. 무엇보다 아이들도 학교에 가려고 답답한 마스크를 쓰고 나섰잖아요. 다들 애쓰는데 제가 가만히 있을 수 없죠. 선생님의 목소리, 학부모의 요구, 학생들의 눈높이를 헤아리며 현장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어요. 그렇게 3년이 지나고 보니, 어떠한 위기가 닥치더라도 교사와 학부모, 학생 등 모든 특수교육 가족과 함께할 수 있다는 믿음이 굳건해졌습니다.”
디지털 패러다임 속 이 원장의 ‘특수교육 가족’이라는 표현이 유독 살갑게 느껴졌다. 챗GPT 등의 출현으로 AI 보조교사까지 거론되는 상황이지만, 교육만큼은 사람 간의 유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의 생각은 어떨까?
“지난 6월 교육부에서는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 추진 방안’을 발표하면서 AI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해 학생별 맞춤형 수업을 디자인하는 교사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교사가 AI 엔지니어가 되라는 건 아닙니다. 적어도 학생들을 잘 이해하고 가르치는 데 AI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AI는 수업 과정에 최적화된 교수 학습자료를 검색해 학생 수준에 적절하도록 조합하고 반복적인 평가를 대행하는 역할 수행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장애 학생의 개별 요구에 정교하게 반응하는 교수 역량은 AI가 대체하지 못하는 특수교사만의 고유 전문성입니다. AI가 잘하는 부분은 도움을 받으면서 교사는 개별 요구를 반영한 수업 기획, 학생의 사회성 제고, 정서 관리, 인간적 유대감 형성 등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겠지요. 워낙 빠른 속도로 발전해가기에 단정할 순 없지만, AI 보조교사와 잘 협업할 수 있다면 지금은 불가능했던 교육의 영역도 구현해내는 멋진 시대가 오지 않을까요?”
평생 현역 시대. 인생 후반전 일자리는 첫 직장만큼이나 중요하다. 그러나 과거보다 업그레이드된, 미래에도 지속 가능한 ‘내 일’ 찾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오프라인 캠퍼스와 온라인 포털을 통해 중장년의 제2 진로에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희소식 중 하나는 생애 전환기인 40대도 참여 가능해졌다는 것. 이들 세대에 맞춘 지원책과 기존 50+세대를 위한 프로그램까지, 서울시50플러스 캠퍼스의 긍정적 변화에 주목했다.
소위 ‘액티브 시니어’라 불리는 이라면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하 50+재단)에 대해 들어봤을 테다. 이미 서울시50플러스 캠퍼스(이하 캠퍼스) 생활을 경험해봤다면, 올해는 더 기대해볼 만하다. 50+세대의 인생 후배인 40대 중장년이 함께하며 프로그램은 더 풍성해지고 활력은 배가 됐기 때문. 아울러 서울시 중장년 집중지원 프로젝트 ‘서울런4050’의 주요 12개(일자리·사회공헌·직업교육·생애설계 등) 사업 진행을 통해 보다 체계적인 서비스를 누리게 됐다.
새내기 중장년, 직업 교육부터 탄탄하게
40대는 중장년기 진입 세대인 만큼, 인생 후반전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직업역량 교육이 핵심이다. 40대는 대부분 직장 생활 중이고, 부서장 등 조직 내 주요 인력이다. 때문에 노후 준비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막상 별도로 시간을 내긴 어려운 상황. 이렇듯 현업으로 여의치 않은 새내기 중장년을 위해 시공간의 제약 없이 언제 어디서나 직업전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미네르바형 직업전환 전문교육’이 마련됐다. ‘디지털 동화책 작가 도전하기’(강북50플러스센터), ‘중장년 전문셀러 도전하기’(동작50플러스센터) 등 오프라인 수업을 비롯해 온라인 ‘서울런4050포털’에서 400여 개의 직무 교육 콘텐츠를 들어볼 수 있다.
40대라면 직업 전환보다는 현재 직무의 연장선상에서 취업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이직을 희망하는 중장년이 중소기업·스타트업으로 재취업할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 과정을 개발해 집중 훈련부터 기업 매칭까지 통합 지원하는 ‘런앤잡4050’도 운영한다.(만 40~55세 퇴직(예정)자 대상 선발) 또 차후 경력 전환의 기회를 노린다면 ‘중장년 인턴십’에 지원해 민간·공공 분야에서 새로운 일의 경험을 쌓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동년배를 위한 생애설계 서포터가 되다 -백낙현(59) 중부캠퍼스 컨설턴트
“대기업에서 33년 일하다가 퇴직 후 올해부터 중부캠퍼스 상담센터에서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어요. 생애 전반에 대해 상담하는데, 크게 일·활동·재무·관계 영역으로 나뉩니다. 현역 때 기획, 홍보, 재무, 해외 지사 업무 등을 했고, 사회적 기업에서도 일했죠. 다양한 경력과 경험이 현재 상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저 역시 퇴직 전후 걱정이 많았는데, 이곳을 찾는 중장년들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더군요. 동년배라 공감대 형성이 잘 되는 편이고, 더 실질적인 조언이 가능한 것 같아요. 최근에는 40대들도 방문하는데, 노후 준비를 막막해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들에게 컨설턴트로서, 때론 인생 선배로서 최대한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드리려 해요. 특히 중장년이 재취업에 도전하는 과정은 외롭고 힘든데, 혼자가 아닌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된다고들 해요. 그런 내담자들을 위해 저 또한 전문 지식을 쌓으며 충실한 서포터가 되려고 노력 중입니다.”
이제는 나를 위해 일해보고 싶다 캠퍼스 참여자 송순임(49) 씨
“결혼 전 학원 강사로 일하다가, 아이가 태어나며 전업주부로 지냈어요. 아이를 잘 키우려고 한 선택이었지만 한편으론 일하고 싶은 마음이 늘 있었죠. 저처럼 경력단절 여성들은 일자리를 찾는 게 쉽지 않잖아요. 일단 기술을 익히거나 전문성을 갖춰야겠더라고요. 우연히 ‘데이터 라벨러’(AI가 학습 가능한 형태로 데이터를 가공하는 일)라는 직업을 알게 됐는데, 마침 캠퍼스에 교육 과정이 있길래 반가운 마음에 신청했습니다. 이제는 아이도 제법 컸고, 저도 스스로를 위한 일을 해볼 시기가 된 것 같아요. 아직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겠다는 목표를 정하지 않았지만, 다양한 교육을 들으며 그 길을 찾아가려 해요. 현재 캠퍼스 생활은 정말 만족스러운데요. 주변에 저처럼 재도약을 꿈꾸는 여성이 있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어요. 무엇보다 ‘캠퍼스’라는 명칭이 마음에 듭니다. 아직은 복지관이나 노인기관을 가기엔 좀 이르잖아요. 딱 우리 세대만을 위한 특화 공간이 이곳 캠퍼스가 아닐까 해요.”
취·창업 원한다면 전문 컨설팅으로 든든하게
캠퍼스 활동을 앞두고 막막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먼저 상담센터에서 컨설턴트를 찾길 바란다. 우선 온라인 생애설계 자가진단을 통해 영역별(일·활동·재무·관계) 준비도를 확인 후, 관심 영역에 대한 전문 컨설턴트의 1:1 맞춤 상담을 받아볼 수 있다. 불안, 스트레스 등 전반적인 심리상담을 비롯해 연금, 재무 등에 대한 심층 상담도 진행된다. 생애설계 분야별 전문가가 제공하는 경력·생애설계 프로그램도 유익하다.
