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예절과 상식 “팽주와 다배(茶盃)할까요”

기사입력 2019-11-28 13:53 기사수정 2019-11-28 13:53

[인생茶 한 잔 하실래요?] PART5

▲일본차와 다기(사진 주민욱 프리랜서 minwook19@hanmail.net )
▲일본차와 다기(사진 주민욱 프리랜서 minwook19@hanmail.net )

“차나 한잔할래요?” 살면서 수도 없이 누군가에게 건네는 의례적 인사다. 차(茶)는 우리 일상에서 가깝기도 하지만 한없이 먼 영역. 종류가 다양하다 보니 뭔가 더 알아야 하고, 차 좀 마셔볼까 생각하다가도 말아버리는 이들도 적잖다. 차, 그저 즐기면 그만이다. 단, 조금의 예법과 상식을 알고 있으면 세상 그 어떤 차도 기품 넘치게 즐길 수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 정도만 알고 차를 마시자. 그럼 오늘부터 당장 차 문화에 빠져볼까?

뜨거운 물을 다기에 붓는 이유

차를 우리기 전에 다기와 찻잔에 뜨거운 물을 붓는 이유는 예열을 위한 행위다. 다기가 세트일 경우에는 다관과 숙우, 찻잔의 용량이 맞아서 편리하다. 그러나 찻잔을 꼭 세트로 써야 하는 법은 없다. 다기에 물을 따르면서 찻잔에 물이 얼마큼 들어가는지 가늠하기도 한다. 다기는 보통 5인 세트가 기본이다.

(사진 주민욱 프리랜서 minwook19@hanmail.net )
(사진 주민욱 프리랜서 minwook19@hanmail.net )

차를 따를 때는 ‘왔다 갔다, 왔다 갔다’

차를 따를 때는 한 번에 한 잔을 다 채우지 말고 여러 번에 나누어서 따른다. 맛을 고르게 하기 위해서다. 차를 따를 때 주인은 자기 잔에 먼저 조금 따라서 찻잎이 제대로 우러났는지 확인한 후 손님 잔에 차례로 따른다. 다관에 남은 차는 마지막 방울까지 따라서 마신다. 향미가 좋은 진한 맛이 있기 때문이다. 웃어른에게는 먼저 차를 올린다. 재탕 이후에는 찻잔이 손님 앞에 있으니 숙우에 차를 따라 손님상에 낸다.

차를 마실 때는 건배가 아닌 ‘다배’

술자리에서 건배를 자주 해서 간혹 찻잔으로도 건배하는 사람이 있다. 찻잔으로 하는 건배는 ‘다배(茶盃)’라 한다. 찻잔을 든 손등을 서로 가볍게 대면 된다. 손등을 부딪치며 정겨움과 친근함을 나누는 행위가 바로 차인들이 하는 다배다. 잔을 부딪치는 건 술 문화다. 술로 축하를 많이 하지만 차로도 할 수 있다. 다배처럼 차를 즐기는 데 도움이 되는 문화라면 괜찮다.

(사진 주민욱 프리랜서 minwook19@hanmail.net )
(사진 주민욱 프리랜서 minwook19@hanmail.net )

차는 三세번, ‘찬사’와 ‘가찬’

차는 세 번 정도 우려내 마시는 것을 기준을 하고 있지만 잔이 크거나 작을 때는 그렇게 나누어 마시는 게 어려울 수 있다. 몇 번에 나눠서 마시든 구애를 받을 필요는 없다. 즐겁게 차를 마시면 된다.

첫 번째 잔, 입이 말라 있기 때문에 차의 맛을 온전하게 느낄 수 없다. 코로 살짝 향기가 올라오면 입안을 적실 정도로만 마신다.

두 번째 잔, 입안에 찻물이 그득할 정도로 마신 후 천천히 목으로 넘기면서 맛과 향을 충분히 느낀다.

세 번째 잔, 편하게 마시면 된다. 이렇게 두세 번 차를 나누어 마시면서 차를 내놓은 주인에게 ‘찬사(讚辭)’를 한다. 차의 맛이 어땠는지 느끼고 감상한 대로 전달하는 것이 찬사다.

※ 두 번째 잔을 마시면서 하는 찬사는 ‘가찬(加辭)’이라고 한다. 진심 어린 칭찬은 많이 할수록 좋다.

