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가스, 수도 등 에너지 요금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서울시가 ‘서울에너지설계사’를 파견해 무료 에너지 진단을 실시한다.
서울에너지설계사는 주택, 상점 등 시설의 에너지 사용 실태를 조사하고 불필요한 에너지비용 발생 원인을 찾아 맞춤형 절감법을 제공하는 이들로 현재 23명이 활동 중이다. 서울에너지설계사는 지난 4월부터 서울시 내 총 3846개 아파트 단지를 직접 방문해 에너지 소비현황과 계약방식을 전수 조사했다.
10월부터는 가게, 주택(가정 포함)을 중심으로 맞춤형 진단을 진행한다. 에너지 진단을 신청하면 서울에너지설계사가 직접 현장을 방문해 에너지 진단을 하고 사용 실태, 맞춤형 절감법을 포함한 결과 보고서와 에너지 절약에 필요한 절전제품 등을 제공한다.
구체적으로 에너지(전기, 가스, 수도) 사용량과 사용유형을 분석해 가전제품의 올바른 선택과 사용법, 대기전력 차단법, 단열창호, 고효율 조명기기 개선을 통한 에너지 절감 방법 등을 제시한다. 시에 따르면 상점이나 빌딩에서 사용하는 일반용 전력은 계약전력을 적정 수준으로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전기요금을 아낄 수 있어 계약전력에 대한 상담도 제공한다.
무료 에너지 진단은 구글폼에서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거나 전화로 접수하면 된다. 한국전력에 직접 전기 요금을 납부하는 가게 및 주택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고, 사업장의 경우 서울 시내 사업자 등록 후 1년 이상 영업해야 한다.
유연식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서울에너지설계사의 맞춤형 에너지 진단은 시민들의 에너지 비용 부담을 해소할 뿐 아니라 저탄소 녹색생활 실천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생활 속 에너지 절약의 작은 실천이 탄소중립으로 나아가는 변화의 시작인 만큼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화금융사기를 말하는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이 5년간 1조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보이스피싱은 주로 고령층을 대상으로 발생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앞으로 보이스피싱 조직의 계좌이체나 출금을 어렵게 만들어 더욱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법무부·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2021년 계좌 이체형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은 총 1조7천625억 원으로 집계됐다. 금융·수사기관 감시망을 피해 직접 만나 현금으로 건네받는 보이스피싱이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라 피해자들이 금융기관을 통해 돌려받은 돈은 전체 피해 금액의 29.9%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실질적 피해 구제가 가능하도록 관련법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좌 이체의 경우 돈이 빠져나가기 전 지급정지 등의 절차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이미 범인이 돈을 빼돌린 뒤여서 되돌려받기가 어렵다.
이는 보이스피싱 피해 대상의 연령대가 높은 탓도 있다. 고령층은 상대적으로 스마트폰 등의 전자기기 사용에 미숙하고 상황 발생 이후 대처 능력이 점차 낮아지기 때문.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송석준 국민의 힘 의원실에 제출한 보이스피싱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 중 60세 이상 고령층 피해 비중은 올해 상반기 기준 56.8%다. 지난 2018년 16.2%에서 3.5배 급등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보이스피싱 조직이 피해자를 속여 뺏은 돈을 인출하기 어렵게 대응할 방침이다.
기존에는 사기 이용계좌 지급정지, 지연인출제, 사기 이용계좌 명의인 등록 등의 방지책이 있었지만, 이에 따라 피싱 범죄도 진화하면서 더 강화된 방지책이 필요하게 됐다.
먼저 만나서 현금을 가져가는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도 피해구제가 될 수 있도록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을 개정한다.
이전에는 보이스피싱을 통해 대면으로 현금을 속여 뺏은 경우 현장에서 조직원을 검거하더라도 전기통신금융사기에 해당하지 않아 계좌 지급 정지를 신속하게 진행하기가 어려웠다.
앞으로는 법 개정을 통해 현장에서 자동화기기(ATM)를 이용해 무통장입금을 시도하는 조직원을 현장 검거하고 빠르게 사기 이용 계좌를 정지시킬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카드나 통장 없이 할 수 있는 ATM 무통장입금 한도를 기존 1회당 10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축소한다. ATM 무통장입금으로 돈을 받는 계좌의 수취 한도도 1일 300만 원으로 제한한다.
이를 통해 보이스피싱 조직이 범죄 수익을 모으는 과정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
비대면 계좌 개설의 본인확인 절차도 강화한다. 신분증 사본 제출을 하는 경우 금융회사는 반드시 금융결제원이 제공하는 ‘신분증 진위확인시스템’을 사용해 검증해야 한다. 안면 인식을 통한 본인인증도 추가하기로 했다.
금융기관의 ‘1원 송금’을 통한 실명인증 입력 유효기간도 15분으로 제한한다. 기존에는 유효기간이 7일~14일로 설정되어 있어 대포통장에 사용된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픈뱅킹 서비스도 가입 초기에는 자금 이체를 제한한다. 오픈뱅킹은 한 개의 금융회사 애플리케이션으로 다른 금융사 계좌의 조회·이체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앞으로는 비대면으로 오픈뱅킹에 가입해 계좌를 개설한 경우 3일간 자금 이체를 할 수 없다.
같은 기간 결제, 선불충전 등의 이용 한도도 기존 하루 한도 100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축소한다.
금융사들은 오픈뱅킹 가입 시 고객 전화 식별정보 등을 공유해 사전에 이상 거래를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방침이다.
