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에 걸인 아가씨가 있다니

기사입력 2016-09-22 13:46 기사수정 2016-09-27 08:43

▲구걸 아가씨의 전단지 아름답게 포장을 했다.  (조왕래 동년기자)
▲구걸 아가씨의 전단지 아름답게 포장을 했다. (조왕래 동년기자)
경의선 전철 안 입니다. 작은 키에 통통한 30대 초반의 젊은 여인이 구걸 전단지를 돌립니다.  한 눈에 봐도 병색이 있습니다. 우선 예감에 아이가 큰 병이 들어 병원비를 구걸하나보다 했습니다. 젊은 여자가 구걸을 한다는 것은 본인 스스로도 쉽게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자칫 위험에 빠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나도 이렇게 구걸하는 젊은 여자는 처음 봅니다.

 

내 무릎에도 전단지를 놓습니다. 대부분 승객들은 전단지를 무슨 전염병 병균인양 기피 합니다. 그래도 사람이 그건 아니지 무슨 사연인지 들어는 봐야지 하는 심정으로 찬찬히 읽어봤습니다. 어려서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할머니 손에서 자랐는데 불행하게도 머리를 다쳐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이 되었다고 합니다. 취업을  해보려고 백방으로 뛰어다녀도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아무도 써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여기저기 도움을 청해 봐도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고 사랑으로 저에게 동정을 해 달라는 글입니다. 

 

글 내용으로 보아 결혼도 안한 아가씨입니다. 전단지를 돌리고 나서는 연신 고개를 크게 숙여 절을 하는데 참 마음이 아픕니다. 예전에도 어른들이 늙거나 병신인 거지가 오면 불쌍하다고 밥을 주지만  젊은 거지가 오면 사지가 멀쩡한 놈이 일은 하지 않고 얻어먹으러 다닌다고 배척했습니다. 지금은 사지가 멀쩡해도 취업을 못하면 굶어야 하는 시대입니다. 정상인도 취업이 어려운 판에 장애인이 취업을 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라는 걸  누구나 공감합니다.

 

누가 걸인 아가씨에 동전이라도 던져주나 하고 눈여겨보니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세상이 이렇게 각박해서야 쓰나 하는 심정에서 5천원 지폐를 줬습니다. 걸인 아가씨 입장에서는 생각지도 않은 큰돈을 받는 눈치입니다. 순간 짧게 기쁜 표정을 짓습니다.

 

어느 분이 가난한 집 아이를 데리고 슈퍼마켓으로 가서 바구니를 쥐어주며 돈은 걱정 말고 갖고 싶은 것을 다 담아 오라고 했답니다. 한참을 마켓을 돌면서 이것 들었다 놓고 저것 들었다 놓더니 겨우 500원짜리 과자 두 봉지를 담아오더랍니다. 아이가 자기가 갖고 싶은 속마음보다 그 돈을 지불해줄 사람의 주머니 걱정을 하는 것이라고 여겨 눈물이 핑 돌았다고 합니다. 다시 아이들을 내 몰며 돈은 걱정 말고 맘껏 담아오라고 했답니다. 그리고 속으로 한마디 합니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단 하루 만이라도 행복을 맞보고 죽어야지’ 사람이라면 단 하루만이라도 걱정근심 없이 행복하기만 한 날이 있어야지요. 너무 큰 걸 바라는 것은 아니잖아요.

 

사람들은 가짜 걸인도 많다고 합니다. 걸인 아가씨가 용돈이 궁해서 쇼를 한 것이라면 정말 다행입니다.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가 너무 어려운 현실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강화도의 장애인들이 키우는 콩나물 공장과 전기제품 나사 조이는 공장을 견학 한 적이 있습니다. 불과 몇 십 만원의 봉급을 주는데도 취업 희망자가 줄을 선다고 합니다. 콩나물만 키우지 말고 두부공장도 함께하면 어떠냐고 물었더니 그것은 제조 공정이 어려워 장애인은 할 수 없다고 합니다. 볼트 조이는 곳도 두세 곳은 가능하지만 그 이상 되면 어려워합니다. 지적장애가 그렇게 무섭습니다.

 

세상에 거지 없는 나라가 없고 가난은 나라임금도 어쩌지 못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옛날이야기고 사회복지국가를 표방하는 현대사회에서 가난하지만 사람답게 살게는 해 줘야 복지국가입니다. 걸인에게도 아주 가끔은 소시민도 따뜻한 손을 내밀어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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