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고 유쾌하게 나이 들기

기사입력 2020-07-31 09:06 기사수정 2020-07-31 09:06

나이 들어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나이 든 사람의 이미지가 썩 좋지 않기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 초라하지 않고, 좀 더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고 싶다. 그래서 읽은 두 권의 책이 ‘곱게 늙기’(송차선)와 ‘백 살까지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이근후)이다.

‘곱게 늙기’는 모든 사람의 소망이다. 외적으로도 그렇지만 내면도 잘 가꾸어 곱고 품위 있게 늙어가는 것을 꿈꾼다. 저자 송차선 신부는 곱기 늙기 위해 갖추어야 할 덕목을 8가지로 정리해 들려준다. 마음을 비우고, 남의 말에 귀 기울이고, 겸손하라. 노인의 모든 품위는 겸손함에서 나온다는 말에 밑줄을 그었다. 지갑을 열고 좋은 향기가 나는 향수를 쓰라는 현실적 조언도 마음에 담았다.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 양보와 겸손을 갖춘 노인이 몸에서 좋은 향기가 나고 지갑까지 잘 연다면 누구라도 환영할 것이다. 평범해 보이지만 하루아침에 쌓을 수 없는 것들이니 곱게 늙기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것 같다.

이는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우리가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가치와 덕목들이다. ‘곱게 늙기’이지만 ‘곱게 살기’라고 해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부러운 노년은 따로 있다. 50년 넘게 정신과 의사로 환자를 돌보았던 이근후는 사람들로부터 재미나는 인생을 산다는 평을 듣는다. 퇴임 후에도 문학활동과 의료봉사를 활발히 벌이고 수십 권의 책을 쓰며 아흔이 가까운 나이에도 즐거운 인생을 살고 있다. 그러나 그는 인생에서 특별히 재미있는 일이 많이 일어나거나 행복이 가득하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지금 나는 왼쪽 눈의 시력을 완전히 잃었고, 당뇨, 고혈압 등 일곱 가지 병을 앓고 있다. 4년 전에는 계단을 내려가다가 발을 헛디뎌 구르는 바람에 머리를 크게 다쳐 죽을 고비를 넘겼다. 젊어서는 지독한 가난과 전쟁 속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4․19 시위에 참여해 감옥생활을 하는 바람에 변변한 직장도 없이 네 명의 아이를 키우며 생활고를 겪기도 했다. 어쩌면 내 인생은 사람들 생각과는 반대로, 뜻대로 풀리지 않는 쪽에 더 가까웠다. 다만 어떤 상황에서든 작은 즐거움을 애써 찾아 누리려고 했다.”

인생이란 내 생각대로 되지 않고 노력으로만 이룰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지만 그 속에서도 사소한 즐거움을 많이 찾아내려고 애쓰라. 몸이 아프고 정신적으로 외로운 노년의 현실을 인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즐거움을 찾아 유쾌하게 지내야 한다는 게 그의 책 ‘백 살까지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이 들려주는 메시지다.

‘인생의 슬픔은 일상의 작은 기쁨으로 인해 회복된다’는 사실을 알고 마지막까지 유쾌하게 살 수 있다면 행복한 인생이다. 이런 즐거움은 스스로 마음만 먹는다면 주변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으니 ‘곱게 늙기’보다 훨씬 쉬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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