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의 드러그스토어는 일반의약품 · 건강기능식품뿐 아니라 처방약도 다루는 점포가 늘어나는 추세다. 신선식품을 포함한 생활용품 판매 영역도 넓어지면서 매출 1조 엔이 넘는 기업이 탄생하기도 했다.
일본의 드러그스토어는 약국과 편의점 역할을 하고 있다. 대부분 법인 약국으로 ‘건강생활 스테이션 역할을 한다’를 목표로 한다. 건강과 관련된 모든 부분을 한 곳에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약을 짓는 조제 약국과 드러그스토어는 구분된다. 그런데 최근에는 일반의약품부터 생필품 전반을 다루는 드러그스토어에서 의사의 처방을 받아오면 약사가 약을 지어주는 조제 약국을 함께 운영하는 곳이 늘고 있다.
지역 생활 지키는 드러그스토어
일본 체인드러그스토어협회에 따르면 2022년 드러그스토어 수는 약 2만 2100곳이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102% 성장했다. 협회는 “조제를 하는 드러그스토어가 증가한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진단한다. 2만여 개 점포 중 조제를 병행하는 곳이 35%를 차지한다. 2021년에는 조제 병행 드러그스토어에서 조제 매출액만 1조 2811억 엔을 기록했다.
점포의 크기도 커지고 있다. 150 ~300평 크기의 점포는 전체의 45.5%를 차지한다. 300평 넘는 초대형 점포는 2022년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협회는 2025년까지 10조 엔 규모로 산업을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약국 체인 마쓰모토키요시는 PB상품으로 저렴한 생필품을 선보이고, 코코카라파인은 조제 병설 지점을 늘려 소비자를 유도했다. 2021년에는 마쓰모토키요시가 코코카라파인을 인수합병해 마쓰키요코코카라&컴퍼니를 출범시켰다. 점포 크기뿐 아니라 기업의 대형화도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드러그스토어와 편의점의 경쟁이 심화할것으로 내다봤다.
조제 약국도 체인화하며 규모를 키우고 있다. 조제 전문 약국 체인으로 유명한 스기약국은 약국 한 곳에서 의료기관 600여 곳의 처방전을 수용한다. 스기약국 우에노히로코지점은 한 달에 약 3000건의 처방전을 접수한다. 이는 대체조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처방전의 80% 정도가 ‘성분명’ 처방을 한다. 우리나라는 ‘제품명’으로 처방하기 때문에 효능이 같은 다른 약으로 대체하려면 약사가 의사에게 확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일본은 애초에 성분명으로 처방하고 2002년부터 대체조제를 도입하고 있어, 의사가 처방한 의약품보다 저렴한 제네릭(복제약) 의약품으로 바꿔서 약을 줄 수 있다.
협회는 코로나19 이후 외출을 자제하면서 대형 매장으로 가지 않고 자택 인근 소매점에서 생활필수품을 구매하려는 경향이 강해져 드러그스토어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들이 의약품이나 방역용품을 구매하면서 겸사겸사 생필품까지 다양한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 양상을 보이는 만큼, 드러그스토어는 저출산・고령화에 대비해 지역 생활권을 지키는 역할을 강화할 계획이다.
“1000만 노인시대,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
2024년 새해가 다가오고 있다. 퇴직이나 은퇴를 앞둔 시니어에게 2024년은 인생 2막을 여는 시점으로 더욱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그런 이들을 위한 책 ‘시니어 트렌드 2024’가 출판됐다. 인생 2막의 삶을 새롭게 디자인하고(Re Design), 우선순위를 재조정(Re Priority)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한다.
‘시니어 트렌드 2024’의 저자인 최학희는 시니어라이프와 비즈니스를 20년 넘게 연구해온 해당 분야 전문가이다. 시니어라이프비즈니스 대표이자 실버산업전문가포럼 사무총장이기도 하다. 그는 객관적인 트렌드 지표와 함께 37명의 전문가 기고를 통해 초고령사회 위기를 함께 헤쳐나갈 방향을 제시한다.
저자인 최학희는 “사망자가 출생자보다 많고, 상속 분쟁이 이혼소송보다 많아진 세상에서는 트렌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현학적 표현으로 점철된 명백한 사실(Facts)의 나열보다는 더 나은 시니어 삶을 향한 ‘방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시니어 트렌드 2024’에서는 소음 거리가 되는 트렌드가 아니라, 대안을 찾아보고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하는 ‘방향’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두고자 한다“고 말했다.
책은 ‘글로벌 트렌드, 비즈니스 트렌드, 라이프 스타일’의 세 축을 중심으로 한다. 먼저 ‘글로벌 트렌드’ 관점을 통해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고령화 동향을 알아본다. 예를 들어 노인장기요양보험이나 커뮤니티 케어 등의 제도가 갑작스럽게 등장한 것으로 보이나, 고령 선진국인 일본이나 유럽 등을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021년 기준으로 약 35,000달러에 달하는 등 삶의 질이 높아지자, 북유럽 등의 고령 정책에 눈과 귀를 돌리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
두번째 ‘비즈니스 트렌드’는 시니어의 삶을 정확히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이다. 매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고령친화산업 제조·서비스업 실태조사 및 분석 보고서를 실시한다. 이에 따르면 전체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으로 약 72조 원에 달한다. 크게 제조업과 서비스업으로 구분하며, 제조업은 ‘용품, 의약품, 의료기기, 식품, 화장품’을, 서비스업은 ‘요양, 여가, 주거, 급식, 금융’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법과 제도에서 고령친화산업으로 정의한 기준에서 시니어 비즈니스의 현주소를 파악해본다.
