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90%는 기회만 된다면 이직하고 싶어 한다. 평생직장의 개념도 사라진 지 오래다. 어느 분야에서 베테랑이 된다는 건 ‘시간’을 들인다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제는 투입 시간 대비 산출 결과의 효율을 생각하는 시대, 다양성이 더 중요한 시대다. 4차 산업혁명이 사람을 대체할 거라는 이 시대에 베테랑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까?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에는 누군가의 노하우를 배우려면 베테랑이 있는 현장으로 가야 했다. 그런데 요즘은 유튜브, SNS 등에 ‘꿀팁’(매우 유용한 정보나 조언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 수없이 올라오는 통에 굳이 베테랑을 찾아가지 않아도 배울 방법이 많다. 그런 데다 시대 변화는 어찌나 빠른지 4차 산업혁명으로 2030년이면 지구상에 현존하는 직업의 절반이 사라진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어쩐지 베테랑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 같다.
하지만 사라지는 영역의 베테랑은 디지털 시대에 다른 형태로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새로 등장하는 분야에서는 새로운 베테랑이 시간을 쌓아가고 있다.
시간이 빚는 베테랑
베테랑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하여 기술이 뛰어나거나 노련한 사람’이다. 의미상 숙련자, 전문가와 비슷하지만 ‘오랜 시간’을 들인다는 뜻이 조금 더 강하게 녹아 있다. 그렇기에 베테랑이라면 누구나 그만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오랜 시간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터득한 방법이나 요령은 어디에도 없는 그만의 기술이다.
한 분야에서 30년 넘게 일한 베테랑을 만나보니 공통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아휴, 그때는 누가 옆에 앉혀놓고 가르쳐주지 않았어요. 매일 청소하면서 어깨너머로 눈동냥하며 공부했죠.(웃음) 그렇게 종일 눈으로 배우고 일과 끝나면 무작정 따라 해보는 거예요.” 베테랑의 노하우를 얻으려면 눈치가 좋아야 했다. 알려주지 않아도 혼자 열심히 연구하고 있으면 어느새 베테랑이 다가와 자신의 노하우를 하나씩 알려줬다. 그렇게 스승과 제자가 되는 것이다. 특히 기술이 필요한 곳에서는 이렇게 도제식(徒弟式) 교육이 이뤄졌다.
그렇기에 베테랑의 노하우에는 시간뿐만 아니라 그의 감(感)이 녹아 있다. 요리책에 나온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 해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이유는 개인의 손맛 때문이다. 같은 기술을 배워도 기술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도제식 교육 하면 ‘무형문화재’ 같은 ‘장인’(匠人)이나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기술자가 먼저 떠오르지만, 사실 많은 영역에서 도제식 전수가 이뤄진다.
영화 제작, 검사나 경찰의 수사, 기자나 PD의 취재, 조향사의 조향 과정 등에도 사수(師授)의 노하우가 입으로 전해진다. 사수는 ‘스승에게서 학문이나 기술의 가르침을 받음’이라는 뜻이다. 일터에서는 스승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수와 부사수’ 관계로 일을 가르치고 배운다. 요즘 버전으로 말하자면 ‘멘토링’(Mentoring)이다. 멘토링은 경험과 지식이 많은 사람(멘토, Mentor)이 지도와 조언을 통해 멘티(Mentee, 멘토링을 받는 사람)의 실력과 잠재력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바뀌고 있다. 한 분야의 베테랑은 오랜 시간을 들여야 빚어지는데, 일자리가 아예 사라진다면 더는 존재할 수 없게 된다. 예를 들어 제빙기 개발은 얼음 장수를 사라지게 했다. 냉장고나 제빙기가 없던 시절에는 한강이 얼면 강의 얼음을 깨 파는 얼음 장수가 있었다. 하지만 냉장고와 제빙기를 만드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가정에서 얼음을 얼려 먹을 수 있게 되었고, 얼음 장수는 사라졌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온다고 한다. 또 한 번 사회가 크게 발전하는 시기다. 2016년 다보스포럼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에서는 “2020년까지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약 710만 개 사라지고, 200만 개의 일자리가 새롭게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자리가 사라지는 분야의 베테랑은 더는 ‘시간’을 누적할 수 없어 도태될 것이고, 새롭게 생긴 일자리에서는 시간이 흐르면 또 다른 베테랑이 생겨날 것이다.
옥스퍼드대학의 칼 베네딕트 프레이와 마이클 오즈번 교수는 논문 ‘고용의 미래’에서 △정교한 손가락 움직임 △손재주 △좁은 작업 공간과 불편한 자세 △독창성 △순수예술 △사회적 지각 △협상 △설득 △타인의 배려 및 보살핌이 필요한 영역은 기계나 인공지능이 대체하기 어렵다고 봤다. 아무리 기술이 개발되더라도 결국은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뜻이다.
베테랑의 감(感) 입는 디지털
단순·반복적이거나 숙련도가 떨어지는 일이 대체로 자동화되고 있는데, 이 자동화에도 베테랑이 필요하다. 바로 그들의 ‘감’이 자동화를 더 정교하게 만들기 때문. 포스코는 베테랑 근로자의 경험과 감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베테랑의 머릿속에 있는 주관적 데이터를 객관적 데이터로 바꾸어 ‘스마트 고로’를 만들고 AI가 학습하는 시스템을 갖추었다. 그 결과 품질 불량률이 63% 감소했다. 사람이 아닌 AI가 베테랑의 노하우를 배우는 셈이다.
현대건설도 현장 베테랑의 지식과 노하우를 디지털화하고 있다. 특히 안전·품질 분야를 스마트화해 시스템으로 구축하는 데 공들이고 있다. 처음에는 자신의 노하우를 빅데이터화하면 신입 직원에게 밀려날까 불안해하던 중장년 베테랑도 이제는 스마트 기술에 적응하며 새로운 변화를 따라가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베테랑이 오히려 단순노동에서 벗어나 더 가치 있고 창의적인 일을 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를 겪은 일본 역시 숙련 기술의 디지털화를 시도하고 있다. 과거 일본의 ‘모노즈쿠리’(ものづくり)는 생산 현장을 강조하는 의미였지만, 지금은 제조 설계부터 고객 만족까지 통합된 하나의 흐름을 가리킨다. 설계, 생산, 서비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을 포괄하는 넓은 개념이 되었다. 최근에는 모노즈쿠리 혁신을 외치며 베테랑의 노하우와 디지털을 결합하는 방식을 찾아가고 있다.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은 보고서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데이터 활용이 새로운 부가가치의 원천인데, 모노즈쿠리 과정에서도 수많은 데이터가 발생한다”면서 “일본 제조 기업은 이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생산 효율화를 목적으로 내세운 ‘스마트 팩토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는 내부에서만 공유하던 데이터를 산업의 경계를 넘어 기업이 상호 거래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면서 “단순한 생산 효율화가 아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구축 등 오픈 이노베이션 추진이 목표”라고 분석했다. 베테랑의 노하우를 공유함으로써 더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노하우를 이어가는 베테랑도 있다. 과거 도제식 교육과는 조금 다를지 모르지만, 여전히 우리는 베테랑이 필요하다. 노하우를 축적한 베테랑과 그들을 찾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이 생겨난 이유다.