(사진 주민욱 프리랜서 minwook19@hanmail.net )
(사진 주민욱 프리랜서 minwook19@hanmail.net )

진한 립스틱과 향수는 자제한다

차를 다 마셨을 때 다관은 손님 앞에서 비우지 않고 찻잔 정도만 정리한다. 물이 떨어지는 부분만 닦아서 엎어놓는다. 가미된 것이 없어서 뜨거운 물로만 헹궈도 된다. 세제는 따로 쓰지 않는다. 좀 더 청결하게 하고 싶으면 맹물에 삶는다. 차실에 들어갈 때는 립스틱을 진하게 바르거나 향수를 뿌리지 않는다. 향이 진하면 차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 차를 대표하는 보이차

생차는 익히지 않고 자연적으로 발효 숙성시켜 마실 수 있도록 만든 차이고, 숙차는 ‘악퇴(渥堆)’라는 인공발효기술로 만든 것이다. 생차는 기본 20년은 지나야 편하게 먹을 수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보이차 중 꽉 눌러놓은 것은 병차 또는 긴압차라고 한다. 보이차에는 흩어진 형태의 산차도 있다. 내포성에 따라서 7~8탕까지 우려 마실 수 있다. 고온의 물을 붓고 바로 첫 물은 버린다. 찻잎을 제대로 우려내기 위한 과정이다. 자사호는 광석점토로 빚은 다관이다. 뜨거운 온도로 마시는 보이차를 우려내는 용기로 알맞다.

▲보이차(위), 다식(아래)(사진 주민욱 프리랜서 minwook19@hanmail.net )
▲보이차(위), 다식(아래)(사진 주민욱 프리랜서 minwook19@hanmail.net )

다식, 언제 먹는 게 좋을까?

초탕과 재탕까지는 차만 마시는 게 좋다. 차 맛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해서다. 삼탕 때쯤 다식을 먹으면 된다. 이미 차를 즐기고 음미했기 때문이다. 이때 시큼하거나 향기가 강한 다식은 내놓지 않는다. 차 맛을 온전하게 즐기는 데 방해가 된다. 담백하거나 단것을 주로 사용하고 과일을 내놓을 때는 설탕에 재어놓은 정과류가 좋다. 과일향이 은은하게 나면서 신맛을 잡아주기 때문이다.

요즘 대세인 다기 ‘개완’

‘개완’은 뚜껑이 있는 중국식 찻잔으로 현대에 와서는 다관으로 주로 쓰인다. 뚜껑은 향기가 날아가지 않게 하고 향기를 맡을 때도 이용한다. 모든 차는 ‘개완’으로 우려 마실 수 있다. 개완은 차를 우리는 용도로 쓸 때 뚜껑을 얼마나 벌리느냐에 따라 나오는 물의 양을 조절할 수 있다. 단, 고수의 손길이 필요하다. 금세 뜨거워지기 때문에 찻물을 부어놓고 잠깐 기다렸다가 얼른 따라야 한다. 중국의 찻잔 중에서 얇고 조그마한 잔은 차를 뜨겁게 여러 번 마실 때 좋다. 잔이 얇아 차를 따랐을 때 뜨거울 수 있기 때문에 굽과 잔의 전을 잡고 살짝 들어서 마신다.

일본의 전차, 혼합차, 말차

전차는 찻잎을 찐 증제차다. 혼합차에는 현미와 녹차, 말차가 들어 있다. 일본 사람들은 탕색이 녹빛인 차를 선호한다. 그래서 부스러기가 많고 찻잔에 뿌옇게 부유물이 끼기도 하는데, 차를 낼 때는 찌꺼기가 나오지 않도록 고운 거름망을 사용하면 좋다. 일본 차로 대표되는 말차는 차선(가루로 된 차를 탈 때 물에 잘 풀리도록 젓는 기구)으로 풀어 마시는 차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생산이 되며, 말차처럼 마시는 보리순 말차, 쑥 말차, 뽕잎 말차 등도 있다.

▲개완과 중국 찻잔(위), 얼그레이와 말차로 만든 케이크와 홍차(사진 주민욱 프리랜서 minwook19@hanmail.net )
▲개완과 중국 찻잔(위), 얼그레이와 말차로 만든 케이크와 홍차(사진 주민욱 프리랜서 minwook19@hanmail.net )

홍차는 점핑이 관건

홍차 잎이 들어간 티 포트에 물을 부을 때는 물의 속도를 빠르게 하여 붓고 꾹 누르듯 물줄기를 끊어야 한다. 이렇게 물을 따르면 티포트 속에서 찻잎이 대류운동을 하면서 우려지는데, 이것을 점핑이라고 한다. 이를 돕기 위해서 찻주전자는 동그란 것을 써야 한다. 차를 우리는 시간은 대략 3분 전후로 한다. 우려낸 홍차를 찻잔에 따른 뒤 따뜻한 온도 유지를 위해 티 포트에 티 코지를 덮어둔다. 티 코지는 차를 보충해서 먹을 때 온도를 유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홍차는 쿠키, 케이크랑 잘 어울린다. 떫은맛이 단맛이랑 중화되기 때문이다. 홍차는 두 번 우리면 맛이 현저히 떨어진다.

(사진 주민욱 프리랜서 minwook19@hanmail.net )
(사진 주민욱 프리랜서 minwook19@hanmail.net )

도움말 차생활연구원 백순화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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