상담을 통해 어느 정도 노후 진로에 갈피가 잡혔다면, 취업 정보·이력서·면접 등 구직 활동을 지원해주는 개인별 맞춤 취업 컨설팅도 받아보자. 사회공헌 일자리를 희망하는 이들은 재단에서 운영하는 ‘서울시 보람일자리’나 ‘중장년 지역사회돌봄단’ 활동에도 도전해볼 수 있다. 만약에 취업이 아닌 창업이나 창직이 목적이라면 전문가 컨설팅과 창업 교육 프로그램 등을 아우르는 중장년 창업컨설팅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적합하다. 이와 더불어 각 지역 캠퍼스별로 운영하는 공유사무실을 창업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밖에 직업능력개발교육을 비롯해 실용성을 높인 기술교육원 연계 프로그램, 대학 연계 맞춤형 교육 등 미래 취업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직업역량 강화 교육도 진행한다. 워낙 프로그램이 다양해 어떤 과정이 나에게 맞을지 선택하기 어려울 수 있다. 캠퍼스 상담센터 방문 시 컨설턴트를 통해 교육 및 훈련 정보를 안내하고 지원받을 수 있으니 이를 활용해도 좋겠다. 디지털에 취약한 중장년이라면 디지털 전환 교육을 통해 활용법과 비즈니스 실무 등을 익히며 전문성을 키워볼 수도 있다. 또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올해 6월 개최)나 채용·직무 설명회 등 관련 행사도 종종 열리니 수시로 50+포털을 통해 관련 정보를 확인해보면 더욱 빈틈없는 캠퍼스 생활이 될 것이다.
올해 전환기 중장년 집중지원 프로젝트 ‘서울런4050’의 시행으로 50+재단은 다채로운 변화를 맞았다. 이성수 사업운영본부장은 기존 50+세대부터 신규 40대까지 아우르는 사업을 통해 중장년의 인생 후반전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 본부장에게 더욱 새로워진 재단의 면면에 대해 물어봤다.
Q .올해 50+재단 사업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중장년 일자리 발굴과 디지털 역량 강화 및 직업 교육에 초점을 두고 사업을 운영한다는 점, 그리고 40대까지 지원을 확대했다는 점입니다. 현재 이들을 위한 서비스는 일차적으로 온라인 교육 플랫폼인 ‘서울런4050 포털’을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캠퍼스와 센터에 상담을 신청하는 40대도 조금씩 눈에 띄는데요. 하반기에는 여러 교육 시설에서 대면 교육을 통해서도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
Q. 50+재단 사업을 운영하며 무엇에 주안점을 두시나요?
첫째, 중장년의 요구가 높은 일자리 지원 사업을 더욱 강화하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중장년 채용 수요가 있는 기업들과 구직을 원하는 중장년을 매칭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둘째, 중장년층이 디지털 사회를 살아가는 데 뒤처지지 않도록 돕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 디지털 전환을 돕는 교육과정을 확대 운영합니다. 끝으로, 중장년이 더 편하게 서비스를 누리도록 캠퍼스 공간을 업그레이드하려 합니다. 이렇게 세 가지에 주목해 사업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Q. 중장년이 캠퍼스 활동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요?
인생 후반기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어떤 삶을 살고자 하는지 등을 점검해볼 기회를 얻으리라 생각합니다. 체계적인 상담을 통해 경력설계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들으며 동년배들과 고민을 나누다 보면 어느덧 새로운 길을 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개인의 상태와 욕구에 따라 알맞은 도움을 받아볼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Q. 올 상반기에는 어떤 프로그램의 만족도가 높았나요? 하반기 사업은 어떻게 계획하고 계시나요?
기업 연계 채용 설명회나 인턴십, 보람일자리 등 일자리 관련 사업과 프로그램이 인기가 높았습니다. 사무에 필요한 컴퓨터, 엑셀 사용법 등 사무자동화(OA) 기술 교육에도 많은 분이 참여했습니다. 또 한창 뜨는 드론 조종법 교육도 열기가 대단했고요. 하반기에도 이러한 수요가 많은 사업을 가능한 한 더 편성, 확대해나갈 계획입니다. 앞으로도 중장년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퇴직 후 재취업 과정은 녹록지 않다. 경력이 무색할 만큼 퇴짜 맞은 이력서가 쌓여가고, 면접 기회는 좀처럼 잡기 힘들다. 그마저도 탈락의 고배를 마시기 일쑤. 열심히 살아온 인생인데 뭐가 잘못된 걸까. 그 해답을 스스로 찾을 수 없다면,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한 단계다. 이에 재취업 상황별 전문 컨설턴트들의 이야기를 통해 중장년 구직자의 행태를 짚어보고, 그 해결점을 모색해보려 한다. ‘시니어 잡:담회(Job:談會)’ 그 세 번째 순서는 ‘면접 편’이다.
Episode_1“인성검사는 왜 보나요? 제 스펙이면 충분할 텐데요”
중장년 채용에서 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인성검사를 보는 곳이 많아졌다는 것. 기업에서는 높은 스펙(업무 능력 및 경력)보다 좋은 인성을 지닌 구직자를 더 선호한단다.
진행자 청년들의 면접 과정을 보면 형태가 다양한데요. 중장년들은 어떤가요?
권미경 커리어컨설팅 대표(이하 미경) 청년들은 필기를 보기도 하고, 대개 1·2차로 나눠 면접을 진행하는데 중장년은 그렇지 않아요. 보통 1차 면접으로 끝나죠.
최성희 노사발전재단 중장년내일센터 책임컨설턴트(이하 성희) 맞아요. 청년층보다는 채용 전형이 짧아요. 실무자나 채용 의사결정권자가 직접 면접을 보는 형태가 많고, 인사담당자까지 오는 경우는 드물죠. 관리자급을 채용할 때는 종종 식사나 차를 하면서 유연한 분위기로 진행하기도 해요. 공공기관이라면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뤄지고요.
황영희 노사발전재단 중장년내일센터 책임컨설턴트(이하 영희) 2차 면접까지 이뤄지는 건 대체로 채용 박람회 등에서 1차 면접을 본 경우인데요. 워낙 수많은 지원자의 면접이 이뤄지다 보니, 그 자리에서 채용을 확정 짓기는 부담스러울 수 있거든요. 그러면 2차 면접을 통해 한 번 더 살펴보는 거죠.
황성철 상상우리 수석컨설턴트(이하 성철) 최근 중장년 채용에서 가장 큰 변화는 서류 심사 후 인성검사를 본다는 거예요. 면접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인성 문제로 입사 후 조직 내 갈등을 빚거나 따돌림을 당하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죠.
미경 검사 결과를 보면 조직 생활 부적응이 우려되는 점수가 나오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 경우 면접관들은 문제가 예상되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질문하죠.
진행자 그런 인성 문제가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어떤 질문을 많이 받나요?
성철 일단 자기소개는 기본이고요. 중장년 면접에서는 크게 세 가지를 핵심적으로 묻는 것 같아요. 첫째, 전문성을 갖췄는가. 즉 직무 역량이죠. 둘째, 기업에 적합한 사람인가. 이걸 전문가들은 ‘컬처 핏’(기업 조직문화와 구직자의 적합성)이라고 해요. 셋째, 조직원들과 융합해 일할 수 있는가. 협업 능력입니다. 그런 걸 확인하는 질문이 주로 이뤄지죠.
미경 지원하는 기업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준비했는지도 많이 묻죠. 가령 ‘우리 회사에 대해 아는 대로 이야기하라’, ‘지난해 우리 조직이 잘한 일 세 가지는 무엇인가’라는 식으로요.
영희 그래서 사전 학습이 필요한 거예요. 이력서 과정부터 필요하지만, 면접 당일에도 현장에 좀 일찍 도착해서 회사를 둘러보면 좋죠. 표면적으로 알던 회사 정보와 실제 현장에서 느낀 부분을 정리해뒀다가 관련 질문이 나왔을 때 이야기하면 ‘준비된 인재’라는 인식을 주고, 구직자의 매력도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봐요.