‘탤런트뱅크’는 전문 인력 상시 고용이 어려운 중소·중견기업에 고도의 비즈니스 문제가 닥쳤을 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가를 프로젝트별로 연결한다. 현장에서 은퇴한 베테랑이 전문가로 투입되는 것. 재의뢰율이 60%를 넘어설 만큼 기업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클래스101’은 중장년 베테랑의 노하우를 교육과 강의 형식으로 전한다. 음악·미술·운동 등 취미 관련 강의부터 부업·재테크 노하우, 업무 능력 향상 등 일 잘하는 방법, 인문·사회·예술을 비롯한 교양 강의까지 다양한 분야를 다룬다.
숨은 고수라는 뜻의 ‘숨고’에서는 900여 분야의 매칭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려견 산책’, ‘주례’, ‘게임 레슨’ 등 소소한 영역까지 포함된다. 베테랑 전업주부의 노하우를 살려 ‘정리수납 고수’로 활동하거나, 기업에서 인사관리와 교육 일을 했던 경력을 바탕으로 ‘취업 컨설팅 고수’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시대의 흐름은 다양한 직종, 여러 분야의 베테랑을 사라지게도 하지만, 그들의 노하우는 무형의 가치로 남아 디지털과 융합해 또 다른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
미국은퇴자협회(AARP)에 따르면 코로나 대유행 이후 직장에서의 웰빙을 추구하는 미국 중장년 근로자가 늘어났다.
50세 이상 미국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펜데믹 이전에는 업무를 우선시했지만(약 20%), 이후로는 자신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 즉 웰빙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다(약 40%).
이들은 직장에서 자신의 웰빙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돈(30%), 휴가(26%), 유연근무(17%)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0~64세 근로자의 경우(29%) 65세 이상 근로자(13%)보다 휴가를 더 선호하는 모습이다. 한편 65세 이상 근로자들은 50~64세 근로자보다 간병 지원을 필요로 한다는 반응이 6배가량 더 높았다.
고령 근로자들은 대체로 고용주가 전반적인 복지 문제 해결을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부적으로는 직원에게 합리적으로 급여를 지급하고(66%), 복리후생 제공을 늘리고(55%), 유연근무를 허용(54%)한다고 응답했다.
아울러 직장 생활에서 웰빙 추구를 위해 스스로 실천하는 방법으로는 충분한 휴식과 수면(66%)이 일순위였다. 그밖에 건강한 식단 섭취(60%)와 규칙적인 운동(60%) 등을 통해 건강을 증진하며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춰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과 함께하는 브라보(BRAVO)! 2022 헬스콘서트’(이하 ‘헬스콘서트’)가 지난 1일 오후 서울 포스코타워 역삼 이벤트홀에서 열렸다. 시니어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발행하는 이투데이피엔씨와 신한은행이 함께 진행한 행사인 ‘헬스콘서트’는 건강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중장년 세대에게 올바른 건강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행사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후원했다.
7회를 맞은 이번 ‘헬스콘서트’는 ‘스마트 에이징, 몸과 마음의 나이 듦을 늦추는 비밀’을 주제로 진행됐다. 명사와 명의의 알찬 강연과 성악 공연에 약 200명의 관객은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이번 ‘헬스콘서트’는 관객 모집이 조기 마감되고 대기자가 넘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은 바 있다.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김덕헌 이투데이 미디어그룹 대표는 “지난 6월에도 헬스콘서트를 개최했는데, 저 역시 공감할 수 있는 세대라서 더욱 경청했고 많은 도움을 얻었다”라면서 “앞으로도 독자들을 위한 여러 가지 유익한 행사들을 준비해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의식 신한은행 퇴직연금사업부장은 “100세 시대가 된 만큼 고객님들이 100세까지 건강하게 사시는데 이번 행사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여기 계신 분들은 대부분 은퇴 세대로 많은 고민을 안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한은행이 은퇴 준비를 도울 수 있도록 앞으로도 많이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행사의 진행은 변선정 아나운서가 맡았으며, 1부에서는 ‘50+세대의 노화 극복하고 활력 찾기’를 주제로 강연이 펼쳐졌다. 첫 번째 강연을 맡은 이관석 신한은행 은퇴솔루션 컨설턴트는 ‘100세 시대 5대 장수리스크를 이겨라’를 주제로 중장년 관객에게 조언을 전했다. 이관석 컨설턴트는 고령화사회의 리스크 중 ‘무전장수’를 언급하며, 노후 준비가 중요하다고 설파했다. 또한 위험을 줄이고 수익을 극대화하는 투자 방법도 공개했다.
이어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50+ 세대를 위한 노화를 늦추는 방법’으로 강연을 펼쳤다. 정희원 교수는 가속노화를 막기 위해서는 운동‧숙면‧식습관 등의 생활습관 교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노화를 가속시키는 인자들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노후의 삶이 달라진다”며 “자신의 건강상태에 맞는 영양의 섭취, 운동법에 대해 알아야 노화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휴정 인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50+세대의 갱년기와 우울증 극복 방법‘에 대해 전문의로서 얘기했고 많은 관객들의 관심과 공감을 이끌었다. 세 명의 강연자들은 각 강연을 마친 뒤 질의응답 시간을 가져 관객들의 궁금증 해소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2부는 ‘코로나 극복! 활력 콘서트’로 팝페라 성악그룹 레이디스타즈(김경희(리더), 강수연, 김정현, 문부희, 이은진, 정지민)가 무대에 올라 공연을 펼쳤다. 레이디스타즈는 5명의 소프라노와 1명의 메조소프라노로 구성된 국내 최초 팝페라 걸그룹이다.
레이디스타즈는 뮤지컬 ‘마이페어레이디’의 ‘I could have dancend’, 오페라 ‘카르멘’의 ‘하바네라(Habanera)’, 뮤지컬 ‘맘마미아’의 ‘댄싱퀸’ 등을 부르며 천상의 하모니를 자랑했다. 관객들의 성원에 힘입어 앙코르 곡으로 ‘아름다운 나라’를 불러 감동을 더했다.
고령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기술을 일컬어 실버테크(Silver Tech)라 한다. 과거엔 기술이 좋아도 사용자의 접근성이 떨어져 무용지물이 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디지털 친화력이 강한 시니어가 늘면서 실버테크도 더욱 각광받는 추세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이 화두인 만큼, 치매를 비롯한 질병의 진단 및 치료·예방에 쓰이는 다양한 기술을 살펴봤다.
Step 01. 진단테크
◇ 치매 진단 간단하게, 알츠가드
디지털 치료제 전문기업 ‘하이’의 ‘알츠가드’(Alzguard)는 스마트 기기를 통해 초기 치매 환자를 선별하는 경도인지장애 자가진단 프로그램이다. 디지털 도구로 소비자의 생리학적 데이터를 측정하는 ‘디지털 바이오마커’ 기술이 핵심이다.
기존의 바이오마커가 특정 혈액이나 소변, DNA를 측정하듯, 디지털 바이오마커는 IT 기기로 대상자의 디지털 정보를 수집해 질환을 선별한다. 먼저 사용자가 스마트폰 앱을 받은 뒤 7가지 영역의 인지 능력 검사를 진행하면, 목소리(보이스마커), 동공 움직임(아이트래커), 심박수 변화(HRV) 등을 분석해 진단을 내린다. 알츠가드의 경우 초기 치매 환자를 88% 정확도로 선별하는데, 사례가 축적될수록 인공지능을 통한 예측도는 더욱 높아진다. 현재 순도 높은 데이터를 위해 치매안심센터나 기업을 중심으로 보급 중이며, 차후 일반 소비자를 위한 공유 체계도 마련할 계획이다.
