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걸그룹 ‘김시스터즈’ 미국을 사로잡다!

[문화공감] 다큐멘터리 영화 <다방의 푸른 꿈>

▲<다방의 푸른 꿈> 포스터(인디라인 제공)
▲<다방의 푸른 꿈> 포스터(인디라인 제공)

소녀들이 떼를 지어 노래하고 춤추는 이른바 걸그룹. 하루가 멀다 하고 생겼다 사라지는 이들에게도 조상은 있다. 바로 ‘김시스터즈’다. 한국전쟁 전후 미군 앞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세 자매. 가수 싸이보다 훨씬 오래전 한국을 넘어 미국 전역을 흥분시킨 주인공들이다. 노래뿐만 아니라 춤, 악기에도 뛰어났던 한국 원조 걸그룹 김시스터즈. 다큐멘터리 영화 <다방의 푸른 꿈>이 그들의 파란만장 이야기를 담았다.


미국 무대! 무한 가능성, 겁 없는 도전!

숙자, 애자, 민자 세 명으로 구성된 ‘김시스터즈’는 1953년 미8군 무대를 통해 데뷔했다. 배고픈 시절 가족의 생계를 위해 파란 눈의 병사 앞에 올라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들은 노래를 부른 대가로 위스키 같은 현물을 받았다고. 이를 팔아 가족의 허기를 달랬으며 또 미래를 꿈꿨다. 노래뿐만 아니라 춤이면 춤, 악기면 악기 뭐든 주어지면 완벽한 하모니로 무대를 장악했다. 미8군에서 그들의 무대를 본 다수의 이방인은 김시스터즈라면 미국 무대에서도 통할 것이라며 입을 모아 말했다. 무한한 가능성에 모험을 걸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건너가 한 호텔의 전속 가수로 이름을 알리다 1959년 미국의 인기 TV 쇼 <에드 설리번 쇼>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인디라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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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 설리번 쇼>는 비틀스, 엘비스 프레슬리, 롤링 스톤즈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만 서는 꿈의 무대. 상상불가이지만 김시스터즈는 <에드 설리번 쇼>에 비틀스보다 더 많은, 20회 이상의 출연 회수를 기록했다. 또 시카고 팔머하우스에서 공연을 하는 등 1960년대 미국 전역에서 화제의 동양 연예인으로 이름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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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K-POP 스타를 이야기하다

<다방의 푸른 꿈>은 아시아 최초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진출한 걸그룹, 원조 K-POP 스타인 김시스터즈의 음악 여정을 담아냈다. 한국전쟁이 끝난 뒤 뜯기고 찢긴 세월 속에서 탄생한 김시스터즈. 이들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적 증거이고 폐허 속에서도 화려하게 꽃을 피운 자랑스러운 ‘우리’였다. 무엇보다 그들의 성공이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라 피나는 노력과 땀의 결과물이었다는 사실이 김시스터즈 막내였던 민자의 인터뷰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되고 있다. 음식과 언어 소통 문제로 힘들었던 시간, 고된 연습 과정 등 화려한 이면 뒤에 가려진 ‘김시스터즈’ 각자의 인생 이야기도 영화를 통해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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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월 유전자에 노력이 더해진 국내 최초 걸그룹

대한민국 최초 걸그룹, 김시스터즈의 온몸에는 전설적인 천재 음악가 집안의 우월 유전자(?)가 흐르고 있다. <다방의 푸른 꿈>은 한국 대중음악 역사의 시작점에 있는 김시스터즈의 어머니와 아버지 등 가족의 모습을 함께 담았다. 김시스터즈 멤버 숙자와 애자는 ‘목포의 눈물’로 유명한 이난영과 천재 작곡가 김해송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룹의 막내인 민자는 이난영의 오빠이자 작곡가인 이봉룡의 딸. 언니들과 견주어 절대 뒤지지 않는 재능을 지녔다. 그들은 우월 유전자를 과신하지 않고 진짜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이난영은 김시스터즈 성공의 일등공신이다. 그룹을 결성한 뒤 노래와 춤, 악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훈련을 도맡았던 프로듀서가 바로 가왕 이난영이다. 아버지 김해송은 재즈, 만요(漫謠), 오페라 등 장르를 가리지 않던 작곡가이며 ‘오빠는 풍각쟁이야’, ‘연락선은 떠난다’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다. 민자의 아버지 이봉룡도 ‘연락선은 떠난다’, ‘낙화유수’ 등 명곡을 작곡한 당대 유명 작곡가다.

<다방의 푸른 꿈>은 ‘김시스터즈’의 성공 이야기와 그들의 가족 이야기 더 나아야 한국 대중음악의 시초를 찾아가는 역사 여행이기도 하다. 이난영이 부른 ‘목포의 눈물’ 작곡가 손목인의 아내 오정심과 ‘노란 샤쓰의 사나이’ 작곡가인 손석우가 등장해 그때 그 시절의 이야기를 육성으로 들려준다.


(인디라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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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무게중심을 두다

<다방의 푸른 꿈>은 음악 다큐멘터리다. 김시스터즈가 활약했던 영상을 토대로 ‘김치 깍두기’, ‘아리랑’, ‘트라이 투 리멤버(Try to Remember)’, ‘찰리 브라운(Charlie Brown)’, ‘마이클 노를 저어라(Michael Row the Boat Ashore)’를 보고 들을 수 있다. ‘찰리 브라운’은 김시스터즈가 <에드 설리번 쇼>의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노래. 미국 보컬그룹 코스터스(The Coasters)의 히트곡을 리메이크한 곡이다. 특히 김시스터즈가 미국에서 활동하면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낸 ‘김치 깍두기’는 음악을 넘어 시대와 가슴 아픈 추억을 담아냈다. 시간이 지나도 가슴을 울리는, 잊을 수 없는 그 시절의 명곡들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는 <다방의 푸른 꿈>은 열정 가득한 공연 장면들이 그 어떤 대규모 콘서트보다 더 흥겨운 재미와 감동을 안겨준다. 영화의 명장면을 꼽으라면 단연 김시스터즈와 이난영이 함께한 <에드 설리번 쇼> 공연이다. 한복을 곱게 입은 이난영이 구성진 목소리로 ‘목포의 눈물’을 부르는 모습을 본 적은 익히 있지만 무릎까지 오는 플레어스커트에 세련된 화장과 머리를 하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상상해본 적 없다. 그녀를 중심으로 율동을 하고 화음을 맞추는 김시스터즈의 모습은 온몸에 전율과 감동을 전하기에 충분하다.


>>영화정보

감독 김대현

출연 김민자, 김숙자, 김애자, 이난영 등

러닝타임 7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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