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08. 14 (금)

온택트 시대의 '노노 배우기'

기사입력 2020-07-07 09:00:01기사수정 2020-07-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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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을 뜻하는 언택트(untact)를 넘어 한발 더 나아간 ‘온택트'(ontact) 시대가 다가왔다.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면서 등장한 새로운 사회 흐름이다. 온택트란 온라인을 통한 외부와의 연결을 뜻한다. 즉,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진 사람들이 온라인을 통해 외부와 연결, 각종 활동을 전개하는 새로운 경향을 말한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니어들도 온택트 환경으로 전환되는 일상에 적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노노(老老) 배우기’가 필요하다.

(셔터스톡)
(셔터스톡)

믿을 건 가족밖에 없어라

컴퓨터 프로그램을 배우느라 학원에 다녔는데 20명의 수강생 중 내 나이가 가장 많았다. 처음에는 아들보다 어린 선생님을 받들어 모시는 재미도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들은 나를 모시느라 불편해했다. 게다가 수강생들이 컴퓨터 다루는 기초 지식들을 이미 갖추고 있어서인지 강의 속도가 매우 빨랐다. “이렇게 꾸며야 스웨그(swag) 가득!”, “그런 배경 구성은 개쩐다” 등등 다양한 그들만의 속어도 난무했다. 강사는 내게 “못 따라가시는 것 같으니 따로 쉬는 시간에 질문을 받겠다”며 자존심을 긁었다. 특별한 꿀팁을 제공한다는 강사의 말에 속아 참석한 뒤풀이는 절대 낄 자리가 아니었다. 자기네들끼리의 네트워크 구성에 여념이 없는 그들에게 강의 내용을 질문할 여지는 없었다. 역시 학원은 이익집단이다. 믿을 건 가족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가족, 너희들마저…

그런데 아니었다. 일단 결혼한 아들과 만나는 게 만만치 않았다. 내가 필요해서 만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어렵사리 만나 궁금한 걸 물으니, 요점부터 정리해 빨리 질문하란다. 그러고는 “어~ 아직 이것도 모르세요? 허 참” 한다.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다. 아들이 고등학생일 때, 내가 영어를 가르치며 하던 말이다. “또다시 너에게 부탁하지 않도록 노트에 좀 적어야 하니 천천히 가르쳐 달라”고 했더니 한숨을 내쉬며 한마디한다. “적어봐야 소용없어요. 시스템 이해 못하고 그냥 필기만 하면 뭐해요!”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다. 아니꼽고 치사함을 넘어 부자지간의 연까지 끊어지는 거 아닌가 싶어 아들에게 배우기를 포기하고 사위가 좀 나을 것 같아 도움을 청했다. “다 가르쳐드리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요. 그러니까 노트북 두고 가시면 원하시는 것들 다 작동되도록 해드릴게요.” 예의 바른 말처럼 들리는데 더 아프다. 학원이 차라리 나았다. 가족이 더 아프게 한다.

젊은이들의 고충

코로나19 때문에 줌(Zoom)을 통한 화상회의를 주관했다. 구성원은 모두 50대 이상이었다. 나이대를 감안해, 사전에 줌 사용 방법 안내 후 휴대전화로 보내준 링크 주소를 누르기만 하면 가능하도록 조치를 했다. 그런데 회의가 시작돼도 회원들이 안 들어왔다. 전화를 했더니 “꾸욱~ 누르라는 설명은 도대체 몇 초를 누르라는 거냐?”고 묻는다. 젊은이들의 “허걱!”이라는 표현에 백번 공감했다. 또 영상은 뜨는데 음소거 해제 버튼을 못 찾는 회원들에게 전화를 거니 모두들 그렇지 않아도 문의하려고 했단다. 묻기가 쑥스러웠던 게다. 그렇게 회의 시작까지 30분이 더 걸렸다. 처음부터 끝까지 개인별로 다 살펴줘야 했다. 엄청난 인내가 필요했다. 시니어의 자존심, 부끄러움 등을 이해하는 나도 이렇게 힘든데, 젊은이들은 오죽하랴 싶었다.

‘노노 배우기’로 극복

온택트 시대에는 시니어들이 피교육자가 되어 젊은이들이 얘기를 잘 들어야 하지만 경청은 엄청난 자제력이 필요하다. 앞서의 예처럼, 자녀들조차도 부모에게 인내심을 발휘하기 어렵다. 그러니 처음부터 날로 먹으려면 안 된다. 나도 뭔가 노력했다는 근거를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일단 인터넷을 통해 ‘ㅇㅇ 하는 방법’을 치면 동영상까지 자세하게 나온다. 어느 정도 공부 후 “그중 어느 부분이 이해가 안 된다”고 구체적으로 물어봐야 한다. 그리고 답변을 잘해주면 학원 수강료라 생각하고 자식들에게 좀 써야 한다.

▲Zoom 노노 배우기(사진제공=정원일 시니어기자)
▲Zoom 노노 배우기(사진제공=정원일 시니어기자)

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노노 배우기’다. 다행히 주변에, 답답해서 물었다가 상처를 받고 극복한 친구들이 꽤 있다. 넷플릭스로 영화 보고 인스타그램으로 영상 올리고 줌으로 화상회의하는 친구들이다. 그래서 친구들이나 시니어들이 수십 명 이상 있는 밴드나 단톡방에 어려움을 올리면 금방 해결된다. 뭔가 가르쳐주고 알려주고 싶어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친구들이 항상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막막함과 뭘 어려워하는지를 잘 안다. 그래서 천천히 친절하게 잘 가르쳐준다. 다만 뭘 물어보면 필요 없는 사항까지 너무 장황하게 설명하는 단점도 있다. 그렇지만 최소한 자존심을 긁거나 상처 주는 일은 없다. 그러니 온택트 시대, ‘노노 배우기’로 극복해보자.

오늘따라 노트북으로 숙제하는 초등학교 6학년 손자가 나이보다 훌쩍 커 보인다. 온택트 시대가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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