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쁠 때는 노래의 멜로디가 들리고, 슬플 때는 노래의 가사가 들린다는 말이 있다. 음악을 듣는 건 어떤 마음을 느끼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1980~90년대 포크밴드 ‘동물원’의 멤버로 활약했던 가수 김창기는 서정적인 노랫말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런 그가 기타를 세심하게 매만지던 손으로 초크 대신 펜을 들고 음악과 삶에 관한 얘기를 독자에게 들려주고자 한다.
“차가운 너의 이별의 말이 마치 날카로운 비수처럼/ 내 마음 깊은 곳을 찌르고 마치 말을 잃은 사람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떠나가는 너를 지키고 있네/ 어느새 굵은 눈물 내려와 슬픈 내 마음 적셔주네/ 기억할 수 있는 너의 모든 것 내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와/ 너의 사랑 없인 더 하루도 견딜 수가 없을 것만 같은데/ (…) 다시 돌아올 수 없기에 혼자 외로울 수밖엔 없어/(…)”
1985년 내가 겪었던 처절한 이별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다. 당시 이별의 아픔을 달래려고 만든 노래를 임지훈에게 들려줬고, 이 노래가 그의 히트곡이 됐다. 이별을 잘하는 것은 어렵다. 어린 시절의 바보 같은 나처럼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날카로운 이별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이별은 늘 난제(難題)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이문세의 노래처럼 “탁자 위에 물로 쓰신 마지막 그 한마디”를 남기고 홀연히 떠나기도 한다. 불필요한 감정의 소모를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1987년 이 노래가 발표되었을 때 당시의 청춘들은 이별의 말을 날카로운 비수로 비유한 노랫말에 격하게 공감했다. 사람들은 늘 수많은 이별의 슬픔과 상실의 고통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노래나 이야기를 원한다. 그것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그 노래나 이야기가 마치 자신의 이야기인 것처럼 공감하며 자신의 처지를 이해받는 듯한 위로를 받고 싶을지도 모른다. 사랑 혹은 머물고 싶은 순간들을 지키지 못하고, 제대로 된 이별도 하지 못한 상처를 앓으며 살아가기 때문이리라.
매듭이 필요한 이별
풀린 신발 끈을 묶듯 이별에도 매듭이 필요하다. 바둑의 신이라 불리는 이창호 9단은 “승리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습관을 만들고, 패배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준비를 만든다”라고 했다. 이별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헤어져야 할 사람과 관계를 잘 정리하고, 새로 맞이할 관계와 삶의 단계를 준비해야 한다. 꼼꼼하게 매듭을 묶으면 적어도 끈 때문에 넘어질 일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이성적이지 못하다. 교통사고처럼 예기치 못하게 다가오는 것이 이별이라고 했나? 예기치 못한 이별일수록 아픔이 더 크다. 제대로 된 정리를 못 하고 남겨진 사람은 허탈하다. 이별의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혼란만 가중된다. ‘그에게 나는 대체 무엇이었나?’, ‘그에게 나는 소중한 사람이 아니었나?’ 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만 남는다. 결국 상대에 대한 분노 혹은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상실을 극복하는 과정이 더뎌지거나 아예 극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후회 없는 이별을 위해서는 나름의 의식이 필요하다. 후회 없는 이별이란 원만하고 균형 잡힌 마무리다. 감사함을 서로 전하고 받을 기회를 갖기 위해, 우리는 이별하기 전에 만나고 함께 식사하고 선물을 교환하고 배웅하는 등의 복잡한 절차를 치른다. 함께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그 행복했던 순간을 서로의 일부로 각인시키는 마지막 과정을 치르는 것이다. 사진을 같이 찍어 남기고, 편지를 보내서 손에 쥐고 기억할 수 있는 소위 ‘기념품’을 남기는 것도 좋은 이별 방법이다. 만날 수 없다면 최소한 통화라도 해서 좋은 감정을 직접 전달해야 한다.
이별은 첫 시작만큼이나 중요하다. 우리가 함께 나눴던 감정에 대해서 다시 나누는 과정이 필요하다. 일종의 정서적 준비가 필요한 셈이다.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끝이 나는 그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좋다. 아무리 해도 모자라겠지만 아낌없이 마음을 전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함께했던 순간들에 대한 명확한 감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이별의 아쉬움과 그리움을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 함께하지 못한다는 것을 수긍해야 더 좋은 삶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가장 고통스러운 이별은 이별하지 못한 이별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이별을 할 때도 이별의 의식이 필요하다. 한 해를 돌아보면서 잘못한 것들을 후회하며 신년에는 달라질 계획을 세우는 것도 필요하지만, 내가 잘했던 것들, 보람 있었거나 즐거웠던 일들을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다. 2021년, 올해도 우리는 꽤 잘 살았다.
