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갓생러’들의 시대다. 자기관리에 과감히 투자하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갓생’은 신을 의미하는 영어 ‘갓’(God)과 인생을 뜻하는 ‘생’(生)의 합성어로, 일이나 공부, 취미 분야에 계획을 세우고 꾸준히 실천하는 삶을 말한다.
이러한 열풍의 배경으로는 MZ세대의 자기관리형 라이프스타일이 꼽힌다. 실제로 국내 한 업체에서 MZ세대 3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1.3%가 ‘2023년에 갓생에 도전할 계획’이라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도전에 임할 갓생 분야로는 공부, 재테크, 자격증 취득 같은 자기계발 분야(65.3%)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최근에는 젊은 층뿐 아니라 시니어 세대에서도 ‘갓생 살기’가 주목받는 모양새다. 기대수명 증가와 4차 산업혁명으로 격변하는 사회구조에 대응해 교육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다. 실제 통계청에서 공개한 평생학습 참여 현황에 따르면, 오프라인 강좌에 참여하는 55~79세의 비중이 2019년 41.5%에서 2020년 44.5%로 증가한 것이 확인됐다.
이 같은 변화는 시니어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다시금 책상 앞에 앉아 공부에 임하며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학도의 열정이 자칫 신체에 부담으로 작용할 경우 목과 어깨 등에 통증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책을 내려다보는 자세는 목 주변 근육에 부담을 야기하는데, 고개를 15도만 숙여도 경추 전반에 12.2kg에 달하는 압력이 가해진다. 이는 경추의 정상적인 C자 곡선을 일(一)자로 변형시키는 원인이 된다. 일자목은 머리의 무게를 여러 방향으로 분산하지 못하고 목 특정 부위에 집중되게 하기 때문에 목과 어깨 주변에 통증이 발생한다.
심할 경우 과도한 부담이 누적돼 경추 뼈와 뼈 사이에 위치한 디스크(추간판)가 손상되거나 제자리를 벗어나는 목디스크(경추추간판탈출증)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때 디스크 주변으로 염증이 생기면서 통증을 겪거나, 움직임에 불편이 따른다. 특히 신체 노화와 함께 퇴행성 변화가 진행된 시니어의 경우 증상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조기에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
목 통증 해소를 위해 활용되는 주요 한방 비수술 치료법으로는 침치료가 있다. 뻣뻣하게 경직된 목 주변 근육에 침을 놓으면 긴장이 풀리고 부드럽게 이완하는 데 도움이 된다. 통증이 심할 경우에는 한약재 유효 성분을 인체에 무해하게 정제한 약침을 통해 통증의 원인인 염증을 빠르게 제거한다.
실제로 목 통증에 대한 침치료 효과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바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 학술지 ‘침술의학’(Acupuncture in Medicine)에 발표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침치료를 받은 목 통증 환자의 경우 경추 수술을 받을 확률이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2004년부터 2010년까지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분석해 침치료와 경추 수술률의 연관성을 살펴봤다. 그 결과 6주 이내 2회 이상 침치료를 받은 목 통증 환자의 경우 2년 내 수술률이 60%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생 이어지는 공부인 만큼 책상에서 올바른 자세를 취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책을 읽을 때는 가급적 독서대를 사용해 고개를 과도하게 숙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장시간 같은 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목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적어도 한 시간에 한 번씩 천장을 보며 뒷목의 부담을 풀어주도록 한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강의를 들을 때도 마찬가지다. 특히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모니터 가까이 고개를 내밀기 쉬운데, 이는 일자목과 목디스크를 유발하는 주범이다. 무심코 모니터를 가까이 들여다보지 않도록 안경을 착용하거나 글씨 크기를 키울 것을 권한다. 이와 함께 모니터 밑에 받침대를 놓아 화면을 눈높이보다 10도가량 높게 위치하면 경추의 C자 곡선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도 화면이 눈높이와 수평이 되도록 맞춰주는 것이 바람직하며, 눈과의 거리를 50cm 이상 유지해 상체를 바르게 세우도록 한다.
‘학무지경’(學無止境)이라는 사자성어처럼 학문에는 끝이 없으니 끊임없이 배워나가야 한다. 학문뿐 아니라 건강에도 이 같은 태도가 동일하게 적용된다. 자신의 건강 상태를 계속 점검하고 알아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만학을 꿈꾸는 시니어라면 자기계발뿐 아니라 건강관리에 대한 투자도 게을리하지 않도록 하자.
다음세대 재단과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함께 진행하고 있는 ‘비영리스타트업 성장지원사업’을 통해 지난해부터 육성된 7개 팀을 소개하는 행사인 ‘스테이지-알파’가 17일 서울 동락가에서 진행됐다. 행사에는 CSR, ESG 활동 중인 기업과 사회공헌 단체 담당자 4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사업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제안하는 비영리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2019년 시작해 지금까지 총 26개 팀을 육성했다.
사랑의 열매 이정윤 본부장은 “이 사업은 이미 활동 중인 기업이 대상이 아닌 최초 시작부터 싹을 틔우는 지원사업이란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고, 자부심도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에는 양육자들의 육아우울감을 지원하고 회복탄력성을 강화하기 위한 ‘모모로’와 두 개 이상의 문화적 배경에서 자란 제3문화 아동을 지원하는 ‘언브로큰 코리안’, 노인의 일과 학습, 연대를 끌어내기 위한 ‘유앤시니어 사회적협동조합’, 작은도서관을 잇고, 문화사업을 통해 생동감을 부여하는 ‘잇다 사회적협동조합’, 동네 청년의 느슨한 연대를 통해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청년채움’,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 있는 청소년을 육성해 지원하는 ‘청소년 직접행동’, 야외 놀이를 통해 사람들의 상호작용과 이해, 존중을 유도하는 ‘플레이어스’가 참여했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팀은 시니어로 구성된 유앤시니어 사회적협동조합. 신옥균, 권송자 두 공동대표는 직업상담과 양성평등, 폭력예방 등 각자의 전문분야에서 강사 활동을 한 이력을 바탕으로 삼아 노년의 삶의 질 증진, 사회적 고립 극복 지역사회 발전 등을 목표로 활동 중이다.
이들의 사업방향은 크게 두 가지로 은퇴 후 진로 탐색을 위한 시니어 커뮤니티 수립과 육아 문제 해결을 위한 동네 거점 확보를 목표로 하는 황혼육아 커뮤니티 구성이다.
신옥균 대표는 “현재 100명 정도인 커뮤니티 회원을 더욱 확대해 500명 규모의 앙코르 인생학교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설명하고, “시니어 서로에게, 후배 시민들에게도 영감을 주는 시니어 그룹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통계청이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2’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의 사회적 고립도는 2021년 34.1%로 2019년(27.7%)보다 6.4%p 높아졌다. 사회적 고립도는 주변에 도움받을 수 있는 곳이 하나도 없는 사람의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다.
특히 연령대가 높을수록 사회적 고립도가 높았다. 19~29세의 사회적 고립도는 26.7%지만 60세 이상은 41.6%로 높아졌다. 독거노인 비율도 늘었다. 2000년 16%였던 독거노인 비율은 2022년 20.8%에 달했다.
5060 취미플랫폼 ‘오뉴’(ONEW)를 운영하는 현준엽 로쉬코리아 대표는 우리나라 노인 외로움이 왜 다른 나라보다 높을까 고민하다 2020년 8월 로쉬코리아를 설립했다. ‘시니어는 소중하니까’의 줄임말 ‘시소’로 시작해 최근에는 ‘오뉴’로 플랫폼을 리뉴얼하고 삼청동에 ‘오뉴하우스’라는 공간을 열었다. 우리나라 노인들의 사회적 고립감과 외로움이 모두 없어지는 날을 꿈꾼다는 현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로쉬코리아를 설립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로쉬코리아(LOSH KOREA)는 ‘외로움이 여기서 멈춘다’(Loneliness stops here)는 의미에요. 왜 우리나라 시니어가 겪는 외로움과 고립이 다른 나라보다 높을까 고민했어요. 이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보고 싶다고 생각해 세 명이 공동 창업을 하게 됐습니다.
