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다시 보러 가야 할 이유

지하철보다 버스를 탄 이유는 버스가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이다. 혼자 생각에 푹 잠겨 가기엔 버스에 앉아 창밖을 조용히 바라보며 가는 게 좋은 걸 필자는 잘 안다.

친구를 만나기 위해 가는 길에 혼자 많은 생각을 하기 위해서 조금 더 일찍

집을 나섰다. 지하철을 몇 번씩 갈아타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는 번거로움이 날 더 심란하게 하는 것 같아서 30분쯤 더 걸리는 버스를 타기로 한 것이다.

친구는 항암치료를 잠깐 멈추고 혈소판 수치를 높이기 위한 치료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차창 밖을 바라보며 한없이 생각에 잠긴 필자를 태운 버스는 서울 시내를 두 시간이나 돌고 돌아 그곳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문자를 보냈다.

“뭐 먹고 싶으신가?”

“읎어.”

“다른 말 말고 얼른.”

“그럼 커피나 한 잔 사올래?”

병원 도착하기 전에 커피랑 이것저것 주섬주섬 샀다. 항암치료 중이긴 하지만 식생활은 제한이 없어 좋아하는 커피를 가끔씩 마신다고 했다. 단 걸 좋아하지 않는 친구이지만 이런 날은 기분전환으로 한 번쯤 달달한 걸 마셔도 좋을 것 같아 캐러멜 마키아토를 담아달라고 했다.

사랑하는 친구는 병실 침대에 앉아 필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치료 중인 그녀는 그동안 빠져버린 머리가 제법 자라서 짧지만 시원한 쇼커트 스타일이 되어 보기 좋았다.

“오옷~ 멋지신걸~!”

“뭘, 염색도 안 해서… 희끗희끗 이상하지 않니?”

“무슨 말씀을, 산뜻해!”

그렇게 서로 반기며 우린 병실 안에서 조용조용 떠들었다.

필자가 사가지고 간 커피를 마시며 이전과 달라진 세상 이야기랑, 뜻대로 안 되는 다 큰 자식들 흉보기랑, 제주도엔 멋진 계절이 한창일 거란 이야기랑… 끝없이 수다를 떨었다. 그러나 커피는 반도 더 남은 채 줄지 않는다.

“너무 달지?”

“단거 안 좋아하는 네가 왜 안 하던 짓을 한 거야?”

“단것도 가끔씩 마셔주는 거 좋잖아?”

어느 새 병실을 나설 시간이 되었다.

“그럼 우리 내년에 제주도 여행 같이 가는 거다~”

“나 가야 할 여행이 엄청 밀렸네. 내년에 나 바쁜데 어쩌지? 하하~”

그녀가 웃는다. 어서 빨리 쾌차해서 함께 여행할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도한다. 병원을 나와 또다시 시간이 많이 걸리는 버스를 탔다. 친구를 더 길게 천천히 생각하며 가고 싶었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함께해야 함을 새삼 느낀다. 잊고 살았던 존재의 소중함, 깨닫고 또 깨닫는다.

어느 날 보고 싶어 문득 “나 오늘 너한테 간다” 하고 문자를 보내면 “아니, 다음에~”, “오늘은 검사가 길어질 거라 했어”, “아니 나 컨디션 좋을 때”, “오늘은 안 될 것 같아”라고 한다.

깔끔한 성격의 친구는 필자가 자주 찾아오는 게 미안하고 민폐라 생각하며 늘 사양을 한다. 그렇게 번번이 거절당하기 일쑤였는데…. 다음엔 달지 않고 향기 좋은 개운한 커피를 사가야겠다. 친구를 다시 찾아갈 이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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