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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르담 드 파리’ 5년만 귀환” 갑진년 1월 문화소식
- ●Exhibition ◇수구다라니, 아주 오래된 비밀의 부적 일정 1월 28일까지 장소 국립경주박물관 ‘다라니’는 부처의 가르침 중 신비로운 힘을 지니고 있다고 믿는 주문을 말한다. 이 가운데 ‘수구즉득다라니’라고도 불린 ‘수구다라니’는 말 그대로 외우는 즉시 바라는 바를 모두 얻을 수 있다고 여겨져 삼국시대부터 널리 유행했다. 당시 사람들은 염송 외에 부적처럼 몸에 지니고 다니거나 불상이나 탑·무덤에 봉인했다. 국립경주박물관에서는 특별전 ‘수구다라니, 아주 오래된 비밀의 부적’을 통해 통일신라 시대에 만들어진 수구다라니와 금동 경합(경전을 넣어두는 상자)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고대 인도어인 범자로 쓰인 것과 한자로 쓰인 것, 총 두 개다. 1919년 조선총독부가 입수한 유물로, 경주 남산에서 출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에는 다라니 두 개가 한 종이에 같이 배접된 직사각 형태였다. 이후 보존 처리를 거치면서 각각 분리 복원해 범자(29.7×30.3cm)와 한자(29.5×30.9cm)가 수구다라니의 원래 형태인 정사각 모양을 찾았다. 국립경주박물관 측은 “다라니에 대한 많은 연구자들의 관심과 연구가 이어져 고대 불교 문화의 진면목을 좀 더 살펴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황영성 : 우주 가족 이야기 일정 2월 18일까지 장소 전남도립미술관 황영성 작가의 1950년대 말 초기 구상회화 작품부터 2000년대 입체 작품과 최근 작품까지 총 110여 점을 선보인다. 그의 회화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가족’이다. 소박한 시골집 가족에서 대자연의 뭇 생명들로 확대되고, 세상 만물의 공생을 담은 우주 가족으로 확장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가족에 대한 근원적 그리움에 바탕을 두면서 세상과 화폭을 잇는 그의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 관장은 “황영성 화백은 한국의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원로 작가로, 국내외 다양한 지역을 오가며 예술에 대한 쉼 없는 도전과 열정을 보였다. 이번 초대전을 통해 만물에 대한 포용과 인류애의 가치를 느끼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Stage ◇노트르담 드 파리 일정 1월 24일 ~ 3월 24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연출 윤금정 출연 정성화, 양준모, 윤형렬, 유리아, 정유지, 솔라, 마이클 리, 이지훈 등 프랑스 3대 뮤지컬로 꼽히는 ‘노트르담 드 파리’는 1998년 프랑스 초연 이후 전 세계 23개국, 9개 언어로 번역되어 1500만 명 이상 관람한 대작이다.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으며, 15세기 파리의 혼란한 사회상과 부당한 형벌 제도, 이방인들의 소외된 삶을 보여준다. 이번에 6년 만에 한국어 버전이 귀환해 관심을 받고 있다. 그에 걸맞은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데, 주인공인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 역은 정성화, 양준모, 윤형렬이 연기한다. 추악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에스메랄다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을 지닌 인물이다. ◇스쿨 오브 락 일정 1월 12일 ~ 3월 24일 장소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연출 로렌스 코너 출연 코너 글룰리, 사미아 로즈 어피파이, 알라나 에스피널, 마키시그 아키우미, 사무엘 빅모어 등 브로드웨이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이 5년 만에 내한 공연을 펼친다.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은 로커답지 않은 외모로 밴드에서 쫓겨나고 집에서도 구박받는 듀이가 친구 대신 명문 사립학교 대리 교사로 위장 취업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듀이 역의 코너 글룰리는 “한국에서 정말 많은 사랑을 줘서 다시 올 수밖에 없었다. 2024년을 함께 즐기자”고 전했다. 평균 연령 11.5세의 아역 배우 17명 또한 뛰어난 실력을 자랑한다. 서울 공연은 3월 24일까지 열리며, 4월부터는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일정 1월 20일 ~ 3월 10일 장소 국립정동극장 연출 민새롬 출연 손상규, 김신록, 김지현, 윤나무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가 네 번째 공연으로 돌아와, 지난 시즌 참여했던 손상규, 김신록, 김지현, 윤나무 네 명의 배우가 다시 한번 관객과 만난다. 1인극 형태로, 불의의 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은 19세 청년 ‘시몽’의 심장이 51세 여성 ‘끌레르’의 몸에 이식되는 24시간의 과정을 그린다. 한 명의 배우가 시몽, 죽음을 선고하는 의사, 남겨진 가족, 장기이식 수혜자 등 총 16개 캐릭터를 연기한다. 장기기증 24시간의 기록을 다양한 인간들의 시선으로 그려내는 극은 삶과 죽음에 대한 원론적인 질문을 던진다. 본 기사에 소개된 공연을 관람하신 독자분의 생생한 후기를 기다립니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잡지를 보내드립니다. shjlife@etoday.co.kr
- 2024-01-05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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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보검 뮤지컬 도전…가을과 함께 찾아온 9월 문화 소식
- ●Exhibition ◇삼국의 여인들, 새로운 세계를 열다 일정 10월 29일까지 장소 은평역사한옥박물관 국립한국문학관(이하 한국문학관)이 주최한 전시로, 삼국시대 고전문학에 등장하는 ‘여신’, ‘여왕과 왕후’, ‘신비로운 여인’ 등 여러 유형의 여성상을 살펴보는 기획전이다. 1부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다’에서는 단군신화 속 웅녀, 고구려 주몽의 어머니 유화 등 건국 설화 속 어머니의 모습을 만나본다. 2부 ‘운명을 개척하다’에서는 신라 최초의 여왕인 선덕여왕, 삼국통일에 기여한 문희 등 삼국시대 여성들의 진취적인 목소리를 들어본다. 3부 ‘낯선 존재와 만나다’에서는 수로 부인, 처용의 아내 등 현실 세계를 넘어 낯선 존재와 조우했던 신비로운 여성들을 통해 고전문학의 상상력을 엿본다. 4부 ‘이야기를 남기다’에서는 한국문학관이 소장하고 있는 ‘삼국유사’, ‘삼국사기’, ‘역옹패설’ 등 중요한 문학 원본 자료와 향가 및 설화를 모티브로 재해석한 근현대 작품 등을 볼 수 있다. 문정희 한국문학관장은 “고대 사회 여성의 힘과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2025년 개관될 한국문학관의 중요한 컬렉션을 엿볼 수 있다”라고 전했다. ◇회화 아닌(Not Paingtings) 일정 10월 9일까지 장소 대구미술관 ‘모던 라이프’(2021년), ‘나를 만나는 계절’(2022년)을 잇는 대구미술관의 소장품 기획전이다. 미술과 기술 매체의 만남이 가지고 온 미술 형식의 새로운 변화를 살펴본다. 개관 준비기부터 현재까지 수집한 작품 중 비디오 매체의 특성을 탐색한 미디어아트 초기 작품, 동시대 예술가의 뉴미디어, 사진작품 등 34점을 ‘확장하는 눈’, ‘펼쳐진 시간’, ‘경계 없는 세계’의 세 가지 주제로 나누어 조명한다. 최근 현대미술의 동향 또한 소개한다. 이강소, 박현기, 김구림 등의 대구 작가들과 백남준, 김순기, 김해민 등으로 계승돼온 국내 미디어 1세대 작가들의 관계뿐만 아니라 최근 활발하게 활동하는 동시대 작가들을 두루 만나볼 수 있다. ●Stage ◇벤허 일정 9월 2일 ~ 11월 19일 장소 LG아트센터 서울 연출 왕용범 출연 박은태, 신성록, 규현, 이지훈, 박민성, 서경수, 윤공주, 이정화, 최지혜 등 뮤지컬 ‘벤허’는 루 윌러스가 1880년 발표한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유다 벤허’라는 한 남성의 삶을 통해 고난과 역경, 사랑과 헌신 등 숭고한 휴먼 스토리를 담았다. 역동적인 액션, 홀로그램을 활용한 무대 영상, 전차 경주 장면 등이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번 세 번째 시즌에는 뮤지컬 ‘마타하리’, ‘웃는 남자’ 등 대작을 빚어낸 EMK가 제작에 나서 높은 완성도를 예고한다. 벤허 역에는 박은태, 신성록, 규현이 캐스팅됐으며, 메셀라 역은 이지훈, 박민성, 서경수가 연기한다. 에스더 역은 윤공주, 이정화, 최지혜 등이 함께한다. ◇삼총사 일정 9월 15일 ~ 11월 19일 장소 한전아트센터 연출 신성우·강봉훈 출연 박장현, 후이, 렌, 유태양, 민규, 이건명, 최대철, 김형균 등 뮤지컬 ‘삼총사’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2004년 체코에서 처음 뮤지컬로 만들어졌다. 17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왕실 총사가 되기를 꿈꾸는 청년 달타냥과 전설적인 총사 아토스, 포르토스, 아라미스가 루이 13세를 둘러싼 음모를 밝혀내는 과정을 담았다. 국내에서는 2009년 초연 이후 꾸준히 공연되며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번에는 9번째 시즌으로 초연부터 배우로 참여해온 신성우와 강봉훈 연출이 공동 연출을 맡는다. 달타냥 역에는 박장현, 후이(펜타곤), 렌, 유태양(SF9), 민규(DKZ)가 캐스팅됐다. ◇렛미플라이 일정 9월 26일 ~ 12월 10일 장소 예스24 스테이지 1관 연출 이대웅 출연 박보검, 안지환, 신재범, 김태한, 김도빈, 이형훈, 윤공주, 최수진, 방진의 등 ‘제7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3개 부문을 석권하며 2022년 최고의 창작 뮤지컬로 꼽힌 ‘렛미플라이’가 돌아온다. 1969년 보름달이 밝게 빛나던 어느 날 밤, 라디오 주파수의 영향으로 70살 할아버지가 된 남원이 과거로 돌아가기 위한 미래 탐사 작업에 돌입하며 벌어지는 좌충우돌 일상을 그린다. 무엇보다 이번 시즌은 배우 박보검이 청년 남원 역할에 합류해 기대를 모은다. 데뷔 후 12년 만에 뮤지컬에 첫 도전한 그는 연기 스펙트럼을 한 단계 넓힐 예정이다. 본 기사에 소개된 공연을 관람하신 독자분의 생생한 후기를 기다립니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잡지를 보내드립니다. shjlife@etoday.co.kr
- 2023-09-0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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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신 인센티브, 어디까지 알아보셨나요?
