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hibition
◇요시고 사진전
일정 12월 5일까지 장소 그라운드시소 서촌
코발트빛 바다와 그 위를 헤엄치는 관광객, 알록달록한 파라솔. 전시장에 걸린 사진들은 잊고 있던 어느 여름날의 여행을 떠올리게 한다. 휴양지의 찬란한 순간을 프레임에 담아낸 요시고의 전시가 국내 관객을 찾았다. 요시고는 스페인 출신 포토그래퍼 겸 디자이너로 본명은 호세 하비에르 세라노다. 유명 IT 매거진 ‘와이어드’와 베네통 매거진 ‘컬러스’로 이름을 알렸으며, 현재는 ‘킨포크’, ‘비트라’ 등 글로벌 브랜드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중해부터 마이애미, 두바이, 부다페스트 등 세계 여러 여행지를 기록한 350여 점의 사진을 선보인다. 대칭적 구도와 기하학적 기법 등 작가만의 표현 방식이 두드러지는 ‘건축’ 섹션을 시작으로 미국, 아랍에미리트 등 사막의 풍광을 엿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섹션을 거쳐 해변과 바다, 관광객의 모습을 담은 ‘풍경’ 섹션으로 마무리된다. 작가가 작품의 이야기를 직접 들려주는 방식으로 구성해, 세계 곳곳의 여행지를 함께 거니는 듯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방문객이 많고 대기 시간이 길어, 여유롭게 관람하고 싶다면 평일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윌리엄 웨그만 : 비잉 휴먼
일정 9월 26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
개념미술의 선구자 윌리엄 웨그만의 전시가 호주, 뉴질랜드, 스위스, 네덜란드를 거쳐 한국에 상륙했다. 윌리엄 웨그만은 화가의 그림을 기록하는 데 그쳤던 1970년대 미국 사진계의 보수적인 관행을 깨고,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드러내며 사진 예술을 주류로 끌어내는 데 이바지한 예술가다. 특히 그는 자신의 반려견 ‘만 레이’를 의인화해 인간 사회를 풍자하고 내러티브를 시각화하는 사진 작업을 발표했다. 촬영 즉시 인화되는 대형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활용해 후보정 없이 반려견과의 교감만으로 즉석에서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는 대표작 ‘캐주얼’, ‘키’를 비롯해 희소성 높은 대형 폴라로이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100여 점의 작품을 망라한다. 지금까지 대중에게 선보인 작품 외에 50점 이상이 국내에 처음 공개되며, 디올, 입생로랑, 마크제이콥스 등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작도 선보인다. 반려견을 모델로 삼아 독특한 작업 세계를 구축한 윌리엄 웨그만의 이번 전시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지친 현대인에게 웃음을, 반려동물 가구에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시간을 선사한다.
● Book
◇나는 치매 의사입니다 (하세가와 가즈오 외 공저·라이팅하우스)
평소와 달리 기억이 흐릿할 때 떠올려보는 질문이 있다. ‘100에서 7을 빼보세요.’ ‘하세가와 척도’의 문항 중 하나로, 치매 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인지 기능 검사법이다. 이 척도를 만든 하세가와 박사는 평생 수천 명의 치매 환자를 돌본 치매 의료계 1인자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치매에 걸렸다. 그의 나이 88세의 일이다.
신뢰받던 의사에서 치료받는 환자가 된 그는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며, 마지막까지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결심한다.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공개해 치매 연구에 도움을 주기로 한 것이다. 그는 이듬해 치매에 걸린 사실을 공표하고, NHK 방송국과 다큐멘터리를 촬영한다. 이 책은 그 기록의 결과물이다.
50년 넘게 치매를 연구했지만, 그는 환자가 된 후에야 비로소 알게 된 것들이 있다고 말한다. 치매에 걸렸다고 24시간 비정상적인 상태는 아니라는 것. 기억력은 흐릿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 그렇기에 주변인이 치매 환자를 삶에서 배제해선 안 된다고 당부한다. 대신 “나는 치매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남긴 2년간의 투병 기록은 가슴 아프고 안타깝다.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병이기에 겁이 나기도 한다. 그러나 책장을 넘길수록 불안은 줄어들고 희망은 커진다. 치매를 절망적인 질환으로 여기는 사회 속에서 “불편하지만 불행하지 않다”고 말하는 그의 단단한 태도 덕분이다. 의사와 환자의 기로에 선 그의 이야기는 치매 환자와 그 가족은 물론, 치매를 두려워하는 모든 이들에게 기억을 잃어도 삶은 계속될 수 있다는 단서와 희망을 보여준다.
◇빨리 은퇴하라 (최승영 저·이은북)
은퇴를 앞둔 이들을 위한 진로탐색서.
단순히 불안한 마음을 잡아주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분석해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점점 단단해지는 중입니다 (김영미 저·혜윰터)
노화로 우울감을 느끼던 저자가 환갑의 나이에 자전거 라이더가 된 이야기를 담았다. 어릴 적 사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전국 자전거길을 섭렵한 저자의 도전이 짜릿한 설렘을 선사한다.
◇빅토르 위고와 함께하는 여름 (로라 엘 마키 외 공저·뮤진트리)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인생 철학을 그가 남긴 희대의 명작들로 살펴본다. 평생 민중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고 정의를 향해 나아갔던 위고의 삶이 시대를 초월한 울림을 전한다.
● Stage
◇엑스칼리버
일정 8월 17일~11월 7일
장소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연출 권은아
출연 김준수, 이지훈, 신영숙, 민영기, 최서연, 이상준 등
EMK뮤지컬컴퍼니의 창작 뮤지컬 ‘엑스칼리버’가 2년 만에 재연을 올린다. ‘엑스칼리버’는 혼란스러운 고대 영국을 지켜낸 영웅 서사 ‘아더왕의 전설’을 재해석한 작품으로, 시골 청년 ‘아더’가 성검 엑스칼리버를 뽑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기사들의 틈에 끼지도 못했던 평범한 인물이 한 나라를 다스리는 왕으로 거듭나기까지의 여정이 벅찬 감동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서양 신화 속 인물의 이야기인 만큼 국내 관객의 정서를 반영해 초연 당시 서사를 대폭 수정했으며, 아더의 내면적 갈등에 초점을 맞춰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이번 공연 또한 초연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수정과 보완을 거쳐 더욱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관객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물, 불, 연기를 비롯한 특수 효과와 샤머니즘적인 퍼포먼스, 신비로운 영상 등 다양한 시청각적 장치로 마법과 마술이 공존하던 시대의 배경을 극대화해 몰입감을 더할 예정이다.
◇분장실
일정 8월 7일~9월 12일
장소 대학로 자유극장
연출 신경수
출연 배종옥, 서이숙, 정재은, 황영희 등
일본 현대 연극의 거장 시미즈 쿠니오의 대표작으로, 연극 ‘갈매기’가 공연 중인 어느 극장의 무대 뒤편 분장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서로 다른 사연을 지닌 네 여배우가 ‘맥베스’, ‘세 자매’ 등 고전의 명장면을 연기하며 무대를 향한 열정과 삶에 대한 회한을 풀어낸다. 배종옥, 서이숙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표현하는 진짜 ‘배우 연기’가 완성도를 더한다.
◇광화문연가
일정 ~9월 5일
장소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연출 이지나
출연 윤도현, 엄기준, 강필석, 차지연, 김호영, 김성규 등
이지나 연출, 고선웅 작가, 김성수 음악감독 등 최고의 제작진이 의기투합해 2017년 처음 선보인 창작 뮤지컬로, 죽음을 눈앞에 둔 ‘명우’가 미스터리한 시간여행 안내자 ‘월하’와 함께 과거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다룬다. 고(故) 이영훈 작곡가의 주옥같은 명곡을 토대로 해 ‘붉은 노을’, ‘옛사랑’, ‘소녀’ 등 1980~90년대를 장악한 음악이 옛 시절의 추억을 깨운다.
2005년 호주제가 폐지되고 16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기업이 친가와 외가 경조사 기준에 차이를 두고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회사 자율로 마련한 기준이지만 다수가 '부계가족'을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아 차별을 조장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7월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친가와 외가를 나눠 복지 혜택을 차등 부여하는 기업행태를 근절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청원이 올라왔다. 대한민국에서는 친할아버지 죽음이 외할아버지 죽음보다 더 중요하게 평가되는데, 이게 문제라는 주장이다.
