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거리, 쇠막, 씨부게, 애기구덕, 남태...”

기사입력 2020-02-27 11:28 기사수정 2020-02-27 11:29

▲제주전통농가전시실 안내문(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제주전통농가전시실 안내문(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제주도 옛날 농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제주전통농가전시실. 옛것을 익혀 새것을 안다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현장이다. 제주감귤박물관 본관 2층에 설치되어 있다. 제주도 전통농가의 옛 모습과 삶의 지혜를 중심으로 정리하였다. 요즘 제주도 젊은이들도 잘 모르는 특이한 명칭들이 많다.

제주전통농가의 옛 모습

제주민속자료 제3호인 제주전통 초가 세 채와 정낭, 통시(전통화장실), 우영밭(텃밭) 등 제주농가 전체를 복원해 놓은 곳이다. 옛 농가 전체를 실내에 조성했다. 제주 농업과 제주전통농가를 이해하고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다. 용어 자체가 제주도의 전통과 특성에 맞게 붙여진 것이 많다.

▲제주전통농가 안거리(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제주전통농가 안거리(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제주전통농가 밖거리(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제주전통농가 밖거리(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사람들이 주로 살았던 집을 "안거리"라고 한다. 안채의 방언이다. 안거리 옆에 별도로 지은 작은 집을 “밖거리”라고 한다. 바깥채의 방언이다. 안거리와 밖거리는 모두 진흙을 발라 지은 초가집으로 안거리는 살림을 하고 손님들을 맞이하는 집으로 사용하였다. 밖거리는 주로 부엌으로 이용하여 부엌에서 밥을 지어 먹을 때는 안거리에서 먹었으며 남은 공간은 마늘과 고추 등 농산물을 걸어놓고 말리고 그 외에 농산물과 농기계 등을 보관하는 창고로 활용하였다.

▲제주전통농가 쇠막(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제주전통농가 쇠막(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제주전통농가 통시(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제주전통농가 통시(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제주전통농가 통시 안내문(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제주전통농가 통시 안내문(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쇠막'은 외양간의 방언으로 소와 말을 기르는 곳이다. 옛날에는 말이나 소가 농사를 지을 때 매우 중요한 일을 하는 동물이었기 때문에 집 가까이 두고 정성껏 보살폈다. 말은 수레를 끌거나 직접 타는 교통수단이었고 소는 쟁기를 매어 밭을 가는 역할을 했다. '통시'는 대소변을 보는 곳과 돼지를 가두어 기르는 곳을 하나로 합쳐서 돌담을 쌓아 만든 주거공간이다.

옛날 제주의 민가들이 사는 입구의 올레에는 '정주석'을 세우고 '정낭'을 걸쳐서 대문 역할을 했다. 정낭은 인적 정보를 이웃에게 알리는 제주가 갖고 있는 특유의 생활 풍습이었다. 정주석에 3개의 구멍을 뚫어 나무로 만든 정낭을 걸쳐서 소나 말의 출입을 막고 집주인의 외출을 이웃에게 알렸다.

▲제주전통농가 장항과 장독대(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제주전통농가 장항과 장독대(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제주전통농가 눌(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제주전통농가 눌(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제주전통농가 물허벅과 물구덕(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제주전통농가 물허벅과 물구덕(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장항'은 장을 담는 항아리이고 '장독대'에는 늘 여러 개의 장항이 놓여 있었다. 제주에서는 탈곡하기 전의 농작물을 단으로 묶어 쌓아두거나 탈곡하고 난 짚을 낟가리로 씌워 쌓아 놓은 것을 "눌"이라고 하고 눌을 쌓기 위한 공간을 “눌굽” 또는 “눌왓”이라고 했다. '우엉'은 텃밭을 말하고 '물허벅'은 물을 길러 나르는 물항아리다. '물구덕'은 물을 길어 다닐 때 등에 지고 다녔던 정방형 모양의 대바구니다. '물팡'은 물허벅을 지고 다니다 내려놓는 곳을 말한다.

▲제주전통농가 지게(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제주전통농가 지게(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제주전통농가 애기구덕(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제주전통농가 애기구덕(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제주전통농가 도고리(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제주전통농가 도고리(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제주전통농가의 삶의 지혜

농사를 지을 때 다양한 도구를 이용하여 효율적으로 농사를 지으려고 노력한 모습을 전통 농기구 등에서 엿볼 수 있다.

