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슈트를 입고 카메라를 바라보는 방미가 소녀처럼 웃었다. 특유의 눈웃음, 그리고 다부진 몸매, 허스키한 목소리로 팬들의 마음을 흔들며 데뷔한 40년 전의 얼굴 그대로라면 믿겠는가. 부동산 관련 책을 출간하고 저자의 삶을 살고 있는 그녀는 요즘 ‘BangmeTV’ 제작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날것 그대로를 보여주면서 맨 얼굴로 그날그날의 이슈와 생각을 이야기하면 할수록 재미와 의미가 더해지는 작업이란다.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사는 여자 방미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봤다.
MBC 2기 공채 개그맨으로 1978년 연예계에 데뷔한 방미는 1980년 ‘날 보러 와요’로 한국 가요계를 휩쓸었고 동명의 영화 출연료를 종잣돈으로 국내 부동산 투자를 시작해 해외 부동산까지 성공, 서울 강남은 물론 제주도까지 섭렵하며 큰 부를 쌓았다.
“1983년 LA 공연차 미국을 방문한 뒤 해외 진출과 비즈니스를 꿈꿨어요. 그러다 1993년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발표한 후 연예계를 떠났고 미국 뉴욕으로 갔어요. 2007년 거기서 이모가 하던 주얼리숍 등을 운영하면서 뉴욕, 로스앤젤레스, 하와이 등의 부동산에 투자했어요. 성공을 거둔 건 맞아요. 이 모든 것들이 근검절약하고 노력한 덕분이라고 당당히 말하고 싶어요.”
연예인을 하면 돈 좀 벌 수 있을까 하고 시작했다는 그녀는 그동안 전심전력하며 열심히 살았던 젊은 날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육십의 나이가 믿기지 않았다. 에너지 넘치는 목소리에 호탕하게 인사를 하는 모습이 너무 반갑다.
사람들은 아직도 감칠맛 나는 그녀의 노래를 듣고 싶어 한다. 그녀를 ‘날 보러 와요’를 부른 1980년대 인기가수로만 여기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2007년에 가수생활 종료를 선언하고 재야의 부동산 투자 고수로서 활약한 지 오래다.
언니, 아직 죽지 않았다요?
서울 신사동 카페에서 만난 그녀는, 지금 한국 사회는 뭔가 안 풀리고 답답한 상태라며 쓴소리를 한다. 그 답답함이 너무 싫어서인지 자신의 생각을 풀어내는 그녀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그런 시원시원함이 나이를 거스르는 듯한 그녀의 외모와 잘 어울렸다.
방미는 2018년부터 유튜브를 통해 ‘BangmeTV’를 운영하고 있다. 그녀 삶의 이야기, 헬스, 부동산 투자, 정치에 대한 얘기들을 풀어내는 출구다. 그런데 그녀의 채널은 댓글을 달 수 없게 해놨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맥락 없는 비난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사람들이 나를 꼴 보기 싫어해요. ‘너는 뭐냐. 뭔데 잘난 척이냐’라는 식으로 말하죠. 하지만 저는 전혀 신경 안 써요. 버닝썬 사건처럼 연예인들이 방송에서 잘난 척하는데 알고 보니 ‘바지사장’인 경우 많잖아요? 심지어 나를 사기꾼이라고도 하는 사람이 있는데, 내가 세금 안 내고 사기꾼이었으면 가만 놔뒀겠어요?”
그녀의 솔직 담백함은 지독히 가난했던 ‘흙수저’ 시절을 극복한 자신에 대한 확신에서 비롯되는 듯싶었다.
“어린 나이에 너무 어렵게 살다가 출세를 하고 돈을 벌고 명예를 얻었죠. 돈을 벌기 시작한 건 ‘날 보러 와요’를 부를 무렵이었고, 버는 대로 저축했어요. 시작과 동시에 계획을 잘 짰어요. 돈에 대한 플랜을 말이죠. 적금을 부어 오백만 원을 모으면 차를 사고 전세를 얻을 수 있겠다 하는 식으로 구상이 늘 있었죠. 그게 습관이 됐어요. 그렇게 지금까지 계획에 맞춰 살아왔죠.”
물론 그녀의 삶이 생각한 대로 흘러간 것은 아니다. 스스로를 “젊었을 때는 굉장히 싸가지 없었다”라고 표현하는 그녀는 20여 년 전, 믿었던 사람에게서 1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사기를 당한 적이 있다. 그때 그녀는 ‘내가 사람 하나는 잘 본다고 여겼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하고는 자신의 교만함을 반성하고 깨닫게 됐다고 한다.