사랑의 썰물-임지훈
임지훈은 1980년대 6인조 포크 그룹 ‘김창완과 꾸러기들’ 출신의 포크가수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통기타 가수 중 하나다. 이 노래는 내 작곡 데뷔곡이자 그의 솔로 데뷔곡이었다. 이 곡을 계기로 산울림의 김창완으로부터 가수 권유를 받아서 이듬해 동물원으로 데뷔했다. 참고로 김광석을 김창완에게 소개해준 이도 임지훈이다. 소설가 이외수가 이 앨범의 속지에 적은 글도 인상적이다. 그는 임지훈의 목소리를 “포유동물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절실한 그리움이 실린 서정시”라고도 했다. 김창완도 임지훈의 솔로 데뷔에 도움을 줬다. A면 타이틀곡 ‘기다리면 대답해주시겠어요’는 그가 작사·작곡한 곡이다.
연예인과 술은 불가분의 관계다. 연기와 노래라는 창작 영역의 특성과 연예인이라는 직업적 특수성 때문이다. 연예인은 일거수일투족이 대중의 관심을 끌고 미디어가 구축한 이미지와 실제 삶의 괴리 속에서 살아간다. 연예인은 작품 흥행 성공 여부에 따라 몸값이 달라지므로 인기를 유지하고 스타가 되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해야 한다. 연예인은 자신의 예술적 한계에 대해 끊임없는 고민을 한다. 자신의 예술적 지향과 연예 기획사의 이윤추구 간의 대립으로 촉발된 갈등에 어려움을 겪는다. 대중의 비난과 대중매체의 부정적 보도에 대한 심적 부담감도 크다.
일부 연예인은 이러한 어려움과 스트레스를 운동이나 술로 풀기도 하고 마약에 빠져 몰락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중견 연기자 최불암은 “연예인의 직업적 특수성에서 초래되는 어려움을 한잔 술로 해결하는 사람이 많다. 캐릭터로 새로운 인물을 창조해내는 작업인 배우에게 술이 긍정적 역할을 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스타와 연예인 중에는 술을 잘하는 두주불사(斗酒不辭)의 전설적 주당이 있는가 하면 술을 전혀 못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시인 조지훈은 수필 에서 술 먹는 사람의 단계를 18단계로 구분했다. 연예인과 스타들은 술을 먹지 못하지는 않으나 안 먹는 1단계 부주(不酒)에서 술로 말미암아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나는 18단계 폐주(廢酒)까지 18단계의 다양한 음주 양태를 보인다.
주량을 측정할 수 없다는 두주불사의 첫손에 꼽히는 연예인으로는 중견 연기자 백일섭을 필두로 조형기, 김건모, 김민종, 윤다훈, 안재욱, 성시경, 신동엽, 강호동, 지상렬 등이 있다. 이들은 소주를 한두 병이 아닌 한 궤짝(30병)으로 먹은 적이 있는 전설(?)의 기록을 갖고 있다.
백일섭은 보통 드라마나 영화의 음주 장면에서 주류 대용으로 등장하는 음료수를 거부(?)하고 실제 술을 마시며 연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앉은자리에서 소주 10병을 마시고도 전혀 얼굴색이 변하지 않는 젊은 주당으로 명성이 자자한 성시경은 주량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내 주량을 아직 모르겠다”라고 대답했다.
김건모는 SBS 에서 소주로 가득 찬 소주 전용 냉장고와 대형 생수통을 소주로 채운 정수기, 소주를 얼린 빙수 등 충격적 장면과 집 안에서 포장마차 분위기로 술을 마실 수 있도록 파라솔과 간이 테이블을 설치해 지인들과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보여 “역시 주당”이라는 반응을 끌어냈다.
놀랄 만한 주량의 여자 스타도 적지 않다. 토하고 마시고 토한다는 의미의 ‘토마토’라는 별명을 가진 스타 김희선은 폭탄주 30~50잔을 마시는 놀랄 만한 주량을 자랑하는 애주가다. 김희선 못지않은 주량을 보이는 스타가 바로 강수연이다. 2002년 방송된 SBS 종영 파티에서 만난 강수연이 폭탄주 마시는 잔을 세다가 20잔이 넘어가면서 포기한 적이 있다. 김남주, 이정현, 보아, 문근영 등도 남자 연예인을 압도하는 주량으로 널리 알려졌다.
백일섭은 “연예인은 공동 작업을 해야 하고 대중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직업이어서 힘든 점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다. 동료와 술 한잔하면 스트레스를 풀 수 있어 연기에도 좋다”라고 말했다.