국가에서 복지 차원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있긴 한데요. 이 경우에는 경제적 혹은 사회적 약자여야 이용할 수가 있더라고요. 그런데 이용하면서도 여전히 외로움을 느끼세요. 왜 그럴까 살펴보니 이분들이 원하는 활동이 아닌 거예요. 활동을 통해 성장하거나 영감을 받지 못하는 거죠. 아무래도 복지 차원의 프로그램들은 예산이 정해져 있고 최대한 많은 분에게 혜택을 드리려다 보니 퀄리티를 높이기가 어렵더라고요. 몇 번 가보고 맞지 않으니 집에서 TV를 보거나 경로당으로 가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여가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때가 은퇴 전후인 것 같아요. 그때가 골든타임이라고 봐야 하는데요. 여생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어디서 활동해야 할지, 정보는 어디서 찾아야 할지를 이때 발견하지 못하면 그렇게 사회와 멀어지면서 노후를 보내게 되더라고요. 민간에서도 이런 부분을 누가 바꿔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로쉬코리아를 시작했습니다.
Q 처음에는 어떤 서비스로 시작하셨나요?
처음에는 디지털 교육 서비스를 먼저 했어요. 그럼 스스로 정보를 찾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삶이 변화가 안 되더라고요. 들여다보니 정보를 찾긴 하는데, 내가 원하는 정보가 없는 거예요. 복지관은 70대 이상을 위한 프로그램이 주를 이루고, 문화센터나 살롱은 40대 타깃이 많고요. 동호회는 문턱이 너무 높은 거죠. 그렇다면 우리가 문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시소’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분들이 아주 즐겁지는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일주일에 한 번 두 시간 ‘시소’ 프로그램을 하는 시간은 즐겁지만, 집으로 돌아가면 다시 긴 시간을 혼자 보내야 했던 거예요. 그래서 콘텐츠를 보내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사는 지역 근처에 어떤 문화, 여가 프로그램이 있는지 요즘 MZ들에게 보내는 것처럼 똑같이 안내해드렸어요. 또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만들어서 교류하실 수 있도록 장을 만들기도 했어요. 저희와 오프라인에서 함께하지 않는 시간에도 무언가를 하실 수 있도록 하다 보니 서비스가 점점 커지더라고요.
우리가 만든 서비스가 정말 도움이 되는 걸까 한 번 더 확인하고자 마지막으로 생활도움서비스를 해봤어요. ‘저희에게 연락을 주시면 집에서 필요한 어려움을 무엇이든 해결해드립니다’라는 콘셉트였습니다. 병원 이동, 집안 수리 등 다양한 도움을 드렸는데요. 경제적·사회적 약자인가 아닌가와 상관없이 누구나 성장하고 발전하고 싶어 했고, 사회에 참여하고 싶어 하시더라고요. 집에 방문하면서 저희 서비스를 알려드렸거든요.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면서 얼굴이 밝아지시고 삶이 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서비스를 업으로서 더욱 명확하게 키워내야 한다는 확신을 하게 됐습니다.
은퇴 후에 복지관, 문화센터를 갔다가 좌절을 경험하고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걱정하셨던 분이 있었어요. 저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나서 일상에 활력을 찾으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인플루언서가 되어 저희를 통해 찾은 활력을 저희에게 돌려주고 싶다고 하셨어요. 저희의 팬이 되신 거죠. 그럴 때면 벅찬 기분을 느껴요.
Q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오뉴’ 서비스까지 하게 되신 거군요. ‘오뉴’에 대해 알고 싶어요.
‘오뉴’는 5060을 뜻하는 숫자 5, 6을 이어서 발음한다는 의미도 있고, 영어로 ‘Oh, New!’라는 뜻도 있어요. 오늘도 이곳에서 새로운 여가 활동을 찾고 삶을 새롭게 액티브하게 보내시라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애플리케이션을 다운 받으시면 다양한 여가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저희는 개인에 맞춰 ‘큐레이션’을 하고 있어요. 관심 있는 분야에 연관된 프로그램이나 콘텐츠가 뜨도록 해 활동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카카오톡 푸쉬 알림을 통해서 여가와 관련된 콘텐츠를 보내드리기도 하고요. 브런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채널을 통해서는 다수의 5060분들에게 여가, 문화를 제안하는 콘텐츠들을 보여드리고 있어요.
매월 1만 2000명 정도의 시니어 분들과 만나고 있고요. 저희 프로그램을 이용하시는 분들은 5000명 정도 됩니다.
Q 복지관, 문화센터, 살롱 등 다른 문화 서비스들과 차별화된 ‘오뉴’만의 특징은 어떤 걸까요?
고객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콘텐츠를 큐레이션 해 제안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특히 첫 키워드를 기반으로 다양한 영역을 제안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A 고객이 건강에 관심이 있어서 관련 취미를 찾는다고 생각해볼게요. 건강을 관리하는 방법이라면 음식, 운동, 병원 등 여러 가지가 있겠죠? 그중 운동을 검색해서 운동 중에서도 춤을 고르고 춤 중에서도 발레, 훌라댄스, 현대무용 등을 보다가 훌라 댄스를 선택해 취미로 즐겼다고 해볼게요. 그러면 대부분 맞춤 서비스는 그다음 서비스로 춤에 관련된 것들을 제안하거든요. 그런데 저희는 다시 첫 번째 건강 키워드로 돌아가요. 다음에는 건강한 음식에 관련된 프로그램을 제안하거나 운동 중에서 춤이 아닌 다른 것을 보여주는 식이죠.
맞춤 프로그램을 제안할 때는 먼저 콘텐츠로 만들어서 이용하시는 분들의 반응을 살펴요. 관심이 많은 것은 기획해서 원데이 클래스로 먼저 해보고요. 거기서 반응이 좋은 것들은 정규 클래스로 편성합니다. 지금 이슈가 된다고 무작정 제안하기보다는 고객별 성향 등을 반영한 데이터들을 보고 제안하는 거예요.
그렇다 보니 업계에서 유명한 선생님들도 모실 수 있었고요. 클래스 퀄리티도 높아지게 됐습니다. 기획을 탄탄하게 하면 좋은 분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도 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 고객들의 피드백을 단계적으로 반영해서 조금 더 뾰족하게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인데요. 시간은 조금 걸리겠지만 이런 경험이 쌓이면 추천 데이터도 더 많이 쌓일 것이고 ‘오뉴’만의 색깔이 확고해지지 않을까 합니다.
Q 그동안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에서 오프라인 프로그램을 운영하셨는데요. 지난해부터는 삼청동에 ‘오뉴하우스’라는 멋진 공간을 만들어 운영하고 계시네요!
저희 서비스를 더 많은 분에게 알리고 싶었어요. 문화, 여가 프로그램은 공간이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은평구에 있을 때 점점 은평구에 사시는 고객분들의 비율이 줄더라고요. 성동구, 왕십리 등 먼 곳에서 오시는 분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여쭤보니 사는 지역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익숙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는 거예요. 젊은 친구들이 여러 지점을 다니며 문화생활 하는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다니고 싶다는 힌트를 주셨어요. 그래서 공간에 방문도 하고 주변 문화생활도 누릴 수 있는 좋은 장소를 찾다 보니 삼청동으로 오게 됐어요.
‘오뉴하우스’는 삼청동에서 북촌으로 올라가는 유일한 길목에 있는데요. 이곳이 5060의 성지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뉴하우스 1층에서는 유명 카페 바리스타가 맛있는 커피를 내려주고요. 커뮤니티 공간으로 사용하기도 해요. 2층에는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요. 화장실이 2층에 있는데, 1층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화장실에 갈 때 자연스럽게 수업하는 모습도 보고 회원들이 그린 그림 전시도 볼 수 있어요.
또 오뉴하우스를 중심으로 맞은편에 비정기적으로 빌려서 사용하는 공간이 있고요. 옆 건물은 지금은 1층만 사용하고 있는데요. 재봉틀, 미술처럼 도구가 필요한 클래스를 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미술품 전시를 열기도 해요. 나중에는 2, 3, 4층도 다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에요.
Q ‘오뉴하우스’ 공간을 만들 때는 어떤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셨어요?
고객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안국에 유명한 ‘어니언’ 빵집을 간다면 아침 10시에 문을 열자마자 가신다는 거예요. ‘런던베이글’ 같은 곳은 갈 생각도 못 하고요. 그 공간이 젊은이들에게 어울리는 것 같으니까 머무르지는 못하시는 거예요. ‘스타벅스’는 가도 ‘블루보틀’은 부담스러운 거죠.
시니어들이 편하게 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블루보틀’ 보다 커피도 맛있고, 다른 곳보다 더 재미있는 콘텐츠도 있고, MZ들의 커뮤니티보다 훨씬 즐거운 곳이었으면 했어요. 그런데 오로지 시니어를 위한 공간인 거죠.
Q 1층 카페에는 여러 상품도 전시되어 있네요?
