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어] 론 알프스의 동화 속 호수 마을 ‘안시’

기사입력 2016-10-10 11:03 기사수정 2016-10-10 11:03

프랑스 남동부, 론 강과 알프스가 합쳐진 지역을 ‘론 알프스(Rhone-Alpes)’라고 한다. 알프스 최고봉인 몽블랑(4807m)이 있고 스위스와 이탈리아의 접경지대다. 스위스 제네바와 이탈리아 토리노, 밀라노와 가깝다. 이 일원을 사부아(Savoie)라 일컫는데 안시(Annecy)는 오트 사부아(Haute-Savoie) 주의 중심 도시다. ‘안시’는 동화 속에서 꿈을 꾸는 듯한 마을이다.

글·사진 이신화(의 저자, www.sinhwada.com)

▲안시의 가옥들
▲안시의 가옥들

첫 방랑길에 오른 16세의 루소와 바랑부인이 만난 골목 프랑스 리옹에서 출발한 열차(ter)가 안시에 다다를 즈음, 종일 내리던 가을비는 서서히 멈추고 알프스 산맥에 걸친 구름은 빠르게 하늘로 퍼지고 있다. 안시 역에서 멈춘 기차는 더 이상 가지 않는다. 론 알프스를 기대고 사는 안시는 1860년 프랑스 영토가 되었다. 좁아진 티우(Thiou) 운하 사잇길에서 장 자크 루소 골목으로 접어든다. 생 피에르 성당(Cathe´drale Saint-Pierre) 옆 작은 마당에는 루소의 흉상이 놓여 있고 이런 문구가 있다. “Jean-Jacques Rousseau rencontrait Ici Madame de Warens(장 자크 루소가 여기에서 바랑 부인을 만났다).” <에밀>의 저자로 잘 알려진 루소(1712~1778)는 무작정 16세에 고향 스위스 제네바를 떠나 방랑길에 나선다. 그가 처음 도착한 도시가 안시였다. 그날 성당에서 하룻밤을 보낸 루소는 다음 날 운명의 여인 바랑 부인을 만난다. 그가 ‘엄마’라고 부르던 이 부인은 29세로 루소와는 13년 차이가 났다. 루소는 이리저리 방랑하다가 일이 잘 안 풀리면 바랑 부인을 찾아오던 그 관계는 13년간 이어진다. 바랑 부인은 루소의 후견인이자 연인, 스승이었다. 그의 암흑기나 다름 없던 청년기 추억을 남긴 곳이 안시였다.

▲안시 거리풍경
▲안시 거리풍경

티우 운하에서 만난 동화 속 올드 타운

루소 거리를 비껴 운하를 따라 이어지는 소로로 접어든다. 티우 강 구 시가지(Viellie ville) 속으로 이어지는 좁은 길에는 꽃으로 치장한 카페, 레스토랑이 이어진다. 12세기에 지은 중세풍의 건물과 작은 운하가 어우러진 골목은 마치 ‘그림엽서’ 같은 풍경이다. 주황색 석회암으로 지은 건물들 사이로 운하의 물결이 일렁거리면 시간이 멈춰 버린 듯, 내 마음까지 넋을 놓아 버린다. 운하 양쪽을 잇는 페리에르(Perriere) 다리 근처에는 12세기 초에 지어진 팔레 드 릴(Palais de L'lsle)이 있다. 안시를 소개하는 엽서에는 단골로 등장하는 대표적인 이미지다. 운하 한가운데 건축된 건물은 ‘섬의 궁전’이란 뜻이다. 제네바 공작의 거처였던 이곳은 이후 행정관청, 법원청사, 조폐국 등으로 사용되었다. 중세 시대와 2차 세계대전 때는 감옥으로도 쓰였다. 현재는 박물관으로 이용된다. 운하 끝,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헌신회가 보이면서 넓은 호수가 모습을 드러낸다.

▲릴라 성과 띠우 강
▲릴라 성과 띠우 강

가을 깊은 호수에서 안시를 조망하다

둘레가 약 40km인 넓디넓은 안시 호수(Lac d’Annecy) 위 저 멀리 산정의 구름들이 하늘로 향한다. 안시 호수에 알프스 산의 반영이 비친다. 유람선은 정박한 채로 있고, 시뉴 섬(Ile des Cygnes)에도 가을색이 짙어지고 있다. 큰 정원을 끼고 에둘러 난 호숫길에는 프랑스의 의사이며 화학자인 클로드 루이 베르톨레(Claude Louis Berthollet, 1748~1822)의 동상이 있다. 그는 안시 근처의 탈루아르 몽맹(Talloires-Montmin) 태생이다. 또 바스(Vasse) 운하의 시작점에는 사랑의 다리(Pont des Amours)가 있다.

▲안시 띠우강변
▲안시 띠우강변
마을 언덕 위에는 12~16세기에 지어진 안시 성이 있다. 제네바의 영주들과 느무르 공작들의 거주지였던 이 건물은 1953년 역사기념물로 지정되어, 현대미술과 종교미술의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인적 없는 골목을 따라 걸어 오르면 안시의 가장 높은 곳에 다다른다. 그곳에 성모 방문 수녀회(Basilique de la Visitation) 성당이 있다. 작고 조용하며 고풍스러운 안시 가옥의 지붕들을 조망하면서 사르르 상념에 빠져든다. ‘난 지금 그림책에 있는 프랑스 동화마을에 있는 거야’라고 말이다.

▲바질리크 비지타시옹
▲바질리크 비지타시옹

Travel Tip!

현지 교통편 인근 도시 리옹에서 열차를 이용하면 2시간 정도 소요 된다. 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안시행 정기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음식과 숙박 관광도시인 만큼 음식들이 맛있다. 퐁듀 등 사부아 지역의 전통 요리(사부아야르드, Savoyarde)가 특색이다. 일요일에는 노천시장이 열린다. 고급 휴양도시여서 명성 있는 국제 호텔은 물론 작은 가족적인 호텔들이 있다.

기타 정보가을에는 안시 이탈리아 영화 축제(10월), 사과와 꿀 페스티벌(11월) 등이 열린다. 겨울에는 알프스 산맥 능선에서 스키를 즐기려는 관광객들이 모여든다. 안시의 스키 리조트는 유럽에서 손꼽히는 명소로, 동계스포츠의 메카이도 하다.

오트 사부아주 웹사이트(www.haute-savoie.gouv.fr)

▲사부아 샐러드
▲사부아 샐러드

▲안시 젊은이들
▲안시 젊은이들

▲안시성 박물관
▲안시성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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