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첫 구절만 들어도 바로 떠오르는 ‘나성에 가면’이라는 노래를 부른 세샘트리오. 그 세샘트리오의 보컬이었던 권성희(66) 씨는 누구나 기억하는 노래의 주인공인데도 그 삶에 대해선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외부에 자신을 드러내는 걸 꺼리는 성격 때문이다. 그러나 대중에 자주 보이지 않아도 그녀는 가수로서의 활동뿐만 아니라 연예인 자원봉사단체인 한마음회 회장, 건강보험공단 홍보대사, CEO클럽 회장까지 맡으며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활발한 사회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올해로 데뷔 45년을 맞이한 그녀의 남다른 소회를 들어봤다.
“권성희라는 사람은 멋있는 가수였다고 기억되고 싶어요. 그래서인지 가정사를 많이 오픈하지 않고 살았죠. 예능에 나와달라는 연락은 많이 받았는데, 남편도 오픈하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방송에 나와도 재미없을 거라고 해요.(웃음)”
권성희 씨의 남편은 배우 박병훈 씨. MBC 공채 탤런트 8기 출신으로 ‘제5공화국’, ‘연개소문’ 등의 드라마에 출연한 중견 배우다. 두 사람은 1985년에 결혼했다. 아내가 서른두 살, 한 살 연하였던 남편은 서른한 살이었다.
“남편과는 친구 소개로 만나 연애를 해서 결혼했어요. 착하고 성실해 보여서. 그리고 당시에는 제 나이 서른이 넘으니까 주변에 총각이 없더라고요.(웃음)”
결혼하기 전까지는 연하에 관심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심지어 결혼을 한 후에야 남편 주민등록증을 보고 나이를 알았다고 하니, 남편이 연하인지도 모른 채 결혼한 셈이다.
“요즘처럼 SNS도 없었고, 방송하고 연습하고 야간 무대 하고 집에 오는 바쁜 생활이었으니 제가 인기 있는 줄도 몰랐어요. 나중에 솔로로 나오고 팬들도 만나니 그때 체감되더군요. 그래서 쉬고 싶다는 생각에 결혼한 것도 있었죠.”
성악가를 꿈꾸던 소녀, 대중 가수가 되다
소녀 권성희는 마리아 칼라스 같은 프리마돈나가 되겠다고 다짐한 성악 꿈나무였다. 하지만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일까. 합격하리라 자신했던 연세대 입시에서 낙방했다. 친구들과 부모님 볼 낯이 없어서 그대로 잠수를 탔다. 그러다 생각을 고쳐 다시 공부를 시작했고 후기 동덕여대에 들어갔다. 그러나 낙방의 아픔이 흉터처럼 남은 탓인지, 막상 대학 생활을 해도 학업에 열중하기 힘들었다.
“그런 와중에 방송국의 아는 분들에게서 프로그램에 나와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죠. 그래서 방송을 ‘살랑살랑’ 했어요. 그런데 방송을 알게 되니 재밌더라고요. 성악을 했지만 현미 씨나 패티김 씨 노래를 즐겨 부르기도 했고요. 저쪽으로 가볼까 하는 마음이 생겼죠.”
대학교 2학년 때부터는 야간 무대에 서게 됐다. 당시 가수들의 야간 무대는 지금과 달리 자연스러운 무대 활동이었다. 성악을 기본으로 한 탄탄한 가창력으로 주로 스탠더드 팝과 패티김 노래를 부르는 그녀를 찾는 무대가 점점 늘어났다.
“수입이 좋았죠. 월급쟁이가 3만~4만 원 받던 시절에 하루 4만~5만 원을 벌었으니까요. 어느 무대에서는 10만 원, 15만 원을 받기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 한 달에 몇 백만 원씩 벌었죠. 아직 무명이었는데도요. 그때 연예계가 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라틴 대중가요, 세샘트리오 결성
야간 무대에서 활동하던 그녀는 경희대 성악과 출신의 전항 씨를 알게 된다.
“‘너나 나나 클래식을 했던 사람인데 뭔가 팝이면서도 고급스러운 음악을 불러보자’면서 라틴 음악을 제안하셨죠. 들어보니 멋지더라고요. 그리고 그분이 기타를 잘 치던 홍신복 씨를 섭외했어요. 그렇게 셋이 같이 로스 판초스 같은 혼성 트리오를 결성하기로 해서 만들어진 게 세샘트리오였어요.”
그러나 라틴 음악은 세샘트리오 자신들에게도 새로운 음악이었다. 3개월 동안 매일 아침 만나서 연습을 해야 했다. 저녁이 되면 야간 무대에 섰다. 그러면서 레퍼토리를 늘리고 계속 공부했다.
“카바사, 마라카스, 탬버린 등 라틴 악기들도 다루기 시작했죠. 노래 연습보다 그게 더 힘들었어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익숙해지니 그게 없으면 노래가 안 되더라고요.(웃음)”
결성 1년 만에 길옥윤 씨가 작곡한 ‘나성에 가면’이 나왔다. 보사노바 장르로 당시 대중가요에선 없던 노래였다. 그러나 엄혹한 시대를 밝히는 밝은 분위기의 노래였던 덕분일까, 홍보를 거의 안 했는데도 대박을 쳤다.
“바쁘니까 제가 스타인 줄도 몰랐는데 어느 날엔가 되어 있더라고요. 1978년부터 1983년까지 세샘트리오의 전성기였죠. 일도 많이 하고 미국 공연도 하고. 그렇게 잘나가다가 남자 멤버들이 외국으로 나가면서 자연스럽게 해체되었어요.”
사회는 모두가 어우러져 살아야
세샘트리오 이후 솔로 활동을 하고 결혼을 하면서 권성희의 삶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한국연예인협회 한마음회에서의 일도 그것이다. 한마음회는 연예인 자원봉사단체로 1981년에 설립되어 2000년에 사단법인이 되었고, 벌써 40여 년이나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오랜 역사를 지닌 단체다. 권성희 씨는 2009년부터 회장직을 맡아 다양한 봉사활동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작년에는 코로나19 때문에 비대면으로 활동했죠. 장충체육관에서 4000~5000명씩 모셔서 하는 행사는 어려우니 올해는 찾아가는 봉사를 계획하고 있어요. 4월부터 각 구청의 노인복지과와 연계해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녀는 시간적·재정적 여유가 있으면 봉사는 누구나 해야 한다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다.
“사회란 모두가 어우러져야지 누구는 너무 잘 살고 누구는 너무 못 살면 안 되잖아요. 우리가 받은 것을 조금이나마 되돌려준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어요. 그분들 덕에 우리 일도 유지되는 거니까요. 한마음회 사람들이라면 모두 그런 생각으로 일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렇게 마음이 통합되어 있기에 오랜 시간 유지할 수 있었겠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
여전히 이어지는 코로나19 상황은 조금 나아지나 싶다가도 집단감염이 거듭 발생함에 따라 위기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권성희 씨는 이런 어두운 시절에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회의적으로 생각할 때도 있었죠. 바쁘게 살 때는 행복이 뭔지 모른 채 살았고, 지금은 나른함과 좌절감이 함께 오는 시기죠. 그러나 그런 중에도 행복은 있다고 봐요. 작은 데서 행복을 찾게 되고요.”
그녀는 요즘 시간 여유가 있으니 강아지를 데리고 집 앞을 산책한다. 강아지에게 정이 들어보기만 해도 힐링이 된다고. 처음에는 지금의 언택트 상황이 힘들었지만, 이제는 힘든 와중에도 자신이 행복을 느끼는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는 게 그녀의 말이다.
“사실 외로움은 못 느끼고 살죠. 가정을 이루고 사는 사람들은 외로움을 느낄 겨를이 별로 없으니까요. 그런데다 저는 주부면서 사회생활도 하기 때문에…. 여자는 자신을 갖춰야 할 필요가 있어서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그런데 남자들은 그게 안 되나 봐요. 코로나19 이전에는 외부 활동을 많이 해서 그런 걸 못 느꼈는데, 집 안에서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니 완전히 ‘삼식이’들이 됐어요. 그리고 저는 집에 오면 도우미 아줌마가 되죠.(웃음)”
봉사를 넘어 진짜 나눔 펼쳐
뭐든지 열심히 하는 모범생 스타일이라서 그런지 그녀는 올해 9년째 국민건강보험공단 홍보대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홍보대사를 맡으며 각 지역 지사의 행사에 참여하는데 굉장히 보람 있어요. 전국을 다녀보면 재밌게 사는 어르신들이 많아요, 그리고 서울보다 서울 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되레 건강하고 음악을 즐기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그걸 보면서 백 원을 가져서 행복한 사람이 있고 백 원을 가져서 불행한 사람이 있다는 얘기가 떠오르더군요. 욕심 없이 살면 오래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지 않을까…. 코로나19도 그렇죠. 마이너스만 된 게 아니라 인생을 성찰하는 시간을 준 거라고 생각해요. 내려놓는 시간으로 말이죠.”
한마음회 회장, 국민건강보험공단 홍보대사와 함께 그녀는 MBC리더스포럼의 CEO클럽에서 회장직도 맡고 있다.