청원인은 “사회적 가치를 철저하게 분석해 이윤을 남기는 기업에서조차 외가를 친가와 구분 짓는다”며 “친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 경조 휴가,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 개인 연차를 써 빈소를 지켜야 하는 불공평함을 누구를 잡고 토로해야 한단 말이냐”라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어 “현행법에서도 '본인이나 가족의 경조사를 위한 휴가'에 관한 별도 규정이 없다”고 말하며 “성 평등과 민주적 가족법을 구현하기 위한 개정 운동의 결과 2005년 3월 31일 호주제는 폐지됐지만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친가와 외가를 나눠 복지혜택을 차등 부여하는 일부 몰상식한 기업들과 이를 침묵으로 용인하고 있는 사회를 고발한다”고 말했다.
호주제 폐지 이후에도 기업이 외가와 친가를 구분해 경조휴가·경조비에 차별을 두는 것은 꾸준히 문제로 지적됐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2013년 82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1곳이 외가의 경조사에 경조휴가와 경조비 지급에 차등을 뒀다. 외조부모상에 경조비를 전혀 지급하지 않는 기업도 있어 인권위는 이를 "통념에 따른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인권위가 개선을 권고했으나 별다른 시정조치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7월 친족 사망에 따른 경조사 휴가 시 친가와 외가를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발의 당시 박 의원은 “양성평등을 기초로 한 가족생활을 보장하는 것은 헌법이 정한 국가의 의무”라며 “법 개정을 통해 기업의 성차별적 상조 복지 제도가 개선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지만 해당 법안은 1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친가와 외가를 차별하는 규정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사실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10년에 중·고교생 697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청소년들은 친가보다 외가에 친밀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 조사에서 가족으로 볼 수 있는 대상으로 ‘이모’를 꼽은 응답자가 83.4%로 가장 많았고, 외삼촌이 81.9%로 뒤를 이었다. 반면 고모는 81.7%, 큰아버지·작은아버지는 79.8%로 친가보다 외가 친척을 더 가깝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앞서 소개한 청와대 국민청원은 8월 11일에 마감되는데 7월 29일 오후 1시 현재 2만641명이 청원이 동의하고 있다.
허니문 트렌드가 레트로를 맞이했다.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국내로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혼주인 시니어들은 젊은 시절 울릉도와 제주도, 지리산 등 내륙과 섬을 가리지 않고 국내로 신혼여행을 많이 떠났다. 추억에 잠길 수 있는 국내 허니문의 변천사를 돌아보고, 자녀에게 추천할 수 있는 이색 허니문과 여행지를 소개한다.
20세기 초반까지 혼인은 개인의 결합이 아니라 공동체의 유지 발전을 위한 공동의 행사였다. 당시 신혼부부를 ‘가문’이란 공동체로부터 일시적으로 분리하는 신혼여행은 상당히 낯선 개념이었다. 일부 상류층이나 개화한 지식인들이 하는 낯선 선택으로 받아들였다. 기록에 따르면 1920년에 결혼식을 올린 신여성 화가 나혜석이 신혼여행 도중 자신의 첫사랑 무덤 앞에 가서 비석을 함께 세워주었다고 전해진다.
본격적인 신혼여행은 1960년대부터 시작됐다. 1960~70년대에는 결혼식을 마친 후 승용차를 타고 주변 관광지를 둘러보거나 호텔에서 1박을 하는 신혼여행 형태가 등장했다. 이 무렵부터 서울의 남산은 신혼여행을 떠나기 전에 사진을 찍는 대표적 명소였다. 당시 인기 있던 신혼여행은 아산 온양, 대전 유성 등의 온천에서 휴양을 즐기거나 지리산 같은 산에 머물다 오는 것이었다. 1970년대까지 제주도 신혼여행의 항공료와 호텔 숙박비는 일반적인 신혼부부가 감당하기 어려운 고가였다.
1980~90년대는 신혼여행의 르네상스였다. 1983년 제주공항이 지금의 모습을 갖췄고, 당시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제주도 왕복 항공료 및 호텔 가격 인하 등 혜택이 많아서 신혼여행으로 제주도를 많이 갔다.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가 시작되면서 1990년대부터 해외로 신혼여행을 많이 갔다. 초기에는 우리나라와 근접한 대표적 휴양지인 태국, 필리핀, 괌, 사이판 등 동남아시아와 남태평양이 인기 지역이었다. IMF 이후 환율이 급등하면서 한동안은 국내로 신혼여행을 많이 갔다. 이후 경기가 좋아지면서 다시 해외로 많이 나갔다. 박부진 명지대학교 아동학과 명예교수는 “신혼여행 문화는 각 시대의 결혼관과 남녀에 대한 인식 등 관념적 차원의 조건과 삶의 물리적 환경을 형성하는 사회경제적 조건 등이 반영된다”라고 말했다.
국내 관광지로 회귀…이색 허니문 등장
코로나19 이후 국내 여행지가 허니문 장소로 떠오르고 있다. 울릉도와 제주도 등 전국의 관광 명소가 신혼여행지 후보로 부상했다. 특히 제주도 신혼여행이 많았다. 호텔신라에 따르면 제주신라호텔의 경우 지난해 6월 스위트 허니문 패키지 예약 건은 같은 해 3월 판매량의 5배에 달했다. 이 중 3박 이상의 투숙객이 전체의 45%를 차지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해외여행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예비 신혼부부들이 제주도로 본격적인 허니문을 떠나며 3박 이상의 장기 숙박 고객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허니문과 웨딩을 함께 하는 곳도 생겨났다. 올해 3월 파라다이스시티는 ‘트립 투 웨딩’(Trip to Wedding) 프로모션을 선보였다. 파라다이스시티는 웨딩 스냅 장소와 예식 당일 숙박이 가능한 객실을 함께 제공했다. 지난 3월 예약 고객 선착순 일곱 커플을 대상으로 2박 3일간 이용 가능한 130만 원 상당의 ‘마이 스위트 허니문’ 패키지를 선보였다. 결혼식을 마친 커플은 디럭스 스위트 객실에서 최상의 휴식을 누리며 호텔 셰프가 준비한 스페셜 메뉴와 필리조 앤 필스(Philizot&Fils) 샴페인 파라다이스 에디션을 ‘인 룸 다이닝’ 서비스로 즐기는 패키지였다.
이색 허니문도 등장했다. 대표적인 예가 캠핑카 허니문이다. 야놀자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 2월 기준 야놀자의 글램핑 및 카라반 거래액은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300% 신장세를 보였다. 캠핑카가 워낙 고가라서 구매보다는 대여가 낫다. 실제로 캠핑카 공유업체 ‘캠핑쉐어’는 허니문 캠핑카를 선보였다. 대여료는 4박 5일간 120만 원이며, 집 앞으로 차를 보내준다. 추가 요금을 내면 웨딩카 장식을 해준다. 다른 도시에서 반납해도 된다.
코로나 시대의 이색 허니문으로 무착륙 관광 비행도 괜찮다. 최근 아시아나항공은 새로운 형태의 ‘A380 무착륙 관광 비행’을 선보였다. 해외로 떠난다는 여행 느낌을 살리기 위해 각국 관광청과 협력해 스페인, 호주 등 국제 여행 콘셉트를 살린 관광 비행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국제선 운항인 만큼 탑승객은 여권을 지참해야 하며, 아시아나항공 기내 면세점을 비롯해 인천공항 면세점과 시내 면세점 이용이 가능하다. 아시나아항공 관계자는 “땅을 밟을 수는 없지만 잠깐의 비행을 통해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기를 바라며 만든 프로젝트다”라고 설명했다.
허니문 추천 국내 여행지
거제도 ▶ 드넓은 남해를 끼고 잘 정비된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그리스 산토리니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지도 모른다. 학동에서 와현 해안도로까지 이어지는 17.3km 구간은 수려한 경관으로 유명하다. 외도 보타니아는 이국적인 모습을 한 해상식물공원으로 둘만의 인생 사진을 남기기에 좋다.