잘 하는 일 보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
계획을 중시하는 방미답게 오래전부터 유튜브 방송도 차근차근 준비했다. 사실 그녀는 유튜브를 하기 전에 이미 10년 넘게 블로그 ‘악질 방미’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었다.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가수를 그만뒀어도 ‘연예인’이라는 자신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 번 연예인은 영원한 연예인이죠. 방미가 죽으면 신문에 ‘가수 방미’라고 기사화될 테니까요. 그러니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가볍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러면서도 행사를 하거나 신곡을 또 내기는 싫었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블로거에서 유튜브 크리에이터라는 또 다른 모험을 하며 그녀는 제작, 연출, 각본, 진행 등 실로 다양한 역할을 해내고 있는 중이다. 현재 구독자 수는 1만6000여 명.
“아직 폭발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지는 않고 있어요. 50대, 60대가 시청자의 주류이다 보니 구독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분위기는 아니예요. 그게 좀 아쉽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제가 여전히 무대 체질인 거 같기는 해요. 유튜브를 하면 신나거든요.”
유튜브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주고 싶은 마음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요즘 특히 비중을 두고 방송을 하는 분야는 재테크다.
“제가 현물은 잘 모르지만 부동산은 40년간 발로 뛰면서 많은 정보를 얻었어요. 그래서 알려줄 게 많아요. 20년은 한국에서, 20년은 미국에서 부동산 투자를 하며 보냈으니까요.”
‘나는 해외 투자로 글로벌 부동산 부자가 되었다’
사실 방미는 그동안 세 권의 책을 낸 저자이기도 하다. 그녀가 가장 최근에 낸 책은 ‘나는 해외 투자로 글로벌 부동산 부자가 되었다’로,
5월 초에 발간되어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도 정보를 쉽게 얻기 힘든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한 내용을 다뤘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그녀가 실제로 수익을 낸 지역들을 예로 들어 비자 발급, 관련 용어 설명, 미국의 각 지역 정보에서부터 수수료와 세금까지 다양하고도 실전적인 투자 정보를 담고 있다. 해외 투자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주목할 수밖에 없다.
해외에서 오랫동안 살았던 그녀는 지금도 국내외를 오가며 지내고 있지만 현재는 청담동에서 거주하고 있다. 사무실은 압구정동에 있다. 그리고 작년에 제주도에 리조트도 마련했다.
“해외에서 살다 보니 한국에 왔을 때는 꼭 자연을 충분히 느낄 수 이 있는 곳이어야 하더라고요. 이장희 ‘형’(그녀는 이장희에게 노래 ‘주저하지 말아요’를 받으면서 인연을 맺게 됐다)도 울릉도에 사는 이유가 그래서일 거예요. 산과 바다 등 자연을 보면 충만해지는 느낌이 들거든요.”
부동산 관련 책을 출간한 의미까지 듣고 나니 부동산 투자가로서의 방미가 궁금해졌다. 특히 제주도는 10여 년간 계속 투자가들의 관심을 끌었기에 그녀가 전문가로서 제주도의 부동산 가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슬쩍 듣고 싶었다. 독자들을 위해 제주도 투자에 대한 그녀만의 노하우를 청했다.
제주도 투자, 이것만은 명심하라
“제주도는 집을 잘 선택해야 해요.”
그 이유는 중국인들이 이미 많은 땅을 선점했고 매체의 영향으로 제주도 붐까지 일어나면서 난개발을 한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 속에 지어진 집들이 문제점이 많다는 게 방미의 진단이다.
“제주도는 섬이고 초원이다 보니 야생동물, 바퀴, 개미 등 벌레가 많아요. 그리고 하수구 등 배수 문제도 있고요. 나이 들어서 거기 가서 영원히 살겠다? 그건 무리라고 봐요. 제주도 초원에서 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있죠. 그런데 가서 막상 살면 한 달도 못 견뎌요.”
방미는 제주도에서의 집은 세컨드하우스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세컨드하우스로 살 때 제주도의 분위기를 한껏 내보겠다고 검은 화산석으로 치장한 집을 사는 사는 사람들이 있어요. 저는 말리고 싶어요. 제주도 돌은 TV에서나 다른 사람 집 보면서 감상하고, 정말 편하고 세련된 집을 선택해야 해요. 집 밖으로 나갔을 때 KFC도 있고 스타벅스도 있는 편의성이 있는 곳에 마련하는 게 좋아요.”