◇ 치매 분석과 건강관리, 알츠윈
알츠하이머를 이겨내겠다는 뜻을 담은 ‘알츠윈’(Alzheimer+Win)은 디지털 헬스 케어 기업 세븐포인트원의 인공지능 비대면 치매 진단 솔루션이다.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10여 년간 3차례, 총 2000여 명에 대한 임상 연구를 진행해 그 실효성을 인정받았다. 2021년 7월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알츠윈 기반 기술의 정확도는 일반 의료진에 의한 ‘MMSE’(간이 정신 상태 검사)와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알츠윈은 인공지능 기술 기반으로 치매 초기에 저하되는 언어유창성 능력 등을 평가해 치매 위험 진단 시 지역치매안심센터나 의료기관과 연결해 선별검사와 치료를 신속하게 돕는다. 아울러 네이버와 합작해 ‘알츠윈 인지케어콜’을 개발, 인공지능을 활용한 인지 건강관리까지 폭넓게 제공하고 있다.
Step 02. 치료테크
◇ 톡으로 인지 기능 개선, 새미톡
경도인지장애로 손상된 인지 기능의 재활과 개선을 위한 디지털 치료제다. 중장년에게 친숙한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인지 훈련과 더불어 인지 기능 저하 여부도 진단받을 수 있다. 별도의 앱 설치 없이 카카오톡 채널에서 ‘새미톡’을 검색 후 ‘채널 추가’ 버튼만 누르면 된다. 특별한 장치 없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스마트폰을 활용함으로써 디지털 표적치료제의 장점을 극대화한 모델이다. 해당 서비스는 유료로 30일 9900원, 1년 5만 9000원에 이용 가능하다. 기업용 B2B 상품도 있다.
◇ 인지 훈련 로봇, 보미
현재 치매를 근본적으로 낫게 하는 약물은 없는 상태로, 비약물적 치료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로봇인지치료센터에서는 치매 고위험 환자를 대상으로 로봇을 통한 인지중재치료를 제공한다. 센터에서 활용하는 일명 손자로봇 ‘보미’는 환자의 얼굴, 목소리, 동작을 인식하고, 로봇을 손자처럼 기르는 개념을 접목했다. 일상에서 필요한 인지 기능 향상을 돕는다.
실제 경도인지장애 단계 환자들이 보미를 활용한 5개 프로그램을 4주간 하루에 60분씩 이용했을 때 대조군보다 작업 기억력이 더욱 향상된 것이 입증됐다. 보미는 환자에게 좋아하는 음식을 기억해 밥을 주게끔 하고(미래 기억 훈련), 장 보러 가서 사야 할 물건을 기억하고 계산하며(기억력 및 계산 능력 훈련), 보미가 원하는 옷을 맞게 입혀주는(시공간 능력 훈련) 등의 행위를 통해 인지력 향상을 돕는다.
Step 03. 예방테크
◇ 손쉬운 인지 훈련, 슈퍼브레인
디지털 치료제 개발 기업 ‘로완’의 ‘슈퍼브레인’은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후원으로 각계 전문가들에 의해 개발된 인지 훈련 프로그램이다. 인지 중재 치료에 기반 하여 경도인지장애환자, 경도·중증도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병원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행위평가 신청 후 비급여 처방 및 실손보험 청구가 가능하다. 슈퍼브레인은 미국, 유럽 등에서 널리 사용되는 치매 예방 프로그램(Finger 프로그램)을 한국 어르신 눈높이에 맞게 기획했다. 재미있고 친숙한 생활 속 콘텐츠를 한눈에 확인하고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아울러 AI 치매 중재 시스템을 통해 인지능력 변화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실시간 맞춤형 가이드를 제공한다. 최성혜 인하대학교 교수팀이 임상에서 인지 학습과 혈관 위험인자 관리, 운동, 영양, 동기 등 5개 영역에서 다중 중재 효과를 입증했다. 현재 재가형(인터넷 기반)과 기관형으로 구분해 50여 개 병·의원, 치매안심센터, 복지관 등을 통해 서비스 중이다. 아울러 지난해 LG유플러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치매 예방 관리를 위한 각종 디지털 콘텐츠 및 솔루션 사업도 확장할 계획이다.
◇ VR 기술로 우울증 개선, 센텐츠
가상현실과 의료 기술을 융합한 스마트 케어 솔루션 ‘센텐츠’는 9단계로 조정된 인지 자극 콘텐츠가 35주 과정으로 구성됐다. 기존 가상현실 프로그램과의 차별점은 회상요법을 접목해 개발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VR 회상요법’이란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하여 노인의 기억 속 과거 환경을 구축해 젊은 시절을 회상하고 경험하게 하는 방법인데, 이를 통해 우울증 및 치매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2018년 MIT 연구팀은 VR 회상요법이 노인의 정신 활동을 자극해 고립감을 해소하고, 인지 능력 등을 향상시킨다고 밝혔다. 센텐츠 사용자들은 머리에 VR 기기를 착용하고 고향, 계절, 풍경 등 50여 가지 스토리를 가상 경험함으로써 과거를 회상하고 기억력을 증진할 수 있다. 현재 가정방문 요양 서비스 패키지에 포함하거나, 데이케이센터 등에 그룹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실버테크 아이템
1) 스마트 기저귀
어르신이 사용하는 기저귀에 센서를 부착해 기저귀의 오염 정도를 파악하도록 설계됐다. 센서등과 스마트폰 알림을 통해 기저귀를 언제 갈아야 하는지 알려줘 욕창이나 요로감염, 발진 등 2차 질병을 예방한다.
2) 꿈의 자전거
자전거 사이클을 이용해 가상현실을 주행하며 기억력 증진 및 근력 향상과 치매 지연에 도움을 주는 기기다. 실내에서 사용해 안전하고, 주행 방향이나 속도 등의 조정이 가능하며, 훈련 데이터를 관리해 환자의 재활 능력을 수치화할 수 있다.
3) 톡톡스틱
음성 안내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 지팡이다. 넘어지거나 낙상할 경우 지팡이가 이를 감지해 내장된 스피커와 스마트폰을 통해 SOS 전송 및 음성 도움 기능을 제공한다. 또 사전 등록한 보호자에게 위치 전송이 가능해 실종 사고 등에도 대처할 수 있다.
4) 스마트 벨트
노인의 보행 속도를 확인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다. 김광일 분당서울대 노인병내과 교수가 노인의 보행 속도 저하에 따른 근감소증의 연관성을 분석하기 위한 연구에 활용했다. 보행 속도 외 사용자의 허리둘레, 과식 및 활동 습관 등도 확인 가능하다.
전국 1인 가구가 사상 처음으로 40%를 돌파한 가운데, 서울시가 추석을 홀로 보내는 1인 가구를 위해 맞춤형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시는 올 하반기 1인 가구 추석맞이 특별 여가 프로그램을 비롯해 1인 가구의 삶과 일상생활에 재미와 새로움을 더하는 온·오프라인 180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 중 중구를 제외한 24개 자치구 1인 가구지원센터에서 각 프로그램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다.
서대문구는 명절을 혼자 보내야 하는 1인 가구를 위해 ‘따로 또 같이 한(1)가위’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성북구는 ‘랜선 명절 페스티벌’ 등 1인 가구 간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있는 소통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1인 가구에 지원이 필요한 건강, 안전, 경제자립, 주거, 심리·정서 등 5대 분야를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편성됐다.
성동구에서는 혈당 조절 식습관을 형성해주는 ‘당떨어진당’을, 서대문구에서는 저염식 요리와 신체운동 교육을 해주는 ‘1거양득’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강남구는 ‘1인 가구 부채관리 교육’, 양천구는 소규모 생활시설 수리를 지원하는 ‘두드림’, 영등포구는 심리 정서 상담인 ‘같이 해’ 프로그램 등을 실시한다.
