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변호사의 상속 가이드] 상속포기

기사입력 2015-07-23 21:28 기사수정 2015-07-23 21:28

A씨는 2010년 8월 6일 사망하였다. 유족으로는 배우자인 B씨와 자녀 C씨와 D씨가 있었는데, C씨와 D씨는 2010년 9월 27일 법원에 상속포기 신고를 하여 그 해 11월 19일 신고가 수리되었다. C씨에게는 E씨와 F씨 등 남매가 있다. A씨에 대한 채권을 가지고 있는 G씨는 E씨와 F씨에게 “A씨의 채무를 상속했으니 그 채무를 변제하라”고 요구하였다. E씨와 F씨는 G씨의 요구에 응해야 할까?

위 사례에서 A씨의 자녀인 C씨와 D씨는 상속을 포기하였으므로, 배우자인 B씨가 상속인인 것은 분명하다. C씨의 자녀인 E씨와 F씨가 상속인이 되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즉 배우자인 B씨가 단독으로 상속인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E씨와 F씨가 B씨와 공동상속인이 되는지 여부가 초점이다. 만일 E씨와 F씨가 공동상속인이 된다면 E씨와 F씨가 어떻게 G씨의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우리 민법 제1019조 제1항은 ‘상속인은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 내에 상속포기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의 의미에 대하여 대법원은 ‘상속개시의 원인이 되는 사실의 발생을 알고 이로써 자기가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을 의미한다’고 판시하였다. 즉 피상속인의 사망 사실을 알고,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인해 자신이 상속인이 된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는 경우를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이라고 보는 것이다.

대법원은 위의 같은 사례에서 E씨와 F씨가 B씨와 공동상속인이 된다고 하면서도 일반인의 입장에서 피상속인의 자녀가 상속을 포기하는 경우 그들의 자녀인 피상속인의 손자녀가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공동상속인이 된다는 사실까지 안다는 것은 오히려 이례에 속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E씨와 F씨가 상속포기를 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나지 아니하였으므로 상속포기를 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결하였다. 즉 E씨와 F씨가 B씨와 공동상속인이 된다는 점은 인정하되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E씨와 F씨가 상속포기 신고를 통해 채무를 면제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대법원의 판결이 반복된다면 향후 피상속인의 손자녀가 상속포기를 하지 않는 경우에 상속포기의 기회가 남아 있다고 인정될 경우가 줄어들게 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반복된 판례를 통해 일반인들도 상속포기에 대한 지식이 높아질 것이고, 일반적인 상식에 이르게 된다면 대법원으로서는 상속포기 신고를 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보호할 필요성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면 향후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피상속인의 손자녀가 상속포기를 하지 않는 경우 이외에는 그 구제가 매우 어렵게 될 것이다.

위와 같은 대법원의 판례에 비추어 향후 어떠한 방식으로 상속포기를 할 것인가. 적어도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모든 직계비속, 그리고 상속인 자격이 있는 사람은 모두 상속포기 신고를 해야 할 것이다. 과거 피상속인의 배우자가 한정승인을 하고 자녀들은 상속포기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위 판례에 비추어 보면 피상속인의 손자녀는 피상속인의 채권자로부터 상속채무 변제의 요구를 받게 된다. 예상치 못한 법적 분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상속포기신고 절차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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