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준으로 날씨와 기상과 기후는 다르다. 날씨는 변화무쌍한 그때그때의 온도·습도, 맑음과 흐림이고, 기상은 한 주나 한 달의 대기 상태이며, 기후는 적어도 몇 십 년 단위의 잘 변하지 않고 되풀이되는 패턴이다. 여기에 비유해보면 우리가 시시때때로 느끼는 ‘기분’은 날씨와 같고, ‘감정’은 기상이며, 한 사람의 ‘정서적 특징과 성격’은 기후에 해당한다. 내 마음의 날씨, 기상, 기후 나는 대체로 오전에는 침울하고, 오후가 돼야 밝아진다. 밖에서 오는 자극에도 민감해 매사에 일희일비한다. 그뿐 아니라 ‘호랑이 장가가듯’ 마음 한켠은
초고령사회가 되면서 우리는 ‘오래 사는 삶’을 더 자주 말하게 됐다. 그러나 장수의 기준은 여전히 몸의 나이, 병의 유무, 외모의 젊음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정말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은 무엇일까. 최근 주목받는 90대 현역들의 모습은 그 답을 조금 다르게 보여준다. 건강한 장수란 단지 오래 살아남는 일이 아니라, 자기 역할을 계속 갱신하며 사회와 연결되는 일에 가깝다. 아흔 이후에도 계속되는 ‘역할’ 대표적인 인물이 이길여 가천대학교 총장이다. 1932년생인 그는 가천대학교 총장이자 가천길재단 회장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공
구름 위로 솟은 세계 최고(最高)의 다리 위에서 전율을 느끼고, 지구의 상처라 불리는 협곡의 폭포수 아래서 자연의 위대함을 마주할 수 있는 곳. 3억 년 전 바다가 융기해 만든 봉우리 숲에서 치유를 얻고, 유배지 동굴에서 ‘지행합일(知行合一)’의 철학을 깨친 왕양명의 발자취를 따라갈 수 있는 곳. 과거와 미래, 거대한 자연과 깊은 인문학이 공존하는 중국 구이저우성으로 드라마틱한 여정을 떠나보자. 구름 위의 기적, 화장협곡 대교 중국 남서부의 깊은 내륙, 구이저우성은 오랫동안 ‘천만 개의 골짜기’라 불렸다. “하늘 맑은 날이 단 3
봄은 도둑고양이마냥 살금살금 왔다 간다는 말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꽃눈이 흩날리고, 금세 바람결에 사라져 간다. 소리 없이 봄의 숨결을 틔워내며 꽃은 피고 지고, 계절은 쉼 없이 순환한다. 바야흐로 꽃철이다. 굳이 멀리 떠나지 않아도 된다. 읽을거리 하나쯤 담은 손가방에 생수 한 병, 교통카드 한 장 달랑 들고 나서도 풍성한 꽃물결이 맞아준다. 이름도 예쁜 복사골, 꽃 도시 부천이다. 복사골은 부천의 또 다른 이름이다. 말 그대로 복숭아와 인연이 깊다는 걸 알 수 있다. 봄이면 복사꽃이 만발하던 부천의 그 많던 복숭아밭은 대부분 사
“이번 모임은 어디서 만날까요?” 예전에는 맛집이나 카페가 먼저 떠올랐다면, 요즘 약속 장소의 풍경은 조금 달라지고 있다. 전시를 함께 보고, 천천히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문화와 취향을 공유하는 모임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누군가는 미술관에서 좋아하는 작가의 그림 앞에 오래 머물고, 누군가는 박물관에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린다. 이제 문화생활은 특별한 날에만 즐기는 이벤트도. 일부 사람들만의 취미도 아니다. 조용하고 느린 듯하지만,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자신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좋은 시간이 된다. 마침 5월은 나들
무등산 바우정원은 사뭇 독특하다. 숫제 바위산이라 불러도 무방할 만큼 돌이 흔전만전한 산골짝에 정원을 조영하다니. 해외엔 몰라도 국내엔 이런 정원이 다시없다. 바위투성이 악산에 정원을 꾸릴 발상 자체가 너무 기발해 비현실적일 수 있다. 순천만국가정원 내에 바위정원이 있다. 그러나 인근 고속도로 건설 공사장에서 나온 바위 다수를 모아 듬성듬성 배치한 수준에 그쳤다. 무등산 바우정원은 순도와 농도가 높은 바위정원이다. 자연 정원의 본이다. 천연 기암괴석의 원초성과 야생성을, 미감과 상징성을 오롯이 만끽할 수 있는 이색 정원이다. 바위
사진으로 만나는 시선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익숙한 이미지들이 낯선 질문으로 돌아온다. 사진은 더 이상 특별한 행위는 아니다. 우리는 매일 손에 쥔 휴대폰으로 순간을 기록하고, 기억을 저장하며, 삶의 일부를 이미지로 남긴다. 과거에는 사진 찍는 일이 ‘이벤트’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반복하는 일상이 됐다. 그만큼 사진은 우리 삶에 가장 가까운 표현 방식이자, 스스로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언어다. 그렇게 일상이 된 사진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선다. 무엇을 찍고,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지우는지에 따라 각자의 시선과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수상 소감과 새로운 정체성.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매기 강 감독이 수상 소감으로 꺼내놓은 “전 세계 모든 곳의 한국인”이라는 표현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한 울림을 줬다. 이 말은 현재 K-컬처의 영역 안에서 맹활약하는 전 세계 한국인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수상 소감에 담긴 의미들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 또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사는 민족의 혈통을 가진 사람.’ 표준국어대사전이 정의하는 ‘한국인’의 사전적 의미다. 하지만 최근 들어 문화적 관점에서는 이러한 정의가 유효하
