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인 2000만 명 시대… 노후 건강 위협하는 ‘혈당의 습격’

기사입력 2024-07-01 08:11 기사수정 2024-07-01 08:11

수많은 합병증과 연관… 음주 등 습관 바꾸지 않으면 장수 어려워

(어도비 스톡)
(어도비 스톡)

당뇨병 위험군 2000만 명 시대, 혈액 속 당의 습격이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혈당 다이어트, 혈당 스파이크 등 혈당 관련 언급이 함께 증가했다. 하지만 당뇨병 환자의 절반은 당뇨병인 줄도 모르고, 알아도 절반은 치료에 나서지 않는다. 혈당에 관심을 가지면서도 우리는 왜 여전히 당뇨병에 대해 잘 모르는 걸까?

당뇨병에서 대표적으로 필요하다 여기는 것이 ‘혈당 관리’다. 하지만 최근 높아지고 있는 혈당 관리에 대한 관심은 당뇨병 때문이 아니다. 다이어트 때문이다. 특히 혈당 스파이크 다이어트가 관심을 받으면서 혈당 스파이크, 혈당 스파이크 관리, 혈당 스파이크 주의, 혈당 스파이크 없는 식사, 혈당 스파이크 증상 등의 검색량도 증가했다. 어쩌다 우리는 혈당에 집중하게 됐을까?

◇비만 주의보

최근 사람들이 혈당 관리에 열을 올리는 데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우선 실제로 당뇨병 환자가 늘었다. 2012~2020년 국내 당뇨병 유병률은 2012년 11.8%에서 2020년 16.7%로 크게 늘었으며, 앞으로도 증가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30세 이상 당뇨병 환자는 약 600만 명이며, 당뇨병 전 단계는 15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 인구의 약 40%가 당뇨병 위험군이라는 수치에, 미디어에서는 관련 콘텐츠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박세은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연속혈당측정기 출시로 혈당 스파이크, 혈당 변동성에 대한 내용이 매체에 많이 노출되면서 관심이 더욱 높아진 것 같다”고 짚었다.

여기에 고령화로 인해 ‘유병장수 시대’가 온다니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자연스레 건강한 식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혈당’에 관한 콘텐츠도 많아졌다.

생활 습관병이라고도 불리는 당뇨병의 주요 유발 원인으로 꼽히는 비만 인구가 늘어난 것도 영향이 있다. 김두만 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현대인의 식습관 변화와 운동 부족으로 비만 인구가 늘었고, 이는 당뇨병 발생의 중요한 요인”이라며 “스트레스가 많은 생활 환경도 인슐린 작용을 방해하는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미쳐 혈당 조절을 어렵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혈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유통업계에서는 ‘제로 슈거’, ‘무가당’ 같은 저당 제품을 쏟아냈고, 자연스레 ‘당이 적게 함유된 음식’을 찾는 사람들도 늘었다. 그만큼 ‘당뇨병’과 ‘혈당’이라는 말을 더 쉽게 접하게 된 셈이다.

결국 고열량 가공식품 섭취가 늘어나며 열량 섭취를 많이 하게 돼 살이 찌고, 당뇨병을 비롯한 합병증에 걸리는 사람이 많아지자 식사를 통한 열량 섭취 조절이 체중 관리로 이어진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실제 당뇨병과 체중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해당하는 2형 당뇨병(1형 당뇨병은 2% 미만) 환자의 절반 이상은 과체중이거나 비만증을 가지고 있다. 당뇨병 초기에 식사·운동 요법으로 체중을 줄이고 근육을 키우면 당뇨병이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김두만 교수는 “섭취 열량 조절은 혈당 조절과 일맥상통한다”고 강조했다.

◇나는 괜찮겠지!

혈당 조절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당뇨병 자체에 대한 인식은 아직 부족하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당뇨병 인지율은 50% 수준이며, 당뇨병 환자 중 치료하는 사람은 50%가 채 되지 않는다. 당뇨병 환자의 절반이 자신이 당뇨병인 줄 모르고, 알아도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서지 않는다. 이는 당뇨병 초기에 고혈당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진단이 늦어지거나, 증상이 있어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아 발생하는 현상이다.

많은 사람이 스스로 당뇨병 환자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특별히 당뇨병 검사를 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슐린은 각 세포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함으로써 혈액 내 당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인슐린이 모자라거나 기능하지 못하면 흡수한 포도당이 체내에서 이용되지 못하고 혈액 속에 쌓여 소변으로 나오는 상태를 당뇨병이라 한다.

대개 공복혈당 126mg/dL 이상, 식후(포도당 75g을 복용한 뒤) 2시간 혈당 200mg/dL 이상, 당화혈색소 6.5%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대부분 건강검진을 할 때 공복 상태에서 채혈해 공복혈당 수치만 확인하는데, 정확한 진단을 받으려면 당화혈색소, 경구포도당 내성검사 등의 선별검사를 해야 한다.

한편 당뇨병에 걸리면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오해로 진단 자체를 피하는 경우도 있다. 당뇨병이 있다고 해서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거나 당뇨병 약을 평생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계속해서 진행되는 질환이기에 평생 관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당뇨병은 그 자체보다 동반되는 합병증이 위험하기 때문에 당뇨병의 조기 발견과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

합병증은 크게 급성 합병증과 만성 합병증으로 나뉜다. 고혈당증과 저혈당증은 급성으로, 미세혈관합병증과 대혈관합병증은 만성으로 본다. 뇌졸중, 협심증, 심근경색증, 심혈관 질환, 신장 질환, 신경병증, 망막증, 족부합병증 등이 합병증에 포함된다.