- 경남 고성군은 매월 추첨을 통해 1000만 원 상당의 경품을 준다. 울산시와 대구시는 경품으로 건강검진권을 제공한다. 전남은 해남을 방문한 여행객에게 1인당 5만 원 여행상품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이런 혜택은 어떤 사람들이 받을 수 있을까? 이들은 최근 국내 지방자치단체가 내놓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방 접종자를 위한 혜택이다. 7월부터 59세 이하 시니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방 접종을 맞는다. 6월 17일 기준 70세 이상 어르신 80%는 이미 1차 접종을 완료했다. 백신 접종 속도가 빨라지고 백신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정부와 전국 자치단체가 앞다투어 백신 인센티브를 내놓고 있다. 이미 2차 접종까지 마치고 14일이 지난 시니어나 곧 접종을 받게 될 시니어를 위해 다양한 백신 인센티브를 소개한다. 정부 정부는 지난 5월 26일 ‘예방접종 완료자 일상회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접종자가 가족 모임 인원에서 제외되는 혜택 외에도 공공시설에서 입장료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두 차례 접종해야 하는 화이자·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1차 접종자도 해당한다. 6월부터 국립공원 생태탐방원 체험프로그램 입장료는 50%, 국립생태원·국립생물자원관 입장료를 30% 할인에, 국립 자연휴양림 입장료는 면제한다. 창덕궁 달빛기행, 경복궁 별빛야행 같은 인기 문화재 관람 프로그램은 접종자를 대상으로 한 특별 회차를 편성할 예정이다. 수도권 세종문화회관은 올해 진행하는 자체 공연과 전시에 대해 관람료를 최대 30%까지 할인한다. 연극 ‘완벽한 타인’ 등 이미 막을 올린 공연부터 연말 ‘송년음악회’까지 자체 공연과 전시를 대상으로 10~30% 할인한다.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내놓은 백신 인센티브는 아직 준비 중이다. 지난달 31일 서울시는 “지자체 차원에서 가능한 접종 인센티브 제공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자치구 의견 수렴 등의 절차를 거쳐 내부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보영 서울시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지난 16일 서울시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백신 접종자를 상대로) 추가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어느 시기에 할지를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시는 백신 1차 접종자가 에버랜드를 35%, 캐리비안 베이·한국민속촌를 40% 할인된 가격으로 자유이용권을 구매할 수 있게 한다. 용인자연휴양림은 주차요금을 전액 면제하고, 노상주차장을 제외한 용인시 관내 23개 공영주차장에서도 이용료 20%를 할인한다. 경기도 수원시 소상공인들은 만 60세 이상 백신 접종자에게 음식값과 이용요금을 할인하는 ‘백신 인센티브’ 행사를 준비했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은 만 60세 이상 수원시민은 7∼8월 두 달간 음식값과 이용요금을 업소마다 자율적으로 정한 범위 내에서 할인받을 수 있다. 성남·파주·광명·안산시 역시 산하 체육·관광시설과 참여 의사를 밝힌 미용·외식업소 등에서 할인을 하고 있다. 경기도 광명시는 오는 12일부터 만 65세 이상 백신 접종자에게 광명동굴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65세 미만 접종자는 50% 할인된 가격에 입장할 수 있다. 광명시민은 중복할인도 받을 수 있다. 7월부터는 시민회관 기획공연 20% 감면, 기형도 문학관 입장객 기념품 증정, 광명극장 기획공연 우선 예약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강원도 강원도는 어르신들의 접종을 독려하기 위해 접종 우수마을을 포상하고, 접종을 완료한 어르신에게 유명 인기 가수의 트로트 콘서트 관람 기회를 준다. 가족단위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일부 해수욕장 코로나19 프리존을 운영하고, KTX 경강선 코로나19 프리존 연계 관광상품 등을 출시한다. 또 코로나19가 종식되면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코킷리스트’) 공유 이벤트 등을 추진하기 위해 시·군 및 코레일과 협의하고 있다. 강원도 강릉시는 오죽헌시립박물관과 강릉통일공원 무료입장을 허용하고, 강릉시립예술단 공연 은 입장권을 50% 할인한다. 강릉시 관계자는 무료 급식, 재가 복지 서비스 대기자 발생 시 백신 접종자를 우선 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충청도와 대전광역시 대전시는 지난 14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한시적으로 각종 문화·체육시설 입장료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대전시립미술관과 이응노미술관은 입장료를 받지 않고, 오월드(동물원)와 프로축구 대전하나시티즌 홈경기 입장료 20% 할인받을 수 있다. 충남 서천군은 백신 인센티브용 특별 관광 프로그램을 새로 개발했다. 7월 20일부터 백신 접종을 받은 여행객에게 공짜로 시티투어를 시켜주고, 단체 여행은 인원수에 따라 10~30% 할인한다. 특별 관광 프로그램 중 농촌 관광 프로그램에는 차량을 지원하는 등의 혜택과 관광기념품도 준비돼 있다. 전라도 전라북도에서는 일찌감치 관광객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전북도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전북 투어 패스’를 ‘1+1’ 체제로 특별판매한다. 투어 패스 카드 한 장으로 도내 모든 시·군의 시내버스를 이용하고 주요 관광지에 입장 가능하며, 맛집·숙박·체험시설·주차장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전북 진안군은 진안 군민에게 국민체육센터 입장료 80%와 골프연습장이용료 50%를 각각 할인한다. 전라북도 무주군 반디랜드 곤충박물관과 천문과학관, 부안군 청자 등은 입장료의 절반을 깎아준다. 전라북도 순창군 강천산군립공원과 전라북도 익산시 보석박물관은 아예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이 외에도 순창군은 8명 이상 단체 관광객에게 교통편과 체험·숙박비를 지원한다. 또 올해부터는 8명 이상 단체 관광객 익산역·남원역·광주송정역·순천역·광주공항 등 기차역과 공항까지 ‘힐링투어 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전세버스로 방문하는 관광객에게는 버스비 일부도 지원한다. 그 외 올해 처음으로 전주 한옥마을과 순창 강천산을 연계하는 ‘시티투어 버스’ 운영, 4명의 소규모 관광객에게는 1일 체험비 최대 1만 원, 숙박비 1인당 1만 원씩 지원할 예정이다. 전라북도 군산시는 7월부터 소상공인지원과 기간제 근로자 채용 시 접종자에게 가점을 준다. 평생학습관 프로그램 수강료도 할인 또는 면제해준다. 전라남도 여수시는 농기계 임대료를 추가로 할인해주고, 사회복지시설 내 노래교실 운영을 허용한다. 전라남도 해남군은 여행사와 함께 ‘백신 안심여행’ 상품을 개발했다. 7∼8월 동안 1박 2일 이상 해남을 찾는 접종 완료 관광객에게 1인당 5만 원의 특별 인센티브를 지원해, 기존 19~20만 원인 여행상품을 5만 원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경상도와 주변 광역시 울산시의회사회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울산시민들에게 17일부터 오는 10월 31일까지 5차례 추첨을 통해 135명에게 건강검진권을 제공한다. 경품 참여 병원은 울산대병원, 동강병원, 중앙병원, 울산병원 등 13곳이다. 울산박물관은 오는 24일과 다음 달 1일 두 차례 진행하는 ‘제18회 전통문화 체험교실’에 백신 접종자만을 참여시키기로 했다. 대구시는 백신 접종자에게 ‘건강검진권’ 등 경품을 선물로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국립부산과학관은 지난 8일부터 성인 기준 3000원인 상설전시관 입장료를 받지 않고 있다. 