미경 그렇죠. 한번은 대형 공연장에서 주차 관리자를 뽑는데, 20~30대가 많이 왔는데도 50대를 채용하셨어요. 알고 보니 그분께서 면접 두 시간 전에 현장에 도착해 주차장을 둘러보고 동선을 파악해보신 거예요. 그런 준비성은 높이 살 수밖에 없죠.
성희 결국 나이나 스펙이 가장 중요한 건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종종 외부 면접관 형태로 채용 전형에 참여하는데요. 제 시각에서는 탁월한 사람이 눈에 들어오고, 굳이 순위를 매기자면 1~2등이다 싶은 분들이 있어요. 그런데 최종적으로 채용되는 사람은 3~4등 정도로 여긴 분이더군요. 들어보니 너무 뛰어난 인재는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동료들과 갈등이 잘 생긴다더라고요. 그래서 화려한 능력을 갖춘 분보다는 무던하게 오래 일할 분을 원한다는 거죠.
성철 한마디로 ‘오버 스펙’은 부담스러운 것 같아요. 회사 역량 대비 너무 출중한 분이 오면 이직 확률이 높은 것도 사실이고요. 아무래도 회사에 적합한 적정 수준의 인재를 뽑을 수밖에 없죠. 그러니 면접장에서 다른 지원자의 스펙이 돋보인다고 위축될 필요 없어요. 진솔하게 자신의 역량을 잘 보여주면 되는 겁니다.
영희 이런 사례도 있었어요. 제가 구인 발굴로 두 분을 면접에 보냈는데요. 한 분은 관리자급 정도로 실력이 좋았고, 또 다른 한 분은 그럭저럭 업무를 해낼 정도였어요. 그런데 채용은 후자가 됐죠. 담당자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팀 내 훌륭한 30대 관리자가 있는데 앞의 분은 채용되면 관리자처럼 굴며 기존 직원과 마찰을 빚을까 우려됐다는 거예요. 그보다는 적당한 기술을 겸비하면서 조직원들과 잘 융화할 분을 선호한 거죠.
성철 그럴 수 있어요. 또 스펙이 좋은 분 중에 면접에서 떨어지고 항의하는 경우도 봤어요. ‘내 평생 어디 가서 떨어져본 적이 없는데, 나를 채용하지 않은 이유가 뭐냐’면서요. 사실상 오버 스펙을 부담스럽지 않게 하는 방법은 결국 겸손이었을 텐데 말이죠.
Episode_2“이 분야를 잘 모르시나 본데… 여기 임원 중에 OOO 씨 있죠?”
면접에서 지나치게 자신의 경험이나 경력을 과시하거나, 인맥 등을 앞세우면 좋지 못한 인상을 남긴다. 신입사원의 자세로 말과 행동뿐 아니라 매무새도 단정해야 한다.
진행자 그밖에 면접에서 감점 요소가 있다면요?
미경 태도가 정말 중요합니다. 중장년은 아무래도 면접자의 입장이 돼본 지 오래고, 면접관으로의 경험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그래서인지 마치 자신이 면접관인 듯 거만한 자세로 앉아 계신다거나, 그런 투로 말씀하실 때가 있어요. 자기소개를 부탁드리면 본인이 예전에 어디 지점장을 했다거나, 어디 임원을 안다며 과시하시는 경우도 있죠.
성희 저희 기관에 오시는 분 중에도 ‘내가 기관장을 안다’며 인맥을 언급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나름 아이스 브레이킹(낯선 사람과 어색한 분위기를 깨는 것)을 하시려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 면접에서는 감점 요소이기 때문에 자제하시라 말씀드리죠. 또 경력이 있다 보니 ‘이런 것도 모르고 질문하네?’라고 생각하고 가르치려 들 때가 있어요. 사실 면접관이 그걸 몰라서 질문하는 게 아닌데 말이죠.
성철 어떤 분들은 논쟁을 벌이기도 하시더라고요. 외적으로는 복장도 중요해요. 가령 면접장에 아웃도어나 패딩 점퍼 같은 걸 입고 들어왔다, 그러면 첫인상부터 마이너스예요.
성희 저는 염색을 권해드리기도 해요. 그런데 이를 거부하는 분들도 있어요. 어차피 서류에 내 나이가 다 있는데 뭐하러 가리느냐는 거죠. 사실 그런 나이를 기업에서는 부담스러워하는 건데, 외모라도 좀 완화하면 좋거든요.
영희 맞아요. 채용을 희망하는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스타일을 참고해도 좋아요. 그 조직원들 사이에 있어도 이질감이 덜한 분위기로 연출해보는 거예요. 대체로 젊은 직원들과 일하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염색도 하시면 덜 도드라지겠죠. 나이는 속일 수 없지만, 이미지는 좀 더 젊고 화사하게 바꿔볼 수 있어요.
성철 희망하는 기관이나 기업이 유연한 문화라면 딱딱한 분위기의 정장은 어울리지 않을 수 있죠. 무조건 양복과 넥타이를 고수하기보다는 이런 점도 고려했으면 해요.
미경 가끔 여성 지원자분들을 보면 화려한 액세서리를 한다거나, 지나치게 튀는 원색 옷을 입고 나타나기도 하거든요. 그러면 좋게 보는 경우가 드물더라고요.
진행자 복장 이외에 또 어떤 것들을 컨설팅해주시나요?
영희 저는 주로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는 훈련을 해요. 모의 면접을 해보면 유독 부정적인 뉘앙스로 답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실제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도요. 결국 마음이 바뀌어야 내뱉는 말도 바뀌거든요. 그렇게 긍정적인 자기 인식을 통해 자존감이 높아지면 훨씬 자신감 넘치게 면접을 치를 수 있고, 채용 결과도 좋게 나오는 것 같아요. 더불어 신입사원의 마인드로 임하시도록 조언해드리곤 하죠.
성철 맞습니다. 품성이나 마음가짐이 개선되지 않은 채 단순히 면접 스킬만 높인 상태라면, 결국 채용되더라도 직장 생활을 오래 유지하기 어렵더라고요.
성희 사실 단편적으로 알려드릴 수 있는 듣기 좋은 답변들은 있죠. 그런데 자신과 동떨어진 이야기라 느끼면 거짓말을 한다는 생각에 내뱉지 못하시더라고요.
미경 그래서 저는 조금 불편한 내용이라도 가급적 솔직하게 말씀하시라 그래요. 겉으로는 긍정적인 이야기라도 뭔가 꾸며내는 것처럼 느껴지면 결국 부정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거든요.
성철 거짓말은 아니지만, 질문을 이해하지 못해 엉뚱한 대답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연세가 많은 분은 청력이 약해 잘못 듣기도 하고요. 그럴 땐 ‘지금 질문하신 내용이 이런 게 맞습니까?’라고 자신이 잘 이해했는지 확인한 후 대답하시면 좋아요.
성희 한 예로 면접에서 대인관계를 물으면 오해를 하시고 ‘사람들 만나는 걸 좋아한다’, ‘주변에 친구가 많다’라고 외향적인 성격을 어필하는 분들이 있더군요. 여기서 대인관계는 그런 의미가 아니거든요. 동료들과 얼마나 융화하고 협업할 수 있느냐를 묻는 거죠.
진행자 질문을 이해했지만, 예기치 못한 내용에 당황하는 경우도 있을 텐데요.
성희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이든, 본인의 역량을 보여줄 경험을 녹여 설명해주시면 좋아요. 젊은 세대와 협업했던 경험이라든지, 스토리를 곁들이면 훨씬 풍성해지죠.