저희 수업 중에 조향 클래스가 있었는데요. OEM으로 만든 '오뉴' 제품이 있고요. 와인 클래스에서 다룬 와인을 전시하기도 하고요. 책도 두었습니다. 또 저희가 업사이클링 브랜드인 레코드와 재봉틀 클래스를 하거든요. 오뉴하우스를 찾는 분들이 조금 더 저렴하게 구매하실 수 있도록 가져와서 두었어요. 저희 공간에 있는 상품들은 이렇게 스토리가 담겨 있고요. 주기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Q 최근에는 기업들과 협업해서 사이드 프로젝트도 많이 하신다고요?
CJ에 건강식 브랜드 라인이 있는데요. 기업 입장에서는 개발한 제품을 먹을 고객들이 포만감을 느낄지 궁금하셨던 거예요. 그래서 저희랑 프로그램을 열어서 협업한 적이 있습니다. 저희는 이용자분들이 식단 챌린지를 할 수 있도록 도왔어요. 이 과정에서 피드백과 데이터를 모아 CJ에 넘기면 이런 내용을 반영해 제품을 만드시는 거죠.
예를 들어 제주도에 있는 호텔이 5060 고객을 타깃팅 하고 싶다고 하면, 저희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거예요. 그냥 이용료를 저렴하게 해드릴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숙박 플랫폼과 저희가 다를 게 없잖아요. 여행 가서 클래식 듣고, 트래킹 하고, 수업도 넣고, 호텔도 즐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해요. 앞서 말한 것처럼 고객들의 니즈를 반영해서요.
‘어딩’이라는 트래블 커머스 플랫폼과 업무협약을 맺어서 5060을 위한 상품을 기획하기도 하고요. 최근 이렇게 기업과 고객을 연결하는 사이드 프로젝트들이 종종 생기고 있어요.
Q ‘오뉴’를 통해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궁금합니다.
5060 시니어 분들의 여가생활을 훨씬 풍부하게 만들어 드리고 싶어요. 지금 가장 집중하고 있는 건 ‘취미를 잘 큐레이션 해드리는 것’이에요. 개인의 상황, 성향, 경제적 여력에 맞는 여가 콘텐츠를 정말 잘 제안해드리고 싶어요. 무료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밖에 없는 줄 아시지만, 삼청동에만 하더라도 퀄리티 좋은 무료 전시가 정말 많거든요. 이런 큐레이션을 잘 해드리면 여가 생활의 폭이 조금 더 넓어질 수 있잖아요. 그러려면 저희의 업을 좀 더 넓혀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가의 범위를 펼치는 거예요. 지금은 문화에 집중하고 있지만, 여행도 있을 거고요. 오프라인에서 경험하는 소비가 결국 다 여가와 맞닿잖아요. 저는 미식도 여가 문화의 하나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경험제를 연결할 수 있는 회사, 소상공인들과 함께 기획해서 다양한 콘텐츠를 제안하고 싶어요.
아직은 저희 수업이 서울 지역에서만 열리는데요. 앞으로 지역도 넓힐 생각이고요.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수업도 있을 것 같습니다. 복합 문화 공간도 지역별로 하나씩 늘려갈 생각이에요. ‘오뉴하우스’에는 유명 카페 출신 바리스타, 프로그램 기획자, 디자이너 등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있어요. 15명의 팀원이 진심으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 여러분만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공간입니다. 1층 카페에 그냥 놀러 오셔도 좋고요. 누구에게 물어보더라도 모두가 오뉴 프로그램에 대해 잘 설명해 줄 거예요.
자신의 업에서 전문성을 가진 팀원들이 모였으니까, 모든 시니어의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이 사라질 때까지 정말 우직하게 나아갈 거예요. 저희가 하는 일을 공감하고 응원하신다면 많은 분이 아이디어를 주시고 필요한 걸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한국노년학회가 오는 5월 19일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이화여자대학교 ECC 및 포스코관에서 ‘2023년 한국노년학회 전기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임박한 초고령사회를 대비해 건강, 경제, 돌봄서비스, 여가, 주거, 관계, ICT 기술 등의 다면적 차원에서 “노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대응 방안과 전략” 등을 제안할 예정이다.
기조 강연으로는 이윤환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가 “건강 노화의 과제와 전망” 에 대해 발표한다.
이 교수에 따르면 2020년 한국 기대수명은 83.5세지만, 건강수명은 66.3세에 그치고 있으며, 질병·부상으로 인한 건강상실년수도 2019년 기준 10.2년에 달한다.
김용하 순천향대학교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주제발표로 “지속 가능한 연금개혁과 노후소득보장”을 다룬다.
김 교수에 따르면 현재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38.4%, 퇴직연금의 소득대체율은 14.2%에 그치고 있다.
유원섭 국립중앙의료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고령자를 위한 사람 중심 일차 의료 제공체계 모형”에 대해 발표한다.
이어 주은선 경기대학교 교수,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양재진 연세대학교 교수, 권순만 서울대학교 교수, 이용주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이윤신 보건복지부 과장이 토론을 진행한다.
또한 이번 한국노년학회 전기학술대회에서는 국민연금연구원·한국보건사회연구원·한국사회보장정보원·한국 취약노인지원재단·한국노인종합복지관 협회·중앙사회서비스원·건강보험연구원·건축공간연구원·국 노인인력개발원·한국교통연구원 등의 기관 세션, 실천현장전문가 세션의 기획 발표가 이어진다.
보건정책, 예술치료, 사회복지, 노인 심리, 신진 연구, 뉴 라이프 스타일 등 자유 발표 세션도 있을 예정이며, “이야기 치료를 적용한 노인 상담”의 주제로 특별세션(내러티브 노인 상담)이 진행된다.
한국노년학회는 1978년 창립된 개인의 노화와 사회적 고령화에 관한 융복합 연구를 수행하고 고령화 문제 예방 및 해결을 위한 이론적·실천적 대안을 제시하는 다학제적 학술단체다.
2025년 우리나라의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노인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다차원적 접근을 제시하기 위해 이번 학술대회를 준비했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노인세대 진입과 젊은 노인층의 등장으로 소득, 건강, 재산 등 여러 측면에서 이전 노인 세대와는 다른 차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타공인 한국 문화 지킴이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현장에 답이 있다’고 믿는다. 울림을 주는 홍보 영상, 잘 정리된 책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는 일을 어언 30년 가까이 해보니 깨달은 점이다. 기존의 방식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더 효과적인 방식을 찾았기 때문에, 그는 2019년부터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저는 역사학자가 아니라 홍보학자입니다. 역사 왜곡을 막기 위해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고자 노력해왔어요. 누군가 제게 가장 효과적인 홍보 수단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현장’이라고 답할 겁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자타공인 한국 문화 지킴이다. 주변국의 역사 왜곡 시도에 항의하고 잘못된 역사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홍보 영상을 만들거나 독립운동 유적지에 비치할 안내서를 발간하고 한국어 간판을 제작해 기부하는 등의 활동을 해왔다.
서 교수는 일 년 중 여섯 달은 해외에 있을 정도로 출장이 잦다. 그는 아무리 일정이 빡빡해도 여유 시간으로 반나절 정도는 꼭 마련해둔다고 한다. 관리를 전혀 받지 못해 방치돼 있거나, 이름은 알려져 있으나 안내 시설 등이 노화돼 찾기 힘든 유적지가 있는지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다.
서 교수는 다니면 다닐수록 관리가 부족한 지역이 많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했다. 하지만 유적지를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려면 지속적인 관심과 방문이 필요하다. 관광객들의 방문이 이어지면 현지에서도 해당 장소를 관리하기 위해 신경을 쓰게 되고, 관리가 잘 된 유적지를 방문해 좋은 인상을 받은 관광객들은 입소문을 내며, 그로 인해 점차 방문객이 늘어나는 흐름이 만들어지기 때문. 이러한 선순환이 많은 유적지에서 동시에 일어난다면, 시민들의 전반적인 역사 인식도 향상되는 결과까지 기대해볼 수 있다.