술을 정말 사랑하고 즐기며 음주를 예술의 차원으로 승화시킨 진정한 애주가가 바로 김창완이다. 연기자로, 뮤지션으로, 방송 진행자로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는 김창완은 시인 조지훈이 음주의 최고 단계로 명명한 술로 말미암아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나는 18단계 폐주(廢酒)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반면 전혀 술을 못하거나 음주를 하지 않는 연예인도 적지 않다. 강석우, 유재석, 송윤아 등 일부 스타들은 술을 마시지 못하는 대표적 연예인이다. 송윤아는 술 한 잔만 들어가도 맥을 못 추는 스타일이고 유재석은 술을 마시지 못해 동료와 만나는 자리에서조차 음료수를 마시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강석우는 아예 술을 못 먹는 스타다. 그가 드라마 출연할 때 술 먹는 장면이 있었는데 제작진이 하도 권유해 보리 음료를 마시는 대신 맥주 두 잔을 마시는 만용(?)을 부리다 정신을 잃어 촬영이 두 시간 늦어진 적도 있다.
술을 마실 줄 알지만 특별한 이유로 술을 잘 마시지 않는 스타도 있다. 차인표는 “내가 내민 손길 하나로 아이의 미래가 달라지고 사회가 달라지는 것을 본다. 매우 행복한 일이다. 2006년 이후 유흥업소에 안 간다. 술집에서 술을 마시며 쓰는 돈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술집에서 쓸 돈을 쓰레기 더미 안에 사는 아이를 돕는 소중한 일에 쓰면 아이들의 미래와 사회가 달라진다”라고 말했다.
연예인의 주사 역시 일반인과 다르지 않다. 술을 많이 먹으면 전화를 계속하는 차태현, 잠이 드는 김국진 등 일반적 주사부터 음주하면 가발을 벗는 이덕화 등 엽기적 주사까지 연예인의 주사도 매우 다양하다.
술은 잘 먹으면 약주(藥酒)요, 못 먹으면 망주(亡酒)라는 말이 있다. 연예인들 역시 술 때문에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술을 먹고 음주운전한 연예인이다. 아이돌 그룹 클릭비 멤버로 인기가 높았던 김상혁은 2005년 음주운전을 하다 추돌사고를 낸 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고 말해 대중의 엄청난 비난과 대중매체의 집중적 비판을 받고 오랫동안 연예계 활동을 하지 못했다. 또한 가수 호란, 길, 배우 윤제문 등은 한 번도 아닌 두세 번에 걸쳐 음주운전이 적발돼 대중의 비판을 받아 연예활동을 중단했다.
연기자 최철호는 만취한 상태에서 여성을 폭행해 세간의 비난을 받았고 슈퍼주니어의 강인은 연이은 음주운전, 음주폭행 등으로 대중의 엄중한 비판을 받았다.
조용필(67), 안성기(65), 전영록(64), 윤석화(61), 김창완(63), 하춘화(62), 김해숙(62), 배철수(64), 송승환(60), 손석희(61), 장사익(68), 임성훈(67), 강석우(60), 혜은이(61), 태진아(64), 최백호(67), 양희은(65), 윤여정(69), 이수만(65)….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유행하는 코드와 아이콘이 급변하는 영화, 방송, 드라마, 대중음악, 공연, 연예기획사 등 대중문화와 엔터테인먼트 산업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며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는 연예인과 방송인, 사업가라는 점이다. 그리고 60대라는 공통점도 있다.
60대 관련한 새로운 문화와 산업이 뜨고 있다. 과거의 60대와 전혀 다른 사고방식, 라이프스타일과 소비패턴, 활동 양태를 보이는 뉴식스티(New Sixty)를 겨냥한 다양한 문화와 산업들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중년도 노년도 아닌 나이를 잊고 사는 ‘논 에이지(Non Age)’ 대표적인 세대가 요즘 60대다. 뉴식스티로 불리는 60대는 베이비붐 세대로 1970~1980년대 산업화 시대의 주역이자 1990~2000년 아파트 호황기를 누리며 민주화의 정치적 격변을 온몸으로 겪은 세대다. 이들은 패션에서부터 대중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와 상품을 본격적으로 소비한 세대이기도 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요즘 60대는 가장 오랫동안 일했고 가장 많은 돈을 벌었으며 소비욕망이 강한 세대로 은퇴를 본격화하며 100세 수명시대에 인생 2막을 열고 있는 주역이다”라고 분석한다.
