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0. 01 (목)

그녀의 아침이 좋은 이유

기사입력 2020-09-04 09:21:27기사수정 2020-09-04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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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면 갈 곳이 있어서 좋다는 사람이 있다. '그런가?' 혼자서도 혹은 집에서도 심심치 않은 나는 살짝 갸우뚱했다. 오랜 습관인지 집에서도 할 일이 많고 가족들이 모두 나간 빈집에서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혼자 있는 집에서 가족들의 물건들을 훌훌 털어낸 후 청소기를 돌리고 커피콩을 갈아 천천히 커피를 내리면서 가볍게 퍼지는 향을 맡으면 그냥 그대로 행복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3년 전까지 그녀는 아침마다 갈 곳이 있던 사람이었다. 큰일이 없는 한 아침마다 나가야 할 직장이 있는 사람이었다. 이렇게 정신없이 살아도 되는가 싶어 과감하게 직장을 그만둔 후에야 아침마다 나가기를 멈추어도 되었다. 한동안은 여전히, 어쩌면 예전보다 더 바빴다. 마침내 주어진 자유를 누리느라 바빴다. 그녀는 눈곱도 떼지 않고 하루 종일 빈방에서 시체놀이를 하거나 시간이 없어 미뤄둔 책을 원 없이 읽었다. 그동안 이런 것을 안 하고 어떻게 살았는지 억울해 미칠 지경이었다.

한동안 집에 머물던 그녀는 슬금슬금 문밖으로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 아까운 시간, 이 아까운 자유를 외치며 길로 나섰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갈 곳이 명확하게 있는 건 아니었다. 명색은 여행이었지만 발길 닿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쏘다녔다. 그렇게 1년이 가고 2년이 가고 3년 차에 접어들었다. 그녀의 시간은 매일 다르게 채워졌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하고 싶었던 것을 어지간히 이룰 수 있었다. 그녀는 점점 무료해지기 시작했다. 아침마다 갈 곳이 있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매일은 아니어도 갈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찌어찌하여 그녀는 일주일에 두 번 혹은 세 번 집 밖으로 나갈 일을 찾았다. 그녀는 예전과는 다른 기쁨을 느꼈다. 직장에 오래 매어 있던 사람이 느끼는 일종의 안도감이었다. 딱 3년 만이었다. 그녀는 내게 말했다. "이 년까지는 좋았어요. 그런데 삼 년이 되니 노는 것도 지루하더라고요." 아침에 갈 곳이 있어서 좋다는 그녀의 웃음이 싱그럽다. "네 맞아요! 아침에 나갈 일이 있어서 참 좋아요!" 나도 기꺼이 맞장구를 쳐줬다.

맞다. 그녀와 다른 이유이지만 아침에 눈을 뜨면 갈 곳이 있다는 건 아주 좋은 일이다. 매일 똑같은 일상에서 벗어난다는 것만으로도 기쁨의 이유가 된다. 행복이 별건가. 누군가 혹은 어디선가 여전히 나를 필요로 해주면 그게 바로 행복이지. 당신은 어떤가? 이 아침 시간에 쫓기며 바삐 갈 곳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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