자치구별로 청년·중장년 등 1인 가구 밀집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프로그램과 지역 자원을 활용한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미취업 청년 비중이 높은 관악구는 집단상담 프로그램 ‘다시 한번 치얼업’을 운영하고, 서대문구는 고시원과 지하방, 옥탑방 거주 1인 가구를 대상으로 ‘밀프렙 만들기’와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성동구 1인 가구지원센터는 관내 저층 주거지 생활환경을 조사하고 고독사 고위험 가구를 발굴하는 ‘고독사 제로 만든당’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서울 시민 혹은 서울에 생활권을 둔 1인 가구는 누구나 1인 가구지원센터 프로그램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자세한 접수 일정과 신청 방법 등은 ‘서울시 1인 가구 포털’이나 해당 1인 가구지원센터로 전화 문의하면 된다.
19일부로 중장년 시민의 일자리 사업을 전담하던 서울시 인생이모작과는 사라졌다. 지난달 서울시가 중장년층의 경제활동, 사회참여, 교육, 여가지원 등의 사무를 복지정책실에서 평생교육국으로 이관한다는 조례 개정이 통과되면서 기존 부서 체제가 이달 18일로 끝난 것이다. 이에 해당 과에서 담당하던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기능 축소 및 거처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이와중에 최근 SNS 상에는 도심권50플러스센터(이하 도심권센터)의 폐업 주장까지 들리며,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중장년 누리꾼들을 통해 공유되는 도심권센터 관계자의 게시글의 내용은 이러하다. “2014년 개관해 올해 9년 차인 우리 도심권센터가 2022년 11년 29일자로 운영 종료될 예정이다. 그날까지 사업 결과 보고와 정산 보고까지 마무리돼야 한다는, 현장의 스케줄을 1도(전혀) 감안하지 않은 통보다”며 “운영 중인 사업은 10월 초까지 조기 종료해야 하고 모집 중이거나 10월을 넘기는 사업은 시작도 못해보고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고, 평생교육국 이관일 뿐 기능의 축소는 없다는 서울시 해명과 다른 현재 상황이 받아들여지질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장년 일자리 분야에서 도심권센터가 갖는 상징성이 적지 않아 이 소식은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도심권센터는 2014년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인생이모작지원센터로 설립됐다. 현재 50플러스센터 중에서는 유일하게 구립이 아닌 서울시가 50플러스재단에 민간 위탁하는 형태로 운영 중이다.
해당 글을 작성한 도심권센터의 관계자는 “지난달 갑작스럽게 운영종료 통보를 받았고, 현재 정신적으로도, 업무적으로도 매우 수습하기 힘들고 혼란스럽다”며 “도심권50플러스센터는 재단 설립 이전부터 시범적으로 운영했던 곳이다. 9년 동안 일궈온 20여 개 사업들을 조기 종료해야 하는데, 일에 대해서든 사람에 대해서든 명확한 대책을 마련해주지 않은 상태다. 의미 있던 사업들이 사라져가는 부분이 안타깝고, 어떻게든 센터차원에서라도 잘 마무리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라고 현재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최근 기존 인생이모작과 담당자와 해당 업무를 인수인계 받은 평생교육국 담당자는 “아직 도심권센터의 폐업이 결정된 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도심권센터는 내달부터 위탁 연장 기간이며, 그동안 시 담당자를 비롯해 50+재단 및 종로구청과의 논의를 거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말하는 위탁 연장 기간은 올해 9월 1일부터 11월 29일까지 90일이다. 앞서 공개된 2019년 민간위탁운영평가위원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지역기반 사업인 센터운영은 자치구 단위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 재위탁 기간 중 50+재단으로 고유사업화하거나 구립시설(종로구)로 전환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시설 폐지를 권고하는 내용은 기록되어 있지 않다.
물론 연장 기간 동안 논의를 통해 도심권센터의 거취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다면 좋겠지만, 현재로서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도심권센터 관계자 역시 이에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센터 종료는 기정사실화 됐다고 본다. 안팎으로 이러한 분위기를 인지하는 상태다”라고 털어놨다. 현재 50+재단의 거취에 대해서도 불안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서울시 또는 종로구마저 위탁 운영을 맡지 않게 된다면 그야말로 도심권센터는 허공에 붕 뜨는 셈이다. 언급한 민간위탁운영평가위원회의 회의록을 살펴보면 과거 종로구청이 서울시의 운영 제안을 거절한 적이 있다는 내용이 언급되어 있어, 새로운 논의에서 반전이 일어날지도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박원순 전임 시장의 유산이라는 정치적 배경 때문에, 인생이모작과 폐지와 함께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신임 시장에 의해 배척당하기 시작하는 상징적 사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표류하는 도심권센터의 아슬아슬한 상황에 최근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 비상대책위원회를 비롯한 서울시50+인생학교 총동문회 비상대책위원회, 서울시50+커뮤니티 연합회가 팔을 걷어 붙였다.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 운영 종료 반대 서명운동’을 시작한 것. 위원회 측에 따르면 현재 1000여 명이 서명에 참여했다고. 해당 서명 운동 결과는 도심권센터 업무 주관 부서인 서울시 평생교육국에 전달할 예정이다.
비상대책위원회 이영욱 회장은 자신의 SNS에 서명 운동을 알리며 “물방울이 바위를 뚫을 수 있다”라고 힘을 모으고 있다. 추후 이들의 물방울이 모여 표류 중인 도심권센터가 정착할 또 다른 터전을 마련할 수 있을지, 서울시 평생교육국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미국은퇴자협회(AARP)는 50세 이후 나이가 들수록 과일 채소를 많이 섭취하고, 육류나 생선의 경우 살코기 위주로 먹고 포화지방과 설탕을 피하라 권고했다. 아울러 좋은 식단이 혈압 조절 및 심장병, 당뇨병, 암 등의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며, 이를 위해 다음 8가지 식품군을 소개했다.
하나, 베리류
흔히 딸기, 블루베리, 아사히베리 등을 포함하는 베리(Berry)류에는 섬유질, 비타민C 및 항염증, 항산화 플라보노이드가 풍부하다. 중장년 남성은 하루 30g, 여성은 21g의 베리를 섭취하길 권한다. 아울러 베리류는 단기 기억력을 향상하는 등 두뇌 건강에도 효과적이다. 2020년 미국 터프츠대학의 연구진은 50세 이상 2800명이 20년 동안 섭취한 음식을 조사한 결과 베리, 사과, 차와 같이 플라노보이드가 풍부한 음식을 적게 섭취하는 사람에게 치매 발병 확률이 2~4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캘리포니아대학의 연구에서는 말린 구기자 열매를 소량 섭취하면 황반변성을 지연하거나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발견했다.
둘, 짙은 녹색잎 채소
나이가 들수록 뼈가 물러져 칼슘이 필요한데, 이는 저지방 유제품이나 짙은 녹색잎 채소 등을 섭취해 얻는 것이 효과적이다. 케일, 브로콜리, 시금치 등인데, 이들 채소는 섬유질 또한 풍부해 근육 기능을 강화하고 심장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23년 동안 5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덴마크의 대규모 장기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짙은 녹색잎 채소를 섭취한 사람들의 경우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심장병 위험이 12~26% 더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아울러 올해 신경학(Neurology) 저널에 발표된 연구를 살펴보면, 녹색잎 채소에서 발견되는 항산화제 수치가 높은 사람들은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더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셋, 해산물
연어, 대구, 참치, 송어와 같은 생선은 고령자가 근육을 유지하거나 회복하는 데 필요한 단백질의 주요 공급원이다. 전문가들은 나이가 들수록 단백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매일 5~6온스(140~170g)의 단백질 섭취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생선은 동물성 식품에서만 발견되는 영양소인 비타민 B12의 좋은 공급원이며, 이는 노화가 일어날수록 흡수가 더 어려워진다. 따라서 일주일에 2~3번 섭취할 것을 권장하며, 다양한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식습관을 통해 대부분 만성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약 17% 감소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해산물에는 오메가3도 풍부해 중년에게 더욱 안성맞춤이다.
