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와 바람을 벗하여 가을을 걷는다

기사입력 2019-11-26 16:44 기사수정 2019-11-26 16:44

영덕 블루로드 B코스

▲영덕 블루로드(황정희 동년기자)
▲영덕 블루로드(황정희 동년기자)
▲영덕 블루로드 다리(황정희 동년기자)
▲영덕 블루로드 다리(황정희 동년기자)

파도와 바람을 벗하여 가을을 걷는다. 영덕블루로드B코스

770km를 따라 부산에서 고성까지 동해안을 따라 해파랑길이 나있다. 속이 꽉 찬 가을 대게처럼 볼거리와 먹거리가 풍성한 해파랑길 중 영덕블루로드 B코스를 걸으며 가을바다를 만난다.

영덕블루로드 B코스는 '푸른 대게의 길'이라 불린다. 영덕해맞이공원에서 시작해서 경정리, 죽도산전망대, 축산항까지 12.5km의 구간, 3시간 정도 걷는 코스다. 보통은 해맞이공원에서 고성방향으로 위쪽으로 올라가지만 축산항에서 부산방향으로 해안을 왼편에 끼고 걸으려고 한다. 영덕 도착 시간을 고려하여 점심은 축산항의 물가자미 요리로, 저녁은 강구항의 대게로 먹는 즐거움까지 챙기기 위해서다.

영덕 축산항은 물가자미로 유명하다. 매년 5월이면 축산항에서 물가자미축제가 열린다. 물가자미는 흔히들 ‘미주구리, 미주가리’라고 부른다. 일본명이 Mushigarei니 거기서 이름이 왔으리라 짐작하겠지만 순수우리말이다. 경상북도 방언에서 6을 뜻하는 물과 가자미를 뜻하는 ‘가리’ 또는 ‘구리’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김가네식당 가자미회(황정희 동년기자)
▲김가네식당 가자미회(황정희 동년기자)

물가자미는 광어와 비슷한 생선으로 크기만 더 작다고 생각하면 된다. 주로 뼈채 회를 뜨는 세꼬시나 살짝 말린 것을 구워서 먹는다. 물가자미로 다양한 요리를 내놓는 전문식당을 추천한다. 물가자미축제가 열리는 축산항에 위치한 김가네식당이다. 조림, 회, 회무침, 매운탕, 식해까지 다양한 물가자미요리가 나온다. 식당 앞에서는 동해의 해풍에 꾸들꾸들 물가자미를 말리고 있다.

▲축산항 블루로드B코스 시작점(황정희 동년기자)
▲축산항 블루로드B코스 시작점(황정희 동년기자)
▲블루로드 해양지질공원(황정희 동년기자)
▲블루로드 해양지질공원(황정희 동년기자)
▲영덕 블루로드2(황정희 동년기자)
▲영덕 블루로드2(황정희 동년기자)
▲영덕 블루로드3(황정희 동년기자)
▲영덕 블루로드3(황정희 동년기자)
▲영덕 블루로드4(황정희 동년기자)
▲영덕 블루로드4(황정희 동년기자)

축산항 대표 맛을 즐긴 후 블루로드B코스 하행 시작점에 서면 계단 바로 위에서 죽도산전망대와 해안데크길 두 갈래로 나뉘는 것을 볼 수 있다. 해안가를 따라 이어지는 아기자기한 풍경과 함께하고 싶다면 해안길을, 시원한 전망을 원한다면 전망대 길을 택하면 된다. 2억년의 시간을 뛰어 넘어 눈앞에 드러난 시간의 흔적들이 짧은 인간의 역사를 하나의 점으로 인식하게 한다. 파도와 바위에 침식된 바위 사이 늦둥이 해국이 소담스럽게 피어있다. 걷다가 잠시 멈추어 파도에 생겨난 포말이 부서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쉼의 시간을 갖는다. 블루로드 다리를 건너고 바람이 잦아든 짙푸른 솔숲 길을 걷는다. 해안절벽과 솔숲의 조화에 걷는 묘미를 한껏 즐기게 해주는 코스다.

▲영덕대게(황정희 동년기자)
▲영덕대게(황정희 동년기자)

걷느라 수고하였으니 저녁식사는 영덕하면 떠오르는 대게다. 강구항 수산물직판장에서 대게를 사는 것이 좋다. 크기가 무조건 큰 것보다는 들어봐서 묵직해야 속이 꽉 찬 대게다. 몇 번의 흥정 끝에 구입한 대게를 쪄주는 곳에서 쪄달라고 하여 숙소에 가져가서 먹거나 자릿세를 내면 상차림을 해주는 식당에서 먹는 것을 추천한다. 가장 저렴하게 푸짐하게 대게를 먹는 방법이다.

겨울이 오기 전에 만난 여행지, 영덕블루로드는 걷는 묘미와 푸짐한 맛이 있는 길이다. 나지막한 산과 지질공원, 파도치는 바다와 바람을 벗하여 걸은 길을 걸으며 동해의 거친 풍경과 바닷가 마을의 정취를 듬뿍 즐긴다. 시간 앞에, 바다 앞에 세상사 시름이 작아졌다가 수평선 너머로 자취를 감춰버린다. 일상으로 돌아오는 길, 마음이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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