그가 다크 투어 분야에 뛰어든 것은 2019년. 여태 해오던 일을 확장시켜 ‘이제는 내가 직접 나서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각지를 돌며 직접 보고 느낀 점을 다른 사람들과 나눠보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뜻이 맞는 여행사를 찾은 그는 직접 다녔던 루트 그대로 여행 코스를 짰고, 다달이 진행되는 모든 프로그램에 재능기부 차원에서 참여하며 정성을 들였다. 지금까지 서 교수와 함께하는 여행사 ‘자유여행기술연구소 투리스타’ 역시 실비만 받고 다크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홍보학자, 현장에 직접 나서다
첫해의 성공으로 시즌2를 계획하던 2020년 2월,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아쉬움을 삼키며 온라인으로만 활동해야 했던 서 교수는 지난 2월 말, 3년 만에 오프라인 다크 투어 프로그램 ‘항일운동 역사투어’를 진행했다. 삼일절을 기념하고자 기획한 프로그램이라 목적지는 전라남도 완도군 소안도로 결정했다. 독립유공자로 선정된 주민만 스무 명이 넘고, 그 후손들은 일 년 내내 태극기를 걸어둔 채 생활해 ‘항일의 섬’, ‘태극기의 섬’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곳이다. 함경도 북청군, 부산시 동래군과 더불어 국내 3대 항일운동 성지로 불리지만 인지도는 훨씬 낮다는 점이 아쉽던 차, 이번 기회에 소안도를 제대로 소개해보리라 마음먹은 것.
“이번에는 45인승 차 한 대를 빌렸어요. 이 차만 다 채워도 성공이라고 생각했죠. 인기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을 통해 일본 하시마 섬(군함도)에 대한 이야기가 널리 알려지고, 배우 송혜교 씨의 후원으로 해외에 있는 독립운동 유적지를 소개하는 안내서를 온·오프라인으로 발간하는 등의 활동이 매체를 통해 많이 소개되면서 다크 투어에 관심 갖는 분위기가 고조되던 2019년과는 상황이 다르니까요. 그런데 웬걸, 막상 신청을 받아보니 사람들이 너무 몰려서 함께할 분들을 ‘선정’해야 했어요. 놀랄 수밖에 없었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소안도의 항일운동 유적지를 찾아온 것은 처음입니다.” 소안도에서 만난 지역 해설사의 한마디는 서 교수를 포함한 모두의 마음에 큰 울림을 남겼다. 그는 40여 명과 함께 소안도 외에도 국내 최대 강제노동 지역인 ‘옥매광산’, 안중근 의사 위패가 있는 ‘해동사’를 찾았다. 사람들은 설명을 들으며 함께 분노하고 슬퍼했다.
성공적인 다크 투어의 필요조건으로는 좋은 스토리텔링이 있다.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장소를 방문해 그곳에 대한 단편적인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 역사적 사건이 일어날 당시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은 어땠는지, 우리 조상들은 하필 이 지역에서 운동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잘 짜인 하나의 이야기처럼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 교수는 더욱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역사적 사건 발발 당시의 현장 사진을 큰 종이에 출력해오기도 하고, 지역 해설가를 섭외하기도 한다. 좋은 스토리텔링을 위한 사전 준비가 탄탄해야 관광객들이 현장에서 더욱 감명받고, 그렇게 느낀 교훈을 오래도록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적재적소에 더해지는 서경덕 교수의 너스레는 분위기가 과열되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했다. 또 일정이 끝난 뒤 지역 대표 맛집에서 여행의 고단함을 해소하는 시간을 꼭 가졌다. 아무리 의미와 교훈이 중요한 여행이라도, 여행만의 잔재미를 느낄 구간 또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는 역사학자도 아니고, 여행 전문가도 아니에요. 역사적 지식을 어떻게 해야 잘 홍보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이죠. 다크 투어를 통해서 몰랐던 역사적 사실을 깨닫고 교훈을 얻는 일도 물론 중요하지만, 핵심은 입소문이죠. 그래야 좋은 후기들이 퍼져서 더 많은 사람들이 유적지를 찾고, 그렇게 우리의 소중한 유적지를 지켜 후대에 물려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소안도를 함께 방문했던 분들도 ‘SNS 홍보단’이라고 부르면서 많이 공유해달라고 부탁드렸어요.”
앞으로 3년이 적기인 이유
서경덕 교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국내 유적지와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명소를 돌아보는 여행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홍보 방식으로 다크 투어를 어떻게 확장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떠올린 갈래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오히려 K-콘텐츠들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요즘입니다. 이제 해외여행도 자유로워졌으니 그 어느 때보다 우리나라에 관심을 갖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으리라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올해 외국인 관광객 3000만 명 시대가 열리지 않을까 예상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2025년까지의 행보가 중요해요. 그들이 관심 있어 하는 먹거리, 화려한 경복궁, 대도시 서울의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당신들이 관심을 가지는 우리나라에는 사실 이런 아픈 역사도 있습니다’ 하고 유적지도 방문하게끔 하는 거죠. 당장 올해는 정전 70주년이자 한인 이민 120주년이에요. 그러니 한국전쟁과 연관 있는 배우들을 초청해 기념행사를 진행하거나, 유해 발굴 현장을 외국인이 직접 방문하는 식의 프로그램을 기획해도 괜찮겠죠.”
공식적인 행사나 프로그램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아쉽겠지만, 그렇다고 귀중한 시기를 그냥 흘려보낼 수는 없다. 그는 자신이 진행한 다크 투어 코스를 SNS에 모두 공개하고 있다. 한국 문화 알림이로 유명세를 탄 서 교수의 개인 SNS 계정을 구경하던 누군가가 한 명이라도, 한 번이라도 더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다크 투어는 굉장히 효과적인 홍보 방식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꾸준히 참여하고 발전시켜야 합니다. 3040 부부가 아이와 함께 가족 여행으로 다른 지역을 방문할 때 그 지역의 유적지를 짧게나마 다녀오는 일이 일상화됐으면 해요. 이런 문화가 자리 잡기까지 몇 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저도 최선을 다해보려고 합니다.”
대동맥판막 협착증… 발견 못하면 2년 생존율 절반으로 뚝
약물 치료 불가능… 개흉없이 시술하는 치료법 TAVI 주목
트로트계의 BTS, 가수 진성은 ‘안동역에서’로 활발한 활동에 나선 지 2년 만에 혈액암과 심장 판막 질환을 진단받으며 힘겨운 투병 생활을 시작했다. 암흑의 터널을 무사히 빠져나온 그는 병을 이겨내고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극복의 아이콘으로 재조명됐다. 혈액암과 함께 진성을 죽음의 문턱까지 몰고 간 심장 판막 질환이란 무엇인지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최소침습적 치료법인 TAVI 시술의 교육 및 관리 자격을 갖춘 한양대학교병원 심장내과 국형돈 교수와 함께 그 증상과 치료법을 포함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한다.
심장 판막 질환이 생기는 이유
심장에는 경계가 분명한 네 개의 방이 존재하고, 그 사이에는 판막이라는 구조물이 있다. 판막은 심장이 온몸으로 산소와 영양분을 담은 피를 내보내는 과정에서 마치 문과 같이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하며, 혈액이 역류하지 않고 한 방향으로 원활하게 흘러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판막에 문제가 생겨 원활하게 열리고 닫히지 못하는 상태를 심장 판막 질환이라고 부르며, 대표적으로는 판막이 잘 열리지 않아 혈액이 원활하게 나가지 못하는 ‘협착증’과 반대로 잘 닫히지 않아 혈액이 새는 ‘역류증’이 있다.
심장 판막 질환 중에서도 대동맥판막 협착증을 진단받은 환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국내 환자 수는 2010년 4600여 명에서 2021년 1만 9000여 명으로 10년간 4배 이상 급증했다.
평생 쉼 없이 움직이는 판막은 사용할수록 노화된다. 나이 든 판막에 칼슘이 쌓여 판막이 딱딱해지면 순환의 과정에서 혈액이 이동하는 통로가 좁아져 우리 몸의 여러 장기 기관에 적정량의 혈액이 도달하지 못하게 되고, 연쇄적으로 여러 증상을 낳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대동맥판막 협착증이다.
국형돈 교수는 “대동맥판막 협착증이 악화되면 우리 심장은 온몸으로 피를 내보내는 것을 힘겨워한다. 심장에서 피가 원활하게 순환하지 못하면 심장이 비대해지고 종국에는 펌프 기능이 저하되는 심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고, 뇌까지 충분한 피가 가지 못하면 잦은 실신을 경험할 수도 있다”라며 심한 경우 급사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질환 특성상 초기 단계에 증상이 잘 드러나지 않으며, 심지어는 중증에 이르러서도 증상을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2년 내 사망률이 50%, 5년 내 사망률이 무려 80%에 육박할 뿐만 아니라 주요 전이암보다 예후가 좋지 않은 심각한 질환이다.
대동맥판막 협착증, 조기 발견하려면?