삼척 ▶ 바닷가 언덕에 자리한 ‘나릿골’ 마을은 낡고 허름한 옛날 건물에 알록달록한 색을 입히고, 전망대, 미술관 등을 마련해 작은 테마파크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서핑을 좋아하는 신혼부부라면 서프키키해변을 추천한다. 맑은 바닷물은 물론이고 샤워장, 강습 프로그램 등이 잘 갖춰져 있어 서핑족의 사랑을 받고 있다.
여수 ▶ 가볍게 산책하며 야경을 감상하는 것은 놓치지 말아야 할 경험이다. 이순신광장부터 종포해양공원, 하멜등대까지 이어진 코스는 반짝반짝 빛나는 도시와 바다가 연출하는 낭만적인 야경을 선사한다. 낮에는 돌산공원과 돌산대교에서 해상 케이블카를 타고 여수의 아름다운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눈을 감고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의 오톨도톨한 점자혼용 명함을 손끝으로 더듬어본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상생 염원을 담은 정 이사장의 평생 화두 ‘동반성장’ 의지가 명함에도 아로새겨져 있다. 그의 일생은 동반성장이란 궤적을 따라 굵고 길게 이어지고 있다. 관악구 신림동의 ‘동반성장연구소’에서 그를 만나 참 좋은 시절, 그때는 그랬지 추억 속 이야기를 꺼내본다.
운이 꽉 찬 아이, 그래서 운찬이지
‘정운찬’, 이름을 짓는 데는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이 녀석 운이 꽉 찬 놈이구먼. 사주가 이렇게 좋은데 이름이 뭐 그리 대수라고 식전 걸음을 하셨나? 세상 나올 때부터 운을 가득 차고 나온 놈이니 이름은 운찬이지.”
충남 공주가 고향이지만 7식구가 상경, 도시빈민으로 동숭동 언덕배기 단칸방에서 살았다. 식구마다 칼잠에, 한 사람은 앉아서 자야 할 만큼 방은 비좁았다. 11남매 중 살아남은 5남매의 막내, 그나마 아홉 살 때 아버지를 여의었으니 대박 운과는 애초 거리가 멀었다. 하기야 그는 태아 적 자궁이란 방마저 허락되지 않을 뻔했으니 세상 빛을 본 자체가 운이 좋았다고 할지.
당장 밥 한 숟가락이 절실했던 곤궁한 살림에 입 하나 더 느는 것이 무서워 어머니는 독한 약초를 진하게 달여 마셨다. 그런데 하필 그게 시궁창에서 아무렇게나 자라는 익모초(益母草)였으니, 이름 그대로 산모와 태아를 ‘이롭게’ 하여 노산임에도 건강한 아이를 낳았다. 그로서는 기가 막힌 첫 운이었다.
그러나 27세 결혼 때까지 운찬은 여전히 ‘5무(無)의 흙수저’로 ‘운 찬’ 사람과는 거리가 멀었다. “키가 크나, 인물이 좋나, 부모가 있나, 돈이 있나, 장래가 있나.” 예비 장인 장모의 평가는 가혹했다. 그러나 타고난 운은 그를 저버리지 않아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 프린스턴대 경제학 박사, 컬럼비아대 교수, 서울대 총장, 대한민국 국무총리, 동반성장위원회 초대 위원장, KBO 총재 등 올해 74세에 이를 때까지 그의 운은 숨 가쁘게 펼쳐졌다. 물론 그에게 운이란 성실성, 정직성과 같은 뜻, 다른 말이다.
어떤 학생을, 어떤 식으로, 어떻게 가르치든 대학에 맡겨야
▶서울대 총장 시절 / 2002. 7 ~ 2006. 7
서울대를 없애려던 노무현 정권으로부터 학교를 지킨 것을 비롯, 학원자율화 및 지역균형선발제, 소수정예화 정책을 폈다.
“대학에는 자율권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어떤 학생을 어떤 식으로 선발하여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든 전적으로 대학 재량에 맡겨야 한다는 뜻이지요. 지역 균형을 위해서는 전국 1700개 고교에서 최대 3명씩 추천받아 그중 1200명을 선발하는 지역균형선발제를 실시했습니다.”
또한 서울대 정원을 4000명에서 3000명으로 줄여 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자 했다. 도쿄대나 베이징대학이 3000명대, 하버드대는 1600명대, 프린스턴대·예일대·컬럼비아대는 1300명대인 것을 감안하면 대학 수준이 양질의 교육과 비례하는 것은 자명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그 밖에 기초교육 강화를 위해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하여 재학생들이 여유 있게 진로를 모색토록 했고, 대학 내 건물 증설보다 연구비 후원에 중점을 두었다. 삼성, 웅진 등에서 현금으로 1600억 원을 지원받아 그 가운데 100억 원을 자연과학대에 투입, 생명과학부에서 탁월한 인재를 배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삼성의 도움이 커서 현금으로만 500억 원을 지원받았다. 한편 총장 공관을 부수고 그 자리에 교수 아파트를 증설하여 250여 세대에 삶의 터전을 보급했다. 그 일로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칭찬을 받았다고 웃으며 회고했다.
세종시 총리 “한 나라에 행정부가 둘로 나뉠 수는 없다”
▶국무총리 시절 / 2009. 9 ~ 2010. 8
그가 국무총리가 된다고 했을 때 서울대 관계자들은 실망했다. 옛말로 하자면 총장은 대제학이고 총리는 영의정인데 자고로 대제학이 더 품위 있는 자리가 아니냐며. 그깟 총리가 뭐라고, 그것도 시시하게 이명박 정부에서 총리를 하냐며.
“당시 광우병 사태로 골머리를 앓으면서 탕평책의 일환으로 제가 발탁된 느낌이었어요. 무엇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당신도 서민 출신이고 나도 서민 출신이니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마음을 움직였죠. 경제, 사회 양극화 완화 기회가 아닌가. 어려운 사람 사정을 나보다 더 잘 아는 이가 있을까 싶었던 거죠.”
양극화 완화, 경색된 남북관계 유연화라는 나름의 청사진을 품었지만 취임 6개월 만인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이 터지면서 남북관계는 곧바로 얼어붙었고, 설상가상 세종시 문제가 불거졌다.
그는 임기 시작도 전에 ‘세종시 총리’로 불렸다. 그도 그럴 것이 “반쪽 행정수도 세종시는 원칙적으로 옳지 않다. 한 나라의 행정부가 둘로 나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대신 세종시를 기업도시, 문화도시, 과학도시화하자고 제안했으나 수도의 꿈에 부풀었던 지역민의 반대는 거셌다. 공주 출신인 총리가 되레 고향 발전을 저지한다며 ‘매향노’란 소리마저 들었다.
“그 당시 매 주말마다 15차례 이상 방문하여 지역 대표들을 설득하고, 삼성·롯데·한화·웅진 등에서 기업도시 투자 명목으로 4조5000억 원을 약속받았어요. 그런데 그 안 자체가 국회에서 부결되면서 세종시 구상은 끝내 무산됐죠. 반대파한테서 차기 대권 노림수라는 오해까지 받으며 세종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결국 1년 만에 총리를 그만두게 된 거죠. 제 성정이 모질지 못하고, 무엇보다 정파적 언어를 이해 못 했던 데다 정치적 센스도 부족했다고 봅니다.”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 있다. 2010년 5월, 한 중견기업인이 찾아왔다. 연 매출이 7000억~8000억 원 되는데, 대뜸 이민을 가겠단다. 납품가 후려치기를 더는 견디기 어렵다는 것이 사유였다.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그 길로 대통령을 만났다. “중견기업인이 이민 가겠다고 하니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는 오죽하겠냐.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아니면 이 나라 파탄난다”고 직언했다. 그해 9월 경제인들이 청와대에 모였고, 같은 해 12월에 동반성장위원회를 설립, 발족했다. 총리직을 물러난 뒤라 그가 초대 위원장이 되었다.
코로나 무풍지대 한국 야구, 110개국에 중계방송
▶KBO 총재 시절 / 2018. 1 ~ 2020. 12
1982년 한국에 프로야구가 생긴 이래 매년 20여 회 야구장을 찾았고, 2008년에는 야구 해설도 했다. KBO(한국야구위원회) 총재가 된 후엔 야구계의 동반성장을 위해 노력했다.