'애기구덕'은 아기를 좌우로 흔들면서 재우는 데 사용하였던 구덕이다. 말과 되는 곡식을 측정하던 기구이며 '도고리'는 가축의 먹이를 주는 그릇으로 모두 나무로 만들었다.

▲제주전통농가 대패랭이(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제주전통농가 대패랭이(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제주전통농가 덩드렁마께(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제주전통농가 덩드렁마께(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대패랭이'는 대나무로 만든 패랭이이다. 갓과 비슷한 형태로 '이대'라는 대나무의 한종류로 만들어지는 데 '이대'는 제주지역 어디에서나 군락을 지어 자생하며 바닷가에서 소금바람을 견뎌내며 자라서 좀이 슬지 않고 잘 썩지도 않는 장점이 있다. 농부들이 무더운 여름날 밭에서 더위를 피하려고 사용하였다. 덩드렁마께'는 나무 방망이이다. 나무 토막으로 만든 투박한 방망이로 짚이나 칡을 두드려 부드럽게 만들 때 사용하는 도구다. 빨래를 할 때 두들겨 물을 뺄 때도 쓰인다.

▲제주전통농가 남방애(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제주전통농가 남방애(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제주전통농가 맷방석(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제주전통농가 맷방석(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제주전통농가 푸는체(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제주전통농가 푸는체(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남방애'는 남방아라고도 하며 제주도에만 있는 것으로 큰 나무를 파고 그 안에서 곡식을 찍는 부분인 돌로 만든 절구다. 나무로 만든 방아라는 뜻이다. '맷방석'은 고래방석이라고도 하며 고래할 때 밑에 깔아서 이용했다. '고래'는 맷돌을 돌리는 기구로 맷돌을 돌리는 것을 고래곤다라고 한다. 메밀 등 마른 곡식을 가는 데 쓰는 기구이다. '푸는 체'는 곡식에 섞인 겨 따위를 걸러내는 도구이다. 바람을 일으켜 죽정이나 겨를 내쫓는 데 사용했다.

▲제주전통농가 도깨(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제주전통농가 도깨(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제주전통농가 홀태(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제주전통농가 홀태(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제주전통농가 골갱이와 호미(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제주전통농가 골갱이와 호미(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도깨'는 도리깨의 방언으로 콩, 보리 등 곡식을 두둘겨서 알갱이를 털어 내는 데 쓰이는 연장이다. '홀태'는 촘촘한 날 사이에 벼, 보리, 밀 따위의 이삭을 넣고 훓어내어 낱알을 터는 농기구다. “골갱이”는 제주의 농기구 중 가장 작으면서도 대표적인 도구이다. 손에 쉽게 휴대하여 잡초 등을 제거하고 종자를 심을 때 사용한다. '호미'는 풀, 나무, 곡식의 대 등을 베어내는 데 쓰는 낫이다.

▲제주전통농가 남태(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제주전통농가 남태(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제주전통농가 씨부게(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제주전통농가 씨부게(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제주전통농가 곰배(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제주전통농가 곰배(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제주전통농가 쇠스랑(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제주전통농가 쇠스랑(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제주전통농가 쟁기(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제주전통농가 쟁기(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제주전통농가 쇠멍에(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제주전통농가 쇠멍에(사진 홍지영 동년기자)

'남태'는 흙덩이를 고르거나 씨가 날리지 않도록 땅을 다지는 데 쓰는 나무로 만든 기구다. '씨부게'와 씨부게기는 짚으로 만들어 씨앗을 보관하는 주머니로 주둥이를 좁게 만들어 쥐나 벌레로부터 피해를 막는 씨앗주머니다. '곰배'는 곰방애라고도 하며 흙덩이를 깨뜨리거나 골을 다듬으며 씨를 뿌린 뒤에 흙을 고르는 데 쓰는 기구다. '쇠멍에'는 말이나 소가 달구지나 쟁기를 끌 때 목에 거는 막대를 말한다.

지금 사용하는 현대식 농기구는 대부분 과거 전통농가에서 사용했던 기구들을 발전시킨 것들이다. 전통 농기구들이 잘 보관되어 더욱 잘 활용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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