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재미있게 사는 지혜, 인맥 관리

기사입력 2020-12-07 10:21 기사수정 2020-12-07 10:21

인터넷에서 개그맨 이경규가 후배들을 위해 모교를 찾아 대화한 영상이 있어 찾아봤다. 후배들이 물었다. “선배님은 인맥 관리를 잘하신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하시는지 비법이 있습니까?” 그는 말했다. “특별한 것 없습니다. 저는 그저 괜찮다 싶은 사람이 보이면 그 사람을 담당 PD에게 추천하거나 할 뿐입니다. 누구를 추천하거나 소개해줘도 그에 대한 대가는 받지 않습니다. 사례비를 받는다는 것은 거래가 되는 거죠. 추천은 좋은 인재를 소개하는 것이니까요. 실제로 강호동이나 김구라, 김용만 등은 제가 추천해준 케이스죠.” 그러면서 농담처럼 한 가지를 더 말했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 제 스파이를 심어놔요. 그러면 단단한 인맥이 되죠. 하하.” 그 스파이란 결국 자신이 아무런 대가 없이 추천해준 좋은 인재를 말하는 것이리라. 사실 농담처럼 이야기했지만 조직을 이끄는 데는 반드시 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 물론 나쁜 의미로 사용되면 안 좋겠지만, 좋은 의미로는 참 중요한 것이다. 조직은 운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갈 수도 있고, 좌초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경규가 연예계에서 꽤 영향력 있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 평가는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다. 재목을 알아보고 그 재목을 키워주는 안목도 중요하지만, 대가를 받고 거래하지 않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아마 그런 거래를 했다면 후배들에게 존경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오늘날 대스타로 연예계에서 롱런을 하고 있는 강호동은 몇 번의 연예 대상을 받았는데, 그때마다 반드시 이경규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사진 박종섭 시니어기자 )
(사진 박종섭 시니어기자 )

“오늘을 있게 해준 이경규 선배에게 이 영광을 드립니다. 남들이 다 아니라고 했을 때 이경규 선배님은 ‘강호동이는 제가 책임집니다’ 하며 저를 이끌어주신 분입니다.” 강호동은 자신의 결혼식 주례도 이경규에게 부탁했다. 개그맨들은 그 주례사를 가장 유쾌한 사례로 기억한다. “앞으로 가정에 힘쓰는 일은 걱정할 것 없습니다.” 강호동이 씨름선수로 천하장사였던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인연을 맺고 산다. 그것이 쌓이면 인맥이 된다. 인맥이 많으면 외롭지 않다. 또한 살아가는 데도 도움이 된다. 어려운 일이 생겨도 인맥을 통해 풀 수 있다. 세상을 살다 보면 도저히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발생하거나 뜻하지 않은 장벽에 가로막힐 때가 있다. 앞이 보이지 않아 절망에 몸부림칠 때도 있다. 그럴 때 나를 알아주는 사람과 대화를 하다 보면 해결이 되고 우회하는 방법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사람은 끈으로 이어져 태어났고 끈을 맺으며 산다. 그리고 그 끈이 끊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어머니 뱃속에서 세상 밖으로 나올 때 ‘탯줄’에 의지한다. 그리고 그 탯줄을 끊고 홀로서기를 하며 가족과 친구와 세상과 끈을 맺으며 독립한다. 사회적인 관계 형성이다. 그러다가 나이 들면 세상을 떠난다. 그 순간을 목숨이 끊어진다고 표현한다. 사회적 관계가 끊어지는 것이다.

관계의 끈, 인맥은 어떻게 형성해야 할까? 맺은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오래 지속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아무리 좋은 인연이라도 오랫동안 접촉이 없으면 녹슬고 삭는다. 서양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Out Of Sight, Out Of Mind” 즉, “안 보면 멀어진다”는 얘기다. 세상을 잘 살았다 함은 좋은 인연의 끈을 많이 맺고 살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새로 맺는 인연도 중요하지만, 관리되지 않는 인연을 살리는 일도 중요하다.

2020년 한 해도 벌써 끝자락에 와 있다. 재물운이 있다는 경자년(庚子年)이 뜻하지 않은 코로나19 창궐로 어려움이 많았다. 이럴 때일수록 그동안 쌓아놓은 인맥을 잘 관리해야 할 것 같다. 새로운 인연은 쉽지 않다.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서 사막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말했듯 인맥은 서로 길들여져야 형성된다. 그만큼의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러니 어렵사리 맺은 그간의 인맥이 녹슬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대화할 상대가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나도 이제라도 휴대폰 속에서 잠자고 있는 인맥을 하나씩 깨워볼까 싶다. “잘 지내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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