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23

“기술이 행정 덜어줄수록 돌봄 사람에게 머물어”

입력 2026-10-23 07:00

레하홈케어서 통합돌봄 북콘서트·실무자 네트워킹·돌봄산업 정책세미나 연이어 열려

▲22일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2026 레하홈케어’ 연계 행사 ‘통합돌봄 북콘서트’에서 저자와 진행자들이 ‘100세 시대, 부모를 어떻게 돌볼 것인가?’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좌측부터 최학희 시니어라이프비즈니스 대표, 홍종석 강동구치매안심센터 팀장, 홍명신 에이징커뮤니케이션센터 대표, 김동선 사람중심케어실천네트워크 대표, 박동자 국민건강보험공단 통합돌봄TF팀장, 황교진 디멘시아뉴스 편집국장)(이준호 기자)
▲22일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2026 레하홈케어’ 연계 행사 ‘통합돌봄 북콘서트’에서 저자와 진행자들이 ‘100세 시대, 부모를 어떻게 돌볼 것인가?’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좌측부터 최학희 시니어라이프비즈니스 대표, 홍종석 강동구치매안심센터 팀장, 홍명신 에이징커뮤니케이션센터 대표, 김동선 사람중심케어실천네트워크 대표, 박동자 국민건강보험공단 통합돌봄TF팀장, 황교진 디멘시아뉴스 편집국장)(이준호 기자)

살던 집과 동네에서 존엄하게 나이 들어가는 ‘지역사회 계속 거주(AIP)’를 실현하기 위해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은 어디까지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가족의 돌봄 고민부터 사회서비스 현장의 기술 접목 사례,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돌봄산업 생태계 육성 방안까지 한자리에서 조망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22일 서울 코엑스에서는 홈케어·재활·복지 전시회 ‘2026 레하홈케어’의 연계 행사로 ‘통합돌봄 북콘서트’, ‘AI 시대 통합돌봄 네트워킹 세미나’, ‘돌봄산업 정책세미나’ 등 3개 행사가 연이어 개최됐다. 올해 3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이 전면 시행된 가운데, 이날 행사장에는 학계와 현장 실무자, 산업계 관계자들이 모여 기술과 사람이 공존하는 새로운 돌봄의 해법을 모색했다.

“치매 있어도 괜찮은 사회 만들어야”

첫 번째 행사는 강남대학교 실버산업연구소와 에이징커뮤니케이션센터, 강남대 시니어비즈니스학과가 공동 주최한 ‘통합돌봄 북콘서트’. ‘100세 시대, 부모를 어떻게 돌볼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이번 북콘서트는 홍명신 에이징커뮤니케이션센터 대표가 진행을 맡았으며, 돌봄 현장의 생생한 경험과 통찰을 책으로 펴낸 저자 5명이 무대에 올라 관객들과 호흡했다.

이날 자리에는 ▲’시니어트렌드 2027’의 최학희 시니어라이프비즈니스 대표 ▲’치매는 처음이지?’의 홍종석 강동구치매안심센터 팀장 ▲’사랑은 치매도 멈추게 한다’의 김동선 사람중심케어(PCC)실천네트워크 대표 ▲’나는 내집에서 죽을 수 있을까?’의 박동자 국민건강보험공단 인천서부지사 통합돌봄TF팀장 ▲’한국에 없는 마을’의 황교진 디멘시아뉴스 편집국장이 함께했다.

저자들은 부모 돌봄의 막막함을 덜어줄 실질적인 제도 안내부터 존엄한 돌봄의 철학까지 폭넓은 이야기를 풀어냈다. 특히 2010년부터 치매안심센터 현장을 지켜온 홍종석 팀장은 치매 의심 단계의 진단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 신청, 재가·시설 서비스 비용, 부모님의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성년후견제도까지 가족들이 가장 혼란스러워하는 질문들을 짚었다. 홍 팀장은 “아프면 의사를 찾고 억울한 일이 생기면 경찰을 찾듯, 치매 돌봄 역시 가족이 홀로 헤매지 않도록 종합적으로 상황을 해결해 줄 ‘사회적 처방 전문가’와 치매 친화적 지지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교진 편집국장은 네덜란드 호그벡 마을, 프랑스 빌리지 랑드 알츠하이머, 덴마크 스벤보르 브뤼후셋 마을, 그리고 도시 전체가 ‘치매 안전벨트’가 된 일본 오무타시 등 해외 치매 친화 공동체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 치매 돌봄 구조에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황 국장은 “한국의 치매 돌봄은 여전히 ‘어디에 모실 것인가’라는 병원과 유사한 폐쇄적 시설·관리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다”며 “문제는 시설이 아니라 치매인을 대하는 태도다. 치매인을 보호와 관리의 대상이 아닌 삶의 주체이자 시민으로 바라보고, ‘병원’이 아닌 ‘마을’에서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는 공동체를 상상해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김정근 강남대 시니어비즈니스학과 교수 기조강연 모습 사진설명김정근 강남대학교 시니어비즈니스학과 교수가 2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AI 시대 통합돌봄 네트워킹 세미나’에서 ‘통합돌봄 시대, AI와 로봇은 내 집·내 지역 생활을 어디까지 지원할 수 있을까?’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이준호 기자)
▲김정근 강남대 시니어비즈니스학과 교수 기조강연 모습 사진설명김정근 강남대학교 시니어비즈니스학과 교수가 2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AI 시대 통합돌봄 네트워킹 세미나’에서 ‘통합돌봄 시대, AI와 로봇은 내 집·내 지역 생활을 어디까지 지원할 수 있을까?’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이준호 기자)