또한 개인정보 유출로 피싱 조직이 본인 계좌의 돈을 빼내 갈 위험이 있다면 유출 피해자가 본인 명의 계좌를 일괄 제한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시스템 개발과 규정개정 등을 속도감 있게 집행할 것”이라며 “이번 방안 발표 후에도 진화하는 보이스피싱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지속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로봇은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린 노부인 곁을 지키며 대화를 나눈다. 부인을 걱정하는 표정을 짓기도 하고,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이 부인을 위해 설계하고 만든 로봇 ‘스필리킨’ 덕분에 노부인은 옛 추억을 되새기고, 의지하다 사랑에 빠진다. 그렇게 로봇은 부인의 배려심 깊은 간병인이자 대화가 잘 통하는 동반자가 된다.
이는 2015년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초연을 올린 연극 ‘스필리킨’의 줄거리다. 실제 로봇과 사람 배우가 함께 무대에 서는 것으로 화제가 되었던 이 연극의 설정이 영 낯설게만 느껴지는가.
“2030년 100세 시대를 맞아 전통사회의 효(孝) 개념이 흔들리고, 함께 노인이 되는 자식을 대신해 기계가 노령화되는 인간 사회를 떠받친다.” 배일한 KAIST 녹색교통대학원 연구교수는 지난해 12월 ‘로봇 미래 예측 2030 석학 간담회’에서 ‘2030 미래 로봇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초고령화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인공지능(AI) 로봇 기술로 인구 구조의 취약점을 증강 보완하자는 주장이 담겨 있다. 간병인 혹은 가족 구성원으로서 돌봄로봇 도입은 더는 별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생활 패턴 분석해 “약 드실 시간입니다”
KT는 ‘AI 케어로봇 시니어’ TV 광고를 송출하고 있다. 광고는 79세 김정문 씨와 케어로봇 다솜이의 일상을 따뜻하게 그려낸다. 다솜이는 김 씨에게 기분이 어떤지, 뉴스를 틀어드릴지 묻는다. 저녁 식사 시간을 알려주거나, 날이 좋을 때는 가벼운 운동을 권하기도 한다. “어르신, 약 드실 시간입니다.” 미리 설정해둔 약 복용 시간이 되었음을 알리고, 김 씨와 끝말잇기 놀이를 하며 단어를 주고받는다. 영락없는 간병인의 모습이다.
케어로봇 ‘다솜이’는 영상통화, 데이터 통합 관리, 돌보미 연결, 식사·복약·운동 지도, 응급 알림, 말벗 기능, 활동 감지 및 음악 감상, 커뮤니티 기능까지 제공한다. 유익함을 인정받아 수원시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250가구, 경북 영덕군 홀몸 어르신 200가구에 보급되는 등 지자체 어르신 복지에 활용되고 있다.
용인시에서는 비대면 AI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인 ‘용인 실버 케어 순이’를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순이는 DNX가 2020년 출시한 AI 돌봄로봇이다. 순이와 함께하려면 손목시계 형태의 웨어러블 밴드를 손목에 차야 한다. 약통, 전자레인지, 변기, 리모컨 등 집 안 곳곳에 터치패드 형태의 센서를 부착하는 준비도 필요하다. 기상 및 식사, 복약, TV 시청, 운동 등의 활동이 언제 이뤄지는지 생활 패턴을 감지하고 분석하는 ‘터치 기술’을 기반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약통에 부착된 센서에 이용자인 어르신의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으면 자체 애플리케이션인 ‘마실대학 터치케어’에서 데이터를 파악해 AI 스피커 순이가 알림 음성을 재생하는 식이다.
용인시는 2020년 홀몸 어르신 1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시범사업을 통해 어르신의 생활 패턴을 개선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6주간 생활 패턴을 조사해 분석한 결과 하루 평균 걸음 수가 약 900보 늘어났으며, 새벽 시간대에 TV 시청 시간이 평균 71% 감소하고 밤 10시 이후 야식을 먹는 횟수도 35% 줄어든 것. 강부금 용인시 복지여성국 노인복지과 주무관은 “사용자를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꾸준히 진행하고,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DNX 측과 논의해 서비스를 발전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AI가 전화 걸고, 냉장고로 안부 확인해
AI가 어르신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대화하는 등 자유롭게 소통하기도 한다. 네이버가 올해 5월 정식 오픈한 ‘클로바 케어콜’(CLOVA Carecall)이 이에 해당한다. 클로바 케어콜은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 1인 가구에 AI가 주 1회 전화를 걸어 식사, 수면, 건강 등의 주제로 안부를 확인하는 서비스다. 지난해 부산 해운대구, 서울, 인천, 대구 등의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시행해 서비스를 발전시켰다.
지자체 담당자는 통화 관리 도구를 통해 완료된 통화와 미응답 통화 등 전체 통화 현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건강, 수면, 식사, 운동, 외출 등 각 카테고리별로 불편 사항이 담긴 답변도 빠르게 확인 가능하다. 특히 2주 연속으로 미응답하거나, 답변 내용 중 특이사항 혹은 긴급 상황이 의심되는 경우 신속하게 조치할 수 있게 별도로 표시하고 있다.
단순히 건강 체크를 하는 수준을 넘어 정서적으로도 케어할 수 있는 것이 클로바 케어콜의 특징이다. 실제로 클로바 케어콜을 통한 AI와의 상호작용은 홀몸 어르신의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을 완화하는 효과를 냈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부산 해운대구 거주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열 명 중 아홉 명이 서비스 이용 후 ‘위로를 느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약 95%는 계속 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하는 등 이용자의 만족도도 높았다.