넷, 견과류와 씨앗
대체로 모든 견과류는 단백질과 섬유소가 풍부해 건강에 유익하고 포만감을 준다. 미시간대학의 20201년 연구에 따르면 핫도그를 먹는 대신 견과류를 섭취한다면 건강한 삶을 26분 더 연장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과도한 섭취는 금물이다. 1일 권장량은 아몬드 24알, 캐슈너트 18알, 땅콩 35알, 반쪽짜리 피칸 15알 정도이다. 아울러 호두나 아마씨, 치아씨드 등에 포함된 오메가3 지방산을 정기적으로 섭취하면 뇌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섯, 코티지치즈
코티지치즈란 탈지유 또는 환원탈지유로 만드는 숙성된 치즈를 말한다. 지방 함량은 적고,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코티지치즈가 근육 단백질 함성에 도움이 되는 훌륭한 식품이라 언급하며, 선수들도 이러한 이유로 운동 후 종종 코티지치즈를 즐겨 먹는다고 설명했다. 또 코티지치즈에는 칼슘과 비타민 D가 풍부하다. 나이가 들수록 골밀도가 감소하는데, 이때 칼슘과 비타민 D가 풍부한 식단이 필수로 포함되는 것이 좋다. 이러한 식단은 폐경기 여성의 뼈 손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여섯, 콩류
일단 콩류는 콜레스테를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섬유질과 단백질은 풍부하고 칼로리가 낮은 것 또한 건강에 도움이 된다. 아울러 철, 칼륨, 마그네슘이 풍부하다. 콩류를 섭취할 때는 통조림이나 절임 형태는 피하고, 말린 콩이나 원물을 익혀 먹는 게 좋다.
일곱, 물
물을 음식이라 봐야 하느냐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수분 공급에 더 신경 써야 한다. 요즘처럼 날이 덥고 습하고 땀을 많이 흘릴 경우, 야외 활동 등을 할 때 충분한 물 섭취는 필수다. 물을 잘 마셔주는 것만으로도 장 기능이 저하를 예방할 수도 있다.
여덟, 아보카도
아보카도는 맛만 좋은 것이 아니라 몸에도 좋다. 2022년 3월 미국심장협회 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에 발표된 약 11만 명을 대상으로 한 하버드대 연구에 따르면 일주일에 최소 2 인분의 아보카도를 섭취하는 사람들은 거의 먹지 않는 사람들보다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더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큰맘 먹고 시작한 한달살기. 정해진 시간에 정신없이 유명한 장소를 훑는 관광이 아닌, 느리고 여유로운 휴식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늘 부지런히 살아온 이들은 이렇다 할 성과 없이 하루를 빈둥빈둥 보내는 게 영 익숙하지 않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제주 생활이 즐겁고 만족스러울까? 급할 건 없다. 우리에게는 30일이라는 시간이 있으니까!
한달살기는 단순한 여행과는 차이가 있다. 보통 한달살기를 앞둔 사람들은 마음을 비우고 천천히, 한 달 동안 여행지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일상을 경험하기를 원한다. 동네 산책을 하다 말을 트게 된 아주머니에게 사는 이야기를 듣거나, 비를 피하려 우연히 들어간 작은 카페에서 메뉴에 없는 음료를 대접받는 등의 상황 말이다.
그러나 막상 제주 땅에 발을 딛고 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육지에서는 먹을 수 없는 음식, 할 수 없는 일을 깨알같이 모두 즐기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러다 보면 가이드북이나 인터넷을 참고해 각종 정보를 샅샅이 뒤지게 되고, 고민과 갈등의 연속에 하루하루가 숙제처럼 느껴지기 십상이다. 이상과는 다른 제주살이에 문득 조바심이 날 수도 있다. 한달살기가 아니라 그저 한 달간의 패키지 여행이 되는 셈이다. 한달살기에 대한 보상 심리를 바라기보다, ‘여행 테마’를 설정하고 제주를 누려보는 건 어떨까.
마음의 자유 선물하는 ‘책방 투어’
전자기기와 영상매체가 발달한 후로는 한 달에 책 한 권 읽기도 버거운 사람들이 늘었다. 독서율이 점점 감소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달살기를 명목으로 멀리했던 책을 다시 가까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제주에는 소규모 독립 서점, 독특한 색깔을 가진 서점이 많다. 제주만의 지역 감성과 책방지기의 취향이 버무려져 남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책방 특유의 기분 좋은 종이 냄새와 책장 넘기는 소리가 주는 아늑함은 덤이다.
바라나시 책골목_구불구불한 해안선을 따라 형성된 횟집 거리 사이, 빈티지한 간판이 눈에 띈다. 내부로 들어서면 이국적인 향이 후각을 자극하고, 인도 서적과 세계문학 및 인문학 책이 즐비하다. 이곳은 제주 속 인도, ‘바라나시 책골목’이다. 바라나시는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에 있는 도시다. 갠지스강 중류에 있는 바라나강과 아시강을 합쳐 붙인 지명으로, ‘신성한 물을 차지한다’는 뜻이 있다. 생애 한 번은 가봐야 할 도시로 꼽히며, 일부 여행객은 인도 여행의 필수 코스로 소개하기도 한다. 제주 바라나시 책골목은 한국에서 인도의 정취를 느끼기 충분한 장소다. 책방과 카페를 함께 운영하고 있어 인도식 밀크티인 ‘차이’나 요구르트 ‘라씨’도 맛볼 수 있다.
만춘서점_야자수를 배경으로 한 아담한 흰 건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삼각형 구조의 내부로 매력을 더했다. 따뜻한 감성이 묻어나는 책들과 LP, 제주의 감성이 흐르는 소품이 가득하다. ‘만춘서점’ 책방지기는 출판·디자인 업계에서 일하다 서울에서 제주로 이주했다. 그래서인지 육지 사람이 그리는 제주의 장면을 더욱 잘 옮겨놓은 듯하다. 햇살이 들어오는 창가 1인용 테이블에서 책을 읽고, 마당에 놓인 의자에 앉아 쉬어 가기도 좋다.
소심한 책방_오름 다섯 개가 감싸고 있어 유독 고요한 제주의 동쪽 끝 마을, 종달리다. 좁은 골목 안쪽, 돌담 너머에 ‘소심한 책방’이 있다. 이곳은 각각 제주와 서울에 사는 두 사람이 책을 좋아하는 마음을 모아 만든 공간이다. 소설, 에세이, 여행 등 단행본부터 독립 출판물, 제주 특산품, 문구까지 다채롭게 구비했다. 낮에는 햇살이 가득 들어와 책방에 온도를 더해주고, 밤에는 노란 불빛이 다정하게 채워진다. 때로 소소한 전시나 공연이 열리기도 한다. 주변에 들를 곳이 많은 관광 지역이 아닌데도 굳이 찾아가게 되는 이유는 하나만 꼽기 어렵다.