“이대호의 연봉이 25억 원인 것에 반해 무명 선수는 2700만 원에 불과해요. 연 수입이 100배 가까이 차이 나는 거죠. 어떻게든 올려보려고 애쓴 결과 3000만 원으로 타결되어 미약하나마 선수 간 연봉 격차를 좁힐 수 있었지요.”
각 팀 간의 원활한 선수 교류를 위해 자유계약제를 개선하는 등 구단과 구단 간의 동반성장에도 주력했다. 세계야구연맹 총재와 미국, 일본, 대만, 호주의 커미셔너(총재)를 자주 만나 국제화에도 기여했다.
코로나 시대 최대 성과는 720회 전 게임을 다 치렀다는 것과 게임 기간 중 1군 선수 가운데 확진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세계 프로 스포츠에서 유일한 경우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자국에서 경기를 하지 못하자 미국의 스포츠 전문 방송 ESPN이 전 세계 110여 개국에 한국 야구를 중계한 것도 뜻밖의 수확이었다. 임기 동안 2018년 아시아야구대회 우승, 2019년 세계야구대회 준우승을 한 것도 큰 보람이었다.
“개인적으로는 2012년 6월 스코필드 박사 동상 제막식 참석차 토론토를 방문해, 보스턴과의 경기에서 시구를 한 이후, 2018년 미국 올스타 게임 때 뉴욕양키스와 뉴욕메츠 경기에서 또 한 차례 시구한 것이 큰 추억이 되었죠. 메이저리그에서 한 팀의 시구자는 연 10명 정도라 제가 운이 좋았던 거죠. 여담이지만 역대 KBO 총재 중 경비원, 미화원들과 함께 식사한 유일한 총재이기도 했습니다.”
약자에겐 비둘기, 강자에겐 호랑이
▶멘토 스코필드 박사와 조순 교수
캐나다인이면서 3.1운동 민족대표 34인으로 불리는 스코필드 박사와의 만남은 그에게 신의 선물과도 같았다. 스코필드 박사는 1916년 세브란스 의학전문학교 교수로 부임한 후 1970년 국립현충원에 묻히기까지 한국의 가난한 학생들과 고아들을 돌보는 일에 헌신했다.
“스코필드 박사님이 안 계셨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겁니다. 제게는 아버지 그 이상인 분이셨죠. 중학교 때까지 재정적 지원을 해주셨고 저의 인격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치셨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는 입주 가정교사로 학비를 벌면서 약자에겐 비둘기처럼 자애롭고 강자에겐 호랑이 같은 기개를 보여주신 박사님을 본받고자 했습니다. 제가 평생 추구해온 동반성장의 모본이 되신 거지요.”
그의 인생에 또 다른 멘토는 조순 교수. 조 교수는 한국 대학이 반정부 데모로 어수선했던 1960년대 후반에 경제학에 대한 그의 흥미를 북돋웠고, 미국 유학길도 열어줬다. 모교 강단에 섰을 때도 그의 옆에는 조 교수가 있었고, 반대가 극심했던 결혼도 조 교수가 중간에서 부드럽게 풀어준 덕에 성사될 수 있었다.
코로나 시대, 동반성장이 해법이다
▶48년 해로한 캠퍼스 커플 아내와 가족 간 동반성장도
“2012년 동반성장연구소를 설립한 이래 9년째 그 해법을 찾기 위해 지금까지 76차례 현장 포럼을 진행했습니다. 동반성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뿐 아니라 빈부 간, 도농 간, 지역 간, 남녀 간, 세대 간 등 사회 전반에 적용돼야 하는 희망의 가치입니다. 코로나 이후 저성장과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될 테죠. 지금도 재택근무자들은 또박또박 월급을 받는 반면 일용직이나 자영업자들은 고통에 내몰리고 있지 않습니까. 코로나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사회는 동반성장으로 가야 합니다.”
한편 가족은 어떤 동반성장을 해왔을까.
“아버지는 어린 제게도 반말을 안 하셨어요. ‘~ 하게, ~는 아니네’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어머니는 저를 핥으실 정도로 아껴주셨죠. 가난했지만 사랑을 흠뻑 받고 자라서 저도 제 아이들을 민주적으로 대합니다. 48년째 ‘동반성장’을 하고 있는 서울대 미대 출신의 아내와의 사이에 1남 1녀를 두었는데, 우리 부부는 아이들을 존중하며 키웠습니다. ‘아빠찬스’를 쓴 적도 물론 없고요. 아들과 딸이 아버지, 어머니를 존경한다고 하니 이만하면 가정 내 동반성장도 이룬 것 아닌가요?”
‘신아연 작가와 나누는 참 좋은 시절’ 다음 호에는 서울신문사 발행인, 한국일보사 일간스포츠 사장, 국민일보 대표이사, 경향미디어그룹 회장 등을 거치고, 한국추리작가협회장을 지내며 400여 편의 장편 및 중단편소설을 낸 베테랑 신문인이자 소설가 이상우 씨를 만납니다.
“아이고 허리야, 비가 오려나.”
이상기후로 인해 기온이 널뛰고, 날씨가 변화무쌍한 요즘이다. ‘어르신 일기예보’가 기상청보다 높은 적중률을 자랑하곤 한다. 쨍쨍하다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도 맞출 정도이니, ‘어른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고 말할 법하다.
쑤시는 무릎이 기상청의 비 예보보다 정확한 이유가 있다. 관절은 습도와 기압에 민감한 기관이다. 장마철이 되면 관절이 팽창해 통증이 심해지고 붓기가 심해지며, 저기압일 때 통증을 더 잘 느끼도록 설계돼 있다. 고온다습한 장마철에 일반적으로 관절염이나 신경통을 기저질환으로 앓고 있는 어르신들의 통증이 악화되는 이유다.
호주 라트로베대학의 한 연구진은 습도가 높고 온도가 낮으면 관절염 환자의 통증이 30%가량 증가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관절염 환자의 92%가 습도 때문에 증상이 악화되고, 절반은 날씨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고 대답한 연구 결과도 있다.
기상청은 2일부터 전국적으로 장마가 시작한다고 예고했다. 장마철이라고 해서 관절염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란 법은 없다.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간단한 수칙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관절염을 완화시킬 수 있다. 우선 눅눅함을 없애기 위해 틀어놓은 에어컨 바람을 조심해야 한다. 습기를 제거할 필요는 있으나 찬바람이 도리어 관절통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윤종현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전문의는 “수건이나 얇은 담요 같은 도구로 관절 주위를 따뜻하게 덮어주면 에어컨 바람으로 인한 관절통 발생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내외 온도차를 5~10도 이내로 유지할 수 있도록 에어컨 온도를 조절하는 것도 방법이다.
관절염을 앓고 있는 시니어들은 방바닥보다 의자에 앉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윤종현 전문의는 “방바닥에 오래 앉아 있어도 관절통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의자에 앉아서 지내야 관절통이 덜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벼운 계단 오르기 같은 운동은 근력을 개선시켜 관절통을 줄이는 데 좋다. 하지만 계단 내리기 운동은 관절통을 악화시킬 수 있으니 내려갈 때는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대로 죽을 순 없다”. MZ세대의 놀이 공간으로 알려진 유튜브에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 70대 할머니 유튜버 박막례의 이야기다. 그는 손녀딸의 제안으로 유튜브 세계에 처음 발을 디뎠고, 어떤 개그맨도 따라잡지 못할 특유의 웃음 포인트들로 유튜브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70 평생을 파출부와 식당 같은 일만 하며 살았다가 병원에서 치매 위험 진단을 받고, 손녀가 그를 위해 회사를 그만 두고 함께 호주 여행을 한 것이 유튜브 세계에 뛰어드는 계기가 됐다.
유튜브를 통해 인생 역전에 나선 박막례 할머니는 2019년에 구글 본사에 초대를 받아 최고경영자 순다르 피차이와 유튜브 최고경영자 수전 워치츠키를 만났다. 또 미국 대표 패션지 ‘보그’와 인터뷰를 통해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처럼 유튜브 시장에서 시니어들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유튜브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4명 중 1명은 50대 이상 ‘시니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이 현상을 유튜브 알고리즘 덕분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영상을 몇 편 시청하고 나면, 별도의 검색 없이도 추천과 맞춤 동영상을 제시하는 기능이 한몫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 나아가 단순한 콘텐츠 소비뿐 아니라 박막례 할머니처럼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는 ‘시니어 크리에이터’들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중에서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며, 특별한 인생을 만들어가고 있는 ‘K할머니들’이 적지 않다.