세번째 ‘라이프 스타일’ 관점은 시니어의 삶을 제대로 조망해볼 수 있는 접근법이다. 사람의 삶의 조건을 3가지 축으로만 정의한다면, ‘현금 흐름(돈), 건강, 시간’을 들 수 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현금 흐름의 구조는 변한다. 일반적으로 다수의 수입원이 되는 근로소득의 규모는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되며, 노인의 국민연금, 기초연금 등 공공기관에서 개인에게 지급하는 소득인 공적이전소득은 약 26%에 달한다. OECD 평균 공적이전소득 약 57%에는 훨씬 밑도는 수준이지만, 노인의 삶에 있어 근로소득의 비중을 일부 대체하는 소득원이다.
건강에 있어서도 기대수명은 평균 83세인 반면, 건강수명은 73세다. 건강수명은 기대여명에서 질병과 사고 등으로 인해 일찍 죽거나 건강하고 생산적인 삶이 손상된 기간을 빼고 계산한 건강한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기간이다. 무엇보다 시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시니어의 삶은 더욱 근원적인 문제에 부딪힌다. 상대적으로 일이 줄어들고, 남은 시간을 여가로 대체하는 것이다. 또한, 이전에 비해 줄어든 이동 동선과 사회관계망에서 고립되지 않도록 하는 과제가 주어진다.
줄어든 현금 흐름과 건강 자산을 가지고, 시간 자산을 증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움츠러들기 쉽고 외로운 시간으로 채워지기 쉽다. 보다 세밀하게는 ‘개인적 인연, 사회적 인연, 배움, 나눔, 영성, 유산, 평생학습, 디지털 라이프, 정서적 건강, 소통과 공감 등’이 시간 자산을 구축할 영역이다.
저자인 최학희는 “이 책이 퇴직이나 은퇴 후 삶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이웃과 ‘어울리며’ 나아가 ‘자기다움’을 만드는데 단서가 되길 진심으로 소망한다”고 말했다. 국제제론테크놀로지학회 부회장인 박영란 강남대학교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추천사를 통해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이 제공하는 융복합적인 콘텐츠가 초고령사회를 맞이하는 개인의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생활은 물론 시니어 비즈니스의 성공을 추구하는 기업의 길잡이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자신의 저서와 각종 방송에서 노화와 노쇠 개념을 설명하며 건강하게 나이 들기 위한 방법을 소개했던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가 최근 책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을 펴냈다. 앞으로의 30년을 준비하는 4050 세대에게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22가지 건강 전략과 조언을 담았다.
건강하게 나이 들고 활력 있는 노후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질병 유무, 혈압, 운동 시간 등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지표뿐만 아니라 휴식, 마음챙김, 인생 목표, 자기효능감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건강 요소를 모두 고려한 내재역량을 스스로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천편일률적인 건강법을 적용하면 건강을 해치거나 오히려 병을 키우게 된다.
저자는 그동안 집필한 책에서 노화의 여러 측면과 건강의 큰 틀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구체적인 생활 습관은 다루지 않았다. 좋은 정보가 이미 충분히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료실 안팎에서 잘못된 건강 관리로 건강을 해치는 사람, 동년배보다 심한 노쇠를 경험하는 사람, 가속노화로 여러 만성질환을 앓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안타까운 마음에 이 책을 썼다.
정희원 교수는 책을 통해 효율적으로 먹기, 제대로 움직이기, 뇌 건강 지키기라는 세 가지 주제 아래 큰 돈 들지 않고 생활 습관 교정만으로 내재역량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실질적인 22가지 전략을 소개한다.
먼저 1부 ‘노화 이해하기 : ‘오래’가 아니라 ‘건강하게’에 초점을 맞춰라‘에서는 노화와 노쇠의 개념, 건강하게 나이 들기 위해 우리가 당장 생활 습관을 바꿔야 하는 이유 등에 대해 설명한다.
이어 2부 ‘효율적으로 먹기 : 내가 먹는 것이 나를 만든다, 이제 양보다 질로 승부하라’에서는 식습관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식단, 다이어트 방법, 내 몸에 필요한 열량 계산법 등을 소개한다. 노화를 지연시키는 마인드(MIND) 식단법과 많은 현대인들이 복용하는 영양제가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다뤘다.
3부에서는 ‘제대로 움직이기 : 남은 50년을 위해 근육 테크를 시작하라‘를 주제로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운동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제대로 걷는 방법, 앉거나 설 때 올바른 자세, 유연성을 늘리는 규칙적인 스트레칭 방법 등을 소개하고, 남은 인생을 좌우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중요한 코어와 둔근 강화 운동법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4부 ‘뇌 건강 지키기 : 호흡부터 스트레스 관리까지, 뇌와 몸의 연결성을 이해하라’에서는 자신에게 맞는 적정 수면 시간을 찾는 방법, 스트레스 관리법,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호흡법 등을 소개하면서 일상생활에서 쉽게 정신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들을 이야기한다. 또한 노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정신의 근력이라고 할 수 있는 ‘인지 예비능’을 높이는 방법도 소개한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1년 생명표에 따르면 60세의 기대 여명은 26년 정도로, 한 사람이 사회에서 직장 생활을 한 만큼의 기간과 비슷하다”면서, “인생 이모작 시대가 시작됐다는 뜻인데, 이는 몸과 마음이 젊은 상태, 내재역량이 충만한 상태일 때 가능하다. 이 책을 통해 마음만 먹으면 평소에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건강하게, 느리게 나이 드는 생활 습관으로 많은 분들이 성공적인 인생 이모작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저자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응급실에 실려온 노인 환자가 처방받아 복용하던 약 중 특정 약을 빼자 며칠 만에 멀쩡해지는 모습을 보고 노인의학을 전공하기로 결심했다. 이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에서 이학 박사 학위까지 취득했으며, 현재는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지속 가능한 나이듦’,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등이 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고 한다. 지역 현장 역시 마찬가지다. 망원경으로 보다가 현미경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실은 ‘난투극’ 그 자체다. 공간, 자원, 기회에 대한 제로섬 게임이 무한 반복되고 있다. 남이 더 가지면 내가 덜 가질 것 같은 위기감과 초조함이 팽배해 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누가 더 많이 가지느냐가 아니라 난투극이 벌어지는 경기장 자체가 질적으로 달라진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변화 조짐은 고령화다. 2021년부터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 문제가 기정사실화되자 정부와 지자체가 분주해졌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신선한 대응을 볼 수 없다. 그저 돈을 쏟아부으면 좋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만 무성할 뿐이다.