접종 확인서와 신분증을 매표소에 제시하면 무료입장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부산시는 시립박물관·미술관의 무료관람에 이어 영화의 전당·문화회관 등에서도 관람료 할인을 검토하고 있다. 경상북도 경주엑스포대공원은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백신을 접종한 경북도민들에게 공원 입장료를 면제한다. 엑스포대공원 상설공연인 뮤지컬 용화향도 관람료를 20% 할인한다. 공연 ‘인피니티 플라잉’도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백신을 맞은 국민이면 거주지와 상관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경상남도 고성군은 전체 260개 마을 중 백신 사전예약률이 우수한 마을 10곳에 총 10억 원의 숙원사업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우수마을 경로당에는 사회복지협의회를 통해 100만 원 상당의 물품과 운영비를 지급한다. 또 접종을 마친 군민 중 매월 추첨을 통해 1000만 원 상당의 경품을 준다. 지급 대상과 방법, 형태는 군민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방침이다. 경상남도 하동군은 옛 경전선 북천역~양보역 레일바이크와 금남면 금오산 짚 와이어 탑승자에게 이용료 50%를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켄싱턴리조트와 비바체 리조트 이용자에게는 이번 달부터 향후 3개월간 숙박료 30%를 깎아준다. 이 외에 불교계가 제공하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할인 혜택도 있다. 6월부터 전국 135개 사찰의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참가비에서 2만 원을 할인한다. 접종자 당사자에 한해 선착순 1만 명에게 혜택이 제공된다.
- 2021-06-1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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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Off 위한 랜선 On 연휴 나기
- 코로나19로 예년과 달랐던 지난해 명절 풍경. 아쉽고 서운하지만, 올해 역시 서로의 안위를 위해 거리를 둬야 하는 상황이다. 몸이 멀다고 해서 마음마저 멀어질 수는 없는 법. 온택트로 소통하고 비대면으로 연휴를 즐기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여느 해와는 다른, 코로나 시대의 명절 풍속도를 들여다봤다. 지난 1월 소셜커머스 티몬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가친척이 모여 명절을 보낸다는 이는 단 4%였다(티몬 고객 1043명 대상). 부모님만 뵙고 오겠다는 이들도 16%에 그쳤다. 자녀와 떨어져 사는 부모 세대라면 자식과 손주들을 보지 못해 섭섭한 마음이 클 터. 전화나 스마트폰 영상 통화로 안부를 전해도 좋지만, 좀 더 색다른 비대면 만남도 가능하다. 생방송으로 세배 받고 유튜브도 함께 보고 요즘은 다양한 기능을 접목한 영상 통화 서비스와 앱이 주목받고 있다. 그중 LG유플러스의 ‘U+tv 가족방송’은 IPTV를 통해 생방송 영상 통화가 가능하다. TV를 켜고 가족 채널 970번을 누른 뒤 발신자의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는 등 손쉬운 방법으로 연결이 된다. 스마트폰보다 훨씬 큰 TV 화면을 통해 영상을 제공하는 덕분에 시력이 안 좋은 시니어들도 실감 나고 편안하게 가족을 만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을 살려 TV를 마주 보고 세배를 받거나, 차례 지내는 모습을 생중계하는 등 명절 분위기를 공유하면 좋다. 또, KT의 영상 통화 앱 ‘나를’(Narle)은 사용자 얼굴을 기반으로 만든 3D 아바타나 증강현실(AR) 스티커를 적용해 색다른 영상 통화가 가능하다. 최대 8명이 함께 그림 퀴즈, 마피아 게임을 즐기거나 유튜브 콘텐츠도 동시에 시청할 수 있다. KT는 지난해 해당 영상 통화 서비스를 일부 노인요양원에 지원해 아쉬워하는 가족들의 마음을 달래기도 했다. 올해 또한 요양원 등 시설의 면회가 쉽지 않아, 이러한 서비스가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금 또는 건강·프리미엄 선물이 대세 지난해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의 리서치에 따르면, 부모님 명절 선물 1위는 현금(59.5%)이 가장 많았다(30~50대 남녀 3041명 대상). 같은 시기 60대 1001명에게 ‘자식에게 명절 용돈을 받으면 기분이 어떤가’라고 묻자, ‘자식 마음이라 생각하고 고맙다’(62.6%)는 흡족한 반응을 보인 이가 과반수였다. 자칫 무성의한 선물이라 인식되기도 했던 ‘현금’이, 코로나 시대에는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기 맞춤한 수단이 된 것이다. 현물 역시 비대면 배송이 가능하다. 지난 1월 롯데마트에 따르면, 올해 설 선물 예약판매 항목에서 건강 기능 식품이 78.7%를 차지했고, 그중 홍삼 관련 제품 매출은 349.9%에 달했다. 코로나19로 건강과 면역력에 관심이 높아진 영향일 테다. 또, 이마트가 설 선물 예약 실적을 분석한 결과 20만 원 이상의 프리미엄 선물 세트가 46.8%의 신장세를 보였다. 부모를 뵈러 가지 못하는 송구한 마음을 고가의 선물세트로 대신한다는 이유에서다. 혹여 현금이나 선물만 보냈다고 섭섭해하기보다는, 상황이 상황인 만큼 부모들도 이 또한 자녀들의 정성임을 헤아려야겠다. 센스 있는 시니어라면 자녀와 손주에게 모바일 선물을 보내 마음을 표현해도 좋겠다. 온라인 성묘 서비스로 접촉 최소화 설날 차례를 지내고 일가친척이 모여 성묘 가던 풍경도 올해는 보기 어려울 듯하다. 최근에는 온라인을 통해 조상에게 인사를 전하기도 한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거리 두기를 위해 온라인 성묘 서비스를 권고한다. 대표적인 온라인 성묘 서비스로는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www.15774129.go.kr)이 있다. 홈페이지에 접속해 장지를 모신 시설을 선택하고 영정사진을 비롯한 가족사진이나 상차림, 헌화 등 이미지를 넣어 추모관을 꾸미면 된다. 이를 모바일을 통해 가족이나 친지들과 공유해 고인을 기리고 메시지 등을 남길 수 있다. 인천시와 인천시설공단도 이번 설 연휴에 인천가족공원의 전 시설에 대해 ‘잠시 멈춤’(임시 폐쇄)을 시행한다. 대신 지난해 추석 때 반응이 좋았던 온라인 성묘 서비스를 2월 8일부터 21일까지 운영한다. 인천가족공원 온라인 성묘 홈페이지(grave.insiseol.or.kr)에 사전 접수 후 이용 가능하고, 가족들이 원하면 봉안함 사진도 찍어서 제공한다. 아울러 왕래가 어려운 친지간에 유대감을 형성하도록 유가족 덕담 콘텐츠와 포토 갤러리도 확대할 계획이다. 쏠쏠한 연휴를 위한 소소한 Tip 65세 이상은 전화로 승차권 예매 연휴 기간 장거리 이동이 불가피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최근 KTX, SRT 등은 스마트폰 앱이나 온라인 승차권 예매만 진행한다. 거리 두기로 창가 좌석만 판매해 자칫 비대면 예매 시스템이 익숙지 않은 시니어라면 곤란할 것이다. 이에 코레일과 SR은 만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전화 접수를 하거나 전체 좌석의 10%를 우선 배정하는 등 편의를 돕고 있다. 드라이브스루 전통시장 이용하기 자동차에 탄 채로 쇼핑이 가능한 ‘드라이브스루’(drive-through)는 거리 두기에 효과적인 서비스 중 하나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대형마트, 편의점뿐만 아니라 노량진수산시장을 비롯한 군산, 울산 등 전통시장에서 이러한 드라이브스루 시스템을 도입했다. 연휴 전후에 간헐적으로 서비스하는 곳도 있으니, 지역 시장을 찾는다면 관련 정보를 꼭 확인해보자. VR 콘텐츠로 즐기는 온라인 박물관 손주와 연휴를 보낸다면 유익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외출 대신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내 ‘온라인 전시관’에서 무료 전시를 만나보자. 최근 전시와 더불어 지난 전시 영상이 다양하게 마련됐다. 특히 인기리에 진행됐던 ‘지도예찬’, ‘황금문명 엘도라도’ 전 등을 비롯해 경주, 전주, 부여 등 지역 박물관 전시장을 VR 콘텐츠로 더욱 실감 나게 감상할 수 있다.
