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덕이 밭’

기사입력 2019-03-05 14:48 기사수정 2019-03-05 14:48

봄의 문턱이다. 머지않아 새싹이 돋을 게다. 이즈음이면 시니어가 많은 관심을 갖는 게 텃밭이다. 인간은 죽으면 누구나 한줌 흙으로 돌아간다. 흙과 가까이하고 싶은 마음은 일종의 귀소본능이다. 더구나 햇볕을 쬐며 안전한 먹거리를 직접 가꾸며 소일할 수 있으니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삭막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더 그러한 꿈을 꾸기 마련이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빅데이터를 이용해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를 살펴보니 일, 여행, 친구, 홀로, 텃밭이었다.


내게 사진을 배우는 시니어와 함께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를 거쳐 낙산공원을 찾았다. 이곳에서 역사 속의 텃밭, ‘홍덕이 밭’을 보았다. 병자호란 때 인조가 삼전동에서 항복하면서 봉림대군이 청나라 볼모로 잡혀갔을 때 봉림대군 시중을 들기 위해 궁인 홍덕이라는 여인이 따라갔다. 그녀는 청나라 심양에서 직접 가꾼 채소로 담근 김치를 밥상에 올렸다. 볼모에서 풀려 본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봉림대군(효종)은 홍덕이의 김치 맛을 잊을 수가 없었다. 낙산 중턱의 밭을 그녀에게 주어 채소를 가꾸게 했다. 임금의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텃밭이 된 셈이다. 서울시는 낙산에 ‘홍덕이 밭’이라는 지명이 전해지고 있는 데 착안해 낙산 공원 중턱에 ‘홍덕이 밭’을 만들어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낙산공원에 위치한 '홍덕이 밭'(변용도 동년기자 촬영)
▲서울 종로구 낙산공원에 위치한 '홍덕이 밭'(변용도 동년기자 촬영)

홍덕이의 텃밭이 있었던 낙산은 숲이 우거지고 깨끗한 약수터가 있는 산책로다. 기이한 암석, 울창한 수림, 맑은 물이 있는 절경이다. 이런 곳에 마련된 '홍덕이 밭'은 청정 지역이라서 안전한 먹거리 생산이라는 텃밭의 조건을 충족한다. 예나 지금이나 텃밭은 우리의 건강한 일상을 책임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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