학교보다 요양원이 많아진다면
2022년 기준 전국 유치원 및 초·중등학교 수는 약 2만 개다. 8년 후인 2030년에는 전국 초·중·고 학생 수가 100만 명 줄어 400만 명이 된다. 자연스럽게 학교 수도 줄어들 것이다. 반면 2022년 현재 전국의 노인요양시설은 4346개다. 많은 종류의 노인복지시설이 있고 아동과 청소년 복지시설 역시 많기 때문에 같은 범주를 제외하고 단순 비교를 해본다면, 2022년 기준으로 노인요양시설보다 유치원, 초·중등학교 수가 적어도 5배 이상 많다.
7년 내에 학생 수는 100만여 명 줄어들지만 7년 내에 고령자 수는 350만여 명 늘어난다. 어느 쪽 시설이 더 많아질지는 분명하다. 그런데 학교보다 요양원이 많아지면 고령자의 삶은 행복해질까. “어느 요양원은 이런 시설이 좋다더라” 하며 고르는 상황이 과연 행복한 삶일까. 학교가 줄어든다고 배울 곳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요양원이 늘어난다고 고령자 케어가 확대되는 것이 아니다. 언제나 핵심은 높은 질적 수준과 만족도다.
일에 대한 능동적 대응, 잡 크래프팅
‘잡 크래프팅’(Job Crafting)이란 말이 있다. 크래프트(Craft)가 스스로 공들여 하는 수공예와 수작업을 의미하듯 잡 크래프팅은 ‘일을 스스로 만든다’는 의미다. ‘직무 의미 창조’, ‘자발적 직무 설계’라는 오래된 해석도 있다. 경영이나 자기계발 분야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잡 크래프팅이라는 말을 써왔다. 일하는 과정에서 직면하는 어려움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 문제로 인한 괴리감을 해소하고 일의 의미를 찾아나가는 과정이 잡 크래프팅이다. 스스로 일의 매뉴얼을 만든다거나 자신의 장점을 살려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과정이 대표 사례다. 그러나 개인에게만 잡 크래프팅 노력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그런 시도 자체가 가능하도록 노동 환경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시니어와 직장을 연결하는 잡 크래프팅 실천’(シニアと職場をつなぐ: ジョブ・クラフティングの実践)이라는 책을 낸 기시다 야스노리 호세이대학 교수가 최근 한국을 방문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고령사회일수록 능동적인 일 만들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더욱 실감했다.
이 책은 쌩쌩한 젊은 직장인만 자기 주도적으로 일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고령자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강조한다. 그 이면에는 고령자와 청장년 모두 일자리 쟁탈전에 몰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고령자가 청장년의 일자리를 깔고 앉아서 다른 세대의 고용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복지적 고용만 하고 그저 고용 수만 늘리는 것보다는 일의 질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한다. 예전의 상사가 직원이 되고, 예전의 직원이 상사가 되어 고령자와 청장년이 모두 곤란해지는 상황이나 고령자가 일하기 어려운 노동 환경 등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연령차별(Ageism) 시대에는 재고용을 활성화해도 고령자는 일을 구하기 어렵고, 일에 적응하는 것은 더 어려우며, 급여 수준도 낮고 일에 대한 만족도도 높지 않다. 따라서 고령자가 능동적으로 잡 크래프팅을 할 수 있는 고용 구조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혜적 복지, 그 이상의 고용 패러다임
한 해에 1억 명씩 중산층이 생긴다는데 여전히 삶은 팍팍하다. 총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가 눈앞에 있고, 우리는 100세 시대를 살아야 한다. 평균연령 50대에 명예퇴직을 한다 해도 줄잡아 20~30년은 사회활동을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시대가 되었다.
고령자가 제대로 사회활동을 할 수 있으려면 그저 적당한 정도의 복지 수준 정책으로는 택도 없다. 근로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 오로지 연금 액수, 수혜 기간만 논하며 수혜자로만 고령자를 밀어낼 것이 아니라, 새로운 노동자로서 고령자를 자리매김해야 한다. 고령자의 잡 크래프팅이 발현될 수 있는 직종을 권하고, 고령자와 청장년 노동자가 어우러져 일할 수 있는 노동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낙수효과(Trickle Effect)의 반대말은 승수효과(Fountain Effect)다. 물이 아래로 새어버리지 않고 분수처럼 위로 솟아오르는 방식을 고령자 정책에도 적용해야 사회의 활력과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
한국추리작가협회가 주관하는 2023년 제39회 한국추리문학상 시상식에서 박소해 작가의 ‘해녀의 아들’이 제17회 황금펜상을 수상했다.