최근엔 국내 자유대화형 AI 서비스 중 최초로 ‘기억하기’ 기능이 추가됐다. 지난 대화 내용 중 주요 내용을 요약 및 기록했다가 “코로나 걸린건 좀 어떠세요?”, “혈압약은 잘 챙겨드시고 계신가요?”라고 질문하며 대화 만족도를 높인다는 것. 네이버는 통화 종료 후에는 답변 내용을 기반으로 상태를 업데이트해 지자체의 돌봄 업무를 돕겠다고 설명했다.
가전제품이 돌봄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냉장고나 로봇청소기를 통해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스마트싱스 홈 케어’ 업데이트를 통해 해당 기능을 추가했다. 이제 미리 설정해놓은 시간 동안 냉장고 문이 계속 닫혀 있으면 등록된 가족의 스마트폰으로 알림 메시지가 전송돼, 이용자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다. 가족과 멀리 떨어져 거주하는 어르신이 평소보다 오래 냉장고 문을 열지 않을 경우 몸이 아프거나 거동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는 설명이다. 이 기능은 2018년 이후 출시된 스마트싱스 연동 가능한 냉장고에서 이용할 수 있다.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제트 봇 AI’를 통한 패밀리 케어 기능은 지난해부터 제공되고 있다. 스마트싱스 홈 케어 서비스 중 ‘패밀리 케어’ 항목에 청소기를 연결해두면, 이용자가 “하이 빅스비, 도와줘”라고 외쳤을 때 청소기가 이를 인식해 미리 설정해둔 가족의 스마트폰으로 푸시 알람을 보내는 식이다. 알람을 받으면 ‘우리 집 모니터링’ 기능을 통해 원격으로 로봇청소기를 이동시키며 집 안 상황을 영상으로 확인해볼 수 있다.
기술, 떠나고픈 욕구까지 채운다
기술은 돌봄과 의료의 영역을 넘어 이동 욕구를 충족시키는 역할도 맡는다. 직접 걸을 수 있도록 돕거나, 운전 시 사고를 예방하는 방식으로 어르신의 곁을 지킨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는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전기를 통해 근육과 관절을 제어함으로써 일상생활과 근육 발달을 도와주는 기술을 개발했다. 원하는 근육 위치에 패치를 착용하고 움직이면 시스템이 사용자의 동작 의도를 파악하고 자연스럽게 움직임을 제어해 근력을 보조한다.
이 장치는 특정 동작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신체 활동에 적용 가능해 어르신의 근감소증이나 재활인의 활동, 보행 장애 개선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ETRI가 삼육대학교와 위탁연구를 통해 고령자를 대상으로 2년간 탐색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걷거나 계단을 오를 때 신체기능평가 점수가 향상되고, 근육 사용률이나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가 줄어들었음이 나타났다. 또한 보행 속도가 빨라지고 근육량이 증가하는 등 보행이 더욱 정상화되는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 연구에 참여한 이완희 삼육대학교 물리치료학과 교수는 “상용화되면 근쇠약 고령인의 맞춤형 재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초고령화 사회에 다다른 일본에서는 고령 운전자의 운전 부주의를 예방하기 위한 운전 보조 제품이 인기다. 2018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일본에서 운전 실수를 방지해주는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고 전했다. 페달 조작 실수로 인한 급발진을 방지하는 제품부터 운전자의 얼굴을 모니터링해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행동을 하는 경우 경고음을 내는 장비가 인기를 끌었다는 분석이다.
KOTRA는 당시 기술 발전에 따라 AI, 사물인터넷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운전 보조 제품이 출시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는데, 이는 곧 현실이 될 예정이다. 2050년까지 자사가 판매하는 차와 관련된 사망 사고를 없애겠다고 선언한 혼다는 운전자의 신체를 분석하는 AI를 개발하고 있다. 요미우리 신문은 지난 5월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하며 “이번 기술 개발로 고령 운전자에게 사고 위험을 알려주는 동시에 몸 상태의 변화를 인지하는 계기가 된다”라고 적었다. 교통신호에 대한 운전자의 반응이 늦어지는 경우는 녹내장을 의심할 수 있는데, 이러한 신체 상태의 변화를 AI가 감지하고 운전자에게 알리면 녹내장이나 치매를 조기 발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사고 방지 기술이나 심박 측정, 동공 추적 등을 통해 운전자의 건강 상태를 감지하는 헬스 케어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현대차가 2018년에 출시한 넥쏘 자율주행차에는 탑승객의 건강 정보를 전문의에게 전송해 실시간으로 건강 진단을 받는 기술이 탑재됐다. ETRI는 “향후 운전을 못 하는 노인이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동차가 달리는 검진센터 역할을 하거나, 스스로 병원으로 이동하는 시스템이 개발될 것이라는 업계의 전망이 실현될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
일본 기업들이 연공서열 기준의 멤버십형 인사제도에서 성과와 역량 위주의 직무형 인사제도로 조직을 바꾸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력 부족과 인재 유출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청년층 이직률 10년 만에 최고
코로나 이후 일본의 청년층 이직률이 10년 만에 최고치에 달했다. 닛케이 신문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약 15만 명이 첫 직장 입사 후 3년 안에 퇴사했다. 2017년 대졸자 기준으로 32.8%에 이르는데, 지난 10년 간 가장 높은 수치다.
같은 기간 이직에 성공한 청년들도 늘었다. 기업들이 ‘중고 신입사원’ 채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고용시장의 변화로 보상의 유형이 다양해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신입사원의 성장 가능성을 평가해 채용 후 인사법부터 가르치는 이른바 ‘포텐셜 채용’을 하는 기업이 많았다. 이 경우 명확한 직무를 정하지 않고 직무나 근무지를 순환하도록 한다. 또한 신입사원 일괄채용과 종신고용은 일본 기업만의 특유한 고용 방식이다.