“사람들이 뭘 계속 시켜요.(웃음) 사람 한명 한명이 참 좋아서 애착이 많고, 배울 점도 많은 모임이죠.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은 중요해요. 그래서 사람은 가정에만 있어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톱스타였던 연예인이 막상 일을 그만두거나 인기가 떨어지면 외로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동안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막상 뭘 하려고 하면 주위에 사람이 없는 거예요. 그렇게 안 되려면 끊임없이 사람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해요.”
그녀는 돈이 많고 적고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하고 행복하게 더불어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저 사람과 만나서 무슨 이득을 취해야겠다고 생각하면 사람 관계를 이어가기 어렵죠.”
중년 부부의 솔직한 관계
그녀는 자신이 가장 행복했던 시기가 아이를 가졌을 때, 그리고 잠정 은퇴를 했을 때라고 말한다.
“우리 때는 야간 무대 도는 게 당연했어요. 그래서 하긴 하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이제는 야간 무대에서 노래하기 싫으니 쉬어야겠다, 50 먹으면 안 하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래서 쉰 살이 되었을 때 3년 정도 쉬었죠. 정말 행복했어요. 그런데 3년 정도 지나니 지루해지더라고요. 어느 순간 ‘내가 뭐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음속에선 항상 연예계가 그리웠던 거죠. 그래서 앨범을 내고 다시 가수 활동을 시작했어요. 그걸 보면 가정이 있기 때문에 항상 안정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혼자였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싶기도 해요.”
그녀에게 부부란 확고한 동반자다. 서로 아플 때 챙겨줄 수 있는 존재다.
“나이 들면 기저질환이 생기잖아요. 부부라면 그런 걸 서로 챙겨줘야 하죠. 혼자 사는 사람이 가장 서러울 때가 아플 때라고 하잖아요. 부부는 옆에 동반자가 있으니까 그보다 낫죠.”
그래서 그녀는 요즘 유행하는 졸혼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건 이혼이나 마찬가진데, 누가 아이디어를 냈는지 모르겠지만 이상한 관계예요. 불합리해 보이고 나중에는 사라질 거 같네요.”
물론 부부 생활에서 갈등이 없는 부부란 있을 수 없다. 그녀 또한 안 좋았던 시기도 있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걸 잘 넘어간 이유는 제 덕분인 거 같아요. 그런 상황이 되면 지고 들어갔거든요. 뭐 내가 크게 잘못한 것도 없는 거 같은데.(웃음) 그리고 평소에 성질을 안 부리던 사람이 성질을 벌컥 내면 싸우지 않는 게 맞잖아요. 물론 정말로 싫었다면 헤어졌겠죠. 하지만 그보다 좋은 부분이 많기 때문에 상쇄가 됐어요.”
서로 기 싸움하지 말고 내려놔야 한다. 그녀가 말하는 부부 관계의 해법이다.
“남편의 교통사고도 있었고, 모은 돈을 날리기도 했고, 아이 입시 문제도 그렇고. 지나고 나면 별것 아닌데 그때는 잠 못 자고 엎치락뒤치락했죠. 이제는 뭐든 잘되겠지 하는 마인드로 살아가요.”
그녀는 요즘 재즈를 배우고 있다. 젊은 시절에는 생활에 치여 못 했던 도전이지만 예순이 넘어 드디어 하게 되면서 자신이 가수로서 나태하게 산 게 아닌가 반성했다고도 한다. 그 말을 들으니 주부로서의 권성희, 사회인으로서의 권성희도 소중하지만, 그녀가 가장 자신 있고 가장 영향을 받는 영역은 역시 가수로서가 아닐까 싶다. 그녀의 방식대로 온전하게 자신에게 집중하며 새로운 즐거움을 실행하는 시간, 그 모든 과정이 인생의 축복이고 봄 햇살처럼 찬란하다.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현재와 호흡하는 그녀의 열정과 삶이 담긴 재즈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해본다.
2030세대는 모든 게 빠르다. 자고 일어나면 유행이 바뀌어 있고, 며칠 전 신나게 쓰던 신조어는 한물간 취급을 한다. 좁히려 해도 좁혀지지 않는 세대 차이,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20대 자녀, 혹은 회사의 막내 직원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시니어를 위해 알다가도 모를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최신 문화를 파헤치고,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소개한다.
한때 연예인 박명수가 각종 TV 프로그램에서 남긴 어록이 유행을 끈 적 있다. ‘일찍 일어나는 새는 피곤하다’, ‘티끌 모아 티끌’ 등 노력하면 결실을 맺는다는 뜻의 속담을 거꾸로 패러디한 것이다. 성과 중심적인 한국 사회에서 끝없는 도전에 지친 청춘들은 그의 어록에 공감했고, 무한 경쟁에 대한 반작용으로 사회적 인정보다는 개인의 만족과 행복을 최우선 가치로 여겼다. ‘힐링’과 ‘소확행’이 이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키워드였다.
그런데 최근 MZ세대가 달라졌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욜로(YOLO)’를 외치던 이들이 다시 자기계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격증·영어 성적 등 정량적인 스펙을 높이기 위한 과거의 자기계발 트렌드와도 다른 모양새다. 그저 사소한 계획 몇 가지를 세우고 실행하는 것이 전부다. 계획은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하기, 밤 12시 이후 휴대폰 보지 않기 등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하루 30분 책 읽기, 요가 1시간 등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것까지 다양하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저서 ‘밀레니얼-Z세대 트렌드 2021’에서 이 같은 현상을 ‘일상력 챌린저’라고 명명했다. 엄격한 목표 대신 ‘자기 관리’ 혹은 ‘자기 돌봄’ 차원에서 일상 속 작은 도전을 이뤄나간다는 의미다.
◇ 젊은 세대는 ‘미라클모닝’ 열풍
여러 습관 챌린지 가운데 소셜미디어(SNS)에서 인기 있는 것은 ‘미라클모닝 챌린지’다. 미라클모닝 챌린지는 2016년 ‘미라클모닝’이라는 자기계발 서적에서 이름을 딴 것으로, 새벽에 일어나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유튜버 ‘김유진 미국변호사’가 2019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매일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는 비결을 담은 영상을 올린 후 관심이 급증했다. 이 챌린지의 유행으로 지난 1월 책 ‘미라클모닝’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00% 상승하기도 했다.
2021년 2월 기준 인스타그램에서 ‘미라클모닝’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27만3000건이 넘는 게시물을 볼 수 있다. 챌린지에 참여하는 이들은 기상 인증샷을 찍고 SNS에 진행 상황을 공유한다. ‘챌린저스’, ‘루티너리’ 등 목표 달성 앱의 도움을 받는 이들도 많다. 개인이 만들고 싶은 습관을 정한 뒤 일정 기간 이를 실천하고 인증하는 것이 이들 앱의 공통점이다. 특히 챌린저스는 자신뿐 아니라 다른 이용자들의 인증샷도 볼 수 있어 인기가 많다. 최혁준 챌린저스 대표는 “‘느슨한 연대’라는 말이 있듯이 코로나19로 인해 무기력함을 느끼는 젊은 세대가 생산적인 목표를 함께 달성함으로써 동질감을 얻고 서로를 독려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시니어도 루틴 형성 중요해
미라클모닝 챌린지는 MZ세대 사이 신선한 문화처럼 떠올랐지만,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하워드 슐츠 전 스타벅스 회장,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등 세계를 주름잡은 시니어 리더들은 이미 새벽 기상과 규칙적인 생활의 힘을 극찬한 바 있다. 74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시니어 유튜버 ‘밀라논나’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매일 오전 7시에 일어나 체중을 재고 스트레칭을 하는 등 자신만의 모닝 루틴을 공개하며 건강 비결을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로 전문가들 또한 나이가 들수록 루틴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시니어는 ‘젊었을 때 다 해봤던 것’이라는 생각에 하루를 흘려보내는 경향이 있는데, 작은 루틴을 만들면 삶에 활력과 성취를 얻을 수 있다”며 “특히 요즘같이 코로나19로 쉽게 무기력해지는 시기에는 더욱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목표가 거창하면 패배감만 커질 수 있으니 ‘동네 한 바퀴 돌기’, ‘화초 기르기’ 등 사소한 일과부터 시작해보는 것이 좋다”고 제안했다.
◇ 미라클모닝,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꾸준한 도전과 실천으로 인스타그램에서 수천 명의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는 미라클모닝 챌린저 K씨와 L씨에게 그들만의 비결과 변화를 물었다.