다행히 검사 방법이 복잡하지 않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청진 시 특유의 심잡음이 있기 때문에 주변 일반 내과나 심장내과, 순환기내과에서 간단한 청진으로도 1차 소견을 낼 수 있다. 이후 심장 초음파를 통해 확정 진단한다. 심 초음파는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국민건강보험 적용이 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경감된 상태다.
국 교수는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증상이 주로 흉통, 호흡곤란, 실신 등 대부분 다른 질환으로 오해하기 쉬운 증상들인 점을 조기 발견을 막는 문제로 지적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분명 일상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우리 몸은 일상을 멈추는 경고가 아니더라도 생활을 불편하게 하는 방법으로 신호를 보내기도 하니 의심된다면 병원을 꼭 찾으세요. 판막 교체 치료는 나이가 많아질수록 감수해야 할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조금이라도 초기 단계에 시술하는 것이 예후가 훨씬 좋아요”
개흉 부담 없이 치료하는 TAVI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아직 그 원인을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반드시 수술 혹은 시술 등의 물리적인 개입을 통해 협착된 판막을 갈아주어야 한다.
과거에는 가슴을 열어 협착된 판막을 제거하고 인공 판막을 이식하는 수술적 대동맥판막 치환술(SAVR)만이 유일한 치료법이었다. 그러나 고령의 환자가 많은 대동맥판막 협착증 특성상 동반 질환 및 컨디션 문제로 수술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이에 수술 고위험군과 불가능군을 치료할 수 있도록 2000년 대 초반 새롭게 고안된 치료법이 바로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AVI)이다. TAVI는 개흉 없이 대퇴동맥을 통해 카테터를 삽입, 기존 대동맥판막 부위에 인공 판막을 삽입하는 시술이다. 우리나라에는 지난 2010년에 처음 도입되었으며, 초기 안정기를 거쳐 최근에는 50여 개의 TAVI 센터에서 시행되고 있다.
TAVI는 전신 마취가 필요 없고, 시술 시간이 짧아 입원 기간이 크게 단축되고 자연스럽게 환자의 일상 복귀 시점 또한 크게 앞당기게 됐다. 또한, SAVR보다 대등하거나 우수한 효과를 보인다는 것이 인정되어, 2019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수술이 가능한 수술 저위험군 환자에도 TAVI 시술이 가능하도록 적응증 확대를 승인했다.
국형돈 교수는 현재 국내에서 시판되는 모든 유형의 TAVI 기기에 대한 최연소 프록터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TAVI 프록터(Proctor)란 TAVI 시술 자격을 갖춘 의료진 중 국제적으로 인증 받은 TAVI 시술 교육 및 관리 감독 권한이 있는 의료진을 뜻한다. 신규 TAVI 센터의 경우, TAVI 프록터의 실시간 참관하에 시행되는 TAVI 프록터링을 일정 건수 이상 반드시 이수해야 인증을 받을 수 있다.
국 교수는 “지난해 5월 국민건강보험 적용 기준이 확대되면서 환자의 나이가 80세 이상이거나 수술 불가능군 혹은 수술 고위험군 환자는 시술 시 자기부담금이 5%로 감소하여 부담이 크게 경감됐어요. 이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중증도에 따라 50%까지 시술비가 차등 지원되고요. 이제는 고령이라서, 비용이 비싸서 시술을 외면할 이유는 적어진 셈이죠.”
예방 위해선 걷기, 달리기 효과적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고령 인구에서 발병률이 높은 만큼 동반 질환의 발생률이 높다. 고혈압, 관상동맥질환과 같은 심혈관질환이 가장 빈번하게 발견되며, 심혈관질환의 위험 요인인 고지혈증 역시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에게 흔히 동반된다.
국형돈 교수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평소 다양한 영양소를 포함한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습관을 들이고, 짜지 않게 먹는 것이 좋다. 그리고 건강한 심장을 위한 규칙적인 운동 역시 중요하다”며, “간단한 걷기 운동을 비롯해 계단 오르기, 달리기, 줄넘기, 수영 등 몸을 깨우고 긴장을 풀어주는 다양한 활동을 하면 심장 질환의 위험이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일상적인 활동량이 평소보다 버겁게 느껴지거나 조금 더 피곤하게 느껴진다면 망설이지 않고 진료를 받아 보길 바란다”라며 질환에 대한 관심을 강조했다.
대동맥판막 협착증, 좀 더 알고 싶다면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적시에 포착해서 관리하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질병인 만큼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 주변인, 의사까지도 반드시 알고 준비해야 하는 질환이다. 건강한 2막을 응원하기 위해 뉴하트밸브닷컴을 소개한다. 뉴하트밸브닷컴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심장 판막에 관한 전반적인 정보를 비롯해 대동맥판막 협착증에 관한 소개, 증상 및 진단 방법, 치료 방법 등을 알기 쉽게 안내하고 있다. 또한, 대동맥판막 협착증을 진단받은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대동맥판막 치환술 시행 전에 준비할 내용, 의료진 상담 시 꼭 물어보아야 할 체크리스트, 시행 후 회복을 위해 알아 둘 정보 등의 내용이다. 웹사이트 방문자라면 누구든 신청을 통해 대동맥판막 협착증에 관한 정보를 담은 뉴스레터를 받아볼 수 있으며, 추가로 심장 판막 질환, 대동맥판막 협착증, 의료진과의 진료 상담 가이드를 포함한 자료집을 무상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다크 투어리즘은 여러 유형으로 분류하는데, 전 세계적인 핵심 테마는 전쟁과 항쟁(식민지)이다. 한국의 경우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들 수 있다. 아직 생소한 개념인 다크 투어리즘을 어떻게 계획하고 즐길지 모르겠다면, 위의 두 역사를 중심으로 명소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PART1. 항쟁의 역사 : 일제강점기
[1] 남산 국치의 길
남산은 낭만적인 야경이 돋보이는 명소로 유명하지만, 일제강점기라는 암흑기를 드러내는 장소이기도 하다. 강화도조약(1876) 이후 일제의 침략이 본격화되면서 남산 자락에 조선 통치를 위한 시설들이 자리 잡았다. 당시의 상흔을 기억하고 보존하기 위해 조성된 길이 바로 ‘남산 국치의 길’이다.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한국통감관저 터에는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기억의 터’가 마련돼 있다. 이곳에 도착하면 ‘거꾸로 세운 동상’이 눈에 띈다. 과거 일제는 을사늑약을 체결한 공을 인정해 하야시 곤스케의 동상을 통감관저 앞에 설치했다. 해방 후 당시의 치욕스러움을 기억하고자 사라진 동상의 잔해를 모아 거꾸로 세운 것이 지금의 모습이다.
이어 리라초교와 숭의여대로 향해 노기신사와 경성신사 터를 둘러본 뒤에는 케이블카 탑승장 인근 한양공원을 찾는다. 1910년 일본인들이 조성한 곳으로, 당시 공원 입구에 세웠던 비석도 볼 수 있다. 계속해서 남산을 향해 걷다 보면 옛 조선신궁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일부가 나온다. 조선신궁은 조선총독부가 조성한 신사로, 해방 후 일본인들의 손에 의해 철거되며 현재 우리가 아는 남산공원으로 탈바꿈했다. 한때 연인과의 데이트나 가족 나들이로 남산을 찾았다면, 한 번쯤 이러한 역사를 한발 한발 따라가 보길 추천한다.
[코스] 명동역 1번 출구 ▶ 한국통감관저 터·기억의 터(현 서울유스호스텔 아래) ▶ 한국통감부(서울애니메이션센터) ▶ 노기신사(리라초교 내 남산원) ▶ 경성신사(숭의여대) ▶ 한양공원 ▶ 조선신궁(한양도성 발굴지) *상당 구간이 언덕길이니 이 점 참고하자. 반대 방향으로 돌아봐도 괜찮다.
[2]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하 서대문형무소)은 일제강점기 시절 4만여 명에 달하는 독립운동가가 수감됐던 곳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철거 논의도 이뤄졌으나, 교육의 현장으로 기능하기 위해 현재의 역사관 형태로 복원됐다. 서대문형무소 하면 붉은 벽돌로 이뤄진 외관이 상징적이다. 계절마다 바뀌는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에도 따스한 봄볕 아래 그림 동호회 회원들이 모여 풍경화를 그리고 있었다.