- 2021-02-10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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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되살아난 패배의 역사, 익산 미륵사지
-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했던가? 패자의 역사는 폐허 더미에 묻히거나 전설로만 전해 내려온다. 그래서일까? 기를 쓰고 남을 짓밟아 승자로 남고 싶어 하는 이들은 유독 자신의 권위를 과시하기 위해 남들보다 더 높은 탑을 쌓고 더 큰 영토에 집착하며 영역 표시에 목숨을 건다. 하지만 하나는 맞고 하나는 틀리다. 역사는 승자를 주로 기록하지만 패자에게도 눈길을 준다. 아니 후세의 이야기꾼들은 승자보다 패자에게 더 감정이입을 하며 가슴 절절한 이야기들을 만들어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댄다. 태생적으로 아웃사이더 기질을 갖고 태어난 이야기꾼들의 귀는 승자보다 드라마틱한 패자의 삶에 더 솔깃하기 때문이다. 쓸쓸하기만 했던 부여 유적지, 미륵사지 복원으로 옛 영광 되찾아 옛 부여가 지배했던 지역을 여행할 때면 어쩐지 쓸쓸하다. 지금은 그나마 좀 나아졌지만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이 지역 역사 현장들은 남루하고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웅진백제 시대의 도성이었던 공주를 처음 방문했을 때가 1990년 가을. 공주에 가면 으레 그곳에 가야 한다는 일행을 따라 방문한 무령왕릉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 역사적인 유적지, 옛 부여의 왕이 묻혀 있는 지하 무덤방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다. 물론 관람객을 차단하는 유리벽이 있었지만 그리 튼튼해 보이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론 왕의 무덤을 봤다는 두근거림이 있었지만 한편으론 역사적 유물 현장을 일반인들에게 개방한다는 것이 너무 위험해 보였다. 결국 1997년경 유리벽에 곰팡이가 생기고 물이 새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면서 공주 무령왕릉을 비롯해 송산리 고분의 석실 관람이 전면 금지됐다. 현재는 모형전시관에서만 그 형태를 유추해볼 수 있다. 미국에서 돌아와 근 26년 만에 다시 공주 송산리 고분을 방문했을 때 무덤방 개방이 전면 금지된 것을 알고 아쉽기는 했지만 이제야 제대로 문화재를 보존하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었다. 일제강점기에 도굴꾼보다도 더 졸속으로 17시간 만에 유물들을 꺼내 옮겼다는 무령왕릉 발굴은 두고두고 한국 고고학계의 수치이자 치욕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당시 발굴 단장이었던 서울대 고고학과 故 김원룡 박사의 회고록은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고구려 유적지는 대부분이 북한 지역에 위치해 있어 비교 대상이 신라밖에 없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백제의 유물들만 유독(?) 수난을 당하는 건 아닐까 하는 의혹도 든다. 사실 경주를 방문할 때 느끼는 깔끔하고 웅장한 박물관이며 유물 단장 상태를 보면 이런 의혹이 근거가 아주 없지는 않은 듯하다. 그런데 최근에 이런 의혹을 한순간에 없애주는 곳을 다녀왔다. 익산의 미륵사지 터다. 일제강점기였던 1910년, 조선총독부가 무너지기 전의 미륵사지 석탑을 실측하고 무너져 내린 석탑 뒷면을 콘크리트로 땜질해 세워놓았다. 지난해 4월 말, 몰락한 왕조의 찬란한 유산이 마침내 20년간의 해체와 복원 과정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 준공식을 한다는 기사를 본 후,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익산 여행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전남 지역을 한 번 훑고 전북을 돌아다녀보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차일피일 늦어졌다. 그러던 차에 지난 7월, 전남 장성 필암서원을 취재차 가야 할 일이 생겨, 벼르고 벼르던 익산 여행을 코스에 넣고 일정을 짰다. 미륵사지 동석탑, 일본의 호류지 목탑과 유사해 깜짝 놀라 마침내 익산 미륵사지 터를 방문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여름 끝자락 주중이라 그런지 찾는 이도 없었다. 고즈넉한 미륵사지 터 곳곳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복원해놓은 미륵사지 동석탑을 보다가 어디선가 본 듯한 석탑이 자꾸 떠올랐다. 2016년 일본 교토를 여행한 적이 있었다. 교토 여행 마지막 날, 나라 현의 호류지를 찾아가기 위해 일본 시골을 헤집고 돌아다니던 기억이 샘솟았다. 호류지에서 봤던 5층 목탑과 그 위의 풍탁까지… 복원해놓은 미륵사지 동석탑의 모습이 호류지에서 봤던 목탑과 형태가 정말 똑같았다. 당시 교토를 건너가기 전 한국에서 경주 여행을 마치고 다음 날 일본으로 넘어갔기 때문에 그해의 여행은 마치 천년의 시간과 공간이 건너뛴 듯 아주 특별하고 소중했다. 이런 경험 때문이었을까? 미륵사지 터에 복원된 동석탑을 보는 순간 4년 전 뜨거웠던 그해 여름, 찾는 이 없이 적막했던 호류지 사찰 경내의 그 목탑이 불현듯 떠올랐다. 백제와 고구려 장인들이 건너가 전수한 일본 아스카 문명의 꽃 ‘호류지’ 일본의 아스카 문명을 꽃피웠던 쇼토쿠 태자에 의해 창건된 호류지(법륭사)는 1993년 일본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세계적 불교문화의 보고다. 호류지 본당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로 알려져 있다. 호류지의 박물관인 대보장원에는 백제에서 선물했다는 설과 백제의 후예가 만들었다는 설이 전해지는 대형 목불상 ‘백제관음상’이 보존돼 있다. ‘일본관음상’이 아닌 ‘백제관음상’으로 기록된 것으로 보면 백제의 찬란했던 문화가 일본에까지 건너가 꽃을 피웠던 건 분명해 보인다. 호류지의 금당 내 벽화는 고구려 승려 화가인 담징이 그린 것으로 전해지는데, 1945년 화재로 소실됐다고 한다. 아쉬운 대로 소실되기 전 촬영해놓은 사진을 근거로 디지털화된 3D금당벽화를 인터넷에서 감상할 수 있다. 동양 최대 미륵사지 석탑, 해체와 복원 20년 걸려 미륵사지 터에서 우리가 중요하게 감상해야 할 석탑은 당시 모습을 유추해 복원한 동석탑이 아니라 머리 부분과 위의 두세 층이 사선 모양으로 비스듬히 허물어진 서석탑이다. 국보 제11호, 동양의 최대 석탑이다. 20년 동안 일본이 뒷면에 발라놓은 콘크리트를 제거하고, 본래 모습을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 치아 스케일링 기계까지 동원해 콘크리트의 흔적을 말끔하게 벗겨내, 마침내 1910년대 당시의 모습으로 복원됐다. 