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비자기술협회(CTA)는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를 앞두고 출품목 가운데 가장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선정해 CES 혁신상을 수여한다.
전 세계가 유례없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서두르는 가운데, 내년도 CES 혁신상 수상 목록에서는 고령층의 독립적이고 건강한 삶을 지원하는 '에이징테크(Aging-Tech)'가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단순한 돌봄을 넘어, 신체의 한계를 극복하고 존엄한 일상을 영위하도록 돕는 첨단 기술들이다. 이 중 주목할 만한 CES 2026 혁신상 수상 제품들을 꼽아봤다.
'생각'으로 제어…'보이지 않는 UI'의 등장

가장 눈에 띄는 기술은 신체적 장애와 관계없이 디지털 세상을 제어하게 돕는 인터페이스다. 나키 로직스(Naqi Logix)의 '보이지 않는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갖춘 뉴럴 이어버드(신경감지 이어폰)'는 음성 명령이나 손동작 없이도 컴퓨터, 스마트홈 기기, 로봇, 전동 휠체어 등을 제어할 수 있는 뉴럴 이어버드다.
이 제품은 ‘접근성 및 장수’ 부문에서 최고상을 수상했다. 손의 움직임이 불편한 고령자나 신체장애인에게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고, 스마트홈 제어나 응급상황 대응에도 응용될 수 있다. 기술이 ‘신체의 한계’를 대신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루게릭병이나 전신 마비, 중증 관절염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도 '생각'만으로 기기를 조작하며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평가다.
'인간의 손'에 근접한 AI 로봇팔

국내 기업 만드로(Mand.ro)의 '마크 7X 손목형 전자 의수(Mark 7X Wrist-enabled Prosthetic Hand)'는 '접근성 & 장수' 부문에서 수상했다. 이 제품은 팔꿈치 아래 절단 장애인을 위한 5지 전자 의수로, 실제 인간의 손 크기(20cm) 안에서 손목의 꺾임과 회전이 모두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손바닥에 내장된 압력 센서는 물체를 쥐는 감각을 직관적으로 제공한다. 특히 기존 의수 대비 10분의 1 수준의 가격 경쟁력까지 갖춰, 사고나 당뇨 합병증 등으로 신체를 잃은 고령자들이 일상생활의 기능과 삶의 질을 회복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기술은 단순히 ‘의수를 대체’하는 것을 넘어 인간의 기능을 ‘복원’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안전한 이동의 자유, 'AI 보행 파트너'

고령층의 가장 큰 고민인 '이동권'을 해결할 제품들도 주목받았다. 스트러트(Strutt)의 '스트러트 ev¹'은 '최고 혁신상'을 수상한 지능형 개인 이동 차량(PMV)이다. 도심형 개인 모빌리티로서 시니어의 ‘이동권’을 확장하는 기술이다.
단순한 전동 스쿠터가 아닌 '스마트 코파일럿' 시스템이 탑재된 것이 핵심이다. 3D 센서와 AI가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서포트 모드'에서는 좁은 공간에서 충돌을 방지하고 '글라이드 모드'에서는 장애물을 능동적으로 피해 경로를 설정한다. 고령자가 넘어져 다칠 걱정 없이 마트나 공원 등 일상 공간을 자유롭게 누빌 수 있도록 돕는다.
로봇, '돌봄'과 '재활'의 영역으로

로봇 기술은 산업 현장을 넘어 고령자 돌봄과 재활의 영역으로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헥사곤(Hexagon)의 휴머노이드 로봇 '에이온(AEON)'은 24시간 작동하며 물류, 검사 등 복잡한 작업을 수행한다. 이는 노동력 부족을 겪는 요양 병원이나 시니어 케어 시설에서 청소, 물품 배송, 환자 모니터링 등 다방면으로 활용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준다.

한국 기업 디앤시스 이노베이션(Dnsys Innovation)의 '디앤시스 Z1 듀얼 조인트'는 로보틱스와 디지털 헬스 부문에서 동시에 수상했다. 이 기기는 착용자의 움직임과 하중을 센서가 감지해 무릎 관절을 보호하고 기동성을 향상시키는 스마트 무릎 보호대 또는 웨어러블 로봇으로 분석된다. 고령층의 고질적인 무릎 통증을 줄이고, 재활 훈련을 돕는 '제2의 관절' 역할을 할 수 있다.
파킨슨병 정복 나선 '뇌 자극기'

대표적인 노인성 뇌 질환인 파킨슨병을 겨냥한 정밀 의료기기도 혁신상 리스트에 올랐다. 국내 스타트업 지브레인(Gbrain)의 '핀 스팀'은 파킨슨병 환자의 뇌 피질에 미세 전기를 자극해 '손 떨림'이나 '보행 동결' 같은 운동 증상을 완화하는 전자약 시스템이다.
국내 식약처로부터 혁신 의료기기로도 지정받은 이 기술은, 머릿속에 초박형 전극을 삽입해 뇌신경을 효율적으로 자극한다. 약물로 조절되지 않는 파킨슨병 환자들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