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여행으로 ‘1밀리미터 변한 나’

기사입력 2019-11-13 09:12:42기사수정 2019-11-13 09:12
  • 인쇄하기
    글자 크기 작게
    글자 크기 크게

▲무릉계곡의 가을(서동환 동년기자)
▲무릉계곡의 가을(서동환 동년기자)

사람들은 제각각 피로를 벗어나는 자신만의 방법을 가지고 있다. 내 경우에는 ‘나‘를 벗어나 조금이나마 ’다른 존재‘로 살아보기 위해 아무 연고가 없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곤 한다. 이번 가을에도 그런 이유로 가방 하나 달랑 들고 찾은 곳이 동해시다. 오래전부터 두타산과 청옥산의 무릉계곡이 있는 동해시에 가고 싶었다.

동해시의 무릉계곡은 백두대간의 줄기로 동서 간 분수령을 이루는 깊고 험준한 두타산과 서쪽의 청옥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곳이다. 내가 동해시의 무릉계곡에 갔을 때 두타산과 청옥산의 능선에 내려온 가을은 노랑, 빨강의 색들이 서로 합쳐지며 있었다. 그들은 서로 뒤엉키고 섞이면서 하나의 층을 이루었다. 가을 햇빛은 차가운 공기와 잘 어우러졌다. 언제 이렇게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는지. 갈색 나뭇잎들은 가지를 길게 빼고 툭툭 떨어졌다. 숲속 길에, 골짜기 흐르는 물 위에.

아프리카 격언- ‘너무 빨리 걷지 말아라. 영혼이 따라올 시간을 주어라.’

그렇게 걸을 수 있는 길이 무릉계곡의 길이다. 가파르지 않은 산길을 ‘남’이 되어 걸으면서 ‘나’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길이다.

▲동해시 무릉계곡 등산로 입구(서동환 동년기자)
▲동해시 무릉계곡 등산로 입구(서동환 동년기자)
▲무릉계곡 무릉반석(서동환 동년기자)
▲무릉계곡 무릉반석(서동환 동년기자)
▲무릉계곡 숲길에서 담벼락 너머로 보이는 삼화사(서동환 동년기자)
▲무릉계곡 숲길에서 담벼락 너머로 보이는 삼화사(서동환 동년기자)

입구의 관리사무소를 지나 조금 걸어가면 계곡 바로 옆에 있는 1,500평 정도의 넓은 반석을 만나게 된다. 이 반석 위에는 이곳에 왔던 명필가와 묵객들이 새겨놓은 수 많은 크고 작은 석각들이 있다. 그 글 중 이 계곡을 무릉선원(武陵仙源)으로 표현한 글귀가 있다.

무릉반석 위쪽에는 유서 깊은 사찰인 삼화사가 있다. 신라 시대 선덕여왕 11년(642년)에 창건한 사찰로 고려 태조 때 ‘삼화사’로 개칭되었다. 이곳에는 보물로 지정된 삼층석탑과 ‘철조 노사나불 좌상’이 있다. 길을 따라 서 있는 사찰의 담에는 배고픈 담쟁이덩굴이 벽을 타고 기어 올라가고 있었다.

▲무릉계곡 쌍폭포(서동환 동년기자)
▲무릉계곡 쌍폭포(서동환 동년기자)
▲무릉계곡 용추폭포(서동환 동년기자)
▲무릉계곡 용추폭포(서동환 동년기자)

계곡을 따라가는 길에서 만나게 되는 절경들로 학소대, 관음폭포, 선녀탕, 쌍폭포, 용추폭포 등이 있다. 화강암 암반 위에서 떨어지는 이 폭포와 소(沼)들에는 저마다의 사연과 풍경이 있다. 각각의 이야기와 풍경을 함께 하다 보면 유체 이탈된 나를 만나게 된다.