출근 시간, 발 디딜 틈 없는 지하철 안. 경로우대 무료 이용을 둘러싼 논쟁은 세대 갈등이 드러나는 상징적인 장면이 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3월 24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중동발 에너지 위기에 따른 교통 수요 분산 대책을 논의하던 중, “출퇴근 시간에 노인들의 대중교통 무료 이용을 제한하는 방법을 연구해보라”고 말했다. 발언 이후 관련 보도와 댓글이 쏟아졌고, 논쟁은 제도 논의를 넘어 특정 집단을 향한 감정으로 번졌다. 출근길의 불편은 어느 순간 ‘노인 문제’로 호명되기 시작했다. 이 장면은 지금 한국 사회에서 ‘노인혐오’가 어떻
5월은 가족을 중심으로 소비가 몰리는 시기다. 선물을 주고받을 일도 많다. 선물은 받는 사람을 기쁘게 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다. 내가 주고 싶은 것이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것을 선물해야 한다. 손주에게 무엇을 사줘야 좋아할까, 요즘 아이들은 어떤 선물을 원할까. 어린이날을 앞두고 조부모의 궁금증을 풀어줄 단서를 찾았다. 아이들이 가장 받고 싶은 건 ‘○○’ 손주 마음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다. 2025년 어린이날을 앞두고 초등학생 1844명을 대상으로 초등교사노동조합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시 관람 후 산책까지, 가족과 함께하는 여유로운 힐링 볕 좋은 5월, 달력에 나란히 늘어선 휴일이 반갑다. 멀리 떠나지 않더라도 서울과 수도권에는 전시 관람 후 산책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나들이 장소가 적지 않다. 이번 가정의 달에는 예술과 자연을 함께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발걸음을 옮겨보는 건 어떨까. 미술관과 박물관은 세대를 아우르며 같은 감동을 나눌 수 있는 곳이다. 어른에게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차분한 여유를, 아이들에게는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열어준다. 여기에 가벼운 산책까지 더해진다면 하루의 밀도는 한층
5월 황금연휴에는 손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 행사가 전국 곳곳에서 개최된다. 가까운 도심 공원과 박물관은 물론 공연, 철도, 역사 체험 등 전 세대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는 다채로운 문화 행사가 열리며, 노들섬에서는 이색적인 서커스 축제도 관람객을 맞이한다. 기차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의왕 어린이철도축제’를, 놀이 중심의 역사 체험을 원한다면 ‘연천 구석기축제’가 좋은 선택지다. 행사별 운영 시간과 예약 방법이 상이하므로 방문 전 사전 확인은 필수다. 각 행사의 상세 일정 등 방문
한 소설가가 신춘문예 소설상 최종심을 맡았을 때 그 기준을 “하룻밤이 지나도 기억나는 작품을 골랐다”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글은 하루가 지나면 흐릿해진다. 열흘이 지나면 더 희미해지고, 몇 해가 지나면 흔적조차 남지 않는다. 그러나 밤을 넘겨 머릿속에 살아남은 글은 시간이 흘러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번 제2회 ‘나의 브라보! 순간’ 공모 심사에서도 이 기준은 유효했다. 장르는 수기였으나, 좋은 글을 가르는 본질은 하나다. ‘읽고 난 뒤에 여운이 남는가?’ 하는 점이다. 기억에 남는 글에는 세 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다. 독자가
젊은 세대 사이에서 부모에게 여행 전 ‘효도여행 10계명’을 읊게 하는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거 한국 돈으로 얼마냐고 묻지 말 것’, ‘겨우 이거 보러 왔냐고 말하지 말 것’, ‘돈 아깝다는 말 금지’ 같은 내용이다. 웃자고 만든 내용이지만, 그 안에는 공통된 경험이 담겨 있다. 같은 여행을 두고도 부모 세대는 ‘비용’을, 자녀 세대는 ‘경험’을 우선시한다. 이 간극은 단순한 성향 차이가 아니라, 돈을 바라보는 기준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생긴다. 그러다 보니 젊은 세대 사이에서 종종 이런 말이 나온다.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