한 직장에서 평생 일하는 구조가 유지됐지만, 최근 이직률이 늘어나면서 인사제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종신고용과 연공서열이 중요시되는 ‘멤버십형’ 인사제도를 개인의 역량과 업무성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직무(Job)형’ 인사제도로 바꾸어 가는 것이다.
유모토 켄지 전(前) 일본종합연구소 부이사장은 “연공서열 임금제는 고령화와 경제성장 둔화라는 환경에서는 기업의 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이 된다”면서 “‘직무형 고용’은 다양한 인재가 다양한 일을 함으로써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시스템이며, 일본형 고용시스템의 한계를 타파하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개인 역량과 성과 중요한 ‘직무형’
직무형 인사제도를 도입하면 직무에 필요한 지식, 경험, 능력, 자격을 밝힌 직무 기술서에 따라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나이에 관계없이 채용한다. 직원이 스스로 연간 목표를 세우고, 그에 기초해 달성도를 평가한 뒤 처우에 반영한다. 따라서 근무연수가 아닌 업무 중요도나 개인 역량에 따라 급여가 달라진다.
일본 기업들은 이를 보통 임원이나 관리직에만 적용해왔다. 그런데 최근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일반직으로 확대 적용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더불어 60세 이상 고령층에도 직무형 제도를 변형해 도입하고 있다.
대기업인 후지쓰(富士通), 미쓰비시 케미칼(三菱ケミカル) 등은 2020년 새로운 직무형 인사제도를 관리직 대상으로 적용하면서, 50세 이상 관리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모집했다.
후지쓰는 2023년부터 일반 사원에 이 제도를 확대 적용한다. 통신·전자기기 종합회사인 NEC 역시 2023년도에 전 사원 대상 직무형 인사제도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기·전자기업 히타치제작소(日立製作所)는 리먼브라더스 쇼크 이후 사업 구조를 전환하면서 관리직에 한해 직무형 인사제도를 도입했다. 올해 7월부터는 본사 일반 사원을 대상으로 확대 적용한다.
이런 직무형 인사제도의 도입은 중장년 사원들에게 일종의 압박처럼 작용한다. 연차와 관계없이 능력과 역량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년이 가까워지면 그에 따른 준비도 해야 한다. 은퇴 이후 근로자의 재고용을 정부가 나서서 촉진한다고는 하지만 아직 제도가 자리 잡은 건 아니기 때문이다.
베테랑 인재 잡아라
저출산 고령화로 일본 기업들은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모든 업계가 그런 건 아니지만, 신규 채용도 미달하는 상황에서는 당장 투입 가능한 인력이 한 명이라도 더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기업들은 60세 이상 시니어 직원 중 역량 있는 인력의 유출이 일어나지 않도록 고용 확충을 준비하고 있다.
퍼솔종합연구소(パーソル総合研究所)는 조직의 고령화와 코로나로 인한 경제 상황 변화로 시니어 인재 활용이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고 짚었다.
퍼솔종합연구소의 ‘기업의 시니어 인재 매니지먼트에 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정규사원 중 고령자 비율이 높은 기업은 전체의 84%다. ‘조직의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 또한 기존의 연공서열 임금제로 성과와 급여가 미스매치되고 있어 사원들의 동기부여 요인이 줄어들고 있다.
거기에 고령화로 인해 정부가 고령자고용안전법을 개정하고 기업에 ‘70세까지 근로자의 취업 기회 확보를 노력하라’고 하고 있어, 기업으로서는 신규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은퇴를 하고도 회사에 남을 수는 있지만, 이전보다 현저히 낮은 급여와 근무 환경으로 고령자의 근로 의욕은 줄어들게 된다. 더불어 코로나 이후에는 재택근무 등 근무 형태가 다양화되면서 역량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이들의 기업 이탈이 이어졌다.
이에 기업들은 신입사원뿐 아니라 정년을 앞둔 베테랑 시니어 사원들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직무·성과형 인사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고령자도 ‘성장할 수 있도록’
일본에는 ‘직무정년제’ 개념이 있다. 이를테면 관리직에서 일하던 사원이 기업 정년 나이인 60세에 은퇴하고, 계속고용이 가능한 65세까지는 관리직이 아니라 일정 권한을 가지고 책임을 지는 전문직에서 일하도록 하는 제도다.
직무정년제라는 건 결국 해당 직무에서 물러나 더 이상의 승진이나 임용이 불가능한 제도다. 급여와 상여 수준도 현역 때와는 달라진다. 그래서 시니어 사원의 의욕이 낮아지고 전문 기술을 가진 인재가 유출된다는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 3월 스미토모 생명보험은 온라인으로 시니어 직원 새출발을 기념하는 입사식을 열었다. 스미토모 생명은 올해부터 정년을 65세로 연장하고, 60세 이상의 직원을 대상으로 ‘스페셜리스트’라는 새로운 직책을 만들었다. 60대 사원의 일할 의욕을 자극하고, 인재 유출도 방지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는 직무형 인사제도의 일환이다. 오랜 기간 일하며 각종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베테랑 직원들이 회사에 남도록 해 ‘수석 직원’으로서의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했다. 대신 직책과 성과에 따라 임금을 결정한다. 일본 정부는 고령자고용촉진법을 통해 기업의 고령자 고용을 의무화하고 있는데, 재고용을 하면서 고령 근로자의 임금이 35% 수준으로 낮아진다는 이슈가 있었다.
