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타령!

[함철훈의 사진 이야기]

(함철훈 사진가)
(함철훈 사진가)

“아직도 꽃 타령이냐?”

허물없는 친구들에게 자주 듣는 말입니다. 그 난감한 질문에 이젠 저도 어렵지 않게 되묻습니다.

“꽃이 뭔지 알아?”

사진을 하면서 누구 못지않게 꽃을 대할 기회가 많았기에 대답합니다.

꽃은 만날수록 그 깊이를 가늠하지 못하겠습니다. 가까이 볼수록 감탄이 커집니다. 처음에는 그저 유명하고 낯익은 꽃에 눈이 갔습니다. 차츰 스쳐 지나며 보잘것없다고 치부했던 꽃들의 단순함과 섬세함에 놀라고, 독특함에 놀라고, 거리와 각도에 따라 새롭게 드러나는 면의 깊이가 선으로 모이고 응축되어 점점으로 흩어지듯 다시 이어짐에 놀랍니다.

하나일 때도 있지만 둘, 셋이 모여 다시 수십, 수백, 천으로 이어질 때도 있습니다. 그때도 한 송이, 송이송이 여러 송이마다 다릅니다. 바람에 따라 흔들림이 또 그 군락의 아름다움에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조합으로 색이 빛을 만들어냅니다. 이번 홍콩 전시에서도 꽃 사진이 꽤 많았습니다. 홍콩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전시(風流 ‘Pung Ryu’ HK Ⅱ)라서 더 긴장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전시장(HONG KONG VISUAL ART CENTER)을 관리하는 직원으로부터 좋은 말을 꽤 많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관람객 수를 점검하는 직원은 ‘날이 갈수록 방문객이 늘어나 결국 천 명을 넘었다’고 자부심을 전해주었으며, 수석 큐레이터는 “작년에 이어 수준 높은 전시에 감동했다”며 “앞으로 계속 관계를 갖자”는 제안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좋은 일은 작품이 작년보다 더 많이 팔렸으며, 더 다양한 나라로 보내졌다는 것입니다.


이번 전시 초대 글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보지 못했던 것을 보았습니다. 휘몰아치는 바람을 보았고, 모이고 흩어지는 물방울을 보았습니다. 기쁨을 보았고 각각의 색이 우렁차게 외치는 소리를 보았습니다. 말로 전달할 수 없는 그 모든 것, 빛과 소리와 향기를 우리는 사진에 담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멈추어 있는 시간 속에서 모든 것이 살아 움직였습니다. 평면인 사진 속에 공간이 스스로를 명확히 드러냈습니다. 과거에 찍은 사진 속에 현재가 흐르고 있었고, 그 안에 사진을 찍은 내가 있었습니다. 아무리 많은 말로 설명을 해도 충분히 전달할 수 없어서 전시회를 준비했습니다. 우리가 느낀 놀라움을 이제 세상과 함께 나누려 합니다.


어느 때부터인지 꽃은 제게 더 이상 구상도 아니고 더더구나 정물도 아닙니다. 요즘 제게 꽃은 하늘의 아름다움과 비밀을 짐작해보는 단초라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이건 꽃받침이고, 수술이며, 줄기이고, 턱이며, 영양분을 나르는 동물의 핏줄과 같은 맥이 그물 망사 같은 것도 있고, 서로 평행으로 나란한 것도 있어 그물맥과 나란히 맥으로 구분한다는 생물 시험의 답안지가 아직 기억나지만, 꽃마다 잎마다 왜 그런 오묘한 색을 띠고 있는지, 꽃을 보면 볼수록 점점 더 모르겠습니다.

꽃들마다 갖고 있는 서로 다른 선들의 부드러움과 반투명한 질감, 그리고 시시각각 바뀌는 색들의 변화를 카메라의 렌즈로 들여다보고 있는 그 자체가 경이입니다. 셔터를 누름으로 작품이 된다는 것마저 잊어버리게 됩니다.

꽃의 이름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카메라에 아름다움을 찾아 담겠다는 나의 욕심을 놓치고 창조주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들 때입니다. 그때 꽃은 창조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름다움이 세상을 이어주고 이끌어주는 질서이기도 하고, 혼돈임을 보여줍니다.

어느 꽃에서도 아름다움의 아르케를 눈치 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성들은 어떻게 이런 과정 없이 꽃을 잘 알고 있는지 그게 제겐 신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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