K씨(36세·마케터·미라클모닝 8개월 차)
모닝 루틴 알람 없이 5~6시경 기상→샤워 후 커피 마시기→운동(요가 30~40분, 플랭크 200초, 스쿼트 200회)→동네 산책(1만 보 채우기)→인스타그램 인증 게시물 업로드
준비물 시간 기록 앱 ‘타임스탬프’, 영상 편집 앱 ‘키네마스터’, 만보계 앱 ‘페이서’
“루틴을 정해놓고 바로 이어서 하는 게 꾸준함의 비결이에요. 말 그대로 ‘그냥’ 하는 거죠. SNS 덕도 커요. 얼굴도 모르는 동지들과 나누는 ‘좋아요’와 ‘댓글’이 매일 눈을 뜨게 만들어줬거든요. 가끔은 SNS에 인증하기 위해 일어날 정도예요. 무엇보다 자신과의 약속이란 사실을 잊지 않고 하다 보니 작은 성취 경험이 쌓였고, 목표하던 7kg 체중 감량도 성공했어요. 이제는 아까워서 포기 못 해요.(웃음)”
L씨(43세·주부·미라클모닝 9개월 차)
모닝 루틴 눈 뜨자마자 시간 사진 촬영→간단한 스트레칭 후 명상→인스타그램 인증 게시물 및 긍정의 한마디 업로드→모닝 페이지(매일 아침 떠오르는 생각을 3페이지씩 쓰는 것) 작성→독서
준비물 탁상시계, 명상 앱 ‘캄’, 긍정의 한마디가 담긴 책, 공책, 읽고 싶은 책
“4년 전에도 미라클모닝을 시도해본 적 있는데, 그때는 도전과 포기의 반복이었어요. 그러다 코로나19로 일을 그만두고 제대로 해보자 다짐했죠. 이번엔 함께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동기부여가 팍팍 되더라고요. 그렇게 매일 새벽 오롯이 저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면서 제 자신을 더 잘 알게 됐고, 생각도 긍정적으로 변했어요. 마음을 정돈하고 시작하는 하루는 확실히 달라요.”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일반 직장의 상무(이사 포함)급 임원의 평균 연령은 52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생 연륜으로는 지천명이라 이르는 나이이지만, 새내기 리더로서는 아직 경험하고 알아야 할 게 많은 시기이기도 하다. 이에 리더들이 겪을 수 있는 몇 가지 문제에 대해 슬기로운 해결책을 모색해봤다.
도움말 김성남 리더십 컨설턴트(‘아직 꼰대는 되고 싶지 않습니다’ 저자)
“공정하게 했는데도, 매년 인사평가를 하면 결과를 수긍하지 않는 직원이 생겨요”
↳ 이미 결과가 나온 뒤 대처하기보다는 평소 관리가 필요한 문제다. 많은 연구 결과를 보면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직원들이 자신의 인사 평가에 수긍하지 않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목표 수립이 잘못됐을 때다. 가령 직원의 의견이나 역량과 무관하게 상사가 임의로 목표를 정하거나, 지나치게 과도한 목표를 주거나, 애매한 목표를 설정해 후에 오해의 소지를 만드는 경우 등이다. 둘째, 피드백을 제때 하지 않아서다. 인사평가 결과 피드백도 필수이지만, 평소 적시에 하는 피드백도 중요하다. 인사평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실수나 업무 결과가 나왔다면 적어도 일주일 안에는 짧게라도 피드백한다. 이런 과정을 지나치면 직원이 자신의 과오는 쉬이 잊고, 좋은 성과 위주로만 기억하게 돼 인사평가 결과를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효과적인 피드백을 위한 노하우
제때 자주 피드백하기: 인사고과 등 연 1회의 평가 때만 피드백을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프로젝트 주기나 업무량 등을 고려해 적절한 피드백 타이밍을 잡는다.
피드백 미팅은 간소하게: 피드백이 길어지면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반감을 갖게 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90년대생의 67%가 적절한 피드백 시간을 5분 이내라 답했다.
데이터에 기반해 구체적으로: 두루뭉술하게 ‘더 노력해라’ 식의 이야기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납득할 만한 객관적 데이터를 통해 문제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목표도 함께 제시하기: 목표 없는 피드백은 공허하고 무의미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목표와 피드백을 함께 전달했을 때 업무 수행 향상 노력이 60% 증대된다.
사람과 행동 구분하기: 직원의 인격이나 가치관, 성향 등에 대한 언급과 비난은 삼가고 업무 관련 행동과 역량에 한정해 피드백한다.
잘한 것도 언급하기: 긍정 행동에 대해 칭찬을 먼저 해주면 피드백의 부정성이 완화된다. 그렇다고 억지로 잘한 점을 지어내 말할 필요는 없다.
미래지향적인 대화하기: 피드백의 근원적인 문제는 과거지향성에 있다. 문제에 대한 지적과 반성은 짧게 하고, 개선 방법을 제안한다.
“나이 많은 시니어 인턴을 뽑게 됐어요.조직원들과 잘 지낼까요?”
↳ 시니어 인턴의 경우 개인 역량이나 신체적 특성을 고려한 직무 설계가 필수다. 상대적으로 난이도와 강도는 낮지만 경륜과 판단력이 필요한 일들을 주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비교적 연장자에 대한 존중을 잘 하는 편이어서 갈등을 빚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보다는 적합하지 않은 직무와 역할로 인한 문제가 당사자와 다른 조직원의 불편을 초래하고 트러블을 일으킬 수 있다. 어른에 대한 공경 차원이 아닌, 시니어 직원 역시 회사의 인사정책에 따라 공평하게 대우하고, 결과 중심의 객관적인 평가를 한다.
“회식도 하고 사생활 이야기도 듣고 싶은데, 코로나도 우려되고 다들 거부하는 분위기네요”
↳ 직원들이 회식을 거부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그 방식이 싫거나, 유대감 형성을 위한 자리에 불편한 사람이 있는 경우다. 이런 회식은 오히려 역효과만 생긴다. 방식의 문제라면, 어떻게 해야 편안하고 유연한 회식 문화를 만들지 의견을 도모해도 좋겠다. 특히 요즘처럼 거리두기 상황에서는 ‘랜선 회식’이 유행이다. 줌이나 구글 미트 등에 접속한 뒤, 각자 원하는 음식을 배달해 식사를 하며 대화하는 형태다. 이때 식사비용은 회사나 리더가 지불한다. ‘괜찮을까?’ 싶겠지만 의외로 즐길 만하다는 반응. 이러한 회식 자리에서도 친밀감을 표한다고 사적인 부분을 자주 언급하는 건 좋지 않다. 업무 이외 대화가 하고 싶다면 가벼운 관심사 소재 정도가 적당하다.
조직원이 느끼는 간섭과 관심의 차이
•관심은 상대를 이해하는 행동이고, 간섭은 상대를 평가하는 행동이다.
•관심은 순수한 호기심 때문이고, 간섭은 다른 의도가 숨어 있다.
•관심은 듣는 사람의 자아존중감을 높이고, 간섭은 자아존중감을 낮춘다.
•관심이 없어지면 외로움을 느끼고, 간섭이 없어지면 해방을 느낀다.
•관심을 보이면 대화가 이어지고, 간섭을 하면 대화가 끊어진다.
“왜 이렇게 무기력하고 의욕이 없죠? 리더도 때론 지치나봅니다”
↳ 리더가 지치고 힘들 정도로 업무가 많다는 건 혼자 일을 너무 많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원들에게 적절히 업무를 나누고 위임해야 한다. 사실 리더의 위치 정도에 올랐다면 일의 의미를 못 찾거나 회의감이 드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 마음이 계속 든다면 새롭게 하고 싶은 일은 없는지, 지금 일을 계속 해도 좋은지 등을 고민해 과감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좋다. 별다른 수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심리·상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현재 일의 의미와 앞으로의 방향성을 모색해나가야 한다.
“리더의 자리에서 물러나기 전 어떤 준비가 필요하죠?”
↳ 정년퇴직처럼 그 끝을 알면 계획적으로 준비할 수 있지만, 부득이하게 자리를 내려놓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어느 시점부터는 언제라도 회사를 떠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중국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징둥닷컴에서는 임원이 되고 3년 안에 자신의 후계자를 완벽히 육성해야 한다.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일수록 그 규모에 따라 리더 인력도 많아져야 하기에,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세운 방침이란다. 그러니 임원급이라면 3명 정도, 팀장급이라면 1~2명 정도의 후계자를 미리 발탁해 업무 코칭 등을 선행하면서 이후의 삶을 준비하면 좋다.
2021년 신축년이 밝았다. 새해가 되었다고 일상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게임 속에서 ‘리셋’ 버튼을 누르면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듯 1월 1일부터는 새 마음으로 시작하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다. 지난해 모두가 고생한 만큼 올해는 희망찬 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대해보면서,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 줄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들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버킷리스트 (The Bucket List, 2007)
병상에서 만난 두 노인 ‘카터’(모건 프리먼)와 ‘잭’(잭 니콜슨)이 얼마 남지 않은 생을 앞두고 죽기 전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실천하기 위해 의기투합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한평생 전혀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죽음 앞에서는 공평한 두 사람이 병상을 박차고 나와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버킷리스트를 이뤄나가는 모습이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할리우드 노장 배우 모건 프리먼과 잭 니콜슨의 진정성 있는 연기가 몰입도를 한층 높인다. 이 영화로 ‘버킷리스트’라는 단어가 대중화되면서 평생 동안 이루고 싶은 일을 생각해보는 문화가 확산됐다. 새해를 맞아 뜻깊은 계획을 세우고 싶다면, 영화를 보며 자신만의 버킷리스트를 고민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 행복을 찾아서 (The Pursuit of Happiness, 2006)
한물간 의료기기를 판매하며 어린 아들 ‘크리스토퍼’(제이든 스미스)와 어렵게 살아가는 세일즈맨 ‘크리스 가드너’(윌 스미스)가 절망 끝에서도 행복을 찾기 위해 치열하게 고군분투해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무일푼 노숙인에서 무급 인턴으로, 자산관리회사 ‘가드너 앤 리치 컴퍼니’의 CEO로 거듭난 월가의 신화 크리스 가드너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지하철 화장실에서 쪽잠을 자고, 노숙인 쉼터에서 지내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행복의 열쇠를 찾아낸 가드너의 굴곡진 삶이 윌 스미스와 그의 아들 제이든 스미스의 절절한 부자 연기로 극대화된다. 영화 후반부쯤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인 가드너가 카메오로 등장하니, 두 눈 크게 뜨고 집중해서 시청해보자.
