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쭉날쭉한 이용시설물 관리 정책

기사입력 2020-07-09 10:01 기사수정 2020-07-09 10:01

대한민국이 코로나19 대처의 모범국가로 떠오르고 있다. 거리에 나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보기 어렵고 수시로 손을 씻는 국민 위생도 놀라보게 달라졌다. 공공기관에서 시행하는 단체 행사는 줄줄이 취소되었고 개인들의 친목 행사도 취소를 권유받고 있다. 행사뿐만 아니라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으로 사람이 모이는 장소는 아예 문을 닫은 곳이 많다. 박물관이 그렇고 체육시설이 그렇다. 관리 주체가 공공기관인 경우는 문을 닫고 사설 단체는 눈치를 보면서 열고 있다.

그러나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고 이용객 실태는 파악하지 않고 무조건 문부터 걸어 잠그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특히 건강한 사람이 찾는 야외 체육시설 문까지 닫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사설 체육시설은 영업권 보장 측면에서 개방을 용인하면서 말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여권도 없이 전 세계를 누비며 사설기관이든 공공기관이든,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가리지 않고 공격한다. 그런데 관리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어떤 곳은 문을 열고 어떤 곳은 문을 닫는 불공평함을 여러 곳에서 목격한다. 내가 다녀온 어느 결혼식장에서는 축하객 모두 발열 체크를 하고 연락처를 기입하게 했다. 거짓 연락처를 작성해도 어쩔 수 없지만 스스로 연락처를 기재하게 하는 행위는 몸에 이상을 느끼는 사람은 양심상 출입을 포기하라는 메시지가 강하다. 그러나 또 다른 예식장에서는 축하객 발열 체크도 없었고 누구나 출입이 가능했다. 법적 의무사항이냐 자발적 권고사항이냐에 따른 차이로 보이지만 하객의 목숨은 어느 장소에서든 존중되어야 한다.

공공 체육시설을 오픈해 달라는 국민청원이 있어 문을 열었다가 코로나19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다시 종합운동장의 공공 체육시설까지 문을 닫아버렸다. 하지만 사설 체육시설은 영업권 보장이라는 이유로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예를 들면 사설 테니스장은 열고 공설 테니스장은 문을 닫았다. 공공시설물 관리 책임자는 이용객 불편은 자신이 관여할 일이 아니라며 일단 문을 걸어 잠근다. 수익이 중요한 사설시설물 책임자는 소독 후 문을 연다. 이렇게 오픈하고 손님을 받아도 코로나19 확진자는 없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공공시설물과 사설시설물을 구분하지 않는다. 야외 체육시설물도 소독과 출입자 관리만 잘하면 문제없다고 본다. 건강한 사람의 야외 체육시설 이용까지 무조건 막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

행정편의 위주의 천편일률적인 규제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등산로 입구에 걸려 있는 “마스크를 하고 등산하십시오”라는 현수막을 보고 웃음이 나왔다. 마스크를 하면 숨이 가빠 등산이 불가능하다. 그것도 요즘 같은 무더위에 가당키나 한 말인가. 옆 사람과 손잡고 등산하는 사람은 없다. 자연스럽게 2~3m는 떨어진다. 대부분의 등산객은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올라간다. 그래도 등산로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는 보고는 없다.

책임회피성 규제 문구만 내려 보낼 것이 아니리 보건 전문가들이 야외운동장, 체육시설, 등산로, 결혼식장, 장례식장 등을 직접 찾아가 방문객의 행동반경을 철저히 살펴본 후 장소에 적합한 지침을 마련했으면 한다.

오랜 방콕생활에 피로도도 올라가고 슬슬 짜증도 난다. 아픈 사람은 병원으로 가고 건강한 사람은 운동장으로 달려가도록 해줘야 한다. 병원에 가야 할 사람이 병원에 가지 않으면 안 되듯 건강한 사람은 에너지를 발산하도록 해줘야 면역력도 증강되고 삶의 활기도 찾을 수 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사람이 모이는 장소는 무조건 출입부터 막는 조치를 너무 쉽게 결정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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