이에 스미토모 생명은 스페셜리스트의 임금 수준을 최대 재고용의 1.5배 수준으로 유지, 임금이 크게 줄어들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했다. 또한 사내 복지도 이전과 같은 처우를 유지한다.
다이와 하우스 공업도 60세를 기준으로 한 직무정년제를 폐지하고, 60세 이후에도 승진할 수 있도록 인사 제도를 수정했다. 또 급여 등의 수준도 낮아지지 않도록 조정했다. ‘액티브 에이징 제도’를 신설해 70세까지 노동 의욕과 일정 업적이 있는 시니어 사원이 일할 수 있도록 했다.
야마토 하우스 공업도 지난 4월부터 60세 직무정년을 폐지했다. 그리고 ‘월경 커리어 지원 제도’를 도입했다. 직원이 자신의 커리어를 자율적으로 만들어가고, 자아실현을 위한 부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카시오 계산기는 60세 이상 현역 사원을 6에서 10등급으로 세분화해 성과에 따라 평가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퍼솔종합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시니어 인재를 채용한 기업들은 “높은 전문성을 발휘한다”, “거래처와 인맥이 풍부하다”, “후진 육성이 가능하다”는 점 등을 장점으로 꼽았다. 경험이나 전문성을 활용하는 업무에서는 일정 성과가 나온다는 것.
무엇보다 직무형 제도 안에서 활약하는 시니어들이 있으면 젊은 사원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퍼솔종합연구소의 ‘시니어 종업원과 동료의 취업 의식에 관한 정량 조사’에 따르면, 시니어 직원이 활약하고 있는 직장에서는 젊은 사원들의 이직 의향이 낮았다.
이시바시 호마레(石橋誉) 퍼솔종합연구소 컨설팅2부 시니어매니저는 “기존 일본 기업에는 직무 순환 혹은 직원 육성이라는 명목으로 전근이 많아 사원이 스스로 자신의 커리어를 선택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하며 “시니어 인재가 스스로 활약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자율적 근무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연공서열 제도 아래 임원직이나 관리직으로 승진하지 못한 사원들의 근로 의욕 저하는 기업의 생산성 하락으로도 이어진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율적인 경력 설계가 필요하고, 그 첫걸음이 직무형 제도 도입”이라고 강조했다.
열사병으로 응급실에 방문한 뒤 사망한 사람 10명 중 절반 이상이 70대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취약 계층이 거주하는 쪽방촌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의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21일 질병관리청으로부터 받은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열사병 등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에 온 뒤 사망한 사람의 절반 이상(50.5%)이 70대 이상이었다”라고 밝혔다.
연령대별로 50대(17.2%), 40대(13.1%)가 그 뒤를 이었다. 20대(4.0%), 30대(4.0%) 등과 비교해보면 연령대가 높을수록 열사병에 취약한 것을 알 수 있다.
온열질환에는 열사병, 열탈진, 열경련, 열실신, 열부종 등이 있는데, 사망 원인 중 ‘열사병(99%)’이 가장 많았다. 열사병은 고온·다습한 환경에 노출될 때 체온조절기능 이상으로 갑자기 발생하는 질병이다.
신 의원은 “기후 위기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살인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앞으로 찜통더위는 더 악화할 것”이라며 “정부는 기후 변화가 온열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고령자를 비롯한 사회적 취약계층, 취약지역에 대한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취약계층 및 고령자가 많이 사는 쪽방촌은 열사병 사망이 많이 일어나는 곳으로, 여름철마다 주의가 요구된다. 쪽방은 5층 미만 저층 건물 안에 방을 쪼개서 사용하는 형태로 면적 1~2평(3.3~6.6㎡) 정도의 좁은 방안에는 냉방 장치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서울 5대 쪽방촌은 동대문 청계천 근처에 있는 서울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 종로3가역 및 익선동 근처에 있는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영등포역 6번 출구 바로 옆에 있는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 쪽방촌 서울역 맞은편에 있는 서울 중구 남대문 5가 쪽방촌, 그 옆에 있는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이다.
서울시는 현재 5개 쪽방 밀집지 건물 25개 동 복도에 에어컨 56대를 설치하고 있다. 지속적인 수요 조사를 통해 총 150대를 설치할 계획이며 쪽방촌 주민 2453명에게 여름용 침구 3종(홑이불·쿨매트·베개) 세트도 지원한다. 에어컨을 설치한 쪽방촌에는 7∼8월 전기요금도 대당 월 5만 원 한도에서 지원할 계획이다.
질병청의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는 전국 응급실 운영 의료기관(500여 개)의 자발적 참여로 운영되는 표본감시 결과다.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 발생 추이를 보여준다.
최근 일본 내 물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일본 노인시설의 40%가 요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NHK에 따르면 노인 시설의 운영비용이 높아져 문제가 되고 있다. 전국유료노인홈협회가 유료노인홈(요양서비스가 있는 고령자주택) 법인 중 13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 중 45%가 “이용료를 인상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가격을 올리고자 하는 항목은 식비(63%), 수도광열비(46%), 관리비(42%) 순이었다.
조사에 응답한 사업자는 식재료의 가격 상승으로 위탁 업체로부터 비용 인상을 요청받았다거나, 전기요금이 두 배로 올랐다는 등을 이용료 인상 이유로 꼽았다. 수도, 전기, 가스와 같은 관리요금부터 비누나 종이컵 같은 비품까지 모든 측면에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것.