영희 간혹 압박면접 상황에 당황하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이 역시 질문자의 의도를 파악한다면 한결 수월해져요. ‘아, 지금 내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저 면접관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려는 거구나’라는 식으로요.
미경 그래서 면접이 잡히면 주변에 부탁해 이런저런 예상 질문을 연습해보는 게 좋아요. 상대를 면접관이라 생각하고 답변해보는 거죠. 이런 과정이 현장에서는 큰 도움이 돼요.
Episode_3“생각보다 연봉이 적네요.” (그냥 다니지 말아야겠다.)
면접을 마치고 채용하는 방향으로 매듭지어지면 현장에서 연봉 등 계약 조건을 안내받을 때가 있다. 이때 생각보다 낮은 급여 등으로 인해 스스로 입사를 포기하는 이들도 있다고.
진행자 중장년들이 가장 답변하기 곤란해하는 질문은 뭔가요?
영희 비자발적으로 이전 직장을 그만둔 분들은 퇴직 사유를 설명하기 난처해해요. 조직 내 갈등을 일으켰거나 저성과자인 경우가 그렇죠. 또 퇴직 후 경력 공백이 길면 설명을 잘한다 해도 답변이 좀 궁색하거나 안일해 보일 수 있어요. 연봉 문제에 대해 논할 때도 어려워하고요.
성철 중장년 면접에서 단골 질문 중 하나가 ‘이전보다 직급이나 급여가 낮아지는데 괜찮겠냐’ 이거예요.
성희 맞아요. 꼭 물어보죠. 최저임금 수준의 단순직이면 대체로 협상 단계가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조정하는 과정을 거치죠.
영희 채용 공고에서 연봉을 알리지 않거나, 공개된 연봉보다 적은 연봉을 제시하는 곳도 더러 있어요. 그러면 실망감 때문에 합격하고도 ‘이 회사를 다녀야 하나’ 고민하는 분이 적지 않아요.
성희 연봉이 적으면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나’ 하는 생각에 허탈해하시더군요. 그런데 어쩌면 그 기업에서 요구하는 일이 많지 않거나, 난이도가 낮기 때문일 수도 있거든요. 가령 내가 이전 직장에서 연봉 5000만 원을 받고 일했던 사람이더라도, 이 기업에서 원하는 업무가 3000만 원 정도 수준이라면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업무량을 확인해보고, 그밖의 복지 수준 등을 함께 고려했을 때 적절한지도 따져야 해요.
성철 때론 업무량이 적어 괜찮다 싶었는데, 입사 후에 점점 일이 늘어나 난감해지기도 하죠. 대개 역량 발휘를 잘했기 때문에 업무가 많아졌을 텐데, 그러면 그만큼 급여를 올려달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성희 그래서 조금 마음에 안 들더라도 면접 후 당장 연봉을 협상하기보다는, 3개월이나 6개월 후 업무에 따라 조정하는 시간을 갖자고 얘기해두면 좋아요.
성철 동의합니다. 3개월 정도 일해보면 조직이나 업무에 대해 파악할 수 있잖아요. 더 일할 만한 비전이 있는 곳인지, 급여 수준이 적정한지 파악해보고 조율해야죠. 협상이 안 된다면 퇴사를 고려해야겠지만요.
진행자 입사를 재고하는 경우가 또 있나요?
미경 거의 드물지만, 한 번에 두 곳에 합격하는 상황이죠. 이런 경우 얼른 의사결정을 해서 양사에 알려야 해요.
성철 전화로라도 양해를 구해야 하는데, 문제는 너무 늦게 말하거나 아예 안 하는 분들이 있다는 거예요.
성희 가끔 미안한 마음에 너무 장황하게 설명하려는 분들이 있는데, 거절은 빠르고 짧게 하시라 조언해드려요. 그리고 입사하는 기업이든, 안 하는 기업이든 ‘감사 인사’를 남기면 좋아요. ‘이번에는 함께하지 못하지만, 해당 기업에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와드릴 의향이 있다’는 식으로 여지를 두는 거죠. 이런 소소한 매너가 나중에 기회로 찾아오기도 하니까요.
미경 불합격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예요. 면접관분들이 명함을 주시잖아요. 그러면 ‘오늘 면접 감사하고, 결과는 아쉽지만 추후 좋은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문자나 메일을 남기는 거죠.
영희 결국 면접이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라 여겼으면 해요. 나는 이 기업과 업무에 내가 적합한 사람이라는 걸 설득하는 거고, 면접관은 내가 그런 인재인지 검증하려는 거잖아요. 그 합이 맞고 서로 윈윈이 됐을 때 채용 가능성이 높은 거죠. 그러니 일방적으로 질문하고 수동적으로 답하는 관계로만 보지 말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소통한다 생각하면 좋겠어요.
바야흐로 ‘갓생러’들의 시대다. 자기관리에 과감히 투자하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갓생’은 신을 의미하는 영어 ‘갓’(God)과 인생을 뜻하는 ‘생’(生)의 합성어로, 일이나 공부, 취미 분야에 계획을 세우고 꾸준히 실천하는 삶을 말한다.
이러한 열풍의 배경으로는 MZ세대의 자기관리형 라이프스타일이 꼽힌다. 실제로 국내 한 업체에서 MZ세대 3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1.3%가 ‘2023년에 갓생에 도전할 계획’이라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도전에 임할 갓생 분야로는 공부, 재테크, 자격증 취득 같은 자기계발 분야(65.3%)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최근에는 젊은 층뿐 아니라 시니어 세대에서도 ‘갓생 살기’가 주목받는 모양새다. 기대수명 증가와 4차 산업혁명으로 격변하는 사회구조에 대응해 교육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다. 실제 통계청에서 공개한 평생학습 참여 현황에 따르면, 오프라인 강좌에 참여하는 55~79세의 비중이 2019년 41.5%에서 2020년 44.5%로 증가한 것이 확인됐다.
이 같은 변화는 시니어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다시금 책상 앞에 앉아 공부에 임하며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학도의 열정이 자칫 신체에 부담으로 작용할 경우 목과 어깨 등에 통증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책을 내려다보는 자세는 목 주변 근육에 부담을 야기하는데, 고개를 15도만 숙여도 경추 전반에 12.2kg에 달하는 압력이 가해진다. 이는 경추의 정상적인 C자 곡선을 일(一)자로 변형시키는 원인이 된다. 일자목은 머리의 무게를 여러 방향으로 분산하지 못하고 목 특정 부위에 집중되게 하기 때문에 목과 어깨 주변에 통증이 발생한다.
심할 경우 과도한 부담이 누적돼 경추 뼈와 뼈 사이에 위치한 디스크(추간판)가 손상되거나 제자리를 벗어나는 목디스크(경추추간판탈출증)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때 디스크 주변으로 염증이 생기면서 통증을 겪거나, 움직임에 불편이 따른다. 특히 신체 노화와 함께 퇴행성 변화가 진행된 시니어의 경우 증상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조기에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
목 통증 해소를 위해 활용되는 주요 한방 비수술 치료법으로는 침치료가 있다. 뻣뻣하게 경직된 목 주변 근육에 침을 놓으면 긴장이 풀리고 부드럽게 이완하는 데 도움이 된다. 통증이 심할 경우에는 한약재 유효 성분을 인체에 무해하게 정제한 약침을 통해 통증의 원인인 염증을 빠르게 제거한다.
