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여행

9월 26일 화요일 8시에 강남 시니어 플라자 해피 미디어단은 오대산 월정사를 향하여 출발했다. '노인 영화제'에 출품할 영화 촬영을 하기 위해서였다. 우리 미디어단은 메인 기자와 두 세 명이 보조하여 영화를 찍고 나머지 단원은 엑스트라 역할을 했다.

뒤늦게 서양화가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우배순 선배님은 영화 시나리오까지 써서 우리를 놀라게 했다. 얼마 전 공개 오디션으로 선정된 남 주인공과 여 주인공도 우리와 함께 탑승했다. 해피미디어단 서포터팀장인 임은정과장님도 함께 했다.

단원 중의 한분인 최기자님이 병환 중이라 같이 참석을 못하게 되었다. 덩달아서 낭군님도 편찮은 부인 곁을 지켜야 해서 부부가 다 못 가게 되니 정말 서운했다. 시니어들은 친구들을 위해서도 아프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차! 어떡하지! 화장품이 들어있는 파우치를 깜박 했네'

어제 아침 집에서 50m쯤 나왔는데 생각났으나 집에 다시 들렸다 나오면 늦을 것 같아서 포기했다. 남에게 흐트러진 모습 보이는 것을 용납 못하는 내 성격에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고맙게도 친절한 육 선배님이 립스틱 셋트를 몇 번이고 빌려주어서 무사히 해결 되었다. 피부에 직접 닿는 화장품을 빌려주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육 선배님은 어제 나를 여러 번 감동시켰다. 낭군님과 통화 하는 걸 보니 여간 깍듯하고 공손한 모습이 아니었다. 지난 금요일 바자회 때 구입한 무농약 사과를 한 상자 통 채로 들고 왔다. 20여명 되는 미디어단원들이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수시로 잘라서 나눠주었다. 꽤 번거로울 그 작업을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 기꺼이 하고 있었다.

"그 무거운 걸 어떻게 가져오셨어요?"

걱정되어 묻는 내게 낭군님께서 차로 가져다 주셨다 했다.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며 살아가는 모범적인 부부의 예쁜 모습이었다.

월정사 가는 버스 안에서는 앞자리부터 돌아가며 노래를 했다.

사회를 맡은 총무님의 재치있는 말솜씨로 버스 안은 웃음꽃이 가득 피어났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외로움도 사람만이 느끼는 감정일까?

나는 노래 대신 원초적인 외로움의 존재. 사람의 마음을 다독여주고 위로해 주는 정호승시인의 <수선화에게>를 낭송했다.

"아까 울컥 했어요"

소감을 밝히는 단원의 말에 '내가 시의 분위기를 제대로 살렸나' 싶어서 흐믓했다.

물 맑고 공기 맑은 월정사 주변의 전나무 숲길은 힐링코스이다. 오랜만에 수많은 사람들의 욕망이 뒤섞인, 탁한 공기의 서울을 떠났다. 청량하고 신선한 숲속의 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 있었다. 커다란 바위 사이로 흐르는 계곡물이 나를 유혹했다. 애써서 발을 담그고 싶은 마음을 떨쳐내야만 했다. '놀러 온 거 아니거든. 취재활동 왔걸랑.' 아마추어 연기자로 최단장님과 호흡을 맞춰보았다. 서로 사랑하는 연인의 애틋한 감정을 연기해야 하는데 그게 만만한 게 아니었다. 반복해서 코치를 해도 그럴듯한 분위기가 나오지 않으니 메인 촬영기자인 이정임님이 속 터져했다. 여러 번 엔지를 내고도 영 어색한 우리를 보고 단원들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을 터트렸다. 코메디가 따로 있나? 이런 게 바로 리얼 코메디다. 나에겐 없는 끼를 한탄해야만 했다. 주문진 횟집에서의 점심은 맛있고 푸짐했다. 갑각류의 천적인 나를 빠알간 대게가 기다리고 있었다. 달착지근하고 고소한 대게는 너무 매력적이다. 요즘 트렌드. 선찍후식을 해야만 하는데 깜박 잊어버렸다. 그건 순전히 대게 탓이다 걔한테 온통 마음을 빼앗겨서 생긴 일이다.

점심 메뉴인 회 정식 사진을 올려주신 분이 많이 고맙다.

그 다음 코스는 주문진 바닷가 씬이다. 바다! 그 바다에 왔다. 이성을 잃을 정도로 좋아하는 바다가 날 너무 강력하게 유혹해서 파도와 숨바꼭질을 했다. 밀려갔던 파도가 다시 밀려와서 내발에 닿을 것 같으면 신발이 젖을까봐 뒤로 도망갔다가 파도 눈치를 보며 살며시 다시 앞으로 나갔다. 심심한 파도는 처얼썩! 쏴아! 쉼 없이 노래하며 춤을 추고 있었다.

'감성이 살아있어야 살아있는 것이다.'

나의 강력한 주장이다.

감성은 그대로인데 세월만 간듯하다. 단원들 모두 바다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모래로 두꺼비집을 짓는다거나, 나 잡아봐라 놀이도 하며 화알짝 웃는 모습이 푸른 하늘을 닮았다.

다음 코스는 때마침 백일홍 축제가 열리고 있는 평창이다. 상당히 넓은 밭에 색색의 백일홍이 활짝 피어서 우리를 반가이 맞아주었다. 백일홍꽃 사이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한 컷, 꽃길 사이를 걸으며 한 컷. 사진을 찍으며 우리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갔다. 우리 미디어단은 매주 목요일 강남 시니어 플라자 3층에 있는 미디어실에서 만나서 회의를 했다. 모처럼 영화 촬영 취재를 위해 산과 바다로 나오니 힐링도 이런 힐링이 없다. 완전 재밌고 행복했다.

엔돌핀이 무한대로 나온듯 싶다.

야호! 해피 미디어단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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