‘하이테크’로 ‘하이터치’ 완성할 수 있을까?

이어 강남대 실버산업연구소가 주최·주관한 ‘AI 시대 통합돌봄 네트워킹 세미나’가 ‘AI와 함께 돌보다’를 주제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는 전영태 한국AI의료헬스케어연구원 이사장이 축사에 나서 인공지능과 의료·돌봄 현장의 결합이 가져올 변화에 힘을 실었다.

기조강연에 나선 김정근 강남대 시니어비즈니스학과 교수(실버산업연구소장)는 ‘통합돌봄 시대, AI와 로봇은 내 집·내 지역 생활을 어디까지 지원할 수 있을까?’를 주제로 주거의 진화와 전문가의 역할 변화를 제시했다. 김 교수는 “과거의 돌봄이 거주지를 떠나 대형 시설로 이동하는 수동적 방식이었다면, 미래의 돌봄은 거주자가 머무는 곳으로 의료·간호·커뮤니티 복지가 모여드는 ‘집의 인력(Gravity of Home)’을 극대화하는 방향”이라며 집이 서비스 통합 플랫폼(Home as a Platform)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짚었다.

김 교수는 미국 MIT 에이지랩의 기준을 인용해 스마트홈의 진화를 ▲1단계 전기 주택(단순 조작) ▲2단계 맞춤형 주택(기초 학습) ▲3단계 사전대응형 주택(중앙 AI 기반 선제 제어) ▲4단계 지원형 주택(정서 교감 및 초인간적 감정 분석) ▲5단계 동반자형 주택(물리적 수발 로봇과 공간의 일체화)으로 구분했다. 그는 “기술이 육체적 수발과 가사 노동을 덜어줄수록 돌봄 전문가의 에너지는 ‘손’에서 ‘가슴과 머리’로 이동한다”며 “AI 시대의 전문가는 데이터 해석자이자 알고리즘 시대의 인권 옹호자, 전인적 케어 생태계의 지휘자가 되어야 한다. 기술을 통해 인간이 역설적으로 가장 인간다운 돌봄(Human Touch)에 집중하는 ‘하이테크(High-Tech)에서 하이터치(High-Touch)로’의 전환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진행된 현장 사례 발표에서는 첨단 기술을 도입해 돌봄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실무 현장의 생생한 경험이 공유됐다.

첫 발표자로 나선 김응철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장 직무대행(부센터장)은 ‘AI로 더 잘 돌보다: 지속가능한 지능형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전달체계 구축’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부센터장은 현재 추진 중인 3대 핵심 AX(인공지능 전환)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노쇠 위험군을 데이터로 조기 선별해 예방하는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주 1회 방문 돌봄의 공백을 가구당 19종의 센서와 음성인식(STT) 자동 기록으로 메우는 보건복지부 ‘AI 응용 신속 상용화(AX-Sprint) 사업’, 그리고 앱 설치 없이 전화와 문자로 공공서비스 탐색부터 신청까지 돕는 과기정통부 ‘모두의 AI’ 사업이다. 김 부센터장은 “반복적인 안부 확인과 기록·취합 같은 행정 업무는 AI가 맡아 종사자 업무 시간을 단축하고, 생활지원사와 사회복지사는 ‘전화 거는 사람’에서 ‘응답이 필요한 어르신을 찾아가 관계를 맺고 위기에 개입하는 사람’으로 본질에 집중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두 번째 사례 발표에서는 조준배 강남종합사회복지관 관장이 ‘SMART 통합돌봄 지원센터’의 운영 모델을 소개하고, 협력기관인 해결중심실천연구소의 차준 연구원이 AI 활용 마음돌봄 프로그램 사례를 발표했다. 강남종합사회복지관은 신체건강, 인지·정신건강, 사회적 건강, 주거환경, 자기결정권(웰엔딩·사전연명의료의향서·신탁 등) 등 5대 영역을 입체적으로 진단한다. 동작 분석기와 1분 말하기 기반 AI 인지저하 선별기 등 디지털 지표에 사회복지사의 전문적 판단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종합사정’을 통해 맞춤형 노후설계(ISP)를 제공하고, 고령친화주택 개조와 비접촉 레이더 센서를 통한 24시간 안전 모니터링을 연계하고 있다.