외관과 비교해 내부는 삭막하고 음울한 기운이 느껴진다. 독방과 고문실, 시구문 등을 복원해 당시의 참혹한 현실을 생생히 드러냈다. 당시의 수형기록표나 사진들을 보노라면, 독립투사들의 모진 세월이 전해져 절로 숙연한 마음이 든다. 서대문형무소는 올 한 해 ‘이달의 독립운동가 시민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온라인을 통해 예약하면 된다. 방문 당시에는 ‘한국 독립운동을 이끈 청년 독립운동가들의 외교’를 주제로 강의가 열렸다. 이날 소개된 독립운동가는 황기환, 이희경, 나용균이었다. 강의에 참여한 한 시민은 “김구나 윤봉길처럼 잘 알려진 독립운동가가 아니라 처음엔 생소했다. 세 분의 역사를 들으면서 나의 무지함을 깨달았고, 반성하는 마음도 들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강의를 준비한 김철현 서대문형무소역사관 학예사는 “과거 서대문형무소는 인왕산, 안산, 무악재 고개로 둘러싸여 있어 수감자들의 탈출이 용이하지 않다는 점에 현저동에 자리하게 되었다. 하지만 100여 년이 지난 지금 산에 둘러싸여 있다는 점 때문에 중장년 방문객들이 등산을 겸해 오시기도 한다. 아울러 실제 수감자들의 후손이나 가족들이 오기도 하고, 역사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모임을 꾸려 자체적으로 투어를 즐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역사교훈여행(다크 투어리즘의 우리말)의 측면에서 볼 때, 많은 분들이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독립운동가들이 추구했던 자유와 평화를 위한 신념을 느껴보셨으면 한다. 또한, 서대문형무소를 둘러보신 후에는 근처의 독립문,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 등도 찾아도 좋겠다”고 조언했다.
[코스] 독립문역 5번 출구 ▶ 서대문독립공원 입구 ▶ 독립문 ▶ 서대문형무소역사관 ▶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 독립운동가 가족을 생각하는 집(독립문 맞은편) *독립문을 기점으로 왕복하는 코스로, 역사적 사건 순으로 둘러볼 수 있다.
PART2. 전쟁의 역사 : 한국전쟁
[1] 피란수도 부산 소막마을
지난해 ‘피란수도 부산 유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가 확정됐다. 현재 부산시는 2028년 등재를 목표로 지속 연구와 관리에 힘쓰고 있다. 부산에는 유독 가파른 언덕에 집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광경이 눈에 띄는데, 이 또한 피란기의 흔적이다. 한국전쟁 후 40만 명이던 부산 인구는 100만 명까지 늘어났다. 몰려든 피란민들은 생존과 생계를 위해 높은 언덕까지 판잣집을 지어 올렸던 것이다.
선별된 ‘피란수도 부산 유산’은 총 9곳으로, 그중 ‘우암동 소막 피란주거지’도 피란민들의 보금자리 역할을 했다.(2018, 대한민국의 국가등록문화재 제715호 지정) 소막마을은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으로 소를 수출하기 위한 검역소와 소막사가 있었던 곳이다. 1960년대 이후에는 공업화·산업화 과정을 거치며 여러 형태의 집들로 변모해 현재에 이르렀다.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한국의 근대화 과정 등을 엿볼 수 있는 귀한 산물인 셈이다.
[코스] ‘피란수도 부산 유산’은 경무대(임시수도 대통령 관저), 임시중앙청(부산 임시수도 정부청사), 아미동 비석 피란주거지, 국립중앙관상대(옛 부산측후소), 미국대사관 겸 미국공보원(부산근대역사관), 부산항 제1부두, 하야리아 기지(부산시민공원), 유엔묘지, 우암동 소막 피란주거지 등 총 9곳이다. 하루에 몽땅 급하게 둘러보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피란민들의 삶을 음미하며 살펴보길 바란다.
[2] DMZ 평화의 길
시간을 두고 여러 날에 걸쳐 다크 투어리즘을 계획한다면, ‘DMZ 평화의 길’을 추천한다. 도보 여행가들 사이에서 주목받는 테마 코스 중 하나로 문화체육관광부, 환경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통일부 등 5개 부처가 합동으로 조성한 길이다. 2018년 4월 27일 제1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꼬박 1년 뒤인 2019년 4월 27일 강원도 고성 구간이 처음으로 개방됐다. 이로써 일반 시민들도 DMZ(비무장지대)를 경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후 철원, 파주, 양구 등 구간이 속속 개방되며 현재 총 11개 코스가 마련됐다. 전 구간 예약탐방제(두루누비 사이트 이용)로 운영되며, 올해는 대체로 4월 하순부터 예약을 시작해 11월 전후로 마감될 예정이다.(여름 혹서기 및 장마 기간 임시중단)
[코스] 강화 코스, 김포 코스, 고양 코스, 파주 코스, 연천 코스, 철원 코스, 화천 코스, 양구 코스, 인제 코스, 고성 A코스, 고성 B코스 *현재 고성B코스는 탐방객의 안전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중단됐다.
[Interview]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 “어두운 역사의 흔적에서 오늘의 교훈을 얻길”
최근 유행인 ‘다크 투어리즘’을 오래 전부터 주목하해온 이가 있다. 2017년 출간 도서 ‘다크투어’의 저자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다. 서울대학교와 시카고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던 그는 책을 쓴다는 핑계로 곳곳을 여행하다 다크 투어리즘에 눈을 떴다. 현재 그는 역사문화 여행 모임 ‘컬처클럽’을 7년째 운영 중이다. 모임을 통해 국내외를 누비며 직접 도보여행 길도 발굴한다. 저서에 소개된 '대한 제국의 길', '서대문의 길', '용산의 길' 등도 직접 개발한 다크 투어리즘 루트다. 그런 김 대표를 통해 다크 투어리즘에 관한 궁금증을 해소해봤다.
Q. 중장년들에게 다크 투어리즘을 권하는 이유가 있다면요?
A. 사람은 나이가 들며 자연스럽게 역사가가 됩니다. 각자 역사의 증인이고, 역사평론가가 되며, 아마추어 역사가가 되지요. 어떤 의미에서든 나름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자기만의 역사관을 지니기 때문입니다. 관광을 하면 화려한 곳, 훌륭한 곳, 멋진 곳을 가기 쉽습니다. 이런 것을 그랜드투어(grand tour)라고 하죠. 하지만 다소 불편하더라도 과거의 어두운 곳을 찾아 역사의 교훈을 얻는 다크 투어(dark tour)도 필요합니다. 이런 곳에서 피해자에게 연민을 느끼기도 하고, 자신이 현장에 없었다는 것에 안도감이 들기도 합니다. 또, 역사의 교훈을 얻어 앞으로 다시는 되풀이해서는 안 되겠다는 다짐도 합니다. 실패에서 얻는 교훈, 재발방지 다짐을 하게 되는 거죠.
Q. 다크 투어리즘 현장에서 유념해야 할 에티켓이 있을까요?
A. 장소의 역사적 의미를 모르면 자신의 단견으로 이해해버리거나 현지에서 가볍게 말하기 쉽니다. 즉 공부가 필요하죠. 사건과 관련된 주민들도 만날 수 있는데 역사를 모르면 섣부른 행동으로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지나치게 이념에 치우치기보다는 역사적 사실을 현장에서 겸허하게 배우려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경건한 마음으로, 큰 목소리는 삼가는 게 좋습니다.
Q. 해외와 비교해 국내 다크 투어리즘이 지니는 특징이 있나요?
A. 예전에는 한국에서 다크 투어리즘 장소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현장에 가면 안내판이 없고, 유적, 유물이 제대로 보존돼 있지 않았지요. 근래에는 다크 투어리즘 관련 문화 유적을 많이 발굴하고, 기념관, 유적지, 친절한 안내판, 간단한 표지석 등을 두어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현재는 외국과 수준이 비슷해졌습니다. 다만 몇몇 장소는 지나치게 엄숙하고 어둡게 만들어져 있어 과도한 긴장감을 주기도 합니다.
Q. 다크 투어리즘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요?
A. 다크 투어를 할 때에는 진정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열 군데, 스무 군데 리스트를 만들어 많이 다녀왔다한들 큰 의미는 없습니다. 현장을 제대로 알려는 호기심, 진정성이 바탕이지요. 다크 투어리즘이 좋다고 너무 연달아 가는 것도 추천하지 않습니다. 너무 몰입하면 우울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밝은 여행지와 섞어서 다니길 권합니다.