한국추리문학상은 최우수 미스터리 장편에 수여하는 대상, 등단 5년 미만의 신인에게 수여하는 신예상, 2007년 제정된 단편 대상의 황금펜상으로 이뤄져 있다.
대상은 수상작이 없으며, 신예상은 한새마 작가의 ‘잔혹범죄전담팀 라플레시아걸’, 홍선주 작가의 ‘심심포차 심심 사건’이 받았다. 황금펜상으로는 박소해 작가의 ‘해녀의 아들’이 선정됐다.
‘해녀의 아들’은 제주 4·3사건의 아픔을 응시한 단편 미스터리 소설이다. 노쇠한 해녀의 죽음을 통해 4·3사건이 여전히 제주 사람들에게 깊은 상흔을 남기고 있음을 사회파 미스터리 시각으로 보여줬다.
박소해 작가는 외지인으로서 이 소설을 쓴 이유에 대해 “시간이 없다. 더 미루면 생존자와 유족분들이 모두 돌아가시고 만다. 목격자들이, 증언자들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기 전 추리 소설가로서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 억울한 원혼들이 어떻게 허망하게 죽어갔는지 죽음의 비밀을 밝히는 미스터리를 쓰고 싶었다”고 밝혔다.
심사위원들은 황금펜상 선정 이유에 대해 “역사에서 잊혀가는 희생자들의 이름과 존재를 복원하려는 과정 자체가 사회적 장르로서 미스터리의 기능과 존재 의미에 값한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면서 “소재나 배경에 휩쓸리지 않고 미스터리라는 장르의 의미를 확장하는 소설적 형상화를 통해 다른 후보작들과 선명한 차별성을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박소해 작가는 2021년 ‘계간미스터리’ 가을호에 ‘꽃산담’으로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겨울이 없는 나라’, ‘네메시스’, ‘만월’ 등을 발표했으며, 시각화에 강한 이야기꾼이라는 평을 받는다. 한국의 셜리 잭슨을 꿈꾸며, 장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이번 황금펜상 후보작과 수상작은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 작품집 2023’으로 출간되며, 주요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지난 5년간 국내 고용률이 상승한 반면, 전 세대 중 40대만이 고용률 하락세를 보였다. 40대는 이혼률, 자살률 또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두드러지며, 상당 부분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에 주목해,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12월 발표한 ‘50+정책동향리포트’에는 40대를 위한 중장년 정책의 확장 필요성이 언급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40대 취업자 수는 2022년 7월 이후 계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다. 10~2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취업자 수가 증가한 것과는 상반된 흐름이다. 국제 비교 자료에서도 이러한 추세를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 40대의 고용률은 2021년 77.3%로 OECD 평균 82.5%에 비해 5.2% 낮았다. 이는 38개국 중 31위에 머무르는 수준이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40대 퇴직자 중 47.8%(2022,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휴·폐업, 명예퇴직, 조기퇴직, 정리해고 등 비자발적 퇴사자라는 사실에도 주목했다. 이러한 추세는 2016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왔다는 것. 이와 더불어 2023년 경기둔화, 불안정한 대내외 여건으로 건설, 금융 분야에서 구조조정이 추진돼 사태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40대가 처한 위기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2023년 신용회복위원회에서 발표한 최근 5년(2019~2023) 소액금융 지원 건수 및 금액을 살펴보면 채무 성실 상환자를 위한 긴급지원을 가장 많이 받은 연령대가 바로 40대였다. 고금리로 인한 가계 부채 부담이 40대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한편 이러한 경제적 위기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고 있었다. 2022년 자살률이 전년 대비 3.2% 소폭 감소했음에도 40대의 자살률은 2.5% 증가했다. 40대 남성의 자살원인 1위는 경제문제인 것으로 확인됐다(통계청, 2023). 또, 전 연령대에서 40대의 이혼률이 가장 높았는데, 2023년 이혼사유 2위는 경제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석환 서울시50플러스재단 경영기획본부 정책연구팀 책임은 보고서를 통해 “40대는 일자리, 경제, 관계 등 3대 위기를 경험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특히 2024년 일자리 관련 예산은 청년 및 노인에게만 집중됐고, 40대의 지원 대책은 부족한 상황이다. 이들 세대의 취업난은 가계소득 감소, 소비 위축 등 경제 악영향과 중장년의 관계 위기로 이어져 중앙정부 지원이 미비한 시점에서 서울시 40대의 노후준비를 위한 지원방안이 요구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서울시는 3대 위기에 직면한 40대를 위해 다음과 같은 대응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첫째, 40대의 직업전환 및 직업역량강화를 지원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현재 서울런4050 정책을 통해서 이를 좀 더 심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다양한 일자리 진입을 위한 직업·직무능력개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일자리 연계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40대가 관계를 회복하고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40대 특화 전용 직업전환 및 소통 공간을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국 노인부양비가 급진적으로 늘어나, 2075년 OECD 회원국 중 최고점에 이를 전망이다.
한국고용정보원 12월 고용동향 브리프에 따르면 한국 노인부양비(20~64세 100명 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3년 27.8로, 20~64세 인구 3.6명이 고령자 1명을 부양하고 있다. 노인부양비는 2025년 31.7, 2050년과 2075년 78.8로 급격하게 증가한다. 고령자 1명을 2025년엔 3.2명이, 2050년과 2075년엔 1.3명이 부양할 것으로 보인다. 2075년에 이르렀을 때 노인부양비는 일본(75.3)을 넘어서며, 이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치로 예측된다.