특히 함께 소개된 ‘마음그림갤러리’ 프로그램은 AI가 현장의 정서 돌봄을 어떻게 돕는지 잘 보여줬다. 어르신들이 계절 도안을 채색하며 두서없이 사투리로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면, AI(CanvasAI)가 최대 60분 분량의 음성을 분석해 어르신의 말투를 그대로 살린 1인칭 에세이로 정리하고 온라인 갤러리와 자서전으로 엮어낸다. 자존감 척도 채점과 월간 보고서 생성까지 AI가 도맡으면서 실천가는 어르신의 이야기에 온전히 귀 기울일 수 있었고, 실제로 참여 어르신들의 우울 지수(PHQ-9)는 평균 12.3점에서 9.2점으로 낮아지고 자존감(RSES)은 23.0점에서 27.7점으로 높아졌으며, 숨겨진 우울과 자살 위기 신호를 조기에 발견해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연계하는 성과를 거뒀다.

세 번째로 나선 정연화 용인시기흥장애인복지관 사업부장은 로봇 재활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스마트재활센터’ 사례를 발표했다. 용인시 기준 복지관 개별 재활치료 평균 대기기간이 5.5년에 달하고 인력 중심 서비스로 종사자 피로도가 누적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복지관은 지하 1층 스마트짐(GYM)부터 4층 디지털 재활치료센터에 이르는 공간 혁신을 단행했다. 특히 최중증 대상의 기립·초기 보행을 돕는 1단계(R-BoT plus), 중증 대상의 반복 보행훈련을 지원하는 2단계(WALKBOT G), 경증 및 아동이 실제 지면에서 능동 보행을 훈련하는 3단계(EA2 Pro, Bambini Teens) 등 ‘3단계(3-Step) 맞춤형 로봇 보행재활 체계’를 구축했다. 정 부장은 “로봇이 재활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재활 전문가가 평가와 목표 설정, 임상적 판단과 중재를 주도하고 로봇이 반복 훈련과 데이터화를 지원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네 번째 발표자인 강수미 수정중앙노인종합복지관 과장은 ‘돌봄 이전 단계의 디지털 건강관리’ 모델을 소개했다. 강 과장은 최근 성남시 시니어 e스포츠 대회에서 복지관 소속 평균 연령 79세 어르신들이 별도 연습 없이도 남녀 단체전 동반 우승을 차지한 비결로 ‘일상화된 디지털 환경’을 꼽았다. 수정중앙노인종합복지관은 ‘치매 예방’이라는 거부감 드는 단어 대신, 어르신들이 기존에 TV만 보며 쉬던 3층 휴게공간을 해피테이블, 보미, AI 바둑로봇 등이 놓인 ‘디지털라운지’로 탈바꿈시키고 노인일자리 어르신(IT봉사단)이 직접 공간을 운영하도록 했다. 92세 어르신이 로봇과 바둑을 두며 성취감을 느끼는 등 자연스럽게 디지털과 친해진 어르신들은 물리치료사와 간호사가 상주하는 ‘스마트 헬스케어존’의 다이렉트 건강체크로 유입됐다. 그 결과 1년 만에 라운지 자율 이용은 약 3배, 건강체크 참여자는 약 4배 급증했으며, 노인복지관이 돌봄 단계로 넘어가기 전 어르신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는 예방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다섯 번째로 김세훈 KB골든라이프케어 파트장이 나서 요양 시설의 스마트 기술 도입 사례를 발표했다. 김 파트장은 요양보호사의 고령화와 근골격계 통증, 기록 업무 가중 등 현장의 어려움을 짚고, 입소자 안전과 종사자 업무 경감을 위해 도입한 기술들을 소개했다. 대표적으로 낙상 위험 어르신을 위한 패드와 화장실 재생 센서, 그리고 CCTV 영상 기반의 AI 이상 행동 감지 솔루션을 서초 빌리지 등에 도입해 운영 중이다. 김 파트장은 “기술 도입의 원칙은 이용자 안전, 종사자 업무 경감, 자립 생활 지원이며, 입소자의 리스크 모니터링을 거쳐 점진적으로 종사자 업무 경감 기술로 확산할 계획”이라며, “기술이 감지와 기록 같은 반복 업무를 대체할 때 종사자는 직접 케어와 어르신과의 정서적 교감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준배 강남종합사회복지관 관장이 2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AI 시대 통합돌봄 네트워킹 세미나’에서 인공지능 기술과 사회복지사의 전문적 판단을 결합한 ‘SMART 통합돌봄 지원센터’ 운영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이준호 기자)
▲조준배 강남종합사회복지관 관장이 2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AI 시대 통합돌봄 네트워킹 세미나’에서 인공지능 기술과 사회복지사의 전문적 판단을 결합한 ‘SMART 통합돌봄 지원센터’ 운영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이준호 기자)

