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의 입구 한 모퉁이가 유독 환하다. 감나무에 다글다글 매달린 주황 감들로 연등을 밝힌 양 화사하다. 작은 절 마야사가 통째 부처의 법음을 두런거리는 대형 연등에 해당하겠지만, 가을이 절정에 달한 날엔 감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신은 말하고 싶은 진리를 어디에 숨겨놓은 게 아니라 모조리 인간의 눈앞에 두었다던가. 매사 감 잡을 줄 아는 달인이라면, 감들이 뿜는 저 휘황함만 보고도 감을 다 잡고 삶의 무한한 희열을 노래하리라. 마야사는 수행자의 본이 되는 면모가 여실해 알아보는 이 숱한 현진 스님이 13년 전에 창건했다. 꽃과 나무
모과나무를 지키려던 한 사람의 마음이 세계적인 건축과 예술을 품은 자연 미술관으로 자라났다.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다는 사유원(思惟園)은 대구시 군위군 팔공산 자락 70만㎡에 펼쳐진 거대한 자연 미술관이다. 겉모습은 수목원이나 정원이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완전히 달라진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 알바로 시자를 비롯해 승효상, 최욱, 박창렬 등 세계적 건축가들이 설계한 건물들이 산세의 흐름을 따라 겸손하게 놓여 있다. 올해는 ‘갤러리 곡신’과 야외 공연장 ‘심포니 6’까지 문을 열며 자연과
2025년의 끝자락, 새해를 맞이하는 방식에도 선택지가 다양해지고 있다. 집에서 조용히 보내는 연말도 좋지만, 가족과 함께라면 카운트다운 행사를 중심으로 한 외출도 하나의 대안이 된다.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 곳곳에서는 불꽃, 미디어 아트 등 각기 다른 분위기의 연말 카운트다운 행사가 준비되고 있다. 도심 한복판에서 차분하게 새해를 맞이할 수 있는 전통 행사부터, 빛과 영상으로 구성된 대형 미디어 이벤트, 공연과 함께 즐기는 콘서트형 카운트다운까지 선택의 폭도 넓다. 가족과 함께 연말을 보내고자 한다면 ‘연말 카운트다운 행사
몇 해 전 어쩔 수 없이 주례를 선 적이 있다. 공중파 메인뉴스 앵커와의 인터뷰가 발단이었다. 그와 저녁 식사 약속을 했는데, 그가 여성분과 함께 나왔다. 같이 일하는 아나운서라고 했다. 나는 세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렸는데 누군가에 의해 두 사람이 연인 관계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나는 뜻하지 않게 비밀 연애 발설자가 됐다. 얼마 뒤 그 두 사람이 결혼했고, 내가 주례를 맡게 됐다. 기왕에 맡았으니 주례사를 잘하고 싶었다. 적어도 신랑 신부에게는 기억나는 주례사를 하고 싶었다. 기억에 남는 주례사 하는 방법을 찾았다.
바쁘게 지나가는 하루 중에도 마음이 머물 수 있는 한 장면은 분명 있습니다. 영화, 드라마, 책, 음악 등에서 찾은 영감의 한순간을 AI와 편집국 기자가 전합니다. 영화 는 교황 선종 이후 새 교황을 선출하는 비밀 회의인 '콘클라베'를 무대로 권력과 신념, 이에 따른 인간의 내면을 집요하게 들여다 봅니다.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공간에서 추기경들은 신의 뜻을 대변한다는 명분 아래 각자의 신념과 정치적 계산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신앙과 권위, 도덕을 상징하는 인물들조차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은 영화 전반에 긴장감을 더합니다. "가장 위
한 해의 끝자락, 12월은 빛과 온도가 교차하는 계절입니다. 거리를 수놓은 조명은 반짝이지만, 마음 한켠에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묵직한 여운이 머물죠. 젊은 시절에는 패션 트렌드에 맞춰 ‘무엇을 입을까’에 집중했다면, 인생의 중반 이후인 시니어는 ‘어떻게 나를 표현할까’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됩니다. 옷은 단순히 몸을 감싸는 수단이 아니라, 살아온 시간과 태도를 드러내는 가장 솔직한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방송 스타일리스트로 26년 동안 수많은 연예인의 화면 속 순간을 완성해왔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를수록 느낀 건 진정한 스
자연을 기본 조건으로 내세우는 골프코스에 ‘철’이라는 인공 소재가 가미된 또 하나의 세상이 열렸다. 국내 굴지의 철강 제조업체 동국제강그룹은 다이 가문의 신시아 다이 맥그레이(Cynthia Dye Mcgrey)와 손잡고 자연 속 묵직한 토너먼트 코스를 완성했다. 2014년 경기 남부 지역 골프장의 메카로 불리는 여주 자락에 독기 품은 강렬한 골프코스가 등장했다. 115만 7025㎡(약 35만 평)의 넉넉한 대지에 18개 홀을 품은 페럼클럽이다. ‘페럼(Ferrum)’이란 ‘철(鐵)’을 뜻하는 라틴어다. 철강 제조업체인 동국제강그룹은
바쁘게 지나가는 하루 중에도 마음이 머물 수 있는 한 장면은 분명 있습니다. 영화, 드라마, 책, 음악 등에서 찾은 영감의 한순간을 AI와 편집국 기자가 전합니다. 애플TV+ 시리즈 '파친코'는 재일조선인 가족의 4대에 걸친 삶을 따라가는 대서사 드라마 입니다. 이야기는 1910년대 일제강점기 부산에서 태어난 소녀 '선자(김민하 분)'로부터 시작됩니다. 가난하지만 심지만은 단단했던 어린 시절을 보낸 선자는 사랑하는 사람을 따라 일본으로 건너가고 그곳에서 차별과 낯선 현실을 마주합니다. 수많은 굴곡을 겪으면서도 그는 타국의 땅에서 가