고령 경제활동 참가율은 2010년 29.7%에서 2015년 31.1%, 2022년 37.3%로 꾸준히 증가했다. 성별로 보면, 남성이 2010(40.9%)→2015년(42%)→2022년(48%), 여성이 2010년(21.9%)→2015년(23.2%)→2022년(29%)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이는 2022년 OECD 고령 경제활동 참가율 15.9%(남성 21.4%, 여성 11.5%)를 웃도는 수치다. 즉, 한국 고령자는 OECD 주요국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구직 의사가 높은 상황이다.
고용동향 브리프 내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23년 구직 경험이 있다는 고령자는 18.6%로, 2013년 11.7%와 비교해 크게 상승했다. 지난 10년간(2022년 제외) 일자리를 찾은 고령자는 대체로 증가하는 양상이다. 특히, 구직 경험자 중 여성의 비중(53.1%)이 더 높게 나타났다. 더불어 여성 구직자 중 고학력 비중 또한 2013년 1.5%에서 2023년 5.3%로 약 4배 이상 증가한 모습이다.
같은 자료에서 2023년 고령자 중 55.7%가 계속 근로를 희망했는데, 이는 전년 54.8%보다 증가한 수치다. 해당 항목에서는 여성보다는 남성이 계속 근로를 더 희망했고, 고학력보다는 저학력에서 계속 근로를 원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그 이유에 대해, 학력이 낮을수록 ‘생활비에 보탬이 되어서’, ‘돈이 필요해서’ 등 경제적 이유를 들었고, 학력이 높을수록 ‘일하는 즐거움 때문에’,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하고 싶어서’ 등의 이유가 우위를 차지했다.
한편 고령의 노후 준비 현황 및 방법을 살펴본 결과에서 ‘노후를 준비하고(되어) 있는 고령의 비중은 꾸준히 증가했다(2017년 50.7%→2019년 51.4%→2021년 58.5%→2023년 61.6%). 특히 공적연금에 해당하는 국민연금을 통해 노후를 준비하는 비중이 가장 높았는데, 2017년 35.1%에서 2023년 50.5%로 절반을 넘어섰다. 반면 노후를 준비하고(되어) 있지 않은 고령 중 자녀에게 의지하겠다는 비중은 2017년 30.5%에서 2023년 23.6%로 감소했다.
한국고용정보원 고용동향분석팀 강민정 전임연구원은 해당 보고서를 통해 “과거와 달리 공적연금을 통한 노후 준비가 상대적으로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연금의 소득대체율이 저조해 공적연금에만 의지해 노후를 준비하기엔 부족할 실정”이라며 “퇴직연금, 주택연금, 농지연금 등에 노후 소득보장이라는 공적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준공적 연금화 검토를 통해 노후소득보장체계 강화가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노인 부양 대상이 될 가능성이 저학력 고령자와 후기 고령자에 일자리 제공을 통해 소득보전 효과를 제공함으로써 경제적자립도를 높여줘야 한다”며 “고령화 현실을 감안해 신중년 사회공헌활동 지원 사업 정책 참여자의 대상 나이(50~70세 미만)를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 공익형 일자리에 대한 적정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향후 발생할 노인 부양을 감소시킬 방안”이라고 시사했다.
자생한방병원 설립자 신준식 박사가 ‘2023년 한국국보문인협회 문학대상 시상식’에서 전체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사단법인 한국국보문인협회가 주관하고 국보문학작가협회, 국보낭송협회의 후원으로 열린 ‘2023년 한국국보문인협회 문학대상 시상식’ 행사는 수상자를 비롯한 내∙외빈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강동구 소재 길동주민센터 대강당에서 지난 2일 진행됐다.
이번에 대상을 수상한 신준식 박사의 ‘시가 좋은 날’은 신 박사가 종합문예지인 월간 ‘문학세계’에 연재하며 문단의 극찬을 받았던 시들을 한데 모아 출간한 시집이다. 총 14개의 챕터로 구성돼 각 챕터마다 5편씩 모두 70편의 서정시가 게재돼 있다.
심사위원장인 한국문인협회 김호운 이사장은 심사평을 통해 “신준식 박사는 육체적 질병과 함께 정신적 치유를 병행하는 시인이자 의료인”이라며 “그의 신비주의적 작품세계는 독자를 순수한 감동으로 이끈다”고 평가했다.
신준식 박사는 “평소 느끼는 감정들을 한 편의 시집으로 출간해 독자들과 함께 공감하는 시간을 갖고자 했다”며 “육체적으로 힘든 사람들이 시를 통해 마음을 치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한국국보문인협회는 2006년 계간 ‘국보문학’ 창간과 함께 출범해 문학지 발간 등 전국 문인들의 교류를 활성화하며 문학계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매년 문학대상 시상식을 개최함으로써 1년간 발간된 문학 작품집들 가운데 시∙자서전∙수필 부문 우수 작품을 선정 및 시상한다. 올해는 김호운 심사위원장을 필두로 부문별 원로 문인들의 엄정한 심사가 이뤄졌다.
한편 신준식 박사는 2012년 월간 ‘문학세계’로 등단해 한의사이자 시인, 수필가로 활동 중이다. 등단 후 왕성한 저서 활동을 통해 ‘제10회 문학세계 문학상’ 대상, ‘제19회 세계문학상 2021년 올해를 빛낸 작가상’을 수상하는 등 문학적 재능을 인정받고 있다.