이에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현재 인기가 높은 K할머니들의 유튜브 채널을 소개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밀라노 유학생, 패션 유튜버 ‘밀라논나’
50년의 디자이너 경력을 보유한 70대 장명숙 할머니는 패션 유튜버다. '밀라논나' 채널에는 세련된 코디법과 쇼핑 팁, 패션 트렌드, 브랜드에 대한 전문 지식 등을 간단히 소개하는 형식의 영상이 업로드된다. 추가로 ‘논나의 아.지.트’라는 코너를 통해 구독자들의 고민을 듣고, 따뜻한 조언을 건네기도 한다.
또한 새 옷을 사지 않기 위해 체중 관리를 하고, 물려받은 비녀를 브로치로 만든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 고체 비누 샴푸를 구입하고, 일회용기 뚜껑을 모아뒀다 반찬 그릇의 덮개로 쓰기도 한다. 시니어만이 풍길 수 있는 분위기와 아름다움으로 그는 구독자 81만 명과 소통하고 있다.
먹방계의 숨은 강자 순이 엄마(SUNI MOM), 영원씨(01seeTV)
6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먹방 유튜버 순이 엄마는 짜파구리와 연어 국수, 산낙지 등 맛있는 음식 뿐 아니라 ‘배고파서 세제 뿌려서 수세미 먹었어요’, ‘직접 만든 대왕 무지개 쿄호젤리 먹방’ 등 눈길을 사로잡는 영상으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또 다른 먹방 유튜버 영원씨는 80대 나이에 인생의 새로운 막을 열었다. 동네 친구들과 함께 모여 먹는 파전과 오리 백숙, 닭발 등 시골 분위기를 자아내는 영상뿐 아니라 지구 젤리와 명량핫도그, 쉬림프링, 불량식품 먹방 등 평소 할머니들이 보기 어려운 음식을 직접 찾아 먹으며 재미를 더한다.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전형적인 할머니 요리와 MZ세대가 주목할만한 간식거리, 음식을 적절히 선택해 다양한 먹방 콘텐츠를 보여주고 있다.
우당탕탕 시트콤 인생, 순자엄마
순자엄마는 자신의 시골 생활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고, 거침없는 입담으로 큰 웃음을 자아내는 60대 유튜버다. 그는 가족과의 일상, 몰래카메라, 먹방, ASMR 등 재밌는 콘텐츠를 양산하며 구독자 25만 명과 마주하고 있다.
특히 ‘맛있는 반찬은 다 아들 앞으로만 줬더니 남편 반응’, ‘장어 구워서 남편을 유혹한다면?’ 등 가족 몰래카메라 콘텐츠가 인기다. 순자엄마 유튜브 채널 내 댓글에서는 “이렇게 재밌는 영상은 공중파에서 방송해야한다”, “매번 볼 때마다 웃음 폭탄” 같은 폭발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대표 시니어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Korea Grandma)’
70대 할머니 박막례는 한국의 대표 시니어 유튜버다. 치매 위험 진단을 받은 후 이를 예방하기 위해 시작한 유튜브 채널이 어느덧 구독자 131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인기에 힘입어 유튜브뿐 아니라 에세이 책도 출간했으며, 연예계에서도 주목하는 셀럽이다.
“왜 남한테 장단을 맞추려고 하나. 북치고 장구 치고 하고 싶은 대로 하다보면 그 장단에 맞추고 싶은 사람들이 와서 춤을 추는 거다”, “고난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내가 대비한다고 안 오는 것도 아니다. 고난이 올까봐 쩔쩔 매는 게 제일 바보 같은 거다” 등 솔직담백한 말들로 젊은 세대의 공감을 사고 있다.
대표 영상으로는 ‘막 대충 만드는 비빔국수 레시피’, ‘시장에서 산 천원 립스틱 5천 원어치 리뷰’, ‘내겐 너무 더러운 손녀딸’ 등이 있다.
왕년 전성기에 누렸던 최고의 영웅담이나 에피소드를 꺼내보는 페이지입니다. 가수 남궁옥분의 시간을 되돌려본 그 시절, ‘우리 때는 이것까지도 해봤어, 나도 그랬어, 그랬지!’라고 공감을 불러일으킬 추억 속 이야기를 넘겨보는 마당입니다. 글 사진 남궁옥분
어릴 적 동네 사람들이 저를 사과 궤짝 위에 올려놓고 노래를 시키면 곧잘 불러 뜨거운 반응을 받았다는 어머니의 증언!
시작은 미미하고 초라했으나 유년 시절의 그런 일들이 밑거름이 되었던지, 데뷔 후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를 만나 방송국과 국내외 무대를 종횡무진했지요. 하루에 12군데 스케줄을 소화해내며 달리던 1981년부터 지금까지 ‘대한민국 최초’라는 기록들도 세우며 운 좋게 아직 현역으로 남아 무대를 지키고 있습니다.
40년의 세월 속에서 아름답고 영광스러웠던 기억 몇 가지를 꺼내봅니다.
1983년 봄! ‘귀국서약서’를 비롯한 수십 장의 서류를 작성해 통과해야만 출국이 가능하던 시절, 첫 해외 공연을 앞두고 혹시나 무슨 일이 생겨서 취소되는 건 아닐까 조바심 내던 때가 생각납니다.
대한항공이 주최하는 미주 공연이었기에 생애 첫 국제선 비행기는 퍼스트 클래스였습니다. 지상에서는 꿈도 꾸지 못했던 수준의 식사와 서비스는 지금 생각해도 황홀합니다.
처음 타보는 국제선에 처음 밟아보는 미국 땅은 콜럼버스가 미 대륙을 발견했을 때만큼의 기쁨이라 해도 좋을 만큼 설렘 가득했습니다. 외국에 대한 동경이 컸던 시절이라, 쌀쌀한 초봄에 서울을 떠나 날짜변경선을 경험하고 만난 사계절 여름인 하와이는 가히 충격적이었지요.
당시 교포들도 고국의 소식조차 여러 날을 두고 시간차로 접하던 미국에서 고국의 많은 가수들을 만난다는 건 꿈같은 일이었을 겁니다.
대한민국 당대 최고의 연예인으로 구성된 공연단이 워싱턴DC의 ‘케네디센터’, 뉴욕의 ‘메디슨 스퀘어가든’,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등을 순회 공연하는 일정이었지요. 첫 도착지 하와이에서 동부 뉴욕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가수 최초의 대형 공연장에서의 공연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답니다.
이미자, 김상국, 조영남, 하춘화, 바니걸스, 국악인 조상현, 이춘희 등 대중가요와 국악계를 빛낸 국내 최고의 가수들이 밴드까지 이끌고 미국 최고의 공연장에서 노래한다는 것은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이었습니다.
현지 교민들이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한 감동이었다 할 정도였으니, 그때 막내였던 저로서도 꿈에 그리던 큰 무대에서의 공연을 아직도 잊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당시 국내엔 큰 공연장이 없었던지라 무대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까지 한참을 달려야 도달하는 ‘메디슨 스퀘어가든’은 명성만큼이나 저를 주눅 들게 했는데, 훗날 다시 서보니 그때보다는 많이 작아져 있었습니다.
‘케네디센터’는 주변의 모든 시설들까지 대리석으로 완성돼 눈에 띄는 아무 곳에나 대고 셔터를 눌러도 그냥 작품이 될 정도였습니다. 그런 곳에서 최초로 공연을 했다는 자부심은 이 글을 쓰면서 되살려본 기억 속에서도 여전히 뿌듯한 기쁨으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감동도 ‘카네기홀’을 넘어설 수는 없을 듯합니다.
1989년인가? ‘조영남의 카네기홀 콘서트’를 함께하자 해서 무작정 따라나섰던 일이 제 생애 가장 잊지 못할 영광스런 일이 되었습니다.
메인홀 최초 공연자는 조영남이 아닌 패티김이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아니 그 후로도 아주 오랫동안 메인홀 공연자는 패티김, 조영남, 남궁옥분뿐이었습니다.