실제로 목 통증에 대한 침치료 효과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바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 학술지 ‘침술의학’(Acupuncture in Medicine)에 발표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침치료를 받은 목 통증 환자의 경우 경추 수술을 받을 확률이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2004년부터 2010년까지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분석해 침치료와 경추 수술률의 연관성을 살펴봤다. 그 결과 6주 이내 2회 이상 침치료를 받은 목 통증 환자의 경우 2년 내 수술률이 60%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생 이어지는 공부인 만큼 책상에서 올바른 자세를 취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책을 읽을 때는 가급적 독서대를 사용해 고개를 과도하게 숙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장시간 같은 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목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적어도 한 시간에 한 번씩 천장을 보며 뒷목의 부담을 풀어주도록 한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강의를 들을 때도 마찬가지다. 특히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모니터 가까이 고개를 내밀기 쉬운데, 이는 일자목과 목디스크를 유발하는 주범이다. 무심코 모니터를 가까이 들여다보지 않도록 안경을 착용하거나 글씨 크기를 키울 것을 권한다. 이와 함께 모니터 밑에 받침대를 놓아 화면을 눈높이보다 10도가량 높게 위치하면 경추의 C자 곡선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도 화면이 눈높이와 수평이 되도록 맞춰주는 것이 바람직하며, 눈과의 거리를 50cm 이상 유지해 상체를 바르게 세우도록 한다.
‘학무지경’(學無止境)이라는 사자성어처럼 학문에는 끝이 없으니 끊임없이 배워나가야 한다. 학문뿐 아니라 건강에도 이 같은 태도가 동일하게 적용된다. 자신의 건강 상태를 계속 점검하고 알아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만학을 꿈꾸는 시니어라면 자기계발뿐 아니라 건강관리에 대한 투자도 게을리하지 않도록 하자.
지난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주된 일자리 퇴직 연령은 평균 49.3세로 나타났다. 같은 해 경기연구원 조사에서 60세 이상 노동자들은 평균 71세까지 일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즉, 중장년에겐 퇴직 후 20년 또는 그 이상을 책임질 제2의 직업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이에 본지는 지난 1월 취·창업 분야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2023년 중장년 유망 직업에 대해 조사했다. 해당 결과를 토대로 시니어가 알아야 할 유망 직업을 하나씩 소개해나가려 한다. 그 첫 순서로 다수의 전문가가 언급한 ‘직업상담사’(전직지원전문가)에 대해 알아봤다.
◇ 직업상담사(전직지원전문가), 시니어에게 왜 유망할까?
2020년 5월부터 고용노동부의 ‘고령자고용법’ 시행에 따라 1000명 이상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기업은 50세 이상 퇴직자에게 재취업 지원 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재취업지원서비스는 진로설계 및 상담, 재취업 알선, 취업 교육 등으로 구성되며, 전문적인 전직지원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이에 따라 전직을 지원하는 전문가의 수요가 늘고 있다. 직업상담사, 커리어 컨설턴트 등 유사 분야 자격증이 있다면 입직과 업무 수행에 유리하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 정책연구팀 강소랑 박사
급변하는 직업 환경으로 중장년에게 매우 유망한 직업이다. 고용노동청이나 여타 공공기관에서 중장년을 대상으로 여러 일자리 사업을 한다. 신중년경력형 일자리사업이나 뉴딜인턴십, 보람일자리 사업 등이 있다. 이런 일자리 사업의 취지나 목적을 제대로 이해하고 구직 당사자인 중장년과의 상담 혹은 교육을 통해 그들의 제2인생 전환을 위한 생애설계 코디네이터 역할을 한다. 이러한 업무가 중장년에게 유리한 것은 당연하다.
-이진서 인생다모작연구소 소장
위 두 전문가를 비롯해 △이종근 디올연구소 대표 △문성식 창직교육협회 이사장 △김찬흥 국민은행 경력컨설팅센터 센터장 △김중진 한국고용정보원 미래직업연구팀 연구위원 등이 ‘직업상담사’ 또는 ‘전직지원전문가’를 시니어 유망 직업으로 꼽았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함께할 미래, for 5060 신직업’ 보고서에서도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평생경력개발의 일환으로 중장년 퇴직자뿐만 아니라 재취업 대상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 인프라가 확충될 전망”이라며 시니어 유망 신직업 중 하나로 전직지원전문가를 선정했다.
직업상담사란 구직자나 미취업자에게 직업 및 취업 정보를 제공하고, 직업 선택, 경력설계, 구직 활동 등에 대해 조언한다. 이와 유사한 전직지원전문가의 경우 퇴직 후 이직 또는 전직, 창업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제2의 직업을 추천하고 이에 대한 상담을 진행한다. 최근 고령사회에 접어들며 정년 이후에도 일자리를 희망하는 이가 늘어났다. 지난해 경기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동자 중 97.6%는 가능한 계속 일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욕구에 따라 퇴직 후 다시 구직 활동을 해야 하는 중장년을 위한 상담 지원과 커리어 컨설팅 서비스 또한 확대될 전망이다. 중장년 구직자의 경우 동년배인 상담가와의 공감대와 유대, 신뢰 형성이 더욱 유리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이유로 시니어 직업상담가의 수요의 증가와 필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 나도 직업상담사가 될 수 있을까?
직업상담사는 주로 실내에서 활동성이 적은 형태로 근무하며, 구직자와 면담하거나 검사를 통해 취미, 적성, 흥미, 능력, 성격 등을 분석한다. 구직자에게 알맞은 취업 정보를 제공하고, 직업 선택에 관해 조언하며, 필요 시 강의 형태의 교육이나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을 담당하기도 한다. 한국고용정보원 ‘경력자 직무활용 재취업 추천직업’(2021)에 따르면 업무환경 등 직업유사성을 고려했을 때 일반행정공무원, 심리상담 전문가, 노무사, 교육과학연구원, 사회복지사 등의 경력자에게 추천되는 직업이다.
직업상담사가 되기 위한 첫 관문은 ‘직업상담사’ 자격증 취득이다. 국가공인자격인 ‘직업상담사’는 1, 2급으로 나뉘며 검정형과 과정평가형 두 분야로 응시 가능하다. 지난해 검정시험형의 필기의 경우 전체 2명 중 1명꼴로 합격했는데, 합격률이 가장 높은 건 50대로 60.1%다. 60대는 57.3%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실기 시험에서도 50대의 합격률(52.3%)이 가장 높으며, 60대는 42.8%다. 과정평가형의 경우 전 연령대 평균 55.3%의 합격률(외부평가 기준)을 나타냈다. 합격률은 크게 차이 나지 않지만, 전체 응시 인원을 살펴보면 검정형 2만3974명, 과정평가형 362명으로 아직까지는 검정형을 선호하는 추세다.
중장년의 합격률이 높은 것에서도 알 수 있듯, 노력여하에 따라 연령과 무관하게 취득이 가능한 분야이다. 다만 업계 전문가들과 응시생들은 합격 문턱이 마냥 낮은 편은 아니기에 사이버대학 등에서 관련학과를 전공하거나, 내일배움카드를 이용해 자격증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듣는 것을 추천한다. 중요한 건 자격증 취득 이후다. 상담사 관련 자격의 경우 취득 후 내담자를 만나며 경력을 쌓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가영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사회복지사(직업교육 담당자, 직업상담사 자격 보유)는 “직업상담사를 희망하는 시니어들을 보면 자격증 정보는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어떤 자격증을 취득하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상담보다는 취득 이후 일자리로의 연계 방법에 대해 문의가 많은 편”이라며 “이미 직업상담사 자격증 취득 후 센터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주로 민간기업에서 활동하는 직업상담사의 경우 청년층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시니어 직업상담사는 재정지원일자리나 공공일자리, 사회공헌일자리 쪽으로 추천하게 된다. 주로 이런 분야의 경우 지원서 작성에서부터 행정적인 절차가 많아 컴퓨터 활용 능력이 바탕이 된다고. 따라서 문서작성 능력 등이 부족하다면 이 부분을 보완해둬야 추후 구직 활동도 원활해진다.
