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문화 이대로는 안 된다

기사입력 2018-05-04 09:13 기사수정 2018-05-04 09:13

문재인 정부 들어서 갑질에 대한 문책 사건이 많다. 피자 회사, 간장 회사에 이어 이번에는 항공 회사 가족들이 연루되어 시끄럽다. 옛날 같으면 형사처벌까지 가지도 않던 일들이지만, 이제는 부당한 갑질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가지 않는 세상이다.

필자가 중소기업에 재직하던 시절에도 사장이 좀 무서운 사람이었다. 결재 받다가 결재판과 재떨이가 날아다니는 건 흔한 일이었다. 사장실에 결재를 받으러 가면 입구에서 비서가 “지금 사장님이 저기압이니 나중에 다시 오시죠”라고 귀띔을 해주기도 했다. 누가 결재를 받으러 들어갔는데 호통소리가 나고 뭔가 집어 던지는 소리가 들렸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사장이 스트레스를 호통 치는 것으로 풀어 오래 살 것이라며 위안 삼았다.

윗사람이 이렇게 갑질을 하는 이유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제 성질을 부리는 것이다. 당하는 사람은 당장이라도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그러나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한쪽으로는 자기만 바라보며 사는 토끼 같은 가족들이 생각나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직장을 구하기가 어렵던 시절이라 인격적인 모욕과 인격적인 살인까지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품속에는 늘 사직서를 넣고 다녔다.

아무리 화가 나도 아랫사람에게 얼굴에 물을 뿌리는 행위는 없었던 일이었다. 언제부터 이런 행위를 스스럼없이 하게 된 걸까. 아마도 막장 드라마 탓인 것 같다. 부잣집 남자를 사이에 놓고 여자들끼리 주로 하는 행위로 그려지는 장면인데, 예쁘게 화장하고 나온 상대의 얼굴에 물을 뿌려 심한 모욕감을 주는 걸 자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속담이 있다. 사람도 많이 배울수록, 가진 게 많을수록 겸손해야 한다.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 서봐야 한다. 심한 인격 모독은 암까지 걸리게 할 만큼 스트레스와 공포감을 준다

여성들이 주로 당하는 ‘성추행’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남성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일어나는 것이다. 명백한 갑질이다. 법적으로 공소시효가 지났느니, 도주의 우려가 없다느니 하며 불구속 처리를 하는 것을 보면 갑질문화가 쉽게 개선될 것 같지 않다.

험난한 세상을 살아내려면 강해야 한다며 막말과 거친 행동을 일삼으며 살아가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러나 세상사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당장 앞에서는 효과가 있어 보여도, 뒤로는 문제가 생겨 탈이 나기도 한다. 돈을 벌다 보면 오해와 갈등 속에서 다툼도 있겠지만, 벌 만큼 벌었다면 가진 자로서 품격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

작년에 필자가 회고록을 써준 중소기업 사장은 직원들에게 절대 호통을 치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직원들이 잘못을 해도 오히려 위로하고 더 다정하게 대했다고 한다. 사회활동으로 관계를 맺은 사람들도 점잖은 분이라며 칭송하고 존경했다. 그 이유를 ‘선비 정신’으로 꼽는 사람이 많았다. 남을 존중하고 제 본분을 지키는 것, 그것이 선비 정신이다. 갑질이 횡횅하는 오늘날 가진 자들이 반성하며 새겨봐야 할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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