콘서트홀이 아닌 메인홀!
노래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며 서고 싶어 하는 가장 영광된 무대에서 노래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전 충분히 행복합니다.
대한민국의 예술인 의전이 최악이던 시절, 미니 칵테일바까지 있는 하얀 리무진이 뉴욕 시내를 돌아 카네기홀에 내려놓을 땐 이곳을 다녀간 예술가들의 모습이 한꺼번에 머릿속을 스쳐갔습니다.
그곳을 거쳐간 영혼들이 지켜준다는 전설 덕분인지, 리허설 때의 긴장감은 아랑곳없이 정말 무언가에 이끌리듯 아주 편히 노래를 했던 기억이 나네요.
미국 스태프들이 공연 중 카메라 촬영도 불허하는 바람에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못한 점이 정말 큰 아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게다가 그런 일에 별로 관심 없던 조영남 선배의 성향 때문에 결국 허접한 사진 두 장만이 카네기홀의 그 영광스런 순간을 이야기해주네요. “이게 정말 카네기홀이야?”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평범한 사진이기에 좀 억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많은 예술 거장들이 실황음반을 남기며 사랑했던 역사적인 문화 현장,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 한 귀퉁이를 지키는 남궁옥분에게도 그곳에 설 기회가 있었다는 사실은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도 결코 잊지 못할 겁니다.
사진을 찾다가 카네기홀 이곳저곳을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게 옷에 붙이는 백스테이지 스티커를 만나니 감회가 새롭네요.
이렇듯 살아가면서 ‘최고’, ‘최초’를 경험하는 것은 참으로 신나는 일입니다.
가수를 직업으로 삼아 살아오면서 참 많은 특혜를 누리고 참 많은 곳에서 대우를 받은 지난 시절이 생각할수록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번엔 호주로 가봅니다.
1987년 호주 공연은 연예인 공식 초청 1호였고, 우리 연예인단은 모두 이민 비자를 받아 입국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민을 꿈꾸던 그 시절! 그곳에 그냥 눌러앉아도 되는 분위기였습니다. 아마도 외국을 동경했다면 합법적인 호주 이민이 될 수도 있었겠지요.
정말 모든 게 지금에 비해 허술했던 아날로그 시대의 추억입니다.
호주에서의 잊지 못할 또 다른 추억 하나는, 교민들이 우리에게 건네준 어마어마한 선물들 때문에 공연단 일행 모두가 당시 100달러 남짓 추가 운임을 지불해야 했던 웃지 못할 일이 있었답니다.
그렇게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정이 있었고 따뜻한 마음이 넘쳐났지요.
공연 마지막에는 언제나 태극기를 흔들며 ‘고향의 봄’을 함께 불렀습니다. 우리를 보내는 아쉬운 마음에 무대를 향해 눈물을 훔치며 한없이 손을 저어주시는 모습은 어디서든 똑같은 풍경이었습니다.
고향을 그리워하던 그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유년 시절을 함께 지켜준 사람들! 평범하게 고무줄놀이, 공기놀이를 하고 가끔 풍금 치며 노래하던 남궁옥분이 이렇게 최고의 경험을 하며 최초의 역사를 간직하고 살 거라는 건 감히 생각도 못 했을 겁니다. 저도 꿈처럼 느껴질 때가 있으니….
그렇게 준비 없이 등 떠밀려 뛰어들었던 가요계에서 이렇듯 좋은 추억이 많다는 건 축복이고 행운입니다.
언제나 제 삶 속에서 아름다운 추억으로 빛날 것이기에 참으로 감사합니다.
그래서 저는 행복합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약 1년이 지났다. 하늘길이 닫혔고, 각자 꿈꾼 여행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길어지는 ‘집콕’ 생활은 새로운 여행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사람들은 방구석에서 세계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냈고, 매일 지나는 동네에서 숨겨진 명소를 찾는 재미를 발견했다. ‘이런 것도 여행이라 부를 수 있을까’ 싶은 것들이 관광이 되고, 산업으로 성장했다. 여행이 달라졌다.
글로벌 온라인 여행정보 기업 부킹홀딩스가 최근 전 세계 28개국 2만여 명의 여행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2021년부터는 총 9가지의 여행 방식이 대중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온라인 여행 ▲기술을 접목한 여행 ▲근거리 여행 ▲안전한 여행 등이 이에 해당한다. 국경을 넘나들며 세계 각국의 랜드마크에 발 도장을 찍는 대신 익숙한 장소에서 편하고 안전하게 여행을 즐기는 시대가 왔다는 이야기다.
‘현실감 최강’ 대세는 몰입형 콘텐츠
코로나19 이후 주목받고 있는 여행 방식은 ‘랜선 여행’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IT 기기를 통해 즐기는 여행으로,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여행 자체가 불가능해지면서 새롭게 떠오른 문화다. 대표적인 것이 유튜브의 ASMR(자율감각쾌락반응) 콘텐츠다. 크리에이터가 특정 주제를 설정하고 이에 맞게 실제 상황인 것처럼 연기하는 롤플레잉 ASMR 영상은 유튜브에서 꾸준히 관심을 끄는 콘텐츠 중 하나다. 이어폰을 착용한 뒤 눈을 감는 순간, 원하는 곳 어디로든 ‘상상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중 ‘공항 ASMR’, ‘비행기 ASMR’은 공항에 도착해 입국수속을 밟고 실제 비행기를 타는 것 같은 생생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승무원의 말소리부터 탑승 안내 방송, 공항 특유의 시끌벅적한 느낌까지 완벽하게 재현한다.
오랜 ‘집콕’으로 유튜브가 식상하게 느껴진다면, 혹은 진짜 여행지를 구경하고 싶다면 각국 관광청 홈페이지도 눈여겨볼 만하다. 오스트리아 관광청, 두바이 관광청 등 여러 나라에서는 자국의 관광지를 360도 영상이나 고화질 사진으로 홍보하는 몰입형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압권인 것은 호주 관광청의 ‘8D로 체험하는 호주’ 영상이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에스페란스 해변에서 돌고래가 뛰노는 소리, 세계에서 가장 작은 페어리펭귄이 이동하는 소리, 킴벌리의 호라이존탈 폭포 소리 등 현장에서나 들을 법한 생동감 넘치고 입체적인 소리가 오감을 자극한다.
세계의 문화 예술을 실감나게 접하는 방법도 있다. ‘구글 아트 앤 컬처’는 구글과 제휴한 주요 박물관 2000여 곳의 콘텐츠를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한다. 가상현실(VR)과 거리 뷰 기능을 통해 런던 대영박물관, 파리 오르세미술관 등 세계적인 박물관과 도서관을 360도로 산책하듯이 둘러보고, ‘아트 카메라’ 시스템으로 작품의 미세한 부분까지 관찰할 수 있다. 앱을 다운받으면 더욱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증강현실(AR) 기술을 이용한 ‘아트 프로젝터’ 기능을 누르면 카메라 화면 속에 3차원 예술 작품이 나타나 서 있는 곳을 박물관으로 만든다.
랜선 여행의 진화는 어디까지? 실시간 현지 투어
인터넷 서핑을 통해 여행 분위기를 내는 것을 넘어 이제는 집 안에서 ‘진짜 여행’을 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은 여행사와 숙박업소 등 관련 산업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비대면·비접촉 여행 관련 각종 상품을 내놓고 있기 때문. 비용을 기꺼이 지불할 의향이 있다면, 집에서도 패키지 관광이 부럽지 않은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여행상품 중개 플랫폼을 운영하는 마이리얼트립은 최근 해외에 거주 중인 여행 가이드들이 실시간으로 관광지를 찾아다니며 소개하는 ‘랜선 투어’ 상품을 출시했다. 실제 여행사 프로그램처럼 이용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생동감 넘치는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스페인 소도시 세고비아의 골목을 둘러보는 여행부터 홍콩 야경 투어, 로마 시내 워킹 투어 등 콘셉트도 다양하다. 그중 가장 인기가 많은 투어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여행. 투어에 참가한 이용자들은 “실제로 가이드와 함께 걷는 기분이다”, “집에서 ‘치맥’하며 바르셀로나를 둘러보는 특별한 체험이었다” 등 만족스러운 후기를 남겼다.