2013년 기준 우리의 기대수명은 81.8세로 요즘 60대는 평균 20년의 삶을 더 산다. 그동안 60대 하면 인생이 끝났다고 보고 퇴직 이후 새로운 시작을 하지 않았지만, 기대수명 82세 시대에선 60대가 “내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새로운 인생을 살겠다”며 다양한 취미와 문화생활을 시작하고 새로운 사업이나 일에 도전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세대별 가구당 평균 자산 규모는 50대가 4억2229만원으로 가장 많고 60대가 3억642만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다음은 40대(3억3175만원), 30대(2억4007만원), 30세 미만(8998만원)의 순이었다. 이처럼 자산이 많은 60대는 이전과 다른 왕성한 소비 스타일을 보인다.
서울문화재단이 최근 발표한 ‘서울시민 문화향유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60대 연평균 문화예술 관람 횟수가 38.6회로 30대(37.3회), 40대(30.1회), 50대(31.6회)를 압도했고 문화예술 동호회 참여(66.2%)와 창작적 취미활동(44.6%)도 활발하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렌드 분석가 김용섭은 ‘라이프 트렌드 2017’에서 “오늘날의 60대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나이다. 중년도 노년도 아닌 특별 지대인 셈이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60대가 등장했다. 나이를 잊은 60대의 변신, 멋쟁이로 거듭나는 ‘뉴식스티’를 주목하라. 60대에 대한 기존의 선입견을 과감히 내려놓아야 소비 주체로 급부상한 새로운 60대의 실체가 보일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60대는 인생을 즐기고 치열하게 살아가야 한다며 노인이기를 당당하게 거부하고 왕성한 소비활동과 여가생활을 하는 뉴식스티를 겨냥한 다양한 문화와 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동안 젊은 주인공과 식사하는 장면에만 모습을 보여 ‘식탁용 캐릭터’로 전락한 60대 조연 캐릭터를 등장시켰던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영화, 뮤지컬, 연극 등 다양한 대중문화 작품들이 최근 들어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60대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나 영화 등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60대 남녀 주인공의 사랑을 그린 작품에서 새로운 60대의 변화된 생활과 심리를 소재로 한 작품에 이르기까지 60대 주인공 캐릭터를 내세운 다양한 내용과 소재의 영화,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연극, 뮤지컬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요즘 중년 남녀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 로버트 제임스 월러의 소설 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뮤지컬과 연극, 자식 세대의 결혼 인턴제, 부모 세대의 졸혼 등 변화된 가족 풍속도를 담은 KBS2 주말극 , 60대 부부가 자식을 다 결혼시킨 후 황혼 이혼 대신 한집에 살되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사는 해혼(解婚) 생활을 다룬 SBS 주말극 , 60대인 윤여정이 요리사로 나오는 tvN 예능 프로그램 , 김윤진이 40대와 60대 엄마를 오가며 연기하는 영화 등 60대 주인공을 내세운 다양한 대중문화 작품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60대를 겨냥한 대중문화 작품이 붐을 이루면서 이전에는 ‘퇴물’ 취급을 받았던 60대 연예인과 방송인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 안성기, 윤여정, 김해숙, 강석우, 송승환 등은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에서 주연으로 활동하고 있고 윤석화, 예수정은 젊은 연극배우들도 소화하기 힘든 모노드라마 등에서 주연으로 나서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배철수, 임성훈은 음악 프로그램과 교양 프로그램 메인 MC로 맹활약하고 있으며 손석희는 JTBC 앵커로 나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조용필, 김창완, 하춘화, 장사익, 태진아, 전영록 등 60대 가수들은 신곡을 발표하며 정기적으로 콘서트를 갖는 등 전성기 못지않은 현재진행형 가수로 활약하고 있다. 경쟁이 가장 치열한 대중문화 산업의 선두주자인 SM엔터테인먼트를 이끄는 수장은 60대 이수만이다.
60대에도 주연을 맡으며 한국 영화계를 선도하는 안성기는 “나의 최고 작품은 언제나 다음 작품이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 60대 배우만이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나 내용, 소재의 영화들이 많아졌다”라고 말했다. 대중문화뿐만이 아니다. 이전의 60대와 전혀 다른 소비 스타일과 여가생활을 보여주는 뉴식스티를 겨냥한 패션, 화장품, 여행, 통신 상품 등도 본격적으로 출시되며 성업 중이다.
대학교수로 재직하다 올해 초 정년퇴임한 정영재(65)씨는 “평소 관심이 많았던 스킨스쿠버를 배우기 위한 여행상품을 자주 이용하고 있다. 레저와 결합한 여행상품은 젊은 층만 이용할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됐다. 나 같은 60대도 많이 이용한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뉴 식스티는 이제 새로운 대중문화와 산업의 트렌드의 진원지이자 새로운 문화의 핵심 키워드로 확고하게 자리 잡아가고 있다.