3.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2013)
16년째 잡지사에서 지루한 일상을 반복하는 사진 에디터 ‘월터’(벤 스틸러)가 잃어버린 잡지 표지 사진을 찾기 위해 지구 반대편으로 여행을 떠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무미건조한 일상을 견디기 위해 매일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시간을 보내던 월터는 여행지에서 자신의 상상들이 현실로 이뤄지는 놀라운 경험을 하고, 인생에 전환점을 맞는다. 바다 한가운데에서 상어와 싸우고, 폭발 직전의 화산으로 돌진하는 등 말도 안 되는 일을 해낸 월터는 현실로 돌아와서도 더이상 상상에 갇히지 않고 상상을 눈앞의 현실로 이뤄나가며 삶을 보다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시작한다.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히말라야 산맥 등 대자연을 넘나들며 성장해나가는 월터의 환상적인 여정이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한다.
최근 할리우드 배우 로버트 드 니로와 우마 서먼이 출연한 코미디 영화 ‘워 위드 그랜파’의 개봉 소식이 전해지면서 로버트 드 니로의 필모그래피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1965년 영화 ‘맨해탄의 세 방’으로 데뷔한 후 지금까지 130여 편의 작품에 출연한 그는 할리우드 최고참급 배우로서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기고 있다.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푸근한 미소가 일품인 로버트 드 니로의 연기 내공을 엿볼 수 있는 영화를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들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인턴 (The Intern, 2015)
창업 1년 반 만에 큰 성공을 이루고 완벽한 삶을 사는 CEO ‘줄스’(앤 해서웨이)는 어느 날 동료 직원으로부터 시니어 인턴십 공고를 올렸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인턴십 프로그램은 회의에 올라온 안건 중 하나였지만, 고령의 노인을 직원으로 두고 싶지 않은 줄스는 내심 못마땅해한다. 한편 한 직장에서 40년 동안 근속한 뒤 은퇴 생활을 즐기고 있는 70세 ‘벤’(로버트 드 니로)은 시니어 인턴십 공고를 보고 지원서를 내민다. 이후 당당히 재취업에 성공한 벤은 인턴으로 일을 시작하고, 줄스는 예상치 못한 위기의 순간마다 벤의 도움을 받게 된다.
영화 ‘인턴’은 30대 젊은 CEO 줄스가 70세 노인을 인턴으로 채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영화에서 로버트 드 니로는 직원들이 고민에 빠질 때마다 지혜로운 조언으로 더 나은 길로 안내하는 길라잡이 인턴 ‘벤’을 연기한다.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한 앤 해서웨이와 연륜이 묻어나는 로버트 드 니로의 명품 연기가 나이 차를 초월한 ‘특급 캐미’를 선사한다. 소소한 즐거움과 감동, 위로를 모두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2. 오 마이 그랜파 (Dirty Grandpa, 2016)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딕 켈리’(로버트 드 니로)는 40년간 함께한 아내의 장례식을 마치고 손자 ‘제이슨’(잭 에프론)에게 자신을 플로리다로 데려다줄 것을 제안한다. 매년 아내와 플로리다 여행을 가곤 했는데, 면허가 정지되어 운전할 수 없다는 것. 제이슨은 결혼식을 앞두고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이었지만, 딕의 막무가내 요구에 하는 수 없이 그와 동행한다. 열정 넘치는 할아버지와 앞뒤 꽉 막힌 손자의 여행은 처음부터 삐걱거리고, 제이슨은 계속해서 골치 아픈 상황에 휘말린다. 결국 딕의 거침없는 일탈에 동참하기 시작한 제이슨은 뜻밖의 추억을 하나둘 쌓아가고, 여행 속에 숨겨진 딕의 특별한 의도를 알아챈다.
영화 ‘오 마이 그랜파’는 할아버지 ‘딕’이 앞만 보고 살아가는 손자에게 인생의 즐거움을 알려주기 위해 즉흥 여행을 제안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나이 많은 시니어가 젊은 세대의 인생 멘토가 되어준다는 점은 영화 ‘인턴’과 유사하지만, 이 작품에서 로버트 드 니로는 ‘인턴’의 젠틀한 신사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유쾌하고 화끈한 할아버지로 변신한다. 무게감 있는 역할을 맡았던 그간의 행보와는 달리, ‘19금 농담’을 마구 쏟아내며 거침없이 망가지는 로버트 드 니로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3. 아이리시맨 (The Irishman, 2019)
1950년대 트럭 운전사 ‘프랭크 시런’(로버트 드 니로)은 트럭으로 운반하던 고기를 빼돌리는 일을 하다 경찰에 적발되어 고소를 당한다. 하지만 운 좋게도 필라델피아 일대를 주름잡은 마피아 ‘러셀 버팔리노’(조 페시)의 도움을 받아 무죄 판결을 받는다. 이 사건을 계기로 러셀의 오른팔로 일하기 시작한 프랭크는 뛰어난 일 처리 능력으로 조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 되고, 러셀은 프랭크에게 트럭 운전사 노조 ‘지미 호파’(알 파치노)를 소개한다. 마피아 보스와 행동대장, 노조위원장까지 세 사람은 세력 확장을 위해 서로를 돕지만, 어느 날의 사건으로 인해 속고 속이는 암살극이 벌어진다.
영화 ‘아이리시맨’은 미국의 대표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은 ‘지미 호파 실종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작품이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개봉 당시 화제를 모았다. 로버트 드 니로는 ‘비열한 거리’, ‘택시 드라이버’ 등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초창기 대표작에 출연했던 배우로, 아이리시맨이 두 사람의 9번째 협업작이다. 로버트 드 니로뿐 아니라 알 파치노, 조 페시 등 깊은 내공을 갖춘 노장 배우들 대거 등장해 마피아 영화의 진수를 선보인다.
할 말은 다 하고 센 듯 보이지만 공감이 가니 유쾌하다. 과거는 마음에 두지 않고 현재와 미래만을 이야기한다. 돈과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는 게 삶의 철학이지만 쓸 때는 통 크게 쓰는 여장부. 최근 대한민국에서 가장 화제가 된 시니어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7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기부한 676억 원을 포함해 2012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총 766억 원을 출연하며 전 국민의 관심을 모은 그녀를 만나 이 시대의 어른, 그리고 시니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1936년 서울에서 4남 4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6·25전쟁의 포화 속에서 10대 시절을 보낸 소녀는 이제 한 기업의 대표이자 막대한 기부금을 사회에 환원해 시니어의 지표를 새롭게 세운 유명인이 되었다. 그 주인공인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은 화통한 기부금만큼이나 솔직하고 유쾌한 모습으로 기자를 맞이했다.
“나는 과거에 매이지 않아. 오직 현재와 미래만 생각해.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니까. 아무리 돈이 없어도 옷 한 벌은 챙길 수 있지만 시간은 그럴 수 없잖아.”
기부를 하면 새로운 기쁨을 알게 된다
이미 팔순을 넘어 85세의 나이지만 오직 현재와 미래만 본다는 이 회장의 말에는 아직도 그녀가 젊게 살 수 있는 이유가 담겨 있었다. 그녀가 엄청난 기부금을 출연한 것도 현재의 삶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기부하면 이제까지 자신이 느끼지 못한 새로운 기쁨을 알게 되고 엔도르핀이 돌아. 사람들이 나를 보는 눈도 달라지고.”
그녀가 기부를 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6.25전쟁 시절에 있다. 어느 날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는데 동네 사람들이 환하게 웃으며 그녀에게 “떡 잘 먹었다” 하고 인사를 했다는 것이다. 집에 와서 어머니에게 “동네 사람들이 떡을 잘 먹었다고 하던데 무슨 일이에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어머니는 전쟁 때문에 동네 사람들이 너무 힘들어해서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해 떡을 나눠야겠다고 생각했고, 사람들에게 “우리 애기가 떡을 나눠드리라 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자신이 받을 감사를 딸에게 돌린 것이다. 그때 기부의 선한 영향력, 그리고 그걸 가능케 한 어머니의 부지런하고 알뜰한 모습이 이 회장에게 분명하게 각인되었다.
신문기자로 자리 잡기까지 거듭된 좌절
이 회장에게 다시 기부의 힘이 각인된 것은 그 어려웠던 시절에 들은 한 기독교 장로의 말 때문이었다. 온 나라가 구호물자를 얻으러 다니던 시절, 그 장로는 “우리도 가난하지만 주는 자가 되어보자”라고 설파했다. 그 말에 꽂힌 그녀는 자신이 모은 돈으로 세상을 더 선하게 만들 길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까지 쉬운 길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서울대 법대생이었던 그녀는 당연히 사법고시를 준비했다. 하지만 결과는 낙방이었다. 그녀는 그 시절의 자신에 대해 “선풍기도 없는 도서관에서 밤낮없이 공부하니 땀띠 범벅에 몸 곳곳이 망가졌고, 처음 맛본 실패의 고통은 상상 이상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좌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시 한 번 세상에 도전했다. 그녀가 지원한 곳은 신문사. 기자가 되어보기로 했다. 그러나 사내 파벌 싸움, 서울대 나온 여성에 대한 질시 등이 심해 퇴사를 반복했다. 그러다 마침내 서울경제신문의 경제기자로 자리를 잡게 된다. 기자가 안 됐더라면 어땠을까. 기자의 질문에 이 회장은 바로 답을 했다.