에어비앤비는 호스트와 게스트를 연결하는 플랫폼의 특성을 살려 ‘온라인 체험’을 선보였다. 각국의 호스트들이 원격 화상회의 시스템으로 이용자들에게 각국의 문화·예술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일본 승려와 함께하는 명상, 현직 멕시코 셰프의 타코 수업, 고고학자와 이탈리아 와인 역사 배우기 등 원하는 체험을 선택하면 현지인과 생생하게 교류할 수 있다. 가격은 프로그램마다 다르지만, 대개 2~4만 원대다.
한편 일본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본항공(JAL)은 최근 대면 형태로 실시하던 비행기 공장 견학 프로그램을 원격으로 전환하고, 인쇄업체 톳판인쇄사는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해 일본 유명 문화재를 온라인으로 견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의 최대 여행사 JTB도 하와이 킬라우에아 화산과 마우나케아 산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온라인 투어 서비스를 도입했다.
나만 아는 여행지, 숨은 명소를 찾아서!
콧바람을 쐬어야 비로소 여행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방구석 여행에 흥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인파가 바글바글한 ‘핫플레이스’를 갈 수도 없는 노릇. 이 때문에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숨은 여행지를 찾아 떠나는 트렌드가 생겨났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6월 발표한 국내여행 의향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기존 유명 관광지보다 숨겨진 여행지나 사람이 많이 몰리지 않는 곳으로 여행할 것’이라는 응답이 1순위로 높았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런 트렌드를 반영해 지난해 ‘언택트 관광지 100선’을 내놓았다.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은 관광지 ▲개별 여행 및 가족 단위 테마 관광지 ▲야외 관광지 ▲자체 입장객수를 제한하는 관광지 등 거리두기 기준을 충족하는 여행지를 모아놓은 목록이다. 여행지는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100곳의 여행지를 천천히 살펴보면, 생소한 관광 명소가 눈에 띄면서 우리나라가 새삼 낯설게 느껴진다.
‘차박’도 새롭게 부상한 언택트 여행 문화다. 차에서 관광과 숙박을 모두 해결하는 차박은 거리두기에 최적화된 여행이다. 차로만 방문이 가능한 이색 명소를 들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터넷 카페 ‘차박캠핑클럽’ 운영자 ‘둥이아빠’의 추천에 따르면, 차박의 대표 명소는 충북 충주 목계솔밭이다. 광활한 대지에 화장실과 개수대 등 편의시설을 모두 갖춰 그야말로 차박의 성지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충주 수주팔봉 캠핑장과 삼탄유원지, 양평 광탄유원지, 여주 신륵사 등이 차박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숨은 여행지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을 수도 있다. 뉴노멀 시대의 또 다른 트렌드는 동네 걷기 여행. 동네 걷기 여행의 매력을 잘 보여주는 콘텐츠는 카카오TV의 웹 예능 ‘밤을 걷는 밤’이다. 밤을 걷는 밤은 가수 유희열이 서울의 밤거리를 거니는 모습을 담아낸 프로그램으로, 익숙한 거리에서도 색다른 매력을 찾아내 보는 묘미가 있다. 때로는 정해진 방향 없이 발길 닿는 곳으로 향하기도 하고, 우연히 멋진 풍경을 만나면 멈춰서 감상도 한다. 부담 없이 동네 한 바퀴를 산책하는 듯한 편안한 콘셉트 때문인지 2020년 12월 기준 누적 조회수가 560만 회를 돌파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언제쯤 자유롭게 떠날 수 있을까. 아직은 미지수다. 이렇게 애쓰며(?) 노는 게 마스크 없이 세계를 자유롭게 누비는 여행만큼 만족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배낭을 챙기게 될 날을 기다리면서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여행을 즐겨보는 것도 색다른 추억이 될 수 있다.
7년 전, 신아연(57) 소설가는 옷가방 두 개를 거머쥐고 21년간 살았던 호주를 떠나 무작정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고국에 돌아왔을 땐 그야말로 맨몸뚱이뿐이었다. 월세 36만 원짜리 고시촌에서 김밥 한 줄로 하루를 때우며, 그녀가 허비 없이 할 수 있는 건 오직 글쓰기였다. 수행처럼 글을 닦자 이윽고 ‘내 인생’을 찾고 싶다는 무의식이 샘솟았고 흐느적대던 몸과 마음이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삶의 질곡에서 붙잡았던 글들을 모아 ‘좋아지지도 놓아지지도 않는’을 내놓았다.
신아연은 스스로 책을 통해 위로를 얻는 사람이라 말한다. 마치 젓갈이 절여지듯 독서에 푹 잠긴 덕분에 이만큼이라도 자신을 바로 세울 수 있었다고. 그런 그녀가 이번 책을 통해 독자들과 나누려는 위로의 메시지는 무엇일까?
“인간의 위대함은 운명을 바꾸는 데 있지 않고, 운명을 그대로 살아내는 데 있다고, 그것이 운명을 바꾸는 길이자 본래 자기로 사는 모습이라 말하고 싶었습니다. 이따금 내가 인생을 사는 게 아니라 인생이 나를 어디론가 끌고 간다는 생각이 들어요. 거부하려 발버둥 쳤지만 결국 그 길, 그러한 운명을 가는 자신을 보면 그것이 내게 주어진 삶의 몫이고, 그것을 통해 배울 점이 있다는 거죠.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약점이나 모자람 등이 나를 성장시키고 타인을 위로한다는 걸 깨달을 때 지금의 처지도 순식간에 살 만한 자리로 변합니다. 제목처럼 ‘좋아지지도 놓아지지도 않는’다면 그대로 인정하고 껴안아버리자는 거죠.”
자신만의 고유한 삶을 살고 있는가?
그런 그녀가 삶에서 나아지지 않지만 껴안아야 했던 것은 ‘가족’이었다. 아버지가 시국사건에 연루된 무기수였기에 가족들은 죄인 취급을 받으며 억눌려 살아야 했다. 그리고 그녀가 불현듯 한국으로 돌아온 까닭도 그러했다. 결혼하자마자 호주로 이민 가, 20여 년을 매 맞는 아내로 살며 가정폭력에 시달렸던 것. 좁은 교민사회에서 위로는커녕 가정폭력을 감추는 데 급급해 스스로 고립된 채 자신을 잃어갔다. 그렇게 다시 자기 인생을 찾기 위해 택한 이혼, 그 후 수순처럼 따라온 건 절박한 가난이었다.
“아픈 가족관계가 제겐 좋아지지도 놓아지지도 않는 대상이었습니다. 그러니 인정하고 살아갈 수밖에요. 그런데 그 아픔은 깨진 항아리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길을 촉촉이 적시며 오종종히 꽃을 피우듯 나를 성숙한 사람으로 만들었죠. 한국에 돌아와 겪은 가난 역시 오히려 정신을 맑게 해주고 현실을 직시하게끔 도왔습니다. 방세를 내면 식비가 없어 굶는 날도 있었지만, 그런 벼랑 끝 순간들 덕분에 나를 새롭게 인식하게 됐고요.”
더는 내려갈 바닥이 없다고 인정하자 할 수 있는 일들이 보였고, 차츰차츰 일어설 수 있었다. 비로소 ‘내가 나로 산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도 생겨났다. 그녀는 그렇게 꿋꿋이 홀로 견뎌낸 세월이 자신의 고유함을 만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우리는 각자 고유한 존재라는 걸 명확히 인식해야 해요. 과연 자신만의 고유한 삶을 살고 있는지, 내가 아니고서는 살 수 없는 그런 삶을 살고 있는지 질문해보세요. 굳이 남에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자신만의 삶을 산다면 누군가를 흉내 내거나 부러워하며 내 모습이 아닌 것에 연연할 필요가 없습니다. 곰이 동굴에서 쑥과 마늘만 먹고 웅녀가 된 것처럼, 저는 4.5평 원룸에서 책과 글만 먹으며 견뎠어요. 그 지난한 시간이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제 고유함이 되어 가난과 고독을 품고 살아가게 합니다.”