“돌봄산업, 실험실 넘어 시장과 현장 겪어야”

오후 3시부터는 재단법인 돌봄과미래(이사장 김용익)와 한국AI의료헬스케어연구원(이사장 전영태)이 공동 주최한 ‘AI시대 돌봄산업 활성화 방안’ 정책세미나가 이어졌다.

기조발제를 맡은 박영란 강남대 시니어비즈니스학과 교수는 ‘통합돌봄 정책과 AI 돌봄산업 발전 과제’를 통해 돌봄을 단순한 복지 지출이 아닌 ‘돌봄경제’와 ‘산업정책’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화두를 던졌다. 박 교수는 장기요양 총급여비가 2021년 11조 1200억 원에서 2025년 17조 6900억 원으로 59.1% 급증한 통계를 제시하며, 한국 돌봄산업이 ▲수요 폭발 ▲간병비 등 가계 비용 부담 ▲시설·인력 공급 부족 ▲요양 인력 고령화라는 ‘4중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지난 4월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의결된 범부처 ‘AI 돌봄기술 전주기 지원 전략’과 정부의 에이지테크 육성 기조를 짚으며, “돌봄은 노동과 사랑의 융합이다. 가족 의존에서 사회적 책임 분담으로 전환하고, 인력 처우 개선과 기기·데이터 표준화, 수가·급여체계 정비를 통해 기술 개발이 현장 실증과 초기 시장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송병섭 대구대 의료재활학과 교수는 ‘보조기기 관점에서 본 돌봄산업’을 발표했다. 송 교수는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 식사·욕실 안전손잡이·경사로 등 일상 보조기기부터 AI 결합 돌봄 로봇까지 필수적임에도, 현재 국내 보조기기 지원체계가 건강보험(장애인 보조기기 급여), 노인장기요양보험(복지용구), 지자체 교부사업 등으로 부처와 부서별로 분절돼 있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보조기기는 단순히 물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자의 신체 기능과 주거 환경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적용해야 한다”며 “현재 국내에 약 2300명이 양성된 국가자격 전문가인 ‘보조공학사’를 통합돌봄의 사전조사·판정·개인별 지원계획 수립 단계에 적극 활용하고, 분절된 사업을 전문적으로 연결·조정하는 허브로서 ‘광역 보조기기 종합지원센터’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 번째 발제자인 김우선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디지털에이징사업팀장은 ‘에이지테크·돌봄 관점에서 본 고령친화산업’을 주제로 산업 육성 20년의 명암과 시장 확산 전략을 짚었다. 김 팀장은 그동안 고령친화우수제품 지정(누적 1695건)과 사용성 평가(623건) 등 기반을 다졌으나, 예산의 단절과 시장 구조의 한계로 인해 ‘실증 성공’이 ‘실제 구매와 지속 사용’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성인돌봄 기관 조사에서도 초기 설치비(73%), 지속적인 라이선스·구독료 부담(70%), 직원 교육비와 이직률(52%) 등이 기술 정착의 걸림돌로 나타난 바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김 팀장은 기업이 만든 제품에 현장을 끼워 맞추는 기존 실증에서 벗어나, 기획 단계부터 수요기관이 참여하는 ‘현장 문제해결형 공동실증 트랙’을 도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일본의 ‘니즈·시즈(현장 수요-기업 기술) 매칭 지원사업’과 캐나다의 기업·도입기관·평가거점 공동실증 모델인 ‘인비저지(envisAGE)’를 사례로 든 그는 “실증 착수 단계부터 현장의 업무시간·안전 변화 지표는 물론, 누가 어떤 재원으로 구매할 것인지, 설치·교육·유지보수(A/S)와 구독료 등 지속 비용을 누가 감당할 것인지, 그리고 실증 데이터의 권리와 환류 조건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사전에 합의해야 기술이 현장에 남고 시장이 열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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