유료노인홈은 재활서비스가 있으므로 시설의 특성상 이용자가 넘어지지 않도록 바닥에 조명을 꼭 켜두어야 하고, 재활 후 열사병을 막기 위해 에어컨을 항상 틀어둬야 한다. 올해 1월~4월까지 4개월간 수도광열비는 월 40만 엔(약 380만 원) 가까이 증가했다. 4개월이면 120만 엔(약 1141만 원)이 오른 셈이다.
데이케어 서비스를 위한 차량의 휘발유 비용도 같은 기간 12만 엔(약 115만 원)이 늘었다.
전국유료노인홈협회 마츠모토 미츠키(松本光紀) 사업추진부장은 NHK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사업자도 이용자를 위해 가격을 올리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가격이 오른 적이 없어 요금 인상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사태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노인보호시설들은 국가의 개호보험제도를 기초로 요금을 설정하기 때문에, 요금 인상이 자유롭지는 않다.
사실상 시설에서는 단기여도 좋으니 정부의 지원이 있기를 바라고 있다. 이용자가 부담하는 가격을 인상하는 건 이용자에게도, 시설에도 부담이기 때문.
실제로 유료노인홈에 입주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비용을 가장 중요한 문제로 꼽았다. 산에이(三栄) 광고사가 50세~79세의 남녀를 대상으로 진행한 ‘시니어 1200명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62.4%는 “입주 후 매월 내야하는 비용”을 가장 크게 고려했으며, 59.9%는 “입주할 때 내야 하는 비용”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타카노 타츠아키(高野龍昭) 도요대학(東洋大学) 교수는 “고령자 시설은 개호보험제도에 따라 보수가 낮게 책정돼 엄격한 경영을 하고 있는데, 물가가 오르면 적자 상태로 운영하거나 경영을 계속 할 수 없게 된다”면서 “공적 지원이 없다면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고령자가 나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득과 재산이 10억 원 이상으로 높은 노인도 사회적 불안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의 사회적 불안 수준은 은퇴 이후 5~10년 혹은 10~15년이 경과 되는 기간까지 계속 상승하다가 이후 하락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30일 발간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복지 이슈앤포커스’에는 ‘한국인의 사회적 문제 경험과 인식 조사’ 결과가 게재됐다. 연구책임자는 불평등소득정책연구실 삶의질연구센터 곽윤경 부연구위원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해 65~74세 노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국인의 사회적 문제 경험과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사회적 불안과 관련해 우리 사회에 대한 인식, 응답자의 경험, 사회적 관계, 응답자 스스로에 대한 인식, 그리고 인구 사회학적 특성 등을 살펴봤다.
사회적 불안이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안전사고나 불신의 경험, 그리고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인식에 근거해 유발되는 불안을 말한다.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성원들이 전반적으로 경험하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노인의 사회적 불안 수준은 보통 이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의 사회 불안 인지는 5점 만점에 3.49점(표준편차 0.92)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영역별로는 ‘불평등 > 불공정·경쟁 > 불신·무망 > 적응·안전’ 순으로 나타났다.
△사회 불안 인지 : 우리 사회에 대한 불안을 의미함.
△적응·안전 불안 : 급격한 사회 변화를 못 따라가고 생활 안전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느끼는 불안.
△불공정·경쟁 불안 : 우리 사회의 불공정성과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유발되는 불안.
△불신·무망감 불안 : 우리 사회와 중앙정부에 대해 불신하고 희망을 느끼지 못해 발생하는 불안.
△불평등 불안: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불평등 문제로 인해 느끼는 불안.
특히 노인의 은퇴에 따른 사회적 불안 수준을 살펴본 결과, 은퇴한 노인은 적응·안전 불안과 불공정·경쟁 불안이 은퇴하지 않은 노인 혹은 평생 일한 적 없는 노인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은퇴 이후 노인이 스스로 새로운 삶의 패턴에 적응해야 하는 데서 유발된 불안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반면, 평생 일한 적 없는 노인 집단에서는 사회 전반에 대한 불안 인식(사회 불안 인지)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경제활동 참여 상태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었다. 임시직과 일용직에서 사회 전반에 대한 불안 인식(사회 불안 인지)과 불평등 영역의 불안은 다른 경제활동 참여자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무급가족종사자는 적응·안전 불안과 불신·무망 불안이 다른 경제활동 참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소득 및 재산에 따른 사회적 불안 수준을 살펴본 결과, 사회적 불안은 소득 4분위, 그리고 재산이 2억~10억 원인 집단에서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다가, 소득 5분위 집단과 10억 원 이상의 재산을 보유한 집단에서 다시 높아졌다. 이는 곧 돈을 더 벌고 재산이 늘어난다고 해서 반드시 불안이 감소한다는 뜻이 아니다.
소득 분위가 높은 집단과 재산이 많은 집단이 불안한 이유는, 자산 중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비상시에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이 부족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한 사회적 위험에 직면할 때, 주변 지인의 도움이나 사회안전망으로 충분히 대비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일 수도 있다.
사회적 안전망이 있다 하더라도 노인은 청년과 달리 신체 건강의 저하 등으로 인해 원래 수준으로 회복하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회복하더라도 같은 경제적 수준으로 되돌리기 어렵다는 인식이 배경에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곽윤경 부연구위원은 “전기노인(65~74세)은 본인 및 배우자의 은퇴, 건강 변화, 자녀 출가 등 가족 내 그리고 사회에서 역할 축소를 경험하게 되고 이로 인해 자긍심이 낮아지고 삶의 만족도가 저하된다. 이런 다양한 변화와 경험은 이들의 삶에 정서·심리적으로 큰 변화를 유발하여 사회적 불안을 가중한다”라고 분석했다.