책약방_‘책약방’은 초록 잎과 나무, 낮고 작은 집 사이에 위치한 아주 작은 그림책 전문 서점이다. 주말을 제외하고는 무인으로 운영된다. 사람 대신 책이 지키고, 마을이 지킨다는 독특한 콘셉트를 갖고 있다. 현관 옆에 걸린 작은 의자 위에는 운영자가 추천하는 ‘오늘의 그림책’이 놓여 있다. 비치된 그림 일기장과 100자짜리 작은 원고지에는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빼곡히 적혀 있다. 릴레이처럼 이어진 글들을 읽다 보면, 책약방의 진짜 ‘약’이 무엇인지 짐작하게 된다.
걸어서 제주 한 바퀴
올레길은 제주도의 마을길, 해안도로, 숲속 오솔길 등 걷기 좋은 길들을 선정해 개발한 코스다. 2007년 9월 8일 제1코스(시흥초등학교~광치기해변, 총 15km)가 개발된 이래, 2012년 11월 제주해녀박물관~종달바당을 잇는 21코스가 개장하면서 올레길 코스는 제주도를 한 바퀴 빙 두르게 됐다. 현재는 제주도 내에 총 23개 코스가 있으며 우도, 가파도, 최근 확장된 추자도 코스를 포함하면 총 27개다. 각 코스는 길이가 대체로 15km이내이며, 평균 소요 시간은 5~6시간 정도다.
제주도 올레길을 한 코스씩 돌다 보면 도내의 모든 코스를 돌아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러나 대중교통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코스도 있어 차를 갖고 있지 않다면 동선과 숙소 계획을 맞춰 짜야 한다. 식사도 매번 사 먹을 수 없으니 간단하게 준비한다. 또한 올레길은 리본을 매달아 길을 안내하지만 인적이 드문 곳으로 혼자 간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통상 날이 저무는 시간인 오후 6시 이후로는 드문드문 표시한 리본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길을 잃기 쉽다.
이런 사소한 단점을 보강한 ‘알파캠프’는 트레킹과 관련해 가이드, 교통, 식사, 숙소, 세탁 서비스 등을 모두 제공한다. 더불어 관광객이 한 달 동안 제주의 모든 올레길과 새로 생긴 하영올레길까지 안전하게 완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자신의 컨디션과 상황에 따라 토끼반과 거북이반 중 하나를 골라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체험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보통 중장년층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68세 이선이 씨는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르려 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그 대신 올레길을 걸어볼 생각으로 알파캠프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올레길 코스에 대한 정보도 부족했고, 숙소 예약도 번거로워 고민하던 차였다. 이 씨는 “차로 여행할 때는 그냥 지나치던 것들을 가까이 보며 자연의 소중함을 느꼈다. 그리고 길을 걷다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 “제주는 그저 우리나라의 섬 중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정겨운 기분이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알파캠프에는 제주 올레길 코스를 완주하는 ‘제주올레캠프’ 프로그램 외에도 오름이나 한라산, 4대 휴양림, 숲길 등을 다양하게 걷는 ‘제주여행캠프’, 다이어트 식단을 제공하는 ‘다이어트 캠프’, 오름 전문 캠프인 ‘제주계절캠프’ 등이 있다.
의미 있게, 친환경 한달살기
‘제주도’ 하면 많은 이들이 청정 자연을 떠올린다. 그러나 막상 해변에는 폐그물, 밧줄, 스티로폼, 플라스틱, 페트병, 장대 등 폐어구와 나무토막이 가득하다. 게다가 언제 번식했는지 모를 파래가 수면에 떠 있거나 바위나 모래사장에 널려 있어 볼썽사납다.
제주도는 수용력을 넘어서는 관광객의 유입으로 환경이 위협받고 있다. 실제로 도는 1인당 폐기물 발생량을 전국 평균의 2배 이상, 관광객이 버리는 생활폐기물은 전체 발생량 가운데 4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일부 관광객은 제주를 지키기 위해 ‘쓰레기 없는 제주’를 여행 혹은 한달살기 테마로 설정한다. 제주에 있는 동안 최대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으려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플로깅을 하는 식이다. 플로깅은 간단한 산책이나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운동으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실천할 수 있다. 혼자서 가고 싶은 장소를 지정해 환경 정화를 하거나, 제주 내 여러 봉사단체에서 진행하는 캠페인과 이벤트에 참여하는 방법이 있다.
나에게 맞는 여행 테마는?
후회 없을 제주도 한달살기를 위해서는 장소 위주로 계획을 짜기보다 나만의 큰 주제나 목표를 정하는 게 좋다. 우선 ‘왜 제주도에 가려고 하는지’를 고민해보자.
1 건강하게 한달살기 ‘하루 한 군데 오름 오르기’, ‘서핑·승마·스쿠버다이빙 등 레포츠 한 종목 배우기’, ‘한 달간 인스턴트식품 끊기’ 등으로 몸을 상쾌하게 만들 수 있다.
2 휴식하며 한달살기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 있다면 ‘매일 한 시간씩 바닷가에서 멍때리기’, ‘동네 반경 5km 안에서 생활해보기’, ‘7시간 이상 수면하기’ 등의 방법을 통해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다.
3 습관 개선 한달살기 한 달 동안 ‘전자기기 없이 살기’, ‘부정적인 말 하지 않기’, ‘최소한의 물건으로 살기’ 등을 시도해 나를 괴롭히는 습관을 개선해보는 건 어떨까.
1 바라나시 책골목 2 만춘서점 3 소심한 책방 4 책약방
30대 초반, 전세 자금과 가진 돈을 몽땅 가지고 해외에서 2년 동안 한 달에 한 도시에 머무르며 세계를 다녔다. 삶의 패턴을 한 달에 맞추자,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삶을 대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달팽이처럼 10년째 한달살기를 하는 김은덕·백종민 부부의 이야기다.
“5년 동안 집도 사고 준비해서 떠나려고 했는데, 어림도 없더라고요. 신혼여행을 2주 동안 다녀왔는데 정말 좋은 거예요. 이렇게 좋다면 미루지 말고 떠나자고 한 거죠.”
김은덕·백종민 부부는 결혼하면서 약속을 했다. 5년 뒤에 세계 여행을 가자고. 그런데 현실에는 그들이 떠나지 못하도록 발목 잡는 일들이 많았다. 지금 떠나지 못한다면, 5년 뒤에도 가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한 달에 한 번 이사하는 마음으로
백종민 작가는 자신들의 ‘결여와 결핍’이 ‘한달살기’라는 여행법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계산으로 1년간 세계 여행을 하는 데 1인당 필요한 돈은 3000만 원. 두 사람이 2년 동안 세계 여행을 하려면 총 1억 4000만 원이 필요했다. 당시 수중에 있던 돈은 7000만 원. 예상 비용에서 50%를 줄여야만 2년 동안 여행할 수 있었다.
“여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비용이 숙박비와 교통비더라고요. 그래서 고민 끝에 찾은 방법이 한 달 동안 한 숙소에서 지내는 거였어요. 숙박비 할인받고, 이동이 적어지니 교통비도 줄일 수 있었죠. 그렇게 10년 동안 45회 정도 ‘한달살기’를 했어요.”
해외로 한달살기를 떠난 2013년만 하더라도 한곳에서 한 달을 여행한다는 개념은 흔하지 않았다. 주변에서는 ‘그럴 거면 유학을 하거나 이민하지’라는 반응이 많았다. 한 달 ‘여행’이 아닌 한 달 ‘살기’는 얼마나 달랐을까?
