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의 노년처럼 시니어 터닝 포인트의 해로 삼자

기사입력 2020-01-19 14:46:05기사수정 2020-01-19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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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웰컴, 에이징]PART 02. 나이만큼 아름다워지는 삶⑤

늙지 않으려는 노력 같은 것은 없다. 잘 늙어가기 위한 원칙과 소신이 있을 뿐이다. 멋진 에이징 철학을 인생 선배들에게 들어봤다.

✽어르시니어: 새로운 어른+시니어

나이 듦의 품격, ‘어르시니어’에게 듣는다

손욱(75세)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초빙교수

심리학자 매슬로가 주창한 욕구 5단계 이론은 수많은 심리학, 교육학 이론에서 보편적으로 참고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인간 욕구의 가장 높은 단계는 자아실현 욕구다. 그런데 사실 매슬로

는 사망하기 직전에 자신의 이론을 수정하면서, 인간 욕구를 보다 세분화한 6단계 이론으로 바꿨다.

자아실현을 위해 성공만을 추구하며 각자 꿈을 이루려 하면 다른 사람의 꿈을 방해하고 희생하게 한다. 그러면 인간의 행복한 세상은 만들 수 없다. 그걸 깨달은 매슬로는 5단계에서 맨 위 계층에 있던 자아실현 위에 한 단계를 새롭게 더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자아초월 욕구다. 자아초월 욕구란 자기 자신을 초월하여 다른 무언가를 완성하고자 하는 이타적 욕구, 타인의 자아실현을 돕고자 하는 욕구다.

2020년 경자년(庚子年)은 쥐띠 해다. 1960년생 쥐띠들이 본격적인 시니어인 만 60세가 되는 해이기도 하고 55년생이 65세가 되는 해다. 우리나라에서 60대 이후의 세대들은 지금까지 성공을 위한 시대를 살았다. 경제적으로 남보다 앞서고, 더 성취하는 시대를 살았다. 이것을 매슬로의 욕구 이론에 대입하면 자아실현 욕구에 해당된다.

그러나 이제는 그 패러다임을 내려놓을 때가 됐다. 그럴 나이가 된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 덕분에 여기까지 잘 왔다, 감사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는 젊은이들을 위해 나누면서, 배려하면서 살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오복 중 하나로 고종명(考終命)을 꼽는다. 여러 해석이 있지만, 내가 아는 바 고종명이란 ‘하늘의 명령을 끝내고 그 소임에 대해 고할 수 있느냐’를 묻는다는 의미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하늘로부터 숙제를 받은 것이다. 그래서 숙제를 끝냈다고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야말로 나이 든 사람들의 터닝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졸기(卒記)라는 시대의 명망 있는 사람이 죽으면 사관이 써놓는 글이 있다. 그중 황희 정승의 졸기를 보면 앞부분에는 그에 대한 안 좋은 얘기들이 꽤 있다. 그런데 뒤로 가면서 묘사가 바뀐다. “멀리서 봐도 신선처럼 보였다”라는 표현도 있다. 황희 정승의 마음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탄핵까지 받았던 그가 부드럽고 너그럽고 세상에 도움이 되려는 마음이 깃들자 신선처럼 보이게 된 것이다.

황희 정승이 그랬던 것처럼 마음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그러면 삶이 편안해지고 이제 성공의 시대가 아닌 행복의 시대로 갈 수 있다. 이런 일은 젊은 사람들은 할 수 없을 것이다. 성공의 시대를 아직 못 살았기 때문이다.

매슬로가 말하는 단순한 성공을 넘어선 자아초월의 욕구는 결국 우리나라의 홍익인간과 일치되는 이념이기도 하다. 홍익인간의 뜻이 무엇인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 아닌가. 이는 다른 사람의 자아실현을 도우라는 말과 똑같다. 자신의 자아실현보다는 타인의 자아실현을 도와주며 영향력을 끼치는 어른이 되는 길이다. 우리 조상들의 정신문화의 탁월함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요즘 우리나라는 갈등 공화국이라고 불린다. 이를 타인에 대한 감사와 자아초월을 통해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알 만큼 알고 살 만큼 산 나이, 시니어야말로 실천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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