이가영 사회복지사는 자격증 취득 이후에도 꾸준한 학습이 필요한 분야라고 조언한다. 그는 “내담자들이 저마다 원하는 직종, 직업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분야에 대한 폭넓은 정보를 마련하고 알맞게 추천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직업이나 구직 동향을 살펴야 한다. 새로운 직업에 대한 연구도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며 “직업상담사 일을 하다보면 내담자에게 필요한 자료를 준비하거나 상담 과정을 기록하는 등 컴퓨터 문서 작업이 기본이다”고 말했다. 이어 “시니어 특유의 편안함과 경험이 내담자들에게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나 자신도 모르게 내담자를(청년인 경우) 손주나 자식 대하듯 한다거나, 경험이나 가치관을 지나치게 강조할 우려가 있다. 늘 상담자로서 전문성을 갖고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Interview] 윤영란 직업상담사 “일하는 행복 선사하는 보람이 가장 커”
한때 영재교육원 등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윤영란 씨(펀더플드림협동조합 대표)는 53세 나이에 직업상담사 2급을 취득 후 직업상담사로 인생 2막을 열었다. 그는 현재 서울시50플러스재단 50+컨설턴트 겸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강사로 활동 중이다. 직업상담사가 된 지도 8년차, 윤 씨는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한다.
“노후 행복을 좌우하는 건 일이라고 생각해요. 일을 하면 경제적으로 소득 창출도 되겠지만, 활동성이 생기며 건강도 챙길 수 있고, 사회 활동을 하니 관계 형성에도 좋죠. 실제 저와의 상담을 통해 노후를 행복하게 할 일자리를 찾는 분들을 보면 참 뿌듯하고 즐겁습니다. 사실 중장년들은 이미 능력은 출중한데 정보력이 부족하거나 제도를 잘 몰라 헤매는 분도 많거든요. 그런 점에서 동년배로서 그들의 눈높이에 맞게 이해하기 쉽게 상담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윤 씨는 자격증 취득만을 목표로 너무나 쉽게 딸 수 있는 일부 민간자격증은 피하라 당부한다.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제대로 배우고 익혀야만 추후 일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또, 시니어 직업상담사를 요구하는 기관들의 경우 대부분 국가자격인 ‘직업상담사’를 요건으로 하는 곳이 많은 점도 이유로 들었다.
“좀 힘들더라도 1~2년 정도는 자격증 공부를 하셨으면 해요. 강한 의지를 갖고 노력하면 충분히 취득할 수 있다고 봐요. 다만 가능하다면 늦어도 50세 초반에 도전하시길 바랍니다. 민간 기업을 희망한다면 보통 60세가 지원 커트라인인데, 몇 년밖에 일하지 못할 인력을 잘 뽑지 않으니까요. 물론 몇몇 보람·공공일자리 유형의 경우 반대로 65세 이상만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채용 기관이 많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그동안은 청년구직자를 대상으로 한 기업들이 많아 젊은 직업상담사를 선호하는 분위기였지만, 고령화시대 흐름에 따라 시니어 직업상담사의 미래를 밝게 점치는 윤 씨다.
“퇴직 후 일자리를 찾는 중장년은 점점 늘어날 겁니다. 이들의 취업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니어 직업상담사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봐요. 제 경험으로는 젊은 세대들에 비해 중장년 세대가 구직 활동에 취약한 이유 중 하나는 디지털 격차예요. 이런 부분을 동년배의 입장에서 세심하게 헤아리고 설명할 수 있는 게 장점이자 강점이죠. 또 과거에 비해 심리, 정신 상담 등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높아진 만큼 직업에 대한 컨설팅, 상담 수요도 많아지리라 생각해요. 전문성과 진정성을 갖고 직업상담사에 도전해 많은 중장년에게 일하는 즐거움과 행복을 선사하시길 바랍니다.”
올해부터 서울시50플러스재단 지역 캠퍼스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40대도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다시 뛰는 중장년 서울런 4050’(이하 서울런 4050)의 일환으로, 이용대상을 40~64세로 확대한 것이다.
‘서울런 4050’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전환기 중장년 집중지원 프로젝트다. 5개 분야(△직업역량 강화 △일자리 지원 △디지털 역량 강화 △생애설계 노후 준비 △인프라 조성), 48개 사업을 2026년까지 총 4601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지난해 서울시가 내세운 시민과의 동행을 위한 지원책 중 40대를 위한 정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40대를 아우르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그간 문제로 제기된 혜택의 불균형을 일부 해소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서울시50플러스재단 중부캠퍼스에서 열린 서울런 4050 설명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그동안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와 어르신 일자리 사업 등의 정책을 진행해왔는데, 40대부터 64세 중장년을 위한 정책이 부족했다”며 “제2사춘기로 불리는 중장년의 직업적 안정성과 노후 준비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서울런 4050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 시장은 40대 특화 직업전환교육을 위한 인생전환지원센터 및 청년취업사관학교를 벤치마킹한 창업·창직 사관학교, 디지털 배움터, 중장년 활력+ 행복타운 등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빠르면 연내 문을 여는 기관도 생기지만, 내년과 내후년을 목표로 하는 곳들도 있다. 따라서 당장 빠르게 문을 두드릴 공간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하 50+재단) 지역 캠퍼스다.
이에 발맞춰 50+재단은 서울런 4050 프로젝트에 따라 40대 참여자를 맞이할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 조기 퇴직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체로 40대는 직장생활로 한창 바쁠 시기다. 이러한 40대의 특성을 반영해 시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학습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패키지 ‘미네르바형 직업전환 서비스’를 시작한다. 온라인 플랫폼 '서울런 4050'을 통해 자격증, 취업 등 330여 개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한 뒤 서울기술교육원, 서울산업진흥원(SBA) 등 서울 전역 108개 학습 공간과 연계해 실습, 배움을 이어나가도록 멘토링 서비스도 지원할 예정이다.
기존에 재단에서 운영하던 중장년 인턴십이나 보람일자리 등의 일자리 프로그램도 올해부터는 40대부터 참여 가능하도록 대상을 넓혔다. 중장년 구직자를 위한 이직지원 프로그램, 기업연계 맞춤형 채용설명회 등 올해 진행되는 다양한 취업지원 프로그램 역시 40대부터 참여할 수 있다. 중장년 재취업 활동과 경력관리를 지원하는 경력설계 상담도 강화할 방침이다. 전문 컨설턴트를 통한 구직상담, 이력 분석 및 맞춤형 구인 정보 제공, 지속적인 이력관리 등 취업 컨설팅을 통해 취업 연계를 지원해나간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 이성수 사업운영본부장은 “4050세대의 직업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유연하게 적응하고 다양한 직업에 대응할 수 있도록 촘촘한 지원체계를 구축해 나갈 예정”이라며 “40대뿐 아니라 중장년 세대를 위한 서울시의 집중지원 프로젝트가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재단이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광진구에 거주하는 40대 이재근 씨는 “집 인근에 서울시50플러스 동부캠퍼스가 개관할 텐데, 이용 대상으로 포함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직장 생활을 병행하며 전직 준비가 쉽지 않았다. 여건상 오프라인 프로그램이 부담스러웠는데, 온라인 서비스도 마련된다고 하니 한번 참여해보고 싶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일자리 교육 및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는 서울시50플러스포털과 지역 캠퍼스(서부, 중부, 남부, 북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올해 하반기 동부캠퍼스 개관을 앞두고 있다.
계묘년이 밝았다. 새해를 맞아 변화된 정책 및 제도, 서비스 등에 대해 알아보자.