그녀는 사방이 펼쳐져 마치 그림 같은 풍광을 자랑하는 곳은 오히려 불편함이 많다고 지적했다. 밖으로 나오면 바로 문화를 즐길 수 있고 편리함이 있는 곳, 인프라 접근성과 재밋거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재야의 부동산 고수로서 한마디
“그래서 제주도는 바닷가 바로 앞에 있는 집을 사면 안 돼요. 그건 하와이도 그래요. 철칙인데 사람들이 잘 모르더라고.”
바닷가 앞에 있는 집에는 필연적으로 벌레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습한 날씨가 많은 섬에서 바닷가까지 앞에 있으면 생활 환경이 최악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제주도는 쉬려고 가는 곳이지 고생하려고 가는 게 아니라는 게 그녀의 관점이다. 얘기를 듣고 보니 그녀가 주택이 아닌 리조트를 선택한 것이 당연해 보였다. 리조트나 레지던스는 청소와 식사 등 필요한 서비스들을 기본으로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투자처로서의 제주도는 지금 어떨까? 그녀는 제주도의 부동산 경제 사정이 현재 최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되려 그렇기 때문에 투자처로서의 가치는 높아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눈여겨보고 있어요. 올 하반기가 투자할 시점이 아닐까 생각해요. 삼방산 밑 지역과 서귀포 중문 관광단지 쪽이 괜찮아 보여요. 삼방산은 요즘 방송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는데 예전부터 핫한 곳이었어요.”
최소한 10년 계획을 세운다
부동산 투자에서 전문적인 시각을 보여주는 그녀를 보니 현재의 방미에게 가수로서의 욕구는 더 이상 없다고 봐도 좋을 듯했다. 사실 그녀는 꼭 참석해야 할 행사가 있어도 가서 노래는 절대 부르지 않는다고 한다. 욕심을 부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설 수 있는 무대들은 이제 후배에게 물려줘야죠. 그 자리 외에도 내가 활동할 수 있는 자리들이 있을 테니까요.”
가수로서 최선을 다한 시절이 있기에 후배의 자리를 뺏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그녀에게서 인간에 대한 배려와 정의(正義)가 느껴졌다. 그렇다면 가수가 아닌 부동산 투자 강의를 하는 방미는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
“제 강의료가 1000만 원이에요. 그렇게 금액을 정한 건 강의를 꼭 들으려면 그만한 대가를 지불하시라는 의미도 있지만 너무 비싸니까 부르지 말라는 의미도 있어요. 하지만 정말 의미가 있는 자리에서 강연을 할 때는 돈을 받지 않으려고 해요.”
그녀는 삶을 충분히 즐겼다고 말한다. 해외에서의 삶도 풍족했다. 뉴욕에서 10년 번 돈으로 LA에서 5년 동안 즐겁게 살았다. 이제 그녀는 4~5개월은 한국에서, 3개월은 미국에서, 나머지는 여행을 하며 여생을 보낼 생각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잘살았어요. 이제 내일모레가 칠십(?)인데 인생 정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해봐야죠. 그러니 더 돈을 벌겠다, 다시 노래 좀 불러볼까 하는 욕심은 없어요.”
방미는 모든 계획의 단위가 최소한 10년이라고 했다.
내 마음대로 ‘브라보 마이 라이프’
그녀는 유튜버 활동이 큰 욕심 없이 마음대로 할 수 있어 매력이 있단다. 그걸로 돈을 벌기는커녕 되려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며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열심히 살았으니 그 정도 자유는 당연하지 않냐는 게 그녀의 말이다.
“여기까지 오기까지 쉬운 길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앞으로 10년 동안은 내 맘대로 살고자 해요. 이제는 나한테 투자를 하고 싶어요. 우선 충분히 잘 멋지게 쓰고 행복해지는 데 집중하자, 그러니 미리 고민하지 말자는 생각이죠.”
물론 늘 계획하고 사는 게 습관이 된 그녀가 모든 걸 내려놓을 리는 없다. 우선 유튜브 구독자 수를 올해 말까지 3만 명 정도까지 늘리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스튜디오를 만들고 싶어요. 강연과 세미나, 공연, 요가, 운동, 놀이터 등이 가능한 만남의 공간을 마련하고 싶은 거죠. 요즘 시니어는 예전에 비해 훨씬 건강해요. 베네피트에 공감하며 함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브라보는 젊은 애들이 잘 안 하는 말이다. 진정 우리 나이여야 할 수 있는 말”이라면서 멋지게 정리해버리는 방미는 그야말로 ‘브라보, 브라보 마이 라이프’라고 외칠 수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녀의 ‘브라보’스러운 미래 계획은 또 어떻게 세울지 궁금해졌다.
