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07. 04 (토)

녹두꽃 만개한 세상에 살고 있는가

기사입력 2019-12-12 18:07:45기사수정 2019-12-12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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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와 떠나는 공감 투어] -장흥

'사람이 곧 하늘이니 마땅히 사람을 하늘처럼 대해야 한다.' 인간 평등을 담고 있는 동학 이념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서로 거친 손을 맞잡고 저항했던 민초들, 그들의 이름은 사람이었고 위대한 백성이었다. 전남 장흥의 겨울바람 속에서 과거와 현재를 마주 보았다.

▲장흥 동학농민혁명기념관(이현숙 동년기자)
▲장흥 동학농민혁명기념관(이현숙 동년기자)

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 '녹두꽃'이 있었다. 동학농민을 다룬 드라마가 여간해서 없었는데 근래에 드물게도 이런 드라마가 나와 세태의 흐름과 함께 생각해 보게 했다. 사람다움 없는 기득권자들의 자리싸움은 물론이고 성장하는 아이들에게도 금수저니 놋수저니 숟가락 타령까지 만들어 냈다. 드라마는 영웅 일대기가 아닌 역사에 이름 한 줄 남기지 못한 민초들의 삶과 항쟁에 초점을 맞추었다. “사람처럼 살다가 사람처럼 죽겠다 이 말여” 배우 조정석이 울부짓던 것처럼 인간 존엄을 연결시켜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었다.

▲장흥 동학농민혁명기념관 입구(이현숙 동년기자)
▲장흥 동학농민혁명기념관 입구(이현숙 동년기자)

전남 장흥에 가면 이런 이야기를 생생히 느껴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동학농민혁명의 4대 전적지중의 한 곳이 바로 장흥이다. 공주 우금치, 정읍 황토현, 장성 황룡, 장흥 석대들. 장흥 동학농민혁명기념관은 석대들에 소나무를 앞세우고 조용히 앉혀져 있다.

1894년 이 땅에서 동학농민운동 사상 가장 치열한 '석대들 전투'가 있었던 곳, 대규모 농민군이 참여한 최후 최대의 격전지였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목숨 바친 항전의 모습을 이곳 전시관에서 찬찬히 돌아볼 수 있다.

그분들의 뜻을 기리는 상징적인 조형물과 깃발 광장, 기획전시실과 체험실, 시간순으로 나뉜 영원의 불, 개벽의 들불, 타오르는 불꽃, 분노의 불씨는 희생자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넋을 추모하는 불꽃이었다. 혼란의 시대에 변화를 꿈꾼 백성들의 희생에 전율이 느껴진다.

(이현숙 동년기자)
(이현숙 동년기자)

대나무를 항아리처럼 엮어놓은 것이 있다. 그 안에 볏짚을 가득 넣어 굴리며 방어용 공격용 무기로 사용한 장태를 보며 들불처럼 타오른 농민 항거의 모습이 느껴져 숙연해진다. 그리고 영상실에서는 일본군에 쫓긴 동학농민들을 며칠 밤을 새워 완도와 고흥의 섬으로 피신시킨 열여섯 살 소년 뱃사공 윤성도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절박했던 순간에도 의연하던 소년의 모습 멋짐 폭발이다.

민중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뛰어들었던 사람들, 당시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들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것이 2004년이다. 그분들의 피의 투쟁이 100년이 넘어서야 인정된 것이다.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전시관 옥상으로 올라가면 드넓은 석대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신무기로 무장한 일본군과 맞선 동학농민들의 전투가 벌어졌던 곳에 세찬 겨울바람이 분다. 나라가 바르게 서지 않을 때 희생을 마다하지 않고 나선 사람들, 부패한 기득권자들이 득세할 때 짓눌리기만 하던 민중들이 손을 맞잡았던 곳, 석대산 자락에 서서 그분들의 열망과 흔적을 좇으며 생각해 본다.

살면서 가끔은 한 번씩 내 삶의 뿌리에 누군가의 노고가 있었는지, 이제는 녹두꽃이 만개한 세상에 살고 있는지…. 장흥 석대들에 서면 그분들의 소중한 희생으로 꿈꾸던 세상이 우리에게 이어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전라남도 장흥군 장흥읍 남외리 16

서울 기준, 서울센트럴시티터미널→장흥시외버스터미널→장흥동학농민혁명기념관

평일 7번 주말 8번 운행

간 김에 장흥 둘러보기

▲소등섬(이현숙 동년기자)
▲소등섬(이현숙 동년기자)

-소등섬

고기잡이 나간 가족을 기다리며 섬에 소등(小燈), 즉 호롱불을 밝힌 데서 유래된 섬 이름이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 촬영지로 더 알려진 소등섬의 남포마을, 배우 안성기와 오정해가 거닐었던 영화 속의 포구가 지금은 찬 겨울 속에 있다. 소등섬 너머로 떠오르는 해돋이가 아름다운 곳으로도 유명하다.

*맛집

▲장흥 매생이(이현숙 동년기자)
▲장흥 매생이(이현숙 동년기자)

-내저마을 매생이

매생이는 청정한 갯벌의 내해에서만 자라는 건강한 안심 먹거리다. 장흥의 내저 마을엔 현재 매생이 수확이 한창이다. (11월 말부터 그다음 해인 2월 경까지가 수확시기다)

▲장흥 굴 구이 (이현숙 동년기자)
▲장흥 굴 구이 (이현숙 동년기자)

-굴구이

자연산 굴 채취가 쉬운 이곳에 굴구이집이 많다. 석화가 가득 쌓인 입구부터 푸짐하다. 강당처럼 넓은 실내엔 장작불이 활활 타오르는 화덕 앞에 좋은 사람들과 둘러앉아 석화구이를 즐기는 맛과 풍취가 넘친다. 신선한 굴을 살짝만 익혀 껍질을 열면 짭조름한 굴즙이 흐르고 탱글한 굴을 호로록 입에 넣는다.

남포수산 전남 장흥군 용산면 접정남포로 763-96.

▲장흥 삼합(이현숙 동년기자)
▲장흥 삼합(이현숙 동년기자)

-장흥삼합

장흥의 삼합요리를 모르면 간첩이라고 할 만큼 유명한 메뉴가 낙지삼합이다. 생물로, 익혀서, 볶아서 이렇게 삼 단계의 맛을 즐긴다. 낙지 삼합은 오래전 이 집의 주인이 개발한 메뉴로 이제는 타 지역에서도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맛집이다. 장흥의 맛있는 기억은 끝도 없다.

-이 뿐 아니라, 운치있는 힐링의 숲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 장흥의 랜드마크 정남진 전망대, 용도 폐지된 후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난 장흥교도소, 천연기념물 후박나무, 사라져 가는 재래시장을 현대화해서 편리하게 구경할 토요시장 등 가 볼 곳이 지천인 장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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