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배달로 전하는 따스한 손길

기사입력 2019-12-02 11:19 기사수정 2019-12-02 11:19

연탄 한두 장의 온기로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는 이웃들이 있다. 대부분 오래된 주택가로 연탄배달 차량이 들어갈 수 없는 구석진 곳이다. 독지가들의 기부로 마을 입구까지 배달돼온 연탄을 집 안까지 한 장 한 장 손으로 옮길 수밖에 없다. 한두 장은 몰라도 서너 달 쓸 양은 만만치 않아 옮겨주는 사람의 손길이 많이 필요하다.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그 손길을 보탠다. 연탄배달 봉사활동이다.

▲연탄 1,040장을 골목길 안쪽 집으로 옮기며(변용도 동년기자)
▲연탄 1,040장을 골목길 안쪽 집으로 옮기며(변용도 동년기자)

나도 3년 전부터 같은 취지의 봉사단원으로 초겨울이 오면 연탄배달 봉사를 한다. 좁은 골목길이나 언덕을 오르내리며 2~3시간, 길게는 4시간 정도 손으로 나르는 일이어서 나이 든 사람에게는 힘에 부친다. 지난 11월 29일 아내의 걱정을 뒤로 하고,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상계종합사회복지관(서울시 노원구)을 통하여 선정된 당고개 지역에 사는 불우 노인 다섯 집에 연탄을 옮겨 쌓아주었다. 한국산업은행이 후원하는 KDB사회공헌아카데미 수료생 남녀 20여 명과 함께 가수 소녀시대 수영 씨 등이 기부한 연탄 1,040장을 옮겼다.

네 집엔 200장씩 그리고 한 집은 240장을 배달했다. 겨울을 나기에 다소 부족해 보이는 양을 옮겨주었으나 이미 들여놓은 연탄이 남아있어 이번 겨울은 그럭저럭 버틸 듯하다.

천 사십장을 봉사자들이 연탄을 쌓아놓은 곳에서 배달할 집까지 컨베이어벨트형으로 일렬로 서서 2시간에 걸친 작업을 했다. 손으로 한 장 한 장 옮기는 일이 꽤 힘들었지만, 통장 아주머니가 끓여온 대추차가 우리 봉사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덥혀줬다.

연탄 한 장으로 6시간 정도 걸려야 방 구들이 조금 따뜻하게 덥혀진다고 한다. 하루에 4장이 들어가는 셈이다. 연탄 한 장의 값이 780원이니 하루에 4장 때면 하루 연탄값이 3120원. 커피숍의 커피 한 잔 값도 채 안 된다. 칼바람 이는 겨울, 노인들이 연탄이라도 마음껏 피우며 따뜻하게 몸을 덥힐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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