“지금은 고시에 떨어진 걸 참 행운이라고 생각해. 고시에 합격했다면 그 검은 옷을 입고 변호사나 판검사가 돼서 살았겠지. 그런데 그 사람들은 싹 싸움꾼이야. 남의 싸움을 해결해주는.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을 못하는 사람들. 하지만 나는 신문기자로 살았으니 행동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할 말 다 하면서 많이 알게 됐지. 슬픈 사람, 잘난 사람, 못된 사람, 바보도 만나고…. 그때도 지금도 정직하지 않으면 자기 자신을 죽이는 거라고 생각해. 양심적으로 살려고 했지. 기자생활하면서 인생의 많은 걸 배웠어. 평생 배우면서 살아야지.”
40대 중반에 제2의 인생을 개척하다
이 회장의 기자생활 커리어는 화려했다. 경제기자로서 당시 아무도 하지 못했던 이병철 삼성 회장과의 인터뷰를 성사시켰고, 그 덕분에 다른 기업 총수들과의 만남도 무난하게 이뤄지면서 격의 없는 관계를 쌓게 됐다.
그러나 권력의 힘이 세상을 지배하던 시절이었다. 1980년 5공화국이 언론통폐합을 하면서 그녀의 기자생활은 해직으로 끝나게 되었다. 40대 중반이었고 배우자 없는 여성이었다. 자신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근심에 싸일 수밖에 없는 악조건이었다.
하지만 경제부 기자로서 수많은 CEO들을 만나면서 사업 수완을 익힌 덕분일까. 그녀는 제2의 인생을 사업가로서 다시 개척하기로 했다. 사실 그녀는 기자생활을 하던 서른다섯 살 때 아버지의 도움으로 안양 하천부지를 구입해 주말이면 내려가 농사를 지었다. 그 농장은 퇴직 후 본격적인 본업이 되었다. 돼지를 키우고 옥수수를 재배했고 젖소까지 들였다. 이후 돼지가 1000마리까지 불어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사업 노하우는 인연의 중요함을 잊지 않는 것
숱한 위기와 고난을 헤쳐 온 그녀에게 다시금 시련이 찾아왔다. 이 회장의 땅이 도로 건설로 인해 수용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그러자 그녀는 안양천에서 모래 채취 사업을 했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서울 여의도 맨하탄 빌딩의 5층을 매입해 깡패들과 싸워가며 부동산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다른 층도 계속 사들여 빌딩관리단 회장이 되었고, 미국 LA의 도심 빌딩까지 구입하면서 막대한 성공을 일구었다.
그녀는 사업의 성공은 운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운이 자신 앞을 지나갈 때 누구는 붙잡고, 또 누구는 놓치느냐의 차이로 성패가 갈린다고 보는 것이다. 이 회장은 또 사람과의 인연을 중시한다. 아무리 작더라도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의 운명이 바뀌면 자신의 운명이 바뀌기도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녀의 사업 노하우는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 지금은 아무리 하찮게 보여도 진심으로 대해야 한다는 것에 있는지도 모른다.
“허투루 보지 않고 면밀하게 검토하면 길이 나와. 그걸 안 하니까 문제지. 감나무 밑에서 입 벌리고 있으면 감이 떨어져?”
이 회장은 땀 흘려서 번 돈이 아니면 가치가 없다고 여긴다. 자신이 기자 시절부터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녀의 기부 또한 그런 기준에서 이뤄진다. ‘왜 카이스트에만 기부하고 모교인 서울대에는 기부하지 않느냐’라는 세간의 의문에 대해 그녀는 명확하게 대답했다.
“모교라고 다 해줄 생각은 없거든. 그래도 의과대학은 좀 하려고 해. 법대는 인성교육이 안 돼서 안 했어. 내 후배라고 할 사람도 없으니 연연할 필요도 없고. 내가 하는 기부의 기준은 국가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야.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때 하는 것이고, 기부의 가치가 서야 해. 빈민 구제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번 돈인데 함부로 쓸 수는 없지.”
자식에게 무조건 돈을 주는 건 자식 망치는 길
이 회장의 기부금에 대한 단호한 기준은 최근 더 현실적으로 구체화되었다.
“지금까지는 기부한 기관에 맡기고 활용하게 했는데, 부작용이 너무 커. 돈 만지는 사람들 손에서 돈이 다 녹더라고. 그래서 내가 직접 ‘이수영과학교육재단’을 만들려고 준비하고 있어. 누가 봐도 투명하고 깨끗하게 운영할 생각이야.”
이 말에는, 지금까지의 막대한 기부를 멈추지 않고 되려 더 정확하고 분명하게 지속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이처럼 기부금에 대한 기준이 확실하고 공정한 운영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그녀가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상속증여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지 궁금했다.
“자식에게 무조건 다 남기려는 건 틀린 거야. 자식을 무능하게 만들어. 젊은 날에 부모가 뼈빠지게 돈 버는 모습을 자식에게 보여주고 그대로 가르치면 돈을 지킬 수 있는데, 그건 안 하고 ‘내가 고생했으니 자식은 고생 안 시키고 돈만 주겠다’면 자식들이 사치하고 탕진하고 마약이나 하게 되는 거지. 부모라면 아이들에게 인성교육을 하고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려줘서 값진 삶을 살도록 해야지. 땀 흘리지 않고 번 돈은 제 돈이 아니야.”
82세의 초혼, 그리고 첫 부부싸움
이 회장이 핫피플이 된 데에는 막대한 기부금도 있지만 82세의 나이에 성사된 초혼도 한몫했다. 상대는 서울대 동기인 김창홍 변호사. 사업을 하면서 친구들끼리 골프 모임을 자주 가졌는데, 골프가 서툴렀던 그녀의 캐디 역할을 자임했던 사람이 바로 김 변호사였다. 그렇게 쌓인 친분 속에서 마침내 결혼이라는 결실이 맺어졌다.
“동기생 중에 동아일보 기자가 있는데 인터뷰 기사를 쓰겠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우리 영감이 내가 먼저 프러포즈했다고 하는 거야. 무슨 개똥같은 소리를.(웃음) 결혼은 여자가 아무리 좋아해도 남자가 싫어하면 못하는 거 아냐? 화가 나서 반지랑 시계를 풀어서 쓰레기통에 버렸지. 그랬더니 남편이 ‘내일 결혼식인데 안 한다고 하면 어떡하니?’ 하더라고. 내 마음 달래줄 생각은 안 하고 결혼식이 걱정이었던 거야. 그래서 싸웠지.”
그녀에겐 인생 최초의 기념비적인 사랑싸움이었다. 그러나 남편은 감정을 묻어두는 사람이 아니고 그녀도 똑같은 성격이었다.
“그렇게 티격태격 싸우고 난 뒤에 둘이 웃는 걸로 끝냈지. 칼로 물 베기지. 그래서 결국 결혼식을 했는데, 신부화장하는 데 와서 날 보곤 입을 다물질 못했어. 좋아서.(웃음)”
또 하나의 가족이었던 ‘마리’
이 회장에게는 남편 외에 애정을 주는 가족이 또 있었다. 바로 그녀의 애견 마리다. 유기견이었던 마리는 얼마 전까지 그녀의 집 3층을 차지하고 살았다.
“나는 2층에서 지내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파바로티의 노래를 틀어주면 막 뛰어나와. 그러고 같이 산책을 하러 나가는데, 중간쯤 가다가 계속 날 돌아보고, 쓰다듬으면 꼬리가 빠지게 흔들고, 밥을 먹을 때는 식탁에서 나를 바라보곤 했지.”
그러나 지금 마리는 없다. 지난 11월 1일 비 오는 일요일에, 산책을 하고 돌아오던 마리는 불쑥 상추밭으로 뛰어 들어갔다.
“‘마리야!’ 하고 불렀는데 반응이 없어. 없어진 거야. 누구는 발정이 났다고도 하고, 그러다 돌아온다고도 했지. 그런데 끝내 안 들어와서 CCTV를 보니, 들개 세 마리에게 공격당하는 모습이 나오는 거야. 급히 골짜기를 다 뒤졌는데도 못 발견했어. 먹힌 모양이야. 지금도 가슴이 아파. 그래서 남은 사진들로 앨범을 만들었어.”
그녀의 핸드폰 대문 사진에는 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웃고 있었다.
깊고 풍성한 마음이 닿는 찬란한 가치
아직도 잊지 못하는 마리의 사진들을 하나씩 보여주는 애견인 이 회장. 마치 손주 사랑에 흠뻑 빠진 시니어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그녀는 과거에 비해 자신이 유해졌다고 말했다.
“늙으면 서러운 게 많대. 나도 늙으면서 성질이 유해지더라고. 젊을 때는 칼 같았지. 아랫사람들에게도. 그런데 어느 날 ‘저 사람들이 나보다 정말 뛰어났으면 내 밑에서 일하지 않겠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때부터 납득하게 됐어.”
