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OECD 주요국 중 가장 빠르게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것을 대비하고 갖춰야 할까? 고령화 시계에 가속도가 붙은 오늘날. 브라보 마이 라이프 기자들이 청년, 중년을 지나 다가올 노년을 ‘잘’ 보내기 위해 챙겨볼 만한 키워드 5가지를 꼽았다. 2025년 새해를 맞이하기 전, 해당 내용을 참고해 감수성의 방향을 설정해보자.
Keyword 02. 멀티 페르소나
60대 A씨는 한 기업의 대표다. 평일에는 수장으로서 직원들의 안위를 살피고, 타 기업과의 비즈니스 관계를 공고히 하는 데 힘쓴다. 반면 주말에는 찢어진 청바지에 후드 티셔츠를 입고 브레이크 댄스 학원에 다니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멀티 페르소나는 가면이라는 뜻의 라틴어 페르소나(Persona)에서 비롯됐다. 개인이 상황에 맞게 다른 사람으로 변신해 다양한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을 일컫는다. A씨 사례가 우리에게는 사실 낯설지 않다. 이미 누군가의 엄마, 친구, 직장 동료로 여러 세계를 살고 있는 데다 급변하는 경쟁 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회적 역할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낮에는 공무원, 밤에는 대리운전사로 일하거나, 틈틈이 유튜브 영상을 촬영해 게재하는 ‘N잡러’의 삶도 마찬가지다.
논문 ‘멀티 페르소나의 사례와 의미-부캐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멀티 페르소나는 내면에 자리한 다양한 자아를 인정하고 진짜 나를 찾는 과정이자 실패 가능성을 허용하는 여정이라며, 일상은 물론 취향과 취미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다중적 자아는 단순한 개인 삶의 방식을 넘어 사회 트렌드로 확산되고 있다. 이 흐름은 소비 행태에서도 나타난다. 상황에 따른 역할에 필요한 제품을 구매하는 식이다. 때문에 나이와 성별, 소득에 따른 고정관념은 흐려지고 개성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김난도 서울대학교 교수는 ‘미래유통혁신포럼(RFIF) 2024’에서 “인간은 타인을 따라 하고자 하지만 차별화하고 싶은 모순적 감정이 있다”고 짚으며, 개성을 드러내는 방법 중 하나로 ‘토핑’ 개념을 소개했다. 트렌드를 좇으면서 나만의 것을 찾을 때 유용하다는 설명이다.
요리의 마무리에 재료를 올려 장식하는 것을 의미하는 토핑은 핵심 경제 요소로 부상했다. 개인의 취향을 충족시키는 맞춤형 상품이나 서비스를 찾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어서다. 입맛에 맞게 위에 올라갈 초콜릿이나 젤리를 고를 수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 갖가지 장식 핀을 꽂을 수 있는 샌들 등이 해당 욕구를 반영해 주목받았다. 그렇지만 자아 분화 시대에 표현 방법 혹은 제품 선택 기준을 세우기보다 여러 페르소나의 주체인 진정한 ‘나’를 찾는 게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