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0. 23 (토)

백화점에서 중고 거래가 열린다

기사입력 2021-05-26 08:00:05기사수정 2021-05-26 08:00

[신문물 설명서] 스니커테크

2030세대는 모든 게 빠르다. 자고 일어나면 유행이 바뀌어 있고, 며칠 전 신나게 쓰던 신조어는 한물간 취급을 한다. 좁히려 해도 좁혀지지 않는 세대 차이,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20대 자녀, 혹은 회사의 막내 직원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시니어를 위해 알다가도 모를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최신 문화를 파헤치고,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소개한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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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되고 낡은 것 등 한때 부정적인 이미지로 여겨지던 중고 거래가 매력적인 쇼핑 창구이자 쏠쏠한 재테크 수단으로 변모하고 있다. 과거에는 남의 손을 탄 물건이라는 인식 때문에 알음알음 이용되곤 했지만, 최근 ‘N차 신상’(여러 차례 거래되더라도 신상품과 다름없이 받아들여지는 것)이란 신조어까지 생겨나면서 이색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시즌이 바뀔 때마다 ‘신상’을 외치던 백화점조차 중고 거래소를 들이는 데 앞장서고 있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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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보다 개성·희소성

요즘 ‘당근마켓’, ‘번개장터’ 등 중고 거래 플랫폼이 MZ세대 사이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앱으로 꼽힌다. 그만큼 중고 거래 열풍이 뜨겁다. 지난해 3월 보험 관리 플랫폼 굿리치가 2030세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3%가 중고 거래를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젊은 세대 10명 중 8명이 중고 거래를 해본 셈이다.

이 같은 인기 요인으로 MZ세대만의 가치관이 중고 거래의 성격과 맞아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자란 MZ세대는 개성을 표현하려는 욕구가 강하고, 취향을 탐색하는 데 거침없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구매력을 따져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한다. 원하는 것은 많지만 잔고가 허락되지 않는 이들이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갖고 싶은 물건을 사는 행위는 지지리 궁상이 아닌 ‘가심비’ 높은 선택인 것이다.

그중에서도 ‘중고 명품’ 거래가 활발하다. 중고 명품 거래 플랫폼 턴백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20대 여성 절반 이상이 고가의 명품을 구매하고 1년 이내 되파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온전한 소유보다는 순간의 경험과 개성 표현에 초점을 맞추는 이들의 성향이 반영된 결과다.

희소성 높은 한정판 상품을 웃돈 붙여 사고파는 ‘리셀’(Resell)도 시장에서 막대한 거래액을 차지하고 있다. 나이키 등에서 선착순이나 래플(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출시하는 한정판 운동화가 대표적인 품목이다. 대부분 출시와 동시에 품절대란이 일어나기 때문에 평균 10만~20만 원을 웃돌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시중에 풀린 수량이 적을수록 가치가 급등한다. 이에 운동화 마니아뿐 아니라 재테크를 목적으로 구매 전쟁에 참여하는 이들도 많다.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브그즈트랩(BGZT랩)(브라보 마이 라이프 DB)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브그즈트랩(BGZT랩)(브라보 마이 라이프 DB)


한정판 모아놓은 ‘리셀숍’ 인기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위치한 브그즈트랩(BGZT랩)은 이 같은 ‘스니커테크’(스니커즈+재테크) 열풍을 타고 새롭게 떠오른 핫플레이스다. 번개장터에서 선보인 국내 최대 오프라인 리셀숍으로, 한정판 운동화를 전시·판매하는 곳이다. 하루 평균 방문자 수가 1000명에 달해 입장을 위해 줄을 설 정도지만,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300여 종의 운동화를 두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입구에 들어서면 휘황찬란한 운동화로 가득 찬 벽면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216족의 한정판 운동화를 모아놓은 ‘스니커즈 월’이다. 이곳에 자리한 운동화의 평균 가격은 약 150만 원. 바로 옆 ‘포디움 존’에는 국내에서 가장 희귀한 12켤레의 인기 운동화가 전시돼 있다. ‘나이키 덩크 SB 로우 스테이플 NYC 피존’(시세 약 7000만 원), ‘나이키 에어 조던1 하이 OG 디올’(시세 약 1250만 원) 등 자동차 한 대 가격을 호가하는 제품들이다. 가격은 신발 바닥에 부착된 QR코드로 확인할 수 있다.

눈에 띄는 점은 한쪽에 마련된 ‘커뮤니티 존’이다. 한정판 스니커즈 전시 존과는 별도로, 중고물품 판매자가 물건을 로커에 넣어놓으면 구매자가 픽업해 갈 수 있는 곳이다. 번개장터 앱의 핵심 기능인 개인 간 중고 거래를 오프라인으로 끌어온 것이다.

곽호영 번개장터 패션·라이프스타일 사업팀장은 “이제는 구하기 힘든 물건을 찾거나 취향을 탐색하는 차원으로 중고 거래의 개념이 확장되고 있다”며 “안전하고 편리한 거래 환경이 마련될수록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이키 덩크 SB 로우 스테이플 NYC 피존(왼쪽), 나이키 에어 조던1 하이 OG 디올(오른쪽)(브라보 마이 라이프 DB)
▲나이키 덩크 SB 로우 스테이플 NYC 피존(왼쪽), 나이키 에어 조던1 하이 OG 디올(오른쪽)(브라보 마이 라이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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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판 스니커즈는 어디서 들여오나? 주로 국내외 개인 컬렉터를 수소문하거나 비딩으로 구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나이키 슈크림 SB 덩크 로우 화이트 시멘트’를 가장 어렵게 소싱했다. 2002년 500족 한정판으로 발매된 제품인데, 출시한 지 19년이 지나 손상·변색된 것들이 많았다. 상태가 양호한 제품을 찾기 위해 세 달 넘게 비딩하고 구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가치가 급등하는 스니커즈의 특징은? 특별한 계기가 있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나이키 ‘마스야드’는 지드래곤의 착용으로 화제가 되면서 가치가 높아졌다. 또 아디다스와 파트너십을 맺은 카녜이 웨스트가 과거 나이키와 협업한 ‘에어 이지’는 앞으로 나올 수 없는 컬래버레이션이라는 점에서 그 희소성을 인정받았다.

가격이 결정되는 기준은? 대부분 가장 최근 거래된 가격을 바탕으로 형성된다. 브그즈트랩은 국내외 각종 플랫폼의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 시세를 반영해 일주일 단위로 가격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도움 곽호영 번개장터 패션·라이프스타일 사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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