◇ 연금과 세금
[1] 노령 기초연금 수령 선정기준액 상향
올해부터 혼자 사는 노인 기준 월소득인정액이 202만 원 이하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180만 원보다 12% 늘어난 금액이다. 부부의 경우에도 동일한 비율로 증가해 월소득인정액 323.2만 원이면 기초연금 수령이 가능하다. 월소득인정액이란 근로소득, 연금소득 등 실제소득에 금융재산 등 재산환산액을 더하고 각종 공제액을 뺀 액수다. 기초연금을 받으려면 주소지 관할과 상관없이 전국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나 국민연금공단지사 방문 또는 온라인 복지로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한다.
[2] 연금계좌 세액공제 최대 900만 원까지 확대
개인⸱퇴직연금의 노후소득 보장 강화를 위해 세액공제 대상 납입한도가 400만원에서 600만 원으로 확대됐다. 퇴직연금까지 더한 세액공제 납입한도는 700만 원에서 900만 원으로 늘어났다. 올해 수령자부터는 연금 수령 시 연금소득이 1200만 원을 초과할 경우 종합과세 외 ‘15%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 있다.
[3] 과세표준 실거래가 적용, 양도소득세 이월과세 5년→10년
1월부터 증여로 부동산을 취득할 경우 2023년 증여분부터 취득세 과세표준을 '시가인정액'으로 산정한다. 배우자나 자녀 등에게 부동산을 증여한 뒤 적용되는 ‘이월과세’ 기간은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났다. 증여받은 부동산을 10년 내 양도할 경우 취득가액은 증여가액이 아닌 증여자의 취득가액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가령 아버지가 자녀에게 부동산을 증여한 뒤 10년 안에 팔면 자녀(수증자)가 아닌 아버지(증여자)가 직접 양도한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증여와 관련된 절세가 어려워지며, 세금 부담은 늘어날 전망이다.
[4] 종부세 기본공제액 상향, 2주택자 종부세 중과 폐지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기본공제금액이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올랐다. 1주택자라면 공제 기준이 기존 11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된다. 아울러 2주택자에 대한 다주택 중과세율 폐지로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을 2채 보유한 경우 중과세율(1.2~6.0%)이 아닌 일반세율(0.5~2.7%)로 종부세를 내면 된다. 3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경우 과세표준 12억 원 이하는 중과 대상에서 제외되며, 최고세율은 6.0%에서 5.0%로 낮아진다. 주택 수에 따라 달리하던 종부세 세부담 상한율은 150%로 일원화된다.
[5]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세액공제 혜택에 답례품은 덤
올해 1일부터 시작한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역 경제 활성화, 주민 복리 증진 등을 위해 도입됐다. 자신이 거주하는 지자체를 제외한 곳이라면 전국 어디든 기부할 수 있다. 기부금은 해당 지자체의 취약계층 지원 및 문화·예술·보건 증진 등을 위해 쓰인다. 기부액은 연간 최대 500만 원이며, 금액에 따른 세액 공제를 받는다. 10만 원 이하는 기부금 전액, 10만원 초과는 16.5%를 공제해준다. 기부금의 30% 한도에서 해당 지자체의 특산품 등을 답례품으로 받아볼 수 도 있다. 고향사랑 기부제 종합정보시스템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 그밖에
△복권 당첨금 200만 원까지 비과세
△제주 여행객 면세 한도 800달러로 상향
△승용차 개별소비세 30% 인하 연장(6월 말까지)
△휘발유 유류세 인하폭 25%로 축소(기존 37%)
△중견기업 통합투자세액공제율 3%→5% 인상
△영화 관람료 소득공제 도입(7월 예정)
◇ 일자리와 평생교육
[6] 최저임금 9620원, 연장근로시간 주 69시간까지 확대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 시간당 9160원보다 460원(5%) 올라 9620원으로 책정됐다. 주휴수당을 포함한 실질 최저임금 시급 1만1555에, 주 소정근로 40시간을 감안해 계산했을 때 총 201만580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면 고용 형태에 관계없이 모든 사업장에서 적용된다. 연장근로시간의 경우 주 52시간에서 주 69시간까지 탄력적으로 확대 운영할 방침이다. 이로써 하루 11.5시간 근무가 가능해지며, 장시간 노동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않다.
[7] 고령자 고용 연장 논의 시행, 경제활동인구 연령구간 세분화
기대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고용 연장에 따른 사회적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행할 방침이다. 정부는 임금체계 개편과 연계한 60세 이상 계속고용 법제 마련 및 한국형 계속고용 제도 도입을 검토를 시작하기로 했다. 60세 이상 고령자 고용 시 중소기업의 공제액을 상향(수도권 1100만 원→1450만 원, 지방 1200만 원→1550만 원), 고령층 채용 지원에 나선다. 경제활동인구조사의 연령구간도 고령화에 맞춰 기존 ‘70세 이상’에서 ‘70~74세’, ‘75세 이상’으로 세분화한다.
[8] 생애도약기 평생학습 지원 추진, 재직경력 학점·학위 인정 도입
교육부가 발표한 ‘평생학습 진흥방안’(2023~2027)에 따라 30~50대 국민을 생애도약기로 지정, 학습 시간·비용·콘텐츠·상담 등 종합적 지원을 해나간다. 체계적이고 내실 있는 지원을 위해 관계부처, 지자체, 민간 등과의 협업도 지속할 방침이다. 아울러 재직 경력을 국가에서 학점, 학위로 인정하는 ‘국가 학습경험인정제’를 도입하고 고령층, 저소득층 등 사회 사각지대에 대한 지원 또한 강화한다.
[9] 50+캠퍼스 40대부터 이용 가능, 동부캠퍼스 개관 예정
서울시50플러스재단 50플러스캠퍼스가 올해부터 만 40~64세로 이용 대상을 확대한다. 40대 서울 시민을 위한 특화 직업 전화 전문교육을 제공해 일자리 참여 기회를 증대할 계획이다. 기존 서부(은평), 중부(마포), 남부(구로), 북부(도봉)에 이어 올 하반기 동부(광진)캠퍼스 개관을 앞두고 있다.
[10] ‘서울런 4050’ 운영, 디지털동행플라자 조성
기존 평생학습포털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한 ‘서울런 4050’을 통해 중장년의 전직,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한다(3월부터 예정). 참여자 개개인별로 맞춤 컨설팅과 학습을 지원할 100여 명의 ‘온라인 직업훈련멘토단’을 운영한다. 종합적인 지원을 통솔할 인생전환지원센터는 내년 중구 정동에 개소할 예정이다. 아울러 디지털 약자와의 동행 추진을 위한 장노년층 중심의 디지털 교육공간 ‘디지털동행플라자’가 연내 2곳 조성된다(장소 미정).
+ 그밖에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 중장년내일센터로 개편
△플랫폼 종사자 대상 특화훈련 시행(내일배움카드)
△중장년 기술창업 위한 ‘창업·창직 사관학교’ 연내 4개소 운영(2026년 6개소 확대 예정)
직장인의 90%는 기회만 된다면 이직하고 싶어 한다. 평생직장의 개념도 사라진 지 오래다. 어느 분야에서 베테랑이 된다는 건 ‘시간’을 들인다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제는 투입 시간 대비 산출 결과의 효율을 생각하는 시대, 다양성이 더 중요한 시대다. 4차 산업혁명이 사람을 대체할 거라는 이 시대에 베테랑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까?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에는 누군가의 노하우를 배우려면 베테랑이 있는 현장으로 가야 했다. 그런데 요즘은 유튜브, SNS 등에 ‘꿀팁’(매우 유용한 정보나 조언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 수없이 올라오는 통에 굳이 베테랑을 찾아가지 않아도 배울 방법이 많다. 그런 데다 시대 변화는 어찌나 빠른지 4차 산업혁명으로 2030년이면 지구상에 현존하는 직업의 절반이 사라진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어쩐지 베테랑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 같다.