“여행(旅行)의 한자를 풀이해보면, 낯선 곳을 둘러보고 오는 거잖아요. 그런데 한달살기는 새로운 거주지를 찾아가는 개념이에요. 살아야 하는 곳이라면 좋든 나쁘든 적응해야 하잖아요. 어떻게 이 도시와 빨리 친해질까 생각하게 되죠. 그곳에서 무엇을 볼까가 아니라 무엇을 해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게 여행과 다른 점이에요.”
부부는 어느 도시를 가든 ‘달팽이 여행법’으로 한 달을 보낸다. 첫째 주에는 동네를 돌아다니며 맛집이 있는지, 슈퍼마켓은 어디에 있는지, 도서관 같은 공공시설은 있는지 정보를 수집한다. 둘째 주가 되면 조금 더 멀리 나가고 싶어진다. 첫째 주에 주변을 돌며 알게 된 동네 행사도 참여하고, 평소 궁금했던 장소도 찾아가 본다. 그렇게 2주를 돌아다니다 보면, 동네 주민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셋째 주에는 우리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꼭 나타나요. 말을 걸기 시작하죠. 밥 먹자고 하거나 동네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을 알려주기도 해요. 정말 성격 급한 분들은 ‘야 거기 말고 여기 가야 해’라며 알려주다가, ‘그냥 내가 데려다줄게’라며 그 자리에서 차를 태워주기도 해요. 새로운 여행지를 갈 기회가 되죠.”
나선형으로 점점 커지는 달팽이 껍질처럼 1주 차부터 4주 차까지 활동 반경이 숙소로부터 점차 넓어진다. 그래서 ‘달팽이 여행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마지막 주에는 떠날 준비를 하면서 도움을 준 주민에게 한식을 만들어 대접하고 함께 식사하며 작별 인사를 한다. 물론 도시의 특성에 따라 교류가 많지 않은 도시도 있지만, 누군가와 이야기하며 이별하는 시간을 가지면 ‘아, 한 달 잘 살았다’ 하는 기분이 든다고.
김은덕·백종민 작가는 한달살기를 하는 동안 여행 기록을 매주 4편 블로그에 남겼다. 2년 뒤 돌아올 때 100호를 완성하겠다는 목표였다. 날것의 글이었지만, 마치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며 글을 기다리는 독자도 생겼다. 그래서 이 글들을 모아 ‘한 달에 한 도시’ 1, 2, 3권과 ‘여행 말고 한달살기’를 펴냈다.
◆중장년이 가기 좋은 나라 추천
중장년은 비행시간이 6시간 넘어가면 체력적으로 힘들어하세요. 또 ‘K-부모님’(한국 스타일 부모님)에게는 가성비 좋은 한달살기가 중요해요. 동남아 국가의 가장 좋은 점은 큰 집을 저렴하게 빌릴 수 있다는 거예요. 은퇴하고 나면 건강관리 하려고 운동도 많이 하시잖아요. 비행시간이 짧고, 가성비 좋으면서, 운동하기 좋은 나라들을 꼽아봤어요. 경제적으로 여유가 된다면, 가까운 일본도 좋아요.
ㆍ베트남 호찌민 주변에 골프장이 많아요. 골프를 즐기는 중장년이 가시면 좋을 거예요.
ㆍ태국 치앙마이 치앙마이는 겨울을 보내기에 좋아요. 트레킹도 가능하고, 코끼리 보호 활동같이 생소한 경험도 해볼 수 있어요.
ㆍ대만 가오슝 저렴한 비용으로 수영할 수 있어요. 매일 수영을 즐겨보세요.
ㆍ일본 삿포로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여름에 마라톤 대회가 열려요. 자연 경치가 멋진 곳이 많아 볼거리도 있어요. 일본인의 여름 휴양지로 꼽히는 만큼, 지금 떠나기 좋겠네요.
중장년에게 잘 어울리는 한달살기
한달살기는 삶과 여행이 공존한다. 여행 스케줄을 만드는 게 아니라, 삶의 스케줄을 그대로 옮겨온다. 그러니까 우리가 일상에서 했던 일들을 한달살기를 하는 도시에서도 이어간다. 그래서 한달살기는 중장년이 하기에 가장 좋은 여행이다. 시간은 많지만 경제적으로 아껴야 하고, 은퇴 후에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도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은퇴하면 삶의 시간을 쓰는 방법이 완전히 바뀌잖아요. 라이프스타일에 변화가 있을 때 한달살기를 하면 정말 좋아요. 삶에 변화를 주고 싶을 때는 세 가지를 바꾸면 된다고 해요. 만나는 사람, 시간 패턴, 공간이에요. 한달살기는 이 세 가지가 다 가능하니까 좋은 거죠.”
부부는 한달살기를 하면서 평소 하고 싶었던 것들을 도전해보라고 조언했다. 배우고 싶었던 언어, 해보고 싶었던 수영 등을 낯선 도시에서 시도하는 거다. 도서관에 가는 걸 좋아했다면 숙소 근처에 공공도서관이 있는지 찾아본다. 마을에서 열리는 행사에도 참여해보고, 단골 음식점도 만든다.
“누구나 마음속에 하고 싶은 일들이 작은 것이라도 있을 거예요. 은퇴하고 해보고 싶었던 것을 낯선 도시에서 도전해보세요. ‘매일 헬스장 가기’를 말이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서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그 시도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자극이 돼요. 그런 경험을 할 때마다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은퇴할 때쯤이면 삶에서 더는 새로운 게 없을 것 같은데 외국에 나가면 정말 새로운 일투성이거든요. 그걸 온몸으로 겪어보면 좋지 않을까요.”
기왕 한달살기를 할 거라면 해외를 추천하는 이유다. 국내에서 한달살기를 하면, 그 도시가 나와 맞지 않는다고 느끼는 순간 차를 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해외를 나가면 쉽게 돌아오지 못한다. 발목 잡는 환경을 만들어두면, 좋아도 싫어도 그곳에서 적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삶에 지쳐 무뎌진 감각을 날카롭게 세우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다.
“다른 언어, 내가 살아온 공간과 다른 환경, 다른 규칙이 자연스럽게 나를 날카롭게 만들어요. 삶에 지치거나 익숙해서 무료해질 때,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지?’ 의문이 생길 때 한달살기를 하면 다시 삶의 감각이 살아나요. 한 달이면 어느 정도 익숙해지는 시간이기도 한데, 익숙해질 때쯤 떠나니까 여행자면서 거주자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더라고요.”
한달살기의 또 한 가지 장점은 ‘긍정적인 사람이 된다’는 것. 파리에서는 숙소를 잘못 예약해 세 평짜리 방에서 한 달을 살아야 했다. 그 시간을 보내고 나니 ‘세 평에서도 한 달이나 살 수 있네’라는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됐다고. 작은 것에 실망하지 않고, 행복을 느끼고, 힘든 상황도 견뎌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2년 동안 한달살기를 하면서 삶을 대하는 가치관도 크게 바뀌었다. 세상을 보는 눈도 달라졌다. 부부는 그래서 한달살기를 ‘선물’이라고 말한다.
◆중장년을 위한 한달살기 Tip
1 첫째도 날씨, 둘째도 날씨!
한달살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날씨예요. 며칠이 아니라 한 달을 머무르는데, 매일 비가 오거나 매일 덥거나 매일 춥다면 어떨까요? 저희가 올해는 마음이 급해 2월에 터키로 떠났더니 눈보라가 엄청났어요. 4월에 갔던 조지아는 일주일 내내 폭설이 내리더라고요. 날씨의 중요성을 또 한 번 깨달았어요. 또 나이 들수록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날씨는 정말 중요해요. 시간 여유가 있는 중장년 분들은 날씨 좋은 때를 맞추기 편할 거예요.