나이 들면서 철학적 사유와 희생이 그녀의 삶에 깊숙이 스며들어 어느덧 인생의 품격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녀 회사의 직원들은 대부분 10년 이상 일한 장기 근무자들이다. 그녀는 그들의 미래를 위해 자신이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 무서운 게 없는 사람처럼 철두철미하게 직원들과 회사를 이끌어왔지만 그 강인함 뒤에는 직원들을 향한 애정이 숨어 있다. 이 회장의 형제 가족들에게 유언증서까지 마다하지 않고 측은지심으로 챙겨주는 그녀가 더 담백한 이유는 더 큰 세상을 향한 여정으로 이끄는 용기와 지혜에 있다.
“잘못된 것은 그냥 못 넘어가는 성격이야. 세상 사는 데는 정직이 최고지. 그리고 신용이고. 내가 받으려고 애쓰지 말고 주려고 해야 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한 사람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어.”
인터뷰를 진행하며 왜 이 회장을 매스컴에서 앞다퉈 다루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건 우리 사회에 필요한 어른다운 어른이 없어서가 아닐까. 그녀야말로 이 무거운 코로나 블루 상황에서 통 큰 기부로 미담을 준, 정직하게 열심히 살아온 영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합리적이고 현명하며 나눌 줄 아는 그녀의 선행이 사회적 가치로 거듭나 진짜 선한 영향력을 행하는 모습에서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밝혀주는 등불을 본다. 2021년에도 이 영웅의 스토리는 계속 이어질 것 같다.
3화 언택트 보험의 시대
보험설계사가 서류를 앞에 두고 고객을 설득하는 풍경이 앞으로 낯설지도 모른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술의 발달과 전염병이라는 악재가 보험사의 영업환경을 바꾸고 있다.
코로나 19 발생으로 사람 간의 왕래가 확실히 줄었다. 예전과 비교했을 때 거리가 한산하다. 거리의 사람이 줄고 소비가 위축되면서 임대 문의가 적힌 빈 점포도 늘었다. 부동산114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상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2분기 서울 상가의 수는 지난 분기에 비해 2만여 개가 줄었다. 왕래 감소로 인한 개인의 심리적 고립감도 문제지만, 이러한 경제적 문제도 무시할 수는 없다.
전염병은 전반적인 경제활동에 악영향을 미쳤다. 특히 대면이 필요한 사업 영역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대면 영업이 90%가 넘는 보험업도 피해갈 수 없었다. 실제로 지난 8월 사회적 거리 두기가 2.5단계로 격상했을 때 생명·손해보험협회는 대면 영업 자제를 회원사에 권고했다. 확진자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전반적으로 대면에 대한 불안이 가속화됐다. 고객들은 보험설계사와의 만남을 꺼렸다.
실제로 A 보험설계사는 “확실히 코로나 이전보다 고객과 만남 횟수가 부쩍 줄었다. 하지만 아예 고객을 안 만날 수는 없다. 만나지 않고 영업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보험업 특성상 고객과 보험설계사 간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므로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전염병으로 인한 비대면은 보험영업의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장애물 중 하나인 것은 틀림없다.
◆ 비대면에 주목하는 보험시장
그렇다면 보험사의 실적은 어떨까? 영업 환경의 악화와 달리 실적은 선방했다. 금융감독원이 8월에 발표한 2020년 상반기 보험사 실적자료에 따르면 생명보험사의 상반기 수입보험료는 54조 1619억 원이고, 손해보험사의 원수보험료는 47조 8135억 원이다. 생명보험사는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3.7% 증가했고, 손해보험사는 6.5% 증가했다. 생명보험의 경우에는 저축성 보험과 퇴직연금이 증가한 덕분이었다. 손해보험은 장기보험의 계속 보험료 유입 효과를 톡톡히 봤다.
실제로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 기간 동안 보험사가 축적해온 네트워크와 데이터 덕분에 코로나 19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선방할 수 있었다”라고 하며 상반기 호재를 분석했다. 다만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지금처럼 코로나 19 상황이 지속하고, 저금리와 저성장 기조가 이어진다면 앞으로 이런 호재를 장담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한편 소비자들은 비대면 거래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10월에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보험산업과 진단과 과제-소비자 중심 경영’에 따르면 대면구매를 선호하던 중·장년층도 온라인 보험 구매에 대한 거부감이 낮아졌다. 실제로 향후 온라인 보험 가입 의사와 관련된 조사에서 50대의 83.6%가 비대면 가입 방식을 선호했다. 30~40대의 선호 비중이 87%, 85%인 것과 비교하면 수치상으로 큰 차이가 없다.
보험사 CEO들도 이러한 흐름을 놓치지 않고 있다. 보험연구원 동향분석실에서 23개 생명보험회사와 16개 손해보험회사의 CEO(회장 및 사장)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보험사 CEO들은 주요 기회 요인으로 디지털 금융 전환 가속화(48%)와 헬스케어 등 신사업 진출 가능성 확대(25%)를 선택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응 전략으로 비대면 채널의 성장(50%)을 꼽았다. 보험사를 이끄는 경영인들이 비대면을 중심으로 하는 디지털 금융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인슈어테크가 뜬다
미래 보험 시장의 대안 중 하나로서 떠오르는 것이 바로 ‘인슈어테크’다. 지난해 6월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글로벌 핀테크 10대 트렌드’ 중 하나로 인슈어테크가 선정됐다. CB 인사이트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분기 기준 글로벌 핀테크 투자의 주요 분야는 인슈어테크, 자본시장, 자산관리, 디지털뱅킹 등이었다. 이 가운데 인슈어테크는 전체 투자의 2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인슈어테크는 보험(Insur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의 기술을 활용하여 기존 보험 산업을 혁신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쉽게 설명하면 이런 식이다. 인공지능이 적용된 챗봇을 통해 고객에게 보험계약, 보험금 청구 등의 보험 업무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거나, 사물 인터넷 기술을 활용해서 고객의 건강 상태에 맞는 합리적인 보험요율 적용할 수 있다. 블록체인을 통해 보험금 청구망을 구축하고, 빅데이터를 이용해서 보험 가입현황이나 질병 발생 빈도 등과 같은 다양한 통계정보도 제공할 수 있다.
인슈어테크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인다. CB 인사이트에 따르면 인슈어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 규모는 2012년 3억 4700만 달러에서 2018년 39억 5300만 달러까지 증가했다. 2019년 2분기에는 28억 57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약 159% 성장했다. 미국이 이 산업을 선도하고 있지만 영국, 중국 등 다른 국가에서도 투자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알리바바와 바이두와 같은 인터넷·유통 플랫폼 회사가 보험 산업에 뛰어들어 인슈어테크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슈어테크는 실생활에서 얼마나 유용할까? 대표적인 예로서 레모네이드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미국의 인슈어테크 기업 ‘레모네이드(Lemonade)’의 보험금 간편 청구 서비스는 버튼 하나면 끝이다. 보험가입자가 앱의 버튼을 클릭해 챗봇을 통하여 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사는 AI를 통해 보험사기를 검증한 뒤 즉시 보험금을 지급한다. 한국핀테크지원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레모네이드는 전체 보험금 청구의 25%를 3초 이내에 처리한다. 보험금을 지급받기 위해서 보험사에 전화하고, 보험금을 받기 위해서 번거롭게 서류를 준비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다만 인슈어테크의 발달로 인한 일자리 감소와 디지털 소외현상을 무시할 수는 없다. 실제로 지난해 자본시장연구원에서 발표한 ‘국내외 인슈어테크 시장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일본의 후코쿠생명보험은 업무에 보험료를 산정하는 인공지능 ‘왓슨 익스플로러’를 도입 후 보험 관련 민원접수 직원을 34명 정도 줄였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을 100%로 가정할 경우 20대와 30대가 120% 이상인 반면 50대 이상의 경우 평균 64.3%로 20, 30대의 절반 수준이었다. 앞서 본 것처럼 중년층은 비대면 보험 거래를 선호하지만 디지털 역량의 부족으로 인해서 인슈어테크 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인슈어테크가 매력적인 기술은 맞지만, 관망할 필요가 있다는 관점도 있다. 코로나 19로 촉발된 비대면 서비스의 활성화로 인슈어테크가 부각된 것은 사실이다. 다만 보험시장이 마주한 악재의 영향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인슈어테크는 보험시장이 나아갈 방향 중 하나인 것은 맞다. 하지만 비대면 서비스가 대면 영업을 따라잡는 것은 국내에서 아직 어려운 실정이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보험시장의 전망에 대하여 “코로나 19와 별개로 보험에 대한 수요가 낮아지고, 저금리로 인해 보험료가 상승한다면 보험시장의 전망이 밝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신중년의 로망으로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모터사이클이다. 육중한 배기량의 고성능 엔진에서 나오는 무게감과 힘을 갖춘 바이크로 국도를 달리며 산하를 감상하는 경험은 남다른 중독성을 갖게 해 많은 이들을 모터사이클의 신세계로 뛰어들게 하고 있다. 윤수녕 강원모터사이클연맹(KMF) 회장 겸 모토쿼드 대표는 척박한 국내 모터스포츠계에서 나침반 역할을 하며, 선진문화의 도입과 안전교육을 추구하는 모터스포츠 전문가 1.3세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모토피스타’ 강원도 인제 행사를 앞둔 그를 만나 꾸준한 성장을 이뤄나가고 있는 국내 모터사이클 세계를 슬라이딩해봤다.