일본은 1910년 한국을 식민지화하고 문화자원을 조사하면서 유독 백제 문화 유적에 큰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미륵사지 석탑을 실측하고 빽빽하게 조사 보고서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일본인들이 미륵사지 터를 발견하고 조사할 당시 동석탑은 이미 무너져 내려 흔적만 남아 있었고 힘겹게 남아 있던 서석탑도 무너져가는 상태였다고 한다. 국립익산박물관에 전시된 사리장엄구 등 볼거리 풍성해 일본이 미륵사지 서석탑 뒤에 콘크리트를 발라 세워놓은 것은 자신들의 본류를 조사하고 분석하기 위해서였을까? 국립 익산박물관에는 뒷면이 콘크리트에 쌓인 채 흉물스럽게 숨 쉬고 있던 미륵사지 석탑을 해체해 복원하기까지 걸린 20년간의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았다. 서석탑을 해체하면서 발견된 사리장엄구와 출토된 유물들도 전시돼 있다. 또한 익산박물관 홈페이지에서 다큐멘터리(문화유산 채널 K-HERITAGE TV 제작)를 통해, 무너져 내린 미륵사지 석탑 등을 촬영한 사진을 보며 백제 문화와 유적에 얽힌 가슴 아픈 역사를 감상할 수 있다. 몰락한 왕조의 유물과 유적을 통해 권력과 무상함 깨우치는 곳 7세기 백제의 무왕이 왕비의 청으로 불사를 일으켰다는 미륵사지. 중생을 구제하는 미륵불이 나타나 나라의 안녕과 백성의 평안함을 기원하기 위해 지은 대규모 사찰 미륵사지는 왕조의 몰락과 함께 오랜 시간 몰락과 소멸의 길을 걷다가 기적적으로 환생했다. 물론 똑같은 모습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곳을 거닐며 고증에 입각해 해체와 복원을 하며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되살리기 위해 쏟았을 문화재 보존 관련자들의 정성을 느껴본다. 몰락한 왕조의 유물이 이제야 온전히 평가받고 그에 걸맞게 대접받고 있다는 안도감도 든다. 넓이가 5만 평에 달하는 우리나라 최대 절터였다는 미륵사지. 양쪽의 석탑과 가운데 목탑, 가람도 3개나 있었다고 한다. 3탑 3금당의 구조로 웅장함과 화려함을 자랑했다는 미륵사지의 모습은 볼 수 없지만 절터 뒤편을 병풍처럼 막아서고 있는 안개 머금은 미륵산 자락과 주춧돌로 옛 영광을 유추해보며 광활한 절터를 걸어봤다. 흔적 없이 사라진 화려한 유물 대신, 세월의 이끼 낀 주춧돌만이 시간의 영겁과 헛되고 헛된 화려함을 누르고 2020년 후손들을 만나 ‘역사란 무엇인가’를 말해주고 있다.
- 2020-10-0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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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소산성 숲길, 너울거리는 초록 불꽃에 매혹되다
- 숲으로 들어서자 솔 그늘이 짙다. 부소(扶蘇)란 ‘솔뫼’, 즉 소나무가 많은 산을 일컫는 백제 말이란다. 부소에 산성을 쌓았으니 부소산성이다. 백제 당시에는 사비성이라 불렀다. 산의 높이는 겨우 106m. 낮고 평평하나, 이 야산에 서린 역사가 애달파 수수롭다. 부소산성은 나당연합군에게 패망한 백제의 도성(都城). 백제 최후의 비운과 아비규환이 화인(火印)처럼 새겨진 현장. 숲길은 참신하지만 106m 높이로 퇴적된 한(限)과 비애가 비쳐 서글프다. 8월의 지독한 폭염 아래서도 숲은 싱그럽다. 잎잎이 푸른 여름 나무들. 열정처럼, 정념처럼, 눈부시게 환히 너울거리는 저 초록 불꽃들. 매혹될 수밖에. 태풍처럼 휘몰아치는 초록의 사태는 어디까지나 고요해 평화롭다. 지친 마음을 숲길에 부려놓기 적격이다. 번잡하게 날뛰는 마음의 날치를 평온하게 길들여볼 만한 시간이다. 하지만 평온한 시간은 짧게 지난다. 평화로운 시국도 그리 길지 않다. 공주에서 부여로 천도했던 백제의 국력은 강성했다. 강성해서 평화로웠다. 하지만 종단엔 추락했다. 뭐 볼 게 있다고 부여를 여행하나? 흔히들 하는 야박한 소리가 그렇다. ‘백제문화제’가 열렬히 펼쳐지고, 백제 문화유산을 재현한 ‘백제문화단지’가 웅장한 규모로 조성됐지만 백제 당시의 유적은 놀랍게도 소소하다. 정림사지와 능산리 고분, 궁남지, 테뫼식과 포곡식 산성이 혼합된 부소산성의 흔적 정도가 남아 있을 뿐이다. 문화강국 백제의 다채롭게 빛났을 유적들을 옹골차게 접할 길이 아예 없다. 참혹한 전화(戰禍)에 스러지고, 점령군의 횡포에 찢겨서다. 시절의 평화도, 문화의 정채(精彩)도 이렇게 한순간에 산산조각 난다. 오호 통재라, 망국이란 실로 완전한 소진이다. 숲의 저 천진한 생동과 우수에 찬 역사의 배치(背馳)라니. 백제의 융성한 문화는 일찍이 일본으로 흘러 일본 고대 문화의 끌텅을 이루었다. 신라 왕경 경주의 랜드마크였던 황룡사 9층 목탑은 백제의 명장 아비지의 작품이다. 김부식은 ‘삼국사기’에서 백제의 궁궐 건축을 평하길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라 했다.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았던’ 백제의 정신과 백제인의 마음을 헤아리자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찬사와 조의를 함께 표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다. 숲의 초록 사이로 어둑한 소로가 거듭 이어진다. 뙤약볕이 간간이 스며들어 흰 강아지처럼 길에 드러눕는다. 가파를 게 없는 숲길이니 더위에 절여진 몸으로도 헐떡일 일은 없다. 길섶엔 백제를 상기시키는 건조물들이 들어서 있다. 백제의 세 충신 성충, 흥수, 계백의 영정을 모신 삼충사를 비롯해 군창지, 궁녀사, 영일루, 반월루, 사자루 등이 있다. 모두 백제 이후에 발굴되거나 복원되거나 현대에 이르러 신축됐다. 부소산성은 도성의 방어 기지이면서 왕궁의 후원 역할도 겸한 걸로 추정된다. 왕족들의 소풍과 산책이 숲에서 숲길에서 다반사로 펼쳐졌을 게다. 질박한 흙길로 자못 심원한 정취를 자아내는 태자골 숲길은 왕자들의 산책로였다지. 철부지 어린 왕자들이 간혹 참새처럼 조잘대며 이 숲에서 뛰놀았을까? 숲이 무성하니 고목도 숱하다. 상흔으로 겨우 선 나무도, 썩어가며 곰팡이에 몸통을 내주는 나무도 많다. 재난과 수난을 피할 길 없는 게 생태계이지만 생명은 이어진다. 한 줌 거름으로 돌아가 다른 생명의 밥이 되는 나무의 순환은 고고하다. 삶 안에 죽음이 있듯이 죽음 안에도 삶이 있다. 오직 사람만이 한 번 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 낙화암 벼랑에서 꽃처럼 분분히 떨어져 죽었다는 삼천궁녀들은 언제 다시 오려나. 궁녀들뿐이었겠는가. 망국과 함께 노을처럼 시든 수많은 부녀와 노약과 군병들이 백마강의 고혼으로 떠돌겠지. 백제의 마지막 임금 의자왕은 ‘해동증자(海東曾子)’로 칭송된 인물이었다. ‘과단성 있고 침착하며 사려가 깊어 명성이 홀로 높았다’는 기록 역시 의자왕이 준재였음을 웅변한다. 하지만 승자의 각색 속에 나오는 의자왕은 궁녀들과 더불어 음란과 향락에 취한 얼간이. 해서, 고인 물처럼 썩어 무너진 게 백제였다는 투의 오진이 활개를 쳤다. 낙화암 ‘삼천궁녀 전설’ 역시 승자들이 부풀린 조작일 뿐이다. 패자의 봉욕이란 슬픈 과보란 말인가. 백마강 수면에 물살이 어린다. 쏴아, 황량한 바람이 유령처럼 허공에 일어 숲을 흔든다. 탐방 Tip 부소산성 숲길 탐방엔 한두 시간이 걸린다. 산을 끼고 도는 백마강 나루에서 황포돛배 유람선을 탈 수도 있다. 인근 부여읍내에 있는 정림사지 5층 석탑, 궁남지, 국립부여박물관을 함께 탐방해 백제 문화를 살펴본다. 신동엽 시인의 생가와 문학관도 둘러보자.
