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부르는 소통의 기술

기사입력 2020-11-06 09:28 기사수정 2020-11-06 09:28

존 가트맨(John Gottman) 박사는 부부관계의 전문가다. 47년간 3000쌍이 넘는 부부를 분석했다. 이혼의 가장 큰 원인을 찾기 위해 성격, 가치관, 재산 등 여러 요인을 분석했지만, 이것들이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었다. 결국 그가 찾아낸 것은 부부간 ‘대화 패턴’이었다. 비난, 방어, 경멸, 담쌓기 등 4가지 대화 패턴은 94%의 놀라운 확률로 이혼 예측을 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박종섭 시니어기자 )
(사진 박종섭 시니어기자 )

부부싸움하지 않고 살기란 쉽지 않다. 어떤 부부는 붙어 있기만 하면 싸운다고 한다. 너무 자주 싸우는 것도 문제이지만 안 싸우는 것도 그렇게 좋은 것만도 아니다. 싸우지 않고 참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에게 화병이 유독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는 친정 부모님이 시집가는 딸에게 특명처럼 내린 것이 “참으라”는 말이었다. 모든 것을 참고 그 집 귀신이 되라는 의미였다. 요즘은 다르다. “어떻게 키운 딸인데, 네가 감히?” 하면서 오히려 친정 부모가 더 못 참고 난리다. 좀 인내하고 지내면 해결될 수도 있는 상황을 기어이 쪽박을 깨트리는 쪽으로 끌고 가기도 한다. 부모가 나서서 일을 더 망치는 것이다. 부부싸움 끝에 친정으로 돌아오는 딸을 설득해 다시 돌아가게 하는 지혜가 아쉬운 시절이다. 결국, 참고 세월이 흐른 뒤 돌아보면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일도 많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녀들이 있다면 아이들이 받는 고통은 상상 이상이다. 따뜻한 부모 아래서 사랑받고 살아야 할 시기에 상처를 받고 힘들어한다. 물론 억지로 살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정말 잘못된 선택을 한 경우에는 어쩔 수 없는 결론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너무 급하게 쉽게 행동한다. 부부는 싸우면서 정도 생기는 관계다. 그런 현실도 미리 생각해봐야 한다. 너무 완벽한 부부생활을 꿈꾸며 환상에 빠져 살다 보니 어려움이 닥치면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당연히 부부는 서로 조심하고 지켜야 할 예절도 있다. 특히 말 한마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무시하고 인정하지 않는 말투가 부부싸움의 실마리가 된다. 상대방의 자존심을 꺾는 말은 상처를 주기도 한다.

배우자가 하는 일에 간섭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어느 정도의 자율과 권한도 중요하다. 믿고 맡기는 것은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나 하나의 덕목이다. 남편이 일일이 집안일에 간섭하고 참견하면 곤란하다. 집안일은 도움을 주는 정도면 된다. 아내에게 맡겨도 충분하다.

(사진 박종섭 시니어기자 )
(사진 박종섭 시니어기자 )

그렇다면 부부싸움을 줄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한 방송사에서 자동차 운전 연습을 하는 부부에게 존댓말을 쓰도록 하고 실험을 한 적이 있다. 그 결과 평소에 아내에게 반말을 사용하던 남편의 태도가 놀라울 정도로 부드러워졌다. 부부싸움은 사소한 일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리고 그 싸움이 대화 패턴에서 점점 확대된다. 비난하고 방어하고 경멸하고 그러다 서로 “말이 안 통해!” 하고 담쌓기 수순을 밟는다.

(사진 박종섭 시니어기자 )
(사진 박종섭 시니어기자 )

부부싸움을 줄이는 방법 중 하나는 소통의 기술이다. 대부분의 아내가 가장 신경 쓰는 것 중 하나가 기념일 챙기는 일이다. 생일, 결혼기념일 등과 같은 날이다. 남자들은 ‘이쯤 살았으면 그런 것 꼭 챙겨야 하나?’ 하고 소홀히 생각하고 넘길 때가 있다. 하지만 아내들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년에 한 번씩 꼭 지켜야 할 연중행사다. 기념일을 안 지키는 것은 관심 부족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반드시 챙겨야 한다. 그런데 남자들 머릿속엔 오늘 해야 할 일, 내일 계획 등으로 가득하다. 그래서 명심해야 한다. 남편은 최대한 기념일을 잊지 않으려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아내는 1주일 전부터 남편이 잊지 않도록 인식시켜야 한다. 달력에 크게 표시를 한 뒤 출근 때마다 이야기해야 한다. ‘뭘 그렇게까지 해야 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생일, 결혼기념일 못 지켜 환갑이 지나서도 부부싸움을 하는 부부가 의외로 많다. 미리 알려주고 잊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 이것이 부부싸움을 줄일 수 있는 최고의 소통 기술이 아닐까 싶다. 가끔 주례사를 할 때 신혼부부에게도 꼭 전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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