합병증을 예방하려면 혈압, 콜레스테롤 등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혈당 조절에만 집중하거나, 필요한 약물치료를 병행하지 않고 생활 습관만 바꾸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한다. 생활 습관 개선, 적절한 치료 병행, 합병증 위험인자 관리가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어도비 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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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가 중요하다

“술 마시면 안 되나요? 군것질도 안 되고요? 찌개는요? 과일은요? 탄수화물도 안 된다고요? 그럼, 뭘 먹어야 하죠?” 생활 습관 개선이 필수라고 하니, 당뇨병 진단을 받으면 이런 질문이 쏟아진다. 평소 운동을 많이 하는데도 당뇨병 진단을 받은 사람은 무엇을 더 해야 할지 고민이고, 운동과 거리가 멀었던 사람이라면 어떤 운동을 해야 할지 몰라 고민이다. 생활 습관을 바꾸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먹거나 해야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먹고 해야 하느냐다.

당뇨병 환자의 식사요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루 세 번 규칙적으로 적정량을 먹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아침을 거르면 안 된다. 또한 단백질 영양소를 보충해주는 것이 좋은데, 혈당을 낮추기 위해서는 섬유소와 단백질을 먼저 먹고 탄수화물과 지방 순서로 먹으면 좋다.

고구마·떡 같은 탄수화물 식품은 간식이 아니라 식사 대용으로 먹고, 라면은 생면이나 건면으로 수프를 반만 넣어서 먹으면 괜찮다. 과일 역시 무엇을 먹을까보다 하루 1~2회 총 200g 정도 섭취하는 게 좋다. 과일 음료나 이온 음료 등은 많이 마시지 않는 것을 권한다.

아마 많은 이들이 가장 궁금한 부분이 술일 것이다. 당뇨병 환자라면 일주일에 한 번 1~2잔 정도가 적당하다지만, 양이나 횟수를 조절하기 어렵다면 금주를 추천한다. 특히 술과 함께 먹는 안주는 섭취 열량을 높이기 때문에 혈당 조절에 좋지 않다. 그렇다고 안주 없이 술만 마시면 저혈당증 위험이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무엇이든 관건은 ‘너무 과하게’ 먹지 않는 것이라 하겠다.

운동 역시 ‘꾸준히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운동은 혈당 조절뿐 아니라 혈압, 콜레스테롤을 관리하고 비만을 개선해 당뇨병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하루 30분, 최소 이틀에 한 번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월·화·수 운동하고 나머지 요일을 쉬는 것보다 월·수·금 운동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만일 30분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면 10분씩 나누어 해도 된다. 약간 숨이 차거나 속옷이 조금 젖을 정도의 강도로 해야 도움이 된다.

다만 저혈당증이 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새벽 공복 운동을 추천하지 않는 이유다. 운동 시작 전 혈당을 확인해 90mg/dL보다 낮다면 탄수화물을 먹고 운동하기를 권하며, 고혈당이라면 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공복혈당은 괜찮은데 식후혈당이 많이 올라간다면 식후에 운동하는 것이 좋겠다. 식사 1~3시간 후에 운동하고, 운동 전 인슐린이나 약제 용량은 줄이는 것이 좋다.

◇살 빠지는 약?

최근 다이어트로 혈당 관리가 주목받은 것처럼, 살 빠지는 약으로 당뇨 치료제가 화제가 됐다. 미국에서 위고비, 오젬픽 등 체중 감량 효과가 있는 비만 치료제가 인기를 끌면서 품절 사태를 겪었다. 위고비와 오젬픽은 2형 당뇨 치료제로 개발됐다가 체중 감량 효과가 뛰어나 비만 치료제로 사용된 약이다. 실제로 당뇨 치료제로 쓰이는 약물 중 일부는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기도 한다.

SGLT2 억제제는 당분을 소변으로 배출시키는데, 하루 약 200~300kcal의 에너지가 소모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고 한다. GLP-1 수용체 작용제인 삭센다는 췌장의 베타 세포에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낮춘다. 위장의 연동 운동을 저하시켜 소화 흡수 속도를 늦추며 식욕을 억제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당뇨병 완치를 목표로 줄기세포 기반 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줄기세포로 손상된 췌장 베타 세포를 재생하거나 새로운 베타 세포를 만들어 인슐린 분비를 회복시키는 것인데, 인슐린을 생성하지 못하는 1형 당뇨병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줄기세포 치료제가 상용화된다면 당뇨병 완치도 요원한 일은 아니겠지만, 아직은 머나먼 일이다. 또 약물치료로 혈당 조절 및 체중 감소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만으로 당뇨병을 완벽하게 치료할 수는 없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약물 및 인슐린 주사 치료, 생활 습관 개선을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것이 답”이라고.

도움말 박세은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대한당뇨병학회 홍보위원회 간사), 김두만 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 내분비내과 교수(한국당뇨협회 부회장)

참고 도서 ‘당뇨병의 정석’(대한당뇨병학회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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