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도 약입니다

기사입력 2017-11-15 20:32 기사수정 2017-11-15 20:32

젊을 때 건강한 얼굴에도 화장을 했다. 그러나 이젠 더 예뻐 보이기보다 칙칙한 얼굴을 가리려고 화장을 한다. 모두 어둠보다는 밝은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겉모습은 화장으로 가리지만 마음은 무엇으로 가려질까.

그러나 때로는 맨 얼굴, 작고 약하고 힘없는 것에 동질감을 느끼고 싶다. 외로움 속에서 자신을 들여다보며, 깊은 슬픔이나 고독 속에 빠진 자신의 이름을 연민으로 불러 본다. 스스로의 목소리로 되돌아오는 것에는 군더더기 없는 절절함이 배어있다. 그리곤 슬픔 속에 자신을 밀어 넣어 장아찌를 담근다.

그때 적막 속에서 비로소 작은 것들이 하나둘 살갑게 보이기 시작한다. 중얼거리는 것이겠지만 대화를 시도해 본다. 개미가 왜 그렇게 바쁘게 같은 곳을 반복해 오가는지, 거미줄 언저리에서 먹이가 걸리길 기다리는 거미는 얼마나 인내심이 대단한지 주거니 받거니 혼잣말을 해 본다.

단순하고 작은 것을 노래하는 것은 찬란한 슬픔이다. 고독 속에서 만이 작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각이 무디어져 웃을 줄 모르는 노인이 되면 슬픔에도 무디어져야 하지만 기쁨보다는 슬픔이 더 깊게 느껴진다. 너무 반가워도 울고 슬퍼도 울고 무서워도 울기만 하지 웃을 줄을 모른다.

나이 든다는 것이 세상사를 단순화시키는 통찰력을 키우는 것이면 좋겠지만 세상사를 두려워하는 소심함으로 굳어지는 것 같아 조바심이 난다.

돈키호테같은 무모함이 때로는 필요하다. 조심스러움이 지나쳐 소심함으로 결정을 몇 번씩 번복하는 것은 지난날의 실패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슬픔이 오래가선 안 된다. 슬픔을 오래 간직하면 정신을 해치고 몸을 해치게 되기 때문이다. 깊은 슬픔에 빠져보는 것은 다시 일어설 이유나 깨달음을 마중하는 것과 같다. 바닥을 친 공이 다시 공중으로 뛰어오를 수 있는 것처럼.

비로소 슬픔은 아름다움으로 승화되고 감정을 굴절시켜 프리즘의 7가지 색을 통해 나의 정서는 다시 세상의 밝음으로 나오게 된다. 갇힌 탑 속에서 바라보는 별처럼 그립고 그리운 경지에 이른다.

때로는 설익어 화장한 마음이 되면 설익은 밥처럼 맛이 없다. 슬픔에 깊이 빠져봐야 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세상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것이다. 단순하고 작은 것에 사랑을 느끼려면 외로워져야 한다. 슬픔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려면 작은 것에 감동할 줄 알아야 한다.

거울을 보며 혼자 웃어보는 훈련을 하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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