글배국남 대중문화 평론가 knbae24@hanmail.net
뮤지션으로서 최고의 위치에 올랐다. 연기자로서 최고의 찬사가 쏟아진다. 방송 진행자로서 수많은 고정 팬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8월 출간한 에세이집 를 비롯한 에세이와 소설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바로 우리 시대 최고의 만능 엔터테이너이자 뮤지션인 김창완이다.
김창완은 자신의 창작과 예술 활동의 원동력은 책이라고 단언한다. 책을 직접 쓰기도 하지만 김창완만큼 책을 많이 읽는 연예인은 드물다. 김창완은 책을 통해 상상력을 키우고 인생을 배운다고 했다. 그런 그의 가슴에 강렬하게 울림을 남긴 책은 어떤 책일까.
“치열하게 사는 것이 인간이 가진 가장 기본적인 욕망이고 예술적인 삶에선 필수적이다.” 바로 미술 평론가 마이클 키멜만의 을 관통하는 주제다. 걸작은 고흐나 피카소만 남기는 것이 아니고 교과서에 나오는 딱딱한 미술사처럼 어려운 것도 아니다. 예술은 우리 자신이 생활 속에서 발견하고 창조하고 또 재창조하는 것이다. “무언가를 사랑하고, 열정을 쏟아붓고, 진심을 쏟으면 아름다운 걸작”이라는 의미를 잘 담은 것이 이다. 김창완은 을 보며 인간으로서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야하고, 뮤지션으로서 활동도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고 권한다.
김창완처럼 다른 스타들도 가슴에 평생 간직하는 책이 있다. 스타들이 감동하고 인생의 좌표로 삼는 책이 있다. 스타들을 움직인 책은 무엇일까.
하루에도 연예계에는 수많은 별이 뜨고 지는 상황에서 최불암은 50여 년을 한결같이 빛을 발산하는 현재 진행형의 큰 스타다. 그가 연기를 통해 내뿜는 빛을 보면서 곤경에 처한 사람은 용기를 얻고, 좌절에 빠진 사람은 위안을 받으며, 절망에 허우적대는 사람들은 희망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는 단순한 연기자를 넘어 삶의 좌표 역할을 하고 있다.
‘국민 아버지’ 최불암에게도 삶의 이정표 같은 책이 있다. 바로 일본 소설가 고미카와 준페이의 이다. 징병으로 끌려가 참전한 저자가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남녀 간의 사랑의 절절함을 전하는 한편 전쟁의 비인간성을 질타한 이 소설이 왜 최불암의 마음속에 각인된 책으로 남았을까.
최불암은 “책 한 권이 인생을 좌우한다는 말을 을 읽으면서 절감했다. 중학교 3학년 때 읽었는데 감전된 듯 감정의 변화를 느꼈다. 에는 전쟁의 참혹함 속에 사랑을 지키는 순수함이 있고 양심이 있고 인간이 있다. 그리고 남성의 자존심을 강하게 느꼈다. 얼마나 이 책에 감동했는지 나는 가지(소설 속 남자 주인공)처럼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함이 없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나는 어머니를 사랑합니다. 어머니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어머니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합니다. 어머니의 힘은 위대합니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를 사랑합니다”라는 2004년 KBS 연기대상 수상소감으로 많은 이에게 감동의 파문을 일으킨 고두심. 그녀 앞에 조건반사적으로 따라붙는 수식어가 있다. 바로 어머니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고두심을 떠올릴 때 ‘어머니’라는 단어를 조건반사적으로 연상한다.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 연극에서 모든 것을 희생하며 자식을 위해 살아온 이 땅의 어머니를 연기했기 때문이리라.
“모르겠어요. 운명이고 숙명인가 봐요. 처녀 때도 어머니역을 했으니까 말이에요. 많은 모습의 어머니가 있는데 제가 맡은 캐릭터는 강인한 어머니의 성격이 강해요”라고 말하는 고두심은 수기공모에 응모한 김인숙 씨를 비롯한 일반 여성들이 자신들의 어머니에 관해 쓴 수필을 모아 책으로 펴낸 를 보고 많이 울었다고 했다. 이 책에는 육성회비를 내지 못해 교사에게 맞고 온 아이를 보고 학교에 가 “아이가 숙제를 안 해왔거나 공부시간에 장난을 쳐서 선생님께 꾸중을 들었다면 이렇게 아프지 않을 겁니다. 부모 잘못 만나서 그렇게 된 것이니 절 혼내 주십시오. 제 손바닥을 때려 주십시오”라고 말하는 어머니 등 평범하지만 위대한 우리 주위 어머니의 모습이 오롯이 담겨 있다. 고두심은 제주 해녀처럼 강한 생명력으로 자식들을 지켜 주던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날 뿐만 아니라 자신이 자식들에게 어떤 어머니가 되어야 하는지를 마음으로 알게 해 준 책이 라고 했다.