※ 자료 제공 및 도움말 한국관광공사, 서울관광재단,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말레이시아는 흔히 ‘은퇴자들의 천국’으로 불리는 국가다. 영어를 사용하고, 사회적 인프라에 비해 생활비가 저렴하며 부동산 투자가 활발한 점 등을 들어 은퇴자를 위한 해외 이주 정보를 다루는 미국 매체 ‘인터내셔널 리빙’에서 ‘은퇴자에게 이주를 추천하는 동남아시아의 국가’로 여러 차례 추천된 바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출생율 감소와 고령화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말레이시아 보건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는 6.5%이다. 그러나 5년마다 장노년 인구가 약 2%씩 증가해 2040년에는 60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19.8%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차원에서의 노인을 위한 지원은 미비한 상태다. 2020년 열린 온라인 포럼 ‘고령친화도시: ’MyAgeing™‘과 함께 가꾸는 미래의 삶’에서는 은퇴자, 연금 수령자, 노인을 위한 주택에 대한 수요가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정부 정책은 시니어 주거 문제를 언급하고 있지 않음을 지적했다.
패널들은 말레이시아의 젠트리피케이션(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돼 새로운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유입되면서 기존의 저소득층 원주민들이 내몰리는 현상)이 또 하나의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적절한 대책이 시행되지 않은 채로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으로 쫓겨난 시민들이 나이가 들어 필요한 때에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되면, 나중에는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을 필요로 하기 때문.
노인들 또한 삶의 터전을 옮기고 싶어하지 않는다. Aizan Hamid 연구교수는 포럼에서 “말레이시아의 노인 약 77%가 자신이 살던 지역사회에서 살면서 늙기를 원한다”고 언급했다. 노인들이 연령이나 소득, 능력 수준에 상관없이 안전하고 독립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말레이시아의 지역 정부에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페락(Perak)주 타이핑(Taiping)시
페락 주 서부의 타이핑은 고원 휴양지인 라루트 언덕을 비롯, 녹지가 많아 말레이시아 내에서 은퇴 후 살기 좋은 도시로 알려져 있다. 이에 타이핑 시는 노인에게 친화적 환경을 조성하고자 지역 이니셔티브를 조성하고,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의 고령친화도시 네트워크(GNAFCC)에 가입했다.
60세 이상 고령자가 인구의 16.8%를 차지하는 이 곳에서는 이동 시 진동을 최소화한 고령자 및 장애인 친화적인 중형 전기버스(EV-Bus)를 운행하고 있다. 도시 개발을 위한 ‘페락2030비전’ 중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도 포함돼 최근 관광지를 경유하는 노선을 신설했으며, 시범 운행 이후 노인과 장애인, 어린이는 할인된 가격에 이용권을 구매할 수 있을 예정이다.
또한 노인과 장애인 등 약자와 함께 살아가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타이핑 시의회와 말라야 국립 대학교는 2017년 ‘마치노에키 프로젝트’를 타이핑에 도입했다. 마치노에키란 일본의 쇠퇴한 도시 중심부를 활성화하기 위해 시행된 프로젝트다. 지역 거주민과 관광객 모두를 위해 화장실이나 휴식 공간 등의 시설이나 지역에 대한 지식, 안내를 제공한다.
기존 시설을 이용하고 주민들의 자원봉사로 굴러가는 이 프로젝트는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음과 동시에 마을 환경 정비로 인한 보행성 개선으로 주민들이 차를 타는 대신 걷게끔 이끄는 효과까지 수반한다. 타이핑 시의회는 이러한 정책들과 그로 인해 축적한 지식들을 푸트라자야시 노인 협회에 공유하며 고령친화도시 조성 프로젝트에 있어 모범 사례가 되고 있다.
페낭(Penang) 주정부와 페낭2030비전
페낭주는 말레이시아의 대표적인 의료관광지이자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은퇴 이민지 중 한 곳이다. 또한 페락주 다음으로 고령화 속도가 빠른 지역으로, 2020년 60세 이상 인구는 14.9%이나 2040년에는 60세 이상 인구가 26.2%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정부는 2018년 ‘페낭2030비전’을 발표했다. 비전에는 ‘활동적인 노후’(Active aging)가 중요 요소로 포함됐다. 페낭학회(Penang Institute)에 따르면, 주정부는 이를 위해 고령친화적 인프라를 강화하고, 저렴한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며, 정부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는 등의 형태로 고령친화적 환경을 조성할 예정이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 ‘페낭2030비전이 제시하는 장노년 친화도시 정책’ 보고서가 소개하는 내용에 의하면 페낭 주정부는 ‘안녕 디지털’(#Dah Digital) 캠페인을 시행 중이다. ‘디지털 클리닉’(Digital Clinic)에서는 동영상 편집기술이나 구글렌즈 사용법, 스캠, 피싱 등 사이버범죄 피해를 예방하는 방법 등을 무료로 교육한다. ‘디지털 페낭’(Digital Penang)의 2022년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이 캠페인으로 2022년 101개의 강좌가 개설됐으며 총 2465명이 참여하는 성과를 얻었다.
강아지, 고양이, 도마뱀, 고슴도치 등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관련 정책이나 지원 제도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 기업에서 반려동물 양육 가구를 위한 지원 계획과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생활 문화 변화를 고려한 건축규제 완화방안과 제도개선 내용을 담은 ‘건축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300㎡ 미만 소규모 동물병원 등은 제1종 근린생활시설로 분류해 입지 가능 지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동물병원, 동물미용실 및 동물위탁관리업을 위한 시설은 의원, 미용원 및 소규모 공공업무시설 등과 달리 규모와 관계없이 제2종 근린생활시설로 분류돼 입점 가능한 곳이 한정돼 있다. 법이 시행되면 전용주거지역, 일반주거지역에 반려동물 관련 사업장을 조성할 수 있어 해당 시장이 활성화하는 데 속도가 더욱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여러 기업에서 다양한 반려동물 관련 상품을 공개했다. 일동제약과 광동제약은 반려동물용 건강기능식품을 공략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반려동물 브랜드 ‘일동펫 시리즈’를 출시하고 강아지·고양이 전용 프로바이오틱스, 관절 영양제 등을 선보였다. 일동제약은 사람이 섭취할 수 있는 원료와 품질을 유지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광동제약 역시 대표 건강기능식품인 자양강장제 ‘경옥고’에서 착안한 반려견용 영양제 ‘견옥고’를 출시했다.
네이버는 지난달 네이버 지도 서비스에서 ‘애견 동반 식당’. ‘애견 동반 카페’ 등을 검색하면 해당 장소를 찾을 수 있는 ‘갈수있어 강아지도’를 선보였다. 캠페인 페이지에는 애견 동반이 가능한 음식점·카페·쇼핑몰·숙박시설 등의 장소들이 지역별로 정리돼 있다. 서울 서북 646곳, 서울 동북 575곳, 서울 서남 312곳, 서울 동남 660곳, 제주 786곳, 부산 261곳, 경북 265곳, 전북 300곳, 충북 159곳 등이다.
sk텔레콤은 T멤버십 혜택에 반려동물 관련 제휴사 9곳의 서비스를 추가했다. 추가된 제휴 서비스는 반려동물 정보(멍냥보감), 사료·간식(국개대표), 여행·산책(반려생활, 피리부는 강아지), 펫택시(그랫, 멍타냥택시), 펫테크(펫프라이스), 돌봄·장례(도그메이트, 21그램) 등이다. 이들 제휴사 서비스를 이용할 때 T멤버십 할인과 적립 등 혜택이 적용된다.
한편,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자사 고객의 동물병원, 애견 호텔, 애견 카페, 애견 미용 가맹점 등에서 1인당 연평균 이용액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35만 3천 원으로 2019년의 26만 2천 원에 비해 9만 1천 원 늘었다. 2020년에는 28만 3천 원, 2021년에는 31만 3천 원으로 반려동물 시장에 대한 1인당 연평균 카드 지출액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사회 곳곳에서 인공지능 열풍이 불며 이제 막 대중화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우리 주변에서 그 역할을 시작한 것은 꽤 오래전부터다. 특히 노인 돌봄 분야에서는 그 중심에 SK텔레콤이 있다. 2019년 4월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노인 돌봄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로부터 4년, 이들이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동안 인공지능은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됐다.
SK텔레콤이라는 기업이 이 서비스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속내가 알고 싶다면 회사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편하다. 인공지능 돌봄서비스 개발을 담당하는 부서는 ‘소셜세이프티넷’팀으로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 지배구조 개선) 추진’ 산하의 ‘ESG 얼라이언스’ 소속이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이 서비스는 지속 가능한 경영 차원의 비즈니스 모델이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안전망 역할 차원에서 돌봄이 필요한 계층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해석된다.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인식 향상 보람
그렇다면 그간 무엇을 이뤄냈을까? 초창기부터 개발에 참여한 정승룡 부장은 “인공지능이 돌봄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대중적으로 인식시킨 것”을 먼저 꼽았다.