영화 이야기를 하는 TV 프로그램을 보는 중이었다. 때마침 얼마 전 삼총사 친구와 보고 온 영화 ‘버닝’을 소개했다. ‘버닝’은 예고편도 몇 번 보았고 칸 영화제에서 수상작으로 꼽힌다는 이야기도 들어서 큰 기대를 했던 작품이다.
내가 영화를 고르는 기준은 좋아하는 배우의 출연 여부이다. 믿고 보는 감독이나 배우가 있다는 말이다. '버닝'은 이창동 감독의 작품으로 제71회 칸영화제에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발표 직전까지 유력 수상작이었다는데 예상과 달리 상을 받지 못해 아쉬웠다.
주연을 맡은 배우 유아인은 선량한 얼굴로 역할에 따라 팔색조처럼 변신하는 연기력을 가졌다. JTBC 드라마 '밀회'(2014)에서 청순하지만 은밀한 느낌으로 연상녀와의 사랑을 거침없이 연기해 마음을 설레게 했다. 영화 ‘베테랑’(2015)에서는 재벌 2세가 갑질하는 비열한 연기를 무섭도록 잘 표현했다. 극 중 인물에 따라 놀라운 변신을 해온 유아인이 '버닝'에서는 또 어떤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을지 궁금했다.
'버닝(burning)'의 뜻은 그저 ‘불탄다’라는 뜻으로만 알았는데, 사전적 의미로는 ‘열정적으로, 열렬히, 엄청나게 빠져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영화 '버닝'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헛간을 태우다'가 원작이다. 주연으로 유아인과 신인 전종서, 그리고 할리우드에서 활약 중인 스티브 연이 나온다. 스티브 연은 매끈한 외모로 미스터리한 역을 잘 연기했다.
아르바이트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종수(유아인)는 작가 지망생이다. 어느 날 우연히 길에서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를 만나고 자연스럽게 그녀를 좋아하게 된다. 해미는 종수에게 여행을 떠난다며 키우던 고양이에게 밥을 주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종수가 해미의 집에 갈 때마다 고양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미스터리한 분위기만 감돈다.
해미가 돌아오는 날 낡은 트럭을 타고 공항으로 마중 나간 종수는 그녀와 함께 있는 벤(스티븐 연)을 만난다. 보기만 해도 부유함이 흐르는 그는 하는 일 없이도 방배동 저택에 살며 우아한 생활에 고급 외제차를 탄다. 종수의 구질구질한 환경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해미는 종수와의 만남에 항상 벤을 동행한다. 그때마다 종수가 느꼈을 감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힘들게 사는 자신에 비해 아무 일 안 하고도 여유로운 벤이 껄끄러웠을 것이다. 더욱 힘든 건 자신이 좋아하는 해미를 보며 하품을 하는 등 시큰둥해하는 벤의 태도다. 그 후 해미가 연락이 되지 않자 종수는 벤을 의심하게 되고, 결국 되돌릴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만다.
영화는 뚜렷한 결말을 드러내지 않고 모호하게 막을 내린다. 진실이 드러나지 않아, 그 뒷이야기를 상상해야 하는 고통이 따랐다. 함께 영화를 본 세 사람 사이에서도 결말을 둘러싼 의견이 분분했다. 진실을 알 수 없어 다소 찜찜했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 사회 젊은이의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이른바 금수저와 흙수저의 현실이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 열린 결말은 아쉽지만, 보는 동안만큼은 참 재미있게 몰입할 수 있었던 영화다.