하지만 사라지는 영역의 베테랑은 디지털 시대에 다른 형태로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새로 등장하는 분야에서는 새로운 베테랑이 시간을 쌓아가고 있다.
시간이 빚는 베테랑
베테랑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하여 기술이 뛰어나거나 노련한 사람’이다. 의미상 숙련자, 전문가와 비슷하지만 ‘오랜 시간’을 들인다는 뜻이 조금 더 강하게 녹아 있다. 그렇기에 베테랑이라면 누구나 그만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오랜 시간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터득한 방법이나 요령은 어디에도 없는 그만의 기술이다.
한 분야에서 30년 넘게 일한 베테랑을 만나보니 공통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아휴, 그때는 누가 옆에 앉혀놓고 가르쳐주지 않았어요. 매일 청소하면서 어깨너머로 눈동냥하며 공부했죠.(웃음) 그렇게 종일 눈으로 배우고 일과 끝나면 무작정 따라 해보는 거예요.” 베테랑의 노하우를 얻으려면 눈치가 좋아야 했다. 알려주지 않아도 혼자 열심히 연구하고 있으면 어느새 베테랑이 다가와 자신의 노하우를 하나씩 알려줬다. 그렇게 스승과 제자가 되는 것이다. 특히 기술이 필요한 곳에서는 이렇게 도제식(徒弟式) 교육이 이뤄졌다.
그렇기에 베테랑의 노하우에는 시간뿐만 아니라 그의 감(感)이 녹아 있다. 요리책에 나온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 해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이유는 개인의 손맛 때문이다. 같은 기술을 배워도 기술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도제식 교육 하면 ‘무형문화재’ 같은 ‘장인’(匠人)이나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기술자가 먼저 떠오르지만, 사실 많은 영역에서 도제식 전수가 이뤄진다.
영화 제작, 검사나 경찰의 수사, 기자나 PD의 취재, 조향사의 조향 과정 등에도 사수(師授)의 노하우가 입으로 전해진다. 사수는 ‘스승에게서 학문이나 기술의 가르침을 받음’이라는 뜻이다. 일터에서는 스승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수와 부사수’ 관계로 일을 가르치고 배운다. 요즘 버전으로 말하자면 ‘멘토링’(Mentoring)이다. 멘토링은 경험과 지식이 많은 사람(멘토, Mentor)이 지도와 조언을 통해 멘티(Mentee, 멘토링을 받는 사람)의 실력과 잠재력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바뀌고 있다. 한 분야의 베테랑은 오랜 시간을 들여야 빚어지는데, 일자리가 아예 사라진다면 더는 존재할 수 없게 된다. 예를 들어 제빙기 개발은 얼음 장수를 사라지게 했다. 냉장고나 제빙기가 없던 시절에는 한강이 얼면 강의 얼음을 깨 파는 얼음 장수가 있었다. 하지만 냉장고와 제빙기를 만드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가정에서 얼음을 얼려 먹을 수 있게 되었고, 얼음 장수는 사라졌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온다고 한다. 또 한 번 사회가 크게 발전하는 시기다. 2016년 다보스포럼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에서는 “2020년까지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약 710만 개 사라지고, 200만 개의 일자리가 새롭게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자리가 사라지는 분야의 베테랑은 더는 ‘시간’을 누적할 수 없어 도태될 것이고, 새롭게 생긴 일자리에서는 시간이 흐르면 또 다른 베테랑이 생겨날 것이다.
옥스퍼드대학의 칼 베네딕트 프레이와 마이클 오즈번 교수는 논문 ‘고용의 미래’에서 △정교한 손가락 움직임 △손재주 △좁은 작업 공간과 불편한 자세 △독창성 △순수예술 △사회적 지각 △협상 △설득 △타인의 배려 및 보살핌이 필요한 영역은 기계나 인공지능이 대체하기 어렵다고 봤다. 아무리 기술이 개발되더라도 결국은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뜻이다.
베테랑의 감(感) 입는 디지털
단순·반복적이거나 숙련도가 떨어지는 일이 대체로 자동화되고 있는데, 이 자동화에도 베테랑이 필요하다. 바로 그들의 ‘감’이 자동화를 더 정교하게 만들기 때문. 포스코는 베테랑 근로자의 경험과 감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베테랑의 머릿속에 있는 주관적 데이터를 객관적 데이터로 바꾸어 ‘스마트 고로’를 만들고 AI가 학습하는 시스템을 갖추었다. 그 결과 품질 불량률이 63% 감소했다. 사람이 아닌 AI가 베테랑의 노하우를 배우는 셈이다.
현대건설도 현장 베테랑의 지식과 노하우를 디지털화하고 있다. 특히 안전·품질 분야를 스마트화해 시스템으로 구축하는 데 공들이고 있다. 처음에는 자신의 노하우를 빅데이터화하면 신입 직원에게 밀려날까 불안해하던 중장년 베테랑도 이제는 스마트 기술에 적응하며 새로운 변화를 따라가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베테랑이 오히려 단순노동에서 벗어나 더 가치 있고 창의적인 일을 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를 겪은 일본 역시 숙련 기술의 디지털화를 시도하고 있다. 과거 일본의 ‘모노즈쿠리’(ものづくり)는 생산 현장을 강조하는 의미였지만, 지금은 제조 설계부터 고객 만족까지 통합된 하나의 흐름을 가리킨다. 설계, 생산, 서비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을 포괄하는 넓은 개념이 되었다. 최근에는 모노즈쿠리 혁신을 외치며 베테랑의 노하우와 디지털을 결합하는 방식을 찾아가고 있다.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은 보고서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데이터 활용이 새로운 부가가치의 원천인데, 모노즈쿠리 과정에서도 수많은 데이터가 발생한다”면서 “일본 제조 기업은 이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생산 효율화를 목적으로 내세운 ‘스마트 팩토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는 내부에서만 공유하던 데이터를 산업의 경계를 넘어 기업이 상호 거래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면서 “단순한 생산 효율화가 아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구축 등 오픈 이노베이션 추진이 목표”라고 분석했다. 베테랑의 노하우를 공유함으로써 더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노하우를 이어가는 베테랑도 있다. 과거 도제식 교육과는 조금 다를지 모르지만, 여전히 우리는 베테랑이 필요하다. 노하우를 축적한 베테랑과 그들을 찾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이 생겨난 이유다.
‘탤런트뱅크’는 전문 인력 상시 고용이 어려운 중소·중견기업에 고도의 비즈니스 문제가 닥쳤을 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가를 프로젝트별로 연결한다. 현장에서 은퇴한 베테랑이 전문가로 투입되는 것. 재의뢰율이 60%를 넘어설 만큼 기업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클래스101’은 중장년 베테랑의 노하우를 교육과 강의 형식으로 전한다. 음악·미술·운동 등 취미 관련 강의부터 부업·재테크 노하우, 업무 능력 향상 등 일 잘하는 방법, 인문·사회·예술을 비롯한 교양 강의까지 다양한 분야를 다룬다.
숨은 고수라는 뜻의 ‘숨고’에서는 900여 분야의 매칭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려견 산책’, ‘주례’, ‘게임 레슨’ 등 소소한 영역까지 포함된다. 베테랑 전업주부의 노하우를 살려 ‘정리수납 고수’로 활동하거나, 기업에서 인사관리와 교육 일을 했던 경력을 바탕으로 ‘취업 컨설팅 고수’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시대의 흐름은 다양한 직종, 여러 분야의 베테랑을 사라지게도 하지만, 그들의 노하우는 무형의 가치로 남아 디지털과 융합해 또 다른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