“4년간의 성과로 먼저 꼽을 수 있는 건 인공지능 돌봄서비스의 대중화를 이뤄냈고, 저희 서비스가 이 분야에서 대표 브랜드가 된 것입니다. 올해 3월 기준으로 전국 90여 개 지자체에서 1만 8000여 명의 어르신께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서비스를 실시한 지자체 중 90% 이상이 다시 저희를 찾아주셔서 효과성도 입증된 셈이죠.”
이 서비스를 통해 인공지능이 어르신 돌봄에 보탬이 된다는 사실이 증명되자 정부에서도 AI나 IoT 기술을 활용한 시범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다소 무모할 수 있었던 최초의 시도로 실제 시장에서 이 서비스가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고, 제도화 과정에서 필수적인 선행 기술을 제공할 수 있었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문태희 팀장은 돌봄 분야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대중화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정서적 접근’을 꼽았다. 지금은 인공지능 기술로 다양한 서비스가 나오고 있지만, SK텔레콤이 이 분야를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돌봄과 관련한 기술은 한계가 있었다고 한다. 센서 기반의 IoT 기술은 어르신들이 감시받는 기분이 든다며 외면하기 일쑤였고, 스마트폰은 디지털 문해력이 낮으면 이용하기 어려웠다. 또 스마트워치 같은 장비는 무겁기도 하고 충전 등의 기술적 한계가 있었다고.
“기술 공급자나 자녀, 가족 같은 관리자 입장에서 접근하지 않고 어르신 스스로가 서비스 소비자가 되어 이 기술을 대할 수 있었습니다. 어르신들이 스피커로 음악을 듣고 가벼운 농담을 나누는 정서적 접근을 통해 더 친근하게 서비스 이용에 참여하신 거죠.”
물론 이 서비스가 처음부터 지자체에서 환영받은 것은 아니다. 낯선 기술 분야인 데다 전례가 없는 사업이라 많은 설명이 필요했다. 또 SK텔레콤의 새로운 돈벌이 수단 아니냐는 색안경 역시 이들이 넘어야 할 산이었다. 김건훈 매니저는 “불려 다니는 것이 일이었다”고 말했다.
“많은 질문을 받아야 했습니다. 사회복지 분야의 예산이 쓰이는데 항목에 서비스를 위한 통신이나 스피커 같은 가전, 음원 서비스 같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으니 이해가 쉽지 않았겠죠. 또 회기에 영향을 받는 공공기관의 특성도 고려해야 했고, 관리 인력의 수급까지 많은 것을 고민해야 했습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담당을 나눠 전국 팔도를 다 돌아다녔어요.”
수많은 인명 살린 ‘아리아’
SK텔레콤의 인공지능 돌봄서비스를 살펴보면 AI 스피커 기반 ‘NUGU’ 서비스에 돌봄 기능을 위한 3가지 특화 콘텐츠가 더해진 형태다. SOS 긴급구조 서비스와 치매 지연 서비스인 ‘두뇌톡톡’, 심신 안정 서비스 ‘마음체조’가 그것이다. 특히 SOS 긴급구조가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정승룡 부장은 예상 이상의 성과였다고 평가했다.
“지금까지 ‘아리아 살려줘’를 외치신 분이 5000명이 넘어요. 그중 실제로 위험 상황에서 구조된 분이 460명 정도 되고요. 인공지능에게 도움을 요청한다고 해서 바로 119 안전신고센터로 접수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위급 상황인지 확인하기 위해 주간에는 주관사인 행복커넥트가, 야간에는 보안업체 SK쉴더스가 관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서비스 이용량이 늘면서 소방청과 협약을 맺고 공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전한 활용 사례는 인공지능의 유용성을 확인시켜준다. 경기도 화성의 고령 여성은 안마의자 오작동으로 팔이 끼어 옴짝달싹 못 하는 상태가 됐다. 전화기는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있었다. 빠져나오기 위해 발버둥치다 “아리아 살려줘”를 외쳤고, 출동한 119 대원에게 구조되었다. 늦게 발견됐으면 팔의 괴사 위험이 있었고, 극단적인 경우 고독사까지 일어날 수 있었다.
올 3월 발생한 사건도 마찬가지. 한 고령자가 거동이 어렵고 어지러움과 구토 증세까지 겪으며 도움을 요청했는데, 구조된 후 뇌경색 판정을 받았다. 인공지능이 없었다면 뇌혈관질환에서 중요한 ‘골든타임’을 넘길 수도 있었다.
학술적 성과 낸 치매 지연 서비스
치매 지연이라는 표현이 다소 낯설다. 하지만 아직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지금 상황에서 치매 판정 이후 할 수 있는 최고의 의학적 처치 역시 ‘지연’이다. 대부분의 치매 처방약도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치매 진행을 늦추는 지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두뇌톡톡은 이준영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의 ‘메타기억교실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개발된 프로그램으로, 어르신이 언제든지 편리하게 인지훈련을 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인공지능 스피커를 활용한 이 프로그램은 장기기억력과 작업기억력, 언어유창성 면에서 효과가 입증돼 2021년 미국 의학 저널 ‘JMIR’지에 논문이 게재되기도 했다.
정승룡 부장은 “두뇌톡톡은 어르신의 인지능력 향상을 통해 알츠하이머성 치매로의 이환을 2년 정도 늦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프로그램을 완주하기 힘든 경우가 많아 가족의 도움이나 치매안심센터의 교육 프로그램과 연계된다면 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AI 전화 서비스를 통해 음성 마커, 그러니까 말하는 과정에서 인공지능만이 눈치챌 수 있는 특징을 확인해 우울증이나 치매, 파킨슨병 발병 가능성을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미래 요양 서비스의 중심 AI
최근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요양 서비스 대책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 인공지능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물었다. 김건훈 매니저는 노인 요양 서비스 분야에서 당장 인공지능이 전문인력의 역할을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요양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노년층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활약하는 것은 ‘효율을 높이는 데’ 집중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50~100명에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인공지능 기술이 더해지면 200~300명으로 수혜자가 늘어나는 것이죠. 저희가 많이 받는 오해 중 하나가, 요양 서비스 직종이 사라지거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인데 현실적으론 그렇지 않습니다. 요양 서비스 중 휴먼터치, 즉 사람이 직접 대면하는 것이 효과성이 큰 분야도 있으니까요. 비대면 분야 또는 저숙련 인력이 하는 단순 업무를 인공지능이 거들어줌으로써 기존 인력이 휴먼터치에 쏟을 시간을 더 확보해주는 겁니다. 더 위급한 사람이 빨리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말이죠.”
또 요양 서비스 분야의 흐름 중 하나인 ‘에이징 인 플레이스’도 지적했다. 결국 부족한 요양 인프라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시설이 아닌 집에서 고령자를 돌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그러한 환경 조성을 위해 인공지능 기술은 필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먼저 말을 건네보시길”
최근 인공지능 열풍의 중심에는 거대 언어 모델인 챗GPT가 있다. 문태희 팀장은 챗GPT의 발전 가능성을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로 저희 회사에서도 활용 가능성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 중에 있습니다. 인공지능 서비스 분야에서 더 개인화되고 정서적 지원에 더 유용한 도구가 될 것으로 예상해요. 한정된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챗GPT도 출현할 것이고, 고도화되면서 서비스가 더욱 향상되겠죠. 또 응급 상황에서 당황하는 사용자에게 행동 지침을 안내하거나, 가족에게 경고할 수도 있겠죠. 인지 기능 유지나 건강 모니터링 분야에서도 할 수 있는 역할이 무궁무진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대화를 나누면서 놀랐던 부분은 현장에서 만난 많은 사회복지 분야, 요양 서비스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과 궤를 같이한다는 점이었다. 이들의 고민이 단순한 기술의 적용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라, 현 사회가 가진 문제점과 향후 전망에까지 다다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기술적인 이해가 어려운 중장년 세대는 인공지능의 발전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이에 대해 문태희 팀장은 “일단 말을 건네보시라”고 전한다.
“저희 부모님도 처음엔 사용을 낯설어하시다 지금은 잘 사용하고 계십니다. 당연히 익숙지 않은 이 기술이 낯설 수밖에 없죠. 하지만 사용자를 위해 치밀하게 계획된 만큼, 잘 활용하시면 오래된 친구처럼 옆에 두고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용기 내어 아리아를 한번 불러보시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