커피는 이제 시니어와 떨어질 수 없는 존재가 됐다. 다양한 모임을 풍성하게 하는 데 커피만 한 것이 없고, 이른 아침 여명과 함께 하루를 시작할 때도 커피는 좋은 친구가 된다. 여름에도 마찬가지다. 갓 뽑은 에스프레소 한 잔을 가득한 얼음물 속에 흘리면 어느새 황금빛 아이스커피가 된다. 바리스타 정도 되어야 가능할 것 같았던 커피 만들기, 요즘 몸값이 높아지고 있는 캡슐커피 머신만 있으면 간단하게 해낼 수 있다. 이번 여름에 ‘홈카페族(집에서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
얼마 전까지 우리들에게 커피란 막대같이 긴 봉투에 들어 있는 믹스커피가 전부였다. 그러나 원두커피가 대중화되기 시작하면서 믹스커피의 위세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원두커피를 집에서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수동 장비를 제외하면 기계드립(automatic drip) 장치가 가장 먼저 대중화됐다. 그러나 로스팅된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리고 난 뒤 종이필터를 갈아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지금은 과거만큼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리고 크레마 가득한 진한 향을 기대하기 어려운 결과물은 마니아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이유가 됐다. 깊은 맛을 원하는 이들은 작은 에스프레소 머신(espresso machine)을 집에 들이기도 한다. 수증기의 압력을 이용해 커피를 추출하기 때문에 카페와 다를 바 없는 맛을 보장하지만 커피를 내리는 과정의 번거로움은 되레 더 크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캡슐커피다.
추출은 간단히 감상은 깊게
캡슐커피는 로스팅과 분쇄가 이미 이뤄진 커피를 작은 금속 컵에 담아 밀봉시켜놓은 것으로서 전용 장비에 넣으면 버튼 하나로 커피를 내릴 수 있다. 가루가 날리거나 며칠 만에 맛이 변하는 일은 없다. 캡슐커피 역시 추출은 수증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맛과 향에서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하는 것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캡슐 하나당 가격은 600원에서 800원 정도로 부담스럽지 않다. 커피를 뽑아내는 머신 역시 10만원에서 20만원대가 대부분이어서 크게 망설일 가격은 아니다. 물의 양만 선택하면 버튼 하나로 작동이 끝날 정도로 간단하다.
현재 캡슐커피 시장을 주도하는 곳은 ‘네스카페 돌체구스토’와 네슬레 계열사인 ‘네스프레소’다. 두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는 시장점유율은 90% 정도로 예측된다. 캡슐커피에 관심이 있다면 두 브랜드의 특징을 각각 살펴 선택하는 것이 좋다.
두 개 회사가 시장 양분
먼저 네스프레소는 국내 캡슐커피 시장을 개척한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네스프레소의 장점은 다양한 커피 맛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진한 에스프레소는 물론 연한 아메리카노까지 각자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도록 24종류의 커피가 준비되어 있다. 여기에 올여름에는 아이스커피용 한정판 캡슐 두 종류를 별도로 출시했다.
네스프레소의 캡슐 규격은 일종의 업계 표준처럼 활용되고 있어, 다양한 브랜드의 커피 맛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여러 회사에서 네스프레소 캡슐커피 머신에서 추출이 가능한 캡슐을 판매하고 있다. 이 중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스타벅스나 매일유업의 폴바셋도 포함된다.
이에 반해 네스카페 돌체구스토는 다양한 메뉴 조합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아메리카노 같은 평범한 커피뿐만 아니라 집에서는 만들어 먹기 쉽지 않은 그린티라테, 라테마키아토, 카페오레 등도 맛볼 수 있다. 이밖에 이탈리아의 유명 커피브랜드로 알려진 ‘일리’에서도 독자적인 규격의 캡슐커피를 선보이고 있으며, 카피시모나 에카페 등의 브랜드도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여름에 즐길 만한 캡슐커피 레시피 Best 3]]
자료제공 모두커피(moducoffee.kr)
스파클링 에스프레소
준비물 탄산수 120ml, 에스프레소 30ml, 얼음, 캐러멜시럽 10~20ml
만드는 법 준비된 잔에 얼음을 담고 탄산수를 붓는다. 여기에 취향에 따라 시럽을 넣고 에스프레소를 추출해 천천히 부어주면 된다.
라임 버닝
준비물 에스프레소 50ml, 라임향 탄산수, 시럽 20ml, 레몬 반 개
만드는 법 준비된 잔에 얼음을 넣고 차갑게 식힌 탄산수를 붓는다. 에스프레소를 추출해 따른 후 레몬즙을 넣으면 완성. 기호에 따라 시럽을 추가한다.
샤케라토
준비물 에스프레소 50ml, 얼음, 쉐이커틴(음료를 흔들어 섞는 기구), 시럽
만드는 법 쉐이커틴에 얼음을 가득 채운 뒤 에스프레소를 추출해 넣는다. 기호에 따라 시럽을 추가한다. 쉐이커틴의 뚜껑을 닫고 힘차게 흔든다. 얼음과 함께 잔에 따르면 된다.