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고등학생들의 교육환경 개선 요구로 시작된 시위가 전국적인 사회적 항의로 번졌다. 지난 17일에는 경찰 추산 55만 명, 주최 측 추산 80만 명이 거리로 나왔다. 생활비와 임금, 연금 문제를 제기하는 노동조합과 시민들도 합류했다. 서로 다른 요구를 가진 사람들이 한목소리로 정부의 대응을 촉구한 것이다.
거리에서는 연대가 나타났지만, 프랑스 사회에서 세대별 인식 차이는 오히려 커지고 있었다. 시위가 일어나기 약 1년 전 실시한 조사에서는 청년층의 사회적 분노가 높아지는 동안 고령층의 분노는 낮아졌다. 이전 세대의 생활 조건과 경제적 부담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랐다.

학생들의 요구에 ‘노란 조끼’도 합류
이번 시위는 9월 중순 교사와 학교 직원 부족에 항의하는 고등학생들의 집단 행동에서 시작됐다. 파리 인근 크레테유의 고등학교 등에서 학생들이 학교 봉쇄에 나섰고, 과밀학급과 노후한 시설, 교육 불평등, 대학입학 배정 시스템 ‘파르쿠르쉬프(Parcoursup)’를 향한 불만도 이어졌다.
학생들의 움직임은 다른 사회운동과 연결됐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가 지난 16일 보도한 현장 취재에서 파리 교외 세브랑의 고등학생 일리아스는 정부가 요구에 응답하지 않으면 ‘노란 조끼; 운동 참가자들과 함께 시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고등학생 노조인 유니옹 신디칼 리세엔(Union syndicale lycéenne)의 리디아 하마덴 사무총장도 학생들이 미래의 노동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노란 조끼’는 2018년 유류세 인상에 대한 반발에서 시작해 생활비와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항의로 확대된 사회운동이다. 이번 시위를 앞두고 온라인에서는 학생들과 노란 조끼 운동을 연결하는 '젊은 조끼(Gilets jeunes)'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10월 17일 프랑스 전역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파리를 비롯한 일부 도시에서는 방화와 약탈, 경찰과의 충돌이 발생했다. 학생들의 교육환경 개선 요구는 임금과 연금, 공공서비스 문제까지 아우르는 사회적 항의로 확대됐다.
시위 이전부터 벌어진 세대별 분노 격차
프랑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Ipsos)가 2025년 실시한 ‘프랑스의 균열(Fractures françaises)’ 조사에서 35세 미만 응답자의 50%는 자신이 ‘분노하고 매우 저항적인 프랑스’에 속한다고 답했다. 2024년 43%에서 7%p 상승한 수치다.
반면 60세 이상에서는 같은 응답이 40%에서 34%로 6%p 하락했다. 두 연령층의 격차는 2024년 3%p에서 2025년 16%p로 벌어졌다.
기성세대가 누린 생활 조건에 대한 평가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이전 세대가 더 나은 생활 조건을 누렸으므로 젊은 세대를 위한 연대에 더 기여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에 동의한 비율은 35세 미만 49%, 60세 이상 27%였다. 18~24세에서는 53%로 절반을 넘었다.
그렇다고 청년 모두가 부모 세대보다 자신의 처지를 나쁘게 평가하지는 않았다. 35세 미만의 29%는 같은 나이였던 부모보다 현재 상황이 나쁘다고 답했지만, 30%는 더 좋다고 평가했다.
이번 시위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는 아니지만, 시위 이전부터 청년층의 사회적 불만이 커지고 세대별 인식 차이도 확대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청년 빈곤율 18.6%…생활 조건의 차이
세대별 인식 차이의 배경에는 경제적 현실도 있다. 프랑스 국립통계경제연구소(INSEE)가 2026년 7월 발표한 2024년 소득통계에 따르면 18~29세의 빈곤율은 18.6%였다. 65~74세는 10.6%, 75세 이상은 9.9%였다. 프랑스 전체 빈곤율은 15.4%로 집계됐다.
빈곤율은 가구원 수를 고려한 가처분소득이 전체 중위 생활수준의 60%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이다. 일반 가구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 이 통계에서 청년층의 빈곤율은 고령층보다 높았다. 18~29세의 빈곤율은 전년 17.5%에서 1.1%p 상승했다.
생활비 부담은 연령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2025년 입소스 조사에서 가계 수입으로 생활하기 어렵다고 답한 비율은 경제활동인구의 59%, 은퇴자의 46%였다. 35세 미만 여성에서는 66%에 달했다.
그렇지만 구매력은 청년과 노년 모두의 주요 관심사였다. 국가부채와 재정적자를 걱정하는 비율은 35세 미만 15%, 60세 이상 23%였고, 연금의 미래를 우려하는 비율도 각각 9%, 16%였다. 생활비에 대한 걱정은 공유하지만 연령에 따라 더 중요하게 여기는 문제에는 차이가 있었다.
고령화 비용, 누가 얼마나 부담할까
청년층의 경제적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프랑스는 고령화에 따른 재정 부담도 안고 있다. 교육과 일자리, 공공서비스에 대한 투자 요구와 연금·사회보장 지출을 함께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서 고령화 비용을 세대 간에 공평하게 분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소득 은퇴자의 사회보장 관련 부담을 근로자와 조정하고, 은퇴자에게 적용되는 연금소득의 10% 소득세 공제 혜택을 폐지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이는 OECD의 정책 권고이지 프랑스 정부의 확정된 시행 방안은 아니다. 하지만 이전 세대가 더 나은 생활 조건을 누렸다고 보는 청년층과 노후소득의 안정성을 중시하는 은퇴세대 사이에서 재정 부담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는 중요한 과제다.
세대전쟁보다 먼저 확인된 ‘공통의 불만’
이번 시위를 세대 간 대립으로 해석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청년들의 요구에 노동조합과 학부모 단체, 기존 사회운동 참가자들이 동참했고, 시위에서는 연금 인상과 같은 은퇴세대의 이해관계도 함께 제기됐다.
프랑스 싱크탱크 몽테뉴연구소 역시 2025년 세대인식 조사에서 세대 간 이해관계의 차이가 확인되지만, 이를 전면적인 세대전쟁으로 볼 근거는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사회에 대한 분노가 반드시 다른 세대를 향한 적대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경제적 조건도 청년과 노년이라는 구분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청년층의 빈곤율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은퇴세대 내부에도 소득과 자산에 따른 격차와 빈곤 문제가 존재한다.
프랑스 시위는 세대별 인식 차이가 커지는 사회에서 서로 다른 요구가 하나의 거리로 모인 사건이다. 청년들이 느끼는 미래의 불안과 은퇴세대의 노후 걱정은 출발점이 다르지만 생활의 안정이라는 공통된 문제와 맞닿아 있다. 세대 간 균열이 실제 대립으로 이어질지, 새로운 연대의 계기가 될지는 앞으로 프랑스 사회가 풀어갈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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