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 반도 남쪽 끝자락에 있는 연홍도(連洪島)는 아주 작은 섬이다. 100명 남짓한 주민이 조용히 지키고 있는 이 섬은 섬 전체가 미술관이다.
고흥의 거금도 신양 선착장에서 작은 배를 타고 3분쯤 지나면 연홍도 마을 전경이 눈앞으로 다가온다. 선착장 입구부터 미술 전시회를 알리는 포스터가 기다린다. 그리고 어디든 가고 싶은 쪽으로 갈 수 있도록 친절한 방향 표시가 안내한다.
축구선수 박지성과 왕년의 프로레슬러 김일 선수의 벽화가 초입에 보인다. 이 지역 출신의 유명인 외에도 주민들의 옛 모습이 담긴 흑백사진들이 200여 개의 타일 벽화로 벽면 가득 채워져 있다. 과거와 현재의 사람들이 연결고리가 되어 소통하듯 함께 모여 있는 마을사진관이 따뜻하다.
벽화는 섬마을 곳곳에서 계속 이어진다. 추억의 놀이나 전래동화 그림이 걸음걸음마다 즐겁게 해준다. 모두 떠나고 없는 아이들이 마을 담장에 그림으로 남아있다.
입체적인 야외 조형물들이 바닷가 마을에 잘 어우러져 있고 연홍공방이 있으며 또 어촌마을의 버려지는 재료들이 도처에 작품으로 돼 있다.
동화 속을 거닐듯 마을 골목을 따라가면 우리나라 최초의 섬 미술관인 연홍미술관이 나온다. 아이들이 모두 떠나간 폐교를 리모델링하여 미술관으로 만들었다.
화가 선호남 관장이 2005년 폐교를 만나 마을 주민들과 손을 잡고 섬 속의 섬 미술관으로 거듭나게 한 것이다. 전시회가 계속 이어지고 있고 미술관 앞으로 푸른 바다가 탁 트여 쉼터로도 좋다. 차를 마실 수 있는 갤러리 카페가 있고 미술관 별채엔 숙소가 있어서 이곳에 머물 수도 있다.
세상과 단절된 듯 오디오가 꺼진 듯 조용히 지내고 싶을 때 이렇게 마치 숨어있는 듯한 작은 외딴 섬 여행은 어떨까 싶다.
▷전남 고흥군 금산면 연홍길 49-9
▷고흥 녹동신항 여객선터미널에서 금당행 배편 1일 2회 연홍도 경유(20분 소요)
▷신양 선착장에서는 1일 7회 운항(2~3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