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플렉스 서울드래곤시티에서 만난 한상도(韓相度·60) 씨는 두 번째 인생의 일터로 호텔을 선택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한 씨는 원래 공대를 나온 엔지니어 출신. 일본계 회사에서 기계장비용 벨트 생산과 관련한 일을 했다. 그러다 본사가 철수하면서 재건축 지역에서 시행 사업에 손을 댔다. 실적이 꽤 좋아 경제적으로 안정은 됐지만, 나이를 먹어서도 할 수 있을 만한 일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호텔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호텔 업무는 마음에 들었지만 쉽게 일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이곳저곳 이력서를 넣어봤지만 나이만 보고 면접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생각보다 만만치 않더라고요. 그러던 중 지인에게서 야놀자에서 진행하는 교육 이야기를 들었어요. 5월 교육에 신청하려고 봤더니 경쟁률이 높더라고요. 그래서 미리 교육장 방문도 해보고, 적극적으로 움직였죠.”
배움에 대한 열망이 큰 만큼 교육에도 열심히 참여했다. 반장을 맡아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한 씨는 말한다.
“보름간의 교육 중 대부분이 실습이었어요. 생각하는 것과 달리 방을 치우고 정돈하는 룸메이드 일이 쉽지 않았죠. 다양한 손님들이 오니까요. 더러워진 방을 치우는 교육을 받으면서 내 자신을 내려놓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했어요. 지금까지도 그 각오는 유효해요.”
그렇게 작은 호텔에서 교육을 받다 프랑스 아코르 계열의 세계적인 대형 호텔 체인이자 국내 최초의 호텔플렉스로 손꼽히는 서울드래곤시티에서 근무하게 됐다. 그 소감은 어땠을까. 그는 “처음 일하러 갔을 때 완전히 딴 세상을 보는 듯했다”고 말했다.
“고객과의 불필요한 접점을 피하기 위한 근무자들만의 통로와 업무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는데 규모가 엄청나요. 고객들은 전혀 알 수 없는 곳에서 최상의 서비스를 위한 일들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죠. 이 호텔에서 일하면서 투숙객을 위해 얼마나 엄격한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지 알게 됐고, 덕분에 자부심도 생겼어요.”
그가 호텔에서 맡은 업무는 딥클리닝. 일반 룸메이드가 해결하지 못하는 특수 청소다. 카펫에 흘린 오물 자국이나 아이가 소파 가죽에 한 낙서를 지우는 것이 그가 해야 할 일이다. 처음엔 고됐지만 지금은 9가지 정도 되는 특수약품을 어렵지 않게 다룰 수 있게 됐다.
“첫날 일하고 들어갔더니 손톱 밑에 까만 때가 껴 있더라고요. 아내가 뭘 하다 왔길래 그러냐면서 잔소리를 하더라고요. 이실직고했다가 그만두란 소리만 들었어요. 설득하는 데 애먹었죠.”
매일 아침 갈 수 있는 일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행복하다고 말했다.
“맡은 일만 다 하면 퇴근시간이 정확합니다. 치워진 깨끗한 방에서 만족해할 고객을 생각하면 보람도 꽤 큰 직업입니다. 나중에 내 호텔을 가져보는 꿈도 꿔봅니다. 다른 시니어에게도 호텔 일을 해보라 권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