최근 국내 모터사이클의 성지로 떠오르고 있는 곳은 강원도 인제군이다. 아는 사람은 이미 알겠지만 이곳에 모터스포츠 경주장인 인제스피디움이 있기 때문이다. 모토쿼드는 모터사이클과 스포츠카로 가능한 레저와 스포츠 활동 사업을 하는 회사로, 윤수녕 대표는 이곳 인제스피디움에서 이륜차 마니아를 위한 기초 리그인 로드레이스 모토피스타와 강원 인제 모토스피드페스타라는 이륜 라이더 축제 등 다양한 경기와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바이크를 탄 지 어언 30년째라는 그에게 바이크의 매력에 대해 묻자 단숨에 ‘도심 탈출’이라고 정의했다.
“현대인의 일상은 어딘가에 갇혀 있거나 카테고리가 정해진 반복된 삶이죠. 그런 삶에서 빠져나와 일탈이라든가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안전한 경로가 바로 모터사이클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현대인의 일탈이라고 하면 음주나 유흥이나 레저 등을 떠올리겠지만 그에 비해 훨씬 감각적이고 직관적인 게 모터사이클이에요. 자신이 있는 위치를 이동시켜주니까요.”
윤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모터사이클은 확실하게 배우고 안전을 확보해 취미로 제대로 접하면 그 어느 것보다 빠른 도심 탈출의 도구가 될 수 있다. 두세 시간이면 도시를 벗어나 자연에 파묻힐 수 있는 게 사실이니, 그의 말이 머릿속으로 훅 들어왔다.
모터사이클은 종합예술과 같다
윤 대표가 말하는 모터사이클의 또 하나의 강점은 개방감이다. 달리는 맛이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를 탈 때는 사각의 틀 안에 갇히지만 모터사이클은 바람을 맞는 맛이 있어요. 온몸이 그걸 인지하죠.”
그의 설명을 듣다 보니 우리가 흔히 모터사이클을 봤을 때 떠올리는 피지컬적인 면보다는 멘탈적인 면이 더 강하게 와 닿았다. 그 또한 국내 모터사이클 문화를 선도하면서 수많은 선수를 발굴했는데, 그 과정에서 체력 단련을 통한 피지컬의 증량보다는, 이 무생물과 교감하면서 마인드컨트롤을 잘 해서 사고 없이 경기를 헤쳐 나가는 게 더 중요 포인트라고 강조한다고.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하루 종일 정신교육만 한 적도 있다고 한다. 그가 인터뷰 내내 강조했던 것도 바로 안전이다. 모터사이클의 특성상 안전을 지키지 않으면 단번에 세상을 떠날 수도 있으니 당연한 일이긴 했다.
“유치원, 고등학생이 아니라 40대 전후 어른들이 주로 배우러 오시죠. 그 정도 나이의 사회적 포지션이면 남의 말 듣기가 쉽지 않지만, 모터사이클은 정말 배워야 하는 스포츠예요. 컨트롤하고 정비하고 좋은 컨디션 유지하게끔 계속 들여다봐야 합니다. 정성도 들여야 하고 비용도 드는 복합적인 스포츠죠. 예술로 치면 오페라나 뮤지컬처럼 종합적인 스포츠예요. ‘야 빠르다’ 하는 건 일반적인 시선이고 들여다보면 혼연일체적인 게 있고, 정식 경기장에서 안전을 확보한 상태에서 기기를 올려야 그 가치가 빛나는 것입니다.”
인제스피디움을 발판으로 모터스포츠 문화 정착 추구
윤 대표가 말하는 정식 경기장이란 당연히 인제스피디움이다. 그가 특히 애착을 갖고 있는 이벤트는 ‘모토피스타’. 국내 아마추어 선수가 로드레이스에 입문할 수 있는 대표적인 경기로 피스타는 이탈리어로 질주, 경주란 뜻이다. 시즌 포인트로 연간 챔피언을 뽑으며 강원모터사이클연맹 산하의 모토피스타는 매년 4라운드가 진행된다. 윤 대표가 인제스피디움을 배경으로 펼치고 있는 다양한 사업들 중 하나다.
“10년 전만 해도 경기장 관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어요. 좋아하는 일이지만 쉽고 좋은 것만은 아니었죠.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 특성이 균형 감각이에요. 피지컬은 서양 사람만 못해도 훨씬 더 균형 감각이 있어 모터스포츠가 적합하다고 생각했죠. 처음엔 굉장히 희박하다가 이걸 스포츠로 받아들이고 아카데미에서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걸 보고, 한국적 절차를 밟아야겠다고 결심한 게 10년 전이었습니다.”
사실 다수의 언론에서 이미 보도된 대로 인제스피디움은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있었다. 이해관계가 얽힌 기관과 단체들 사이의 갈등으로 몇 년간 잡음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일종의 컨설턴트 역할을 하는 외부인사로서 인제스피디움 문제 해결을 위해 투입되었고, 당사자들 간의 교섭을 이끌며 상황을 안정화하는 데 기여했다.
모터스포츠 교육을 위한 라이딩 센터 착공
“사실 우리나라는 모터스포츠 문화의 단계로 보면 최종적으로 만들어져야 할 경기장이 먼저 우뚝 만들어진 상태였어요. 어떻게 보면 불안정한 거죠. 그래서 중간에 허브가 될 수 있는 아카데미나 R&D를 해야 한다는 판단을 하게 됐어요. 일본만 봐도 큰 경기장들 중에 60년 된 곳이 있는데 그 경기장 하나만으로도 인제군만 한 도시가 먹고살 정도로 다양한 유관시설들과 인프라가 구성돼 있어요. 그래서 제 생각은 인제군을 모터스포츠 특화지역으로 만들자는 거예요.”
윤 대표는 인제스피디움을 중심으로 한 모터스포츠의 멀티플렉스화 계획을 들려줬다. 그 첫 발걸음이 내년에 착공되는, 라이더들의 교육을 위한 라이딩 센터다.
“이동수단이라는 본질적인 면에서 보면 스포츠 분야는 제대로 크지 않았습니다.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한 교육도 그렇고 스포츠와의 접목을 추구하기 위해 내년에는 교육 사업 분야에 집중하고자 해요. 교육받은 라이더들이 실력을 검증받을 수 있는 게 경기죠. 그래서 인제 하면 이들을 위한 다채로운 경기가 정기적으로 열리는 곳으로 인식되도록 하고 싶어요.”
라이더들이 ‘시원하다’고 말하는 이유
레저용으로 쓰는 바이크는 250cc 이상이다. 우리나라에서 250cc 이상 되는 바이크의 등록 대수를 보면 10년 전만 해도 3만 대 수준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무려 15만 대 이상이 등록되어 있다. 통계만 봐도 레저로 바이크를 즐기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레저용 바이크는 고가의 상품이라 사회적 포지션이 높고 연령대가 높은 사람들이 주로 소유하고 있죠. 흔히 크고 시끄럽고 손 가는 게 많다고 생각해 배우기를 망설이는 분이 많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용기를 내시라, 도전하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확실하게 배우면 안 다치고 즐길 수 있으니까요.”
그가 모터사이클 라이더들을 보면서 알게 된 흥미로운 점이 있다. 보통 예민한 사람들이 바이크를 타고 오면 “시원하다”고 말한다는 거다. 그런데 온 신경을 써야 하는 게 모터스포츠다. 아이러니한 사실이다.
“사고라도 날까봐 온갖 신경을 다 쓰는데 그러면서도 뭔가가 해소된다는 거죠. 집중이 집중을 치유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정신적 에너지를 많이 쓰는 직업을 가진 분들이 와서 스트레스를 푸시고 갑니다. CEO나 교수, 의사, 디자이너, 연구원, IT 분야 종사자들이 많아요.”
바람처럼 바이크를 타며 인생을 향유하다
바이크 타는 아버지를 보고 배우며 타다가 라이더가 된 윤 대표. 모터스포츠에 뛰어들지 않았다면 무슨 일을 했을까? 그는 “의외의 대답일지 모르겠지만…” 하고 전제를 깔았다.
“지극히 개인적 얘기지만 명상 쪽에 몰두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명상은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매인 삶이 모터사이클로 탈출하는 것과 비슷하죠.”
과연 일맥상통하는 얘기라 생각했다. 일찍이 미국의 대학교수이자 작가인 로버트 피어시그는 모터사이클과 선 체험 간의 교차점을 탐구한 소설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을 집필해 명작의 반열에 올린 바 있다. 윤 대표는 모터사이클을 “보이는 바람의 영혼”이라고 표현했다. 정신적인 자유가 거기에 있고 그 사람의 정신세계 또한 거기에서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유한 바이크만 봐도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했다.
“빠르고 강하게 타는 게 아니라 고독한 바람같이 타는 사람이 좋습니다. 그 바람이 산들바람일 수 있고 강풍일 수도 있는데 자연과 동화된다는 의미죠. 뭔가 지나갔는데 아무렇지 않고 산등성이에서 새들이 날아가는 것처럼.”
대형 바이크를 타고 1·2차선을 넘나들며 굉음을 내며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이들이 더러 있다. 이런 사람들이 교육을 받고 제대로 된 문화를 알면 달라질 것이라는 게 그의 바람이다.