이어서 곽 부연구위원은 “이들은 경제활동에 참여하고자 하는 욕구가 이전 세대의 노인과 달리 매우 강하다. 이런 욕구와 의지는 실제로 이들의 경제활동 참여율 상승으로 반영되지만,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노인 다수는 고용의 보장성과 안정성이 낮은 임시직, 비정규직 등 단순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 이는 노인의 삶의 질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라고 강조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노인의 사회적 불안이 높은 만큼 정책적 함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측은 “개인이 사전에 노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생애주기별 맞춤형 노후 설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원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보편적인 관점에서 노인 관련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되, 사회적 불안이 높은 집단에 대해서는 특화된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노인의 사회적 불안을 사전에 예견, 관리 및 조치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노인의 사회적 불안에 대한 모니터링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올해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 최근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 발효가 확대되고,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3~35도 내외까지 치솟는 등 무더운 날씨가 이어진 탓이다. 이에 정부 각 부처가 무더위와 온열질환에 취약한 이들을 위해 예방책 마련에 나섰다.
온열질환은 열로 인해 발생하는 급성질환으로,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 시 두통, 어지러움, 근육경련, 피로감, 의식저하 등의 증상을 보인다. 방치할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으며, 열사병과 열탈진이 대표적 질환이다.
올해 5월 20일부터 이번달 2일까지 집계된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상 온열질환자수는 총 355명으로 집계됐다. 그 중 사망자가 지난 1일 1명 발생했으며, 온열질환자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3명이 늘었다.
최근 5년간 온열질환은 주로 남성(76.0%)과 5060대(38.8%)에서 주로 발생했다. 절반가량(48.3%)은 낮 12시~17시 사이에 발생했으며, 실내(22.4%)보다 실외(77.6%)에서 세 배 가량 많이 발생했다. 실외에서는 실외 작업장(31.5%)과 논밭(13.5%)에서 활동 중 증상이 생긴 경우가 많았다.
폭염 시에는 갈증을 느끼기 이전부터 규칙적으로 수분을 섭취해야 하며, 어지러움, 두통, 메스꺼움 등 초기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활동을 중단하고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 휴식을 취해야 한다. 심혈관질환, 당뇨병, 뇌졸중 등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은 더위로 인해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더위에 오래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기존 치료를 잘 유지하면서 무더위에는 활동 강도를 평소보다 낮추는 것이 좋다.
행정안전부는 “연이은 폭염으로 인한 인명피해 발생이 우려되므로 인명피해 최소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폭염 3대 취약분야 집중 관리 및 소관 분야별 폭염 대책에 소홀함이 없도록 철저한 대응태세를 주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폭염으로 인한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폭염 대응 국민행동요령’을 준수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행동요령은 다음과 같다.
1) TV, 인터넷, 라디오 등을 통해 기상상황을 수시로 확인한다.
2) 술이나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보다는, 물을 많이 마신다.
3) 가장 더운 오후 2시~5시에는 야외활동이나 작업을 되도록 피한다.
4) 냉방기기 사용 시, 실내외 온도차를 5도 내외로 유지해 냉방병을 예방한다. (적정 실내 냉방온도: 25~28도)
5) 현기증, 메스꺼움, 두통의 가벼운 증세가 있으면 무더위 쉼터 등 시원한 장소를 이용한다.
6) 축사, 비닐하우스 등은 환기하거나 물을 뿌려 온도를 낮춘다.
질병관리청 역시 ‘폭염대비 건강수칙 3가지’를 준수할 것을 당부하고 나섰다. 백경란 질병관리청 청장은 “온열질환은 건강수칙을 잘 지키는 것만으로도 예방이 가능한 만큼, 무더운 날에는 장시간의 실외활동을 자제하고 충분히 물을 마시며 주기적으로 휴식하는 등 건강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 외에 샤워를 자주 하거나, 외출 시 양산이나 모자를 착용해 햇볕을 차단하고, 헐렁하고 밝은 색의 가벼운 옷을 입어 시원하게 지내면 온열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 취약계층의 에너지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올해 한시적으로 에너지바우처 지원대상을 확대하고 단가를 인상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30만 여 세대가 추가 지원 대상이 되면서 총 118만 여 세대가 에너지바우처를 지원받게 될 전망이다.
에너지바우처란 경제적 부담으로 에너지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취약계층에 전기‧가스‧지역난방 등에 필요한 에너지 이용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다. 현행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상 생계‧의료 급여 수급세대 중 더위‧추위민감계층(노인, 질환자, 장애인 등)이다. 올해는 주거‧교육급여 수급세대 중 더위‧추위민감계층까지 한시적으로 확대된다.
또한 에너지바우처 지원단가도 올해 한시적으로 인상한다. 하절기 2인 세대는 4만 4200원, 4인 이상 세대에서는 9만 3500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 여름 폭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1일부터 주거‧교육급여 수급대상자도 동절기 바우처 금액을 하절기 바우처로 최대 4만 5000원 당겨쓸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사용 후 잔액은 별도 신청 없이 동절기 바우처로 자동 이월된다.
신규 지원대상인 주거‧교육급여 수급대상자는 지난 1일부터 12월 30일까지 주민등록상 거주지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또는 복지로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전국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에너지바우처 홈페이지나 에너지바우처 콜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본에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기 수요도 최고치를 기록해 정부가 국민에게 절전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6월 30일 일본 도쿄 기온은 36.4℃까지 치솟았다. 6월 기준 최고 온도다. 게다가 이날까지 9일 내내 1875년 관측 이래 처음으로 35℃를 넘었다.