최근 한식의 깊은 맛과 우리 술의 풍미를 함께 즐기는 ‘푸드 페어링’ 문화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품격 있게 즐길 수 있고 입맛에 익숙한 한식과 은은한 우리 술의 조화는 건강과 기호를 모두 만족시킨다. 이번 연말, 가까운 사람들과의 모임에서 우리 술과 한식의 정갈한 페어링을 경험해보길 권한다. 한식과 전통주의 세력 확장 바야흐로 한식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대한민국의 술, 우리 전통주 또한 맹활약하고 있다. 막걸리나 이를 여과한 맑은 청주(약주)는 최소 3개월에서 6개월까지 저온에서 숙성한다. 향
바쁘게 지나가는 하루 중에도 마음이 머물 수 있는 한 장면은 분명 있습니다. 영화, 드라마, 책, 음악 등에서 찾은 영감의 한순간을 AI와 편집국 기자가 전합니다. JTBC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는 성공을 향해 가다가 하나의 사건으로 인해 추락한 '조삼달(신혜선 분)'이 고향인 제주 삼달리로 돌아오며 진행되는 이야기 입니다. 화려했던 서울의 생활은 뒤로 보내고 돌아온 고향 삼달리는 여전히 느리며 동네 사람들은 익숙하게 그녀를 기억합니다. 삼달은 그곳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사람들, 특히 묵묵히 그녀의 곁은 지켜온 '조용필(지창
바쁘게 지나가는 하루 중에도 마음이 머물 수 있는 한 장면은 분명 있습니다. 영화, 드라마, 책, 음악 등에서 찾은 영감의 한순간을 AI와 편집국 기자가 전합니다. JTBC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시장통에서 악명 높은 일수꾼으로 일하고 있는 이해숙(김혜자 분)이 실제로는 집안에서 누구보다 다정한 아내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이며 시작합니다. 그녀의 남편 고낙준(박웅 분)은 하반신 마비로 40년 이상을 침대에서 누워 살다가 천국으로 떠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해숙도 1년 뒤 천국으로 향합니다. 천국으로 떠난 해숙은 남편이 생전에
북인북은 브라보 독자들께 영감이 될 만한 도서를 매달 한 권씩 선별해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해당 작가가 추천하는 책들도 함께 즐겨보세요. 고통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고흐는 그 고통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성찰하고, 예술로 바꾸었습니다. (…) 고흐라는 브랜드는 인생을 건 서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트렌드를 좇기 위한 콘셉트가 아닌, 삶 전체가 콘텐츠였던 예술가. 그래서 고흐는 세상을 떠난 후에도, 동시대 예술가들과는 차원이 다른 차별성을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 ‘줄 서서 보는 그림의 비밀’, 100p 반 고흐, 프리다
바쁘게 지나가는 하루 중에도 마음이 머물 수 있는 한 장면은 분명 있습니다. 영화, 드라마, 책, 음악 등에서 찾은 영감의 한순간을 AI와 편집국 기자가 전합니다. 미국 영화 는 퇴역한 장교인 '프랭크(알 파치노)'와 그를 돌보는 고등학생 '찰리(크리스 오도넬)'가 함께 여행을 떠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입니다. 삶의 의욕을 잃고 평소 냉소적이고 괴팍하게 살아온 프랭크는 여행지에서 그를 돌봐주는 찰리와 부딪히며 마음을 열기 시작합니다. 특히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호텔 연회장에서 한 여성과 완벽하게 춤추는 탱고 장면은 영화
전통과 창작, 설화와 사운드 실험이 결합된 특별한 공연이 관객을 찾는다.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에 선정된 작곡가 이아로의 두 번째 창작 발표회 ‘동지;한국요괴도감’이 오는 21일(일) 오후 6시, 서울돈화문국악당에서 열린다. 공연은 전석 무료로 진행되며, 티켓은 선착순 배포된다. ‘동지;한국요괴도감’은 2020년 초연된 ‘동지;귀신들의 잔칫날’의 연작이다. 당시 한국 귀신 설화를 바탕으로 한 실험적 음악 구성으로 주목받았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생생한 ‘한국 요괴’의 세계를 음악으로 풀어낸다. 작곡가는 한국적
바쁘게 지나가는 하루 중에도 마음이 머물 수 있는 한 장면은 분명 있습니다. 영화, 드라마, 책, 음악 등에서 찾은 영감의 한순간을 AI와 편집국 기자가 전합니다. 미국 영화 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의 자전적 작품인 영화 는 한 소년이 영화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가족을 이해하는 방법에 대해 조용히 비춰냅니다. 주인공 '새미(가브리엘 라벨)'는 영화감독을 꿈꾸며 살아가는 소년입니다. 새미는 아버지의 이성적이며 안정적인 기질과 어머니의 예술적이고 감정적인 기질 가운데서 성장합니다. 그는 카메라를 통해 가족의 모습을 기록하는 와중에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