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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 에세이] 나목의 추상
- 겨울이 찾아오는 동안 나무들은 조용히 잎을 내려놓아 나목이 되었다. 흐린 하늘은 커다란 도화지가 되어 무채색 추상화를 품는다. 굵직한 줄기로 힘 있는 선을 긋고, 가는 잔가지로 섬세히 선을 흩뿌린다. 아직 떠나지 못한 고엽 몇 점, 마지막 점을 더해 완성을 이룬다.
- 최경인 사진작가 2024-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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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 에세이] 들국화
- 가을 숲길을 걷다가 은은한 꽃향기 내 몸을 감싼다 여기저기 들국화가 지천이다 이름 모를 꽃들도 반갑다 구절초면 어떻고 쑥부쟁이, 벌개미취면 또 어떠랴 수줍게 피어난 꽃망울들이 가을길을 가만히 물들인다 가을이 무르익었다
- 최경인 사진작가 2024-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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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 에세이] 가을 강아지풀
- 가을빛이 깊게 스며든 날, 눈부신 오후 햇살 속 강아지풀은 찬란히 무르익어 있다. 한때 푸르름을 자랑하던 여름은 가고, 이제 씨앗을 품은 강아지풀은 살랑이는 바람에 흔들리며 지나가는 이들에게 작은 꼬리를 살며시 흔든다.
- 최경인 사진작가 2024-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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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 에세이] 담쟁이의 사랑
- 담쟁이덩굴이 담을 오른다 온몸으로 담을 더듬던 뜨거운 날은 지나고 찬바람에 잎사귀들이 하나둘 몸을 떨군다 남은 잎들은 마지막 꽃단장을 하고 사랑하는 담을 꼭 끌어안으며 붉은 입맞춤으로 다가올 내년을 속삭인다
- 최경인 사진작가 2024-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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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 에세이] 비 그친 오후
- 비 그친 오후 한바탕 비가 쏟아지고 나서 하늘은 금세 맑아졌다 비가 채 마르기도 전 황혼 햇살이 스며들어 비에 반짝였던 산책길은 노을에 다시 젖는다 길을 걷는 사람들은 실루엣으로 변하고 우산은 어느새 지팡이가 되었다
- 최경인 사진작가 2024-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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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 에세이] 날개를 펼치다
- 바닷가에 바람이 불어온다 잠잠했던 바닷물, 파도가 되어 바위 여기저기 부딪치고 포말이 되어 이리저리 흩어진다 물보라 빛 머금은 날개를 편다 마주 오는 거센 바람을 맞으며 매서운 눈빛으로 비상을 준비한다
- 최경인 사진작가 2024-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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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 에세이] 청보리밭 양귀비
- 연둣빛 들판 위 붉은 양귀비 고요한 청보리밭이 소란스러워진다 보색의 만남이 시끄럽다 과거의 양귀비가 다시 태어난 걸까 짙은 속눈썹 아래 붉은 입술 치명적인 아름다움 청보리들이 장창을 들고 경외한다
- 최경인 사진작가 2024-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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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 에세이] 수선화의 노래
- 자신을 죽도록 사랑했던 슬픈 신화를 생각한다 아름답지만 고독했던 이야기 간직하고 싶지 않았던 그것 목을 곧추 뽑아 나팔을 물고 노래한다 외롭지 않다고, 슬프지 않다고 포근한 봄 햇살과 늙은 장독이 수선화를 위로한다
- 최경인 사진작가 2024-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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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 에세이] 축제의 봄
- 계절의 윤회는 어김없어 다시 따스한 봄이 돌아왔다 간직해온 망울을 앞다퉈 터뜨리며 환영의 꽃축제를 연다 샛노랑 개나리 덤불이 합창을 하고 벚꽃들이 봄 햇살을 안고 춤을 춘다
- 최경인 사진작가 202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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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 에세이] 봄의 파문
- 겨우내 얼어 있던 호숫물이 녹아들자 수양버들에 물이 올라 잎이 돋는다 오리들도 날아들어 먹이를 찾는다 자맥질로 고요한 호수에 파문을 일으킨다 바람 없이 잔잔한 호수면에 동심원을 그린다 봄의 소리가 자그맣게 울려 퍼진다
- 최경인 사진작가 2024-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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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 에세이] 눈 내리는 길
-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많은 눈이 내린다 하얀 붓 터치 되어 한 폭의 그림을 만든다 무채색 그림에 무지개 우산이 정점을 찍는다 날씨는 궂어도 행인의 뜻을 굽히지 못한다 피할 수 없다면 하얀 고난이 오히려 즐겁다 환하게 갠 하늘의 무지개를 그리며
- 최경인 사진작가 2024-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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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 에세이] 새해 동해의 태양
-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우리가 간직함이 옳지 않겠나 동해 일출에는 경건함이 있다 애국가의 첫 장면이 된다 정초 첫 해에는 희망이 있다 또 한 번 염원의 대상이 된다 수뭇개바위 연주 속에 갈매기 춤추고 떠오르는 태양이 박수를 친다
- 최경인 사진작가 2024-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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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 에세이] 겨울 가로등
- 눈 위로 밤이 찾아들었다 쌓인 눈이 가로등 불에 빨갛게 빛난다 눈이 쌓이자 색 드러나는 건 등이다 쌓인 눈에 다니던 길은 사라지고 쌓인 눈에 오간 발길은 나타난다 쌓인 것은 눈인데 바뀐 것은 세상이다
- 최경인 사진작가 2023-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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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 에세이] 가을 여행
- 가을이 깊어지면 화려했던 날들은 추억이 된다 정들었던 나무와 이별을 한다 낙엽 하나가 물 위에 떨어져 부유한다 물 위에 비친 나무와 마지막으로 닿는다 가을바람이 불면 낙엽은 가을 여행을 떠난다 영원한 이별의 여행을
- 최경인 사진작가 2023-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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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 에세이] 山寺의 코스모스
- 맑은 가을날 산사 한켠에 소녀가 피었다 청초한 모습이 무척 가녀리다 산들바람에 하늘거리지만 연분홍빛 웃음을 쉬지 않는다 가을 길목에서 계속 손짓한다
- 최경인 사진작가 2023-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