“이제는 강원도 인제 전역의 아름다운 곳, 산하 등 그런 곳들을 이동하는 도구로서의 바이크가 문화로 정착해야 한다고 봐요.”
부자(父子)가 함께하는 모터사이클 투어 꿈꾼다
사실 윤 대표의 아버지도 아들처럼 모터사이클 마니아다. 스위스 알프스부터 터키, 스페인 등 전 세계를 무대로 라이딩을 하는 아버지를 둔 그가 모터스포츠 세계에 입문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아버지 건강이 허락되면 서울에서 출발해서 실크로드를 달리고 유럽까지 가는 대장정을 함께하고 싶어요. 지금 당장은 못 가지만…. 9월에 강원도 전역에서 하는 평화 모터사이클 랠리를 계획하고 있어요.”
그도 이제 50대에 이른 만큼 나이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한다. 몸의 변화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벌판 같은 경기장에서 일하는 건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드를 향한 그의 의지와 사명감은 쉬이 꺼질 것 같지 않다.
“필드 플레이어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되긴 하죠. 하지만 건강관리를 하면서 되도록 오래할 생각이에요. 아버지도 내일모레 여든이신데 현역이신걸요.(웃음)”
바이크를 모르는 사람들은 어쩌면 불행한 사람들일 수도 있겠다, 이렇게 멋지고 훌륭한 것을 모르고 인생을 살았구나 하고 깨달을 때쯤 사내 윤수녕 대표가 멋진 라이더로 서 있었다.
전세계가 매운맛에 빠졌다. 한국의 매운맛이 전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지만, 소스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양한 나라에도 존재한다. 한국 요리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운맛이 있는가 하면 외국의 또 다른 매운맛도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지 않았고 해외로 드나드는 하늘길이 거의 막혔을 정도로 왕래가 없는 상황. 외국에 나가지 않더라도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듯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핫소스들이 있어 소개한다.
◇타바스코 소스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핫소스는 타바스코 소스다. 이름만 들으면 멕시코나 코스타리카 같은 중남미 지역이 떠오르지만 우리가 접하는 제품은 1868년 미국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매킬레니 사(社) 창업주인 의 에드먼드 매킬레니는 잘 익은 고추에 식초와 소금을 넣고 참나무통에 3년 동안 숙성 시켜 만든 소스를 ‘프티 앙스 소스’라는 이름을 붙여 판매했는데, 이후 미국 원주민 말로 ‘뜨겁고 온화한 토양’이라는 뜻의 타바스코로 이름을 바꿨다.
타바스코 하면 병에 붙은 다이아몬드 모양의 라벨 역시 하나의 상징이 됐다. 오뚜기를 통해 1987년 처음 우리나라에 수입됐으며 2018년 150주년을 맞아 함영준 오뚜기 회장과 토니 시몬스 CEO가 참석한 가운데 가로수길에서 ‘타바스코 글로벌 키친 이벤트 인 서울’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피자에 타바스코 소스를 뿌려 먹는 것은 굉장히 흔한 모습이 됐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타바스코 소스 하면 떠오르는 요리는 바로 피자다. 처음 미국에선 생굴과 함께 먹기 위한 소스로 인기를 끌었다. 맛과 향이 강한 탓에 보통 완성된 요리 위에 뿌려 입맛을 돋우는 데 좋다.
◇마라 소스
2019년 전후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화젯거리였던 외식 트렌드라고 하면 마라(麻辣)를 꼽을 수 있다. 영화에서 마라륭샤를 먹는 장면들이 나오고 중국 여행이나 유학을 다녀온 학생들을 중심으로 ‘혈중마라농도’, ‘마라역세권’ 등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이후 마라전문점이 생겨나고 다양한 제품에 적용되는 등 유행을 넘어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마라 소스는 우리나라의 매운맛과는 다른 얼얼한 풍미가 매력이다. 마라는 중국에서 매운맛을 즐기는 쓰촨 지역의 소스로 육두구, 정향, 후추, 팔각 등 자극적인 향신료가 다양하게 들어간다. 그중 핵심은 화조유로 산초 열매에서 추출한 기름이다. 화조유는 얼얼한 맛을 극대화시킨다.
마라는 소스에 다양한 재료를 넣고 끓인 마라탕과 민물 가재를 마라소스로 볶은 마라룽샤, 야채와 마라 소스를 볶은 마라샹궈 등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다. 뿌려먹는 소스와 다르게 요리 전체의 풍미를 마라의 매력으로 만들어낸다.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마라 소스라 하면 ‘이금기 훠궈 마라탕 소스’를 꼽을 수 있다. 굴소스를 처음 개발한 이금기는 국내에 주로 중화권 소스들을 선보이고 있으며 마라 소스 역시 정통 중국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또한 간편 소스 형태로 출시해 휴대 및 보관이 편리하다.
◇스리라차 소스
인터넷의 발달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인해 미국, 유럽의 음식을 제외한 제3세계 국가들의 요리들을 국내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됐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태국과 베트남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요리다. 특히 베트남 쌀국수는 이제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정도다. 동남아시아 요리 전문점에 가면 꼭 볼 수 있는 소스가 있는데 바로 스리라차 소스다.
스리라차 소스의 기원은 태국인데 미얀마 출신 노동자들이 시라차(Si Racha)로 이주해 만들었다는 설과 시라차 마을 출신 여성이 방콕으로 이주해 만들었다는 설이다. 스리라차 역시 타바스코처럼 음식위에 뿌려 사용되는 경우가 많으며 동서양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어울리는 것이 특징이다. 스리라차 소스는 다양한 브랜드에서 생산되고 있어 각자 자신에게 맞는 브랜드의 스리라차 소스를 찾는 것이 좋다.
◇촐룰라 핫소스
우리나라만큼 맵부심을 가진 멕시코의 대표 핫소스도 최근 국내 수입 식품관에서 찾을 수 있다. 멕시코의 대표적인 핫소스인 촐룰라는 아르볼고추와 삐낀고추를 향신료와 조화시킨 핫소스로 촐룰라라는 이름은 멕시코의 가장 오래된 도시의 이름을 따왔다. 멕시코와 인접한 미국의 레스토랑에서도 만나볼 수 있으며 신맛은 거의 없다. 멕시코 음식인 나초나 타코 또는 햄버거나 피자 등 다양한 요리에 곁들어 먹을 수 있다.
얼마 전부터 화상채팅 기능이 있는 줌(Zoom)이라는 앱(app)으로 수업을 듣는다.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영향으로 신청해놓은 상반기 강좌들이 대부분 취소되었는데 그중 살아남은 유일한 강좌다. 줌의 장점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으로 최대 100명이 동시접속을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사용법도 어렵지 않다.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하기만 하면 된다. 단순 참여자들은 로그인을 하지 않아도 호스트(회의 주최자)의 초대를 받아 강의를 들을 수 있다.
호스트가 되려면 회원 가입을 해야 한다. 절차는 어렵지 않다. 페이스북이나 구글 이메일 계정이 있으면 쉽게 가입할 수 있다. 로그인을 하면 방을 만들기 위한 몇 가지 작성을 해야 한다. 방 이름과 진행시간, 참석자 수, 비디오와 오디오 기능, 녹화와 대기 룸을 사용할 것인지 등을 순서에 따라 입력하면 초대 링크가 생성된다. 1대 1 이용은 시간 구애 없이 무료이지만 3인 이상이 이용할 때는 기본 40분이 무료이고 이후는 호스트가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초대 링크로 들어온 참여자도 미리 자신의 상태를 설정할 수 있다. 입장 후 흔히 사용하는 기능은 비디오와 오디오 끄기다. 내 모습을 보이기 난처한 상태일 때, 시끄러운 장소일 때 등등 필요에 따라 비디오와 오디오 설정이 가능하다. 오디오는 주로 호스트가 강의를 진행할 때 잡음을 막기 위해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비디오는 입장할 때 미리보기로 확인 가능하고 방에 들어간 뒤 활성화되었어도 수업 중 잠시 자리를 뜨거나 할 때 비디오 끄기를 체크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수업을 듣다가 영상 저장이나 화상 공유도 가능한데 영상 저장은 호스트의 수락이 필요하다. 이밖에 자신의 프로필을 이미지로 띄워놓는 설정 등 다양한 기능이 있다.
줌은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업무, 온라인 수업이 늘어나면서 세계적인 인지도가 올라갔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3월 이후 대학 강의를 비롯해 많은 교육 프로그램에서 이용하고 있다.
부작용도 많다. 일명 ‘줌 폭격’(ZoomBombing)인데 불특정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부적합한 영상을 공유해 회의를 방해하는 것이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도 크다. 줌의 창업자이자 CEO는 중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한 미국 국적자인 '에릭 위안'인데 암호 키 서버 5곳을 중국에 두었고 실제로 미국에서 열린 테스트 결과, 암호 키가 베이징으로 전송되고 있음이 밝혀졌다. 일부 개인정보가 중국에 유출됐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에릭 위안은 보안상 취약한 줌의 허점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며 해킹 등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세계 각국에서는 온라인 수업에서 줌을 배제하는 추세다.
편리함을 선택할 것인지 부작용을 고민할 것이지는 결국 이용자에게 달려 있다. 줌과 유사한 프로그램으로 구글의 행아웃(hangouts)과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스(Teams)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