그렇게 자신의 고유함을 키우기 위해 신아연은 3년 전부터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3시간 동안 글을 쓰는 ‘글 수행’을 자처했다. 자칫 고독한 행보로 여겨질 수 있는 나날들이었지만 그녀에겐 오히려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로 작용했다. 수행의 산물과 같은 이번 책은 ‘영혼의 혼밥’이라는 주제로 자생한방병원 블로그를 통해 독자들과 나눈 글을 추려 엮은 것이다.
“제게 글은 숨쉬기와 같습니다. 살아 있는 한 써야 하고, 써야만 살아지니까요. 또한 혼자 살아가는 자신을 다잡는 수행의 방편이기도 하죠. 그럼에도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소통해야 합니다. 가령 한 편의 글에서 글쓴이는 80%의 수고를 하고, 나머지 20%는 독자들이 채웁니다. 소통이 일어나야 한다는 의미지요. 고맙게도 이메일, 문자, 댓글 등으로 피드백을 자주 보내주셔요. 저 또한 독자들과의 교감을 통해 배우고 깨닫는 게 참 많습니다.”
중년, 인생의 목차를 정리할 때
독자와 함께 일군 300편의 글 가운데 100편의 글이 책 속에 담겼다. 자신의 지난 글을 다시 읽는 감회가 남달랐을 것이다. 하나하나 소중하고 의미가 있을 터, 어떤 기준으로 글을 갈무리했는지 궁금했다.
“‘인생은 목차’라는 말을 하고 싶네요. 책을 낼 때 목차를 명확히 나누고 의미별로 파트를 구분하면 내용은 저절로 정리돼요. 삶도 마찬가지죠. 뒤섞이고 흩어져 있을 때는 길이 보이지 않거든요. 그럴 때 인생을 목차로 나눠 보면 삶은 더욱 명료해집니다. 또 인생의 반환점을 도는 중년이 되면 인생 성적표가 나오죠. 저는 가정 경영에서 낙제점이지만 그래도 어쩌겠어요. 그게 현실인 것을요. 다만 이제는 다른 목차, 다른 여정으로 가야겠죠. 이번 책은 제게 혼자 가야 하는 후반생의 새로운 목차와 같습니다. 스스로 정리한 목차이기에 여생의 충실한 이정표가 되리라 생각해요.”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그녀의 2020년 목차는 무엇으로 채워졌을지, 또 2021년을 채우게 될 목차는 무엇일지 물었다.
“올해의 키워드는 단연 ‘코로나19’죠. 저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요. 어차피 글을 쓰고 책 읽는 게 전부인 일상이었으니까요. 혼자 살고, 혼자 일하면서 코로나19와의 거리두기가 저절로 됐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2020년의 목차는 글쓰기와 책 읽기를 두 축으로 한 고독과 가난, 치유와 인내가 되겠네요. 남은 12월은 마무리와 시작이 맞물리니 잘 해냈고, 잘 해낼 것이라는 자신에 대한 믿음과 생채기 난 것들의 회복이라 하겠어요. 2021년엔 무엇보다 자연과 인간의 화해와 존중, 인간 간의 연민과 연대가 중요하리라 봐요. 개인적으로는 공감을 바탕으로 한 독자들과의 우정, 두 아들과의 이해 어린 사랑, 저 자신에 대한 용서, 창의, 자유 등을 새해 목차로 삼고 싶습니다.”
큰 마이크를 앞에 두고 작은 목소리로 말하거나, 음식을 먹거나, 아니면 손으로 효과음을 내면서 오로지 소리만 들려준다. 제목에는 먹방, 롤플레이, 자연현상, 수면 등과 같은 단어가 달려 있다. 이쯤 되면 뭘 말하려는지 알아차리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이번 큐레이션의 주제는 바로 ‘ASMR’이다.
‘ASMR’은 ‘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의 줄임말이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자율감각 쾌락반응이다. 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영상을 뜻한다. 바람 부는 소리, 연필로 글씨를 쓰는 소리, 바스락거리는 소리 등을 제공한다. 이런 설명 등을 요약해 ‘청각을 통한 오감 만족’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까? 근래에 생긴 개념은 아니다. 2010년대 미국과 호주 등에서 유행하면서 전 세계로 퍼졌다.
“10년 전에 유행했던 걸 왜 이 시점에 소환하는 것이냐?”라고 묻는다면 바로 ‘코로나19’ 때문이다. 9월 모바일 설문조사업체 오픈 서베이가 발표한 ‘건강관리 트렌드 리포트 2020’에 따르면, 정신건강을 위한 행동 1순위는 충분한 수면이다. 코로나19가 없었던 지난해보다 3.1%P 증가한 수치다. 실제로 숙면의 어려움을 호소한 경우는 작년보다 7.6%P 증가했다. 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명상 동영상 혹은 ASMR과 같은 음성 콘텐츠를 찾는 경우가 47%로 가장 많았다. 코로나로 인해 ASMR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쉽게 잠들지 못하는 분들을 위한 ASMR 채널을 소개한다.
ASMR Boyoung 반보영
엄마나 애인의 무릎을 베고 누워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귀를 파다가 깜빡 잠든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이 채널은 사물을 이용한 소리를 주로 들려주는데, 특히 귀 청소를 콘셉트로 한 영상이 가장 많다. 이어폰을 끼고 들으면 실제로 누가 귀를 파주는 듯한 기분이 든다. 영상 중간에 눈앞에 있는 사람처럼 상황극을 해서 몰입도가 더 높다. 영상으로 이런 경험을 하면 좋은 점도 있다. 귀이개가 닿는 차가운 촉감이나 잘못 건드렸을 때의 고통이 없다. 한마디로 잠에 빠지도록 해주는 가장 좋은 환경을 구현하고 있다. 덤으로 빗질이나 샴푸하는 소리를 담은 영상도 있는데, 듣다 보면 미용실에 온 기분이 들어 마음이 차분해진다.
뚜비 Ddoobiii ASMR
실제로 황시목 같은 검사가 있을까? 직장에 황시목 같은 후배가 있으면 어떨까? 황시목의 사무실은 어떨까? 깨끗할까? 참고로 황시목은 얼마 전에 방영을 끝낸 tvN 드라마 ‘비밀의 숲’의 주인공이다. 드라마는 끝나도 여운은 늘 남는다. 정말 좋은 드라마는 또 봐도 재밌다. 이 채널은 영화 혹은 드라마 속 장소나 장면 그리고 등장인물이 연상되는 ASMR을 들려준다. ‘황시목 검사의 사무실’이나 ‘호그와트 주방’이 그 단적인 예다. 드라마나 영화가 남기는 여운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면 이 채널을 추천한다. 자기 전에 드라마를 보고 싶은데 너무 피곤해서 엄두가 나지 않을 때 들어도 좋다. 잠도 자고 드라마도 느낄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TV창비
갑자기 출판사 유튜브 채널을 소개해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언뜻 보기에 출판사 채널이랑 ASMR은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최근 이 채널이 시인의 ASMR을 마련했다. 시를 낭독하는 채널은 유튜브에 많다. 하지만 시인이 자신이 쓴 시를 직접 읽어주는 경우는 흔치 않다. 요즘 상황은 코로나19 때문에 낭송회를 여는 일도, 참여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그런 시기라서 그런지 더 반갑다. 시각의 청각화가 이런 것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박소란 시인의 ‘모르는 사이’를 추천한다. 듣고 있다 보면 어느새 단잠에 빠져든다. 그만큼 효과는 입증된 셈(?)이다.
힐링사운드 ASMR
이 채널 소개는 많이 망설였다. 혼자만 알고 싶은 채널이었기 때문이다. 구독자 수는 적지만 영상은 알차다. 영상을 들으면 영화 ‘봄날은 간다’의 주인공 상우가 떠오른다. 대나무숲에서 조용히 소리를 채집하던 그처럼 채널 운영자는 직접 자연의 소리와 영상을 모은다. 그만큼 생생하다. 평균 8시간이 넘는 긴 영상이지만 계속 보고 있어도 지루하지 않다. 여행하는 기분도 들고, 동시에 마음이 평온해져서 보고 있으면 몸이 노곤해진다. 풀벌레 우는 소리와 빗소리, 계곡물 소리를 듣다 보면 커다란 숲에 들어선 듯한 기분도 든다.
*구독자 수는 2020년 10월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