흔히 50세 전후 찾아오는 갱년기를 사추기(思秋期)로 부르곤 한다. 청소년기에 주로 나타나는 사춘기(思春期)에 빗댄 표현이다. 실제 이때는 사춘기처럼 신체, 정신, 환경적 변화가 한꺼번에 몰려온다. 특히 여성은 이 시기 성호르몬 분비가 감소하면서 월경이 멈추고 생식 기능을 상실한다. 물론 남성 역시 갱년기를 겪는다. 다만 여성에 비해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드물고, 주로 성기능이 떨어지는 수준에 그친다.
이러한 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폐경이다. 폐경은 마지막 월경 후 1년 이상 생리를 하지 않는 경우 진단된다. 난포 자극 호르몬(FSH) 검사 등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또 폐경 전 월경 주기의 규칙성이 사라지는 시기부터 실제 폐경에 이르기까지를 폐경 이행기라고 부르는데, 이 시기에는 빈발 또는 과다 월경과 함께 열성 홍조 등 혈관운동증상이 흔히 나타난다. 보통 45세에서 55세 여성의 75%가 폐경 증상을 호소하게 되는데, 이는 비교적 넓은 연령대의 여성들에서 폐경기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송희경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50세 전후 찾아오는 갱년기는 특히 여성에 있어 신체와 심리적으로 큰 변화를 동반하게 된다”며 “국내 여성의 기대수명이 2021년 기준 86.6세임을 감안하면 인생의 겨울을 준비하는 사추기의 건강관리에 앞으로의 따스한 30여 년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원인은 ‘폐경’…급격한 신체·심리적 변화, 질병 이어져
갱년기가 되면 먼저 월경이 불규칙해지고 양도 일정치 않게 되다가 결국 폐경에 이르게 된다. 주름살이 부쩍 늘고 질도 건조해진다. 신경이 예민해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쉽게 내고, 기억력과 집중력도 떨어진다. 또 자신감을 잃고 우울해지기 쉽다.
더불어 질병 발생이 도미노처럼 이어진다. 폐경 초기 여성의 75%는 열성 홍조와 야간 발한을 경험하고, 50대 중반엔 급격한 기분 변화, 기억력 감퇴, 성기능 장애 등을 겪다가 후반엔 골다공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유 없이 우울한 기분이 지속하기도 한다. 특히 이 시기는 자녀가 집을 떠나는 시기와 맞물려 더 심해진다.
질과 요로계도 영향을 받는다. 점막이 얇아지고 건조해지며 탄력성을 잃고 위축된다. 호르몬 부족 상태가 계속되면 질은 더욱 건조해져 성관계 시 통증이 생기고 손상을 받거나 감염되기 쉬운 상태가 돼 자연히 부부관계를 피하게 된다.
아울러 폐경 후에는 여성호르몬 감소로 요로 상피가 얇아지고 탄력성이 감소하며 방광을 지지하는 조직의 이완으로 방광 조절 능력이 떨어진다. 소변을 자주 보게 되고 밤에도 여러 번 일어나 화장실을 찾게 된다. 또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자신도 모르게 소변이 나오는 긴장성 요실금이 나타나고 요도염이나 방광염에 쉽게 노출된다.
골다공증도 조심해야 한다. 골다공증은 갱년기 증상 가운데 가장 심각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다. 폐경 후 여성호르몬 결핍의 결과로 골의 교체 속도가 증가하고 골 흡수와 형성 사이의 불균형이 커지지는 것이 원인이다. 폐경 1년 전부터 골 소실이 급격히 증가하고 그 후 3년 동안 지속된다. 골 손실이 많이 일어나는 부위는 척추, 대퇴부, 골반부, 장골 등이다.
송희경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골다공증이 심하면 척추에 압박 골절이 생겨 요통이 생기고 신장이 줄어들거나 등이 굽기도 한다”며 “특히 전에는 미끄러지면 고작 멍이 들었을 정도도 골다공증이 심한 경우 대퇴부 골절이 발생하게 되는데, 사망률이 약 15%에 이를 정도로 치사율이 높다”고 경고했다.
적절한 여성호르몬 치료, 폐경 후 삶의 질 높여
여성 갱년기 치료는 주로 부족해진 여성호르몬을 보충하는 방법으로 진행한다. 초기 안면홍조, 발한, 수면장애 등은 먹는 호르몬 대체 요법으로 어느 정도 개선이 가능하다. 질 점막이 얇아지고 질이 좁아지며 건조해져 성생활에 불편을 느낀다면 여성호르몬 질정이나 크림을 주기적으로 사용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규칙적인 운동, 체중 조절, 뜨겁거나 자극적인 음식 피하기, 금연 등으로 안면홍조는 어느 정도 감소시킬 수 있다. 특히 운동으로 인한 근력 강화는 골밀도를 증가시켜 골밀도 감소에 의한 골절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걷기, 등산 등을 추천한다. 또 햇빛을 하루 10분 이상 쬐어주고 칼슘이 풍부한 식이를 통해 비타민 D와 칼슘의 부족량을 채워주는 것도 뼈 건강에 도움이 된다.
가족들의 도움도 필요하다. 미리 갱년기 증상에 대해 가족과 이야기하고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떨어지는 기억력은 냉장고에 메모지를 붙이는 등 보완하려고 노력하고, 요실금은 평소 케겔 운동으로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소변을 보다가 멈춘 듯 골반 근육을 10초간 수축, 10초간 이완하는 운동을 반복적으로 시행한다.
