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와 등이 굳고 꼿꼿하여 굽혔다 폈다 하기가 어렵다.”- ‘세종실록’ 17년 4월 1일

1435년 음력 4월 1일, 명나라 사신을 배웅하는 잔치를 위해 태평관을 찾은 세종이 도승지에게 한 말이다. 궁궐을 나설 때만 해도 잔치를 주재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도착한 뒤에는 몸을 움직이기조차 어려웠다. 결국 세종은 사신과 작별한 뒤 환궁했고, 잔치는 진양대군이 대신 맡았다.
한글날을 맞아 돌아본 세종실록에는 업적만큼이나 오랜 병고의 흔적도 남아 있다. 허리와 등이 굳어 공식 행사를 주재하기 어려웠다는 기록은 오늘날 강직성 척추염의 증상을 떠올리게 한다. 다만 허리 통증과 뻣뻣함은 여러 질환에서 나타나는 만큼, 실록의 기록만으로 세종이 강직성 척추염을 앓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온천욕 후 통증 줄었지만 불편은 남아
세종이 자신의 병력과 치료 경과를 설명한 기록도 있다. 1439년 음력 7월 4일 실록에서 세종은 기해년인 1419년 오른쪽 다리가 아팠으나 의원의 치료를 받고 조금 나았다고 회고했다. 또 해마다 등에 부종이 생겨 몸을 움직이기 어려웠는데, 계축년인 1433년 온천욕을 한 뒤 조금 나았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한두 해 동안 부종은 남아 있었지만, 통증은 이전보다 줄었다고 설명했다. 온천욕으로 불편을 덜었으나 증상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었던 셈이다. 다만 당시 기록에 등장하는 등의 부종과 통증이 어떤 질환에서 비롯됐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허리뿐 아니라 엉덩이·무릎에도 통증
강직성 척추염은 척추의 관절과 인대 등에 염증이 생기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허리와 엉덩이 주변의 통증, 뻣뻣함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고관절이나 무릎, 발목에도 염증이 생길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척추뼈가 서로 붙어 움직임이 제한되기도 한다.
오래 앉아 있거나 쉬고 있을 때 통증이 심해지고, 움직이면 완화되는 양상을 보일 수 있다. 증상이 나아졌다가 다시 심해지기도 해 통증이 잠시 줄었다고 관리를 중단하기는 어렵다.
오늘날 이런 증상으로 진료실을 찾는다면 통증이 시작된 시기와 부위, 움직임에 따른 변화를 먼저 살핀다. 필요에 따라 혈액검사로 염증 수치를 확인하고 엑스레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로 척추와 골반 관절의 상태를 평가한다. 한 가지 검사만으로 진단하기보다 증상과 진찰, 검사 결과를 종합해 판단한다.
강직성 척추염으로 진단되면 염증을 조절하는 약물치료와 운동·재활치료가 기본이 된다. 통증을 줄이는 동시에 척추와 관절의 움직임을 유지하는 것이 치료의 중요한 목표다.
한의치료 후 호전 사례 보고… 효과 해석에는 한계
한의통합치료 후 증상이 호전된 사례도 보고돼 있다. 자생한방병원 연구진이 2019년 대한한방내과학회지에 발표한 증례보고에서는 강직성 척추염 환자 1명이 44일간 치료를 받은 뒤 통증 등 증상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척추신경추나의학회지에도 강직성 척추염으로 천장관절염과 고관절 윤활막염이 발생한 환자 1명에게 동작침법과 한방 보존적 치료를 시행한 사례가 실렸다. 다만 두 연구 모두 개별 환자의 치료 경과를 살핀 증례보고다. 이를 전체 환자에게 적용하거나 한의치료의 효과를 확정하는 근거로 삼기에는 한계가 있다.
허리 통증과 뻣뻣함이 반복된다면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강직성 척추염 환자는 통증 때문에 활동을 줄이기 쉽지만, 움직이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면 불편이 더 커질 수 있다. 의료진과 상의해 운동의 종류와 강도를 정하고 꾸준히 이어갈 필요가 있다.
홍순성 자생한방병원장은 “강직성 척추염은 증상이 호전됐다가도 다시 나타날 수 있어 단기간의 치료에 그치기보다 자신의 상태에 맞는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며 “통증이 심할 때는 무리한 활동을 피하고, 증상이 완화된 이후에도 적절한 운동과 치료를 병행해 척추와 관절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일상생활의 불편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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