NHK에 따르면 지난 2일에는 도쿄도 내에서 열사병으로 의심되는 환자 188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도쿄뿐만 아니라 일본의 263개 지역도 6월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 40도 이상을 기록한 지역도 있었다. 일본 이바라키 현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사람이 “얼마나 더웠는지 가재가 익었다”며 가재가 빨갛게 익어 논에 떠있는 사진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여름이 시작돼, 일본의 기상학자들은 7~8월 기온이 계속해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자 전기 수요도 폭증했다. 지난 6월 28일에는 공급 가능한 전력량의 97%까지 사용해 정전으로 이어질 위기까지 갔다.
일본은 원자력 발전소 폐쇄, 화력발전소 노후화, 탈 탄소 정책,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 등으로 전력 수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올해 장마가 역대 최단 기간으로 끝나 댐의 물 저장량이 급격히 줄어 수력 발전소도 가동이 쉽지 않다.
이에 일본 정부는 전국의 가정과 기업에 “올여름에는 절전해 달라”는 요청을 하며 ‘전력수급 주의보’를 발령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절전하더라도 에어컨을 끄지 않아야 한다고 경고한다. 더위로부터 몸을 지켜야 한다는 것.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된 2018년, 일본에서는 노인 수십 명이 열사병으로 사망하고 2만 2000여 명이 온열 질환을 겪은 바 있다.
하지만 전기료가 올라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본에서는 지난 12개월 연속 전기료가 올랐다. 도쿄전력 홀딩스는 올해 7월 가정용 전기요금 표준은 8871엔(8만 4000원)으로, 6월보다 306엔(2900원) 오르고, 전년 대비 27%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폭염은 고령자에게 더욱 위험한 만큼 도쿄 소방청 등은 “더위를 참기보다 반드시 냉방 기기를 사용하고, 목이 마르기 전 수분 보충을 해야 한다”며 “야외에서도 2미터 이상 사람과 떨어져 있을 때는 마스크를 쓰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지난 2019년부터 최근 3년간 50세 이상 중장년층의 국가기술 자격증 취득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은 지게차운전기능사, 여성은 한식조리기능사 취득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1975년부터 2021년까지 시행된 국가기술자격 시험 현황 등을 담은 ‘2022년 국가기술자격 통계연보’를 27일 발간했다.
이번 통계연보는 2021년을 기준으로 한국산업인력공단과 대한상공회의소 등 10개 기관에서 시행하고 있는 546개 자격 종목의 각종 통계를 수록했다.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기술자격시험의 전체 응시자 수는 248만 9336명으로, 전년 대비 20.8%(42만 7862명) 증가했다. 응시자 중 최종 취득자 수는 83만 9751명으로 17.3%(12만 3850명) 증가했다.
취득자를 세대별로 나눠보면 20대가 전체의 44.3%를 차지하는 37만 2037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30대 12만 690명(14.4%), 50세 이상 12만 281명(14.3%), 40대 11만 1631명(13.3%), 19세 이하 11만 5108명(13.7%)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50세 이상 취득자는 2019년 8만 7014명에서 2020년 9만 3483명, 지난해 12만 281명으로 집계됐다. 3년 동안 38.2% 증가했다.
이 가운데 50대 이상 남성은 지게차운전기능사(1만4080명)와 굴착기운전기능사(8892명)를 가장 많이 취득했다. 여성은 한식조리기능사(7622명)와 건축도장기능사(2440명)를 가장 많이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면허성 자격이 재취업과 창업에 유리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게차운전기능사는 2020년에도 50대 남성이 가장 많이 취득한 자격증 1위에 이름을 올렸다. 1만 616명이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어 굴착기운전기능사(6205명), 방수기능사(4624명), 전기기능사(4412명) 순으로 나타났다.
지게차운전기능사는 다른 중장비에 비해 장비 조작이 비교적 쉽고,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으면 취업에 유리하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실제로 취업 시장에서 기업이 가장 선호하는 자격증이기도 하다. 각종 건설업체, 제조업체, 배송 및 운송, 항만업체 등에서 지게차운전기능사를 원하는 추세다.
2020년에도 50대 이상 여성의 국가기술자격증 선호도 1위는 한식조리기능사였다. 5494명이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건축도장기능사(1928명), 떡제조기능사(1455명) 순으로 나타났다.
한식조리기능사는 재료 구매 및 관리, 음식 조리, 조리 기구와 시설 관리의 역할을 한다. 보통 중장년층은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 취득 이후 집단 급식소로 취업이 이루어진다. 자격증 취득에 있어 주의해야 할 부분은 실기시험 과정이 까다롭다는 점이다. 특히 중장년 여성은 살림 경험이 많아 공식을 따르지 않아 시험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한편, 2021년 국가기술자격증 등급별 응시인원을 보면, 기능사가 100만 2203명(40.3%)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서비스 72만 9963명(29.3%) △기사 46만 5535명(18.7%) △산업기사 24만6975명(9.9%) △기술사 2만2440명(0.9%) △기능장 2만2220명(0.9%) 순이었다.
특히 산업안전기사 응시자는 4만 1704명, 산업안전산업기사 응시자는 2만 5969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올해 1월 27일)을 앞두고 안전에 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제과·제빵 분야 응시자도 12만 2950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만 해도 응시자는 8만 7360명이었다. 최근 디저트 문화 발달로 대형 카페와 프렌차이즈 등이 늘어나면서 제과·제빵 자격 취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어수봉 공단 이사장은 “국가기술자격 응시자와 취득자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으로 복귀하고 있다”라며 “국민들에게 디지털자격시험센터 등을 통해 편리하게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강화하고, 기업에는 현장성 높은 양질이 공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