폐경 호르몬 요법의 시작은 그 시기가 중요하다. 폐경 후 10년 이내 또는 60세 미만에 시작해야 한다. △진단되지 않은 질출혈 △자궁내막암 같은 에스트로겐 의존성 악성 종양 △유방암 △활동성 혈전 색전증 △활동성 간 질환 또는 담낭 질환을 앓고 있지 않는 사람이 대상자가 될 수 있다.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호르몬 치료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유방암의 잠재적 위험성이 증가할 수 있다. 또 관상동맥질환이나 다른 질병과 관련된 사망이 폐경과 가까운 시점에 호르몬 치료를 시작할 땐 감소할 수 있지만, 60세 이상 또는 폐경 후 10년, 특히 20년 이상 지난 시점에서 호르몬 치료를 시작한 경우에는 관상동맥질환, 정맥혈전 색전증, 뇌졸중의 절대 위험도가 높아질 수 있다.
송희경 교수는 “호르몬 치료는 폐경기 여성의 삶의 질을 증가시키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적절한 시기에 시작하고 정기적인 검사와 전문가의 평가가 동반돼야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는 만큼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담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간에 힘을 주고, 목을 긁는다. 허스키한 목소리가 돋보이는 ‘원조 록스타’ 김정민(55)의 창법이다. 유머러스하게 따라 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는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 “가수로서 가창력이 뛰어나면 당연히 좋겠죠. 그런데 색깔 있는 사람도 오래 기억된다고 생각합니다. 독특함으로 오랜 시간 생존한 것 같아요.”
“저 옛날 사람 맞는걸요. 하하하.” 어느덧 내년이면 데뷔 30주년을 맞이한다. 1995년 ‘슬픈 언약식’이라는 불후의 명곡을 남긴 김정민은 ‘옛날 사람’이라는 표현을 기분 좋게 받아들인다. 2021년 MBC ‘놀면 뭐하니?’를 통해 결성된 프로젝트 그룹 ‘MSG워너비’ 활동 당시 그는 ‘옛날 사람’으로 불리는 동시에 많은 20·30의 MZ세대 팬을 얻었다. 김정민은 젊은 팬들이 자신을 촌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존경의 마음을 담아 바라본다고 느낀다.
“제 노래가 요즘 스타일과는 다르니까 옛날 스타일일 수 있죠. 젊은 팬들이 클래식함, 독특함으로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또 과거 노래 가사는 지금과 달리 극단적인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뤘습니다. 당시 홍콩 누아르 영화를 봐도 마지막에 주인공은 상대를 구해놓고 죽는 경우가 많았죠. 개인적으로 저는 그 시절의 감성을 좋아하는데, 젊은 팬들도 그런 것 같아요.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한번 노래 들어보니까 좋다’면서 저의 다른 노래들도 찾아 들어주시더라고요.”
그렇다고 과거 감성에 취해 있고 고집한다는 뜻은 아니다. 요즘 스타일은 수용하면서 자신의 독특함을 지켜나가고 있다. 무엇이 됐든 오랜 세월 인정받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숨은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사실 제가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는 아니에요. 그냥 음색이 독특한 가수라고 생각합니다. 부족한 게 많아서 지금도 노래 연습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또 성대도 나이가 들면 늙고 목소리가 변화하기 때문에 매일 노래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어요. 운전할 때 차에서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합니다. 나만의 공간이니까 내가 뭘 하더라도 아무런 제약이 없죠. 지방에 일이 있어 두 시간 운전해야 한다고 하면, 두 시간 내내 MR을 틀어놓고 노래 연습을 하는 거죠.”
팬과 함께한 ‘영원’
김정민은 11월 17일 고(故) 최진영의 ‘영원’(1999년)을 리메이크한 곡을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원곡의 감성에 김정민의 색깔을 입혀 색다른 곡으로 재탄생했다. 사실 김정민과 ‘영원’은 인연이 깊다. 원래 이 곡은 김정민에게 갈 예정이었는데, 데모를 들은 최진영이 너무 마음에 들어해 그의 노래가 됐다. 그리고 ‘영원’은 리메이크되어 24년 만에 세상 밖에 다시 나왔다.
“(최)진영 씨와 같은 사무실에 있었어요. 술도 자주 마셨고 여행도 다닐 정도로 막역한 사이였어요. 진영 씨가 하늘나라로 간 뒤로는 그 충격에 ‘영원’을 못 부르겠더라고요. 한 10년이 지나니까 감정이 조금 무뎌졌는지 부를 수 있었죠. MSG워너비 하면서 블라인드 오디션 때도 ‘영원’을 불렀는데, 음원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그러다가 이번에 용기 내서 진영 씨를 잊지 말자는 마음으로 리메이크곡을 내게 된 거예요. 원곡의 완성도가 워낙 높아서 어설플까 봐 고민이 깊었어요. 편곡도 10번 이상 갈아엎었고, 준비하는 데만 1년이 걸렸습니다.”
‘잘해도 본전’이라고 생각했지만 김정민이 ‘영원’ 발매를 용기 내 강행한 데는 이유가 있다. 팬들과 함께 작업했기 때문이다. 기념 영상의 감독, 촬영, 편집 모두 팬이 맡았다. 이런 대형 프로젝트를 기획할 정도니, 김정민의 ‘팬 사랑’은 말 다 했다. 연예계에서도 익히 유명하다. 추억을 공유하며 나이를 먹어가는 동반자인 팬들에게 그는 감사한 마음뿐이다.