- 2018-09-1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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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된 미래, 오늘까지 이어지는 비단길
- 우리에게는 어떤 인류도 경험하지 못했던 어마어마한 길들이 펼쳐져 있다. 거미줄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는 길은 당연한 듯하지만 생각할수록 경이롭다. 단순한 길이든 먼 길이든 길이라면 출발지와 도착지는 있어야 한다. 더구나 끊어져서는 안 된다. 그런 길은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쉬지 않고 꿈틀대며 흐르고 있다. 물리적인 길도 확장되고 있을 뿐 아니라, 길의 개념도 넓어지고 있다. 이미 많은 길이 있는데도 새로운 길은 여전히 열리고 뜸한 길은 닫히고 있다. 비행기 길도, 뱃길도, 정상을 향한 길도, 꼭대기에 오르기보다 빙 둘러가는 둘레길도 이 나라에서도 저 고을에서도 유행처럼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 길을 찾아다니던 나는 1990년 초, 오래 사용하지 않아 이름만 있고 오히려 끊긴 길을 찾아 나섰다. 비단길이었다. 그 길을 취재하며 카라코람 하이웨이라 불리는 산중 하늘길을 따라 흐르는 인더스 강에 닿았다. 파미르 고원을 넘어 중국과 파키스탄의 국경을 지나 일주일을 쉬지 않고 물과 함께 내려가는 그 길이 내겐 충격이었다. 수시로 그 길들의 여러 모양이 가끔 꿈에 나타난다. 최근에도 난 그 길을 꿈에서 보았다. 세계 3대 산맥인 카라코람, 힌두쿠시, 히말라야가 모인 자리에 우뚝 솟은 하나의 바윗덩어리 낭가파르바트! 그 자체의 높이만으로도 끝이 보이지 않으리라 짐작했는데 중턱에 구름이 걸려 있다. 신들이 음식을 만드느라 생긴 연기가 구름이란다. 그렇게 속세와 단절된 정상이 구름 사이로 살짝 보이며 푸른 하늘과 잿빛 바위가 아득하다. 자꾸 뒤돌아보며 내려가던 길이 아련하다. 이곳이 바로 우리 조상들의 시간과 공간이 묻혀 있는 비단길 중 가장 험준한 실크로드의 한 자락이다. 나는 경주에서 로마로 이어진 사연 많고 한까지 맺힌 우리의 그 비단길을 이스탄불 시장의 초대 사진전으로 연결시켰다. 2011년 가을, 이스탄불 탁심공화국 예술 갤러리 막셈(Taksim Cumhuiyet Sanat Galerisi-Maksem)에서 개최된 을 통해서다. 이 전시를 주최한 카디르 돕바쉬 이스탄불 시장은 초대장에서 비단길의 종착점을 로마로, 출발지를 서라벌로 연결시켰다. 더구나 전시의 주제가 멈추지 않고 형체가 없는 바람과 물을 주제로 한 풍류였기에, 왜곡된 우리의 조선과 고려를 넘어 신라와 대진국, 백제, 고구려, 가야, 북부여, 고조선 배달겨레를 관통하는 중앙아시아 나라들과 연결된 시간과 공간의 뿌리를 확장할 수 있었다. 오래된 미래가 유전된 풍류의 맥은 앞으로 21세기 아시아와 유럽이 하나로 연결되었던 아름답고 부드러운 새 시대의 비단길을 다시 이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요즘 세상에서는 가상공간의 길이 고전적 개념의 실제 길보다 더 유용하고 바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원거리 통신이나 방송국에서 쏜, 한 방향으로만 흐르던 일방적 전파의 길도 이젠 인터넷을 이용한 다양한 다자간의 형태로 엉켜 전 인류를 하나로 묶는 길을 내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어디라도 길을 만들 수 있게 된 세상이다. 이제 원하는 모든 길은 준비되었다. 더 이상 하드웨어적인 길은 문제될 것이 없는 세상이다. 길은 태생적으로 도구와 효용의 성격이 강하다. 길이 목적이 될 수는 없다. 문제는 준비된 그 길에 ‘무엇을 싣고 갈 것이며, 무엇을 전할 것인가?’라는 소프트웨어적 가치다. 우리 어른들이 얘기했던 만남을 위한 장이 길 자체보다 중요해진 시대에 우린 살고 있다. 만남과 교류를 위한 신시(神市)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피부색과 민족을 넘어 상대를 존중하는 성숙한 만남, 새로운 생각과 서로의 아름다움을 인정하고 나누기 위한 길인 것이다. 이러한 일을 함께 담당할 우리 아이들에게 전해줄 우리의 오래된 미래! 우리가 어른들에게 이어받은 우리의 오래된 미래! 나만을 고집하는 것에서 우리의 가치로 아우르는, 아시아와 유럽을 이어줄 시대정신! 넓은 새 땅 새 벌, 시베리아에 우연처럼 펼쳐진 작은 민족들과 지구의 등뼈 같은 중앙아시아의 사람들이 두 팔을 들어 올리는 그날이 바로 우리가 함께 기다리는 오래된 미래인 것이다. 여기 동방의 해가 돋는 우리나라에서 우리와 우리 아이들이 길의 한 자락을 잇고, 저기 멀리 서방에선 이런저런 사연으로 헤어졌던 또 다른 우리의 아이들이 이 길을 이어오는 소리가 차츰 커지고 있다. 이제 지구 상에 다시 열리길 기다리고 있는 큰길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오래된 비단길뿐이다. 함철훈(咸喆勳) 사진가·몽골국제대학교 교수 1995년 민사협 초청 ‘손1’ 전시를 시작으로, 2009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 2012년 이탈리아 밀란시와 총영사관 주최로 전을 FORMA에서 개최. 2006년 인터액션대회(NGO의 유엔총회)서 대상 수상. 저서로 , 등이 있다.