평범한 한 남자가 있다. 길거리에서 만나면 그에게 눈길을 줄 수 있는 흡인력은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한 사람일 뿐이다. 그래도 그는 할 말이 없는 사람이다. 흔히 이웃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처럼 보이니까. 그가 화면 속으로, 스크린 속으로, 무대 속으로 들어간다. 평범함은 찾아볼 수 없다. 사람들의 마음에 강력한 파문을 일으킨다. 엄청난 흡인력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빨아들인다. 그의 비범함은 깊은 수렁이 되어 벗어나려 하면 할수록 더욱더 그에게 빠져들게 한다. 배우 조재현이다. 드라마와 영화, 연극 등에서 강렬한 캐릭터마저 생명력을 불어넣어 현실 속 인물로 인식하게 하는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배우, 조재현을 움직인 책은 바로 가출과 반항을 일삼던 사춘기 시절 누나가 선물한 이반 투르게네프의 소설 이다. “은 내게 반항하는 마음을 다스려 주었고 감성과 사랑에 대해 폭을 넓혀 준 책이다. 그리고 정서적인 연기를 펼치는 데 큰 도움이 된 책이다. 인간과 사랑에 대한 깨달음을 준 책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조재현은 ‘첫사랑’에서 드러난 인물들의 심리나 감성, 그리고 행동들은 연기자의 길에 들어섰을 때 연기의 원동력 역할을 했다고 강조한다.
“안녕하십니까. 남희석입니다. 요새 저보고 자꾸 변했다고 하시는데 제가 우유입니까? 변하게!” 한동안 남희석에게 전화하면 이 소리가 흘러나와 웃음을 짓곤 한 적이 있다. 한때 최고 MC로 군림했던 남희석은 요즘에도 여전히 존재감을 드러내며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제 최고 자리를 후배들에게 물려줬지만 늘 시청자의 시선의 중앙에 서 있는 MC다. TV에 나오는 코미디언 이주일이 너무 좋아 개그맨의 꿈을 안고 열한 살 때 고향 충남 보령을 떠나 서울행 기차를 탔던 남희석은 대본에 얽매이지 않는 자연스러운 프로그램 진행으로 스타 MC가 됐다.
프로그램과 진행, 그리고 삶에 도움이 되는 책이라면 구분하지 않고 책을 읽는 독서광으로 잘 알려진 남희석은 대상과 현상을 다양한 시선으로 볼 수 있게 한 힘을 준 강준만 전북대 교수의 과 이 의미 있는 책이라고 말한다. “과 , 이 두 권의 책은 단순한 용어 정리가 아닌 하나의 트렌드나 현상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측면에서 입체적으로 조명한 책입니다. 그리고 실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인데 지나치기 쉬운 이면의 의미를 알기 쉽고 명쾌하게 정리했습니다. 두 권의 책을 읽으면서 한국문화와 세계문화에 관한 책도 재미가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습니다.”
“여섯 살 때 레스토랑에서 가수였던 아버지(이대현, ‘먼지가 되어’ 작곡자이자 가수)의 공연을 본 적 있어요. 인기가 높지 않았던 아버지 공연에 관객들의 차가운 반응을 보면서 눈물이 났어요. 그때부터 가수가 되려고 했어요. 저는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음악 세계를 추구한 아버지를 가장 존경해요. 그런데 무명이셨던 아버지의 공연이 외면 받는 게 슬펐어요. 그때 유명한 연예인이 되고 싶었지요. 이제는 유명한 연예인이 아니라 대중에게 실력으로 인정받는 연예인이 되는 것으로 꿈이 바뀌었지만요.” 독특한 캐릭터의 자연스러운 소화력과 자신만의 향기가 배어나는 연기력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을 뿐만 아니라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뛰어난 가창력과 작곡실력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이하나다.
이하나는 스타의 반열에 올랐어도 여전히 신인 때 보였던 담백한 마음과 연기를 향한 진지한 태도를 견지한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에 대한 물음을 계속 던지는 태도도 버리지 않고 있다. 인기에 속박되는 것이 아니라 인기를 초연하게 바라보는 이하나의 자세는 다른 연예인과 큰 차이점이다. 이하나의 이 같은 태도는 그녀가 좋아하는 책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그녀는 로 잘 알려진 파울로 코엘료의 를 참 좋아한다고 했다.