▲동해무릉 건강 숲 숙박동 전경(서동환 동년기자)
▲동해무릉 건강 숲 숙박동 전경(서동환 동년기자)

무릉계곡 입구 맞은편에 맑은 공기와 물소리, 새소리로 신선한 기운을 찾을 수 있는 ‘동해무릉 건강숲’이 있다. 이곳은 심각해지는 환경성 질환을 예방하고 교육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설이다. 하루 100여 명이 이용할 수 있는 친환경 숙박동과 테마체험실, 자연식 건강 식당 등을 갖추고 있다. 친환경 숙박 시설은 황토와 편백나무 등 친환경 자재를 이용해 만든 숙박 시설로 38개의 객실이 있다. 테마체험실에는 건강에 좋은 소금 동굴 등 각종 찜질방과 산소힐링방 등을 갖추고 있다.

▲추암_촛대_바위(서동환 동년기자)
▲추암_촛대_바위(서동환 동년기자)

‘동해 무릉 건강 숲’에서 힐링의 밤을 보낸 다음 날 ‘한국인이 가봐야 할 국내 관광지 100선’에 선정되었던 ‘추암촛대바위’가 있는 해안으로 갔다. 미묘한 해안 절벽을 따라 만들어진 길에서부터 이어진 추암근린공원까지 잘 조성된 하나의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그중에서도 동해의 맑은 바닷물과 크고 작은 바위에 잘게 부서지는 파도, 그리움이 배인 촛대바위는 해안의 주인공이었다. 촛대바위의 하늘을 찌를 듯 솟은 그리움이 가슴 깊이 새겨졌다. 그 그리움은 단지 힘이 세다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움의 힘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나에게 물었다. 움츠러든 가을 여행자의 마음을 토닥거려주었다.

▲석회암 동굴인 천곡 천연동굴 내부(서동환 동년기자)
▲석회암 동굴인 천곡 천연동굴 내부(서동환 동년기자)
▲천곡 천연동굴 VR체험장(서동환 동년기자)
▲천곡 천연동굴 VR체험장(서동환 동년기자)

동해시는 너무 볼 것이 많아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자연체험 학습장인 ‘천곡천연동굴’도 도심에서 가까운 위치에 있었다. VR 체험 시설과 함께 석회암 동굴의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해파랑길 전경(서동환 동년기자)
▲해파랑길 전경(서동환 동년기자)
▲해파랑길 전경2(서동환 동년기자)
▲해파랑길 전경2(서동환 동년기자)

한국에서 가장 긴 걷는 길인 ‘해파랑길’에 속하는 바닷가 길도 동해시에 있다. 해파랑길은 총 길이 770km로 부산의 오륙도에서부터 고성군의 통일전망대까지 동해안을 따라 걷는 ‘태양과 걷는 사색의 길’이다. 이중 ‘해파랑길 33코스’와 ‘34코스’가 동해시에 속하는 길이다. 한섬에서 출발해 천곡항을 향해 걸었다. 동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았다. 바다를 낀 소나무 숲길도 좋았고, 잘 닦여진 데크의 계단에 앉아 바라보는 바다도 좋았다.

‘우리는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도록 강요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해파랑길을 걸을 때 들었다. 누구라도 무엇엔가 사로잡혀 있지 않은 인생을 살고 싶어 하는데... 아직도 현실에 존재하는 나와 내가 꿈꾸는 나가 내 안에서 두 개의 심연으로 존재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그래, 언제까지고 가슴 아픈 방황을 계속해보자. 내 마음 깊은 곳의 온갖 울림과 떨림, 미세한 균열과 변화의 틈새를 지켜보자. 조금씩 전과 다른 나를 향해 아주 느리게 변해가는 나를 발견해보자.’

가을의 어느 날에 간 동해시 여행을 통해 1㎜(밀리미터) 변한 내가 보였다.

▪ 무릉계곡: 강원도 동해시 삼화로 538.

▪ 동해 무릉 건강 숲: 관련내용 홈페이지 참조 (http://forest.dh.go.kr)

▪ 천곡천연동굴: 강원도 동해시 동굴로 50.

▪ 추암촛대바위: 강원도 동해시 촛대바위길 6.

▪ 해파랑길: 동해시청 관광과

저작권자 ⓒ 브라보마이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