- 2017-03-2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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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낙 그림 이야기] 우리 범종(梵鐘)에는 특별함이 있다
- ‘성덕대왕신종(聖德大王神鐘)’, ‘봉덕사종(奉德寺鐘)’보다는 ‘에밀레종’이란 이름이 우리한테 친숙하게 다가오는 것은 이 범종에 스며 있는 설화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필자가 우리나라 사찰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범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고등학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업 때면 과목의 본질보다는 국사 시간에나 걸맞은 것들을 재미있게 들려주던 국어 선생님 덕분이다. 하루는 선생님이 에밀레종을 타종할 때 울려 퍼지는 소리가 세계 으뜸이라고 강조하면서 오래전 경주를 방문한 스웨덴 국왕도 “지금껏 들어 본 범종 소리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감탄했다는 얘기를 해주었는데, 왠지 그때 들은 그 얘기가 한동안 마음에 남았다. (주해: 스웨덴 왕세자는 1926년 10월 10일 경주를 방문해 성덕대왕신종의 타종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유학 시절, 독일 언론에 구스타브(Gustav VI Adolf, 1882~1973) 스웨덴 국왕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독일을 방문한 스웨덴 국왕에 대해 크게 보도하면서 독일 언론은 국왕이 고고학(考古學)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유럽 고대 유적지 발굴 현장에서 찍은 그의 모습을 함께 실었다. 그때 필자는 유럽에서는 고고학이 왕족이나 귀족에 의해 성장한 특별한 학문적 배경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순간 한 가지 생각이 필자의 머리를 전광석화처럼 스쳐 지나갔다. ‘혹시 저 국왕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에밀레종 소리를 듣고 극찬한 분인가?’ 물론 국왕이 고고학에 일가견을 가지고 있는 건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음색(音色)이나 음향(音響) 전문가는 아니라는 점에서 경주를 방문한 국왕이 감탄한 것은 손님으로서 인사치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귀국 후, 필자는 경주국립박물관 야외에 따로 설치한 종각에 걸려 있는 범종을 보는 순간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찬찬히 범종을 살펴보며 생각했다. ‘그런데 왜 스웨덴 국왕은…….’ 범종은 일반 사찰에 있는 범종과 달리 지면(地面)에 가깝게 걸려 있었다. 그리고 범종 바로 밑바닥이 오목하게 파여 있었다. 그걸 보면서, 타종을 하면 종신 내부에서 발생한 음파(音波)가 회오리를 치면서 밖으로 나오고, 그렇게 나온 음파가 옴폭 파인 바닥에서 다시 반향(反響)을 일으켜 특별한 음률(音律)로 이어질 거라고 나름대로 해석했다. 그리고 꽤 많은 시간이 흐른 후, 우리나라의 종두(鐘頭) 부위가 중국이나 일본 것과 다른 점이 있다는 게 눈에 들어왔다. 육중한 종신을 천장에 매달기 위해서는 용(龍)을 장식한 고리(걸개)가 필요한데, 국내 범종에는 거의 예외 없이 걸개 바로 옆에 음통(音筒)이 있다. 바로 여기에 아름다운 음파의 비결이 있는 게 분명했다. 중국과 일본의 종두에는 한결같이 음통이 없기 때문이다. 범종이 내는 음질을 위해 오래전인 7~8세기 통일신라 때 음통을 창안한 우리 선조들의 각별한 창의성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종신 중간 부위의 직경보다 아랫부분의 하구(下口)가 좁은 것은 몸통 안에서 일어난 음파를 오래 간직하기 위한 구조라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이 또한 중국이나 일본의 범종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특징이다. 우리 범종의 이런 특색을 볼 때, 그 아름다움의 차이를 놓치지 않았던 스웨덴 국왕의 뛰어난 감음력(感音力)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 이성낙(李成洛) 현대미술관회 회장 독일 뮌헨의대 졸업(1966), 연세대의대 피부과 교수, 아주대 의무부총장, 가천의과대학교 총장, 가천의과학대학교 명예총장(현), 한국의약평론가회 회장(현), 간송미술재단 이사(현)
- 2016-08-2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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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의 感] 千年古都의 새벽을 거닐다
- 신라의 천년고도(千年古都) 경주. 이곳에서 맞는 새벽은 늘 벅차다. 문무대왕의 산골(散骨)이 뿌려진 동녘 끝 감포바다로부터 잘생긴 신라 화랑의 자태를 연상케 하는 감은사지 탑, 너른 황룡사지, 계림의 신비로운 숲과 왕릉들. 어디든 지그시 눈감고 앉아 있으면 그윽한 고도의 기운이 감지되는 곳들이다. 그리하여 나는 이곳을 방문할 때마다 제일 먼저 하는 고민이 ‘과연 어디서 새벽을 맞을 것인가?’ 이다. 어디서 또 신라의 새벽향취를 맡아볼 것인가? 글·사진 남정우 사진가 njkor@naver.com 잠들지 않는 바다 - 감포 대왕암과 이견대, 감은사지 감포의 새벽은 경건하다. 동이 트기 전, 대부분의 동해안처럼 일출을 보러 사람들이 모여들지만 어느 누구도 들뜨지 않는다. 해안 곳곳에 켜놓은 촛불과 새벽기도를 나선 만신들의 모습이 이채롭다. 예사롭지 않은 이 풍경은 해안에서 200m 떨어진 검고 긴 바위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사적 158호로 지정된 이 바위의 이름은 대왕암이다. 668년, 부왕 무열왕시대의 백제 정벌에 이어 고구려마저 정벌한 문무왕은 삼국통일의 대업을 이룬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국토는 여전히 불안정했고, 왜구의 침범까지 빈번했다. 그는 죽기 전 자신의 유해를 화장하여 동해바다에 뿌려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죽어서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는 신념이었다. 유언대로 유해는 대왕암 바위에 뿌려졌다. 호국의 용이 된 문무왕은 대왕암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이견대 주변에 종종 모습을 나타냈고 그의 아들 신문왕은 이곳에서 천금과도 바꿀 수 없는 만파식적(萬波息笛)을 얻었다. 대왕암이 있는 해안을 뒤로하고 929번 도로를 따라 500m쯤 가다보면 우측으로 잘생긴 두개의 탑이 모습을 나타낸다. 감은사지다. 문무왕은 대왕암에 자신의 산골처를 정하고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명당에 절을 지어 불력으로 나라를 지키고자 했다. 절을 짓는 공사가 시작되었지만 완성을 못보고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 이듬해 아들 신문왕에 이르러 마침내 절은 완공되었고 부왕의 은혜에 감사드린다는 의미로 신문왕은 절 이름을 감은사(感恩寺)라 하였다. 감은사지에서는 두 가지를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먼저, 너른 양북면 들녘을 배경으로 우뚝 솟은 두 개의 탑이다. 두 기의 감은사지 삼층석탑은 국보112호로 지정되어 있다. 또 하나는 금당의 바닥구조이다. 특이하게도 불전 밑으로 빈 공간이 형성되어 있는데 이것은 동해의 용이 된 문무왕이 드나들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이다. 신문왕의 효심이 만든 독특한 공간이다. 경주 시내유적 답사 - 대릉원, 첨성대, 반월성, 계림 서기 65년 어느 봄밤, 왕은 궁궐 서편의 숲에서 울리는 닭울음 소리를 들었다. 늦은 밤 닭이 우는 까닭이 궁금했으나 밤이 깊었다. 다음 날 아침, 왕은 신하를 시켜 숲으로 가보게 했다. 금빛 궤짝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데, 흰 닭 한 마리가 그 밑에 앉아 울고 있었다. 궤짝을 열어보니 놀랍게도 그 안에 아이가 하나 있었다. 범상치 않은 일임을 직감한 왕은 아이를 거두었고, 알지(閼智)라 이름을 붙였다. 금궤짝에서 태어났다 하여 김(金)씨 성을 붙였으니, 경주 김씨의 시조이다. 이후 이 숲을 신성히 여겼고, 닭계 자를 붙여 계림(鷄林)이라 불렀다. 경주 시내 유적의 중심은 첨성대를 중심으로 반월성, 계림, 인왕동 고분군, 대릉원으로 이어진다. 조금 더 범위를 넓히면, 안압지와 국립경주박물관까지 쉬엄쉬엄 걸어서 돌아볼 수 있다. 경주의 풍경 중 독특하고 인상적인 것이 왕릉이다. 거대한 고분들이 옹기종기 모여 고분군을 이루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대릉원과 인왕동 고분군이다. 대릉원은 23기가 모여 능원을 이루는 곳으로 황남대총과 미추왕릉, 천마총 등이 자리하고 있다. 유일하게 내부가 공개된 천마총에서 신라 왕릉의 구조를 엿볼 수 있다. 인왕동고분군은 계림 서편 너른 공간에 자리하고 있다. 현재는 내물왕릉을 비롯해 5기의 고분이 있지만, 일제 강점기 때까지만 해도 13기 가량이 남아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첨성대와 계림 사이의 공간에서 바라보면 멀리 선도산 자락과 어우러져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산과 능이 마치 한 무리처럼 보인다. 