“코엘료의 책은 나를 돌아보게 해요. 나는 어디에 와 있고 나는 무엇을 향해 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 같아요. 나이가 어려서 인생의 다양한 경험을 못 했지만 코엘료 책을 보면서 삶의 지향점을 생각하고 현재의 나를 반성해요. 그리고 실패와 성공이 순식간에 이뤄지고 경쟁이 치열한 연예계에서 평점심을 찾게 해주는 것이 코엘료의 예요. 이 책을 보면서 좌절했을 때 용기를 얻었고 인기를 얻었을 땐 저를 돌아봤지요.” 이 말을 들으면서 코엘료가 그의 책에서 펼쳤던 “내 속의 헛된 바람들 속에서 길을 잃지 말라”는 잠언적 메시지를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이하나를 읽을 수 있다. 스타들은 이처럼 자신의 삶과 인생, 예술적 활동에 영향을 준 책들을 가슴에 아름다운 화인(火印)으로 새겨 놓고 있다. 그것이 그들의 삶을 지탱하는 힘으로, 예술 활동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글 배국남 대중문화 평론가 knbae24@hanmail.net
“제가 어린데 (노래가)좋네요. 저도 나이 곧 들겠지요.”(박혜인) “올해 29세인데 이 노래가 심금을 울려요.”(lemon77) “나이 들어 들으니 정말 와 닿는 가사네요.”(강경숙) “중학교 때 눈물 흘리며 듣던 곡인데 50 가까운 지금 들어도 눈물이 나요.”(원석정)…
한 노래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이다. ‘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지고 또 피는 꽃잎처럼/ 달 밝은 밤이면 창가에 흐르는/ 내 젊은 연가가 구슬퍼…’ 올해 초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에 OST로 삽입된 출신 가수 김필과 김창완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을 통해 재탄생한 ‘청춘’이다. 신세대 가수 김필과 중견 가수 김창완의 콜라보레이션곡 ‘청춘’은 원곡이 발표된 지 35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중·장년층에게는 추억을 되살리는 음악으로, 신세대에게 요즘 대중음악에서 접할 수 없는 정서와 의미가 담보된 노래로 다가간다.
최백호와 후배 가수 린이 5월 14일 방송된 KBS 에서 1982년 발표해 대중의 폭발적 사랑을 받은 김수희의 ‘멍에’를 새로운 감각으로 편곡해 신선한 콜라보 무대를 선보여 관객과 시청자의 큰 박수를 받았다.
요즘 대중음악의 가장 큰 트렌드이자 키워드는 콜라보다. 콜라보레이션은 마케팅에서 각기 다른 분야에서 지명도가 높은 둘 이상의 브랜드가 손잡고 새로운 브랜드나 소비자를 공략하는 기법으로, 주로 패션계에서 디자이너 간의 공동 작업을 일컫는 용어로 사용됐다. 최근 들어 콜라보는 대중음악에서 가수와 가수 등 음악가끼리, 혹은 다른 분야의 아티스트 등과 일시적으로 팀을 이뤄 작업하는 것을 의미하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2014년 남자 가수 정기고와 걸그룹 씨스타 멤버 소유의 콜라보곡 ‘썸’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가수들의 콜라보가 하나의 인기 트렌드로 강력하게 부상했다. JYP엔터테인먼트 소속의 미쓰에이 수지와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엑소 백현을 비롯한 소속사가 다른 가수들, 록그룹 국카스텐의 하현우와 트로트 가수 주현미 등 장르가 다른 가수 등 다양한 형태의 가수들의 콜라보를 통해 탄생한 노래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김창환-아이유의 ‘너의 의미’, 비와 태진아의 ‘라송’등 세대가 다른 가수들의 콜라보는 큰 관심을 끌고 있다. 1980~1990년대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낸 독특한 음색의 이광조와 인디 가수 요조의 ‘케이팝 클래식(K-POP CLASSIC)’을 비롯해 아이유와 양희은, 이문세와 슈퍼주니어의 규현 등 40~60대 가수와 10~20대 가수 및 아이돌 그룹의 콜라보 음반에서부터 공연까지 신구 세대 가수의 콜라보 작업이 왕성하게 전개되고 있다.
음반 기획자들은 “대중음악계에서 요즘 전개되는 가수들의 콜라보는 다양한 형태로 진행돼 앞으로 더 영향력이 커질 것이다. 아이돌 가수의 경우 한 시대를 풍미했던 레전드 가수와 호흡을 맞출 수 있고, 중견 가수의 경우 젊고 역량 있는 후배와 신선한 조합으로 색다른 감성을 전달할 수 있다”며 대중음악계에서의 가수들의 콜라보 전망을 긍정적으로 진단했다.
