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까지 실린 ‘음악그림’ 그리고 싶어

기사입력 2020-11-09 09:46 기사수정 2020-11-09 09:55

[감성 솔솔! 미술관 여기] 블루메미술관 ②

(주민욱 프리랜서 minwook19@hanmail.net)
(주민욱 프리랜서 minwook19@hanmail.net)
백순실 관장은 반백년을 그림과 함께 살아왔다. 그렇게 해서 생산한 작품이 3000여 점. 몰입이 깊었으니 다작이 사필귀정이겠다. 창작으로 한 경지에 오르고자 하는 집념도 강했던 것 같다. “내겐 야망이 있었다”라 말하고 있으니. 이런 그가 미술관을 건립한 건 그게 사후까지 작품을 보전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미술관을 개관하고선 일이 많아졌다. 철따라 꽃을 피우는 야생화들을 돌보는 일이야 오래 즐겨온 낙이겠지만, 이젠 아침마다 미술관에 딸린 카페에 나가 하루치 커피콩을 볶는다. 전시 기획을 비롯해 제반 운영문제는 운영실장을 맡은 딸 김은영 씨가 전담한다. 백 관장의 나이 올해로 칠순. 허공으로 흩어진 세월을 영탄할 만한 시절이다. 하지만 그는 무슨 허무감 같은 것에 사로잡히는 법이 없다. 그림이 여전히 길이고 꿈이고 삶이기 때문이겠지.

“충실하게, 정직하게 창작에 전념하며 살아왔다. 허영이나 허세가 없는 작품을 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아직도 갈증을 느낀다. 요즘은 교향곡을 그림으로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100호 정도의 대작들이다.”

백순실 관장은 ‘동다송’ 연작으로 이름을 날렸지만, 클래식 선율을 회화로 옮기는 작업으로도 호평을 받았다. 20여 년간 그려낸 음악그림이 300여 점.

“자의로 시작한 작업은 아니지만 나도 모르게 깊이 빠져들더라. 클래식을 새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해서 좋았다.”


(주민욱 프리랜서 minwook19@hanmail.net)
(주민욱 프리랜서 minwook19@hanmail.net)


선율을 그림으로 표현한다는 거. 이는 추상을 그리는 작가에겐 탐나는 소재일 것 같다. 독일의 파울 클레 역시 음악을 미술로 조형하길 즐겼더군.

“선율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기는 불가능하니 추상으로 갈 수밖에 없다. 나의 영혼까지 실린 음악그림이길 바라며 작업을 해왔다.”

추상화는 좀 어렵다. 때로 머리 아프다. 감상법을 말해 달라.

“작가의 지극히 주관적인 표현 장르이기에 난해하게 느껴질 수밖에. 그냥 보라. 어렵다는 선입견을 버리고 떠오르는 느낌을 그냥 즐기면 된다. 그저 내 마음에 드는 색감 하나만 발견하는 것으로도 즐겁지 않던가. 차차 조형적 감각까지를 즐길 수 있다면 더 좋겠지.”

선생은 그림을 통해 ‘참자유’를 얻고 싶다고 했다. ‘참자유’란 무엇인가?

“무엇에도 걸림이 없는 단순함, 그 안에 참자유가 있다고 본다. 난 이제 어지간한 욕망은 다 놔버렸다.”

마침내 자유로워졌다는?

“미술 행위 역시 단순해질 수 있는 구도의 길임을 알겠더라. 게다가 내겐 신앙이 있어 기도처럼 삶을 산다. 얽매임 없이.”


그의 작업실은 미술관 뒤편 후미진 자리에 있다. 솔과 대, 청매가 숲을 이룬 고샅에. 작업실 내부는 첩첩 쌓인 작품들로 초만원이다. 그림에 홀려 산 한 여자의 광량(光量)과 깡이 비쳐 정신이 번쩍 든다.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 미치지 않고서 수준에 도달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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