2 비교는 금물!
‘한국보다 oo하네’라는 비교는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 순간 내 여행의 격과 질이 뚝 떨어져요. 내가 다 안다고 생각했던 것이, 그 도시에서는 다를 수 있어요. 방문한 지역에 맞춘 삶을 살아야 만족스럽게 한 달을 보낼 수 있습니다. 더불어 신선한 자극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3 한 달 생활비 계산하기
한국에서 한 달에 얼마를 쓰는지 먼저 계산해보세요! 이 비용에 맞추면 풍족하지는 못해도 한달살기를 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어요. 저희 숙소비는 월 500달러를 넘기지 않았는데요, 동남아라면 수영장과 헬스장까지 갖춘 곳에서 한달살기를 할 수 있어요. 내가 쓸 수 있는 상한선과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한 하한선을 잘 알고 떠나면 해외 한달살기도 충분합니다.
4 비수기를 노리자
저희 부부가 한국에서의 생활비로 해외에서 한달살기를 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비수기에 떠났기 때문이에요. 9월에는 1인당 30만 원으로 태국으로 떠날 수 있었어요. 유럽도 비수기라면 왕복 70만 원으로 어디든 갈 수 있고요. 또 저비용항공 프로모션도 가능해요. 비수기에 떠난다면 항공료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예요.
5 숙소는 한곳에서 머무르기
젊은 친구들은 한달살기를 하더라도 숙소를 일주일에 한 번씩 옮기더라고요. 그러면 체력 소모가 너무 커요. 또 쓸 수 있는 돈은 한정적이니까 비용을 아끼면 좋잖아요. 한 달 동안 한 숙소에 머무르면 주인을 설득해서 할인받을 수 있어요. 집주인도 비용이 줄기 때문에 보통은 30%, 많으면 50%까지 할인해줘요.
올해 6월 일본 대표 여성 시니어 매거진 ‘하쿠메쿠’(ハルメク)는 호세이대학 대학원 정책 창조 연구과와 공동으로 ‘시니어 여성의 행복에 관한 실태 조사’를 실시했다. 장기화하는 코로나19 사태와 불안정한 국제 정세로 개인의 가치관이 흔들리고, 행복의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이에 시니어 여성에게 행복이란 무엇이고, 그들은 얼마나 행복하다고 느끼는지를 물었다.
그 결과 일본 시니어 여성(50~84세, 507명 대상)의 행복도는 10점 만점에 7.77점으로, 일본인 평균보다 1.73점 높게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비교한 자료를 살펴보면 50대는 7.67점, 60대는 7.81점, 70대 이상에서는 7.80점이었다. 50대의 경우 60~70대와 비교해 행복도의 평균이 약간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배우자의 유무와 건강 상태, 취미 활동 수도 행복도에 영향을 미쳤다. 먼저, 배우자가 있는 시니어 여성(7.92점)은 배우자가 없는 시니어 여성(7.25점)보다 행복도가 근소하게 높았다. 또, 이들 세대는 몸과 마음의 건강, 즉 심신이 건강이 행복도와 비례하여 나타났고, 취미활동의 수 또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열심히 임하고 있는 취미 활동 수’에 대한 물음에서 4개 이상이라 답한 이들의 행복도는 평균을 웃돌았지만, 그 이하라고 답한 경우 행복도는 평균에 못 미쳤다.
취미 활동 수 평균은 6.06개였는데, 구체적인 활동을 묻는 질문에는 1위 건강을 위한 운동(51.9%), 2위 독서(46.0%), 3위 원예 가드닝(39.1%) 순으로 답했다. 주목할 점은 배우자가 없음에도 열심히 임하고 있는 취미 활동 수가 4개 이상인 이들의 경우 행복도의 평균이 평균치와 동등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즉, 배우자가 없더라도 스스로 활발히 일상에 임하고 취미 활동을 할 때 행복도가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언제 행복을 느끼느냐’는 질문에는 ‘맛있는 것을 먹고 있을 때’(68.8%)라는 응답이 1위였다. 2위는 ‘지식이 깊어지거나 새로 얻었을 때’(60.4%), 3위는 ‘취미 활동을 할 때’(60.0%) 등으로 나타났다. 그밖에 연령대별 자세한 의견을 들어보면 50대는 ‘아이와 보내거나 아이의 행복을 느낄 때’, 60대는 ‘남편과 TV 또는 동영상을 보며 대화를 할 때’, ‘손자와 소통하거나 성장을 바라볼 때’, 70대는 ‘과거의 인생이나 추억을 되돌아볼 때’ 행복하다고 응답했다. 전반적으로는 ‘친구와 즐겁게 지낼 때’가 행복하다는 의견도 다수였다.
연구를 진행한 하쿠메쿠 연구소의 우메즈 유키에(梅津 順江) 소장은 “일본 시니어 여성의 행복을 형성하는 요소는 돈과 건강만이 아니었다. 가족(남편 포함)의 존재, 열심히 할 수 있는 취미와 활동, 손주나 친구와 보내는 시간, 맛있는 식사, 지식을 얻는 순간 등도 영향을 주고 있다. 즉 많은 인연과 관계 짓고 있다면 행복하다는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더불어 “이러한 관계는 ‘타인과 나’, ‘돈과 시간’, ‘사회와 가정’, ‘놀이와 배움’, ‘과거와 현재와 미래’ 등의 관계성으로 확장할 수 있다. 이러한 관계가 균형 있게 연결된 상태가 시니어 행복과 일상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시니어 여성의 행복도는?
그렇다면 한국 시니어 여성의 행복도는 어떠할까? 지난해 국회미래연구원이 발표한 ‘2021년 한국인의 행복조사 및 한국인의 미래 가치관 연구 심층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연령대가 높을수록 행복도가 낮아지는 경향을 나타냈다. 세대별 현재 행복도(5점 만점)는 Z세대가 3.63점으로 가장 높았고, M세대(3.56점), X세대(3.45점), 베이비붐세대(3.32점) 순이었다. 주목할 점은 남녀로 나눴을 때의 행복도의 차이다. 해당 조사 결과 베이비붐세대를 제외한 전 세대에서 남성보다 여성의 행복도가 높게 나타났다(베이비붐세대 행복도 남성 3.35점, 여성 3.29점). 즉 전 연령대에서 가장 행복점수가 낮은 것은 시니어 여성이라는 것. 일본과는 상이한 결과다.
한편 일본과 마찬가지로 배우자 유무에 대한 결과에서 베이비붐세대는 기혼 또는 동거 상태인 경우(3.39점) 행복도가 더 높았다(미혼 2.87점, 사별·이혼·별거 3.01점). 아울러 베이비붐세대에게 현재 행복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 가족관계가 45.8%로 1위, 이어 건강이 32.3%로 2위를 차지했다. 일본 여성 시니어의 사례와 같이 가족 관계가 좋을수록 건강한 상태일수록 행복도가 높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해당 보고서 연구자는 분석 자료에서 “기성세대의 주관적 행복 요인 관련해, 사회적 신뢰가 높을수록, 사회적 관계에 대한 인식이 양호할수록 행복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현재 주관적 건강상태가 양호하다고 응답할수록, 나의 미래에 대해 개인의 노력과 선택이 중요하다고 응답할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을수록, 10년 후 나의 행복도를 높게 평가할수록 행복감이 높은 경향을 보인다”고 해석했다.
일본 자료 출처=하쿠메쿠 연구소 보고서 'ハルメク 生きかた上手研究所調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