이처럼 신구 세대 가수의 콜라보를 비롯한 가수들의 콜라보가 성행하는 이유는 뭘까. 성격이 다른 가수들의 콜라보는 기존 활동했던 모습이나 음악에서 벗어나 대중에게 새로운 음악 스타일을 전달할 수 있고, 음악의 스펙트럼을 확장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양희은, 김창완, 이문세 등 선배 가수들과 콜라보를 자주한 아이유는 “선배들과의 콜라보는 또래 뮤지션들에게서 느낄 수 없는 음악적 정서와 감성, 스타일을 배울 소중한 기회다. 선배 가수들과의 콜라보를 통해 내 음악의 스펙트럼도 확장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음원과 디지털 싱글 등 대중음악 시장이 디지털 온라인 중심으로 전환한 것도 가수들의 콜라보가 급증한 이유의 하나로 꼽힌다. 디지털 중심의 대중음악 환경에서는 적은 제작비로 쉽게 디지털 싱글을 제작할 수 있어 다양한 콜라보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KBS , SBS , MBC , JTBC 등 음악 예능 프로그램이 많이 늘어난 것도 다양한 가수들의 콜라보 등장을 낳게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음악과 게임, 경연 등 다양한 예능 장치를 음악과 혼합한 음악 예능이 늘어나면서 가수들의 콜라보 무대 수요가 급증했다.
여기에 드라마와 영화, 예능 프로그램에서 1970~1990년대 복고 바람이 강타한 것도 가수들의 콜라보를 대중음악의 인기 트렌드로 부상시킨 원동력이다. 최근 드라마 , 예능 프로그램 등 대중문화 전반에 복고 바람이 불며 1970~1990년대를 소환하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다.
드라마, 영화, 예능 프로그램의 복고 신드롬은 자연스럽게 1970~1990년대의 노래와 가수들의 소환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과거 전성기를 누린 가수들의 원곡 그대로가 아닌 원곡 가수와 신세대 가수들의 콜라보를 통해 새롭게 재탄생한 노래들이 큰 사랑을 받았다. 이 때문에 대중문화 전반에 복고 코드 득세와 함께 가수들의 콜라보 특히 신구 세대 가수의 콜라보가 성행하게 됐다.
대중음악에 강력한 트렌드이자 키워드로 떠오른 콜라보는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다른 장르 간, 신구 세대 간, 다른 소속사 간 가수들의 콜라보를 통해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하면서 대중음악의 지평을 확장할 수 있고 가수들 역시 자신들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확대할 수 있다.
록밴드 국카스텐과 콜라보 무대를 가졌던 트로트 가수 주현미는 “국카스텐과 콜라보하면서 내 노래가 색다르게 다가왔다. 국카스텐과의 콜라보를 통해 내가 하는 트로트도 얼마든지 젊은 감각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또한, 콜라보를 통해 대중음악 수용자를 확장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대중음악 평론가들은 가수들의 다양한 형태의 콜라보가 진행되면서 작업에 참여한 가수들의 팬덤이 합쳐지며 시너지를 내고 이것이 팬층의 확장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특히 신구 세대 가수의 콜라보의 경우, 선배 가수들이 인기가 높은 신세대 가수와의 콜라보를 통해 신선한 감각과 신곡에 민감한 젊은 층을 공략할 수 있고 신세대 가수들은 전설적인 선배 가수들과의 콜라보를 통해 음악 완성도를 높이고 기성세대에게도 존재감을 알리는 효과가 크다. 신구 세대 가수의 콜라보는 음악 시장의 주요 소비층인 10∼20대에게 부모 세대의 음악을 이해하게 하고, 기성세대에게는 젊은 스타의 최신 음악에 관심을 끌게 해 10~20대 젊은 층 위주의 국내 음악 시장 한계를 극복하는 돌파구 역할도 한다.
회사원 장동수(48) 씨는 “의 OST ‘청춘’을 통해 김창완과 콜라보한 김필이라는 가수를 처음으로 알게 됐고 그의 음악에 관심을 두게 됐다. 고교생 딸은 반대로 ‘청춘’을 통해 김창완의 노래를 좋아하게 되고 음반까지 구입했다”고 말했다. 가수들의 다양한 형태의 콜라보는 무엇보다 취향 간, 세대 간, 스타 팬덤 간의 벽과 단절을 허물고 이해와 교류, 소통의 접점을 확장하는 의미 있는 결과도 낳고 있다. 아이돌과 7080 가수와의 콜라보는 신세대는 부모 세대의 문화를, 부모 세대는 젊은이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아이유, 장기하와 얼굴들, 김필 등 젊은 가수들과의 왕성한 콜라보를 진행하고 있는 김창완은 “가수들의 콜라보는 상이한 연령, 취미 등을 가진 사람들 상호 간의 이해의 장을 마련해줘 대중음악 소비층의 확장뿐만 아니라 세대 갈등 등 사회적 문제 해소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