반달처럼 생겨서 반월성이라고 불렀던 월성은 신라 궁궐이 자리했던 곳이다. 동양 최대 사찰 황룡사지와 분황사 경주시내 동쪽에 자리한 황룡사지는 총 면적이 2만 여평에 달하는 동양 최대의 사찰이었다. 진흥왕 14년(553)에 창건되어 선덕여왕 12년(643)에 완공되었으니 공사 기간만 무려 90년이 걸린 국가의 명운을 건 대공사였다. 애석하게도 1238년 몽고 침략 때 전각들은 모두 불타 없어졌지만, 주춧돌과 초석 등이 남아 절의 규모와 전각의 자리를 유추해볼 수 있다. 황룡사에는 지금 시대로 말하자면 경주의 ‘랜드마크’가 있었다. 높이가 무려 80m에 달했다는 황룡사 구층목탑이다. 경주박물관이나 경주타워에 가보면 옛 경주의 모습을 재현해놓은 디오라마를 볼 수 있는데, 황룡사 구층목탑의 위용을 간접적으로나마 실감해볼 수 있다. 황룡사터 초입에는 분황사가 있다. 선덕여왕 3년(634)에 창건된 분황사는 황룡사지에 비하면 아담한 규모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신라 중심의 평지에 자리 잡은 유서 깊은 사찰이다. 당나라에서 귀국한 원효대사와 자장율사가 이곳을 거쳐 갔고, 독특한 양식의 분황사 석탑이 남겨져 있다. 분황사 석탑은 보기 드문 모전석탑인데, 모전석탑은 중국의 전탑을 모방하여 돌을 벽돌처럼 깎아 쌓은 탑을 말한다. 지금은 3층까지만 남아 있으나, 원래는 9층탑이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국립경주박물관과 안압지 천년고도 경주의 명성에 걸맞게 경주국립박물관은 중앙국립박물관에 이어 최고의 규모와 전시품을 자랑한다. 모두 3개의 전시관에 2500여 점이 전시되어 있으며 8만여 점의 유물이 보관되어 있다. 선사시대부터 통일신라시대에 이르는 그야말로 신라의 모든 문화가 압축되어 있다. 전시실의 외부에는 경주 인근에서 옮겨온 국보 38호 고선사지 석탑을 비롯 석조유물들이 경내 곳곳에 가득하며 국보 29호 성덕대왕 신종도 이곳에 보관되어있다. 시주로 바쳐진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에밀레 에밀레하고 들린다 하여 에밀레종이라는 별칭이 붙어 있는 이 종은 경덕왕 시절 부왕인 성덕왕의 명복을 빌기 위해 만든 것으로 그 모습만으로도 유려하며 장중함이 느껴진다. 화려한 비천상과 연꽃 등의 조각이 섬세하다. 경주박물관에서 길을 건너 조금만 북쪽으로 가면 안압지가 있다. 신라가 삼국통일을 이룬 직후, 674년에 못을 파고 679년에 궁궐을 만들어 동궁으로 사용하던 곳이다. 신라의 인공 정원이라 불릴 만한데, 삼국사기 문무왕시대를 보면 “궁 안에 못을 파고 가산을 만들고 화초를 심고 기이한 짐승들을 길렀다”고 기록되어 있다. 경주여행 tip 추천 경주 답사일정 감포 대왕암–감은사지-대릉원-첨성대-계림-반월성-국립경주박물관-황룡사지-분황사-안압지-계림일대 야경 경주의 고택에서 숙박 www.gjgotaek.kr 경주의 먹거리 시내 쪽에서 많이 찾는 것이 쌈밥으로, 대릉원과 첨성대 인근에 쌈밥집이 즐비하다. 보통 1인당 1만원 정도로 푸짐하고 먹을 만하다. 보문호 가는 길 북군동의 맷돌순두부도 많이 찾는 경주 먹거리다. >>남정우(南晶祐) 사진가·여행작가. 스튜디오 COREE 대표 광고사진을 시작으로 출판, 잡지 등의 분야에서 사진가로 활동 중이다. 19번 국도 도보여행이후 백두대간 종주 등의 경험을 바탕으로 를 집필했다. 문화유적에 관심이 많아 관련 모임을 운영했으며, 문화재청과 수자원공사 등 사보에 기고 중이다.
- 2016-06-1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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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란하게 빛나는 천년의 신라를 가다
- 한국사람 치고 경주에 가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에게 친숙하고 특별한 도시다. 신라 천년고도의 숨결을 오롯이 머금은 역사의 땅. 언제 가도 반갑고, 가고 또 가도 새롭다. 경주는 그런 곳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역사유적지구’ 말 그대로 찬란하다. 하지만 제대로 알까. 그토록 찬란하다고 말하는 이유를. 잘 안다고 하면 만용이다. 가벼이 몇 번 다녀온 나그네 발걸음이면 그렇다는 얘기다. 경주는 도시 자체가 박물관이라 불릴 정도로 발길 닿는 곳마다 모두 문화유산이다. 화려했던 역사를 대변하듯 고적과 보물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다양한 색깔을 지닌 경주의 역사유적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이기도 하다. 유적의 성격에 따라 5개 지구로 나뉜다. 천년왕조의 궁궐터인 월성지구, 왕과 귀족들의 무덤군인 대릉원지구, 불교미술의 보고인 남산지구, 신라불교의 정수인 황룡사지구, 도성 방어시설의 핵심인 산성지구로 구분하고 있다. 대릉원 건너편에 있는 월성지구는 왕궁이 있던 자리다. 신라의 정치 중심지였던 곳으로 신라의 발전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 신라 김씨 왕조의 시조인 김알지의 전설이 깃든 숲이 있다. 신라의 신성한 숲으로 여겨지던 계림이다. 고목이 울창한 계림의 서쪽에는 내물왕릉을 중심으로 3기의 왕릉이 있으며 첨성대, 월성, 동궁과 월지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복원 중인 월정교와 교동 최씨고택이 가까운 거리에 있어 함께 둘러보면 좋다. 반달모양을 닮아 반월성이라고도 부르는 월성에는 아쉽게도 아무런 건물이 남아있지 않다. 봉긋하게 솟아오른 언덕에 잔디가 깔려있을 뿐이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걷다 보면 궁궐터라는 사실조차 모를 수 있다. 하지만 찬란했던 신라를 상상하며 궁성을 여유롭게 산책할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아! 신라의 밤이여 경주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야경이다. 해가 기울고 저녁 어스름이 찾아들면 경주는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는다. 은은한 빛깔에 물든 신라의 밤은 여행자의 마음을 로맨틱하게 만들어준다. 그렇다면 야경을 감상할 장소로 어디가 좋을까. 그 역시 월성지구가 정답. 고즈넉한 밤 풍경을 즐기며 산책하기에 이만한 곳도 없다. 대릉원을 출발해 첨성대를 거쳐 동궁과 월지에 이르는 코스가 일품이다. 밤에 만난 첨성대는 낮보다 더 각별하게 다가온다. 그윽하게 빛나는 신비로운 자태가 한순간에 마음을 빼앗아 간다. 첨성대는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로 유명하다. 하지만 명확한 자료가 없어 다양한 학설이 제기되며 여러 가지 추측을 낳기도 했다. 어쨌든 과학적인 우수성과 상징적인 가치에는 이견이 없는 우리의 국보로 그저 자랑스럽기만 하다. ◇야경의 화룡점정 ‘동궁과 월지’ 야경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동궁과 월지이다. 월성에서 도로를 건너 만나게 되는 이곳은 우리가 흔히 임해전지와 안압지로 알고 있는 곳이다. 임해전은 통일신라 시대를 연 문무왕이 지은 궁궐로 왕자가 머물던 동궁이다.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고 한편으로 당나라에 통일 왕조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건설했다. 또한, 임해전 안에 연못을 파고 산을 만들었으며, 화초를 심고 진기한 짐승을 길렀다고 전해진다. 이곳에서 왕과 신하들이 국사를 논하고, 귀한 손님을 맞이하거나 경사가 있을 때 연회를 베풀었다고 한다. 연못에 반영된 야경을 보고 있으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신라를 여행하듯 몽롱한 기분에 젖어든다. ‘달이 비치는 연못’이란 뜻의 월지가 안압지로 불렸던 까닭은 이렇다. 신라가 멸망하고 임해전은 폐허가 되었다. 그것을 본 시인과 묵객들이 “화려한 궁궐은 간데없고, 연못에 오리와 기러기만 날아든다”는 구절을 읊조렸고, 그 후로 기러기 ‘안(雁)’자와 오리 ‘압(鴨)’자를 써서 ‘안압지(雁鴨池)’로 불리게 된 것이다. 80년대 안압지에서 발굴된 토기 파편에 ‘월지(月池)’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기에 원래 이름을 되찾을 수 있었다. 당시 발굴 작업에서 출토된 유물이 무려 3만여 점이다. 통일신라의 문화와 왕실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유물로 국립경주박물관 월지관에 전시되고 있다. 동궁과 월지의 야경은 ‘신라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을 만큼 화려하다. 고요한 연못 위로 내려앉은 풍경은 아름답다 못해 황홀하다. 꿈속을 헤매듯 신비로운 광경에 사로잡혀 쉽사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슬며시 밀려오는 아쉬움에 선뜻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다시 누각 주변으로 몰려든다. 신라의 달밤, 그 풍경 속에 조금 더 머물고 싶은 마음은 모두가 같지 않을까. ◇여행가이드 - 동궁과 월지 주소 : 경상북도 경주시 원화로 102 문의 : 054-779-8795~7 관람시간 : 09:00~22:00(입장 21:30까지) 입장료 : 어린이 600원 / 청소년 1,200원 / 어른 2,000원 / 무료(만 6세 이하, 만 65세 이상, 경주시민) - 첨성대 주소 : 경상북도 경주시 인왕동 839-1 관람시간 : 09:00~22:00 입장료 : 무료
- 2015-03-16 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