“중·고등학생 팬들이 저를 보겠다고 방송국 앞에서 늦게까지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 ‘밥은 먹었나’, ‘집은 잘 들어갔나’ 걱정이 됐죠. 한번은 추운 겨울날에도 고생하는 모습이 안타까워서 20명에게 짜장면을 사준 적이 있어요. 그랬던 친구들인데, 이제는 자녀들이 성인이 됐죠. 이제 팬들과 여동생, 남동생 같은 사이가 된 것 같아서 좋아요. 팬은 ‘또 다른 김정민’이라고 생각합니다. 팬들이 저를 만들어줬고 지켜줬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들이 아니었으면 지금까지 올 수 없었을 거예요.”
기러기 아빠의 부성애
그는 최근 친구에게 “정민아, 당장 내일 죽는다고 하면 어떨 것 같아?”라는 질문을 받았다. 나이가 들수록 ‘죽음’을 생각하게 되기에 대화 도중 자연스럽게 나온 이야기였다고 한다. 김정민은 ‘아직은 죽을 수 없다’는 답을 했다. 일본 아이돌 출신 타니 루미코와 2006년 결혼해, 슬하에 세 아들을 두고 있는 그는 아빠로서 삶을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친구한테 그 질문을 듣고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막내가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이에요. 막내가 성인이 되어 뭘 하는지는 보고 죽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사실 막내가 결혼하는 모습까지 보고 싶지만, 그건 욕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그의 부성애는 실로 대단했다. 어떤 질문을 던져도 세 아들에 관한 답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버킷리스트를 물었을 때도 “아이들이 운동을 계속해서 어느 팀의 선수가 된다면, 그 팀의 응원가를 헌정하고 싶다”고 말했다. 가수 아빠로서 재능기부인 셈이다. 아이들 이야기를 이어가다가 김정민은 최근 ‘기러기 아빠’가 됐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큰아들은 광주FC U18 소속으로 축구를 하고 있어서 광주에 있고요. 둘째 아들, 셋째 아들은 엄마와 함께 일본으로 갔습니다. 둘째는 축구를 하다가 쉬고 있고, 셋째는 일본에서 축구를 시작했어요. 기러기 아빠를 제 인생에서 그려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두 달밖에 안 됐는데도 쉽지 않다고 느껴요. 아내와 아이들이 많이 보고 싶습니다.”
기러기 아빠가 된 후, 홀로 살고 계신 어머님을 더욱 자주 찾아뵙는다고 한다. 일주일에 2~3번은 방문한다는 그는 “할아버지, 할머니는 손주도 물론 보고 싶어 하지만, 사실 아들이나 딸을 보고 싶어 하는 거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머니께 이에 대해 여쭤보니 ‘네 아들은 삼 형제지만, 내 아들은 너잖니’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듣는데 되게 뭉클했고, 그 이후 자주 찾아뵈려고 노력한다”라고 말했다.
자신감 충만한 중년의 내일
김정민의 인스타그램 사진을 보면 세 아들은 하루가 다르게 크고 있다. 반면 50대 중반의 그는 연예계 대표 동안 스타답게 방부제 미모를 과시한다. 이런 반응에 김정민은 “사실 주름도 늘어나고 많이 늙었다”면서도 “젊은 시절의 몸무게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고 관리 비결을 밝혔다. 그만의 철칙은 ‘플러스 마이너스 3kg 넘지 않기’다.
“10kg 이상 갑자기 확 쪘다고 생각해보세요. 살을 빼도 피부가 늘어나니까 성형외과에 가야 할 테고, 돈이 더 들죠. 평소 ‘3kg 관리’를 습관화하면 돈도 안 들고 건강도 유지하고, 좋은 점이 많습니다. 저는 매일 운동을 병행해요. 오늘 아침에도 실내 자전거 40분 타고 왔습니다. 제가 하도 많이 타서 저희 집 실내 자전거는 한 다섯 번은 바꾼 것 같아요. 하하.”
이처럼 건강관리가 최고의 노후 준비라고 생각한다. 특히 막내가 대학교 갈 때까지 10년 정도 남았다면서 그때까지는 건강관리를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자신이 건강해야 일하고 자산도 축적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노후에는 한 번쯤 일본 시골 마을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도 밝혔다.
“사실 제가 서울 마포를 벗어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아이들이 제가 졸업한 학교에 다니기도 했고, 벌써 반백 년을 살았네요. 나중에는 아내와 아이들이 지금 살고 있는 곳으로 가고 싶어요. 거기가 시골이라서 공기도 좋은데, 없는 게 없더라고요. 아이들은 걸어서 학교를 다니고, 대형 쇼핑센터도 인근에 있어요. 나중에 누가 물어보면 거기서 지낼 거라고 해야지 했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이 됐네요.”
김정민은 중년이 된 지금에서야 비로소 자신감을 찾았다고 말한다. 가창 실력이 늘어서도, 외모가 멋있어져서도 아니다. 스스로 마음이 충만해지고 내실을 갖췄다고 느낀다. 그가 지금껏 쏟아부은 노력과 부단한 채찍질이 만든 결과라고 생각한다.
“저는 나름 신조어 같은 것이 있어요. 바로 ‘오늘 하루도 나나 잘하자!’입니다. 톱니바퀴를 보면 한쪽이 돌아가면 반대쪽 바퀴도 돌아가잖아요. 그것처럼 다른 사람을 비방하지 않고 남 탓하지 않으면서 내가 할 일을 잘하면, 이 세상은 잘 돌아간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뮤지컬 ‘맘마미아’를 공연했는데, 무대에 오르기 전에 매일 그 말을 다짐처럼 했죠. 그랬더니 다른 배우들도 공연할 때 그 말이 머릿속에 맴돌아서 연기에 더욱 집중하게 되고 기억에 계속 남는다고 하더라고요. 나의 작은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